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영화는 영화'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를 추구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조선시대 다연발 화포인 신기전(神機箭)을 소재로 삼은 영화 '신기전'(제작 KnJ엔터테인먼트)의 김유진 감독은 제작보고회와 언론 시사회 등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영화를 보면 김 감독이 '이 영화는 영화다'라는 당연한 말을 왜 여러 차례 강조했는지 눈치채게 된다. 기록에 남아있는 무기를 소재로 삼았고 실존 인물이 등장하지만 주인공 캐릭터와 줄거리는 모두 작가와 감독의 상상에서 나왔다.
그러니 관객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혼란스러워할 필요가 없으며, 이 영화를 민족주의 코드로 읽을지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기전'은 오락성을 가장 기본적인 전제로 삼고 있다. 대규모 인력과 물량, 컴퓨터그래픽이 투입된 액션신에 많은 시간이 할애된다.
그리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정서는 진지한 역사관보다 가벼운 코미디와 신파 멜로다. 오히려 조선이 명나라로부터 굴욕을 당하는 장면이나 조선과 명나라의 전투를 담은 장면 등에서 슬며시 고개를 드는 민족주의가 어색해질 정도다.
문제는 액션사극과 코미디, 멜로가 얼마나 잘 어우러지느냐이다. 분위기가 꽤 진지해질 만하면 툭 튀어나오는 코미디와 멜로 장면,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보려고 마음 먹을 때쯤 등장하는 진지한 장면들에 관객은 갈피를 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나마 이야기가 무난하게 전개될 수 있었던 공은 주연 배우 정재영에게 돌려야 한다. '웰컴 투 동막골', '거룩한 계보', '아는 여자', '강철중:공공의 적1-1' 등 각종 장르에 다양한 배역을 섭렵한 정재영은 '신기전'에서 역사극과 코미디, 멜로의 사이를 어색하지 않게 오간다.
1448년, 세종(안성기)은 조선을 속국으로 여기는 명에 맞서 자주국방을 꿈꾸고 극비리에 '세계 최초의 로켓'인 신기전을 완성하려 한다. 그러나 조선의 신무기 개발을 막으려는 명은 조선의 화포 연구소를 습격하고 연구소 도감은 신기전의 비밀을 담은 문서를 외동딸 홍리(한은정)에게 맡긴 채 자결한다.
상단의 우두머리인 설주(정재영)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내금위장 창강(허준호)으로부터 홍리를 숨겨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설주는 홍리가 신무기 개발의 임무를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내치려 하지만 결국 홍리를 돕게 된다.
김유진 감독은 이 영화에 앞서 전도연, 박신양 주연의 '약속', 양동근 주연의 '와일드카드'를 선보인 바 있다.
내달 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