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마지막 공식 일정은 뭘까? 20일 오늘 밤 열리는 폐막식? 폐막파티?
아니다. 21일 오후 6시 열리는 자원봉사자 해단식이 열려야 비로소 영화제는 문을 닫는다.
어떤 사람들은 자원봉사자들의 미숙한 외국어 구사 능력을 꼬집기도 하고, 실제로 몇 명의 자원봉사자를 거치고 거친 뒤에야 문제 해결을 한 외국인 참가자의 항의도 목격했다. 그러나 675명의 자원봉사자가 있었기에 원활한 진행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제와 함께 했지만 규정 때문에 영화 한 편 볼 수 없었던 자원봉사자들의 눈에 비친 제11회 PIFF는 어떤 모습일까.
티켓팀 이미숙양의 PIFF 바라보기
티켓팀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이미숙양(한국해양대·4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영화제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소감.
“영화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자원봉사자 활동을 계기로 많이 생겼어요. 자원봉사자는 영화를 볼 수 없으니까 더 보고싶은 욕구도 생기더라고요. 무엇보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계기가 된 것이 좋았어요. 외국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데 만나서 얘기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요. 부산 뿐 아니라 서울 전라도 등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과도 친해질 수 있어 뿌듯했죠. 티켓팀에 70명의 자원봉사자가 있는데 10여명이 다른 지역 분이었어요. 개막 전에 사전교육과 뒷풀이 등의 시간을 통해 많이 친해져서 개막 후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느라 모두 함께 시간을 보낼 순 없었지만 오가며 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티켓팀 자원봉사자로서 아쉬웠던 점은 없었을까.
“할 수 있는 언어가 영어 뿐이다. 영어를 잘 못하는 외국인과의 소통이 쉽지 않았다. 중국어, 일본어 등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인터넷 예매를 통해 많은 작품들이 매진돼 있었는데다 현장 판매분도 금세 동 났다. 인터넷 예매가 익숙치 않은 나이드신 분들이나, 홍보 부족으로 인터넷 예매를 모르고 그냥 부산에 오신 분 등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이 많았다. 멀리서 오셨는데 어떤 방법으로도 표를 구해드릴 수 없을 때 안타까웠다.”
이번 영화제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작년까지는 남포동과 해운대 양쪽에서 비슷한 비중으로 행사가 열렸던 것 같은데, 올해는 해운대 쪽으로 편중됐다. 남포동의 대영시네마를 제외한 모든 영화관이 해운대 쪽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해운대 쪽에 부대 행사가 많았다. 그래선지 대영시네마 쪽으로 가면 분명히 표가 있는데도 관객들은 해운대 쪽에서 보려 했다. 사실 영화 한 편 보고 다시 다양한 행사나 기업들의 홍보용 관객증정 이벤트가 많은 해운대 쪽으로 옮기려면 대중교통으로 40∼50분이 걸리는 걸 감안하면 이해가 됐다. 사실 남포동 쪽에 더많은 상영관이 있었다면 관객이 나뉘어졌으리라 생각된다. 남포동 쪽의 모 극장과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대영시네마 1곳만 남게 됐다고 들었다. 남포동이 PIFF광장, 별들의 거리가 있는 곳이고 무엇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출발한 ‘상징적인 곳’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다 남포동 쪽은 유명무실해지고 해운대 쪽만 부각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름 없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
폐막작을 제외한 영화 상영은 19일 밤 끝났다.
19일 밤 10시 해운대 메가박스 7관에서 ‘럭셔리 카’의 상영이 끝나고 관객들이 막 일어서려 할 때였다. 7관과 8관의 상영과 관객 안내, 질서유지 등을 담당했던 자원봉사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잠시만요, 저희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금 이 영화가 저희가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원봉사를 담당했던 마지막 작품이었습니다. 저희가 관객 여러분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종영을 기념하는 의미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도움을 받은 관객이 주어야 할 선물을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했단다.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자리 오른쪽 손잡이를 드셨을 때 하트 모양의 편지가 있는 분이 오늘의 당첨자입니다. 그리고 오늘 7관에 11번째로 입장하신 분께도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자비를 털어 사느라 큰 것은 준비 못 했고 열쇠고리 3개와 파일첩 6개입니다.”
관객들은 신이 나서 “보물찾기다”를 외치며 하트 모양의 편지를 찾느라 분주했다. 아쉽게도 11번째 입장자는 자리를 뜬 뒤라 그 옆의 여성과 하트 편지를 찾은 관객들이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다음은 ‘이름 없는’ 자원봉사자였으므로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고 한 자원봉사자들의 소감들이다.
“20대 들어 가장 행복한 추억이었습니다.”
“저는 관객은 아니지만 다른 위치의 ‘피프 피플’이었습니다. 12회 때는 같은 입장에서 다시 만납시다.”
“꿈 같은 시간이었습니다(울먹).”
“여러분들이 지켜주신 정시 입장으로 제11회 피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11회 주부 자원봉사자 5명 중 1명입니다. 얘들아 엄마가 해냈어! (울음). 관객 여러분 너무나 감사했구요, 내년에 다시 뵙겠습니다.”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고 내년에 다시 오겠습니다.”
“자원봉사자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대학 들어와서 자원 봉사 해야지 해야지 하다 4학년이 됐습니다. 올해 안 하면 정말 못하겠다 싶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원했는데요.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선 영화제를 1주일 연장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인공은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조직위원회나 집행위원회도 아니었습니다. 관객 여러분이었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내년에 다시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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