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이 관람객 1천200만명을 넘어 영화흥행의 신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현재 영화산업의 수익배분구조상 문제점과 불투명성이 결국 영화산업의 '돈줄'을 약화시켜 영화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비판적 지적이 증권가에서 나왔다.
3일 삼성증권이 발간한 '애셋저널' 9월호에 실린 '영화투자, 그들만의 리그' 컬럼에서 이 회사 투자정보팀 이석진 수석연구원은 '대박'에 도취된 영화산업의 문제점을 투자자적 관점에서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우선 한국영화가 수익률 측면에서 진정한 '대박'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한국영화산업의 수출이 6천700만달러로 9년 연속 늘어났지만 이중 74%가 '욘사마' 배용준씨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에 편중돼있을 뿐 아니라 국내 매출만으로 따져보면 496억원의 적자를 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재무적 투자자는 돈을 넣고도 수익배분에서 후순위로 밀릴 뿐 아니라 영화산업의 병폐중 하나인 불투명한 회계 등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있어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이 연구원은 "'왕의 남자'에 투자했던 MVP창투는 500%의 수익률을 올렸지만 투자액은 제작비의 10%에도 못미치는 5억원에 불과했다"며 "이는 창투사가 제작과정이나 제작사의 경영에 관여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헐리우드에는 지난 2년간 월가가 메이저 영화사에 공급한 자금이 40억달러에 달하는 데 비해 영화투자의 원조인 일신창투는 투자의 실익이 작다며 올해 영화투자비중을 20% 이하로 줄인 점이 이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온갖 자산을 대상으로 새로운 펀드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대박'이라는 영화 대상 펀드는 단 2개에 그나마도 설정액이 각각 257억원, 60억원씩에 불과하며 설정 1년이 다되가는 데도 수익률은 고작 1∼2%대로 은행 예금이자에도 못미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제작사와 개별영화 자금을 분리해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특수목적회사제, 정해진 기간내 영화의 완성과 배급을 확약하는 완성보증제 등 투자구조의 개선책 도입이 시급하다"며 "우회상장과 '뒷돈'에 혈안이 된 제작사와 과다한 권리보장을 고수하는 판권소유 투자자가 버티는 한 영화 투자문화 확립은 공허한 메아리"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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