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연합뉴스) 영국 영화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박찬욱 감독이 에든버러 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아 영국을 방문했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복수 3부작으로 잘 알려진 박 감독은 19, 22일 두 차례 에든버러 카메오 극장에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선보이고,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박 감독은 "5년 간 복수 3부작을 만들면서 마음이 황폐해진 느낌이 들어 기분 전환차 만든 게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라고 소개하면서 "12살 난 딸 아이가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밝혔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로맨틱 코미디라고 소개한 박 감독은 "사랑이라는 말이 아무 데나 사용되고, 무의미해져가고 있다"며 "그래서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사랑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동정심이라는 단어를 쓴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에 출연한 가수 비에 대해 박 감독은 본인이 찾아와서 영화를 하고 싶다고 말해 쉽게 캐스팅했다며 "비는 어떤 연기를 주문하든지 겁을 내거나 망설이지 않고 자신 있게 잘 소화했다"고 칭찬했다.
박 감독의 에든버러 영화제 참석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4년 '올드보이'로 이미 에든버러를 찾았었다. 박 감독은 영화제 기간에 더 타임스, 가디언, 메트로 등 영국 신문과 잡지 10여개와 빽빽하게 인터뷰 일정이 잡혀 있을 정도로 영국에서 매우 인기가 높다.
"'올드보이'는 관객들로부터 열광을 받았지만, 그만큼 혐오도 받았다"는 박 감독은 "젊은 시절 영화인 '올드보이'는 미숙한 대신 에너지와 흥분이 있다면, 싸이보그는 영화적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영화를 영국에 소개하고 있는 영화배급사인 타탄은 복수 3부작과 '공동경비구역 JSA'를 영국 시장에 소개했고, 올 12월이나 내년 1월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영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특히 '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는 관객 반응이 매우 좋았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원래 영국 문학을 좋아하고, 많이 읽었으며, 조셉 콘래드를 특히 좋아한다"는 박 감독은 "펑크와 고딕 문학 전통 탓인지 영국인들이 제 영화를 잘 이해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올 11월 영국 런던, 옥스퍼드, 워릭 3개 도시에서 열리는 한국영화제인 '코리아 필름 2007'의 초청을 받아 다시 영국을 방문한다. 이 영화제에서는 다른 한국 영화들과 함께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 박 감독 작품 3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15∼26일 열린 올해 에든버러 국제영화제에는 이 영화와 함께 김기덕 감독의 '숨', 임상수 감독의 '오래 된 정원', 노경태 감독의 '마지막 밥상' 등 4편의 한국영화가 초청됐다.
에든버러 영화제는 비경쟁 영화제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으며,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들을 골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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