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장 “성인 된 경기필… 관객 소통에 중점”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창단 20주년을 맞았다. 성시연 경기필 단장은 “경기필이 20주년을 맞이하는 순간에 함께한다는 것에 영광스럽다”라며 “경기필은 처음 10년보다 지난 10년에 많은 성장을 했다. 미래의 10년을 고대해 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필은 창단 20주년을 기념해 경기필의 역량을 선보일 수 있는 ‘앱솔루트시리즈’를 준비했다. 오는 31일부터 12월까지 총 4회에 걸쳐 브람스 ‘독일 레퀴엠’부터 브루크너 ‘교향곡 7번’, 말러 ‘교향곡 9번’,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한다. 곡 선정은 성 단장이 모두 직접했다. “일반적으로 듣기에 쉬운 곡은 아닙니다. 하지만 곡을 완주함으로써 한 번 더 도약하고 한 번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간의 호흡과 발란스를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곡인 만큼 경기필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독일과 폴란드 투어도 진행한다. “경기필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느낀 것이 아시아 오케스트라로는 최초로 오는 9월에 열릴 ‘베를린뮤직페스티벌(Musikfest Berlin)’에 초청받았습니다. 윤이상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교향곡인 ‘예악’과 ‘무악’ 등을 연주할 예정입니다. 이어 ”사람으로 따지면 성인이 된 경기필은 올해 그 무엇보다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전력투구할 생각이다. “제가 처음에 부임했을 당시만 해도 수원에 왜 오케스트라가 두개가 있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어요. 이제는 음악과 실력으로 승부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의 성장도 이루어졌고요. 앞으로도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보여줄 수 있는 많은 곡을 시도하고 도전할 계획입니다.” 성 단장 개인으로서의 계획에 대해서는 “과연 음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한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많은 연주를 한다 하더라고 기억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며 “음악가로서 짧은 인생에 사회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는 일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시연기자

[문화인] 내한 앞둔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리카르도 무티

“한 음악에 대해 좋은 해석자가 된다는 것은, 그 음악의 작곡자, 배경, 환경을 온전히 이해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지휘자인 리카르도 무티가 곡의 해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무티는 ‘살아있는 베르디’로 불릴 만큼 베르디 작품 해석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확성, 음악적 완성도는 물론 전통방식 그대로의 베르디를 전달한다. 그는 “작곡가의 의도나, 그 음악을 작곡할 때의 배경, 환경, 역사적 혹은 정치적 움직임들은 어떠했는지 반드시 이해 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무티는 베르디 음악을 가지고 다음달 6일과 7일 오후 8시 각각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과 롯데콘서홀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에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올 베르디(All Verdi) 곡으로 무대를 마련했다. 1부는 베르디 ‘오페라 갈라 무대’, 2부는 베르디 ‘오케스트라 콘서트’다. 오페라 갈라 콘서트에서는 나부코 서곡을 필두로 맥베스, 에르나니, 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를, 오케스트라 콘서트에서는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3막 발레연주곡 ‘사계’가 이어진다. 이중 사계는 무티가 “베르디 오케스트라 곡 중 최고”라 단언했던 작품이다. 1부에서 협연자로 오르는 소프라노 여지원은 무티와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무명에 가까웠던 여지원을 무티가 2015년 세계적 클래식 음악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에르나니 주역으로 데뷔시킨 것. 그는 “한국인 성악가들과 지휘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의 예술인들 중에 포함된다”며 “여지원 등 한국의 훌륭한 음악가들로 인해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칭찬했다. 무티의 내한은 1985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우리나라를 찾은 이후 여섯 번째다. 경기필과는 지난해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을 함께 선보이며 국내 클래식팬 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공연에 앞서 신예 음악가들을 직접 선발해 교육하는 ‘경기 리카르도 무티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무티는 “지난해 아카데미에서는 특별한 아티스트들이 이탈리안 오페라의 진정한 전통을 알아가는 과정을 봤다”며 “한국 신예 음악가들에게 정통 이탈리아 오페라를 계승하는 좋은 자리가 됐다” 고 말했다. 송시연기자

[문화인] 조남규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탄탄한 무용생태계 조성은 시대적 소명이자 최대 과제”

“무용계 기반 생태계가 조성되기는 커녕, 기존의 것도 무너지는 상황이다. 창의 교육을 요구받는 시대에 초등학교에서 무용을 교과목으로 선정하는 등 정부 차원의 정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무용계의 시대적 소명이자, 지상과제다.”그 어느 해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국무용협회 조남규 이사장의 말이다. 조 이사장은 한국무용가이자 안무가로서 폭넓은 활동을 벌여왔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원, 서울시립가무단 지도위원, 서울무용제와 대한민국무용대상 총감독 등이다. 특히 상명대 문화기술대학원 공연예술경영학 교수로서 후학 양성과 더불어 실기 위주 무용가의 경계를 넘어 공연예술경영까지의 폭넓은 시선을 갖춘 것이 강점이다. 제22대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으로 선출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월, 협회 이사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한 그는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존에 이사장과 부이사장 체제였던 임원 조직을 수석 부이사장, 부이사장, 상임이사 등 이사 체제로 개편했다. “교수, 학원 운영자, 젊은 무용가, 학교 교사, 지방 회원 등 무용계 전체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임원 조직을 개편했다. 다양한 회원들이 임원으로 협회 운영에 참여하면서 정확한 현실을 진단할 수 있는 통로다. 함께 토론하며 상황을 직시하고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것, 이상적이지 않나.” 혁신적인 변화는 벌써부터 감지된다. 일단 기존에 일년 동안 상연된 작품을 평가해 온 수상제도를 야외 프로젝트로 전격 변경할 방침이다. 대중성이 약한 무용 작품을 축제형식으로 야외무대에서 선보임으로써 대중과의 접점을 넓힌다는 취지다. 현재 서울시와 성남시 등을 유력 개최지로 고민중이며 축제 기간 동안 실연 작품을 대상으로 현장 심사해 수상작을 선정할 계획이다. 점진적으로 탄탄한 무용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 연구 및 모색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초등학교에서 예술적 정서 함양 교육의 일환으로 무용 과목을 채택하도록 하고, 무용 전공 학생의 대학 수업 커리큘럼을 공연예술경영 전반으로 확장하는 방법 등을 제안하는 것이 그 중 하나다. “회원들이 협회에 바라는 것은 결국 무용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정책적인 방법을 모색해달라는 것이다. 실기 전공자들의 취업문은 좁고, 청소년들이 무용을 접할 기회가 없는 교육 현실에서 대중성을 확보하기는 요원하다. 결국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이 같은 개선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 같은 활동이 진정한 문화융성, 순수예술의 르네상스를 가져올 것이다.” 사회 전 분야에서 통합의 필요성이 대두한 시대에 폭넓고 열린 인식을 드러낸 조 이사장의 활동이 주목된다. 류설아기자

[문화인] 비닐하우스 갤러리 오픈한 진공재 전각작가

“나는 죽어도 한이 없는 사람입니다. 단지 내 작품이 갈 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의왕 청계산 자락에 세워진 ‘扉泥陋(비니루)’. 사립문 비(扉), 진흙 니(泥), 더러울 루(陋)자를 쓰는 이곳은 이름에서 짐작하듯 비닐하우스다. 진공재 작가가 비닐하우스를 갤러리로 꾸며 지난 23일 문을 열었다. 이 비닐하우스 갤러리는 진 작가가 31번째 이사 끝에 정착한 공간이다. 작업실과 교육실을 갖추고, 그의 작품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진 작가는 “내년에 환갑을 맞아 정착하겠다는 생각으로 내 작품 수천점을 보관할 공간을 찾았다”며 “남들은 비닐하우스를 우습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의미 있는 공간이다”라며 말했다. 진 작가는 주위에서 기인(奇人)이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유·불·도교 등 동양 사상을 주로 표현하지만 특별히 소재나 표현방식을 제한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에는 글씨와 그림, 도장이 함께 있는데 이것들은 조화를 이뤄 그만의 독특한 화풍이 됐다. 작품만큼 그의 인생 또한 평범하지 않다. 진 작가는 16세 때 전북 남원에서 안양으로 올라오며 길거리에서 도장을 팠다. 그때가 1974년이다. 10여 년 도장을 새기다 보니 글씨와 그림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배울 스승이 없어 혼자 책 보면서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며 “공부가 서(書), 화(畵), 각(刻)이 어우러진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1991년에는 대한민국 서예대전에서 전각 부문 최고상을 수상하며 인정받았다. 서예협회 경기도지부장, 서예협회본부 이사, 한국전각학회 감사를 맡기도 했다. 그러다 불현듯, 2003년 모든 감투를 벗고 지리산, 남원, 부산, 산천을 떠돌았다. 그는 “모든 게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위해 자연인으로 떠돌았다”면서도 “그동안에도 글자체 24종을 개발해 전각을 새기는 등 틀을 벗어난 활동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진 작가는 비니루 입구에 ‘누구라도 작품관람 환영합니다’라는 커다란 천막을 내걸었다. 향후 오가는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하며 쉬어가기를 원하는 마음에서다. 아울러 그는 비니루의 공간을 이용해 학생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자 한다. 서예와 전각을 가르치는 교습소를 열 예정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을 ‘삶류 작가’라고 정의내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1974년에 출가해 43년 동안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활동해왔는데, 이정도면 별짓을 다하는 삶류 작가라고 할 만하지 않나요.” 손의연기자

[문화인] 창단 20년 맞은 군포 프라임필 김홍기 단장

우리나라 대표급 민간 오케스트라인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프라임필)가 올해로 ‘성년’이 됐다. 지난 20년 동안 프라임필을 이끌고 있는 김홍기 단장은 “IMF 당시 단원들이 자발적으로 월급의 20%를 내놓는 등 헌신적인 모습이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며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단원들은 축적된 경험 덕에 그 어떤 곡을 연주해도 막힘 없는 우리 단체의 든든한 기반이 됐다”고 술회했다. 프라임필은 지난 1997년 3월 창단 당시부터 민간예술단체로서는 이례적으로 전 단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전국의 모범사례로 주목 받았다. 현재 45명 상임 연주단원 중 40% 가량이 10년 이상 근무한 장기근속자다. 김 단장의 경영 철학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민간예술단체도 하나의 기업이다. 안정된 직장을 제공하는 사회적 책무를 져야 한다. 열악한 상황에서 근무하는 단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면서, 70명까지 정규 단원을 늘려 사회에 미력하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김 단장은 바순 전공자다. 지휘자를 꿈꾸던 음악학도였으나 부모의 반대에 가업인 무역업을 물려 받았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40세에 프라임필을 창단하며 인생 제2막을 열었다. 원치 았았던 경영이었지만, 그 경험이 척박한 문화예술계에서 자립도 갖춘 민간 예술단체를 운영하는 데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프라임필은 창단 직후 대규모에 탄탄한 재정 지원이 이뤄지는 국공립오케스트라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페라와 발레 등 극장음악 전문 오케스트라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차별화 전략은 통했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1년에 100회 이상의 연주회를 진행, 국내외 유수 단체의 반주는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러나 김 단장은 “연간 공연 횟수 100회가 자랑할 것은 아니다. 단원들이 너무 힘들고, 하고 싶은 음악을 온전히 못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해 극장 반주 연주회는 조금 줄이면서 질 높은 ‘우리’의 음악회를 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는 목표 실행의 시작점이다. 창단 20년을 기념해 다음달 5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상연하는 매튜 뒤포어 초청 콘서트를 시작으로 연중 굵직한 음악회를 잇달아 선보인다. 매튜 뒤포어는 현재 베를린필 수석 플루티스트다. 이어 25일 군포문화예술회관에서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수석 하피스트 아넬린 레너아츠를 초청해 봄의 노래를 공연한다. 4월에는 ‘2017 교향악축제’에 참가해 알프레도 카셀라의 대곡인 ‘고향곡 제2번’을 국내 초연한다. 올해 계획한 연주회 목록만 나열해도 이 지면이 꽉 찰 정도다.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맞은 프라임필이 그 어느 해보다 크게 성장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류설아기자

[문화인] ‘세일즈맨의 죽음’ 전국 순회… 배우 이순재

배우 이순재. 그의 나이가 올해로 82세다. 현역 배우 중 가장 연장자다. 하지만 누구보다 활발히, 누구보다 넓은 연기 폭을 선보이고 있다. 연기 인생 60주년을 맞은 그는 최근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을 들고 순회 공연을 하고 있다. 지난 17~18일에는 수원SK아트리움 무대에 올라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말을 몸소 보여줬다. 그는 “연기에 발을 들인지 벌써 60년이 됐다. 나이가 들어 주연으로 할 수 있는 작품이 사실 많지 않은데, 세일즈 맨의 죽음은 60년 연기 인생을 돌아보기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연극의 주인공인 윌리 로먼을 연기하는 건 벌써 4번째다. 그는 “1978년과 2000년 그리고 2013년 한국식으로 각색한 아버지까지 앞서 3번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선보였다. 올해 80세를 넘겨 다시 연기하니 감회가 새롭다. 78년에는 한다고 했지만 너무 젊었기 때문에 극의 전개가 피부에 와닿지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2000년을 넘어서니 완벽하게 몰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170분짜리 연극이다. 윌리 로먼 혼자 극을 끌어간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사만도 580마디. “인터미션까지 포함하면 3시간이 넘는 공연입니다. 대사도 거의 쉴새 없이 이어가죠.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해왔던 거니까 담담히 해내고 있습니다.” 현대 희곡의 거장인 아서 밀러의 대표작인 연극은 허망한 꿈을 좇는 소시민의 비극을 통해 잔인함을 고발한다.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윌리 로먼은 이 시대 아버지의 모습과 닮아있다.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많은 고민과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이뤄내기 위해 바깥에서 겪는 애환이 많죠. 특히 나이가 들면서 사회 활동에서 밀려나면서 느끼는 좌절감은 말로 표현 하지 못합니다. 이 작품이 그런 부분들을 잘 담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죠.” 그는 다음달 영화와 4월 창작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는 예술에 관해 이야기하고, 창작극은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와 살고 있는 노부부의 삶을 담고 있습니다. 번쩍번쩍 빛나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오늘날까지 큰 공백 없이 충실히 연기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으로 찾아갈 생각입니다.” 송시연기자

[문화인] 수원출신 성악가 이영숙

오페라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노래하며 현지인에게 감동을 선사한 성악가가 있다. 수원 출신으로 세계무대를 누비는 소프라노 이영숙이다. 이영숙은 수원의 지동초, 영복중, 영신여고 등을 졸업한 토박이다. 동요 경연 대회인 ‘누가누가 잘하나’ 입상을 시작으로 어려서부터 뛰어난 가창 실력을 인정받았다. 재능을 살려 상명대학교 성악과에 입학, 졸업과 동시에 이탈리아로 향했다. 로마에 있는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을 졸업, 제5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월전문화재단상과 러시아 하바로브크시 연주자 최고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적 소프라노로 성장했다. 금의환향한 그는 카르멘, 라보엠, 마술피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유명 오페라부터 창작 작품 무대에 올라 연기와 가창 실력을 뽐내며 오페라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 더불어 한세대학교 성악과 교수로서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지난해부터는 경기도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지역문화 발전을 이끌고 있다. “ 지난해 문화예술경영 부문 박사 논문도 통과됐다. 성악가로서 노래만 할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접목해야 하는 시대다. 무대에서 떠날 때 후배와 제자들을 위한 무대를 기획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알아야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예술 경영 분야를 공부했다.” 숨가뿐 한 해를 보냈던 이씨의 새해도 만만치 않다. 지난 1월29일 이탈리아의 Gaspare Spontini 공립음악원 초청으로 민간 합창단 정기연주회 무대에 섰다. 이어 2일 Teatro Ventidio Basso Ascoli Piceno 시립극장에서 펼쳐진 오페라 라보엠 갈라 콘서트에 독창자로 출연했다. “이번에 공연한 도시가 최근 이탈리아 지진 눈사태로 호텔이 파묻힌 도시와 멀지 않은 곳이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굉장히 밝고 표현력도 강한데, 현지 상황때문인지 관객 분위기가 무척 침울했다. 위로하고 싶었는데, 공연이 끝날 즈음 분위기가 달라지고 (나를) 칭찬하는 관객도 있어 기뻤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는 성악가이고 싶다.” 이씨는 오는 8월 미국 아틀란타에서 광복절 기념 무대에 오르고, 5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상연 예정인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에 ‘줄리에타’로 출연할 예정이다. 류설아기자

[문화인] 세계무대서 활약하고 있는 성악가 부부…바리톤 양태중, 소프라노 금주희

클래식과 오페라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주역자리를 꿰찬 한국인 성악가 부부가 있다. 바리톤 양태중과 소프라노 금주희(사진)다.2009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인 바리톤으로는 최초로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 오페라단에서 활동했던 양태중은 2005년 세계적인 성악 경연대회인 ‘페루치오 탈리아비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빈의 국립극장 슈타츠오퍼에서 세비야의 이발사의 피가로 역으로 데뷔한 뒤 입지를 더욱 탄탄히 굳혔다.바리톤 김동규와 함께 부른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로 잘 알려진 금주희는 2013년 오스트리아 그라츠 오페라 극장에서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으로 데뷔한 후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호프만의 이야기 사랑의 묘약 피가로의 결혼 등 수 많은 오페라의 주역으로 섰다.이들이 지난 11일 한국에서 특별한 무대를 선보였다. 바로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가 건립한 ‘경기여성의전당 준공식’의 축하 공연.금주희는 “고국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특히 용인은 제가 나고 자란 고향이다. 경기여성의전당이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안다. 이런 자리에서 노래 부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설명했다.해외에서 자리를 굳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양태중은 “쉽지 많은 않았다. 하지만 훌륭한 선생님들께 좋은 발성을 배워 나갔기 때문에 보다 빠르게 유럽무대에서 데뷔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이제는 한국으로 유학을 가야한다고 말할 정도로 뛰어난 한국인 성악가들이 많다. 저보다 더 나은 성악가들이 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들은 한국에서의 활동을 늘려갈 계획이다.양태중은 “그동안 극장의 전속 가수였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한국에서 활동할 기회가 잦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고, 금주희도 “유럽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한국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다.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무대도 계속해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세계무대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양태중은 “당장 자리에 올랐지만, 금방 내려오는 사람들도 많다. 기회는 언젠가 온다고 생각한다. 그 기회를 잡고,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금주희는 “한국인은 음악성이 굉장히 좋다. 감성도 풍부하다. 기본적인 재능이 타고났기 때문에 꾸준한 연습과 자기관리를 한다면 앞으로도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송시연기자

[문화인] 첫 개인전 연 인두화가 손정은 씨 “화려하지 않지만… 인두화, 볼수록 매력있죠”

“처음 볼 때에는 화려하지 않은데 계속 바라보면 그 숨겨진 매력이 정말 아름다워요. 마치 봉사활동하면서 만나는 어르신들에게서 받는 감동처럼요.” 인두화 작품으로는 첫 개인전을 연 손정은(50ㆍ사진)씨가 밝힌 인두화의 매력이다. 인두화는 붓 대신 인두, 종이 대신 나무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그림이 물감으로 색을 표현하며 입체적으로 형상을 드러내는 것과 달리, 인두화는 태우는 시간과 속도를 조절해 세밀한 명암으로 대상을 표현한다. 수원 토박이인 손정은씨는 창의 과학 교사로 활동, 10여 년 전부터 취미생활로 수채화를 그리며 미술 세계에 빠졌다. 화려하고 영롱한 빛깔이 아름다운 수채화와는 상대적으로 색감의 차이가 큰 인두화는 5년 전부터 작업하고 있다. 마침 치매미술치료협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지역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선생님 생활을 정리한 후, 인두화 작업과 봉사하는 하루하루로 내면을 가꿔가고 있다. 그 결과물을 내보이는 첫 전시회를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에 위치한 ‘건강미술역사박물관’에서 열었다. 수원시 권선구 세류2동에 있는 건강미술역사박물관은 30여 년 동안 노인 대상 다양한 활동을 벌여온 치매미술치료협회가 수 만 점에 달하는 어르신들의 작품 수장고를 겸하는 전시 공간으로 마련한 곳이다. 손씨는 작지만 큰 의미를 지닌 공간에 그에 못지 않은 마음을 새긴 20여 점을 전시한다. 작품들에는 소소한 일상과 자연, 사람, 문화예술 등이 녹아 있다. 삶을 대하는 부드럽고 따뜻한, 겸손하고 나눌 줄 아는 작가의 심성이 오롯이 드러난다. 두 손 곱게 모으고 기도하는 손을 표현한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기도, 유럽의 고건축물과 서양 악기 연주자들이 어우러진 하모니, 부의 상징인 해바라기를 그려 넣은 내 마음의 부자 등이다. 평면작 외에도 원앙 나무 조각을 인두화로 표현한 내 짝꿍과 시계로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계바라기, 손바닥만한 나무 위에 조개와 소라 등을 그려 넣은 3형제의 바다 구경 등 다채로운 구성이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 손씨는 “자연과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전하고 싶었다”면서 “부족한 작품이지만 보시는 분들이 신기해하고 즐거워하셔서 정말 기쁘고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31일까지 이어진다. 문의(031)236-1533 류설아기자

[문화인] 나혜석 학회 3대 회장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

“인간으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나혜석의 외침은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나혜석 학회 3대 회장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의 말이다. 박환 회장은 학회장으로 선출된 소감을 묻자 부담이 크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러나 곧 나혜석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앞으로의 학회 역할에 대해 풀어내기 시작했다. 나혜석 학회는 지난 2012년 미술, 문학, 역사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했다. 박 회장은 “1대 서정자 회장이 작가로서의 나혜석을, 2대 윤범모 회장이 화가로서의 나혜석을 부각시켰다”면서 “역사학자인 나는 문학, 미술과 더불어 인간 나혜석을 객관적으로 조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혜석이 3ㆍ1운동에 참여해 징역 5개월을 받은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혜석이 3ㆍ1운동으로 심문 받은 기록을 10여 년전 발굴한 사람이 바로 박환 회장이다. 그는 “나혜석은 의열단이 국내에 들어올 때 도움을 주기도 했다”며 “예술가의 성격에 비해 약하지만 민족의식을 가진 민족운동가의 성격을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또 역사학자로서 처음 선출된 학회장의 향후 과제를 명확히 정의했다. 후대를 위한 역사 사료를 마련해 연구 토대를 다지겠다는 것. 박 회장은 “자료를 체계화하고 정리해 인간 나혜석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기초 작업을 하겠다”며 “학자로서 인물의 공과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을 한계로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내년 새로운 전환을 맞는다. 수원시의 지원이 끝나면서 민간학회로서 나아갈 예정이다. 박 회장은 어려움을 예상하면서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은 소망을 밝혔다. 그는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나혜석 정신을 알리는 인문학 콘서트를 기획해보고 싶다”며 “학술적, 대중적이면서 큰 비용이 들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여행을 한 나혜석의 발길을 따라가는 여행 코스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박 회장은 “나혜석은 부산 동래에서 출발해 압록강을 건너 만주, 시베리아, 파리, 미주까지 여행했다”면서 “나혜석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은 매우 흥미로운 기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혜석이 진취적이고 선각자적인 면모를 경기도민들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나혜석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나혜석의 존재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한 데 아쉬움이 조금은 있다”며 “일반 시민들과 더불어 가는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나혜석과 소통하는 시대, 소통하는 장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손의연기자

[문화인] 17년 외길, 재즈보컬리스트 임경은 “재즈는 즉흥연주가 매력… 만번을 해도 다 달라”

“재즈는 제 밥줄입니다. 저에게 가장 소중한 가족의 울타리를 지켜줄 수 있는 밥줄이요.” 17년차 재즈보컬리스트 임경은에게 “당신에게 재즈가 무엇이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이어 “너무 솔직한가요”라며 웃었다. 임경은은 재즈에 빠져 일찍이 네덜란드 왕립음악원과 재즈의 본고장인 뉴욕 시립대 퀸즈 컬리지 대학원에서 정통 재즈를 배우고 2009년 귀국했다. 이후 재즈의 정통성을 잘 보여주는 1집 와 피아노와의 인터플레이가 돋보이는 듀오 앨범인 2집 를 통해서 재즈보컬리스트로서 인정받았다. 국내 재즈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는 그는 매년 공연을 통해 재즈 선율을 많은 관객들에게 들려줬다. 특히 매 공연마다 구성을 달리하고 여러 콘셉트를 통해 다양한 재즈의 다양한 매력을 소개했다. 그런 그가 지난 16일 수원SK아트리움을 찾았다. 를 주제로 한 이날 공연에서는 브라스가 포함된 대규모 편성을 기획해 또 한번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공연에는 피아노 송영주, 기타 김진수, 베이스 김호철, 드럼 임주찬, 색소폰 이용석, 여기에 트롬본과 트럼펫의 스페셜 게스트가 함께해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이번 공연에서는 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치열한 청춘을 살아내느라 당시엔 느끼지 못하고 지나버린 시절의 아름다움을 돌려드리고 싶었죠. 때문에 저의 이야기가 담긴 2집 앨범의 곡들을 8중주 옥텟으로 편곡하고 편성해 공연했습니다.” 아직까지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재즈에 대해서는 “여전히 재즈를 낯설어하시는 분들이 많다. 재즈페스티벌 등이 많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재즈 뮤지션들이 설 수 있는 자리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며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재즈를 쉽게 즐길 수 있는 팁도 전했는데, “재즈는 즉흥연주가 포인트다. 만번을 연주해도 만번 다 다르다는게 매력이다. 솔리스트가 이끌어 가는대로 음악 자체를 즐기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는 수원SK아트리움 공연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하고, 내년 2월10일 서울 마리아칼라스홀에서 비틀즈 명곡들을 재즈로 들려드릴 계획입니다. 재즈뮤지션들에게 많은 응원 부탁드리고요, 앞으로도 더욱 좋은 음악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송시연기자

[문화인] 국제 박영희 작곡상 대상 이예진 “기우제서 영감… 한국전통가락 유럽서 인정 기뻐”

“저로 인해 많은 여성 작곡가들이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일 베를린필하모니 캄머홀에서 ‘제1회 국제 박영희 작곡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기우가 울려퍼졌다. 경기도립국악단이 지난 9일(현지시간) 연주한 기우는 비가 내리기 전 하늘의 모습을 표현한 곡이다. 관현악으로 하늘, 바람, 나무 등의 자연을, 타악기로 비가 내리길 기원하는 기우제의 모습을 표현했다. 굿에 쓰이는 장단인 진도씻김굿의 흘림 장단과 푸너리 장단, 경기도당굿의 진쇠장단을 활용하고 변형해 한국 전통가락을 서정적으로 잘 조화시켰다. 제1회 국제 박영희 작곡상 대상을 수상한 이예진(39)씨는 이날 공연장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잠깐 작곡을 놨었다. 뒤늦게 다시 시작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이번 상을 받으면서 나 자신을 믿게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이어 “기우는 한국전통악기인 대고 징을 위한 타악기 협주곡이다. 평소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아 전통문화를 주제로 한 곡을 쓰고 싶었다”라며 “그러던 중 기우제에서 영감을 얻어 비 내리는 모습을 담은 곡을 쓰게 됐다.”라고 곡에 대해 설명했다. 자신의 곡을 연주한 경기도립국악단에 대해서는 “워낙 출중한 실력을 갖춘 국악단이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완성도 높은 연주를 해주었다”며 “특히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제 곡이 베를린필하모니 캄머홀에서 연주된다는 것이 영광스러울 뿐이다. 앞으로는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큰 상을 받은 만큼 더 좋은 곡을 쓰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악기와 우리 전통음악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여성 작곡가들이 결혼 출산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데, 가슴 속에 꿈이 있다면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저로 인해 많은 여성 작곡가들이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독일 베를린=송시연기자

[문화인] 재독 작곡가 박영희 “한국음악 세계 알리고… 작곡가 꿈꾸는 청춘에 기회 주고파”

박영희 작곡가(71)는 한국보다 유럽에서 더 유명한 한국인이다.‘제2의 윤이상’으로 알려진 그는 유럽에서 이미 최고의 작곡가로 정평이 나있다. 1978년 여성 작곡가 최초로 스위스 보스빌 세계 작곡제에서 우승했으며, 이듬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작곡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했다.이후 독일 도나우싱엔 현대음악제 초연을 계기로 수차례 초청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1994년부터2010년까지는 브레멘 음악대학교 예술대 작곡과 주임교수와 부총장을 지냈으며, 현재 세계 각지의 주요 현대음악제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그런 그의 작곡 세계를 본받고, 젊은 작곡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주독 한국문화원과 ㈔한국작곡가협회가 ‘국제 박영희작곡상’을 제정했다.그리고 경기도립국악단이 지난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필하모니에서 그 첫 번째 대상곡을 연주하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다음은 박영희 작곡가와의 일문일답.-박영희 작곡상 제정에 대한 소감은.첫 번째 소감은 책임감이다. 이름을 건 만큼 상에 대한 책임감이 막중하게 느껴진다. 두 번째는 지금까지 여성작곡가의 이름을 딴 작곡 콩쿠르가 거의 없었다. 이런 기적을 만들어 주신 부분에 대해 놀랍고 감사할 따름이다.-직접 심사에 참여했다. 대상은 어떤 곡인가.30대 후반의 한국 여성 작곡가의 곡이다. 나를 비롯해 심사에 참여한 이건용 전 한국종합예술학교 총장과 최상화 경기도립국악단 예술감독 모두 같은 이유에서 대상 수상자를 결정했다. 대상작 기우는 비가 오기 전 하늘의 모습을 표현한 곡으로, 우리 고유의 장단을 아주 잘 활용했다. 작곡법상으로도 완벽하고,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충분히 내게 했다. 대부분의 여성 작곡가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 후 출산을 하면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까지 작곡의 끊을 놓지 않고 이렇게 좋은 곡을 써줬다는 것에 감사한다. 앞으로 어떤 곡을 쓸 것인지,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작곡가다.-한국 악기를 하나이상 넣으라고 고집했다. 이유가 있나.상의 목적은 우리나라 전통악기와 그 음악성을 알리는데 있다. 국악기만을 사용해도 되고, 국악기와 서양악기를 함께 사용해도 된다. 다만 서양악기만을 사용 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콩쿠르의 특성이다. 이미 중국과 일본의 악기들은 전 세계에 평가를 받으면서 새로운 곡이 쓰이고 연주되는데, 아직 우리나라 악기들은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의 전통악기가 얼마나 풍부한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전통음악의 정신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박영희 작곡상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것 같다.우리는 음악을 하려면 영어는 기본이고, 이태리어와 불어 등 4가지 이상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외국인들도 우리 음악을 통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곡의 제목을 한국어로 표기하는 이유다.박영희 작곡상을 통해 한국과 한국의 음악을 알리고, 작곡가를 꿈꾸고 있는 젊은 청년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작곡계는 소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평생 작곡을 하고 좋은 곡을 써도 그 틈바구니를 파고들기 어렵다. 그 문을 열어 작곡을 하고 싶은 누구나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게 하고 싶다.-70년의 인생과 50년의 작곡생활, 마음속에 놓지 않은 것들이 있을 것 같다.나를 자꾸 낮춰서 털어버리는 것이다. 기독교, 불교, 철학 할 것 없이 욕심을 버리라고 말한다. 곡도 마찬가지다. 숨을 크게 쉬는 것도 작게 쉬는 것도 있는 그대로 하면 된다. 나를 작게 만들면 큰마음이 된다. 내 마음이 커지면 내가 풍부해지고 행복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끝없이 싸워야 한다. 나도 그런 것을 다 겪었다. 결과적으로 행복하려고 사는 것 아닌가. 자기 자신을 낮추면 행복해 질 수 있다. 박영희 작곡가는…충북 청주 출신, 서울대 작곡과 졸업. 1978년 창작곡 만남으로 여성 작곡가 최초 스위스 보스빌 작곡 콩쿠르 우승, 1979년 유네스코 작곡 콩쿠르 1등, 한국의 난파음악상 등 수상 경력 다수. 1994~2010년 브레멘 예술대 작곡과 주임교수와 부총장 역임.독일 베를린=송시연 기자

[문화인] 국내 첫 기타오케스트라 리여석 단장 “기타 사랑 47년… 이젠 해외서도 러브콜”

흔히 오케스트라라고 하면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등이 조화를 이룬 대규모 연주단을 떠올린다. 기타만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상상하기 쉽지 않다. 그 상상을 국내서 처음 이뤄낸 리여석 기타오케스트라 단장을 지난7일 인천 파랑돌에서 만났다. “기타오케스트라는 생소하죠. 전세계에서도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연주형태예요.” 리 단장은 기타에 대한 설명으로 입을 뗐다. 바이올린은 독주라 해도 피아노가 따라붙는다. 첼로도 마찬가지로 피아노가 필요하다. 피아노처럼 동시에 여러 소리를 내는 화음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이올린은 멜로디 연주에는 좋지만 화음 연주에 적합하지는 않다. 그는 “기타는 화음도, 멜로디도 가능한 악기다”며 “특히 기타는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성질이 강해 기타 듀오, 기타 트리오는 보편화됐다”고 설명했다. 기타 오케스트라는 기타의 크기에 따라 고음, 저음이 나뉜다. 보통 우리가 사용하는 프라임(일반) 기타 외 조그만 소프라노 기타, 알토기타, 콘트라베이스 기타 등이 있다. 눈을 반짝이며 기타에 대해 말하던 리 단장은 처음에 자비로 모든 기타를 구입, 그야말로 열정으로 밀어붙였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기타 오케스트라를 구성한 일본의 니이보리를 쫓아 무작정 일본으로 갔다. 그의 기타오케스트라단은 국내보다 10년 빨랐다. 리 단장은 “일본에 쫓아가서 니이보리에게 기타오케스트라 연주를 위한 악기, 악보 등을 포함해 벤치마킹을 받았다”며 “1971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450여 곡을 작곡하는 등 노하우가 쌓여 우리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구축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 내가 기타음악을 망치고 있다는 편견을 이겨내기가 힘들었다”면서 “또 민간단체이기 때문에 악기 구입, 공연 비용 등 경제적 문제도 컸다”고 회상했다. 뚝심 있게 지나온 47여 년 세월 동안 리 단장은 예상치 못하게 많은 것이 변했다고 말했다. 60여 회의 정기연주회 등 총 200여 회의 공연을 거치며 고정팬도 생기고 성공한 제자들도 나오고 있다. 리 단장은 “1990년부터 해외서도 러브콜이 오고, 지금 국내서도 이름이 많이 알려졌다”고 미소지었다. 오는 11일 파주 솔가람아트홀 송년연주회는 지난해보다 큰 규모로 준비했다.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기타와 잘 어울리는 비발디의 곡은 물론, 베토벤, 탱고 등 클래식을 포함, 팝과 가요같은 대중음악까지 풍성하다. 리 단장은 “대중적은 음악은 물론, 기타독주곡을 포함한 순수 기타연주에서 기타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단원들이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담아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문화人] 국민아버지 최불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의 나눔과 행복을 위한 메시지

“40대 때 만난 그레이스양(당시나이 22살)과의 만남이 30여 년의 시간을 ‘어린이’와 인연을 맺을 수 있던 제 삶의 터닝 포인트였습니다”지난 3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측이 국내 후원자들과 함께한 ‘제2회 나눔천사 페스티벌’현장인 수원 굿모닝하우스 게스트룸엔 트리가 빛을 뿜고 있었다.트리의 밝은 불빛때문이지 나눔에 헌신한 30여년의 감격으로 붉어진 눈시울때문인지 상기된 얼굴로 기자와 마주한 전국 30만 명의 후원자 대표. 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은 재단의 트레이드 마크인 그린 스카프를 멋스럽게 목에 두른 채 나눔과의 인연을 사람과의 인연이라고 못박았다. ▲ 최불암씨와 향긋한 만남을 가진 지난 3일 수원 굿모닝하우스 게스트룸서 경기일보 독자를 위한 행복 메시지를 담은 친필사인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미국 일리노이 주(州)서 만난 그레이스양 가족의 이야기로 말문을 뗐다. “닥터 고을수씨를 만난 건 지난 1984년이지요. 성함이 유독 눈에 들어와 연유를 묻자 한국인 입양딸을 위해 한국이름으로 개명을 했다고 하더라구요.(웃음) 예쁜 딸을 둬 행복하겠구나 생각하고 닥터 고의 집에 식사초대를 받아 갔습니다. 그런데 그레이스가 얼굴을 빠끔히 내밀고 3초도 안 돼 후다닥 방으로 뛰어올라가더군요. 반가운 마음에 더 붙잡고 싶어 이유를 묻자, 병환이 있어 사람을 오래 만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입양아인 딸을 위해 이름을 고치고 온 가족이 치유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은 40대의 혈기왕성한 저에게 큰 깨침과 울림을 선물했습니다. 그때부터 어린이를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었습니다”‘인도적 베풂’이란 어려운 낱말을 가슴에 새긴 최 회장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어린이를 위한 보호막으로서 어린이를 사랑하고, 가족을 지키며 세상을 편안하게 하는 데 앞장서자는 마인드로 지난 1985년부터 현재까지 30만 명의 후원자를 대표하는 전국후원회장 자리를 도맡아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TV와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명배우이자 오피니언 리더로서 ‘나눔’을 삶의 중심에 놓고 살아왔다고.다소 묵직한 토크를 벗고자 배우로서 삶을 묻자 최 회장은 예의 너털웃음으로 “‘국민 아버지’란 닉네임이 어울리지 않아요. 맡은 연기와 캐릭터에 충실하다보니 굳어진 이미지보단 꾸미지 않은 한 인간으로서 최불암의 이미지가 더 편안하다. 시청자들도 염색않는 흰 머리에 푸근한 최불암이기에 애정을 갖고 좋아해주시는 것”이라며 찻잔에 입술을 적셨다. 인터뷰 말미, 본보의 애독자에 대한 송년 메시지를 주문하자 최 회장은 “SNS·TV 등 정보매체가 많습니다. 하지만 활자를 읽는 것은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글씨를 읽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경기일보의 애독자 여러분,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큰 울림을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향기있는 삶의 가치를 위해 올해도 열심히 달려온 만큼 붉은 닭의 해인 2017 정유년(丁酉年)에도 소망하시는 모든 일 성사와 건강 잘 챙기시는 행복한 한 해 맞으시길 바랍니다”라고 권했다.한편, 최불암 전국어린이재단 후원회장은 지난 1981년 MBC 드라마 ‘전원일기’서 막내아들 금동이 입양을 계기로 1985년부터 현재까지 30만 명의 후원자를 대표하고 있다. 그간의 공로로 지난 1998년 재단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목련장’을, 2014년에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각각 받았다.권소영기자 사진=전형민기자

[문화인] 뮤지컬 ‘금강,1894’ 주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손호영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한 신동엽의 서사시 ‘금강’이 무대 위에서 살아난다. 1~4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상연되는 뮤지컬 금강,1984를 통해서다. 오는 1~4일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리허설 현장을 찾아, 주연을 꿰찬 손호영과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29일 오후 성남아트센터. 아름다운 풍경을 표현한 영상막 배경과 조명 속에 20여 명의 배우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주인공 ‘신하늬’ 역을 맡은 손호영이다. 대중가요 가수로 얼굴을 알렸지만 공연계에서 활동한 지도 어느덧 9년차인 그다. 손호영은 지난 2008년 싱글즈로 뮤지컬을 시작, 올슉업ㆍ고래고래ㆍ페스트 등 주로 쥬크박스 뮤지컬들을 통해 무대에 섰다. 베테랑 소리를 들을 정도의 경력을 쌓았지만, 역사극이 갖는 무게감에 불안정한 시국과 오버랩되는 지점이 많은 작품인 만큼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도 많았던 듯 하다. 리허설 도중 만난 손호영은 “가벼운 주제가 아닌, 우리 역사에 큰 사건이었던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작품이라 잘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이 컸다”면서 입을 뗐다. 그는 이어 “이번 기회에 동학농민운동과 그 이후의 역사를 많이 공부했는데 실패로 끝난 혁명이라지만 많은 분들이 같은 마음을 품고 행동으로 옮긴 것이 존경스럽다”면서 “지금 시국에 가장 필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출연 결정 이유를 밝혔다. 자신이 연기하는 주인공 ‘신하늬’에 대한 애정도 맘껏 드러냈다. 극 중 신하늬는 관비로 끌려간 여동생을 찾기 위해 동학도들의 근거지로 들어가면서 역사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인물이다. 손호영은 “신하늬는 호랑이를 잡는 착호갑사인만큼 차분하고 냉철한 반면,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위해서라면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용맹한 인물”이라며 “외로운 늑대이자 정의감이 들끓는 ‘주인공스러운’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인물의 감정이 가장 극적으로 변화하고 폭발하는 뮤지컬 넘버를 미리 알려주고 추천하기도 했다. 동학농민운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채 배회하다가 각성하고 결국 함께 하게 되는 감정선을 압축해 들려주는 뮤지컬 넘버 벼락아 날 때려라다. 손호영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굵은 감정선을 어떻게 표현해낼 지, 이번 작품의 부담감을 이기고 얼마나 성장할 지 기대된다. 한편 그는 내년 1월 서울, 인천, 대구 등에서 그룹 god의 멤버로 콘서트를 통해 팬들을 만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음악적으로 성숙한 젠틀맨이 된 god멤버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god 콘서트로 한해를 기분좋게 시작해 기쁘다”고 덧붙였다.

[문화인] 열두명의 성난 사람들 배우 전무송, 우리가 믿는 진실이 과연 진실이 맞나

‘한 소년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죄로 법정에 서게 되고, 모든 정황과 증거가 그 소년을 범인으로 지목한 상황이다. 법정 최고형인 사형의 판결까지 남은 절차는 배심원 12명의 만장일치 결정뿐. 배심원들은 빨리 평결을 내리고 끝내기를 원한다. 모두가 ‘유죄’를 주장하며 토론을 끝내려는 그 때, 배심원 중 한명이 ‘무죄’라 주장한다. 정말 소년은 자기 아버지를 살해한 것일까, 과연 마지막 판결은 어떻게 나게 될 것인가?’ 연극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의 내용이다. 수원시립공연단이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 올리는 연극은 한 소년의 존속살인 혐의에 대해 12명의 배심원들이 토론하는 과정을 그린다.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 전무송은 지난 24일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연극은 12명의 배심원을 통해 인간군상을 드러내고, 1명의 배심원을 통해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한다”며 “우리가 진실이라 믿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 편견과 왜곡에 둘러쌓여 있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최근 영화 죽여주는 여자와 커튼콜, 연극 폴리스 오딧세이 햄릿까지 영화와 연극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번 연극에서 9번 배심원 역할을 맡았다. 그는 “여러 직업의 사람들이 배심원으로 들어간다. 9번 배심원은 오랜 시간 교직에서 활동해 온 지성인”이라며 “결정적인 순간에 배심원들에게 합리적인 의심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역할이다”고 말했다. 연기인생 55주년을 앞둔 그에게도 이번 연극은 뜻깊게 다가온다. “대부분 사람들이 편견과 고집, 솔직하지 못한 태도로 살아가고 있지 않나요. 연극은 이런 시대에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정확한 법을 집행하는 사람은 제대로 법을 집행하고, 배심원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사회적 배경과 지휘를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역할 또한 일러주고 있죠.” 전무송은 앞서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경기도와 인연을 맺었고, 내년에는 수원시에서 개최하고 있는 ‘수원연극축제’의 집행위원장으로 참여한다. 그는 이런 활동을 통해 시립공연단의 역할을 주문했다. “이 작품은 단순해 재미위주가 아닌 보고서 깨달아야 할 작품입니다. 시립에서 이런 작품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죠. 시립과 국립에서 이런 작품을 계속해줘야 시민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줄 수 있죠.” 연극을 보다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팁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이번 공연은 소극장 공연의 특성을 살려 관객들 바로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배우들의 몸짓과 대사, 그리고 호흡을 느낄 소중한 기회”라며 “연극 마니아는 물론 평소 연극을 접해보지 못했던 시민들에게는 소극장 연극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인] 성남 무대 오르는 ‘카르멘 스페셜리스트’ 엘레나 막시모바

“자연스러움이 가장 중요하다. 극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정말로 사랑하고 증오하는 사람을 마찬가지로 증오하려고 한다.” ‘카르멘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진 메조소프라노 엘레나 막시모바가 ‘카르멘’으로 성남 무대에 올라 주목받고 있다. 그녀는 지난 2005년 마에스트로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오페라 리골레토로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로린 마젤, 켄트 나가노, 구스타보 두다멜 등 세계 유수의 지휘자들과 협연하며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이자 카르멘 스페셜리스트로 발돋움했다. 20일까지 상연되는 성남아트센터 제작 오페라 카르멘의 여주인공역을 꿰찼다. 막시모바는 19일 오후 3시 무대에 선다. 그녀는 “카르멘은 고전적인 내용을 따르고 또 그것을 표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항상 뜻 깊다”면서 “이번 공연은 스토리는 고전적인 반면 의상이나 무대가 현대적이어서 한결 연기하기 편안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호흡을 맞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성시연 지휘자에 대해 호평했다. 이 작품은 성 지휘자의 오페라 첫 도전작이기도 하다. “정말 놀라운 지휘자다. 그녀가 나를 눈으로 쫓는다는 것을 공연중에 느낄 수 있다. 잘 들어주고 같이 호흡하며 나를 따라와 주는 것은 작품을 하면서 지휘자가 갖춰야 할 정말 중요한 요소라 생각하는데 그녀는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성남 공연 이후 일본, 호주 등에서 또 다시 카르멘 공연에 오를 그녀가 꼽는 카르멘의 매력은 무엇일까. “강한 여자면서 주관이 뚜렷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여자다. 자립심도 강한데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걸어갈 수 있는 특별한 남자를 찾는, 그녀가 가진 이런 요소들이 카르멘의 매력이다.”

[문화인] 연출가 권호성씨

“공감하는 메시지를 가지고 관객들에게 다가가면, 지역 작품이 전국에서 공연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국립극장에는 전국의 수많은 작품이 엄정한 심사를 거쳐서 선발되기 때문에, 지역 작품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부평구문화재단이 제작한 창작음악극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은 올해 3년차를 맞아 오는 26~3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서게 됐다. 권호성 연출가는 “3년 동안 작품을 수없이 다듬었다”며 “올해가 완성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이 첫선을 보였을 때 부평이라는음악적 배경만 다뤘을 뿐, 지역의 역사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권 연출가는 줄거리와 배우, 음악 선정까지 고민을 거듭하며 작품을 수정했다. 특히 대본은 지난 1년간 20~30번을 다시 쓸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그동안 ‘용생’이라는 주인공이 음악적 성장을 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주인공이 음악을 하려는 이유와 사랑, 가족이 가난을 극복하는 과정을 관객에게 분명하고 쉽게 보여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줄거리를 주인공에 초점을 맞춘 만큼, 주인공 ‘용생’ 역도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정욱진·박화홍 배우를 더블 캐스팅해 상업성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줄거리의 핵심 소재인 음악도 1920~1970년대까지 올드 팝 중 생소한 음악은 배제하고, 젊은 관객들도 쉽게 알 수 있는 골든 히트 팝 28곡을 준비했다. 용생과, 용생의 연인인 연희가 사랑이 시작되는 장면에는 ‘Love me Tender’나 ‘Too Young’이, 이별 장면에서는 ‘Changing Partner’ 등 친숙한 곡을 곳곳에 배치했다. 배경 음악도 올해는 MR과 라이브를 혼합했다. 전반적인 음향 수준을 높이고 밴드 연주 씬은 현장감을 살리고자 라이브로 소화한다. 밴드 라인업은 지난해 5인조에서 올해는 기타, 베이스, 드럼, 트럼펫, 색소폰, 건반까지 6인조로 늘렸다. 트럼펫을 제외한 세션은 지난 6월 상반기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배우들이 특별 레슨을 받아 일반 뮤지션 못지않은 연주실력을 선보인다.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은 국립극장 공연을 넘어, 전국 순회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권 연출가는 “스코틀랜드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빌리 엘리어트’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것처럼, 미8군 무대에서 공연을 했던 한국 대중음악인들의 이야기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며 “요즘 공교롭게도 어수선한 시국을 맞아, 60년대 당시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을 ‘꿈과 희망으로 극복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화인] 푸른색으로 드러낸 깊은 철학, 서양화가 도병훈

“세계화 시대에 동, 서양을 나누기 보다는 서로의 장점을 살린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겸재 정선의 발자취를 쫓아 우리나라 곳곳을 누비고, 원효 사상을 공부하는 서양화가 도병훈 작가의 말이다. 서양화가지만 작가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수묵화 같다는 말을 한다. 작가는 큰 광목천에 푸른 염료로 작업한다. 붓을 사용할 때도, 손을 이용할 때도 있다. 청색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청색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좋아하는 색이고, 그리움의 색이기도 하다”며 “개인적으로는 청색이 위로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대동여지도 같은 고지도와 자연, 문화유산을 소재로 삼는다. 최근에는 직접 본 풍경을 여러 각도에서 그려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 내연(內延)은 정선이 50대 후반에 그린 내연산을 소재로 했다. 작가는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내연산에 수차례 오르며 이 작품을 완성했다. 산 곳곳을 보고 그 풍경을 재구성했다. 그는 “정선의 전기와 후기 화풍은 완전히 다른데 내연산은 정선의 후기 화풍이 형성된 곳이라 나에게 의미가 있었다”며 “안견의 몽유도원도도 내연산 계곡과 비슷한 장면이 있다. 내연은 시공을 달리한 이미지를 중첩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에게서 표현과 소재의 영향을 받았다면, 작품관은 원효 사상에 맞닿아 있다. 원효를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가라고 생각한다는 작가는 서양의 이분법과 다른 원효의 화쟁 사상을 탐구했다. 그는 “우리나라 우리민족은 화쟁 사상처럼 합의 논리가 있다”며 “모든 것이 옳은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 틀린 것도 아니라는 화쟁논리를 작업에 담아내려고 한다”고 했다. 청소년을 위한 미술 서적을 펴내기도 한 작가는 앞으로도 작품 활동 외 다양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는 “우리 미술계 담론 부재 현상에 대응해 비평 활동을 활발히 하고 싶다”며 “다양한 현대미술 중 의미 있는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안내서와 전통문화유산에 대한 책도 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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