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우 "나처럼 운 좋은 배우가 있을까요"

앉자마자 김승우는 이렇게 말했다. "나 처럼 운 좋은 배우가 있을까요?" 스스로도 안다. "주연을 맡은 영화 한두 편 정도 망하면 영원히 섭외조차 들어오기 힘든 이 '바닥'에서 필모그래피 중 흥행작을 다섯 손가락 안에 꼽기도 힘들 만큼 내세울 만한 작품이 없는 배우에게 이렇게 계속 작품이 들어오고, 또 이제야 비로소 '재발견' 등등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거냐. 난 정말 운이 좋은 배우다." 김승우는 이처럼 솔직한 인간미로 평가받는 배우다. 그런데 이젠 그에 대한 시선의 각도를 달리해야 할 듯하다. 고현정과 출연한 '해변의 여인'(감독 홍상수, 제작 영화사 봄ㆍ전원사), 장진영과 호흡을 맞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하 연애참, 감독 김해곤, 제작 굿플레이어)을 31일과 9월7일 잇달아 선보이며 관객을 헷갈리게 하는 김승우는 두 편의 영화에서 비로소 연기 맛을 아는 배우,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배우가 됐다. 여자와 하룻밤 섹스를 나누고 싶은 생각에 능글능글한 작태를 보이는 영화 감독 중래나 연애 따로, 결혼 따로 그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기만 한 '백수' 영운은 김승우라는 배우를 통해 낯 뜨거울 만큼의 현실성을 갖춘 인물로 다가온다. 행운이 연달아 왔지만 각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의 개봉이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불운만큼은 피하지 못했던 김승우와 두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맞춤복을 내준 두 감독과의 만남이 큰 변화 '해변의 여인'에서건 '연애참'에서건 그는 딱 맞춘 듯한 연기를 해냈다. 마치 중래가, 영운이 김승우인 듯 보였다. 배우에게 그 배우 외의 배우가 생각나지 않았다는 표현은 더할 나위 없는 칭찬이다. 특히 '연애참'에서 아내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폭로하는 전화를 건 연아를 흠씬 두들겨 패고 나서 죄책감과 현실의 답답함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아내에게 전화해 "수경아, 사랑해"라고 울먹이는 영운과, 끊을 수 없는 연아와의 사랑을 직시하며 그저 말없이 우는 '연애참'의 마지막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이다. 갑자기 연기력 출중한 배우가 된 김승우. 주변의 이런 칭찬에 그는 어떤 생각이 들까. 그는 "난 훌륭한 배우는 아니다. 훌륭한 배우라면 기성복을 입어도 맞춤복을 입은 듯 내게 잘 맞지 않은 배역도 소화해내야 하는데 기성복이면 기성복이라는 티를 내듯 연기했다. 그런데 홍상수, 김해곤 두 감독이 내게 맞춤복을 입은 듯한 연기를 끄집어내게 했다"며 모든 공을 두 감독에게 돌렸다. 데뷔작 '장군의 아들' 때 만나 20년 가까이 김승우와 친하게 지낸 김해곤 감독은 누구보다도 배우 김승우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이 작품 하기 전에도 "너와 작업한 감독들, 진짜 널 모른다. 코미디를 한답시고, 멜로를 한답시고 그저 전형적인 틀에 널 가둬놓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홍 감독은 배우의 역량을 한껏 뽑아낸다. 홍 감독은 "배우에게 50%를 발견하면 내가 생각하는 50%와 조합을 이루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홍 감독이 김승우한테만큼은 더 자유롭게 놔줬다. "들은 이야기지만, 홍 감독은 배우들이 대사를 바꿀 수 없게 한대요. 그런데 전 대사를 잘 못외워요. 이해를 하는 편이죠. 1-2-3-4-5순으로 된 대사를 제가 이해하면 3-5-2-1-4, 이런 식으로 바꿔 말해도 전달이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내가 바꾸는 것을 홍 감독이 받아주시더라구요." 이처럼 두 감독 모두 김승우를 자유롭게 풀어놓았다. "난 생각보다 유연한 배우예요. 그런데 이번 두 작품을 통해서 내가 갖고 있는 배우로서의 유연함을 맘껏 풀어놓은 거죠. 그래서 '연애참'이 끝났을 때 좀 쉬려고 했던 게 스스로도 '원 없이 연기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어쩌다 또 '해변의 여인'의 홍상수 감독을 만나 또 원 없이 연기하게 됐구요. 아무리 생각해도 전 운이 좋습니다." ◇나이가 주는 세상에 대한 이해 '연애참'은 김해곤 감독이 1998년 '보고 싶은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에서 당선됐던 작품을 영화로 만든 것. 벌써 8년 전의 일이며, 김 감독이 '파이란'의 시나리오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전 쓰인 작품이다. 출품하기도 전에 김승우에게 보여줬다. "그땐 제가 20대 후반이었어요. 정말 재미가 없더라구요. '세상에 이런 사람도 다 있어?' 그런 생각으로 공감이 전혀 되지 않았죠. 그런데 이번에 다시 봤어요. 다 바뀌어 있더라구요. 형(김 감독)에게 전화해 물어봤죠. '형, 도대체 뭐가 바뀐 거지?'라고. 그랬더니 '글자 한 자 바뀐 거 없어'라고 하더군요. 너무 느낌이 다르다고 했더니 '임마, 네가 30살이 훨씬 넘었잖아' 그러더군요. 세월이 흘러 그래도 이제는 조금은 삶을 알게 된 나이가 됐더니 이 사랑의 느낌이 달리 받아들여지네요." 그가 생각하는 영운은 도대체 생각이 없는 놈이며, 또한 다분히 현실적인 놈이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인 영운을 두고 "둘 중 하나는 정리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그는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었지만 "의외로 주변에서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고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영운에 푹 빠져 지냈지만 (제작비 때문에) 힘든 제작과정을 견뎌야 했던 그가 홍상수 감독을 만나 중래를 연기하게 되자 주변에서 "너 어쩌다 시나리오를 보는 혜안이 갑자기 생겼냐"고 놀리기까지 했다. 문숙(고현정)을 진짜 사랑하지는 않으면서 여체에만 관심있는 중래. 나름대로 사랑을 하기 위해 애쓰는 남자인 중래는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일 수밖에. 둘 다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그는 이를 표현해낸 공 또한 두 감독에게 돌렸다. 개인적인 경험담을 덧붙이면서. "제가 어느 날 촬영장을 봤더니 제가 최소한 3~4번째더군요. 그만큼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보다 어린 사람들이 많아요. 남주에게 '왜 이리 촬영장이 젊어졌을까' 그랬더니 '오빠가 나이 든 거야' 그러더군요. 나이가 든다는 건 내가 누구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이 더 많아졌다는 걸 뜻하죠. 그런데 사실 저 역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의지하고 싶고, 투정부리고 싶거든요. 그걸 두 감독에게 할 수 있어서 믿고, 편안하게 연기했습니다." ◇편안하고 넉넉한 둥지가 된 가정 그에게 결혼 생활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톱스타들의 만남은 여전히 관심이 가기 때문이다. 여전히 김남주와의 부부 CF, 아이 공개 등을 하지 않는 그가 9개월된 딸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랑한다. 영락없는 그냥 아빠일 뿐이다. "2년 전쯤 안성기 선배가 (박)중훈 형한테 저에 대해 '승우는 책도 열심히 읽고, 사람들과 관계도 좋고, 다 갖춘 것 같은데 뭔가 하나 빠져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하셨대요. 제 옆자리가 비어 있던 거죠. 결혼 후 꽉 차 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이 표현으로 그는 김남주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전했다. 어느 한 TV 연예프로그램에서 "밖에서는 그렇게 잘 웃고 분위기를 이끄는 사람이 집에서는 말도 없고 무뚝뚝하다"고 말했던 김남주의 말이 기억나 물었다. 왜 그러냐고. 그는 크게 웃으며 "남자에게는 콤플렉스, 또는 압박감이 있는 것 같다. 밖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집에서는 내색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런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그의 성격 때문에 개봉을 앞두고서야 '연애참'의 제작과정이 힘들었다는 것을 안 김남주는 "왜 말 안했느냐"고 하지만 "아내에게 그런 걱정까지 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우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자기 자리를 확고히 찾아가는 김승우의 살아가는 모습이 따뜻해보였다. /연합뉴스

슬랩스틱의 귀환?…‘마빡이’ 열풍은 복잡한 시대상의 반영인가

27일 방송된 KBS 2TV 개그 콘서트에 새로 등장한 '골목대장 마빡이' 코너가 단 한차례 방송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마빡이'의 웃음 코드는 독특하다. 정종철 박준형 등 개그맨 4명은 무대에 나와 코너가 끝날 때까지 줄곧 이마나 몸을 찰싹찰싹 때린다. 대사는 거의 하지 않고 무작정 이마만 때리는데 시청자들은 박장대소했다. '슬랩스틱 코미디(slapstick comedy)' 전성시대가 다시 찾아온 것일까? ◇말의 유희는 이제 식상해졌나?… 몸으로 웃기니 웃기네 슬랩스틱 코미디란 연기와 동작이 과장되고 소란스런 희극을 말한다. 1910년대 미국 영화 초기에 이런 형태가 주를 이뤘다. 무성 영화 시절 찰리 채플린을 떠올리면 된다. 1970∼1980년대 한국에 '개그맨'이 등장하기 전 웃음 제공자였던 '코미디언'의 코드도 슬랩스틱에 가까웠다. 절묘한 언어적 유희의 스탠딩 개그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슬랩스틱은 “촌스럽고 유치하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최근 각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 다시 슬랩스틱 코드가 서서히 주류로 등장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SBS 웃찾사의 ‘화상고’ ‘언행일치’ 등의 코너가 인기를 끈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에서도 슬랩스틱 코미디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짐 캐리의 영화나 최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도 이 장르로 분류된다. ◇시대 복잡할수록 단순한 웃음이 좋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토크쇼형 개그에서 다시 복고적인 '코미디언풍'이 새로운 웃음 코드로 자리잡은 것일까. 마빡이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배꼽빠지게 웃었다” “유치하고 단순하지만 많이 웃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개그의 질을 떨어뜨리는 유치한 서커스"라고 비난도 있었다. 웃음의 코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르다. 미국 광고회사 JWT가 지난해 8개국 소비자와 코미디언,드라마 작가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은 농담형의 유머를 좋아하는 반면 여성은 이야기가 짜여져 있는 쪽에 더 호응을 보냈다. 고려대 언론학부 마동훈 교수는 “몸으로 웃기는 방식이 사회의 새로운 웃음 코드로 자리잡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개그 프로그램들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최형인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시대상이 복잡할수록 더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며 “배우들의 모자란 듯한 연기를 보면서 결국 우리도 얼마나 바보스러운지 스스로 위로하는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르완다 내전, 9·11 테러, 삼풍백화점 붕괴… 영화에선 어떻게 그려질까

더위가 9월 초까지 이어진다지만 아침 저녁 공기는 이미 달라진 느낌이다. 여름 내내 공포물과 코미디,가족극으로 가벼워졌던 영화계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내려앉는 모습이다. 현실에 기반한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봉을 앞둔 ‘호텔 르완다’(9월7일) ‘플라이트93’(9월8일) ‘세계무역센터’(10월20일)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국영화 중에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재현할 ‘가을로’(10월19일 예정)와 1986년 건국대 사태를 비롯한 1980년대 사회를 그려낼 황석영 원작의 ‘오래된 정원’(10월중)이 곧 공개된다. 이 작품들을 보면 외화들은 실제 사건을 영화적으로 재조명하는 데 주력한 반면 한국 영화는 실화를 모티프로 한 멜로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각기 목적은 달라도 잠시나마 현실을 돌아보게 해줄 이 작품들을 먼저 들여다본다. ◇호텔 르완다=1994년 르완다에서는 내전이 일어나 무려 1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기까지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전의 원인이 무엇인지, 참혹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세계 정세는 어땠는지 알기는 어렵다. ‘호텔 르완다’는 이 참상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되 설명적이지는 않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또 남의 아픔에 몇 분의 관심도 돌리지 못하는 우리 모두에 대한 뼈아픈 일침이 들어있다. 영화는 르완다의 다수민족인 후투족이 소수의 투치족을 무차별 학살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근무하는 호텔에서 1268명의 투치족을 100일간 지켜낸 인물 폴 루세사바기나의 실화를 그린다. 처음에는 가족밖에 모르던 그가 차츰 모든 생명의 귀중함을 깨닫고 온몸으로 위험을 막아내는 모습은 뭉클함을 준다. ◇플라이트93·세계무역센터=‘본 슈프리머시’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만든 ‘플라이트93’과 올리버 스톤 감독의 ‘세계무역센터’는 둘 다 9·11테러를 소재로 삼았다. 전 세계를 경악케 한 이 사건은 영화화되지 않는 것이 이상할 만큼 힘있는 소재지만 아직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두 감독 모두 테러의 원인은 건드리지 않고 이로 인해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서민들에게만 카메라를 들이댔다. 먼저 공개된 ‘플라이트93’은 당시 납치된 네 비행기 중 유일하게 목표물 충돌에 실패한 UA93편 안의 상황을 당시 탑승자들이 가족과 나눈 기내 통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죽음 앞에서 마지막 용기를 내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은 감동을 주지만 아랍인 테러범들간의 대화는 자막조차 달지 않는 등 미국 관객만을 고려한 측면은 거슬리다. ◇가을로·오래된 정원=‘가을로’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으로 애인 민주(김지수)를 잃은 남자 현우(유지태)의 이야기다. 미니어처와 CG 등으로 재현된 백화점 붕괴와 폐허 장면은 전체 영화의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그러나 주인공은 허구의 인물이며 줄거리도 민주를 잊으러 떠나는 현우의 여행이 중심이다. ‘오래된 정원’은 지진희와 염정아가 연기할 두 주인공이 원작보다 밝아진 느낌은 있지만 비교적 소설을 충실히 살린 작품이다. 이를 위해 건국대 사태를 재현해 찍었고 3∼4분 분량으로 포함될 예정이다.

평범한 형제에게 12년만에 나타난 ‘아버지’의 의미… 새 영화 ‘리턴’

요즘 영화들은 극적 재미를 위해 갈수록 독특한 소재와 치밀한 반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잘 만든 상품같은 영화들이 가질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우리 삶을 한 토막 뚝 잘라 보여주는 듯한 생생함이다. 그 퍼덕퍼덕한 삶의 단면이 치명적 결말로 치달을 때 관객에게 전달되는 무겁고도 진한 감동. 그것은 영화를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지만 최근 영화들은 이 매력을 거의 잊은 듯하다. 2003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과 황금사자상을 동시에 수상해 화제를 모았던 안드레이 즈비야진체브 감독의 ‘리턴’(The Return)이 9월 1일 개봉한다. 러시아 영화지만 어려우리라는 편견은 필요 없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 어느 시대,어느 나라 관객이 보아도 공감할 소재를 다뤘다는 것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비슷한 소재의 어떤 작품에도 묻히지 않을 만큼 인상 깊은 결말을 선사한다. ‘리턴’의 소재는 한 마디로 ‘아버지의 부재(不在)’다. 할머니,어머니와 함께 평범하게 살던 두 소년 안드레이(가린 블라디미르)와 이반(보드론라보브 이반)은 12년간 집을 떠나 있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오자 혼란을 느낀다. 그동안 뭘 했는지,어디 있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아버지는 난데없이 두 아들을 차에 태우고 낚시 여행을 떠난다. 소년들은 설레는 한편 사뭇 불편하다. 안드레이는 아버지에게 잘보이려 쩔쩔매면서도 서서히 유대감을 찾아가지만 사진으로만 아버지를 기억해왔을 뿐인 이반은 아버지가 진짜인지 의심스러워하며 계속 반항적으로 행동한다. 영화의 흡인력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짐작할 수 없게 하는 흐름이다. 아버지와 두 아들의 팽팽한 긴장감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지만 그 여정이 화해를 위한 것인지 또다른 결말을 위한 것인지 영화는 전혀 힌트를 주지 않는다. 다만 영화 도입부에 12년만에 돌아온 아버지를 두 소년이 처음 보는 장면,침대에 누운 아버지를 발밑에서 찍은 신은 르네상스 시대 화가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빌리고 있다. 이는 클라이맥스에 대한 복선의 역할을 한다.

스카이라이프, 바다이야기 불똥 튈라

‘바다이야기’ 파문이 방송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디지털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사행성 오락기 ‘바다이야기’ 파문 확산에 따라 지난달 13일부터 유료 쌍방향방송 서비스인 ‘스카이터치’를 통해 선보였던 이른바 고스톱 ‘민속카드게임’을 최근 중단했다고 28일 밝혔다. 스카이라이프는 ‘민속카드게임’이 성인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단순 게임 서비스에 불과하지만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1개월여 만에 중단한 것. 스카이라이프 공희정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사용자간의 경쟁과 평가나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행심을 일으킬 요인이 없지만 괜한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7월 이와 동일한 서비스를 ‘TV 맞고’라는 이름으로 성인인증장치도 없이 선보였다가 방송위원회의 지적 등에 따라 2개월 만에 중단한 전례가 있다. 위성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사업자인 TU미디어도 지난해 연예인 등이 고스톱을 하는 실황을 중계하는 프로그램인 ‘이혁재의 스타맞고’를 방송했으나 방송위원회의 권고 조치를 받고 중단한 바 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데이터방송에 대해 명확한 콘텐츠 심의 기준이나 정책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전통적 방송프로그램에 적용되는 심의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방송위 관계자는 “고스톱은 사행성 조장의 여지가 있어 TV를 통해 다루는 것은 문제”라며 “하지만 데이터방송과 위성DMB 등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심의 기준의 차별화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日 여성 3만명‘욘사마’ 보러 제주行

배용준 주연의 고구려 역사 드라마 ‘태왕사신기(太王四神記)’의 촬영장인 제주를 일본의 ‘욘사마’ 여성팬 3만여명이 찾을 전망이다. ‘태왕사신기 찰영장 방문투어’의 독점권을 갖고 있는 JAM투어에 따르면 일본측 파트너여행사인 긴키저팬투어리스트㈜ 등이 이미 5000여명의 여성 관광객으로부터 예약을 받았다.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는 9월5일 일본여성 200여명의 세트장투어를 시작으로 촬영이 끝나는 2월말까지 최대 3만여명의 일본 여성팬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JAM투어 측은 자신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제주시 구좌읍 묘산봉 관광지구 인근에 마련된 ‘태왕사신기 세트장’ 투어 하나로 올해 제주도를 찾는 전체 일본인 관광객수가 작년 대비 50%가량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주도는 배용준을 보러 세트장을 찾는 관광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의자와 그늘막,화장실 등을 따로 지었고,식수대 등의 편의시설과 그 수도 계속 늘여갈 계획이다. 태왕사신기 투어 관계자는 “투어가 드라마 촬영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촬영 중인 ‘욘사마’ 배용준의 모습을 실제로 보기가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음에도 일본 여성들의 예약이 잇따르고 있다”고 놀라워했다. 이 회사는 ‘촬영 방해 우려시 투어 일정 변경’ ‘카메라·캠코더 등 촬영 도구 반입 금지’ 등을 전제로 6개월의 협의 끝에 겨우 여행상품에 대한 독점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태왕사신기 세트장은 하루만 방문하고 나머지 일정은 자유롭게 투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제주지역 관광수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을 소재로 제작중인 ‘태왕사신기’의 제1세트장은 ㈜청암엔터테인먼트가 구좌읍 김녕리 9000여평 부지에 150억원을 투입해 고려의 궁궐,태학,양반거주지 등이 지어지고 있으며 현재 7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또 60억원을 들여 다음달 말까지 제2세트장인 구좌읍 송당리 성불세트장(격구장,호랑이·곰족 등 서민마을)을 완공할 예정이며,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날부터 다음달 2일까지 5일간 이들 세트장 공사현장을 일반에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