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득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뇌물죄는 공적 권력을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얻는 부패를 예방하기 위한 공무원 범죄의 하나다. 형법 제129조 제1항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형법에 따라 뇌물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사람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다. 즉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은 뇌물죄의 처벌 대상이 될 수 없음이 원칙이다, 다만, 일부 특별법이 공무원이 아닌 사람을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규정을 두어 뇌물죄로 처벌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를 요구한다.
최근 이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중요한 판례가 선고됐으므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전통시장법’) 제4조 제1항은 ‘시장 정비사업과 관련해 이 법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중 재개발사업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시장정비사업이 도시정비법에 따른 재개발사업과 그 실질이 동일하다는 점을 고려해 전통시장법에서 특별히 규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 도시정비법의 재개발사업에 관한 규정을 시장정비사업의 관련 사항에 원칙적·포괄적으로 준용하도록 정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도시정비법 제134조가 ‘조합 임원은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할 때는 공무원으로 본다.’라고 규정해 조합의 임원을 형법상 뇌물죄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의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조합의 임원은 본래 공무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범죄인 뇌물죄로 처벌될 수 있다.
반면 전통시장법은 시장정비사업과 관련해 뇌물죄를 적용하는 데 시장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을 공무원으로 의제한다는 내용의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도시정비법의 공무원 의제 조항은 재개발사업을 비롯한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조합 임원의 법적 지위를 정한 것으로써 재개발사업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있으므로, 시장정비사업조합의 임원에 대해 도시정비법의 공무원 의제 조항을 준용하는 것이 그 성질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의 핵심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2025년 4월24일 선고 2024도16766 판결)은 시장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을 전통시장법 제4조 제1항에 의해 준용되는 도시정비법 제134조의 규정에 따라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안처럼 단체의 설립 근거가 법률인 경우 그 단체의 임원들을 공무원으로 의제해 뇌물죄로 처벌하는 규정이 우리나라의 다수 법률에 산재해 있다. 관련 사무를 처리하는 분들은 혹여 공무원 범죄로 형사처벌 받는 일이 없도록 법률 조언을 받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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