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시대에 동, 서양을 나누기 보다는 서로의 장점을 살린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겸재 정선의 발자취를 쫓아 우리나라 곳곳을 누비고, 원효 사상을 공부하는 서양화가 도병훈 작가의 말이다.
서양화가지만 작가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수묵화 같다는 말을 한다. 작가는 큰 광목천에 푸른 염료로 작업한다. 붓을 사용할 때도, 손을 이용할 때도 있다.
청색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청색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좋아하는 색이고, 그리움의 색이기도 하다”며 “개인적으로는 청색이 위로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대동여지도 같은 고지도와 자연, 문화유산을 소재로 삼는다. 최근에는 직접 본 풍경을 여러 각도에서 그려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 <내연(內延)>은 정선이 50대 후반에 그린 내연산을 소재로 했다. 작가는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내연산에 수차례 오르며 이 작품을 완성했다. 산 곳곳을 보고 그 풍경을 재구성했다. 그는 “정선의 전기와 후기 화풍은 완전히 다른데 내연산은 정선의 후기 화풍이 형성된 곳이라 나에게 의미가 있었다”며 “안견의 몽유도원도도 내연산 계곡과 비슷한 장면이 있다. <내연>은 시공을 달리한 이미지를 중첩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에게서 표현과 소재의 영향을 받았다면, 작품관은 원효 사상에 맞닿아 있다. 원효를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가라고 생각한다는 작가는 서양의 이분법과 다른 원효의 화쟁 사상을 탐구했다. 그는 “우리나라 우리민족은 화쟁 사상처럼 합의 논리가 있다”며 “모든 것이 옳은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 틀린 것도 아니라는 화쟁논리를 작업에 담아내려고 한다”고 했다.
청소년을 위한 미술 서적을 펴내기도 한 작가는 앞으로도 작품 활동 외 다양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는 “우리 미술계 담론 부재 현상에 대응해 비평 활동을 활발히 하고 싶다”며 “다양한 현대미술 중 의미 있는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안내서와 전통문화유산에 대한 책도 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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