(서울=연합뉴스) 올해 여름 선보이는 공포영화 중에서는 유난히 제한된 실내공간에서 겪는 두려움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가 많다.
시골 외딴집에 갇힌 남녀의 이야기인 '노크:낯선자들의 방문', 폐쇄된 건물 속에서 좀비의 습격을 받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REC', 도시 근교의 대저택이 배경인 '카르마'에는 모두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포를 맞닥뜨리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100피트'의 설정도 비슷하다. 여주인공 마니(팜케 얀센)는 가택연금형을 받아 발목에 전자 발찌를 끼고 살아야 하는 처지다.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은 100피트(약 30미터). 출입문 앞의 우편물을 겨우 받아갈 수 있는 정도다.
마니가 집안에 갇힌 신세가 된 것은 그녀에게 수시로 폭력을 휘둘렀던 남편을 살해했기 때문이다. 이혼을 앞둔 어느 날 흉기를 들고 달려드는 남편과 싸우다 거실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감옥살이를 벗어난 것은 다행이지만 가택연금형을 받은 마니는 구타와 살인의 악몽이 그대로 남아있는 집에 꼼짝없이 묶여 사는 신세다.
남편의 핏자국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집에는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마치 남편이 다시 살아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불쑥불쑥 나타나 그녀를 구타한다.
집을 벗어나면 감옥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인지라 도망갈 데도 없는 처지. 그녀를 도울 사람은 친절한 식료품 배달부 조이(에드 웨스트)와 남편의 동료 경찰관 생크스(바비 카나베일) 그리고 그녀 자신 뿐이다.
고립된 공간에서 혼자 남은 여자라는 그럴듯한 설정에서 시작하지만 '100피트'는 이 같은 기본 설정에서부터 삐걱거린다.
우선 유령의 괴롭힘을 당하고 그 유령이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집에 머무르는 마니의 행동은 설득력이 약하다. 생크스나 조이의 도움을 청하거나 자신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것도 감정이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갇힌 공간' 혹은 '혼자 남은 여자'라는 설정 자체가 개연성을 상실한 셈이다.
비교적 극 초반에서부터 과장되게 흉측한 모습으로 유령이 등장하는 것도 관객들 입장에서는 김이 빠진다. 삐걱거리며 출발한 영화는 공포를 자극할 만한 어떠한 트릭이나 반전없이 허무하게 흘러간다.
제이미 리 커티스 주연의 80년대 히트작 '블루 스틸'이나 미키 루크가 출연했던 '추적자' 등에서 주로 시나리오를 써왔던 에릭 레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여주인공 팜케 얀센은 '엑스맨 시리즈'로 한국 팬들의 눈에 익은 배우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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