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영부인밴드.."우리 '퀸'과 닮았죠?"

(서울=연합뉴스) 홍대 인근의 조그마한 지하 연습실. 매주 토요일 오후 이곳에는 영국의 전설적인 록 그룹 '퀸'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소리의 주인공은 '퀸'의 마니아들이 모여 만든 트리뷰트 밴드 '영부인 밴드'(0vueen). 1997년 PC통신 나우누리의 동호회 '퀸을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밴드다. 당시 동호회 운영자였던 정관훈(30.드럼)씨는 "'퀸'의 음악을 듣는 데만 그치지 말고 직접 연주도 해보자"는 생각에 밴드를 결성, 10년 넘게 '퀸'의 음악만을 연주해 왔다. "특별한 목적은 없어요. 그저 '퀸'의 음악이 좋아서 즐기는 거죠. 시작할 때는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는데 벌써 10년이 넘었네요."(베이시스트 안철민) '퀸'은 원래 남성 4인조이지만 '영부인 밴드'는 혼성 5인조다. '퀸'에서는 프레디 머큐리가 보컬과 키보드를 동시에 맡았지만, '영부인 밴드'의 보컬 신창엽 씨는 키보드 연주가 불가능해 여성 키보드 연주자 정아란(26) 씨를 따로 영입했다. '영부인 밴드'라는 이름은 우리나라에 여왕은 없지만 영부인은 있다는 점에 착안해 붙인 것이다. 기타를 맡은 김종호 씨는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의 광팬이다. "1996년 사무실 동료 직원 소개로 '퀸'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전에는 '퀸'이 댄스음악이나 하는 밴드라고 빈정댔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죠. 브라이언 메이에 푹 빠져 그가 사용하던 기타, 앰프, 의상 등 그와 관련된 물품이 나오면 무엇이든 사들여 방 하나가 '퀸'의 물건으로 가득찼죠." 드럼을 맡은 정관훈 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퀸'에 빠져 학창시절 부모 몰래 드럼을 배우기도 했다. '영부인 밴드'를 창단한 그는 군 복무 중에도 공연에 맞춰 휴가를 나와 공연에 참가했을 정도로 밴드 활동에 열성적이다. 아마추어들로만 구성된 '영부인 밴드'는 2000년부터 고정멤버 체제를 갖추고 매년 3-4회 정기 공연을 열고 있다. 이들은 평소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의상과 가발까지 갖추고 음악뿐 아니라 외모까지 '퀸'을 그대로 재현한다. 연습실과 공연장을 빌리는 비용은 모두 멤버들의 주머니를 털어 충당한다. 공연 입장권을 팔긴 하지만 돈 버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고. "초기에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은 주로 '퀸'의 팬클럽 회원들이었는데 2005년부터 각종 매체를 통해 저희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일반인들도 공연을 보러 오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관객층도 중학생부터 50-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죠. '영부인 밴드' 카페 회원 수도 1천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들은 매년 밴드 자체적으로 여는 정기 공연 외에 외부 요청에 따라 추가로 공연을 열기도 한다. 올해 첫 공연은 19일 홍대 앞 사운드홀릭에서 열리는 뮤지컬 '위 윌 록 유' 한국 초연 기념 무료 콘서트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뮤지컬에 삽입된 '퀸'의 노래를 들려주고 뮤지컬 영상도 보여줄 예정. "우리나라에서 그룹 '퀸'과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는 이 뮤지컬이 처음이 아닐까 싶어요. 이 뮤지컬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퀸' 붐이 다시 일어 '퀸'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혹시 알아요? 이 뮤지컬 덕분에 '퀸'이 내한할지."

본조비, 도쿄돔 5만 관객 사로잡다

(도쿄=연합뉴스) 세계적인 4인조 록밴드 본조비(Bon Jovi)가 2년 만에 14번째 일본 투어를 펼치고 있다. 11일 나고야돔에 이어 13일과 14일 도쿄돔, 16일에는 오사카의 교세라돔 등 모두 4차례의 돔 콘서트로 일본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뉴저지에서 시작된 본조비의 월드 투어는 연말 캐나다 공연을 거쳐 멤버 4명이 좋아하는 일본을 2008년 첫 라이브 무대로 골랐다는 후문. 13일 도쿄돔 첫날 무대에 선 보컬 존 본조비(45)는 "지금까지 13차례나 투어를 해 80회 이상의 라이브 공연을 펼칠 수 있었다. 일본 여러분의 우정에 감사한다"며 행사장을 가득 메운 5만 명의 팬들에게 감격의 인사말을 건넸다. 본조비는 이날 '위드아웃 러브(Without Love)'와 '로스트 하이웨이(Lost Highway)' 등 히트곡과 신곡 등 23곡을 열창, 처음부터 끝까지 일어나서 성원을 보낸 팬들의 기대에 보답했다. 본조비는 이번 일본 투어로 39회 스타디움 공연 기록을 달성해 2위인 롤링 스톤즈의 33회 공연과 격차를 더 벌렸다. 또한 지난해 선보인 10번째 앨범 '로스트 하이웨이'도 발매와 함께 오리콘 차트에서 4번째 1위에 올라 비틀스의 기록을 깨고 해외 그룹 부문 단독 1위에 오르는 겹경사를 맛봤다. 보컬 존 본조비는 "스타디움 공연 횟수와 앨범 1위 기록에서 스톤즈와 비틀스를 따돌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세대를 뛰어넘은 여러분의 응원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본조비는 도쿄 투어를 마치고 난 뒤 호주로 옮겨 공연을 펼치며, 이어 미국과 유럽 등을 돌며 투어 일정을 계속할 예정이다.

<한국계 코미디언 정원호 중동서 활약.."한국 사람 맞아">

(두바이=연합뉴스) `악의 축'(Axis of Evil). 이름부터 심상치않다.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중동에서 활약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코미디언 정원호(23)씨가 속한 `스탠드-업 코미디'팀의 이름이다. 정씨는 사우디 아라비아 제다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뒤 곧바로 요르단에서 자라고 교육을 받은 탓에 아랍어가 모국어 수준이고 영어도 능통하다. 그가 아랍인을 상대로 정극(正劇)도 아닌 풍자와 말장난이 넘치는 코미디쇼를 할 수 있는 것도 한국계로선 무척 드문 이런 성장배경 때문이다. 한국어는 자기소개와 인사말 정도를 할 수 있을 정도다. 애초 악의 축 팀은 미국을 주무대로 활약했던 3인조 정치 풍자 스탠드-업 코미디 팀이었다. 2002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신조어인 악의 축은 이란, 사담 후세인 치하의 이라크, 북한 등 이른바 미국에 의해 `테러국가'로 지목된 3개국이었다. 이 팀은 이름답게 이집트, 이란, 팔레스타인계 등 중동계 미국인 3명으로 구성돼 미국에서 순회공연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악의 축 `멤버'가운데 북한이 빠지는 바람에 `2%' 부족했던 게 사실. 북한 사람을 찾고 있던 이 팀은 중동 순회공연을 앞두고 사우디 국영방송 mbc에서 프로듀서로 활약하던 정씨를 2개월 전에 영입함으로써 비로소 `제대로 된' 악의 축 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 그의 동료 아흐마드는 코미디 쇼에서 "우리는 웃기는 북한 사람을 찾았지만 실패했다. 대신 차선책으로 남한 사람을 발견했다"며 관객에게 정씨를 소개한다. 무대에 오른 그는 처음엔 긴장된 표정을 지은 채 서투른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하면서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한 뒤 이내 유창한 아랍어로 노래를 부르고 능숙하게 아랍인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 낸다. 정씨는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팀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정치적 풍자가 가득한 코미디"라면서 "중동과 다른 지역 사람들의 인식의 간극을 메우고 `아랍인=테러'라는 편견을 깨뜨리고 아랍사람도 충분히 재밌다는 게 쇼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악의 축 팀은 중동에서 테러와 폭탄, 부시 대통령 등 정치적 소재를 희화화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정씨는 악의 축의 일원으로 이미 지난해 말 두바이를 비롯, 레바논 베이루트, 이집트 카이로 등 중동을 돌며 관객 2만명을 동원, 흥행에도 성공했다. 정치적 의사 표현이 자유롭지 못한 중동에서 이런 정치 풍자 코미디도 관심거리거니와 한국계 코미디언이 아랍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니 관객의 반응은 더 뜨겁다. 아직 아버지의 나라 한국을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다는 그는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해 창피하다"며 "아랍인이 낯선 한국에도 아랍인의 이미지가 폭력적이라고 잘못 전달되지 않고 친숙하게 다가갔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중동 순회공연을 마친 악의 축 팀은 아랍어와 영어로 된 코미디 미니시리즈와 DVD 판 공연을 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