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의 사랑방' 스타다방 복원 추진

(연합뉴스) 한때 영화인들이 모이는 사랑방 역할을 했던 충무로 '스타다방'의 복원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 중구 충무로 3가에 있던 스타다방은 1960~80년대 영화계 인사들과 배우 지망생들로 붐비던 곳으로, 1980년대 중반 이후 충무로에 소재한 영화제작업체들이 강남 등지로 이전하면서 1986년 문을 닫았다. 중구청 관계자는 충무로의 옛 흔적을 살려내 국내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영화의 거리로 만들기 위해 상징성이 큰 스타다방의 복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자체 예산을 투입하거나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이 사업을 추진할 예정인 중구는 스타다방이 있던 자리 부근에서 복원 장소를 물색한다는 방침이다. 중구가 스타다방을 복원하면 자치단체가 다방을 소유.운영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중구는 또 충무로를 영화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시네마 콤플렉스를 짓고, 충무로 3가의 대원빌딩에서 영락교회 맞은편까지 250m 구간을 '영화의 거리'로 단장하는 사업을 장기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서울시 등 유관기관의 도움을 얻어 충무로가 영화의 중심지로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영화> 평범한 스릴러 '트럭'

(연합뉴스) 어린 딸, 홀어머니와 함께 소박하지만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던 트럭운전사 철민(유해진). 어느 날 심장이 약한 딸이 쓰러지며 이식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는 것을 시작으로 좋지 않은 일이 잇따른다. 수술비를 마련하려고 도박판에 끼어든 철민은 사기를 당해 트럭까지 빼앗길 처지에 놓인다. 아무리 항의를 해도 돌아오는 것은 조폭들의 주먹 세례 뿐. 그러던 중 뜻하지 않게 조폭 보스의 살인 현장까지 목격하면서 그 역시 목숨을 잃을 처지에 놓인다. 그에게 조폭들이 건넨 마지막 제안은 시체를 처리해주면 트럭을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거절하면 그 역시 시체들과 같은 처지에 놓이는 상황. 철민은 울며 겨자먹기로 시체를 트럭에 실고 강원도로 향한다. 철민의 불운은 사실 이때부터 시작이다. 연쇄살인마를 쫓고 있다는 경찰관을 트럭에 태우게 된 것. 철민은 이 경찰관에게 차에 실은 시체가 들통날까 봐 조마조마하지만 사실 경찰관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잔인한 살인마 영호다. 스릴러 '트럭'의 매력은 시체를 운반하게 된 남자가 연쇄살인범을 차에 태운다는 흥미로운 골격에 있지만 패착은 이 매력적인 골격 위에 붙어있는 살들이 풍성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영화는 설익은 과일 같은 느낌이다. 좋은 줄거리에도 인물들의 대사는 지극히 평범하며 복선이 빈약해 크고 작은 반전들이 드러나는 순간의 임팩트도 약하다. 대사나 장면의 연출에도 상투적인 표현들이 넘쳐나 영화의 투톱인 유해진과 진구의 연기력이 드러날 공간이 별로 없다. 밤과 트럭, 그리고 트럭의 헤드라이트와 칼날의 핏빛 등 공포영화로서 매력적인 볼거리가 나올 여지는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뇌리에 남을 만한 화면이 많지 않다는 것 역시 아쉽다. 37회차 40여일간의 촬영, 17억원의 '아담한' 제작비 등 알찬 프로덕션 과정을 통해 완성됐다. '호로비츠를 위하여'로 데뷔했던 권형진 감독의 2번째 장편영화다.

<주말영화> 추석에도 '맘마미아', '신기전' 경쟁

(연합뉴스) 지난 주말 1, 2위를 다퉜던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와 한국영화 '신기전'이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어 가족 관객이 많은 추석 연휴에 누가 승자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11일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맘마미아!'는 33.1%로 예매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서도 37.7%로 1위에 올라 있다. 조선시대 화포 개발을 소재로 한 액션 영화 '신기전'은 맥스무비에서 19.9%, 통합전산망에서 22.7%의 예매율로 '맘마미아!'의 뒤를 이었다. 예매율은 '맘마미아!'가 '신기전'을 크게 앞질렀지만 승리를 확신할 수는 없다. '맘마미아!'는 지난 주에도 예매율에서는 '신기전'에 앞섰지만 막상 박스오피스에서는 밀려 2위로 출발했다. '맘마미아!'는 아바의 노래와 유쾌한 분위기로 남녀노소 고루 어필하는 영화라는 점이, '신기전'은 코미디와 멜로, 액션이 버무려진 흥미로운 영화라는 점이 장점이다. 이번 주말 새로 개봉하는 영화 가운데는 소지섭ㆍ강지환 주연의 '영화는 영화다'와 일본 만화를 영화화한 '20세기 소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영화는 영화다'는 맥스무비에서 11.6%로 3위, 통합전산망에서 12.1%로 4위에 올랐으며 '20세기 소년'은 맥스무비 9.7%로 5위이지만 통합전산망에서는 13.3%로 3위에 올랐다. 김수로가 주연을 맡은 코미디 학원물 '울학교 이티'는 11%로 맥스무비에서 예매율 4위로 출발했다. 역시 일본 만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꽃보다 남자'는 젊은 여성이라는 특정 관객을 겨냥했기 때문인지 맥스무비 8.4%(6위)로 상위권으로 출발하지는 못했다. 니컬러스 케이지 주연의 '방콕 데인저러스'는 미국 박스오피스 1위로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국내에서는 예매율이 저조하다. 맥스무비에서 3.7%로 7위, 통합전산망에서 1.1%로 10위다. 다양성 영화관의 문은 추석 연휴에도 열려 있다. 11일 개봉하는 '더 걸'은 분명한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관객에게 생각을 요구하는 영화이지만 유쾌하고 유머감각이 넘치는 수작이며 오다기리 조의 '텐텐'은 튼튼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은근한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준다.

영화배우 배두나 세번째 연극 제작

(연합뉴스) 배두나가 영화 배우가 아닌 연극 제작자로서 세 번째 작품을 선보인다. 내달 3일 개막하는 연극 '그녀가 돌아왔다'(두레홀)는 '로베르토 쥬코', '선데이 서울'에 이어 배두나가 제작하는 세 번째 연극이다. 배두나는 배우인 어머니 김화영 씨의 조언으로 배우 수입의 일부를 떼어 제작사 '탄탄대로'를 만들었고, 2002년 첫 작품 '로베르토 쥬코'에 이어 2004년 선보인 '선데이 서울'에서 제작과 주연을 동시에 맡기도 했다. 이번에 선보일 '그녀가 돌아왔다'는 뒤렌마트의 '노부인의 방문'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극단 '떼아뜨르 봄날'이 2006년 초연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배두나의 어머니가 주인공 클라라로 출연하며, 샹송 가수 이미배 씨가 합류해 연극에 삽입된 곡들을 라이브로 들려줄 예정이다. 원작은 클라라가 4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을 배신한 첫사랑 알프레드의 목숨을 마을 사람들과 거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품을 각색한 이수인 연출은 클라라의 귀향을 둘러싼 의문들을 풀어가는 과정과 돈을 무기로 알프레드의 죽음을 요구하는 클라라의 사랑에 대한 집착에 초점을 맞췄다. 11월2일까지. 제작 떼아뜨르 봄날, 탄탄대로. 출연 김화영, 송흥진, 신안진, 전정우, 홍승일, 이준호, 백승우, 황성현, 황선화. 3만원. ☎02-747-7430.

고은 원작의 영화 '7월 32일' 日 나들이

(도쿄=연합뉴스) 아시아의 뛰어난 작품들을 소개하는 '아시아 포커스ㆍ후쿠오카 국제영화제'가 12일부터 21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시에서 열린다. 올해로 18회를 맞는 후쿠오카 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 3편을 비롯해 인도, 태국 등 16개국 28편의 작품이 집중 상영된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는 젊은 감독들이 주목받고 있는 터키영화를 소개하는 '터키 시네마 르네상스'를 특집으로 꾸며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알' 등 4편이 상영된다. 또 대만 리안 감독 특집도 마련돼 '쿵후 선생', '결혼 피로연', '음식남녀' 등 3편이 상영된다. 한국에서는 탈북자 문제를 그린 김동현 감독의 '처음 만난 사람들'과 차태현 주연에 제45회 대종상영화제 한류인기작품상을 수상한 김정곤 감독의 '바보', 그리고 고은의 단편소설 '만월'을 원작으로 아버지와 딸의 어긋난 인연에서 비롯된 거부할 수 없는 인생을 그린 '7월 32일'이 출품된다. 특히 13일에는 영화 '7월 32일'의 진승현 감독과 박은수, 김정균 등 출연진이 일본 영화팬과 직접 토크쇼도 가질 예정이다. 1996년에 문을 연 후쿠오카시 종합도서관에는 지금까지 후쿠오카영화제에 초대된 작품 417편 가운데 291편이 소중한 아시아 영상문화재로 소장돼 이용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새영화> 유쾌한 정치영화 '더 걸'

(연합뉴스) 스피커에서 정치적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져야 설득력 있는 정치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신랄하지만 유머감각도 잊지 않은 풍자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하고 관객의 심금을 조용히 울릴 때도 있어야 하며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신념을 보여주는 장면도 물론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편의 영화로서 2시간 동안 관객의 흥미를 잡아끌 만큼 재미있어야 한다. 독일에서 18년 만에 날아온 영화 '더 걸'(1990)은 유쾌하며 흥미진진한 정치 영화다. 미하엘 페어회벤 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한 평범한 여성이 사회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연대기 형식으로 그린다. 독일의 작은 도시 필징에서 가톨릭 집안 맏딸로 태어난 소냐(레냐 스톨테)는 건강하게 자라 학생이 된다.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여학교에 들어간 소냐는 먼저 학교 안의 비리를 접하게 되지만 총명함과 성실함 덕에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는다. 소냐는 대통령 주최 에세이 공모전에서 1등을 해 프랑스 파리로 포상 여행을 다녀오게 되고 마을의 스타가 된다. 학교에 교생 선생님으로 온 마틴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한 소냐는 두 번째 에세이 공모전에 '2차 대전 당시의 우리 마을'이란 주제로 응모하기로 한다. 당시 가톨릭 교회와 언론은 나치에 대항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소냐는 점점 사람들이 진실을 감추고 있다는 의심을 품게 된다. 에세이 마감 시한이 지나고 소냐는 졸업 후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지만 진실을 캐기 위한 조사를 재개한다. 소냐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당시부터 용감한 여성으로 성장하기까지 긴 시간을 아우르는 '더 걸' 이야기의 기본 구조는 튼튼하다. 다양한 상황이 연출되지만 주제를 향해 내달리며 일관성을 잃지 않는다. 단단한 골격을 바탕으로 삼은 영화를 생생하게 살려내는 것은 장면 장면에 숨어있는 풍자다. 부조리한 상황을 비틀어 바라보는 재치와 유머가 살아있다. 동시에 인간과 사회의 본성을 파헤치는 날카로운 시선도 건재하다. 영화는 사회의 비리와 이기적인 인간 심리를 비웃으면서 대체로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로 나아가지만 결말에 이르러 일시에 서늘하게 내려앉는다. 소냐의 외침과 질주를 담은 마지막 두 장면은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