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국내 첫 문화산업 전문 창투사

국내 최초로 문화 콘텐츠 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창업투자회사가 부산에 설립된다. 부산국제영화제(PIFF) 조직위원회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K2&C 이건국.유인택 대표, 동서대 박동순 총장, KNN 이만수 대표는 27일 오후 3시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아시아문화기술투자(ACTI)'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갖고, 본격 설립작업에 들어갔다. 7월 중순께 자본금 70억원 규모로 설립될 예정인 ACTI는 영화와 방송, 공연, 음악, 게임, 출판 등 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할 계획이다. 본사는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둘 예정. 그동안 일반 창투사가 간헐적으로 문화 콘텐츠 산업에 투자한 적은 있어도 문화 콘텐츠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창투사는 ACTI가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ACTI에는 또 PMC프로덕션과 SM엔터테인먼트, 캐릭터플랜, 비전링크글로벌, 한솔교육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해 올 연말까지 600억원 규모의 투자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펀드 규모를 1천900억원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ACTI는 이와 함께 부산지역의 우수 벤처기업과 미래 성장산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PIFF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아시아문화기술투자 설립으로 부산이 대한민국은 물론 아시아의 문화 콘텐츠 산업을 이끌어가는 명실상부한 도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

창작 오페라 '천생연분' 첫 日 나들이

국립오페라단이 세계를 겨냥해 만든 창작 오페라 '천생연분'이 일본 나들이에 나섰다. 지난해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 초대로 해외에서 초연 무대의 막을 성공적으로 올린 후 일본을 두 번째 해외 공연지로 선택했다. 이달 27∼28일 일본 우에노 공원 안에 있는 도쿄문화회관 무대를 장식할 '천생연분'의 리허설 현장에서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세종대 정은숙 교수를 만났다. 분장과 의상을 챙기느라 정신없는 단원, 무대장치 및 설비를 다시 확인하고 있는 수많은 스태프 사이를 뛰어다니며 최고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꼼꼼하게 챙기던 정은숙 교수는 잠시 땀을 닦고서 취재에 응해줬다. --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일본 공연을 기획한 취지는. ▲ 비록 국립오페라단이지만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일본으로 가는 것조차 해외 공연 자체가 쉽지 않았다. 본격적인 그랜드 오페라는 이번이 처음이며, 게다가 우리의 창작 오페라를 소개한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지금까지 많은 오페라를 제작했으나 일회성에 그친 감이 없지 않다. 유럽 극장에는 한국출신 성악가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우리 성악이 세계 수준에 이르렀고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시대인 만큼 이제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 오페라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지난해 초연무대를 독일에서 가진 '천생연분'의 경우 관객의 98%가 독일 현지인으로 눈물이 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던 터라 한국 오페라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어 10월의 서울공연, 그리고 고양오페라하우스 개관공연 등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유료 관객율 80%이라는 수치에서 이제 창작 오페라가 궤도에 올랐다고 자신한다. 일본 공연은 바로 우리 창작 오페라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하고, 끊임없이 점검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이자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의의가 있는지 설명해 달라. ▲ 오페라 '천생연분'은 국립오페라단이 음악과 무대에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해 오영진의 희곡 '맹진사댁 경사'를 오페라로 만든 것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해 기획한 작품이다. 이번 일본 공연은 국립오페라단과 일한예술문화교류회, 산케이신문사의 공동 주최로 우리측은 제작과 출연진을, 일본 측은 무대기술과 오케스트라를 각각 맡았다. 특히 가나가와필하모닉 관현악단의 웅장한 연주가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처럼 무대 기술 및 제작과 관련된 일본 스태프의 정신과 자세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국립오페라단으로 유일하게 전용극장이 없는 우리 실정에서는 오페라를 위한 무대 기술자의 양성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매회 공연마다 기술자를 불러 쓰다 보니 경험과 기술을 쌓기 어렵다.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는 이들 일본 스태프의 전문성과 정확성, 그리고 철저함을 배울 필요가 있다. 오페라를 통한 문화교류만이 아니라 오페라 제작의 기술과 경험도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소화해야 한다. -- 이번 공연의 특징 내지 볼거리가 있다면 무엇인지. ▲ 지금까지 오페라는 외국 연출가를 초빙해 무대에 올렸다. 하지만, '천생연분'은 연극 연출가인 양정웅 씨가 맡아 처음으로 대작 오페라를 멋지게 성공시켜 지난 6월 오페라 '보체크'와 발레 뮤지컬 '심청' 등을 연출해 장르를 넘나들며 그 활동영역을 넓혔다. 한마디로 한국 연출도 자랑할 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작품은 전통적인 소재이면서 요즘의 유행과 흐름을 받아들여 현대적으로 재창조했다. 특히 장면 전환이 빠르고, 극의 흐름을 막지 않기 않는 범위에서 시각적인 만족감을 극대화시켰다. 오방색의 기둥 전환이나 조명 등이 그 예이며 성악가의 움직임도 최대한 절제해 음악 본래의 메시지가 더욱 두드러지도록 배려했다. -- 향후 계획은. ▲ '천생연분'을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키워나가겠다. 4차례의 공연을 통해 끊임없이 개작하고 정제시켜 더욱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만들겠다. 서양음악이 기본이지만, 국악기가 5개 들어가 은근한 맛과 감칠 맛을 더해주고 있다. 교포들을 상대로 한 해외공연이 아닌 현지인들이 직접 보고 감동을 받고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작품으로 계속 선보일 것이다. 내년 2008년은 국내에 오페라가 소개된 지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우리의 소리, 한국의 지휘자와 연출가, 그리고 우리의 손으로 만든 작품으로 오페라 수출의 시대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한 ‘천생연분'은 오영진 희곡 ‘맹진사댁 경사’를 원작으로 해 이상우가 대본을 다시 쓰고 임준희가 곡을 붙여 양정웅이 연출한 작품이다. 지휘자 정치용, 소프라노 김세아, 박지현, 테너 이영화, 바리톤 강기우 등이 힘차고 폭넓은 한국 성악의 수준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한편, NHK측은 오페라 '천생연분'의 제작과정을 전부 촬영해 오는 8월 17일 NHK 교육채널의 '예술극장'을 통해 한국 창작오페라의 다큐멘터리를 내보낼 예정이다. /도쿄=연합뉴스

인터뷰 - 중화권 최고가수상 받은 한인 니키 리

"한국에 돌아가 음반 내는 게 꿈입니다" 16일 밤 11시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진행된 중화권 최고 음악시상식 '골든 멜로디 어워즈(Golden Melody Awardsㆍ금곡장)' 행사장. 이날 시상식의 마지막 부분에 대상에 해당되는 최우수 남자가수상 수상자로 "니키 리"가 호명됐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이 시상식에서 최고상을 받는 순간이었다. 19일 오후 전화로 만난 니키 리(Nicky Lee, 본명 이철구ㆍ27)는 시상식이 끝난 지 사흘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감격에 겨운 목소리였다. 미국에서 성장기를 보낸 터라 한국어에 능숙하지는 않았지만 또박또박한 말투로 수상의 감동과 대만 활동 과정 등에 대해 말했다. "대만에 처음 왔을 때 현지 언어를 하지 못해 슬픈 적이 많았어요.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에 대만에 왔지만 친구들도 없어서 외로웠죠. 특히 솔로 음반을 내고 싶었지만 대만 음반사에서 '얼굴이 잘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속 거절했어요. 소속사에 '이 가수에게 투자하지 말라'고까지 조언했을 정도입니다." 대만에서 숱한 고생을 겪고 최고 가수에 올랐지만 사실 그의 고생담은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에서 이미 음반을 냈다가 '망한'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생후 6개월 때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1997년 LA에서 솔리드의 정재윤을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교회에서 노래를 하던 그를 본 정재윤이 가수 데뷔를 제의한 것. 대학(롱비치칼리지 레코드엔지니어링 전공)을 중퇴한 후 1998년 한국에서 3인조 남성 그룹 보이스(Voice)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너만의 천사가 되어'라는 곡이 어느 정도 히트했지만 그룹의 인지도는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그는 2000년 솔로 음반 '세인트(Saint)'를 낸 후 한국 활동을 접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음악 활동인데 결국 미국으로 돌아가게 됐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뿐이었어요. 미국에서는 (정)재윤 형을 따라다니며 작곡 등 음악을 더 배웠어요. 그러다가 재윤 형이 LA보이스 출신 제프리와 함께 대만에 세운 기획사 마치 엔터테인먼트그룹을 통해 대만에서 활로를 찾게 됐습니다. 중국어든 아무 언어든 노래만 할 수 있다면 다 괜찮다는 심정이었죠." 니키 리는 2003년부터 대만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정재윤이 음반 프로듀싱을 도맡았다. 스탠리, F4 출신 바네스 우 등 여러 가수와 마치라는 이름의 그룹을 이뤄 음반 3장을 냈다. "가능성이 없다"는 음반사의 편견을 딛고 2005년에는 솔로 1집 '섀도(Shadow)'를 냈다. 이후는 승승장구. 대만 방송사 TVBS, 온라인 음악 사이트 KKBOX 등에서 주최한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그런 상승세를 등에 업고 최근 2집 '아이 유어 베이비(I'm Your Baby)'로 마침내 중화권 최대 시상식에서 정상에 올랐다. "상 받고 나서 제프리 형과 부둥켜 안고 울었어요. 끝까지 저를 돌봐준 재윤 형도 너무 고마웠습니다. 아직 대만에 한번도 오시지 않은 부모님 얼굴도 떠올랐죠." 그가 주로 부르는 장르는 R&B다. 앞으로도 이를 바탕으로 한 힙합과 발라드에 주력할 예정이다. "재윤 형이 훌륭한 곡을 써 주고 있어요. 또 대만 사람들이 최근 R&B 장르를 좋아하고 있죠. 제 운이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현지에 연고가 없는 한국인이 가수로 활동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대만 사람들은 외국인에 대해 상당히 마음이 열려 있어요. 제가 한국 사람이지만 모두들 잘 해줍니다. 저도 활동할 때 한국인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고, 이런 사실을 대만 사람들도 잘 알아요." 한국에서도 활동하고 싶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대만에서는 지난해 첫 번째 콘서트를 열었고, 다음 콘서트도 준비 중이다. "언젠가는 한국에 돌아가서 음반을 내는 게 꿈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재윤 형이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연합뉴스

재즈가수 나윤선, 뉴욕서 '재즈 한류' 시동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재즈가수 나윤선(38)이 26일(현지시간) 저녁 뉴욕 맨해튼 타임워너센터에 있는 재즈 앳 링컨센터에서 그녀의 퀸텟 멤버들과 함께 미국 내 첫 단독공연을 열고 '재즈 한류'의 시작을 알렸다. 나윤선은 이날 재즈 앳 링컨센터 내 가장 큰 공연장인 로즈시어터에서 1천여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어로 부른 '세노야', '초우'를 비롯, '슬리피'와 '팬케익', 앙코르곡으로 부른 '베사메무초' 등 14곡을 열창, 기립박수를 받았다. 재즈 앳 링컨센터는 재즈계의 거물 윈튼 마샬리스가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재즈의 명소로 특히 공연이 펼쳐진 로스시어터는 '홈 오브 재즈(Home Of Jazz)'라고 불릴 정도로 전 세계 재즈 뮤지션들에게 꿈의 무대로 통한다. 1급 뮤지션이 아니면 서기 힘들다는 꿈의 무대에 한국인 최초로 선 나윤선은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뉴욕은 전 세계 모든 뮤지션들이 공연하고 싶어하는 곳"이라면서 "첫번째 미국 단독공연을 재즈 앳 링컨센터에서 가져 너무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나윤선은 이번 공연에 이어 내년에는 메모리 레인을 비롯, 2개의 음반을 미국에 선보일 계획이라면서 "어설프게 흉내 내거나 어떤 트렌드를 따라 간다거나 하는 것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모습 그대로 미국에서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을 늦게 시작해 아직까지 자신의 것을 찾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나윤선은 "많은 음악을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제 것을 찾기 위한 길을 가는 중"이라면서 "음악을 계속한다면 한 30년 정도 뒤에는 나만의 음악세계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최영진 주유엔 대사를 비롯, 각국 대표부 관계자와 뉴욕 유명 극장의 디렉터급 관계자 등 음악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한국인 재즈 가수 나윤선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뉴욕 프랑스 문화원의 알리앙스 프랑소와즈 대관 담당 디렉터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현지에서 쌓아온 나윤선의 리뷰가 너무나 매력적"이라며 내년으로 예정된 나윤선 퀸텟의 미국 전역 프랑스 문화원 콘서트 투어에 동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디센트’와 ‘씨노이블’…둘 다 ‘공포의 명가’ 작품?

때이른 더위를 예측이라도 한 듯 지난 5월부터 극장가엔 공포영화나 스릴러물들이 즐비하다. ‘공포의 명가’가 내놓은 두 작품 나란히 개봉 ‘쏘우’ 시리즈, ‘큐브’ 등 ‘신선한’ 반전 스릴러를 선보인 바 있는 ‘라이언스 게이트’의 영화 두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WWE(세계 레슬링 엔터테인먼트)와 공동 제작한 ‘씨노이블(See no evil)’이 28일, 영국 닐 마샬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를 보고 단박에 채택했다는 ‘디센트’가 7월5일 관객을 만난다. 두 영화 모두 ‘공포영화의 명가’ 라이언스 게이트의 작품이라고 내세우지만, 완성도와 신선도 면에서 궤를 달리한다. 한 영화는 라이언스 게이트의 명성을 더욱 공고히 할 만큼 품격 있는 공포를 새롭게 선사하고, 다른 영화는 쉴 새 없이 반복되는 유혈폭력으로 완전무장했지만 그마저도 예측가능하고 어디서 본 듯하다. 영국산 품격 있는 공포 ‘디센트’ 먼저 영국산 공포 ‘디센트’. 2002년 ‘도그 솔저스’로 호평 받았던 닐 마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2005년 유럽에서는 호평과 흥행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고, 2006년 미국에선 평단의 호평은 잡고 흥행은 놓쳤다. 영화는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사라(슈어나 맥도널드 분)를 위해 동굴탐험에 나선 6인의 친구가 괴생물체를 만나 벌이는 사투를 따라간다. 동굴벽이 무너지면서 감금되고, 유명 관광객용 동굴인 줄 알았던 곳이 지도에도 없는 원시동굴임을 알게 되고, 그도 모자라 인간을 먹이 삼아 즐기는 괴물생체와 맞닥뜨리면서 여섯 명의 여자는 혼돈과 분열을 겪는다. 닐 마샬 감독은 한계 상황에 다다른 인간의 공포와 절망감을 간결하고 대담하게 보여준다. 뒤는 막혀 있고, 앞으로 가면 괴물이 있다. 잘 보이지도 않고, 인간 같기도 하고 박쥐 같기도 한 ‘생전 처음 본’ 괴생물체의 습성을 알 수도 없다. 내가 그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먹힌다. 상황은 너무나 명료하다. ‘오랜만에’ 괴물 대 여전사의 사투 마샬 감독은 주인공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감과 불안감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공유시킨다. 사라의 몸이 좁은 통로에 끼어 오도가도 못할 때, 보는 사람의 심장도 터질 듯 갑갑하다. 시력이 필요 없을 정도로 어두운 동굴 속, 사라는 캠코더의 액정 화면을 눈으로 해서 길을 찾아간다. 감독은 캠코더 하나로 관객을 자기가 데려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가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며 서서히 그러나 최고조로 긴장도를 높여간다. 공포와 절망감, 그를 씻어내기 위한 폭력성 분출. 감독 그 사이를 교묘히 오가며 관객의 마음을 제멋대로 연주한다. 막다른 길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고 여자들은 아마돈의 여전사로 변신한다. 괴생물체가 인간의 공포 대상인지, 죽기살기로 달겨드는 인간이 괴생물체의 공간에 끼어든 침입자인지 헷갈리 정도다. 동굴탐험을 제안한 리더격 주노(나탈리 잭슨 멘도자)의 파워풀한 액션, ‘에이리언’의 시고니 위버를 연상시키는 사라의 강인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에이리언4’ 이후 9년, 오랜만에 괴물과 여전사의 더럽고 잔인한 사투를 만날 수 있다. 마지막 반전이 주는 ‘묘한’ 여운 감금을 주된 모티브로 하되, 주로 지하실에 가두는 미국산 공포와 달리 동굴로 장소를 옮긴 ‘디센트’. 계속 동굴만 등장하는 어둡고 단조로운 화면이 흠이긴 하지만, 주인공들과 함께 괴물의 추격을 받다가 돌아서서 괴물을 죽이다가 혼비백산하다 보면 100분의 러닝 타임은 지루하지 않다. 사라와 주노 사이에 감춰진 비밀이 주는 재미와 극적 긴장감이 있고, ‘이제 모든 게 끝났나’ 싶을 때 튀어나오는 반전이 흥미를 돋운다. 우정 회복을 위해 나섰던 여행이 배신으로 얼룩지는 모습, 반전이 담긴 결말을 보노라면 공포영화답지 않은 주제의식도 느껴진다. 악동 레슬러 케인, 스크린 데뷔작 ‘씨노이블’ WWE 레슬링 계의 악동 케인이 그 악명, 그 살벌한 습성을 그대로 살려 스크린에 진출했다. ‘2007 최강 호러’라는 홍보 문구를 내건 ‘씨노이블’이 그것. 영화의 설정은 간단하다. 화재로 폐허가 된 블렉웰 호텔에 비행 10대 청소년 8명이 초대된다. 3일 간 청소하면 수감 한 달을 감형해 준다는 감언이설에 밀려서 말이다. 하지만 호텔엔 갈고리와 쇠사슬로 인간 사냥을 즐기는 이가 살고 있었으니 바로 제이콥(케인 분)이다. 괴물보다도 흉측한 외모와 괴력을 소유한 제이콥과의 한 판. 아무리 범죄자들이라고 하지만 승산이 있을까? 케인의 악행 ‘그대로’ 잔인한 호러 케인의 연기 도전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2m가 넘는 큰 키와 150㎏의 육중한 몸, 괴기스럽게 생긴 얼굴 덕(?)에 분장을 크게 하지 않아도 살인마 제이콥으로의 변신이 쉬웠다더니 연기 또한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워 보인다. 장내 아나운서의 몸에 불을 지르고, 상대를 숨막혀 죽기 직전까지 몰아대던 그의 악행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긴 듯 영화는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여기에 감독까지 한 수 거든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힙합 가수 아이스 큐브 등의 뮤직비디오로 유명한 그레고리 다크 감독. 빠른 컷 넘김을 특징으로 하는 뮤직비디오 감독답게 엄청난 속도감으로 살벌한 폭력을 양산하고, 카메라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훑어낸다. 식상한 공포, 어지러울 정도의 ‘속도감’ 폭력 하지만 쏟아내는 피와 뽑아내는 눈의 양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새로운 ‘무엇’이 없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희희낙락하다가 뒷통수를 맞는 주인공들, 괴력의 살인마 뒤에 서있는 조종자의 존재, 악마가 된 슬픈 사연. 호러 영화의 고전 문법을 답습하는 수준에서 그친 이야기 전개는 관객에게 ‘높은’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 피 튀기는 WWE 레슬링을 즐기는 사람들, 케인의 팬들은 ‘씨노이블’을 반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지러울 만큼 빠른 속력의 폭력, 아무리 잔혹한 장면이라도 자세하고 정확하게 보여주는 카메라는 노약자와 임산부에겐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