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뉴요커들의 사랑방정식 '푸치니…'

(연합뉴스) 뉴욕을 사랑하고 뉴요커들의 삶을 동경한다면 이 영화를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성감독인 마리아 매겐티의 로맨틱 코미디 '푸치니 초급과정'(원제 Puccini for Beginners)은 뉴욕을 위한, 뉴욕에 의한, 뉴욕의 영화라 할 만하다.

다양한 유형의 사랑에 번민하고 방황하는 전형적인 뉴요커들의 사랑 이야기가 지극히 뉴욕적인 영상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주인공인 알레그라(엘리자베스 리저)는 레즈비언이다. 그녀에게는 이미 헤어진 두 명의 레즈비언 애인과 헤어지기 일보 직전인 레즈비언 애인이 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를 관람하는 것을 좋아하는 알레그라와 달리 그녀의 전ㆍ현 레즈비언 애인들은 오페라에 별로 흥미가 없다.

결국 사귀고 있던 애인마저 평생을 함께 보낼 남자와 결혼하겠다며 알레그라를 떠나버리자 알레그라는 깊은 외로움과 허전함에 사로잡힌다.

그러던 어느 날,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 필립(저스틴 커크)은 알레그라가 레즈비언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접근한다. 그런데 오페라를 따분하게 생각했던 그녀의 레즈비언 애인들과는 달리 컬럼비아대 철학과 조교수인 필립은 오페라를 좋아할 뿐 아니라 좋아하는 책까지 알레그라와 취향이 닮아있다.

알레그라는 '레즈비언인 내가 이래서는 안돼지'라고 자신을 추스르지만 지금까지 만났던 그 어떤 여자들보다도 마음이 잘 통하는 필립에게 점점 끌리는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다.

한편 필립과 데이트를 시작할 무렵 오래된 남자친구 때문에 속상해하는 그레이스(그레첸 몰)를 우연히 알게 된 알레그라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레이스 역시 비슷한 상처가 있는 알레그라에게 남자친구에게선 느낄 수 없던 다정다감한 매력을 느끼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은 본격적인 레즈비언 연애를 시작한다.

남자와 여자를 동시에 사귀게 된 알레그라의 이상한 연애생활은 점점 위태로운 상황으로 치닫는데….

영화는 여류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을 바탕으로 동성애와 이성애, 혹은 양성애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여주인공의 심리적 갈등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뉴욕적인 배경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라든가 전형적인 뉴요커들의 파티모습, 뉴요커들이 이성에게 접근하는 방식, 뉴욕의 거리와 고풍스런 고서점, 뉴욕에 있는 일식당, 센트럴파크에서의 한가로운 휴식 등은 오늘날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미드족, 혹은 뉴욕 동경론자들을 위한 덤이다.

자칫 알맹이가 없는 하급 코미디로 전락하기 십상인 소재를 균형감을 잃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려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9월6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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