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영화계가 기대하는 젊은 감독 노부히로>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등 연출..시네마디지털서울 참석차 내한

(연합뉴스) 일본 주요 영화제인 호우치영화제는 작년에 감독상 수상자로 30대 젊은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山下敦弘.32)를 선택했다.

지금까지 이 영화제에서는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와 '남자는 괴로워' 시리즈를 만든 야마다 요지 같은 거장들이 감독상을 받아왔다. 야마시타 감독은 32살때 이 상을 탔던 이와이 슈운지 감독보다 한 살 빠른 나이에 수상자로 선정됐다.

야마시타 감독은 또 지난 해에 일본 영화전문지 키네마준보가 뽑은 베스트 10에 두 편의 영화를 올려놓은 유일한 감독이 되기도 했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이 2위에, '마츠가네 난사사건'이 7위에 각각 오르면서 한동안 눈에 띄는 신인 감독의 등장이 없던 일본 영화계가 뜨거운 관심을 쏟아낸 것이다.

20~26일 열리는 시네마디지털서울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야마시타 감독을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압구정 CGV에서 만났다.

그는 배두나가 출연한 '린다린다린다'로 한국에도 적지 않은 팬들을 갖고있다. 지난달 말 개봉한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상영관이 5개 안팎에 불과하지만 누적관객 수 1만명을 넘기며 한 달 가까이 롱런하고 있다. 야마시타 감독은 24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배두나와 좌담회 행사를 갖고 팬들과 직접 만나기도 할 예정이다.

다음은 야마시타 감독과의 일문일답.

--배두나와는 얼마 만에 만나는 셈인가? 가끔 연락을 주고받기도 하나.

▲2005년 부산영화제 이후 3년만에 보는 거다. 솔직히 배두나와 연락을 자주 주고받지는 않는다.(웃음) 내가 컴퓨터도 사용하지 않고 이메일 주소도 안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컴퓨터나 인터넷 같은 것을 별로 안좋아하는 편이다. 휴대전화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영화에 휴대전화가 나오는 게 싫어서 도시보다는 시골을 배경으로 해서 영화를 만들 정도다.

--올해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과 '마츠가네 난사사건'은 전혀 다른 스타일을 담고 있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이 소년ㆍ소녀들의 사랑이야기를 그렸다면 '마츠가네 난사사건'은 엽기적인 상황 속에 인간의 처절한 본성을 드러내는 영화로 비교가 전혀 다른 스타일인데.

▲두 편의 영화는 비슷한 시기에 시나리오 작업이 진행됐다. 두 영화의 스타일이 워낙 다르니 한 작품 대본작업을 하다가 쌓인 스트레스를 다른 작품에 쏟아넣는 식으로 번갈아 작업했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에서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시나리오를 썼던 와타나베 아야와 같이 작업을 했다.

▲나는 도쿄에, 아야씨는 시골인 시마네현에 있어서 많은 만남을 갖지는 못했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에 아야씨의 스타일이 잘 묻어있어서 좋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이 한국 극장가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만화인 원작을 영화에 옮겼는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연출했나.

▲원작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절대 지금까지의 내 스타일은 드러내지 말자고 생각했다. 장편인 원작 만화에서 여주인공 '카호'의 성장 이야기를 중점에 두면서도 원작의 느낌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래서 '귀엽다'라는 단어 하나를 머리 속에 넣은 채 작업했다. 영화를 본 한국팬들이 '원작 만화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면 좋겠다.

--'린다린다린다'에서 주인공인 여고생들이 결국 일상에 복귀하는 느낌이었다면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의 카호는 영화가 끝나갈 때에는 한층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느낌이다.

▲소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감정만 느낄 뿐 직접 연애를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지만 키스도 하고 적극성도 보이면서 연애에 뛰어드는 셈이다. 그런 모습을 소녀가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린다린다린다' 촬영 때의 배두나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이 남아있나.

▲다른 주연배우들 3명과 친하게 잘 지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무리한 요구도 많이 했었는데 배두나가 잘 따라줬다. '린다린다린다'는 여러 나라의 영화제에서 상영됐는데 가는 곳마다 배두나 씨의 연기에 대해 칭찬하는 분들이 많았다. 영화의 느낌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능력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다.

--작년 호우치 영화제에서 수상도 하고 키네마준보의 베스트 10에도 선정되며 일본 평단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영화의 미래다'는 칭찬까지 있는데.

▲내가 일본 영화의 미래라면 일본영화는 위험한 미래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웃음) 지난 10년 가까이 일본영화계에 남들이 하지 않는 것들을 하며 비어있는 틈을 메워왔는데 그런 부분들의 좋은 결과가 작년에 한꺼번에 드러났던 것 같다. 10년 뒤에도 일본 영화계에 어떤 방식으로든 파워풀한 방점을 찍고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그런 위치에 있었으면 좋겠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이후에 대작영화 연출 제의도 많았을 것 같은데 1년 가까이 장편영화 대신 단편영화를 찍고 있다.

▲단편영화는 1개의 아이디어로 임팩트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내게 영화는 10대 때 장난삼아 만들었던 영상물들의 연장선에 있다. 그때 로보캅 흉내를 내며 영화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보여주곤 했었다. 영화가 일종의 놀이였던 셈이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을 끝내고 서른이 됐으니 20대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1년간은 단편영화 만드는데 집중해보자고 다짐했었다. 시네마디지털서울에 가져온 '참 작은 세계'와 '파리 텍사스 모리구치'는 그렇게 만든 단편영화들이다.

--차기작은 어떤 영화인가.

▲'나의 뒤 페이지'라는 제목의 영화로, 전공투 세대의 한 신문기자가 1970년대에 살인사건에 연루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릴 예정이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부산프로모션플랜(PPP)에도 참가할 예정인데 나로서는 처음 과거 시대를 만드는 영화이며 실화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라서 도전적인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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