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지역 최대 영화시장인 아메리칸 필름마켓(AFM)이 11월1일부터 8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타모니카에 자리한 르 메리고 호텔과 로스 샌타모니카 비치 호텔에서 열린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아닌 독립영화제작자들과 배급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영화를 시사하고 배급권을 팔고 사는 시장인 AFM은 지난 1981년 시작돼 세계 각국에서 매년 8천여 명의 영화 비즈니스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지역에서 열리는 미국영화연구소(AFI) 영화제와 연계해 열리고 있다. 올해 AFI영화제는 11월1~12일 할리우드 아크라이트극장에서 열린다. 올 AFM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총 589편의 영화가 참가, 지난해 534편보다 10%의 증가를 보였다고 주최 측인 인디영화 및 TV연합(IFTA)이 집계, 발표했다. 이중 384편은 영화시장에 처음 나오는 영화들이며 AFI영화제에서 초청 상영되는 영화 중 54편도 시장에서 배급권 판매에 나선다. AFM은 제작자들과 배급자들의 편의를 위해 올해 새로운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www.afmfilms.org가 주소인 이 웹사이트는 AFM 영화 카탈로그를 마련, 연중 제공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제작 초기단계에 있는 프로젝트에서 이미 완성된 영화들까지 장르별, 언어별, 제작 및 파이낸스 단계별로 정리해 공동제작에 관심있는 관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준다. 이 웹사이트는 또한 구글 비디오와 신디케이트 계약을 맺어 AFM에 참여하는 셀러(판매자)들이 무제한으로 트레일러를 업로드하고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조너선 월프 IFTA 부회장은 AFM 영화 카탈로그에 대해 "지난 3년 동안 AFM에서 시사회를 여는 영화 편수가 50%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영화제작자들과 배급자들은 이제 수천 편의 프로젝트와 영화들에 대해 즉각적으로 정보를 교류할 후 있는 귀중한 새 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AFM에 참가하는 한국 영화는 모두 85편으로 이중 '한반도' '다세포 소녀' '신데렐라' '퍼즐' 라디오 스타' 등 34편이 바이어들을 상대로 한 시사회를 개최한다. 이번 영화시장에 셀러로 참가하는 한국 영화사는 CJ엔터테인먼트, 쇼이스트, 씨네클릭, 쇼박스 등 모두 14개다. /연합뉴스
제3회 메가박스일본영화제(www.j-meff.co.kr)가 11월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다. '꿈과 사랑'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번 영화제에서는 일본 최신 영화 18편이 소개된다. 개막작 '편지'는 '전차남'의 야마다 다카유키와 '박치기!'의 사와지리 에리카가 주연한 작품으로 살인자의 동생이라는 아픔을 간직한 남자와 그를 곁에서 지켜주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폐막작인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는 '나나'로 알려진 미야자키 아오이가 주연한 청춘 멜로 영화로 친구로 만나 사랑을 키워나가는 남녀의 숨바꼭질 같은 로맨스를 그렸다. 이밖에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얼굴'(2000),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요괴대전쟁'(2005), 이누도 잇신 감독의 '터치'(2005)를 비롯, '눈에게 바라는 것'(2006), '마을 사진첩'(2005), '부드러운 생활'(2006), '고질라X메카고질라'(2002) 등 2000년 이후 만들어진 국내 미개봉작들이 상영된다. 영화제 측은 "1, 2회 영화제가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며 다양한 일본 영화를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번 3회 영화제는 2000년부터 2006년 사이에 만들어진 최신 일본 영화 중에서 고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특히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영화들 중에서 18편을 엄선했다"고 밝혔다. 관람료는 5천 원. /연합뉴스
김수로 “매일 조카 보며 아빠 훈련했어요” 배우에게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연기하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일단 간접경험이라도 해야 할 것이고, 그 다음에는 최대한 그럴 듯하게 그 세계를 흉내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간접경험으로도 닿지 못하는 세계가 존재한다. 바로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이다.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된 후의 부모 연기와 그렇지 않을 때의 연기에는 분명 차이가 느껴진다. 그만큼 부모 연기에는 실제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잔혹한 출근’의 출연을 앞두고 김수로(36)가 직면한 가장 큰 고민 역시 그것이었다. 개봉을 앞둔 현재는 기혼자의 몸이 됐지만, 아직 그에게는 자녀가 없다. ‘잔혹한 출근’은 금쪽 같은 외동딸을 유괴당한 아버지의 이야기. 연기력이 검증된 그일지라도 결코 만만하게 볼 역할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김수로에게서 손에 만져질 것 같은 부성애(父性愛)가 뚝뚝 묻어나기 때문. 그렇다면 김수로는 어떤 준비를 했을까. 시사회 후 만난 그에게서 나온 대답은 쌀쌀한 가을 날씨를 단숨에 따뜻하게 만들었다. “부산에서의 반응에 너무 놀랐고 감동받았습니다. 지금의 저는 100% 관객과 제 주변의 인간관계덕분에 만들어졌습니다. 이건 겸손도 아닙니다. 실제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정말 미치도록 열심히 해서 관객에게 보답하고 싶어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잔혹한 출근’을 택했다는 김수로. 그는 노력을 통해 그러한 욕심을 진심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영화의 결과가 어떻든간에 그가 행복해할 수 있는 이유다./연합뉴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물바다로 만들었을 때 집중 조명을 받은 사람들이 있다. 미국 연안경비대원들이다. 이들은 아비규환의 물바다에서 인명을 구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펼쳐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가디언'은 바로 그들, 연안경비대원들의 이야기다. 추운 베링해를 무대로 조난된 사람들을 구하는 연안경비대원들의 활약상과 훈련과정을 담아낸 블록버스터. 케빈 코스트너가 연안경비대의 신화적인 존재인 벤 역을, 애슈턴 커처가 연안경비대 엘리트 스쿨 신입생 제이크를 맡아 호흡을 맞췄다. 연안경비대원으로서 벤의 활약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인명을 구한다. 그러나 24시간 비상대기를 해야 하는 까닭에 아내로부터는 결별을 통보받는다. 설상가상으로 폭풍우 몰아치는 사고현장에서 동료를 모두 잃고 혼자만 살아남는 가혹한 일을 겪게 된다. 사고에서 몸과 마음에 심한 부상을 입은 그는 상부의 배려로 연안경비대원을 조련하는 엘리트 학교의 코치로 한시 부임하고, 그곳에서 자신만만한 신입생 제이크를 만난다. 고교 수영 챔피언인 제이크는 벤이 세운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겠다는 야심에 불탄다. 영화는 그런 제이크의 숨겨진 과거를 공개하며 그가 좌충우돌 끝에 진정한 연안경비대원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따라간다. 더불어 인재를 알아보고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벤을 통해 감동적인 스승상을 제시한다. 수영을 잘 못하는 커처는 이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촬영 8개월 전부터 수영 레슨을 받았다. 코스트너는 1995년 제작ㆍ주연을 맡은 '워터월드'가 비평과 흥행에서 모두 참패를 했음에도 10년 만에 또 한번 물을 소재로 한 액션영화에 도전해 흥미롭다. 이 영화의 최대 약점은 초반에 반짝 나온 후 1시간30분이 지나야 다시 바다가 나온다는 것이다. 게다가 러닝타임 자체도 2시간18분에 달한다. 웬만큼 대단한 스토리나 볼거리가 아니고서는 관객의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조건이다. 바다가 다시 나오기 전까지 펼쳐지는 이야기는 물론 신입생의 좌충우돌 훈련과정. 각종 힘겨운 훈련이 호기심을 자극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똑같은 톤으로 반복어법을 구사할 때는 아무래도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1시간 넘게 훈련만 할 때야. 그러나 평균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답게 평균 수준으로 오감을 자극하기는 한다. 다른 요소를 다 떠나 '영화란 자고로 돈을 많이 들인 흔적이 있어야 한다'는 관객이라면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수준. 하지만 새로움을 기대하지는 말라. 블록버스터의 공식대로 찍어냈으니. 그래도 교훈은 하나 얻을 수 있다. 비바람칠 때는 절대 바다에 나가지 말 것. 여러사람 고생시킨다. '도망자' '콜래트럴 데미지'의 앤드루 데이비스 감독이 연출했다. 팁 한가지. 코스트너는 이번에 커처와 공연한 데 이어 내년 개봉 예정인 심리 스릴러 '미스터 브룩스'에서는 커처의 아내 데미 무어와 호흡을 맞췄다. 11월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유괴범이 자신의 딸을 유괴당했다. 얼마나 당혹스러운 상황인가. 아마추어 생계형 유괴범이 딸을 유괴당한 후 경찰에도 신고하지 못한 채 혼자서 전전긍긍하며 딸을 구해야 하는 게. '흡혈형사 나도열'을 통해 단독 주연으로 코미디 영화를 이끈 김수로가 또 다시 코미디에 도전했다. 설정은 끔찍하지만 풀어가는 형식은 코미디다. 김수로의 탄탄한 연기력에 기대 전혀 뜻밖의 지점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나 그 웃음이 여러 면에서 편안하지 않다. 딸 하나를 둔 평범한 샐러리맨 동철(김수로 분)은 주식 투자로 망해 사채까지 쓰게 된다. 악독한 사채업자의 살벌한 이자 때문에 하루하루가 죽을 맛. 동철과 같은 사채업자에게 빚을 진 만호(이선균)는 뜻밖의 제안을 한다. 유괴를 하자고. 덜 떨어진 두 남자는 첫 번째 유괴에서 무려 100번 넘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부모 때문에 실패한 후 부잣집 여고생 딸을 유괴한다. 그런데 이 딸도 가관이다. 학업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데다 아버지와 사이도 좋지 않은 '날라리' 태희(고은아)는 "그래봐야 우리 아빠가 돈 주고 나를 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웃는다. 그 와중에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니, 동철의 딸이 유괴당한 것. 유괴범은 유괴범인 동철이 결코 신고를 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잡아 몸값 3억 원을 요구한다. 여기에 사채업자까지 동철과 만호의 유괴 사실을 알고 입막음용으로 2억 원을 책정한다. 이 때문에 동철과 만호는 태희 아버지(오광록)에게 자꾸 몸값을 올려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자꾸 꼬여만 가는 동철의 현실은 코미디영화답지 않게 무겁고 답답하다. 동철의 부정이 절절하게 표현되는 한편 딸을 잃은 태희 아버지의 부정도 정상을 회복해간다. 의자에 묶여 있는 건 용납돼도 동철과 만호가 친절하게도 공부하라고 틀어놓은 TV 학습 프로그램이 더 견딜 수 없었던 태희도 아버지의 사랑을 깨달아간다. 동철의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유괴범. 그 유괴범은 과연 누구일까. 초반의 웃음은 중반 이후 점점 비극적으로 변해간다. 관객이 웃을 수 있는 장면 또한 갈수록 줄어든다. 코미디라는 외피를 입지 않았다면 상영 내내 답답했을 것. 뻔히 보이는 결말은 결코 신선도가 높지 않다. 김수로는 분명 영화 한 편을 이끌어갈 정도의 내공을 갖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는 점에서 만족할까. 유명한 연극배우이자 이제는 영화에서도 낯설지 않은 오광록이 슬슬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낸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고은아의 똑 부러진 연기도 눈길을 끈다. 배우들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해내려고 했음에도 분명 매끄럽지 않은 당혹스런 코미디다. 11월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박수칠 때 떠나라’ 등 ‘장진표 영화’를 잇는 영화 ‘거룩한 계보’가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언제나 재기발랄하고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었던 장진 감독과 ‘조폭’이라는 식상한 소재의 만남이 어떻게 영화에 담겼을지 궁금해하는 영화 팬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준호라는 다소 예외의 캐스팅도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장 감독 스스로 “내가 제작한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인 영화”라고 말할 만큼 영화는 누구나 부담없이 볼 수 있는 다소 ‘평범한’ 이야기로 구성돼있다. 전라도 조직세계를 주름잡는 전설의 칼잡이 치성(정재영)은 조직을 위해 감옥에 들어간다. 조직은 치성에게 등을 돌리고 치성의 죽마고우인 주중(정준호)은 치성에 대한 연민과 조직원으로서의 의무감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치성은 복수를 위해 감옥 동기들과 ‘거룩한 계보’라는 조직을 만들고 탈출에 성공한다. 두 남자의 진한 우정과 복수가 이야기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영화가 뻔한 ‘조폭 영화’가 아니라 ‘장진 영화’로 주목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세 관람가.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마지막 공식 일정은 뭘까? 20일 오늘 밤 열리는 폐막식? 폐막파티? 아니다. 21일 오후 6시 열리는 자원봉사자 해단식이 열려야 비로소 영화제는 문을 닫는다. 어떤 사람들은 자원봉사자들의 미숙한 외국어 구사 능력을 꼬집기도 하고, 실제로 몇 명의 자원봉사자를 거치고 거친 뒤에야 문제 해결을 한 외국인 참가자의 항의도 목격했다. 그러나 675명의 자원봉사자가 있었기에 원활한 진행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제와 함께 했지만 규정 때문에 영화 한 편 볼 수 없었던 자원봉사자들의 눈에 비친 제11회 PIFF는 어떤 모습일까. 티켓팀 이미숙양의 PIFF 바라보기 티켓팀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이미숙양(한국해양대·4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영화제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소감. “영화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자원봉사자 활동을 계기로 많이 생겼어요. 자원봉사자는 영화를 볼 수 없으니까 더 보고싶은 욕구도 생기더라고요. 무엇보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계기가 된 것이 좋았어요. 외국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데 만나서 얘기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요. 부산 뿐 아니라 서울 전라도 등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과도 친해질 수 있어 뿌듯했죠. 티켓팀에 70명의 자원봉사자가 있는데 10여명이 다른 지역 분이었어요. 개막 전에 사전교육과 뒷풀이 등의 시간을 통해 많이 친해져서 개막 후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느라 모두 함께 시간을 보낼 순 없었지만 오가며 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티켓팀 자원봉사자로서 아쉬웠던 점은 없었을까. “할 수 있는 언어가 영어 뿐이다. 영어를 잘 못하는 외국인과의 소통이 쉽지 않았다. 중국어, 일본어 등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인터넷 예매를 통해 많은 작품들이 매진돼 있었는데다 현장 판매분도 금세 동 났다. 인터넷 예매가 익숙치 않은 나이드신 분들이나, 홍보 부족으로 인터넷 예매를 모르고 그냥 부산에 오신 분 등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이 많았다. 멀리서 오셨는데 어떤 방법으로도 표를 구해드릴 수 없을 때 안타까웠다.” 이번 영화제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작년까지는 남포동과 해운대 양쪽에서 비슷한 비중으로 행사가 열렸던 것 같은데, 올해는 해운대 쪽으로 편중됐다. 남포동의 대영시네마를 제외한 모든 영화관이 해운대 쪽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해운대 쪽에 부대 행사가 많았다. 그래선지 대영시네마 쪽으로 가면 분명히 표가 있는데도 관객들은 해운대 쪽에서 보려 했다. 사실 영화 한 편 보고 다시 다양한 행사나 기업들의 홍보용 관객증정 이벤트가 많은 해운대 쪽으로 옮기려면 대중교통으로 40∼50분이 걸리는 걸 감안하면 이해가 됐다. 사실 남포동 쪽에 더많은 상영관이 있었다면 관객이 나뉘어졌으리라 생각된다. 남포동 쪽의 모 극장과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대영시네마 1곳만 남게 됐다고 들었다. 남포동이 PIFF광장, 별들의 거리가 있는 곳이고 무엇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출발한 ‘상징적인 곳’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다 남포동 쪽은 유명무실해지고 해운대 쪽만 부각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름 없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 폐막작을 제외한 영화 상영은 19일 밤 끝났다. 19일 밤 10시 해운대 메가박스 7관에서 ‘럭셔리 카’의 상영이 끝나고 관객들이 막 일어서려 할 때였다. 7관과 8관의 상영과 관객 안내, 질서유지 등을 담당했던 자원봉사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잠시만요, 저희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금 이 영화가 저희가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원봉사를 담당했던 마지막 작품이었습니다. 저희가 관객 여러분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종영을 기념하는 의미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도움을 받은 관객이 주어야 할 선물을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했단다.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자리 오른쪽 손잡이를 드셨을 때 하트 모양의 편지가 있는 분이 오늘의 당첨자입니다. 그리고 오늘 7관에 11번째로 입장하신 분께도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자비를 털어 사느라 큰 것은 준비 못 했고 열쇠고리 3개와 파일첩 6개입니다.” 관객들은 신이 나서 “보물찾기다”를 외치며 하트 모양의 편지를 찾느라 분주했다. 아쉽게도 11번째 입장자는 자리를 뜬 뒤라 그 옆의 여성과 하트 편지를 찾은 관객들이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다음은 ‘이름 없는’ 자원봉사자였으므로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고 한 자원봉사자들의 소감들이다. “20대 들어 가장 행복한 추억이었습니다.” “저는 관객은 아니지만 다른 위치의 ‘피프 피플’이었습니다. 12회 때는 같은 입장에서 다시 만납시다.” “꿈 같은 시간이었습니다(울먹).” “여러분들이 지켜주신 정시 입장으로 제11회 피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11회 주부 자원봉사자 5명 중 1명입니다. 얘들아 엄마가 해냈어! (울음). 관객 여러분 너무나 감사했구요, 내년에 다시 뵙겠습니다.”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고 내년에 다시 오겠습니다.” “자원봉사자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대학 들어와서 자원 봉사 해야지 해야지 하다 4학년이 됐습니다. 올해 안 하면 정말 못하겠다 싶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원했는데요.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선 영화제를 1주일 연장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인공은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조직위원회나 집행위원회도 아니었습니다. 관객 여러분이었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내년에 다시 와주세요.”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비전을 보이겠다’는 포부로 지난 12일 출발했던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20일 막을 내렸다. 총 63개국 245편의 상영작,역대 최다인 64편의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상영작,8321명의 초청 인사,16만2000여명의 관객,1577명의 내외신 기자,71.3%의 좌석 점유율 등 수치로 보면 10주년을 기념했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을 만큼 성과를 올렸다. 올해 첫 발을 내디딘 ‘아시안 필름 마켓’도 세계 영화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아쉬움의 목소리도 많다. ◇화려한 외장,아쉬운 내면=부산영화제가 외장에 치중한 점은 개막식부터 확인됐다. 주최측은 150명의 국내외 스타가 참석한다고 홍보했고 실제로 그만한 인원이 레드 카펫을 밟으며 입장했다. 그러나 알아볼 정도의 영화인은 극히 일부였고 나머지는 소개조차 안됐다. 영화 관계자는 “대형 매니지먼트사들이 톱스타를 참석시키며 소속 신인들을 대거 딸려보내 벌어진 현상”이라고 귀띔한다. 영화 촬영 계획조차 없는 신인들이 줄지어 입장하는 바람에 주최측에서도 소개할 방법이 없었다는 얘기다. 반면 전도연 김선아 대니얼 헤니,미야자와 리에,우에노 주리 등 참석 예정이던 국내외 톱스타들은 대거 불참했다. 또 그동안 신인 감독 발굴에 공헌해온 부산영화제의 장점이 다소 퇴보했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부각시키려는 노력을 찾기 어려웠다”고 꼬집었다. 진행 수준도 기대에 못미쳤다. 지난해보다 146명이나 증원된 675명의 자원봉사자가 투입됐지만 외국어 실력이 부족해 쩔쩔매는 등 국제영화제라기보다 대학 축제에나 걸맞을 모습들이 자주 목격됐다. ‘관객과의 대화’(GV)에서는 통역 미숙으로 감독과 관객들이 동문서답을 주고받는 경우도 있었다. ◇관객에게는 아직 먼 PIFF=부산이 자랑하는 국제 행사지만 부산 시민들은 여전히 영화제를 멀게만 느끼고 있었다. 직장인 신희경(26·여·남포동)씨는 “영화제에 애정은 있지만 영화 한 편 봤더니 졸리기만 해 다시는 안간다는 사람이 많다”며 “중장년 시민들도 무리없이 즐길 작품들을 따로 추천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부산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는 미국인 이안 레이드(27)씨도 “영화 편성이 평일 낮 위주여서 직장인들은 원하는 영화를 보기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대학생 조민지(21·여·좌동)씨는 “하필 부산의 학교들이 일제히 시험 기간일 때 영화제가 열려 학생들은 전혀 못갔다”면서 “부산의 행사인 만큼 부산 시민도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올해부터 상영 및 행사가 남포동에서는 대폭 줄고 해운대 멀티플렉스 극장가에 집중된 것도 불만을 낳았다. 상영 횟수는 늘었지만 부산영화제 특유의 개성은 희석됐다는 것. 몇 년째 영화제를 찾았다는 직장인 홍지훈(29·서울 길음동)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포동 일대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면 자갈치 시장이며 길거리에 사람들이 북적거려 즐거웠는데 올해는 거의 멀티플렉스 안에서만 오가니 서울에서 영화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면서 “내년에도 와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아시아 신인 감독의 작품중 최우수작을 선정해 시상하는 뉴커런츠상은 말레이시아 탄 취무이 감독의 ‘사랑은 이긴다’와 중국 양 헝 감독의 ‘빈랑’에 돌아갔다. ‘사랑은 이긴다’는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도 받아 2관왕을 차지했다.
이 영화의 일반 시사회 감상평 중 '정답이 없는 사랑에 대한 유쾌한 이야기'(ID bboglebebe)라는 표현이 있다. 다소 넘치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이 영화를 설명하는 키워드라고 생각된다. 2005년 체코 박스오피스 1위, 2006년 부천영화제 초청작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 영화는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 그대로 체코 프라하에서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늘씬한 라우라(수잔나 카족노바 분)에게 사랑은 미용실에서 머리 모양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다. 그런 그의 앞에 어느 날 아버지뻘 되는 남자가 나타났으니 그의 이름은 올리베라(마렉 바수트). 또래들만 사귀던 라우라는 올리베라가 풍기는 지적이고 푸근한 매력에 홀딱 넘어간다. 게다가 그는 패션감각도 뛰어나다. 그런데 그와 '첫날밤'을 보내고 난 아침, 엄청난 사실이 드러난다. 올리베라는 바로 라우라의 엄마가 예전에 사귀었던 남자. 그것도 엄마가 "스타일이 너무 후졌다"며 차버렸던 남자였다. 그런 그가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변신해 돌아온 것이다. 여전히 놀랍긴 하지만 사실 이러한 해괴망측한 설정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종종 등장한다. 다이앤 키튼과 잭 니콜슨 주연의 '사랑할 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이나 제니퍼 애니스톤 주연의 '루머 해스 잇', 더 멀리는 더스틴 호프만의 '졸업'까지. 영화 속 인물들에게 이 같은 상황은 다소 놀랍긴 하지만 그뿐이다. 심지어 라우라는 엄마가 그렇게 욕했던 과거의 남자가 멋진 중년남으로 변신해 자신 앞에 섰다는 사실이 마냥 재미있다. 그런 그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영화 역시 더 이상 라우라 엄마와 올리베르의 관계를 문제삼지 않는다. 이후의 이야기는 또 하나의 사랑이야기.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밟는 한바탕 소동극이 펼쳐지며 바람둥이 라우라가 한바퀴 돌아 다시 올리베르의 품에 안기게 된다. 심각한 고민은 커녕 너무 가벼워 당황스럽기까지 한 사랑 이야기이지만 앞선 관객의 평처럼 '사랑에 정답이 어디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유분방함도 사랑의 한 형태인 것을. 11월2일 메가박스, 단성사, 아트레온에서 개봉한다. 18세 관람가. /연합뉴스
크리스토퍼 놀란, 마틴 스코세이지,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 명성이 자자한 감독들의 영화가 북미지역 주말 박스오피스 1, 2, 3위를 차지했다. 블록버스터 액션영화들이 주류를 이루었던 여름 시즌이 끝나고 성인 관객도 극장에서 영화를 골라볼 수 있는 가을 시즌이 개막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20~22일 북미지역 주말 박스오피스 잠정집계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마법사 영화 '프레스티지(The Prestige)'가 1천480만 달러로 1위로 개봉했다. 같은 날 개봉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2차대전 영화 '아버지의 깃발(The Flags of Our Fathers)'은 1천20만 달러로 3위로 개봉했다.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두 편의 영화가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프레스티지'가 극장 수와 스타 파워의 우세를 앞세워 정상을 차지했다. 또 개봉 3주째를 맞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무간도' 리메이크작 '디파티드(The Departed)'는 흥행 강세를 이어가며 사흘간 1천37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려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한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마리 앙트와네트'는 530만 달러로 8위로 개봉했다. '배트맨 비긴스'로 대중적인 명성을 얻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프레스티지'는 모두 2천281개 극장에서 개봉했으며 크리스천 베일, 휴 잭맨, 마이클 케인, 스칼릿 조핸슨,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 등 막강한 스타 파워로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끌어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는 20세기 초 치열한 라이벌 경쟁을 벌인 두 마법사의 이야기. 최근 북미지역 박스오피스에서 강세를 나타내는 두번째 마법사 영화다. 에드워드 노튼 주연의 '마법사(The Illusionist)'는 10주 동안 3천7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예상 외의 히트를 기록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버지의 깃발'은 올해 영화 팬들이 가장 기대를 갖고 기다려온 작품. 미국인에게 남다른 역사적 의미를 지닌, 2차대전 당시 이오지마(硫黃島) 전투와 승리 후 군인들이 성조기를 게양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소재로 한 전쟁영화다. 이스트우드는 이 사진을 소재로 사진에 찍힌 6명의 군인 중 생존한 3명의 군인이 어떻게 하룻밤에 국민적 영웅으로 탄생했으며, 미국 정부가 어떻게 이들을 이용해 국민의 전쟁여론을 형성해갔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아버지의 깃발'은 1천876개 극장에서 개봉했고, 라이언 필립이 가장 친숙한 배우일 만큼 대부분 신인을 기용해 앙상블 연기를 연출해냈다. 극장 수는 적지만 가을 내내 꾸준히 관객을 끌어모을 영화로 기대되고 있다. 개봉 3주째를 맞은 스코세이지 감독의 '디파티드'도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 특히 잭 니컬슨과 맷 데이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가 지닌 스타 파워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3주 동안 모두 7천72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린 '디파티드'는 곧 총 수입 1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액션이 넘치는 남성 취향의 대작 가운데 유일한 여성 취향 영화로 개봉한 소피차 코폴라 감독의 '마리 앙트와네트'는 530만 달러로 8위에 랭크되는 데 그쳤다. 커스틴 던스트가 주연을 맡은 '마리 앙트와네트'는 화려한 시대의상에 록음악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시도로 신선하다는 호평과 프랑스 혁명의 역사성을 제거해버렸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4~10위는 '오픈 시즌'(800만 달러), '플릭카'(770만 달러), '그루지2'(770만 달러), '올해의 인물'(700만 달러), '마리 앙트와네트'(530만 달러),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그 시작'(390만 달러), '마린'(370만 달러)가 차례로 차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