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전곡리에 뼈를 묻어라”… 스승 뜻 따라 ‘한평생’

때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천군의 한탄강변 전곡리에서 미국 병사 그렉 보웬에 의해 발견된 돌맹이가 구석기 유물로 밝혀지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그리고 1년 후 전곡리 1차 발굴현장, 쪼그리고 앉아 흙더미 속을 뒤지던 젊은 연구원은 자신만 만나면 구석기도 재미있는데 말이야 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는 스승(김원룡 서울대 교수)의 속내를 알아차렸다. 그것은 삼국시대 마구(馬具말타기 도구)가 전공이었던 그에게 전곡리서 뼈를 묻어라라는 스승의 명령이었다. 동아시아에서는 출토예가 없는 아슐리안 주먹도끼의 출현은 그만큼 스승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고 쉽지 않은 과업인만큼 애제자가 이뤄주기를 바랐다. 배기동은 미 버클리대 유학을 마치고 86년부터 전곡리에서 스승의 뜻을 받들었다. 그곳에서 청춘을 보내는 동안 25년이라는 세월이 후딱 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 구석기 고고학의 성지(聖地)라고 할 수 있는 전곡리 선사유적지에 박물관이 들어섰다. 전곡선사박물관이다. 물론 박물관의 초대 관장은 전곡리 발굴의 산역사인 배기동(60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장)이 맡았다. -박물관 외형이 상당히 특이하다.건물은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해 선정한 프랑스 건축가 니컬러스 데마르지에르의 작품이다. 가운데가 트인 자연 둔덕을 연결해 뱀의 형상으로 만들었다. 원시 생명체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뱀 자체는 자연을 상징한다. 이런 독특한 건축학적 조형미를 감상하기 위해 이미 많은 건축 전문가가 다녀갔을 정도다. -연천군의 인구가 5만이 채 안된다. 때문에 세계적인 박물관이 건립된 데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가 만만치 않다. 부담도 클텐데, 박물관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가.그렇지 않아도 박물관이 지역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지를 고민하고 있다. 지역사회 역시 그에 따른 경제사회 전략을 세워야 한다. 박물관이 세워진 곳은 38선이 지나는 곳이다. 사회적 상징이 될 수 있다. 미군병사가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발견해서 전곡선사 유적이 세상에 알려졌듯이, 이 곳은 그 자체로 분단과 전쟁, DMZ와 생태 등으로 연계가 가능하다.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이야기거리는 얼마든지 있다. -활용방안이 있다는 뜻인가.박물관 정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고민을 해온 터라 박물관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는 잘 알고 있다. 박물관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의 다른 영역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물론 이곳이 여전히 지리적으로 거리가 멀고, 재반 자료들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유적지내에 박물관이 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인근에 레저시설이 연속해 있다는 이점을 이용한다면 박물관이 경기 북부의 핵심 포인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고고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물론 학생들도 서울은 몰라도 전곡리는 안다고 한다. 전곡리 선사유적의 역사적 가치가 그만큼 크다고 봐도 되는가.전곡에서의 아슐리안 주먹도끼의 발견은 고고학계의 혁명이었다. 대표적인 전기 구석기 유물인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프랑스 생 타슐 유적에서 처음 발견돼 이런 이름을 얻게 된 것인데 150만년 전부터 10만년 전까지 사용됐던 구석기다.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모비우스의 학설이라고 해서 이런 아슐리안형 석기문화는 유럽과 아프리카에만 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런데 동아시아, 그것도 한반도 전곡리에서 아슐리안형 도끼가 나온 것이다. 철통 같던 모비우스의 가설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첫 발굴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대학(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졸업하고 삼성 호암미술관에서 잠깐 일을 했다. 1979년 학교로 돌아갔을 무렵 전곡리 유적에 대한 첫 발굴이 시작됐다. 이때 박물관 조교였기 때문에 발굴현장 총괄 소장을 맡게 됐다. 전공이 삼국시대 말 타기 도구여서 구석기는 생소한 분야였다. 처음에는 조교로서 해야할 일이라고 해서 했다. 그런데 발굴하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전환점이었다.1차 발굴은 서울대, 국립박물관, 문화재연구소, 경희대, 건국대, 영남대까지 6개 팀이 공동으로 했다. 6개 팀이 함께 하다보니까 의견차이가 발생했다. 그 이후부터는 서울대에서 도맡았다. 김원룡 교수는 전곡을 서울대의 대표유적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때문에 총대를 메라는 압력을 많이 받은 것도 사실이다. -처음 전곡리 유적의 주위 환경은 상당히 열악했을 것으로 생각된다.당시 서울에서 전곡 유적지까지 오려면 검문만 적어도 여덟번을 받았다. 최전방이었고 군사지역이었다. 현장에 거주하며 발굴을 하는 동안 대전차 지뢰가 터져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국내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한 연천전곡리구석기축제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축제가 박물관을 열게 된 바탕이 됐다. 진리가 아니면 대중을 끌어 모을 수 없다. 또 대중이 있어야 진리가 빛나는 것이다.전곡리 유적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으로 역사 교과서 첫 페이지에 나온다. 인근 군부대에 면회온 가족들이 가끔 찾아왔는데 대부분이 별거 없네하며 돌아갔다. 그래서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유적에 대해 더 많이 알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유적전시관을 열게 됐고, 개관 기념으로 선사시대 퍼포먼스를 했다. 지역주민들을 불렀는데 반응이 좋았다. 이것이 선사유적 페스티벌 탄생의 배경이 됐다. -다른 박물관에 비해 대중성을 불어넣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선사박물관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돌만 전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중요한 것은 돌을 가지고 어떻게 자연속에서 살았느냐를 설명해 주는 것이 박물관의 역할이다.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은 심각한 관람자와 관광성 관람자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대상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심각한 관람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유아부터 중학생까지의 계층을 다차원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체험 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관광성 관람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주변의 관광요소와 연계 루트를 만들 계획이다.-전곡리 유적지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있을 것 같다.구석기에서부터 현대까지의 자연의 변천을 피부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박물관은 이 큰 그림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박물관이 생긴 이유는 유적이 있기 때문이다. 유적의 가치가 높아져야 박물관의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본질을 놓쳐서는 안된다. 박물관을 중심으로 학문적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전곡선사박물관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될 것이다. 대담=박정임 문화부장 bakha@ekgib.com정리=윤철원 기자 ycw@ekgib.com사진_전형민 기자 hmjeon@ekgib.com

‘구제역 전쟁’ 116일의 사투… “가축 유전자원 지키기 방심은 없다”

지난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사람들이 있다. 대대적으로 발생한 구제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축산농가와 구제역을 빨리 종식시키기 위해 개인적인 생활까지 포기한 관련 공무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구제역은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11개 시도에서 150건이 발생, 347만9천여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하는 엄청난 기록과 피해를 남기고 지난 24일 위기 경보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낮춰졌다. 지난해 11월 말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지 116일 만에 드디어 종식된 것이다. 이에 장원경 국립축산과학원장을 만나 구제역과 종식 이후 축산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구제역, 그 혹독했던 겨울장원경 국립축산과학원장은 구제역이 한창 확산되던 지난 1월7일 부임했다.그는 악성 전염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것을 하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였다며 심각성을 깨닫는 와중에 원장으로 발령이 났기 때문에 개인적인 능력에 대한 부분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장 원장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선뜻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다며 피하고 싶을 정도로 책임이 막중한 자리이지만 국가 공무원의 기본자세로 누군가는 해야 했다고 말했다.특히 개인적인 안위만 생각했다면 중간에 취소하거나 빠져나가거나 고사할 수도 있었지만 봉사와 희생의 마음에 자리를 나섰다고 설명했다.실상 지난해에만 세차례나 구제역이 발생, 앞의 두건은 큰 피해 없이 마무리됐지만 11월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전국을 휩쓸었다.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그는 임명장을 받자마자 정문 앞 컨테이너 박스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두달 간 사무실에서 잠도 자고 근무도 하는 등 생활이 분리되지 않아 주야의 리듬이 바뀌면서 사무와 일상의 감각을 잃어버린 축산원 직원들의 고충은 엄청났다.새로운 아침을 맞아 출근을 하는 재미도 없이 자고 일어난 자리에서 이불을 개고 앉아 업무를 봐야 하는 생활이 지속되자 감각에 문제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피부병을 호소하는 직원들도 많았다.방이 없어 사무실에서 스티로폼을 깔고 맨바닥에서 자는 것은 물론 식사와 화장실 청소까지 모든 일을 당번을 정해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고 한다.직원들의 가족들도 고통이 심했다.한번은 초등학생인 어린 자녀가 엄마를 보러 왔는데도 접촉이 금지돼 손도 한번 못잡는 상황에서 맛있는것 사먹으라고 5천원짜리를 넣어주고 가는 사례도 있어 직원들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이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이 길어지자 장 원장은 직접 집으로 서신을 보냈다.그는 하루이틀도 아니고 오래 있어야 하는데 집에서는 궁금하기도 하고 건강도 걱정이 됐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갈등 한번 없이 잘 지내준 직원과 가족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낀다고 전했다.국내에서 유일한 축산관련 국립기관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이 이들의 수고와 희생을 가능하게 했다.한번 소실되면 영원히 복구가 불가능한 유전자원을 관리하고 한우, 돼지, 토종닭 등 육질이 좋은 품종을 인공수정센터 통해 보급하기 위한 자원이 많아 이를 지켜내기 위한 막대한 임무에 총력을 쏟은 것이다.특히 수원에는 바이오 신약과 장기를 생산하기 위한 동물들이 있어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자원을 구제역으로 잃을까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다.장 원장은 다행스럽게도 직원들의 일심단결로 사고 없이 유전자원 보존한 것 자랑스럽다고 말했다.그러나 성환에 위치한 축산자원개발부(자개부)에서 발생한 구제역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을 가지고 있다.역설적이게도 자개부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던 당시에도 한 번도 들어가 볼 수 없을 정도로 가장 철저하게 분리돼 있던 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어떻게 뚫린건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492만㎡의 넓은 단지에서 사이트별로 접근이 안될 뿐만 아니라 구제역 당시 완벽하게 차단했는데 일이 발생했다며 방역분야에서 최고라고 생각했던 곳들이 이번 구제역 발생지에 상당수 포함된 것은 충격이었다고 강조했다.다른 곳도 아닌 철저한 방역으로 이름 높던 자개부 2단지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솔직히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답답한 심경이었지만 기관장으로서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이에 그는 대내외 전문가 모여 원인을 찾아내고 국가적 차원에서 방역 프로그램을 다시 만들 계획을 밝혔다.■ 우리나라 축산 연구와 정책의 방향 장원경 원장은 국립축산과학원은 국가기관으로서 크게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목적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즉 현재 당면한 문제와 미래를 준비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우선 당면 문제로는 수요자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연구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농민과 소비자, 중간자가 각자 요구하는 것들을 모두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계란이나 돼지고기, 소고기 등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테이블에서의 안전성 부분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장 원장은 품질이 좋은 생산물을 만들 수 있는 가축 육종, 개량 시스템, 가축이 새끼를 잘 낳도록 하는 문제, 품질문제, 안전성 문제, 사료가격 폭등으로 인한 조사료 생산 등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기관이라고 소개했다.여기에 오메가3를 함유한 축산물 등 다양한 기능성 물질 포함된 식품 생산하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이와 함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바이오신약장기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그는 가축을 이용해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장기와 신약을 만드는 일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우리가 앞으로 나갈 방향이라며 이런 분야에서 축산분야와 국립축산원이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또 이상기후 역시 축산 분야의 새로운 연구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메탄을 저감하거나 탄소를 줄이는 문제, 기온 상승에 따른 축산 적지대 변화 등 미래를 대비한 연구까지 축산연구원의 역할이 주목된다.특히 그는 축산이 농업의 반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임무가 크다고 말한다. 순수 축산물 생산액이 농업의 33.8%를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상황이기 때문이다.또 농업 전체가 양에서 질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이에 맞는 연구 방향을 설정해 소비자가 원하는 질 좋은 생산물 만들기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대담 이용성 경제부장 leeys@ekgib.com 정리 이지현 기자 jhlee@ekgib.com사진 전형민 기자 hmjeon@ekgib.com

옹기의 소박한 멋, 현대 도자의 아름다움

파주 헤이리마을 내 자리 잡은 한향림세라믹뮤지엄(이사장 이정호관장 한향림)은 한국 옹기예술의 멋과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한향림 옹기박물관과 다양한 근현대 도자를 만날 수 있는 한향림 현대도자미술관으로 구성된 전문갤러리다.박물관은 지난 해, 6년간 60여 회에 달하는 다양한 도자 전시를 선보였던 한향림갤러리의 제1전시관을 옹기박물관으로, 제2관을 현대도자미술관으로 각각 특성화해 보다 전문화된 공간으로 탈바꿈, 관람객을 아름다운 도자 세계로 이끈다.지난 2009년 12월 제1종 박물관(경기도 등록 제 09-박-08호)으로 정식 등록한 옹기박물관에서는 지역마다 다르게 생긴 다양하고 아름다운 우리 옹기를 감상할 수 있다. 병아리 물병이나 단지 등 조선 시대 후기부터 1950년 이전까지 실생활에서 사용한 옹기 소품과 시신을 넣어 관으로 사용한 옹관, 높이 1m 30cm가 넘는 대형 빗물항아리, 굴뚝과 연가 등의 대형 옹기를 상설 전시하고 있다. 제2전시실에서는 이사장과 관장의 옹기 컬렉션 시작을 보여주는 Jay&Lim, since 1987 展과 유약을 입히지 않고 낮은 온도에서 구운 질그릇과 푸레독 등을 선보이고 있다. 물 없이 살 수 없는 인류에게 그만큼 소중했던 물동이류 옹기를 비롯해 우리 민족의 소박함이 스며 있는 귀한 유물이 생명의 근원인 흙과 불, 자연의 정취를 보여준다. 이 전시는 오는 9월 30일까지 계속된다.한편, 옹기박물관은 지난 2009년 4월 국립중앙박물관이 인정한 경력인정대상기관으로 선정돼 박물관ㆍ미술관 전문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한향림 속 또 하나의 전시공간인 현대도자미술관은 Ceramic Hall 1과 Ceramic Hall 2로 나뉘어 각기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선보인다. 지하 1층에 있는 Ceramic Hall 1에서는 청자의 재현은 물론 현대화에 노력한 황종구 작가의 청자, 백자 특별전과 파블로 피카소, 쟝 쟈크 프롤롱죠, 피에르 룰로, 앙리 쁘띠장, 이당 김은호, 운보 김기창, 장욱진 등 거장 반열에 오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국내외 도자의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다.특히 도예가 황종구는 1937년 고려청자연구소(高麗靑瓷硏究所)를 설립한 부친 황인춘(1894~1950)으로부터 청자 제작기술을 전수받아 청자의 대토, 유약, 형태, 문양 등 고려시대 청자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재현품을 만들어 냈다. 3층에 자리 잡은 Ceramic Hall 2에선 국내 주목받는 젊은 도예가들의 조형작품이 화가, 문인들의 작품과 함께 전시된다. 화려해진 조형 도자 위에 입체감을 살려 표현한 다양한 회화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시 공간 못지않게 문화적 향기와 여유를 안겨주는 카페도 인기다. 옹기박물관의 카페 리모주(Cafe Limoges)와 현대도자미술관의 카페 비트윈(Cafe Between)이 그것이다. 맛 좋은 커피와 다양한 차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앤틱컵과 다양한 도자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관람시간 동절기(11~2월)/오전 10시~오후 6시(평일), 오전 10시~오후 7시(주말). 하절기(3~10월) 오전 10시~오후 7시(평일), 오전10시~오후8시(주말). 관람료 일반권/3천원(옹기박물관 전시관람), 패키지 1/7천원(옹기박물관 전시관람+카페 음료이용), 패키지2/5천원(옹기박물관+현대도자미술관 전시관람). 문의(070) 4161-7271/류설아기자 rsa119@ekgib.com

안산 제일CC, 최고의 봄 풍광을 가진 골프장으로 인기

본격적인 골프의 계절이 시작됐다. 파릇파릇한 잔디가 페어웨이를 뒤덮으면 골퍼들의 마음도 설레기 마련.작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골프장은 회원제, 대중제를 합쳐 382개소에 이른다. 이중 경기도에만 모두 149개소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다. 수적으로 전국 골프장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는 것. 회원권 시세로만 따져도 도내의 골프장들이 모두 상위권에 올라있다. 경기도는 한국 골프산업의 중심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본지는 도내 골프장 중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을 선정, 소개한다. 안산시 부곡동에 자리한 제일컨트리클럽(이하 제일CCwww.jaeil-cc.co.kr)은 무엇보다 교통여건이 좋다. 영동, 서해안고속도로 안산IC에서 5분 거리다. 수인산업도로변에 위치해 국도를 통한 접근성도 뛰어나다. 서울 목동, 강남권과 과천, 수원권역에서 40분이면 도착이 가능하다.제일CC는 재일동포 기업인 70인이 재일동포의 친목과 화합의 광장, 영원한 조국에의 가교라는 이념 아래 1986년 7월 안산시 부곡동 현 위치에 그들의 땀과 눈물을 모아 만든 골프장이다.개장일엔 고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이 첫 시타를 해 주목받았다.입구를 지나 조금 올라가니 전통한옥의 형상을 본떠 만든 웅장한 클럽하우스가 강렬한 첫 인상으로 다가온다. 나지막한 뒷동산을 배경으로 품어서인지 아늑하다는 느낌도 든다. 코스는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남(South),동(East), 그리고 중앙(Center)코스로 각각 9홀로 나눠진다.3개의 코스는 독립적이면서도 긴밀한 동선으로 연계되어 있다. 적절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고 코스 내 자연지형과 삼림을 최대한 보존해 플레이어를 편안하게 이끈다.남코스와 중앙코스는 비교적 평탄한 편이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공이 낙하됨직한 적당한 곳에 벙커와 해저드가 도사리고 있다.반면 동코스는 티잉그라운드와 그린 중간에 고저차이를 많이 나게 해 도전적인 남성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특히 방송에 소개된 바 있는 동코스 9번홀의 사람 손바닥 모양의 벙커는 독특하기로 유명하다.제일CC의 자랑거리는 무엇보다 코스 전 지역에 만개하는 벚꽃이다. 코스마다 온통 눈송이같은 하얀 벚꽃으로 물들여지고 매혹적인 꽃향기 사이로 샷을 날리는 기분은 전국에서 오직 제일CC서만 가능한 일이다.그래서 제일CC에서는 굿샷(Good Shot)이 아니라 꽃샷(Flower Shot)이라 한다. 제일CC는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벚꽃축제를 매년 4월마다 연다. 골프장 전체를 무료 개방해 음악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갖는다. 매년 10만명 이상이 찾아와 만개한 벚꽃속에서 즐기는 문화예술의 향연은 지난 핸 천안함 사건을 추도하는 의미로 열리지 않았지만 어느새 안산시를 대표하는 문화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또한 심장병환우돕기 자선골프대회를 매년 개최해 어려운 환자들을 돕고, 삼복더위 즈음엔 인근거주 600여 노인들에게 삼계탕을 대접하기도 한다.2009년부터는 제일CC배 전국여성아마추어골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총 3라운드로 열리는 정식대회로 전국 여성아마골퍼들에게 실력증진과 골프문화의 발전에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제일CC의 정회원은 2010년 말 현재 약1천400여명이다. 법인회원도 342명이 입회해 있다.연중무휴 개장하고 철저한 회원중심제로 운영한다.회원이 아닌 일반인은 파3 골프장(9홀)을 평일 2만5천원에 이용할 수 있다.대표전화: (031)400-2500, 예약: (031)400-2515~2516. 파3프론트: 031)400-2582글 문승용 편집위원 symoon@ekgib.com

골프장 설립 취지에 악연을 인연으로

미국 아이다호 북쪽에 위치한 쿠르달렌 리조트에는 세계 최초로 호수 중간 물위에 섬 그린이 있어 퍼팅을 하기 위해서는 전용보트를 타야 한다. 1993년 설립된 유럽에 단 하나뿐인 프랑스 라제니 누드 골프장은 옷 입은 사람들은 들어갈 수 없다. 또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활화산인 메라파이산 옆에 위치한 메라파이 코스는 홀 옆에 용암이 흘러나오고 언제 폭발할지 아무도 모른다. 호주 남부 누라보 링크는 세계에서 제일 긴 코스 1천356km로 라운드를 마치기 위해서는 최소 4일이 걸린다고 한다. 이처럼 세계 각지에는 특이한 골프장이 많다. 한국에도 이 못지 않게 특이한 골프장이 있다. 바로 안산시 부곡동에 위치한 제일컨트리클럽(이하 제일 CC)이다. 회원관리가 깐깐하기로 유명한 제일CC에서는 민소매 옷을 입고 입장할 수 없다. 또 퍼팅때문에 나무를 자르거나 꽃화초를 뽑는 일도 상상할 수 없다. 자선골프대회를 열어 마련된 수익금을 심장병어린이 수술비로 지원하고 주민들을 위해 벚꽃 축제를 개최하는 날은 아예 골프장 문을 닫는다. 골프장 휴장으로 인해 하루 수억원의 손실이 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주민들을 초청하는 제일CC에는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특이한 제일CC만의 경영철학이 궁금해 유만형(71(주)달산케미칼 회장) 제일CC 운영위원장을 26일 오전 제일CC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악연에서 인연으로제일CC 산증인 제일CC의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유만형 위원장은 선대부터 420년째 안산에 터를 잡고 살아온 안산 토박이다. 유망한 중소기업 사장인 그가 골프장과는 어떤 관계인지가 제일 궁금했다.지난 1986년 문을 연 제일CC는 재일동포들의 친목과 화합을 위한 대화의 광장이자 재일동포 후세들의 고향 찾아주기 운동의 일환으로 1982년 이 사업의 설립취지와 목적에 찬동한 재일동포 유지 72명이 출자해 설립했다. 그 당시 재일동포의 경우 재력은 있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정체성이 애매모호했다고 해요. 돈이 많다는 점을 악용한 사기꾼들이 많은 재일동포들을 괴롭혔지. 재일동포들은 한국 사회를 위해 힘을 모으고 싶어했는데 이러한 재일동포들의 희망이 결실로 맺어진 것이 바로 지금의 제일CC입니다.전두환 대통령 시절, 청와대 건설담당 비서관이 직접 헬기를 타고 수도권 지역을 돌며 지금의 부지를 최종 선정했다고 한다. 골프장 건설이 본격화 되자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졌다. 유만형 위원장도 그 당시 개발로 땅을 강제수용 당해야 하는 주민 중 한 명이었다.최종 부지 결정 후 논 4천500원, 밭은 5천원에 보상받았죠. 강제수용으로 지역 주민들의 마음 고생이 심했는데 나 또한 마찬가지였어.금쪽같던 땅을 강제수용당하면서 제일CC와 맺은 인연은 기묘하게도 25년째 이어지고 있다.골프장측은 원주민을 쫓아내는 막무가내식 개발이 아닌 지역사회와 눈높이를 맞춘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골프장 건설에 있어 전문가의 손길을 요하는 작업을 제외하곤 부곡동 주민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했어요. 제일CC에는 잡초 뽑는 일부터 시작해 골프장 곳곳에 주민들의 눈물과 땀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데 당시 골프장에서 잡초를 뽑고 했던 주민들의 자녀들이 장성해 현재 정식 직원으로 일하는 사례도 있습니다.자칫 악연으로 끝났을 법한 골프장과는 인연이 되어 그는 지금도 골프장 안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깐깐한 운영위원회 위원장직원들에겐 최고 인기남 제일CC 운영위원회는 재일동포 2명과 내국인 회원 8명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골프장 운영에 있어 개선사항 등을 경영진측에 건의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토록 하는 멘토 역할이 주된 임무다. 유 위원장은 직원 140여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골프장 회원 1천 여명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그야말로 전천후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골프장 입구 경비원부터 클럽하우스 직원들, 청소 아주머니, 캐디에게 아침 식사하셨어요?라고 인사하는 유 위원장은 골프장에서 인기가 최고다. 직원들의 표정, 행동 하나 하나 허투루 보는 법이 없다. 하지만 매너가 좋지 않은 회원들이나 원칙을 벗어난 경우에는 예외없이 일침을 가한다.최근에는 필드에서 비신사적인 행동을 한 회원을 퇴출시켰다. 일부 회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약자의 입장에서 서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내린 결정이었죠. 제일CC의 주인은 바로 직원이죠. 주인을 보호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유 위원장은 재일동포 경영진들, 운영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제일CC가 지역 사회를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한다. 57만평 규모에 27홀의 제일CC는 2만 그루의 벚꽃 풍광이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 이를 회원들만 누리기에 아깝다고 생각한 골프장측은 1년에 단 하루 벚꽃축제를 개최해 지역주민들에게 전면 개방하고 있다. 벚꽃이 만발한 4월 골프장은 성수기다. 하루 문을 닫으면 4억~5억원 상당의 손해를 보지만 제일CC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주인인 주민들이 즐길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제일CC 벚꽃축제는 도내 최고의 꽃축제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또 제일CC는 심장병어린이를 위한 자선골프대회를 개최해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심장병 전문 의료시설인 동의성 단원병원에 성금을 기탁하고 있다. 재일동포 경영진들은 골프장에서 얻은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자는 의지가 뚜렷합니다. 이러한 취지를 반영해 운영위원들과 직원들은 다양한 지역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과 호흡하려 하지요. 안산 지역 주민들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지만 주민과 함께 하는 사업을 통해 정신적 배려를 하고 싶은 것이 제일CC의 뜻이자 저의 마음입니다.클럽하우스 계단에 버려진 이쑤시개를 줍고, 자신이 먹은 커피잔도 직접 치우는 유 위원장은 골프장에서 최고참이면서 경영진 입장에서는 골프장 운영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다.나이도 많고 회사 일도 많아 여러차례 사의표명을 했지만 수리되지 않고 있답니다.(하하) 그 이유를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체력이 되는 날까지 골프장 직원, 회원분들 그리고 안산 지역 주민들을 위해 일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죠 뭐. 제 사주에 아흔 살까지 돌아다닌다고 하던데제일CC에 사연이 많은 유 위원장의 목표는 행복한 직장 만들기다.지구에서 인류가 살아온 수백만년 동안 인류는 다양하고 경이로운 조형물, 예를 들어 만리장성, 피라미드, 타지마할 등 을 지구상에 만들어 왔는데 골프장 또한 인류가 지구 위에 만들어 놓은 조형물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지구에는 수만개의 골프장들이 만들어져 있고, 계속해서 만들어져 갈 것인데 그 수많은 골프장은 나름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죠. 제일CC는 직원들이 행복한 골프장을 만들고 싶은 게 제일CC를 만든 재일동포들의 뜻이기도 하고 저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경영진측에서는 골프장을 운영하는데 있어 유 위원장의 존재가 귀찮을 수도 있지만 그의 깐깐함은 제일CC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PD 아들 프로 챙겨보는 CEO 유만형 유 위원장은 골프장 일 말고도 24시간이 부족한 CEO다. 그는 직장생활을 접고 마흔쯤 사업을 시작했다. 도전분야는 철도용품. 유 위원장이 운영하는 (주)달산케미칼은 인천시 남동공단 2단지 내 2천 여평의 공장에서 철도궤도용품(레일패드, 절연블럭, 침목패드, 방진체결장치 등)과 자동차용 조립가공품(시트 내외장품 등)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다.유 위원장의 회사 경영철학은 골프장과 일맥상통한다. 사원이 주인인 회사를 만들자는 것.회사는 우리 직원들 것이지 제 소유가 아닙니다. 전문지식 없는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영방식은 바뀌어야 해요. 회사 마당 눈 한번 치우지 않는 이들에게 회사를 맡기면 회사는 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회사는 전문가가 경영해야 한다는 유 위원장은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 받으라고 강요하지도, 권유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아들은 현재 SBS 예능 PD로 활약하고 있다. 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냉면, 함세덕…그것만으로도 고마운 동네

도시를 가로지르는 철도로 인해 중심지에서 조금 비켜서있던 화평동. 어느 날 갑자기 지금까지 요리책 어느 페이지에도 없던, 듣도 보도 못했던 새로운 냉면의 발생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냉면 삶는 냄새를 뒤로 하고 뒷골목으로 들어서면 인천이 낳은 거인들의 발자취를 쫓을 수 있다. 비가 오면 인천 곳곳을 거쳐 온 빗물이 이곳에 모였다. 이 물은 갯골을 따라 바다로 나갔다. 화평동에서 태어난 이들은 빗물처럼 거친 바다로 나가 세상에 그 이름을 남겼다.화평철교를 사이에 두고 중구와 동구가 갈린다. 동인천 지역이 한창 융성할 때는 화평철교가 도심의 화려함과 거주지의 소박함을 구분하는 경계선이기도 했다. 동구에 속한 화평동의 뿌리는 평동(平洞)이다. 동네가 평평해서 얻은 이름인데 일부 지역은 평평하기보다는 지대가 낮다. 낮다보니 비가 내리면 물이 모이곤 했다. 이 물은 갯골을 만들었다. 화평치안센터 앞에는 화강암으로 된 교각 두 개가 남아 있다. 송현교라고 새겨진 이 교각은 마치 뽑다만 덧니처럼 박혀있다. 예전에 다리가 있었던 흔적인데 남은 교각 두 개를 기준 삼아 발걸음으로 어림잡아 측량해보면 폭 3미터, 길이 15미터 정도의 크기이다. 이 다리 밑으로 화평동 일대로 모인 물과 바다에서 밀려들어 온 짠물이 만나 흘렀다. 수문통이라 불린 이곳부터 옛 인천극장이 있는 언덕배기까지가 화평동이다. 냉면의 이단아, 세숫대야 냉면화평동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건 아무래도 냉면 때문일 것이다. 전통적인 함흥냉면이나 평양냉면 측에서 보면 이단아라고 할 수 있는 화평동 냉면은 일단 지름 30센티미터에 가까운 세숫대야처럼 생긴 냉면그릇 때문에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제는 맛에도 뒤지지 않는다. 고추장 양념과 오이, 무, 열무, 깨 등 채소 고명의 조화는 특유의 얼큰하고 시원한 맛을 자아낸다. 625 동란 이후 화평철교를 기점으로 경인철로 변을 따라 무허가 집과 가게들이 들어섰다. 1980년대 초 인근 화수시장에서 3, 4평 정도의 소규모 냉면집을 운영했던 상인들이 동인천역으로 가는 길목인 이곳에 하나 둘 개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냉면골목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을 갖는다. 원조로 추정되는 아저씨 집에서 냉면을 시켜놓고 취재에 응하기를 요청했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하는 아저씨. 시간이 좀 지나자 식탁을 맴돌면서 하나둘씩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 아저씨가 냉면을 말기 시작한 것은 현재 서른두 살 된 아들이 태어나기 한두 해 전, 그러니까 1976년경이다. 지금은 경인선 복복선 공사로 다 헐리고 없어졌지만 건너편에는 양화점과 양복점 등 가게들이 즐비했다. 아저씨는 솜틀집 옆 작은 가게에서 탁자 한 개를 놓고 냉면집을 시작했다. 당시 인천 냉면집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경인면옥의 냉면 값이 4천500원 할 때 이 집은 500원짜리 냉면을 팔았다. 지금은 4천원. 아직도 당시 경인면옥의 냉면값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가격에 비해 양은 풍성했다. 엄청난 양을 담기 위해서 두터운 스텐레스 재질의 양푼을 개당 9천900원에 금형 떠서 특별 주문 제작했다. 만들고 보니 세숫대야 모양의 그릇이 되었다. 북으로 간 작가 함세덕냉면으로만 이야기하기에는 아쉬운 동네다. 화평동 골목에는 우리나라 연극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의 태가 묻혀 있다. 오래된 기와집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이 동네를 거닐다보면 먼저 함세덕이란 이름 석 자와 만나게 된다. 극작가 함세덕(19151950)은 1915년 화평동 455번지에서 태어났다. 1936년「조선문학」에 희곡 산허구리를 발표하면서 연극계에 얼굴을 내민 뒤 39년 1막짜리 단막극 동승으로 일약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무의도 기행 도념(道念) 해연 등 20여 편의 역작을 남겼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혼돈기에 나온 그의 작품은 가난과 자유가 주 테마였고 토속적이고 때론 치열한 서정적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시대를 초월한다. 그러나 월북 작가라는 이유로 40여 년간 우리는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한 함구 대상 작가였다.그의 생가가 궁금했다. 번지 주소와 생가를 찍은 낡은 사진 한 장만 갖고 탐문한 끝에 마침내 생가를 찾아냈다. 반가움도 잠시, 소주방으로 변해 버린 집을 보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옥상에 올라가서 뒷집을 내려다 볼 수 있을까요 뒷집에 뭐 볼 게 있다고. 뒷집의 정체를 몰라 마득치 않은 눈치를 보이는 아줌마의 시선을 뒤로 하고 이웃집 옥상에 올라가서 생가를 내려다보았다. 낡았지만 조부 함선지, 부친 함근욱 2대가 누린 68평의 한옥 기와집의 골격은 그대로 남아있다. 수채화 그리는 할머니냉면 골목 중간쯤, 주위 분위기와 동떨어진 4층짜리 건물이 있다. 입구에는 평안수채화의 집이란 나무 간판이 걸려 있다. 수채화가 박정희(88) 할머니가 거주하며 이웃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집이다. 박 할머니는 한글점자 훈맹정음을 만든 송암 박두성 선생의 딸이다. 송암 선생과 율목동에 살다가 결혼해서 1949년부터 이곳에 살기 시작했다. 목조 건물이었던 것을 의사 남편 유영호 박사(작고)가 콘크리트 건물로 짓고 평안의원이란 간판을 걸었다. 당시에는 이 건물이 제일 높았겠네요 지금도 제일 큰데 내가 이 동네 터줏대감이여. 경성여자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인천 제2공립학교에서 3년간 교사로 근무했고 이후 30년 동안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서른 살 때부터 그림을 가르치다가 예순이 넘은 나이에 화가로 정식 데뷔했다. 그가 키워 낸 제자는 200여 명이 된다. 박 할머니는 아직도 현역이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일년에 50점 정도를 그린다. 글 유동현 굿모닝 인천 편집장 사진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팔색조 인천공항, 드라마영화광고 촬영장소로 각광

인천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 영화는 2001년 고양이를 부탁해를 시작으로 부쩍 늘어 엽기적인 그녀, 실미도 등이 촬영됐다. 영화 의형제에서 송강호, 강동원의 격투 장면은 드림레미콘공장에서 촬영됐고 백야행에서 14년 전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무대는 인천항이다. 박쥐는 영종도 채석장과 아스콘 공장 등에서, 마더는 공항남로와 연결도로 등에서 일부 촬영됐다. 그림자 살인에는 옛 일본 제58은행이 등장한다.이처럼 인천 앞바다에는 섬과 해수욕장, 어촌이 펼쳐져 있고, 공항과 항만과 같은 인프라 시설, 근대 건축물이 널려 있어 유명 감독들이 애용하는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특히 만남과 헤어짐이 교차하는 인천국제공항은 영화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최근 의형제를 비롯해 용서는 없다, 킹콩을 들다, 7급 공무원 등의 영화에서 인천공항이 등장한다.올해로 개항 10년을 맞은 인천국제공항은 지난 2008년만 해도 영화, 드라마, 광고의 촬영지로 전파를 탄 것이 600건이 넘는다. 라희찬 감독의 두 번째 영화 Mr. 아이돌도 박예진, 지현우, 김수로, 임원희, 박재범 등 주요 캐스팅을 확정 짓고 지난 2월 28일 크랭크인,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 특히 지난 3월 초 박예진과 지현우가 만나는 장면이 인천공항에서 촬영됐으며 5월 초에도 공항씬 촬영을 앞두고 있다. Mr. 아이돌은 엔터테인먼트계의 마이더스 손 사희문(김수로)의 스타뮤직에 반란을 일으킨 오구주(박예진)의 신생 아이돌 훈련소, 참피온뮤직이 생계형 사고뭉치들을 모아 '국민아이돌' 키우기에 도전하는 휴먼 코미디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마이더스, 김수로 VS 사고뭉치를 모은 열혈 프로듀서, 박예진 스타 메이커이자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마이더스 손! 우리시대 가장 기운쎈 코미디 배우 김수로가 대형기획사 스타뮤직의 대표 사희문역으로 돌아왔다. 특히 김수로가 열연할 사희문 캐릭터는 실제 유명 제작자들을 연구, 합성함으로써 특별한 재미를 기대케 한다. 김수로의 대제국에 맞서는 참피온뮤직의 프로듀서 오구주 역엔 박예진이 맞붙는다. 청담보살의 소문난 미녀보살, 선덕여왕의 천명공주 그리고 마이 프린세스의 매력적인 악녀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팔색조처럼 변신중인 그녀가 사고뭉치들을 모아 국민돌로 키우는 열혈 음악 프로듀서 역을 맡은 것. 그녀가 만들 그룹 미스터 칠드런의 리드보컬 이유진역에는 지현우가 도전한다. 지현우는 콧대 높은 인디록 보컬출신으로 박예진(오구주역)과 24개월 할부로 계약을 맺는 생계형 아이돌로 대변신! 특별한 재미를 모은다. 또 그룹 더 넛츠로 활동하고 있는 지현우가 이번엔 아이돌 그룹으로 댄스까지 소화해내야 하는 역을 어떻게 표현해낼지 궁금증을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임원희, 고창석, 장영남, 주진모 등 개성만점의 연기파 배우들과 박재범, 아이돌 그룹 유키스, 남규리 등 실제 아이돌 출신의 배우들까지 합세했다. 한국 최초의 아이돌 소재, 남녀노소가 즐길 국민영화로 승부! Mr. 아이돌은 바른 생활 사나이의 은행강도 모의 훈련기를 그린 바르게 살자로 데뷔, 흥행 대성공을 거둔 라희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등장인물들에 특별한 캐릭터를 부여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재미를 잡아내는 재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 그의 두 번째 코미디 Mr. 아이돌은 춤과 음악, 그리고 엔터테인먼트계의 꽃이라 불리는 아이돌의 별난 이야기를 그림으로써 전작을 넘어서는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최근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의 붐과 함께 대한민국의 핫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아이돌!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지금껏 공개되지 않았던 백스테이지를 흥미진진하게 그릴 Mr. 아이돌은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력, 화려한 캐스팅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작품으로 2011년 관객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하반기 개봉 예정.글_강현숙 기자 mom1209@ekgib.com <자료제공=인천영상위원회>

북한강 휘감은 ‘어머니 품’ … 500살 은행나무 볼거리

봄이 앞마당 깊숙이 들어선 요즘처럼 산행하기 좋은 때는 없다. 이맘 때 가족이나 친구, 연인끼리 간편한 옷차림으로 부담 없이 찾아 갈 수 있는 남양주시 운길산을 소개한다.조선시대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을 배출한 실학도시 남양주시는 북한강이 남한강과 합류해 팔당호를 이루며,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도시와 농촌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다. 운길산, 축령산, 천마산, 수락산 등 명산이 솟아 있고, 팔당유원지와 정약용 선생의 묘, 조선조 왕릉인 광릉, 홍유릉에는 사시사철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약용 선생의 등산길로 알려진 운길산(610m)은 북한강 변에 자리한데다 별다른 등산 장비 없이도 오를 수 있을 만큼 산세가 부드러운 게 특징. 운길산역에서 운길산 정상까지 갔다 오는 데 두 시간 남짓이면 충분해 가족 산행이나 가벼운 주말산행에 적합하다. 운길산은 서울에서 동쪽으로 40km,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되는 양수리에서 서북쪽으로 4km 거리에 솟아 있다. 최근 중앙선 전철 운길산역이 생기면서 주중주말 할 것 없이 등산객이 몰리고 있다.운길산 산행의 묘미는 서북 능선을 타면서부터 맛보게 된다. 수종사에서 나와 북서 능선을 타고 쉬엄쉬엄 걸어 20분 정도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에서 하산 길은 3가지로 올라온 길따라 되돌아 내려가거나, 수종사 지나 왼쪽으로 빠져 송촌리로 내려갈 수 있다. 또는 정상에서 서북쪽으로 길게 뻗은 능선을 타면 463m 고지-새재고개-고대농장을 거쳐 덕소로 빠지는 종주코스를 밟게 된다. 운길산 8부 능선쯤에 수종사가 들어서 있는데, 수종사에서 내려다 보는 양수리 풍경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만큼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양수리는 우리말로 두물머리라고 한다. 물머리는 물이 흘러 들어오거나 나가는 장소를 말한다. 두 물머리 즉, 양수(兩水)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을 의미한다. 조선시대 학자 서거정은 수종사를 동방의 사찰 중 전망이 제일 좋으 곳으로 격찬했다고 한다. 수종사에는 지방문화재 제22호인 팔각 5층 석탑과 500년이 넘는 수령을 자랑하는 은행나무가 있다. 수종사는 물 맛이 좋아 차와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수종사(水鍾寺)의 水鍾(수종)은 '물종'이라는 뜻으로 조선 세조가 뱃길 따라 환궁을 하다 범종소리를 듣고 기이하게 여겨 절을 짓게 했다는 유래를 지니고 있다. 대웅전 앞에 자리 잡은 찻집 삼정헌은 시(詩), 선(禪), 차(茶)가 하나 되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물맛이 좋아 초의선사,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가 차를 즐겨 마시던 곳이라고 한다. 삼정헌에 들어서면 향 좋은 녹차를 맘껏 마실 수 있다. 또 한 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차를 즐기는 내내 산 아래 전망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삼정헌에는 다기와 녹차에 대한 설명서가 준비돼 있다. 차는 셀프고 다음 손님을 위해 잎으로 깨끗하게 찻잔을 닦아 놓거나 다기를 제자리에 놓기만 하면 된다.차도 한잔 마시며 속을 따뜻하게 한 뒤 하산 길에 접어들면 두 시간 가량의 산행과 적당히 흘린 땀으로 출출함을 느끼게 된다. 운길산에는 요즘 등산객들이 몰리면서 운길산역 바로 앞에 셀프 장어구이집이 성황이다. 길마다 장어 굽는 연기와 향이 진동한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가벼운 산행 후 먹는 장어구이는 나른해 지기 쉬운 봄철 보양식으로도 제격이다. <등산코스>1. 조안보건지소(1시간)수종사(43분)운길산:1시간 43분2. 연세중학교(10분)이덕현 집터(37분)수종사(43분)운길산:1시간 30분3. 송촌리수종사정상463봉새재고개고대농장:3시간 40분 <찾아가는 길>자가용1. 구리시교문4거리덕소, 팔당양수리로 가지 않고 춘천가는 길로 직진2Km가면 송촌 초등학교2. 혹은양수교 건너기 직전 진중 삼거리에서 조안면 안으로 들어가서 수종사 입구로 감(절 입구까지 포장 도로임) 대중교통▲청량리 역(양수리 가는 166-2번 버스)송촌리 하차▲청량리 역(양수리 가는 166-2번 버스)진중리 하차▲중앙선 전철 용산역에서 출발, 운길산역 하차 관련 홈페이지 남양주 문화관광 http://www.nyj.go.kr 남양주시청 031-590-2114 글_강현숙 기자 mom1209@ekgib.com

‘야구의 봄’ 플레이 볼···6개리그 112개팀 ‘열전’

야구 인구의 저변 확대와 생활체육 야구 활성화를 위한 제2회 경기일보배 해피수원리그 사회인야구가 4월 3일 오전 수원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개막식을 갖고 9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경기일보사가 주최하고 해피수원리그 야구연합회가 주관하는 이번 대회에는 일요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싱글A리그, 루키리그, 토요 마이너리그, 루키리그 등 6개 리그에 걸쳐 112개팀 2천여명의 선수가 참가, 리그별 경기를 거쳐 최종 우승팀을 가리게 된다.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개막식에는 염태영 수원시장과 임창열 경기일보 대표이사 회장, 이찬열 국회의원, 강장봉 수원시의회 의장, 신항철 수원해피리그 야구연합회장, 곽영붕 수원시야구협회장을 비롯해 선수와 가족 등 1천여명이 참가해 대회 개막을 축하했다.개막식에 앞서 관내 수원북중과 신곡초교 등 엘리트 2개팀과 장안구 리틀야구단에 대한 장학금 전달에 이어 신항철 회장의 개회선언, 임창열 회장의 대회사, 염태영 시장의 축사, 안영환 선수(빅마제스틱)의 선수대표 선서 순으로 이어졌다.대회장인 임창열 경기일보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렇게 좋은 날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은 행사를 치를 수 있어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수원시 등과 함께 관내 유휴부지를 활용한 야구장 확보에 박차를 가해 사회인야구 활성화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또 염태영 시장은 축사에서 전국 제일의 스포츠 메카 수원에서 야구를 사랑하는 동호인들이 모여 축제를 벌일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수원이 야구에서도 스포츠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엘리트 초중 야구팀 창단은 물론, 사회인 야구장 2개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황선학안영국기자 2hwangpo@ekgib.com사진 하태황기자 hath@ekgi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