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로버트 알트먼의 '프레리…'

메릴 스트립, 케빈 클라인, 린제이 로한, 토미 리 존스, 우디 해럴슨….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을 수 있는 감독이 얼마나 될까. 그것도 저마다 비중이 작은 역할을 주고서. '고스포드 파크' '플레이어' '숏컷' '내쉬빌'의 백발 거장 로버트 알트먼은 이들 쟁쟁한 스타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사라져가는 것들의 마지막 모습을 자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물감이 느껴진다는 단점을 안고 있는 '프레리 홈 컴패니언'은 실제 미국에서 30년 넘게 인기를 끌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 제목이다. 1974년 이래 미국 전역 558개 라디오 방송국을 통해 방송되며 지금까지 장수하고 있는 게리슨 케일러 진행의 버라이어티 라이브 쇼. 영화는 실제로는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쇼가 없어진다는 가정 아래 그 마지막 방송의 풍경을 포착했다. 실제 진행자인 게리슨 케일리가 이야기를 썼고, 영화에서도 직접 진행자로 출연해 허구와 실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방송의 현장에는 복잡한 감정이 오간다. 하지만 매회 마지막 방송이라 여기고 최선을 다했던 이들은 끝나는 순간까지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와중에 이 방송을 애청하다가 죽은 여자가 천사가 돼 방송 현장에 나타난다. 이 영화의 가장 매력은 스타들의 노래 솜씨. 컨트리 뮤직과 가스펠을 자유자재로 소화해내는 스타들의 노래 실력은 '억' 소리가 날 만큼 놀라운데, 특히 메릴 스트립의 목소리가 압권이다. 다분히 미국적인 방송의 풍경이 낯설게 다가오지만 등장인물들이 선사하는 노래 메들리가 어느 정도 그러한 생소함을 상쇄해준다. 알트먼 감독은 '마지막'을 그리면서도 슬픔이나 감상에 젖어들지 않았다. 냉정하다 싶을 만큼 별다른 동요 없이 마지막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면면을 포착했다. 그래서 오히려 어색하기도 할 정도. 하지만 어차피 모든 살아 있는 것은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그 역시 생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1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새영화> 섹시하지만 공허한 액션 'DOA'

제목 'DOA'는 '데드 오어 얼라이브(DEAD OR ALIVE)'의 약자다. 인기 비디오 게임 시리즈의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 역시 그 비디오 게임을 스크린으로 옮긴 것이다. 영화에는 액션이 넘쳐난다. 1천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무자비한 격투기 대회 'DOA'에 초대받은 최고의 무술 고수들이 시도때도 없이 싸운다. 석양을 배경으로, 또 아름다운 호수 위에서, 때로는 방 안에서 무지막지한 결투를 벌인다. 비디오 게임과 다를 바 하나 없다. 그래서 감흥 역시 떨어진다. 비디오 게임과 같은 컴퓨터 그래픽 장면들이 이어지는 속에서 인간미를 느낄 여지는 거의 없기 때문. 주인공 여성 3인방 파이터들의 다부지고 섹시한 몸매는 분명 볼거리겠지만 그 역시 시선을 오래 붙잡아둘 만하지는 않다. 카수미는 이 경기에 참석한 후 실종된 오빠의 행방을 찾기 위해 DOA에 출전한다. 그는 이곳에서 여성 레슬러인 티나, 도둑이자 파이터인 크리스티, DOA 경기 창시자의 딸인 헬레나 등을 만난다. 각자 다른 사연과 목적을 지닌 참가자들은 토너먼트 방식으로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친다. 한편 크리스티의 남자친구이자 파이터로 참가한 맥스는 사실은 대회를 주최한 회사의 금고를 터는 것에 관심이 있다. 맥스는 크리스티와 헬레나를 이용해 금고를 털 계획을 세운다. '씬 시티' '패스트 앤 퓨리어스2'의 이국적 모델 데본 아오키와 남성지 GQ가 뽑은 '일본 음악계 신예 여성 스타상' 수상자 홀리 밸런스 등 미녀들이 육감적인 몸매로 관객을 유혹한다. 파워풀한 액션도 선사한다. 그러나 왜 그리 공허할까. 1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다시 보고 싶은 한국 멜로영화 10편 한꺼번에 상영

가을엔 멜로 영화가 제격이다. 선선한 바람에 취해 지나간 멜로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관객을 위해 한국 멜로 영화 10편이 한꺼번에 관객을 찾아온다. 영화 배급사 스폰지하우스는 개봉 당시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한국 멜로 영화 10편을 엄선해 이달 26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직영 극장인 '스폰지 하우스 압구정'에서 상영한다고 10일 밝혔다. 제목은 ‘Tears In Spongehouse’. 상영 영화는 2000년 이후 개봉돼 관객의 눈가를 적셨던 작품들이다. 최근 ‘레이크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 이현승 감독의 ‘시월애’, 유지태 김하늘이 출연했던 ‘동감’, 이재용 감독의 한일 합작영화로 이정재 김민희가 주연한 ‘순애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송해성 감독이 최민식을 내세워 만든 ‘파이란’, 흑백톤 화면에 절제된 연출로 호평 받았던 김대승 감독의 ‘번지점프를 하다’, 허진호 감독의 유려한 연출이 돋보인 ‘봄날은 간다’ 등이 포함된다. 또 황정민의 첫 주연작으로 동성애를 본격적으로 다뤄 화제가 됐던 ‘로드무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사랑 이야기로 중년층에게도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던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 지난해 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순정파 남성 신드롬을 몰고온 ‘너는 내 운명’, 서른 살 여자와 열 일곱 소년의 사랑을 그린 ‘사랑니’도 상영된다. 관람료는 편당 5000원.

새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썩 볼 만한 성장영화다. 미국에서 기대 이상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둘 만큼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에 성공한 영화다. 로렌 와이스버거의 동명소설은 2003년 출간 이후 27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국내서도 올해 5월 출간되자마자 소설 부문 1위 자리를 한동안 놓치지 않았을 정도로 히트했다.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음에도 이 같은 흥행을 기대하지 못했던 건 톰 크루즈나 톰 행크스의 영화 한 편 출연료 정도인 '고작' 3천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졌기 때문. 제작비 2억 달러가 훌쩍 넘는 블록버스터도 흥행을 확신하기 어려운 판에 이 정도의 제작비로 미국에서만 '무려' 1억2천만 달러의 수입을 거둬들였다. 이 영화의 흥행은 각본, 감독, 배우의 절묘한 조합에 있다. 원작을 잘 다듬은 각색은 기초공사를 다졌다. '섹스 앤 더 시티'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같은 TV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영상어법과 시청층 공략에 성공했던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은 촘촘하면서도 스타일이 넘치는 영상을 만들어냈다. 과감한 편집과 영상에 어우러진 음악의 묘미는 패션을 소재로 한 영화에 딱 들어맞으며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록 있는 메릴 스트립과 풋풋한 앤 해서웨이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메릴 스트립은 그 무서운 '런어웨이' 편집장 미란다를 다면적인 여자로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메릴 스트립의 출중한 캐릭터 소화를 통해 자칫 앤드리아의 고군분투가 될 수 있었던 영화는 무게 중심을 확실히 잡아냈다. 또한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앤 해서웨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좌충우돌 20대 여성 앤드리아에 적역이 됐다. 사회 초년병이 직장에 적응해 가는 과정은 '런어웨이' 편집장의 비서만큼은 아니더라도 낯설고 고달프다. 패션은 '베르사체'조차 모를 만큼 문외한인 시골 모범생 앤드리아가 이를 악물고 직장에서 버텨 나가는 과정도 너무나 현실적이며, 패션계의 절대지존으로 군림하며 직장 후배를 하인 부리듯 하는 미란다의 모습 역시 결코 낯설지 않다. 앤드리아가 조직의 단맛, 쓴맛을 알아가는 한편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는 해피엔딩. 그러나 이 해피엔딩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른 가치관으로 대할 수 있는 것이어서 영화를 보는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는 결국 개인의 몫이다. 다만 마지막 반전이 너무나 급작스러워 그 상황을 음미할 시간이 부족한 것은 흠.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잘 빠진' 영화임은 분명하다. 앤드리아는 명문대학을 졸업한 소도시 출신이지만 저널리스트의 꿈을 안고 뉴욕에 온다. 아무곳도 찾지 않지만 단 한 군데,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패션잡지 '런어웨이'의 비서로 덜컥 채용된다. 그곳에 근무하는 여성들은 44사이즈의 몸매로 명품을 걸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전혀 다른 가치관이 충돌하지만 그 누구보다 여왕처럼 군림하는 미란다의 비위를 맞추는 건 끔찍한 일. 미래를 위해 1년만 버티기로 한 앤드리아는 점점 미란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가고, 미란다 역시 앤드리아의 총명함에 기대게 된다. 그러는 사이 앤드리아는 남자친구뿐 아니라 친한 친구와도 점점 멀어지게 된다. 과연 앤드리아의 선택은? 12세 이상 관람가. 26일 개봉. /연합뉴스

영화 ‘타짜’ 추석 극장가 점령…‘가문의 부활’도 300만명 돌파

영화 ‘타짜’(감독 최동훈·제작 싸이더스FNH)가 추석 연휴 극장가를 점령했다. ‘타짜’는 7일 하루 동안 전국에서 53만452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전국 관객 346만5000명을 ‘타짜’의 스크린 앞으로 불러 모았다. 스크린 수에서도 개봉 당시 410개에서 620개(5일 현재)로 늘어났다. 싸이더스FNH는 “8일에도 50만명 정도가 타짜를 볼 것으로 보여 9일 오전에 총 관객 4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문의 부활’(감독 정용기·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도 추석 연휴에 전국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하며 가문 시리즈의 ‘부활’을 예고했다. ‘가문의 부활’은 7일 전국 관객 25만1899명을 불러 모으며 개봉 이후 292만7403명을 동원했다. 투자·배급사 쇼박스㈜ 미디어플렉스는 “8일에도 7일과 비슷한 규모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8일에 전국 관객 300만명을 무난히 돌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관객들은‘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감독 송해성·제작 LJ필름)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7일까지 전국 누계 289만7000명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7일 개봉하면서 2만명의 관객을 모은 안성기, 박중훈, 최정윤의 ‘라디오 스타’(감독 이준익·영화사 아침)도 꾸준한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