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톱스타 불참·영화 편성 등 아쉬워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비전을 보이겠다’는 포부로 지난 12일 출발했던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20일 막을 내렸다. 총 63개국 245편의 상영작,역대 최다인 64편의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상영작,8321명의 초청 인사,16만2000여명의 관객,1577명의 내외신 기자,71.3%의 좌석 점유율 등 수치로 보면 10주년을 기념했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을 만큼 성과를 올렸다. 올해 첫 발을 내디딘 ‘아시안 필름 마켓’도 세계 영화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아쉬움의 목소리도 많다.

◇화려한 외장,아쉬운 내면=부산영화제가 외장에 치중한 점은 개막식부터 확인됐다. 주최측은 150명의 국내외 스타가 참석한다고 홍보했고 실제로 그만한 인원이 레드 카펫을 밟으며 입장했다. 그러나 알아볼 정도의 영화인은 극히 일부였고 나머지는 소개조차 안됐다. 영화 관계자는 “대형 매니지먼트사들이 톱스타를 참석시키며 소속 신인들을 대거 딸려보내 벌어진 현상”이라고 귀띔한다. 영화 촬영 계획조차 없는 신인들이 줄지어 입장하는 바람에 주최측에서도 소개할 방법이 없었다는 얘기다. 반면 전도연 김선아 대니얼 헤니,미야자와 리에,우에노 주리 등 참석 예정이던 국내외 톱스타들은 대거 불참했다.

또 그동안 신인 감독 발굴에 공헌해온 부산영화제의 장점이 다소 퇴보했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부각시키려는 노력을 찾기 어려웠다”고 꼬집었다.

진행 수준도 기대에 못미쳤다. 지난해보다 146명이나 증원된 675명의 자원봉사자가 투입됐지만 외국어 실력이 부족해 쩔쩔매는 등 국제영화제라기보다 대학 축제에나 걸맞을 모습들이 자주 목격됐다. ‘관객과의 대화’(GV)에서는 통역 미숙으로 감독과 관객들이 동문서답을 주고받는 경우도 있었다.

◇관객에게는 아직 먼 PIFF=부산이 자랑하는 국제 행사지만 부산 시민들은 여전히 영화제를 멀게만 느끼고 있었다. 직장인 신희경(26·여·남포동)씨는 “영화제에 애정은 있지만 영화 한 편 봤더니 졸리기만 해 다시는 안간다는 사람이 많다”며 “중장년 시민들도 무리없이 즐길 작품들을 따로 추천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부산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는 미국인 이안 레이드(27)씨도 “영화 편성이 평일 낮 위주여서 직장인들은 원하는 영화를 보기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대학생 조민지(21·여·좌동)씨는 “하필 부산의 학교들이 일제히 시험 기간일 때 영화제가 열려 학생들은 전혀 못갔다”면서 “부산의 행사인 만큼 부산 시민도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올해부터 상영 및 행사가 남포동에서는 대폭 줄고 해운대 멀티플렉스 극장가에 집중된 것도 불만을 낳았다. 상영 횟수는 늘었지만 부산영화제 특유의 개성은 희석됐다는 것. 몇 년째 영화제를 찾았다는 직장인 홍지훈(29·서울 길음동)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포동 일대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면 자갈치 시장이며 길거리에 사람들이 북적거려 즐거웠는데 올해는 거의 멀티플렉스 안에서만 오가니 서울에서 영화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면서 “내년에도 와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아시아 신인 감독의 작품중 최우수작을 선정해 시상하는 뉴커런츠상은 말레이시아 탄 취무이 감독의 ‘사랑은 이긴다’와 중국 양 헝 감독의 ‘빈랑’에 돌아갔다. ‘사랑은 이긴다’는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도 받아 2관왕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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