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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해외합작에서 길을 찾다

'동승'의 주경중 감독이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프로듀서 이세키 사토루와 손잡고 김훈의 소설 '현의 노래'를 영화화한다고 최근 밝혔다

제작사 영화생각은 100억 원의 제작비 중 50%는 국내에서, 나머지 50%는 해외에서 투자받을 예정. 이미 일본과 독일의 배급사에서 300만 달러(약 28억원)를 유치했다.

음악은 올해 아카데미에서 공로상을 받은 영화음악의 대부 엔니오 모리코네가, 의상은 영화 '란'으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거머쥔 와다 에미가 각각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의 제작에는 한국ㆍ일본ㆍ독일ㆍ이탈리아 등 4개국이 참여한다. 전형적인 해외 합작영화인 셈.

◇충무로 해외합작 바람

세계 영화시장의 새로운 트렌드인 합작영화 바람이 충무로에도 불어닥쳤다.

'무극' '칠검' '묵공' 등 이미 개봉된 대규모 아시아 프로젝트 이외에도 10여 편의 합작영화가 현재 제작 중이거나 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 영화사 가도카와 헤럴드와 손잡고 지난해 공포영화 '착신아리 파이널'을 선보였던 CJ엔터테인먼트는 현재 가도카와 헤럴드와 함께 만든 황정민 주연의 '검은 집'과 이준기 주연의 '첫눈'을 한ㆍ일 양국에서 올해 안에 개봉할 예정이다.

중국과 추진 중인 한ㆍ중 합작영화도 올해 안에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예정. 또한 할리우드 대형배급사 워너브라더스가 제작하는 '어거스트 러시(August Rush)'에 투자사와 국내 배급사로도 참여했다.

해외투자에 인색했던 쇼박스도 홍콩 출신 할리우드 감독 우위썬(吳宇森ㆍ미국명 존 우)이 메가폰을 잡은 대작 '적벽(赤壁之戰. Battle of Red Cliff)'에 투자사와 국내 배급사로 참여했다.

또한 '훌라걸스'로 유명한 일본영화사 씨네콰논이 제작한 '박치기! 러브 앤 피스'에도 투자한 상태. 쇼박스와 씨네콰논은 현재 영화제작과 배급 부분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로 유명한 태원엔터테인먼트도 홍콩 비주얼라이저 필름 프로덕션과 함께 전쟁서사극 '삼국지-용의 부활'을 제작한다. 2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에서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시나리오와 투자, 스태프, CG 등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예정.

여름 개봉 예정인 공포영화 '므이'는 합작영화는 아니지만 베트남 ?상엔터테인먼트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제작됐다. 공동제작사 중 하나인 빌리픽처스는 ?상엔터테인먼트와 합작영화 제작에 합의한 상태며 현재 현지인을 위한 영화를 기획 중이다.

'칠검' '묵공'의 공동 제작사로 참여했던 보람영화사도 '비빔밥' '만추' 등을 포함한 3편의 합작영화를 올해 안에 크랭크 인한다. '비빔밥'은 박중훈이 주연을 맡고 '찰리의 진실'에서 그와 호흡을 맞췄던 조너선 드미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 고(故) 이만희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만추'는 장쯔이(章子怡)가 주연한 '야연'의 시나리오 작가가 각색을 맡았다. 중국 감독과 배우가 참여할 예정.

◇장점 많고 토대 성숙했지만 문제는 작품

최근의 합작영화 붐은 국내 영화시장 여건과 무관치 않다. 제작비 상승으로 더 어려워진 제작여건과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영화시장은 제작사로 하여금 해외로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

특히 ▲노하우를 공유하고 ▲영화 흥행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큰 규모의 제작비 마련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해외시장 개척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지닌 해외합작은 제작사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잘만 만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합작영화를 위한 국내외 기반도 성숙해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아시아영화전문가양성프로그램, 아시아 장학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시아 영화인들과의 인적 교류를 확대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아시안필름인더스트리네트워크(AFIN:Asian Film Industry Network)를 통해 아시아 국가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부산영화제의 사전 투자 프로젝트 PPP(Pusan Promotion Plan)나 올해 발족하는 부산영화제 해외 영화 프로듀서 네트워크 '프로듀서 클럽' 또한 합작영화의 붐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관심을 모은 홍콩영화제의 '아시안필름어워드'와 사전투자 프로젝트인 HAF(Hong Kong Asian Film Financing Forum)도 합작영화의 좋은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ㆍ김지운ㆍ김영남ㆍ노동석 감독은 올해 HAP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문제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 '무극' '칠검' '묵공' 등 범 아시아 프로젝트가 무협사극에 국한되는 것을 봐도 합작에 참여하는 국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은 만들기는 쉽지 않다. 특히 합작만을 위한 합작영화는 경계해야 할 일.

영진위 국제진흥팀 김현수 씨는 "이득을 위한 기계적인 결합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문화ㆍ사회현상을 유기적으로 엮을 수 있는 흡입력이 있는 작품만이 해외합작의 미래를 밝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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