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으로 출발해 스타 도우미가 된 사람들

"혹시 저 알지 않나요? 너~ (김)지월이 맞지?"(양파) "언니, 저 알아보세요? 저 지월이에요." 4월 가수 양파(본명 이은진ㆍ28)는 서울 강남의 한 헤어숍에서 새 코디네이터를 만나자마자 반가움에 환하게 웃었다. 양파가 한눈에 알아본 사람은 1997년 '애송이의 사랑'으로 데뷔할 당시 팬클럽 '양가족'의 1기 회장인 김지월(27) 씨. 양가족 3기까지 활동한 김씨는 7년차 코디네이터로 성장해 있었다. 2000년까지 양파와 김씨가 만났으니 두 사람은 7년 만에 가수와 코디네이터로 다시 만난 셈이다. "울산 태화여고 방송부 시절 '애송이의 사랑'을 들은 후 양파 언니의 팬이 됐죠. 울산 지역을 중심으로 처음 양가족이 결성됐는데 이때 동갑내기였던 부회장이 가수 설운도 씨의 처제였어요. 언니가 방송 활동하는 것을 보기 위해 서울에 올라오면 모두 설운도 씨 집에 묵곤 했죠. 언니는 10년 전 팬들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어요. 언니는 착하고 아기같이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김씨) 가요계에는 팬에서 가수의 최측근 스태프가 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들은 지극정성으로 가수를 보좌하며 가수의 기쁨에 함께 웃고, 슬픔에 같이 울어준다. 또 한 명의 대표적인 사례는 연기자 겸 가수 MC몽(본명 신동현ㆍ28)과 그의 수족 같은 매니저 이훈석 씨(26). 이씨는 MC몽이 속해 있던 힙합그룹 피플크루의 팬이었다. 이씨는 1999년 경북 울진에 피플크루가 행사차 왔을 때 오토바이를 타고 MC몽을 따라잡아 사인을 받은 '의지의 청소년'이었다. 매니저가 되고자 서울로 상경해 2003년 처음 입사한 곳이 바로 MC몽의 소속사인 엠에이엔터테인먼트. 함께 차를 타고 스케줄에 맞춰 따라다니던 어느 날 MC몽은 기억에 남는 팬을 얘기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청소년이 이씨인 걸 알고 "그게 너였냐"고 물으며 박장대소했다. 이씨는 "우연이라기보다 인연인 것 같다"면서 "2005년 MC몽이 팬텀엔터테인먼트로 옮겨올 때 함께 이직했다. 아직도 당시 MC몽에게 받았던 사인을 집에 간직하고 있다. 지금도 그때 얘기를 하면 둘이서 깔깔대고 웃는다"고 말했다. 잠자는 시간을 빼곤 함께 하는 연예인 MC몽은 어떤 사람일까, 이씨에게 물었다. "연예인이라고 특별하지 않아요. 그야말로 사람이죠. 화낼 때 화내고 기쁠 때 기뻐하고 언론과 대중의 말 한 마디에도 상처받는 똑같은 사람." 이밖에도 신화의 팬클럽 '신화창조' 활동을 하다 신화의 전속권을 보유한 굿이엠지로 입사한 김다운(25) 씨도 있다. 그는 팬클럽 활동을 통해 쌓은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이 회사 팬클럽 관리팀에서 일하고 있다. 2월10일 열린 신화창조 8기 팬미팅도 총괄적으로 진행했다. 이들이 생소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뛰어들게 된 데는 선호했던 가수들의 영향이 무척 크다. 연예계에서 8년째 근무하고 있는 팬텀엔터테인먼트 홍보팀의 김민정(30) 씨는 "나 역시 김건모 씨의 팬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며 이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결국 직업이 됐다"면서 "외부에서 볼 때 화려했던 스타들의 뒤에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괴롭혀 가며 연습하는 노력들이 있다. 연예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걸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무명이던 가수가 스타로 성장해 무대에 선 그를 향해 팬들이 열렬히 환호할 때 뿌듯함과 동시에 소름이 끼친다"며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매니저 안성기 씨가 가수 박중훈 씨의 무대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장면에서 무척 공감이 갔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폴 포츠 우승 감동… '거위의 꿈’ 이뤄졌다

폴 포츠라는 사내가 있다. 나이는 36살. 영국 웨일스의 한 도시에서 휴대전화 외판원 일을 하고 있다. 외모는 미남과 거리가 멀다. 소위 말하는 ‘비호감’ 형이다. 표정에서는 자신감 한곳 찾아보기 힘들다. 치열이 고르지 못한 탓인지 주섬주섬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배는 불룩하게 튀어나왔고, 낡은 양복 차림새는 더 허름하게 보이고, 자세는 긴장한 듯 경직돼 있다. 폴 포츠가 지난 7일(현지시간) 노래 경연 대회인 영국 ITV1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 프로그램 예선 무대에 섰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는 노래 실력을 겨뤄 일반인을 일약 스타로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과 비슷하다. 더욱이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독설과 혹평으로 참가자의 눈물을 쏙 빼는 것으로 유명한 사이먼 코웰이 심사위원 중 한 명이다. 이날 포츠가 수수한 양복차림으로 무대 중앙에 서자 사이먼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희한한 사람이 다 나왔네’ 라는 식의 표정으로 포츠에게 곁눈질을 보냈다. 여성 심사위원인 아만다 홀덴이 포츠에게 물었다. “무슨 노래를 준비해 오셨나요?” 포츠는 “오페라를 부르려고요”라고 짧게 답했다. 사이먼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낀채 노래를 불러보라고 했다. 포츠가 준비한 곡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등장하는 아리아 ‘공주는 잠못 이루고’(Nessun dorma)였다. 포츠가 노래를 부르자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사이먼은 자세를 고쳐앉았고 관객들의 눈은 휘둥그레해졌다. 외모와 말투와 달리 포츠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감성적이었다. 노래 몇 소절이 끝나자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몇몇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심사위원 홀덴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곡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포츠가 안정적인 바이브레이션 창법으로 고음을 내뿜자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쳤다. 심사위원들은 포츠의 가창력에, 그리고 기립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포츠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사이먼은 독설 대신 “당신은 우리가 찾아낸 보석”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홀덴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고 놀라워 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폴은 14일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시각장애 오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의 곡으로 유명한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를 불러 결승전에 진출했다. 포츠는 17일 결승에서 오페라 공연 정장을 입고 다시 ‘공주는 잠못 이루고’를 불렀다. 다시한번 ‘천상의 목소리’를 뽑냈고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포츠는 이 대회에서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불러 유명세를 치른 6살 소녀 코니 탤벗 등 4명의 결승 진출자를 제치고 우승자가 됐다. 음반기획자이기도 한 사이먼은 “당신은 다음 주 데뷔 앨범을 녹음하기 위해 스튜디어오에 있게 될 것”이라며 음반 제작을 제안했다. 10만 파운드(약 1억8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참석하는 ‘2007 로열 버라이어티 퍼포먼스’ 출연 기회도 얻었다. 포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폴 포츠의 우승 장면과 피날레 공연 동영상> 포츠는 어릴 적부터 어눌한 말투와 외모 때문에 ‘왕따’를 당하면서 자랐다고 한다. 오페라를 향한 꿈을 포기할 수 없어 28살때부터 자비를 들여 이탈리아의 오페라 학교를 오갔다. 직업 오페라 가수를 꿈꿨지만 충수 파열, 부신 종양 등의 병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2003년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쇄골까지 부서졌다. 큰 성량을 요구하는 오페라 곡을 부르기에는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오페라를 접고 휴대전화 외판원이 됐지만 포기할 수 없는 자신만의 꿈에 재도전했고 공식적인 경연대회에서 우승해 인정받았다. 현재 세계적인 사용자제작컨텐츠(UCC)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포츠의 예선무대 동영상은 500만회를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준결승 및 결승 무대 동영상 조회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너무나 감동적이다” “노력하는 자의 꿈은 이루어진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등의 해외네티즌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이 동영상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소름이 돋았다”는 반응부터 “포츠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등의 다양한 댓글이 달리고 있다. 동영상을 본 한 국내 네티즌은 “국내 가수의 노래인 ‘거위의 꿈’이 다시 듣고 싶어졌다”고도 했다. ‘거위의 꿈’은 가수 이적과 김동률이 만든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의 곡으로 최근 가수 인순이가 다시 부르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래요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난 저 벽을 넘고서 저 하늘 드높이 날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수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 해요’라는 가사를 담고 있다.

본 조비, 2년 만에 정규 10집 발표

팝 메탈 밴드로 분류되는 본 조비(Bon Jovi)는 1984년 '런어웨이(Runaway)'가 수록된 데뷔 음반을 발표한 후 20년 넘게 최고의 록스타로 군림했다. '리빙 온 어 프레이어(Livin' On A Prayer)' '배드 메디신(Bad Medicine)' '아일 비 데어 포유(I'll Be There For You)' 등 숱한 히트곡을 쏟아낸 그들은 1995년 6집 발표 후 멤버 각자 개인활동에 전념, 해체설까지 돌았다. 그러다가 2000년 '잇츠 마이 라이프(It's My Life)'로 화려한 복귀식을 치른 이들은 이후 2~3년마다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데뷔 후 지금까지 무려 1억2천만 장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당대 최고의 록밴드로 자리잡고 있는 본 조비가 2년 만에 정규 10집 '로스트 하이웨이(Lost Highway)'를 발표했다. 본 조비는 이번 음반에 성인 취향의 록 음악과 컨트리 스타일의 음악을 적절히 섞었다. 다만 타이틀 곡으로는 기존 본 조비 특유의 스타일 대신 발라드 '(유 원트 투)메이크 어 메모리((You Want To)Make A Memory)'를 내세웠다. 물론 본 조비의 건재함을 느낄 수 있는 곡도 실었다. '로스트 하이웨이', '서머타임(Summer Time)', '애니 어더 데이(Any Other Day)' 등은 '잇츠 마이 라이프' 등이 연상되는 활력 넘치는 업템포 곡이다. 이례적으로 멤버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은 곡도 있다. '홀 랏 오브 리빙(Whole Lot Of Leaving)'은 멤버들이 최근 겪은 이별의 아픔을 주제로 내세웠다. 기타리스트 리치 샘보라는 아버지를 여읜 데 이어 이혼의 시련을 맛봤다. 데이비드 브라이언(키보드)도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연합뉴스

가수 현철 “김치·된장같은 트로트가 진짜배기”

“앗싸라비아 형식의 빠른 트로트보다는 4분의 4박자 쿵짝쿵짝 안정된 김치, 된장 같은 트로트가 역사에 남을 진짜배기죠.”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봉선화 연정’부터 이름표를 붙여주는 ‘사랑의 이름표’까지 젊은 오빠, 현철(본명 강상수·63). 지난 1970년대부터 트로트계에 등장, 트로트 인생 30여년을 살아온 그에게는 나름대로의 트로트 철학이 있다. 현철은 지난 1974년부터 ‘현철과 벌떼들’을 시작으로 지난 1985년 방송에 데뷔, 올림픽이 열리던 지난 1988년 KBS가요대상 수상, 지난 1990년에는 봉선화 연정으로 MBC 10대 가수상 등 무수한 상들을 받아왔다. 지난 2001년에는 아·태 장애인 경기대회 홍보대사, 지난 2005년에는 APEC 홍보대사 등으로도 임명됐다. 이전에 비하면 부산 사투리가 훨씬 줄어들어 억양이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맛깔스러운 단어 선택은 여전했다. 그는 요즘도 전국 무대를 누비며 남녀노소 팬들의 트로트 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일명 ‘트로트계의 맏형’이나 ‘트로트계의 대부’로 불리는 그는 요즘 트로트계에 대한 애정어린 우려의 말을 잊지 않는다. 트로트는 4분의 4박자로 안정된 김치나 된장과 같아야 하는데 요즘 트로트는 ‘으?X 으?X’ 신명만 나고 오래가지 않아 느끼는 맛이 적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훈아나 패티김, 조용필 등처럼 역사에 남는 가수가 되기는 힘들다는 게 그의 걱정이다. 곡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1년만 지나면 기존 곡을 버리고 새로운 앨범을 내 신곡들을 부른다는 것도 오래오래 곡을 느끼며 음미할 수 없게 한다는 것. 나훈아나 이미자 히트곡들은 아직도 불리는데 말이다. 그런 그도 인정하는 젊은 트로트계 별들은 있었다. 간들어지는 목소리가 일품인 장윤정이 제일 먼저 꼽힐 줄 알았는데, 그는 ‘정정정’을 부른 가수 한영주가 요즘 인정할만한 가수라고 한다. 심지어 노래 일부분을 잠시 즉석에서 불러주기까지 해 그에 대한 총애를 느낄 수 있었다. “장윤정은 어떠냐”고 묻자, “맑고 참신한 음색이 좋고 비교적 젊은 트로트 애창가들에게 인기가 많아 인정할 수 있다”는 평이 돌아왔다. 그 외 많은 젊은 트로트 가수들에게는 아직 트로트 냄새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이다. 좀 더 많은 후배 가수들이 오래오래 사랑받는 가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풀어놓은 이야기였다.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봉선화 연정’, ‘사랑은 나비인가봐’ 등 오래도록 사랑받은 곡들부터 초·중·고생까지 알고 있는 ‘사랑의 이름표’, 그리고 최근 불리는 그의 곡 ‘아니새’, ‘사랑의 불로초’ 등 살아온 트로트 인생만큼 곡들도 많기도 하다. 이 가운데 애정이 가는 곡들은 그의 철학처럼 최근 인기를 끌었던 ‘사랑의 이름표’ 같은 곡보다는 오래돼 삶의 희로애락이 묻어나는 곡들이란다. 쿵짝쿵짝 4분의 4박자에 구성진 맛깔이 일품인 그의 노래가 오늘도 대한민국 어디선가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