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극장가 다큐가 몰려온다>

환경영화 '지구' 등 4편 잇따라 개봉

(연합뉴스)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이 끝나는 8월 말부터 9월까지 극장가에 다큐멘터리 영화가 잇따라 개봉된다.

한국 다큐멘터리 '우린 액션배우다'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샤인 어 라이트'가 오는 28일부터 관객들을 만나며 9월4일과 18일 환경영화 '지구'와 판소리 신동들의 이야기 '소리 아이'가 각각 첫선을 보인다.

비슷한 기간에 4편의 다큐멘터리가 한꺼번에 관객들을 만나는 것은 국내 극장가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이처럼 다양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극장에 내걸릴 수 있는 것은 지난 2003년과 2004년 각각 2만명과 3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매'(박기복)와 '송환'(김동원) 이후 극장용 다큐멘터리 제작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2006년과 2007년에 '비상'(임유철)과 '우리 학교'(김명준)가 각각 4만명과 10만명의 '대박'을 터트리며 극장 개봉 다큐멘터리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높인 것 역시 다큐멘터리의 극장 상영에 활력소가 됐다.

국내에서 개봉한 역대 다큐멘터리 영화 중 10만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한 영화는 '우리 학교'와 2004년 개봉한 '화씨 9/11' 등 2편이 전부다. 1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화씨 9/11'은 당시 감독인 마이클 무어의 열풍 거셌던 덕에 30만명을 동원했다.

◇우린 액션배우다 = 4편의 영화 중 가장 유머가 풍부한 다큐멘터리다. 저우싱츠(周星馳)처럼 액션과 연출을 같이하는 감독이 되기 위해 무작정 액션스쿨에 자원한 감독(정병길)이 자신과 함께 액션스쿨에 들어온 동기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등장인물은 크게 5명이다. 자동차 정비사였던 전직을 살려 차량 스턴트가 주특기인 귀덕, 미용사 출신으로 프로복싱 신인왕전에서 탈락한 '전력'이 있는 진석, 발차기는 어설펐지만 잘생긴 얼굴 덕분에 액션스쿨에 합격한 성일,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잦은 부상으로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인 문철, TV출연이 좋아 액션스쿨에 들어왔지만 한가지 일을 진득하게 하지 못하는 성격의 세진이다.

꿈과 청춘, 그리고 성장이라는 만만치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의 바탕에 깔려있는 액션과 각 인물들에서 우러나오는 유머에 영화 후반부의 감동까지 상업영화의 요소도 넉넉히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미 전주영화제 최고인기상과 정동진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는 등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전국 15개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샤인 어 라이트 =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한 음악 다큐멘터리로, 전설적인 록그룹 '롤링스톤스'가 주인공이다.

영화는 롤링스톤스의 활약상이나 멤버들의 개인사 보다는 작년 뉴욕 비콘극장에서 열었던 롤링스톤스의 공연에 집중한다.

감독은 무대 안에 설치한 수십 대의 카메라를 통해 공연 장면을 세세하게 카메라에 담아냈고 중간 중간에는 롤링스톤스 멤버들이 과거에 했던 인터뷰 영상을 끼워 넣었다. 30~40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얼굴과 몸은 달라졌지만 마음과 행동은 아직도 장난꾸러기 소년들 같은 멤버들의 모습을 이어 보여주는 것이다.

강산이 3~4번은 바뀌었을 세월을 넘나들지만 공연 장면과 인터뷰 영상에 담겨있는 롤링스톤스의 모습은 한결같이 장난꾸러기 소년들처럼 보인다. 영화에는 이 같은 롤링스톤스의 재능과 열정에 대한 스코세이지 감독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올해 초 열렸던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개막작. CGV 극장체인 중 강변, 압구정, 용산, 인천, 죽전 등 5곳에서 상영된다.

◇지구 = 환경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영화다.

독일에서는 박스오피스에서 3주 동안 1위에 올랐었고 프랑스에서는 100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일본에서도 올해 초 개봉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종(種)의 보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동물들이다. 이들이 사투를 벌이게 된 이유는 지구 온난화.

극지방의 얼음이 감소하자 북극곰은 물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혹등고래는 매년 먹이를 찾아 더 먼 길을 이동해야 하지만 먹는 양은 점점 줄어든다. 적도 부근에 살던 아프리카 코끼리 역시 물이 부족한 상황이다.

목숨을 건 여행을 하는 동안 북극곰은 배고픔에 지쳐가고 혹등고래는 힘겨운 지느러미 질을 멈추지 않으며 아프리카 코끼리는 코끼리라는 이름이 안 어울릴 정도로 말라간다.

올해 서울환경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한 이 영화는 톱스타 장동건이 내레이터로, 감독 이명세가 내레이션 감독으로 각각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국 BBC와 독일 그린라이트 미디어가 공동제작했으며 40여명의 카메라맨들이 세계 26개국 200여곳에서 촬영했다. 수입사 거원시네마는 영화가 상업성이 높다고 보고 다큐멘터리로는 역대 최고 수준인 150개 내외의 스크린에 영화를 내걸 예정이다.

◇ 소리 아이 = 판소리 신동으로 불리는 두 소년이 주인공이다.

이 중 한 명은 TV 프로그램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해 3연승을 차지한 성열이다. 성열은 정식으로 판소리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아버지에게서 귀동냥으로 소리를 익혀 전국을 돌며 공연을 다닌다. 성열은 사람들에게 소리를 들려주는 일이 너무 즐겁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또 다른 주인공은 6년여 동안 판소리를 배워 4시간 반이나 걸리는 '심청가' 완창을 해낸 수범이다.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며 해남과 광주를 오가며 정식으로 판소리 수업을 듣고 있다는 게 성열이와 다른 점이다. 수범이의 꿈은 계속 소리를 익혀 명창이 되는 것이다.

영화를 연출한 백연아 감독의 카메라는 서로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판소리라는 꿈을 공유하고 있는 두 소년의 삶을 묵묵히 좇아간다. 판소리를 통한 소년의 성장기와 이들의 꿈, 열정, 고민에 대한 이야기가 잔잔하지만 감동 깊게 펼쳐진다.

지난 5월 미국 독립영화제인 시러큐스국제영화제의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 작년 '우리 학교'를 배급한 바 있는 영화사 진진은 '소리 아이'를 15~20개의 스크린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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