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야욕을 어떻게 다뤄야할지 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전체주의 국가가 뉴욕에 도달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보유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그린 영화가 제작됐다. 20세기 폭스사는 17일 '적진에서2(Behind Enemy Lines II: 악의 축)'을 공개했다. 이 영화는 진 해크먼과 오웬 윌슨이 주연한 2001년 영화 '적진에서'의 속편으로 극장 상영 과정 없이 바로 DVD판으로 제작됐다. 맷 부셸, 셰인 에델만이 주연한 '적진에서2'는 장거리 미사일을 파괴하기 위해 북한에 투하된 해군 특수부대(SEALs)의 활약상을 그렸다. 후속편은 제임스 닷슨 감독이 18개월 전에 쓴 대본을 토대로 불가리아에서 촬영됐다. 닷슨이 대본을 쓰기는 처음이며 감독도 처음이다. 그는 "영화제작을 위해 조사하기 전에는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몰랐었다"면서 공산 독재자 김정일 정부가 이런 무기를 보유하면 힘의 균형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해 하는건 자연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폭스 홈 비디오 마케팅담당 선임 부사장인 스티브 펠드스타인은 "영화개봉 시기는 여러달 전에 결정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사람과 동물의 교감을 그리는 영화는 아동 혹은 가족영화가 부실한 한국 영화계에서 분명 개척해야 할 분야다. 수요가 있음에도 공급은 그동안 외국에 의지해왔기 때문이다. 개와 인간의 우정을 그린 '마음이…'는 올 여름 선보인 말과 인간의 우정을 그린 '각설탕'과 함께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그들이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랑을 쉽고 말랑말랑하게 전달하고 있다. 점점 각박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이제 이 같은 가치는 일부러 들춰내고 조명해야 하는 그 무엇이 됐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존재의 가치를 갖는다. 11살 찬이와 6살 소이는 고아나 다름없다. 아빠는 하늘나라에, 엄마는 소식을 끊은 채 다른 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찬이는 소이의 생일 선물로 강아지 한 마리를 훔쳐오고, 소이는 '마음이'라 이름 붙인다. 서로 마음을 나누며 1년여를 보낸 셋은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소이가 세상을 뜨면서 불행에 빠진다. 찬이는 소이의 죽음을 마음이 탓으로 돌리고 엄마를 찾아 집을 떠난다. 2002년 '집으로…'로 스타덤에 오른 유승호(13ㆍ인천계양중 1학년)가 찬이를 맡아 올해 다섯살인 개 '달이'와 호흡을 맞췄다. 일찍부터 사람처럼 말을 알아듣는 재능을 보인 달이는 미국에 인명구조견으로 갈 준비를 하던 중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한다. 이 둘의 연기는 모자람 없이 화면을 채우고, 둘 사이의 호흡 역시 자연스럽다. 여기에 CF계의 꼬마 스타 김향기(6)가 소이 역을 맡아 깜찍한 모습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렇듯 세 배우는 모두 자기의 몫을 충실히 해냈다. 이 영화가 타깃으로 삼는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마음이…'는 이런 부류의 영화가 걸어가는 전형성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점에서 새롭지는 않다. 또 어차피 그런 길을 택했다면 더욱 깔끔하고 정갈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집을 나온 찬이가 겪는 밑바닥 생활 묘사에서는 의도하는 바는 알겠으나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으로 투박한 느낌이 드는데, 그것은 그대로 맛이 되지 못하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신생영화사 화인웍스와 SBS프로덕션이 공동제작했다. 26일 개봉, 전체관람가. /연합뉴스
전남 보성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오민지(17) 양의 단편 '그 아침의 풍경'(A Scene of That Morning)이 국제영화제에 초대받았다. '그 아침의 풍경'은 11월15일부터 19일까지 캐나다에서 열리는 제10회 토론토 릴 아시안 국제영화제(Toronto Reel Asi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의 초청작 목록에 올랐다. 토론토 릴 아시안 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지역의 극장 영화와 비디오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로 1997년 출발했다. 해마다 한 국가를 선정, 그 나라의 작품을 집중 소개하고 있으며 그와 함께 한 명의 캐나다 영화인도 조명하고 있다. 8월 열린 제8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기도 한 '그 아침의 풍경'은 20분 분량의 6㎜ 단편영화. 아홉살 소년 지호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한 가족이 겪는 고통과 슬픔, 그리고 화해를 그린다. 오민지 양은 "이 영화는 우리 가족의 이야기"라며 "영화 속에서 지호가 겪은, 혹은 겪을 성장통은 어쩌면 내가 이미 경험한 것일지도 모른다. 가족은 우리가 매일 맞이하는 아침과 같은 존재지만 그 풍경은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배태수 감독의 '메모리즈(Memories)'가 제2회 야마가타 국제영화제(Yamagata International movie Festival)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배 감독은 현재 경북 경산의 대경대학 영화방송제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5~7일 일본 야마가타시 시네마준 극장에서 열린 이번 영화제에서 '메모리즈'는 14인의 심사위원단에 의해 최고작으로 선정돼 1천만 엔(약 8천만 원)의 상금과 함께 장편영화의 제작 지원을 받게 됐다. '메모리즈'는 주변 사람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주인공(영호)의 하루를 조명한 영화로 인간 존재의 나약함을 표현했다. 일본 중견 여배우 나쓰오 유나가 주연을 맡고 대경대학 학생들이 스태프와 배우로 참여했다. 야마가타 국제영화제는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함께 야마가타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영화제다. /연합뉴스
흑인배우 콜린 샐먼(44)이 자신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007 새 영화의 주인공 캐스팅에서 퇴짜를 맞았다며 제임스 본드 영화 제작진을 비난하고 나섰다. 샐먼은 '007 어나더데이'에서 스파이 찰스 로빈슨 역을 맡았고, 주인공 피어스 브로스넌이 배역을 더이상 맡지 않게 되면서 그를 대신하는 새 제임스 본드 역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브로스넌도 샐먼을 적극 추천해 흑인 제임스 본드가 탄생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으나 대니얼 크레이그가 최종 낙점됐다. 샐먼은 최근 제작자들이 크레이그를 선택한 것은 관객이 흑인 제임스 본드를 거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예통신 WENN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그 배역을 맡지 못한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흑인 제임스 본드는 절대로 탄생하지 않을 것이다. 금발의 본드를 캐스팅하는 데도 사람들이 난리를 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대니엘 크레이그가 새 제임스 본드로 최종 낙점됐을 때 그가 금발이란 점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샐먼은 '카지노 로열'에서 본드 역에 캐스팅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이 맡았던 로빈슨 역도 맡지 못했다. 함께 출연한 주디 덴치가 본드의 상사 역인 M을 그대로 맡는 데 비해 자신은 교체돼 샐먼은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않앗다. 그는 "말도 안되는 처사다. Q, 미스 머니페니는 교체하면서 덴치만 그대로 간다는 것은 혼란스러운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샐먼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카지노 로열'의 제작사인 이온의 대변인은 "비합리적인 비판이며 콜린 샐먼이 그런 공격을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금발의 본드가 탄생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았듯이 흑인 본드가 탄생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새 007 시리즈 '카지노 로열'은 연말 개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대표 박동호)가 중국 대륙에 진출한다. CGV는 22일 중국 상하이에 '상영(上影)CGV'라는 이름으로 해외 첫 영화관을 오픈한다. 이에 앞서 CGV는 2월 중국 국영영화기업 상해영화그룹회사(Shanghai Film Group)와 멀티플렉스 영화관 사업을 위한 합작회사 계약을 체결했다. 상영CGV는 상하이 쟈베이구의 핵심지역으로 정부 계획하에 대규모 프로젝트로 조성되는 다닝국제상업광장에 들어선다. 1개의 VIP 상영관을 포함해 총 6개 상영관, 1천 여 석 규모. 영화관에도 호텔처럼 등급이 매겨지는 중국에서 영화관 최고 등급인 5성급 영화관으로 인정받았다. 오픈을 기념해 22일부터 27일까지 '한국영화의 힘, 다양성의 힘!'이라는 슬로건 아래 '2006 한국영화전'이 개최된다. 한국영화 최근 10년을 대표하는 총 11편의 작품이 선보인다. 또 '중천'의 정우성과 김태희, 김성수 감독이 이 기간 중국을 방문해 관객을 만난다. CJ CGV 박동호 대표는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중국 대륙에 CGV의 첫 번째 영화관을 오픈하게 되어 기쁘다"며 "CGV만의 선진 운영 노하우와 서비스를 바탕으로 중국 내 다른 영화관과는 차별된 신 개념의 영화관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CJ CGV는 이를 시작으로 중국 베이징과 미국 LA 등지에 해외 상영관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공동제작영화의 한국영화 심사 절차가 기존의 사후 심사에서 사전ㆍ사후 심사로 확대된다. '영화진흥법'과 '음반ㆍ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을 통합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 29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그에 따른 시행령안이 발표됐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공동제작영화의 한국영화 인정 절차와 방법 및 기준'(안 제10조)이 보다 구체적이고 객관화됐다. 기존까지는 공동제작영화 중 완성된 영화를 대상으로 한국영화 여부에 관한 심사가 펼쳐졌으나 향후에는 제작 전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그동안 심사 기준이었던 주요 인력 참여도와 국내 촬영지 활용도 등에 판단은 더욱 객관적으로 변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는 17일 "심사과정에서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점수화된 기준으로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 확인대상에서 제외되는 선전ㆍ광고물'(안 제11조)에서는 인터넷상에 게시하는 띠 모양의 광고ㆍ선전물의 경우에는 그 형태가 단순하고 현실적으로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유해성 확인대상에서 제외된다.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가입자에 대한 영화상영 신고의무의 면제'(안 제20조)에서는 영화상영관 경영자가 영화상영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가입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영화상영 신고의무를 면제하도록 했다. 불필요한 신고의무와 행정력의 낭비를 없애기 위한 조치. '영상물등급분류 등 결정내용의 통지대상기관'(안 제24조)에서는 영상물등급분류위원회가 등급분류 등의 결정내용을 비디오물에 대한 지도ㆍ단속 권한이 있는 문화관광부장관, 정보통신부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가청소년위원회 위원장 및 그밖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행정기관의 장에 통지하도록 했다. 이밖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비디오물의 상호ㆍ등급 등의 표시 방법'(안 제27조)에서는 비디오물의 범위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제공되는 비디오물이 포함됨에 따라 이 경우, '온라인 디지털콘텐츠산업 발전법'에 따른 표시사항 외에 그 밖의 사항을 비디오물의 초기 또는 끝 화면에 표시하도록 하고 비디오물의 등급을 초기화면에 색깔별로 표시하도록 했다. /연합뉴스
`알제리 전투'로 유명한 영화감독 질로 폰테코르보가 로마의 제멜리 종합병원에서 12일(현지시간) 밤 숨졌다고 병원 측이 밝혔다. 향년 86세. 폰테코르보 감독의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현지 언론은 그가 숨지기 몇달전 심근경색을 앓았다고 전했다. 그의 화제작인 알제리 전투는 1954년부터 1957년까지 알제리의 해방을 위해 프랑스에 맞서 싸운 알제리민족해방전선(FN)의 투쟁과정을 그린 영화로 1965년에 선을 보였으며 사실성이 뛰어나 1966년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이 영화의 배급을 몇년간 금지시키기도 했다. 세계 제2차 대전당시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폰테코르보 감독은 그의 영화에 강렬한 정치적 열정을 반영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알제리 전투 이외에 그의 작품으로 수용소 탈출을 시도하는 유대인 소녀의 이야기인 `카포', 말론 브란도가 출연한 식민지 저항 이야기인 `케이마다' 등이 있으며 스페인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시대를 그린 1980년의 `오글로'가 마지막 작품이다. 폰테코르보 감독은 1919년 11월 19일 이탈리아의 피사에서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뒤 1938년 파시스트 체제를 피해 프랑스로 이주했으며 반(反) 파시스트 활동과 레지스탕스로 활약하기도 했다. 화학을 공부했던 그는 영화감독 이전에 저널리스트 경력도 있다. /연합뉴스
빤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살갑게 느껴지고 새삼 존재를 깨닫게 되는 배우. 정재영이 그렇다. 화려하지 않지만 늘 영화 속에서 펄펄 살아 있는 연기로 격정과 열정, 순박함과 순수함 등을 전한다. 사진을 찍으려고 옷을 기껏 갈아 입었는데도 원래 입고 있던 트레이닝 바지와 협찬받은 수십만원짜리 청바지와의 차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할만큼 평범하고 털털한 얼굴과 외양이지만 일단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정작 본인은 “장진 감독의 여섯작품 중 두편째 주인공을 맡았을 뿐으로, 도대체 왜 ‘장진 사단’의 대표 배우라는 말을 듣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정재영은 오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거룩한 계보’의 동치성을 통해 그 까닭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남자들의 감성이 눈치채지 못할만큼 깊숙이 들어가 있는 영화입니다. 나약한 조직폭력배 한놈이 부모가 린치당한 후 화려한 복수를 꿈꾸는 그런 할리우드 스타일의 조폭영화가 아니라 사람들의 정에 관한 영화죠.” 10년동안 큰형님을 모시는 왼손잡이 칼잡이 동치성이 형님의 명에 따라 한 박사를 찌른 후 감옥에 간다. 감옥에서 죽마고우 순탄을 만나고 이들은 형님의 배신에 탈출을 감행한다. 복수하겠다는 것. 영화는 동치성을 중심으로 그의 오랜 친구 주중, 순탄과 함께 감옥에서 만난 이들이 한데 엮는 다양한 캐릭터의 이야기다. 장 감독의 전작보다 훨씬 진중함이 더한다. 그렇다고 대사와 상황 속에 기막힐 정도의 위트가 없는 건 아니다. “예전 장 감독님 영화가 재치와 진중함 중 과다할 정도로 재치 쪽에 기울었다면 이번에는 진중함 쪽에 무게를 뒀습니다.” 장 감독이 스타일을 변주할 때는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한다. 그게 정재영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동치성은 원래부터 그런 놈입니다. 정보와 형량을 교환하려는 검사에게 ‘검사님 저 잘 모르시죠’라고 말하고 감옥에서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친구를 마치 웬수 만나듯 하는 놈입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동치성을 표현하기란 여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그는 단순히 장진사단의 대표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다./연합뉴스
'beyond the sea' 'as long as I'm sining' 등 주옥같은 명곡을 남긴 팝스타 바비 대런.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아 15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란 선고를 받았음에도 그는 음악을 통해 영원한 삶을 살았다. 1956년 혜성같이 나타나 숱한 노래와 영화를 남긴 후 37살의 나이로 요절한 바비 대런의 짧은 인생이 영화로 되살아났다. 영화의 주인공은 '유주얼 서스펙트' '아메리칸 뷰티'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케빈 스페이시. '비욘드 더 씨'는 케빈 스페이시가 바비 대런에 헌사하는 영화다. 케빈 스페이시는 15년 전 어릴 적 가족의 우상이었던 바비 대런의 삶과 음악을 스크린에 옮기겠다는 계획을 2004년 기필코 실현했다. 연기뿐 아니라 제작, 각본, 감독까지 직접 맡았다. 영화는 '영화 속 영화' 형태로 진행된다. 바비 대런이 살아 생전에 자신의 일생을 담은 영화를 직접 제작하는 방식이다. 유머러스하게도 케빈 스페이시는 "당신이 직접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기엔 너무 나이 들지 않았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을 통해 45살에 30대 바비 대런을 연기해야 하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어느 작품에서나 믿음직스럽지만 케빈 스페이시는 가열찬 노력으로 춤과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춤 동작 하나하나, 노래 한 곡마다 바비 대런을 향한 존경심이 묻어난다. 어른이 된 바비 대런과 어린 시절의 바비 대런이 함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방식을 택했다.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난 바비 대런은 어린 시절 류머티즘 열병으로 심장이 손상돼 15살까지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선고를 받는다. 그의 어머니 대런은 피아노와 노래를 통해 바비 대런이 삶의 희망을 놓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한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그의 생명을 연장시켰고 프랭크 시내트라와 같은 가수가 되길 꿈꾼다. 1956년 그는 'Splish Splash'로 혜성같이 등장해 단번에 10대들의 우상이 됐지만 결코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고집해 전 세대를 휘어잡는 스타가 됐다. 첫 영화를 촬영하며 만난 산드라 디는 평생의 반려자가 된다. 인기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시점에 그는 정치에 눈을 떠 "케네디와 바비 대런만이 진실을 말한다"고 외치며 정계 진출을 고려한다. 그 즈음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가장 존경했던 어머니가 사실은 할머니이며, 늘 자신과 함께 했던 누나가 어머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는 오랜 방황을 한다. 방황 끝에 바비 대런은 진심으로 청중이 원하는 노래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런 큰 줄기의 바비 대런의 삶은 내면의 고통까지 들여다보는 세심함으로 표현된다. 케빈 스페이시 자신이 대중예술가이기 때문에 세대를 뛰어넘는 예술인의 삶과 번민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가슴이 꽉 차 오르는 영화. '비욘드 더 씨'는 곱씹을수록 가슴이 아린 영화다. 전체관람가. 26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