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일본대학 영화학과 출신인 김덕철 감독의 다큐멘터리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한일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무려 7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제작된 이 다큐멘터리에는 새로운 한일관계를 일구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평범한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젊은 시절 일본에 끌려가 노동력을 착취당한 뒤 6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야스쿠니 신사에 잠들어 있는 한국인의 유골을 고향 땅에 되찾아오고 싶어하는 김경석 할아버지와 뒤늦게 '나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깨닫고 일본 땅에 한국문화를 전하기 위해 1인극 활동을 펴는 재일한국인 송부자 씨.
또 과거 자신의 나라가 행한 일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한국 부천 고교생들과 교류를 통해 좋은 친구가 되고 싶은 일본 가와사키의 여고생 다카키 구미코와 언제나 약한 자를 위해 앞장서서 일하는 일본인 목사 세키타 히로오 씨 등 4명이 그들이다.
김 감독의 카메라는 7년 동안 이들 4명의 활동과 삶의 궤적을 담담히 따라가며 양국 관계의 새로운 희망을 열어가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과 만남을 관찰자적 시점으로 그려냈다.
이들 두 명의 한국인과 두 명의 일본인이 일궈가는 꿈과 희망의 씨앗은 거대 권력자나 명망가가 갖고 있지 못한 '작은 용기'라는 점을 다큐멘터리는 새삼 일깨워준다.
그런 용기와 노력이 단기간에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는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양국간 희망적인 미래를 위해 소중한 씨앗을 뿌리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2시간22분이라는 짧지 않는 상영시간에 다큐멘터리 장르 특유의 나지막하지만 간접적인 화법을 통해 일러준다.
일본대학 예술학부 영화학과 졸업 후 시나리오연구소에서 수학한 김 감독은 장편극영화 '빨간 댕기'(1979)의 촬영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제작한 '너는 맨발의 신을 보았는가'(1986)를 비롯한 다수 작품의 촬영을 맡았다.
이후 연출과 촬영을 겸한 '건너야 할 강'(1994)으로 일본 키네마준보영화상, 마이니치콩쿠르영화상 등의 다큐멘터리 영화상을 받았으며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운파상에 뽑혔다.
30일 개봉. 전체 관람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