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존·복원 模寫화가 육성 시급

문화재의 보존과 복원을 위해 모사화가의 육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회화나 벽화류의 문화재는 세월이 흐르면서 훼손되거나 도난, 소실될 가능성이 커 모사품 제작을 통한 대체전시 등으로 위험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정작 이러한 모사품을 제작할 화가들이 태부족한 실정이라는 것. 또한, 우리 나라의 경우, 많은 문화재가 일제시대 해외로 반출됐거나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많이 소실돼 해외에 있는 작품이나 소실된 작품에 대한 모사작업도 절실한 형편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 모사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은 용인대 문화재보존수복학과와 원광대 문화재보존수복학과 정도로 매우 적고 이들 대부분이 최근에 생겨난 곳이어서 현실적으로 모사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인력이 많지 않다. 게다가 모사작업은 한 작가의 하루 작업량이 사방 1~2㎝ 정도밖에 되지 않아 대규모의 문화재 복원을 위해서는 국가의 정책적인 인재 육성안이 절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국보급 문화재 모사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인력은 10여명 내외. 초상화 부문에 권오창 화백, 탱화 부문의 용인대 이태승 교수, 회화 부문에 원광대 김범수 교수와 김식 화백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도 대부분 독학하거나 일본 도쿄대와 교토대에서 수학한 인물들로 국내 기관에 의해 양성된 인재들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 문화재 보호를 위한 모사문화가 형성돼 있고 대학원과정에 문화재보존수복학과가 설치돼 있는 도쿄대와 교토대를 중심으로 모사 작가를 전문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일본 모사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일본은 일제시대 이미 북한 고구려 고분벽화를 모사했으며 현재 일본이 소장하고 있는 주요 벽화나 회화 문화재도 모두 모사했다고 알려져 있다.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렸다는 일본 호류사(法隆寺) ‘금당벽화(金堂壁畵)’ 역시 현재 남아 있는 작품은 사진을 기초로 제작한 모사품이고 진품은 1949년 화재로 불타 없어졌다. 원광대 대학원 문화재보존수복학과 김범수 교수는 “문화재에 대한 모사작업은 우리의 문화재를 지키고 해외에 있는 우리의 문화재를 국내에 알리는 작업”이라며 “분단 이후 북한에서 발굴된 고구려 벽화, 한국의 사찰을 중심으로 남아있는 불교문화재 등은 늦기 전에 빨리 모사작업을 진행해야 할 문화재들”이라고 말했다.

韓-EU국제학술회의 '문화행사'

유서깊은 예술문화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한국문화잔치가 펼쳐져 스페인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주최로 26,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한국-EU국제학술회의와 때를 같이해 한국과 경기도를 알리는 경기도 문화주간(6.24~7.4)인 ‘KOREA WEEK’를 마련, 한국 문화예술의 정수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가우디 성당을 비롯해 가는 곳마다 예술작품이 즐비하고, 피카소, 미로, 달리 등 세계적인 화가들의 본거지인 바르셀로나에서 한국문화를 선보인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문화교류를 통해 양국의 우호와 협력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에 선보인 예술세계는 한국화단의 거목인 박생광전을 비롯, 경기도립국악단의 연주, 한국역사 사진전 등이다. 특히 주목을 받은 박생광전은 어거스티 성당에서 26일 개막, 오는 7월4일까지 선보이는데 스페인 현지의 많은 인사가 참석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박생광(1904~1985)은 한국 동양화 전통에 신기원을 이룬 화가로 한국 현대미술계에 가장 선구자적이며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이번 전시는 이영미술관(관장 김이환) 주관으로 이뤄졌는데, ‘명성황후’를 비롯해 ‘무녀’, ‘범과 모란’, ‘토암산 해돋이’, ‘보살과 여인’ 등 대작 9점으로 한국적 내음이 물씬 풍긴다. 이 중 일제의 비참한 폭력 앞에서도 의연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극락세계로 승천한 성자처럼 누워있는 명성황후의 모습을 그린 ‘명성황후’는 ‘한국의 게르니카’로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와 견줄만하다는 호평이었다. 가우디 성당의 조각가인 수비라치는 “한국예술은 상징성이 뛰어나며 박생광의 작품을 통해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생광전과 함께 어거스티 성당에선 ‘한국 역사 사진전’도 열렸다. 일제시대와 전쟁 등 고난을 뚫고 성장한 50년간의 한국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 본 전시로 40여점의 작품이 선보여졌다. 경기도립국악단(예술감독 이준호)의 연주 또한 유럽인들의 가슴을 울렸다. 지난 2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펼친 국악단은 26일 밤 한국-EU국제학술회의 기념공연에서 전통음악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묵직하고 깊이 있는 궁중음악 ‘수제천’과 함께 채주병 악장의 거문고 산조, 생황과 단소의 이중주인 ‘생소병주’, 신명나는 사물놀이를 선보였다. 이어 27일엔 레오스 시민회관에서 공연을 열어 한국음악의 멋과 맛을 한껏 펼쳐보여 환호와 박수갈채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문화의 스페인 나들이는 한국문화예술의 우수성을 유럽에 당당하게 선보인 야심찬 기획으로 큰 의미와 가치가 있는 행사였다는 평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연섭기자 ys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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