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보이와 발레리나의 흥겨운 만남 '스텝업'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추는 춤은 흥겹다. 건강한 몸의 움직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 하다. 춤추는 이가 선남선녀라면 금상첨화. 가난한 동네에서 힙합춤을 추는 B-보이와 예술학교에서 정통 발레를 배운 발레리나가 엮어내는 청춘 영화 '스텝업'은 1983년 국내에서도 빅히트한 제니퍼 빌즈의 '플래시댄스', 1987년 개봉돼 역시 큰 사랑을 받았던 패트릭 스웨이지와 제니퍼 그레이의 '더티댄생', 한 소년이 발레리노로 성장해가는 드라마를 밀도있게 그린 2001년 개봉작 '빌리 엘리어트'의 계보를 잇고자 했다. 전혀 대비되는 춤의 색깔만큼 전혀 다른 삶을 산 두 청춘을 내세워 꿈을 향해 가는 젊은 날의 성장통을 그린다. 시각적 즐거움에 사랑과 우정, 희망 등 나름대로의 메시지까지 담으려 애쓴 작품이다. 지난 8월 개봉한 미국에서 개봉 첫 날에는 '월드트레이드센터'를 누르기도 하는 등 기대 이상의 흥행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젊은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이 영화의 성공으로 주연 배우인 채닝 테이텀과 제나 드완은 과거 스캔들까지 다시 들춰질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노라 역의 제나 드완은 현재 카메론 디아즈의 연인인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한때 연인 사이였던 게 새삼 드러났다. 쟈넷 잭슨과 엔싱크의 안무를 담당했던 전문 댄서 출신. 아르마니, 노티카의 모델이었던 타일러 역의 채닝 테이텀은 할리우드 패션 아이콘에서 전문 B-보이 못지 않은 춤실력을 지닌 배우로 거듭 태어났다. 친구 맥, 맥의 동생 스키니와 함께 서민층 동네에서 차나 훔쳐 팔고,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며 아무런 희망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타일러는 예술학교 기물을 파손한 벌로 학교에서 사회봉사 100시간을 명령받는다. 타일러는 힙합춤을 출 때만 유일하게 위안을 얻는다. 학교에서 우연히 발레리나 노라를 만난다. 노라는 졸업작품 쇼케이스를 통해 전문댄스회사에 발탁되겠다는 꿈을 꾸지만 상대 남학생이 발이 접질리는 부상을 입어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새로운 춤에 호기심을 갖게 된 타일러는 파트너를 자청하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던 노라는 이를 받아들인다. 자유롭게 몸의 흐름을 맡기는 춤을 추는 타일러는 발레의 기본 형식을 흘낏흘낏 배우려 하고, 규격화된 동작에 익숙했던 노라는 타일러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관심을 둔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노라와 가까워지면서 타일러 역시 꿈을 품게 된다. 예술학교에 입학하고자 하는 것. 맥은 그런 타일러에게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하지만 자신처럼 뒷골목 출신이면서도 예술학교에서 꿈을 키우는 마일즈와 춤에 노래를 더하려는 루시 등을 만난 타일러는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당연하게도' 위기가 찾아온다. 노라의 원래 파트너가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타일러의 위치가 난감해진 것. 두 사람의 위기 극복 과정이 흥겨운 춤에 실려 소개된다. 마일즈 역의 마리오는 빌보드 싱글차트 9주 연속 1위를 기록한 2005년 히트곡 'Let Me Love You'의 바로 그 가수. 이 영화로 연기에 도전했다. 젊음의 건강성을 지향하는 영화가 걷는 도식적인 이야기 흐름을 택했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춤과 노래는 구태의연함을 미처 느끼지 못하게 한다. 춤추는데 열심인 타일러에게 흑인 맥이 "너, 백인 콤플렉스 때문이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애교스럽다. 힙합춤은 흑인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 않나. 2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수면 위로 떠오른 시청률 조작 의혹

오랫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TV 시청률 조작 의혹이 방송사의 보도로 수면 위로 떠오름에 따라 한해 3조 원에 육박하는 방송광고 시장을 움직이는 시청률 조사 자료의 객관성과 신뢰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SBS는 16일 'SBS 8뉴스'를 통해 시청률 조사기관인 TNS미디어코리아가 2003년 10월부터 2005년 1월까지 발표한 시청률 가운데 600여 건을 조작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SBS는 TNS 전 직원이 제보한 내부문건을 인용, TNS가 뉴스를 비롯한 특정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타 방송사 시청률과 맞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628차례나 시청률을 고쳤다고 전했다. TNS측에서 시청률 조작 의혹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어 시청률 조작이 확인됐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방송가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얘기들이 공론화됐다는 점에서 SBS의 보도는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TV 시청률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국내 시청률 조사시장은 1999년 이전까지는 AC닐슨(AGB닐슨의 전신)의 독점 체제였지만 1999년 6월 TNS가 본격 출범하면서부터 AGB와 TNS 등 2개의 서로 다른 시청률 조사회사가 각자 독자적인 시청률 조사를 하는 체제로 양분됐다. 그러나 두 회사가 각기 다른 조사지역과 표본, 조사방법 등을 사용하다보니 같은 방송사의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두 곳의 시청률이 서로 다르게 나오는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혼선을 불러일으켰다. 15일 시청률만 봐도 KBS 2TV 수목드라마 '황진이'의 경우 AGB의 시청률은 22.3%였으나 TNS는 23.3%였으며 'KBS 9시뉴스'는 AGB 18.8%, TNS 16.5% 등으로 결과가 달랐다. 시청률 수치 차이에 그치지 않고 시청률 순위가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다. 역시 15일 방송됐던 SBS 아침연속극 '맨발의 사랑'은 AGB에서는 14.7%의 시청률로 6위였으나 TNS 조사에서는 12.8%의 시청률로 8위였다. SBS 드라마스페셜 '연인'은 AGB 조사로는 8위(13.3%), TNS 조사로는 6위(14.3%)로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두 회사의 시청률 조사결과가 서로 다르다보니 시청률에 목숨을 걸다시피하고 있는 방송 관계자들과 광고주들 사이에서는 시청률 조사자료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을 여러차례 제기했으나 두 회사의 시청률 조사방법상의 뚜렷한 문제점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 문제 해결이 요원한 상태였다. 2000년에 시청률 조사자료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해 발족한 '시청률 조사 검증협의회'도 시청률 조사자료가 조작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이렇다할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 관계자는 "시청률 조사자료는 한해 2조9천억원에 달하는 방송광고를 집행하는 데 핵심적인 근거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정확성과 신뢰성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만약 인위적으로 시청률을 조작했다면 엄청난 스캔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SBS "TNS 시청률 조작 의혹"

TV 시청률 조사기관인 TNS미디어코리아가 매일 발표하는 시청률이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SBS가 보도했다. 그러나 TNS미디어코리아는 시청률 조작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SBS의 보도에 강력 대응방침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SBS는 16일 'SBS 8뉴스'를 통해 TNS미디어코리아(이하 TNS)가 2003년 10월부터 2005년 1월까지 발표한 시청률 가운데 600여 건이 인위적으로 고쳐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SBS는 TNS의 전 직원이 내부문건이라고 밝힌 '일보점검결과보고서'를 단독 입수했으며 이 문건에는 지상파 방송사의 뉴스 시청률 등이 조작된 사례와 함께 조작을 하게 된 이유 등이 상세히 기재돼있다고 밝혔다. 2003년 11월14일의 경우 A 방송사의 뉴스 시청률이 30.6%에서 25.9%로 조정됐는데 상대 방송사에서 민감하게 반응해 팩스나 메일 형태로 보내는 시청률 일보 내용을 조정했다고 비고란에 그 이유를 밝혔다고 SBS는 전했다. 2004년 2월9일에는 A와 B 방송사의 뉴스 시청률을 맞바꿨는데 늘 시청률이 더 높았던 방송사의 시청률이 오히려 낮게 나왔기 때문에 고쳤다는 설명이 달려있다고 SBS는 덧붙였다. SBS의 이같은 보도에 대해 TNS측은 "시청률 조작은 전혀 없었으며 사실무근인 SBS의 보도에 대해 법적 수단등을 동원해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TNS 관계자는 "근무태만 등으로 회사에서 해고된 전 직원이 앙심을 품고 SBS 등에 허위제보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방송사 등에 일보 형태로 제공되는 시청률은 수작업으로 기재를 하기 때문에 작업자의 실수로 일부 시청률이 잘못 기재돼 정정한 적은 있지만 인위적인 조작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TNS와 주자료 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KBS와 MBC는 SBS의 보도에 대해 "사실 확인 후 대응책을 모색하겠다"며 신중한 접근 태도를 보였다. 길환영 KBS 편성기획팀장은 "시청률 조사기관과 관련된 문제 제기가 있다는 것은 전해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입장이 정리된 것은 없다"며 "좀 더 사실을 확인한 후 내일쯤이나 대응책 등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광한 MBC 편성국장도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큰 문제지만 시청률은 코바코 산하 '시청률 조사검증협의회'에서 검증하기에 일단 확인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국내 시청률 조사시장은 1992년 출범한 AGB닐슨미디어리서치와 1999년 설립된 TNS미디어코리아 가 양분하고 있으며 이들이 매일 산출하는 시청률 자료는 한해 2조9천억원(지난해 기준)에 달하는 방송광고를 집행하는 데 핵심적인 기준자료로 활용되고 있어 이번 SBS 보도는 시청률 조사기관의 객관성에 대한 논란을 야기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日배우 다마야마 데쓰지 "재일교포입니다"

일본의 청춘스타 다마야마 데쓰지(26)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3일 일본에서 개봉한 '편지(手紙)'가 15일 개막한 제3회 메가박스일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홍보차 내한한 것. 영화 '편지'는 동생의 대학 학비를 훔치려다가 실수로 살인을 저지른 형 다케시와 그 형 때문에 주눅 들어 살 수밖에 없는 동생 나오키(야마다 다카유키), 그리고 그 동생을 절망의 늪에서 구해내는 여자 유미코(사와지리 에리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가족과 속죄의 의미를 묻는 이 영화에서 다마야마는 다케시 역을 맡았다. "아버지가 한국분이세요." 다마야마가 제일 먼저 꺼낸 말은 자신의 뿌리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을 '모국(母國)'이라고 칭하는 그의 모습에서 친근감이 느껴졌다. 서툰 한국말로 아버지ㆍ어머니ㆍ제사 등의 단어를 언급하며 "지금도 제사를 지낸다"면서 절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주로 밝고 건강한 역을 맡아왔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다마야마는 사람을 죽였다는 자책감과 동생에 대한 미안함을 우수에 찬 얼굴에 그대로 담아냈다. "폭넓은 연기를 위해 과감하게 선택한 역할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다마야마는 "그 동안 밝은 이미지의 역할만을 맡아 이미지가 한쪽으로 굳어질까 염려했다"면서 "그래서 어두운 이미지인 살인자 역할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살인자 역할은 다마야마에게 육체적ㆍ심리적으로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배역 이미지를 위해 일주일 안에 5㎏을 빼야했습니다. 매번 형무소 장면만 찍어야 하니까 심적으로도 힘들더라고요. 촬영 후반에는 공허하고 텅 빈 느낌마저 들었어요. 그 때는 스태프 등 주위 사람들과 거의 말도 안 했습니다." 영화 속 두 형제가 나누는 편지는 중요한 의미를 담는다. 형에게 편지는 삶을 지탱해 주는 버팀목인 반면 동생에게는 차별의 빌미가 된다. 그에게도 편지에 대한 추억이 있을까. "저는 교토 출신입니다. 고교 졸업 후 무작정 도쿄로 왔어요. 고생도 많이 했죠. 그때 어머니께서 격려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그 때 어머니의 글씨체를 처음 알았습니다. 어머니의 필체를 처음 알았다는 사실이 부끄럽더라고요. 그 편지가 많은 격려와 위로가 됐습니다." 그는 "잡지모델로 일을 시작한 뒤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인 연예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마야마는 현재 '선물'이라는 옴니버스 영화를 촬영 중이다. 차기작은 만화 원작의 '프리지아'. '나나2'는 촬영을 마치고 다음달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란다. '나나' '천국의 책방' 등을 통해 인기 배우가 된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그는 "감독님들이 장르에 상관없이 주저하지 않고 덤벼드는 모습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 다마야마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ㆍ일 합작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연합뉴스

SBS 멜로드라마 ‘눈꽃’ 주몽에 도전장

SBS가 정통 멜로 드라마로 MBC ‘주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SBS의 히든카드는 김수현 작가의 자전적 원작소설 ‘눈꽃’. 1992년 영화로 만들어졌던 작품을 그의 제자인 박진우 작가가 새롭게 각색했다.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난 박 작가는 “선생님 작품의 향기와 뼈대만 가져 왔다. 쓰고나면 ‘일품 도시락 정도 되겠지’ 하는데 배우들과 대본 읽어보면 옆구리 터진 김밥 같다”며 웃었다. ‘눈꽃’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엄마 강애와 딸 다미가 겪는 갈등과 사랑 이야기가 뼈대를 이룬다. 강애는 남편에게 배신당해 이혼한 뒤 그 존재를 숨긴채 홀로 딸을 키운 베스트셀러 작가. 고3인 다미는 모범생에 착한 딸로 자랐지만 아버지의 존재를 안 이후부터 엄마와 사사건건 대립하게 된다. 강애와 다미는 김희애와 고아라가 각각 맡았고 남편 유건희 역은 이재룡이 연기한다. 김희애는 “원작의 완성도가 훌륭했고 2004년부터 탄탄하게 준비된 작품이기 때문에 배우로서 욕심이 났다”면서 “유행을 좇지 않는 진득한 드라마를 원했던 시청자라면 분명 마음에 드실 것”이라고 말했다. 주몽과의 승부에 대해 그는 “너무 시청률이 치솟고 있으니깐 오히려 부담이 안되더라”며 “부끄럽지 않은 드라마를 만드는게 최선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미 역의 경우 2004년 제작진이 이효리의 낙점을 추진했다가 원작자의 반대로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던 캐릭터. 고아라는 “정극은 처음이어서 모든 게 새롭고 열심히 배운다는 생각으로 찍고 있다”면서 “김희애 선배님이 직접 연기 시범도 보여주면서 잘 이끌어주셔서 항상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재룡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재일교포로 살아남기 위해 일본 주류사회의 여자와 정략적으로 결혼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며 “문제가 벌어졌을 때 해결하는 성격은 안되지만 가슴은 따뜻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메가폰을 잡은 이종수 PD는 “여느 트렌디 드라마와 달리 작품의 깊이와 메시지가 남다르다”며 “부모와 자식 간의 섬세한 감정선을 담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월화드라마 ‘눈꽃’은 20일 오후 9시55분 첫회가 방송된다.

진심은 통한다…김래원 몰입 연기에 시사관객들 박수!

가끔 기자시사회가 아닌 일반시사회를 찾는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대로 자신이 느끼는 대로 웃고, 걱정하고, 화내는 관객들의 반응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다. 일반시사회 관객들 큰 박수 15일 밤 9시 영화 ‘해바라기’를 관객들과 함께 봤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김래원의 연기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이 컸다. 10년 수감생활로 세상과 격리된 탓에 사회적응력이 떨어져 다소 덜떨어져 보이는 태식의 순박함에 웃고, 가족들과 조용하게 살고 싶은데 가만 놔두지 않는 어둠의 세력에게 화를 내고, 문득문득 고개를 드는 살기를 누르기 위해 무던히도 참고 당하는 태식을 안쓰러워 하고, 끝내 분노가 터지자 함께 눈물 짓는다. 김래원이 오태식인지, 오태식이 김래원인지…. 데뷔 9년차 김래원의 연기에 물이 올랐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영화 ‘어린 신부’ 류의 귀여움과 낭만을 떨치고 변신을 꾀했던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연장선 정도겠거니 하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똑같은 양아치지만, 그저 그렇게 단순하고 전형적인 양아치 연기가 아니다. 오태식이 김래원인지, 김래원이 오태식인지…. 연기를 하는 주체와 표현 대상이 된 객체 사이에 놓인 경계가 무너질 만큼 몰입했다. 진정성 강한 김래원의 연기는 태식 캐릭터와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이고 관객의 마음에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김래원은 오랜 수감생활로 변해도 너무 변한 세상에 탄력있게 대응하지 못해 모자라 보이는 태식, 그럼에도 예전처럼 주먹이 아니라 순종과 인내로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는 태식을 스크린 위에 ‘생생하게’ 만들어 낸다. 선 굵은 얼굴과 단단하고 사내다운 느낌을 지우고 어리숙한 표정과 티없이 맑은 웃음으로 관객 앞에 우뚝 섰다. 뻔한 스토리, 뻔하지 않은 영화 과거 주먹계의 전설이었던 태식이 10년 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의 심장 쪽 주머니엔 ‘희망수첩’이 들어있다. 다시는 싸우지 않겠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 다시는 울지 않겠다…. 사실 ‘해바라기’의 스토리는 뻔하다. 오랜 시간 눈물로 참회하며 결심한 대로 원수를 양아들로 받아들여준 어머니, 목숨을 걸고라도 지켜주고 싶은 주희와 행복하게 살고 싶은 그를 세상은, 그의 재기가 두려운 조폭들은 가만두지 않는다. 태식이 결국 가족을 위해 다시 피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결말은 영화 시작부터 보인다. 뻔한 결말을 뻔하지 않게 하는 데에 배우 김래원과 강석범 감독이 있다. 어딘가 멍청하고 순박한 사회부적응자의 모습과 순간순간 번뜩이는 살기어린 태식을 오가는 김래원의 연기는 극에 탱탱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로맨틱 코미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의 각본·감독, 코미디 ‘투사부일체’의 각본을 담당했던 강 감독.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답게 이번에도 맛있고 재밌는 대사를 곳곳에 포진시켜 무거워진 분위기를 밝게 환기시키는가 하면, ‘코미디 영화도 아닌데 너무 재밌는거 아냐’ 싶으면 코끝을 찡하게 한다.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연출 솜씨가 여간 아니다. 조연들의 호연도 한몫 여기에 ‘열혈남아’의 나문희 처럼 사내의 폭력성을 순화시키는 모성애의 표상으로 등장한 어머니 김해숙, 신인답지 않게 당찬 발랄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표출시키며 김해숙과 김래원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은 허이재. 두 여배우가 김래원의 양어깨에서 제몫을 단단히 해냈다. 그 밖에도 악랄한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조판수 회장 역의 김병옥, 조폭이라고 죄다 무식하다는 편견은 버리라고 항변하듯 차분히 넘버2 양기를 연기한 김정태, 시대가 바뀌어도 조폭은 단순과격해야 제맛이라며 양기와 대립각을 그리는 정수 역의 이창무까지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가 극의 재미를 돋운다. 조폭 영화의 ‘패러다임 쉬프트’ ‘해바라기’는 어딘가 ‘열혈남아’와 닮아 있다. 두 영화 모두 건달이 주인공이지만 기존의 조폭영화와는 분명하게 선을 그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조폭영화들이 낭만이나 추억으로 폭력을 미화하며 무분별하게 스크린에 피를 뿌렸다면, 두 영화는 죽여야 하는 원수의 어머니(열혈남아), 내가 죽인 사람의 어머니(해바라기)의 정 속에서 자신의 무차별 폭력의 정당성에 대해 고민한다. 결국 폭력의 칼날은 무뎌진다. 폭력보다 강한 모성, 두 영화는 모성을 통한 폭력의 자기 반성을 시도한다. 이러한 새로운 기류가 한국영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해볼 일이다. 김래원 앞에 명실상부하게 ‘배우’라는 수식어를 훈장으로 달아줄 영화 ‘해바라기’는 23일 개봉한다.

中 여배우 성상납 테이프 폭로로 연예계 `발칵'

"몸을 주고 배역을 따냈다"는 중국 여자 탤런트의 폭로로 중국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중국 사극 탤런트 장위(張鈺.여.30)는 최근 기자회견을 자청, "그동안 출연했던 모든 배역은 몸을 주고 바꾼 것"이라며 성거래 장면을 찍은 일부 동영상 및 녹음 테이프를 공개했다고 홍콩 문회보(文匯報)가 16일 전했다. 장위가 성관계를 가진 시간, 장소, 상대의 이름 등을 함께 적어놓은 20편의 테이프 중에는 중국의 저명한 4세대 감독 황젠중(黃健中.65)과의 녹음테이프도 포함돼 있다. 황 감독은 한 회식자리에서 장위에게 섹스를 요구하며 추근대다 별 소득이 없자 샤오샤(小霞)라는 여자친구를 찾아 함께 나갔다고 장위는 전했다. 장위는 또 중년의 드라마제작사 사장과 관계를 갖는 장면의 동영상을 직접 기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으며 섹스를 대가로 배역을 주겠다는 연예계 인사 4명의 `보증서'도 함께 공개했다. 지난 2003년 황 감독과의 부도덕한 성관계 사실을 폭로했던 장위는 이듬해 황 감독 등 3명으로부터 "품성에 문제가 있으며 돈을 빌려가고도 갚지 않고 핸드폰을 훔쳤다"는 비난을 받자 이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지난 9월 패소 판결을 받은 장위는 결국 언론을 상대로 중국 연예계의 적나라한 실상을 공개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장위의 대담한 폭로로 중국 연예계 인사들은 혹시나 `장위 리스트'에 자신이 올라가 있지 않을까 좌불안석이다. 장위는 "여자 연예인은 섹스로 출연기회를 얻는 것이 연예계의 룰"이라며 "이런 일들은 연예계 종사자라면 모두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전했다. 홍콩 경제일보는 중국 연예계 내부관계자를 인용, 여자 연예인들이 성상납으로 배역을 따내는 일이 60%를 넘고 기성 배우나 탤런트 뿐 아니라 예술학원 학생들도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기성 연예인과의 하룻밤 비용은 호가가 3만위안(약 360만원)이고 예술학교 여학생은 수천위안으로 공정가가 형성돼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 2003년 중국 최고 연예인 배출기관인 중앙희극학원에선 드라마에 갓 출연을 시작한 퉁야오(董瑤)가 연기과 학과장인 황딩위(黃定宇)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으로 중국이 떠들썩하기도 했었다. 또 여자 연예인은 섹스 뿐 아니라 항상 제작진의 회식비, 보육비를 부담하는 것이 하나의 규칙처럼 돼 있다고 그는 전했다. 최근 남자 연예인에게도 이런 현상이 파급되면서 2급 배우나 탤런트가 1급으로 올라서기 위해 제작진에게 돈을 바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인이 급거에 스타로 올라서는 경우는 이런 `룰'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라고 이 연예계 인사는 주장했다. /연합뉴스

송승헌 보려는 일본 팬들로 항공권 동나

한류스타인 배우 송승헌(30)씨와 인기 탤런트 장혁(30)씨가 24개월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15일 강원도 화천 승리부대에서 나란히 전역했다. 송씨는 이날 오전 7시쯤 자신이 복무하던 포병대대에서 전역신고를 마친 다음 화천군 상서면 봉오리 승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송씨는 “마냥 좋을 것 같던 오늘이 왔지만 정든 전우들과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쁘지만은 않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병역비리 사건에 연루돼 입대한 사실과 관련 “어리석고 성숙하지 못했던 판단 때문에 실망과 상 처를 안겨줬다”며 “시작은 좋지 않았지만 성실하게 군 생활을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장 주변에는 국내외 취재진과 1000여명의 팬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팬들은 이날 새벽 폭설이 내렸는데도 ‘2년 동안 수고하셨어요’ 등의 글귀가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송씨를 기다렸다. 일본 후지TV는 송승헌의 제대 모습을 일일이 카메라에 담아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하기로 했다. 송씨와 함께 입대한 장혁씨 역시 같은 부대에서 제대했다. 장씨는 폭설로 도로가 막히자 자신이 근무하던 부대에서 민통선 초소까지 1시간 이상 도보로 이동하기도 했다. 장씨는 초소 앞에서 기다리던 국내외 취재진에게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머리도 다시 짧게 깎고 나왔다”며 “열심히 활동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송씨는 18일과 19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아시아 팬미팅’을 열면서 연예계 복귀를 알릴 예정이다. 이번 행사엔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9000여명의 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송씨와 장씨 모두 내년에 드라마 출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