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프랑스>=연합뉴스) 많은 국제 영화제들이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영화 팬들을 위해 거장의 노하우를 직접 전해 들을 수 있는 영화학 강의인 마스터클래스(masterclass)를 마련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 축제인 프랑스의 칸 국제영화제는 1991년 마스터클래스를 시작한 이후 올리버 스톤, 시드니 폴락, 마틴 스코세이지 등을 초청했다. 그리고 올해 제61회 영화제의 선택은 쿠엔틴 타란티노(44)다. 22일 오후(현지시각) 마스터클래스가 열린 상영관 살 드뷔시에는 그의 영화론을 듣기 위해 찾아온 관객이 줄을 이었다. 시작하기 30분 전 이미 전체 좌석 1천 석의 대부분이 동났으나 많은 팬들이 입장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상영관 주변을 서성였다. 타란티노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광이었으며 젊은 시절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면서 영화에 파묻혀 살았다고 소개했다. 각본 작업을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다. 이후 그는 연기 수업을 받고 배우로도 잠깐 활동했다. "왜 연기를 했느냐고요? 연출 학교도 있고, 각본 학교도 있죠. 보통은 작가 수업을 먼저 받으라고 하지만 저는 연기 학교를 다니라고 권하겠습니다. 연기를 하면 장면(scene)에 대한 모든 것을 알게 됩니다. 스토리와 캐릭터, 카메라 워크, 프레임에 대해 알게 되죠." 그는 또 학교에서 정석대로 배우는 데 의존하지 말고 일단 현장으로 나가 직접 작품을 만들어 보라고 충고했다. "수업료가 비싸지 않습니까(웃음). 여러분 스스로 장편 영화를 만들어 보십시오. 일단 영화를 만들어야 길이 열립니다." '트루 로맨스' '내추럴 본 킬러' 시나리오를 팔아 연출한 1992년 첫 영화 '저수지의 개들'이 선댄스 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면서 대규모 개봉에도 성공한다. 그리고 두 번째 작품 '펄프 픽션'은 그에게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과 명성을 동시에 안겨 줬다. "글쎄요, 다들 창의력과 실험정신에 대해 얘기하더군요. 사람들이 '롱 테이크를 써야 한다' '실험을 해 봐라' 하기에 그렇게 했더니 '아, 너는 천재구나'라고 하던걸요(웃음)." 가죽 재킷에 블랙진을 입고 나타난 그는 입을 열면 열수록 '악동'이란 별명이 왜 붙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만한 말들을 내뱉었다. TV로 방송된다면 '삐' 소리로 처리해야 할 만한 비속어를 한 문장에 한번씩은 집어넣었으며 시종일관 박장대소와 함께 거침없는 화법을 구사했다. '재키 브라운' 이후 한동안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그는 5년 만인 2002년 '킬 빌'을 들고 돌아왔다. 장면 장면 재기가 뚝뚝 묻어나는 이 영화는 전 세계에서 마니아층을 만들어 냈고, 2편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펄프 픽션'에 이어 이 시리즈물에서도 우마 서먼을 주연으로 기용했다. "왜 우마를 골랐느냐고요? 제가 쓴 시나리오 가운데 제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는 '펄프 픽션'의 미아입니다. 그리고 미아와 가장 가까운 여성이 바로 우마입니다." 뛰어난 미장센을 이미 인정받았고 "세트 촬영을 매우 좋아한다"고 할 정도로 잘 다듬어진 이미지를 좋아하는 그는 그러나 컴퓨터그래픽(CG)과 디지털 기술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가장 최신작인) '데쓰 프루프'의 자동차 신은 모두 배우나 스턴트맨이 직접 했습니다. CG를 써서 만든 자동차 추격신은 절대로 진짜로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 컴퓨터로 만들어낸 추격신을 봤을 때 '이런 맙소사' 싶었죠." 그는 초기 작품부터 최신작까지 하나하나 설명한 뒤 마스터클래스를 마무리했다. 그가 입장했을 때 이미 기립박수를 보냈던 관객은 그가 퇴장할 때도 일제히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연합뉴스) 제5회 서울환경영화제가 22일 오후 7시30분 CGV 상암점에서 개막작 '지구(Earth)' 상영을 시작으로 공식 개막했다. 영화제 일반 상영은 오전 10시30분부터 이뤄졌다. 개막작 상영 전 오후 6시부터 상암점 야외 북측광장에 마련된 생생카페에서 '기후 변화의 밤'이라는 주제로 VIP리셉션이 진행됐을 뿐 별도의 개막식은 진행하지 않았다. 개막작 상영회에는 최열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이탈리아 환경영화제 시네맘비엔테 집행위원장이자 국제환경영화제 네트워크의 대표인 가에타노 카피치, NHK 책임프로듀서이자 '사토야마-물의 정원'의 감독인 무라타 신이치, 국제환경영화 경선 심사위원인 NHK 프로듀서 이와사키 히로미치, 국제환경영화 경선 심사위원인 배우 문소리 씨 등이 참석했다. '생생한 지구를 위한 영화 선언'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영화제에서는 총 12개 섹션에서 17개국이 출품한 21편의 국제 경선을 포함해 30여 개국 160여 편의 작품 상영과 각종 행사가 진행된다. 경쟁 부문인 '국제환경영화경선'과 비경쟁 부문인 '널리 보는 세상',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환경을 생각해 보는 '지구의 아이들',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돌아보는 '기후 변화와 미래', 동물과 인간의 공존의 이유를 환기하는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 일본 NHK 화제작 'NHK 환경 다큐멘터리 특별전' 등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특히 올해에는 태안 원유 유출사고를 계기로 해양 오염의 심각성과 바다의 소중함을 일깨울 '지구전(地球戰)2008:태안, 그리고 생명의 바다' 기획전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 알래스테어 포더길 감독과 마크 린필드 감독이 만든 개막작 '지구(Earth)'는 2006년 영국 BBC에서 제작, 방영한 이래 많은 사랑을 받아온 TV 시리즈 '플래닛 어스'의 제작진이 만든 장편 야생 다큐멘터리다. 광대한 지구 여행을 통해 북극곰 가족, 코끼리, 혹등고래 등 생명체를 만날 수 있으며, '엑스맨'의 영국 배우 패트릭 스튜어트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세계 각국에서 좋은 흥행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일본에서 개봉해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30억 엔(한화 약 300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일본 역대 다큐멘터리 개봉작 사상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뒀다. 독일에서는 4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국내에서는 올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제 기간 CGV 상암점 야외 공간에서는 지구온난화 방지 포스터 '원하는 것은 환경이다', 생활 폐품으로 만든 동물 '얄망궂은 동물 이야기', 직접 관객의 목소리를 녹음해 재생하는 '환경을 이야기하는 재활용 로봇' 등의 전시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환경 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연합뉴스) 한국 영화 녹음 분야의 개척자로 알려진 이경순 전 한양스튜디오 대표가 22일 오전 4시35분 지병인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이씨는 지난 50여 년 동안 '춘향전', '오발탄', '돌아오지 않는 해병', '빨간 마후라' 등 한국 영화 3천500여 편을 녹음했다. 그 공로로 보관문화훈장, 서울시 문화상 등을 받았고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제에서도 수 차례 수상했다. 최근에는 평생 모은 한국 영화 시나리오 수천 편과 영화 녹음 기계 등 영화 자료를 동아방송예술대학에 기증해 '이경순관'을 만들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손길순 여사와 아들 영길(영화 녹음 기사), 영용(전 교사)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4일 오전 8시30분.
(연합뉴스) 유쾌, 상쾌, 통쾌한 애니메이션이 찾아온다. 잭 블랙, 앤젤리나 졸리, 더스틴 호프먼, 청룽, 루시 리우 등 초호화 목소리 연기진이 참여한 '쿵푸 팬더'다. 제61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오르면서 쟁쟁한 톱스타들이 대거 참석해 영화제 초반을 뜨겁게 달구었던 '쿵푸 팬더'는 드림웍스사가 올해 내놓은 야심작. 그런만큼 '슈렉'의 성공을 잇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서양의 동양에 대한 동경, 그것이 비록 소재 빈곤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지라도 할리우드가 이를 상업적으로 풀어내는 솜씨는 감탄할 만 하다. 쿵푸, 팬더. 제목에 쓰인 이 두 가지는 모두 중국을 대표하는 것들. 화려한 무술이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며 실사 이상의 속도감을 보여준다. 여기에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도 결코 가볍지 않다. '네 안에 있는 영웅을 깨워라'라는 광고 카피가 보여주듯 영화는 평범한 동물 팬더가 내면에 있는 용기를 깨워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향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어린이에게나 어른에게나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다. 존 스티븐스, 마크 오스본이 감독을 맡았지만 한국 관객에게는 스토리를 담당한 제니퍼 유 넬슨과 레이아웃 연출을 담당한 전용덕 씨의 참여가 반갑다. 이들은 곳곳에 한국적 색채를 집어넣었다. 영화에서 가장 화려한 액션신으로 꼽히는 포와 스승 시푸의 젓가락 무술신에서 젓가락의 기본 생김새가 그렇다. 같은 젓가락 문화권이라 할 지라도 중국, 일본, 한국의 젓가락은 생김새에서 차이가 있고, 한국 출신 애니메이터는 (비록 별 것 아니게 보일지라도) 한국 것을 선택해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알렸다. 액션의 상당 부분이 태권도와 닮아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제니퍼 유 넬슨은 드림웍스 차기작 연출이 내정돼 있고, 전씨는 '슈렉4'의 비주얼을 책임진다.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것은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 코미디 연기를 주로 해온 잭 블랙은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캐릭터를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칸 영화제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스스로도 밝혔듯 잭 블랙은 100% 팬더 '포'로 녹아있다. 앤젤리나 졸리는 그다지 많은 대사를 하지는 않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노련한 배우 더스틴 호프먼도 처음 참여한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에서도 관록을 드러낸다. 평화의 계곡, 대대손손 이어져온 국수집에서 아버지의 일손을 도와 국수배달을 하는 팬더 포. 아버지는 아들에게 국수의 비법을 알려주고 싶어하지만, 포의 관심사는 오로지 쿵푸 뿐이다. 포는 가게 일은 뒷전으로 하고 대대로 내려오는 쿵푸의 비법이 적힌 용문서의 전수자를 정하는 '무적의 5인방'의 대결을 보러 시합장을 찾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마을의 현자 우그웨이가 포를 용문서의 전수자로 점지해버린다.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벅찬 비만 팬더 포는 자신이 영웅이라는 소리에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쿵푸 마스터 시푸는 이런 포가 못미덥지만 자신의 스승이 점찍은 '예언의 인물'이기에 어쩔 수 없이 그를 가르친다. 시푸 사부의 수제자인 크레인, 바이퍼, 몽키, 타이그리스, 맨티스가 함께 포의 훈련에 참여하지만 포는 굼뜨기만 하다. 시푸가 포에 기발한 맞춤교육을 하고 있는 동안 계곡의 위협적인 존재로 20여년 간 감옥에 갇혀있던 타이렁이 탈옥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의 목적은 최고의 권법 기밀이 담긴 용문서를 빼앗는 것. 포는 용문서의 '비법'(이것이 바로 영화가 주는 메시지다)을 터득하고 타이렁과 맞선다.
(칸<프랑스>=연합뉴스) 제61회 칸 국제영화제의 '칸 클래식' 프로그램에 초청된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년) 복원판이 21일 오후(현지시각) 처음 공개됐다. 이 영화는 한국영상자료원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세계영화재단(WCF)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복원한 작품. 1982년 원본 네거티브 필름 일부가 발견됐으며 이후 1990년 발굴된 원본 프린트가 이를 보완했다. 그러나 뒤에 발견된 프린트는 해외 영화제 출품용이라 영문 자막이 들어가 있고, 영상자료원은 이날 자막을 미처 지우지 못한 상태에서 영화를 상영했다. 영상자료원은 서울대 연구팀에 영상에서 자막을 지울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의뢰, 올해 말까지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110분짜리 이 영화는 화면 3분의 2가량은 화질이 상당히 깨끗하지만 뒤에 발견된 프린트의 장면들은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 또 일부 장면에서는 말소리가 끊기는 등 음향도 불안정하다. 그러나 관객의 반응은 필름 상태와 관계 없이 열정적이었다. 줄거리는 음악교사 동식(김진규)이 힘든 부업으로 몸이 약해진 아내(주증녀)를 위해 집에 하녀(이은심)를 들이지만 이 하녀와 하룻밤을 보내면서 온 집안 식구들이 파멸로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계속되는 이 영화는 남녀 및 가족간 권력 관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사회 계급 문제도 건드린다. 또 1960년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독창적인 미장센과 재치 있는 대사가 돋보인다. 이번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한 스코세이지 감독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렇게 훌륭한 영화의 복원을 우리가 지원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김기영 감독은 박찬욱ㆍ봉준호ㆍ임상수 감독 이전에 이미 독창적인 스릴러로 해외에 잘 알려졌었다"고 소개했다. 상영을 시작하기 전 조선희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이 무대에 올라 작품과 복원 과정을 소개했으며 복원 작업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상영하게 된 점에 대해 관객의 양해를 구했다. 관객 반응은 뜨거웠다. 상영관인 살 뷔누엘의 400석 가운데 350석이 들어찼다. 그 가운데 한국인은 10여 명에 불과했고 외국인 관객이 대부분이었다. 장면 장면 한국의 1960년대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영화라 외국 관객에게 다소 생소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관객은 영화의 감정선을 잘 따라잡는 모습이었다. 세 주인공이 파멸로 향하는 부분에서는 객석에 탄식이 나왔으며 기괴한 분위기를 단숨에 뒤엎고 유쾌하게 마무리 짓는 마지막 반전 부분에 이르러서는 폭소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브라질에서 영화 편집 일을 하는 이시스 멜로 씨는 "영화제 안내 책자에서 우연히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고 브라질 영화와는 전혀 다를 것 같다는 기대로 찾아왔다"며 "대단히 아름답게 촬영됐고 스토리가 '쿨(cool)'하며 마지막 장면이 특히 재미있다"고 말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무섭게 객석에서는 큰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연합뉴스) 김강우와 조재현, 박시연이 마약을 다룬 범죄 스릴러 '마린보이'(감독 윤종석, 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에 캐스팅됐다. 영화에서 '마린보이'는 몸 속에 마약을 넣고 바다를 건너 운반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영화 '식객'의 성공으로 주가가 오른 김강우가 국가대표 수영 선수 출신 마약 운반책 천수 역을 맡았다. 조재현은 천수를 위험에 빠트리는 국제적인 마약 비즈니스의 대부 강사장 역을 맡는다. 신종 마약 거래를 위해 천수를 끌어들여 마린보이로 조련하고 이용하려는 인물이다. 영화 '사랑'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박시연은 두 남자 사이에 예고없이 뛰어들어 모든 계획을 뒤흔드는 여자 유리 역을 맡는다.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강사장과 천수를 이용해 또 다른 음모를 꾸미는 인물. 박시연은 재즈 싱어 역할인 유리가 되기 위해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이 외에 이원종, 오광록 등 개성있는 조연이 등장한다.
(칸<프랑스>=연합뉴스) 제61회 칸 국제영화제가 한창인 19일 밤 10시(현지시각) 프랑스 칸 해변에는 영화제 공식 드레스 코드인 드레스로 잘 차려입거나 캐주얼 차림을 한 다양한 복장의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함께 주최하는 '한국영화의 밤' 리셉션에 참석한 이들의 모습이다. 리셉션은 다양한 복장이 보여준 만큼 한편으로 격식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이뤘다. 파올로 베르톨린 베니스 영화제 선정위원은 "한국의 영화 감독들은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면서 역사와 사회를 다루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며 "올해 칸에 출품된 한국영화는 예술영화가 아니라 장르 영화, 주류 영화라는 점이 특징이고, 특히 (비경쟁 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매우 즐겁고 놀라운 영화"라고 말했다. 이 자리는 국내외 바이어들과 국제 영화제 관계자 등에게 한국영화를 알리고 그동안 보여준 관심에 감사를 표시하는 자리로 딱딱한 공식 행사가 아닌 자유로운 분위기의 파티 형식으로 열렸다. 한국인 손님도 눈에 많이 띄었지만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온 외국인이 주를 이뤘다. 특히 마르코 뮬러 베니스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제프리 길모어 선댄스 영화제 집행위원장, 대만 허우샤오셴 감독, 중국 자장커 감독, 태국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 등이 프랑스 이외의 외국에서 온 인사들이 주목받았다. 또 스크린 인터내셔널, 할리우드 리포터, 버라이어티 등 유력 영화전문지의 에디터들도 방문했으며 한국영화를 가장 많이 사가는 일본에서도 많은 영화사 관계자가 찾아왔다. 행사장 한편은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각종 영문 자료를 갖췄고 다른 한편은 불고기와 잡채, 김치 등 한국 음식을 뷔페식으로 마련해 놓았다. 어떤 형태로든 한국영화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만큼 참석자들은 유쾌한 분위기 속에 3시간가량 칸 영화제와 한국영화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이날 이 자리를 찾은 손님은 모두 600명가량. 애초 예상했던 400명을 훌쩍 넘은 규모다. 영진위는 일정 수량의 초청장만 보냈기 때문에 행사장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이 뒤늦게 초청장을 구하려 애쓰는 모습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종종 눈에 띄었다고 귀띔했다.
(빈 AP=연합뉴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된 저택을 호텔로 개조해 오는 7월 일반에 공개한다는 계획이 인근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외곽에 위치한 이 저택은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폰 트랩가(家)의 소유로 지난 1965년 줄리 앤드류스와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주연한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국제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비록 영화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사운드 오브 뮤직'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폰 트랩 가족이 살았던 저택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던 것. 실제 잘츠부르크 관광당국은 이 영화로 인해 지금도 매년 30만명의 관광객이 이 지역을 찾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저택 인근 주민들이 교통혼잡을 비롯한 여러가지 골칫거리가 생길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 한 주민은 "(지금도) 우리 집 앞에는 항상 관광버스와 자동차들이 서 있다"면서 "우리는 사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호텔 개조계획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국제적 유명세에도 불구, 독일어로 더빙되지 않은 데다 정작 오스트리아에서는 널리 배급되지도 않아 인지도가 낮은 것도 반발이 심한 배경이다. 오는 7월25일 '폰 트랩 호텔'을 공식 개관할 계획인 호텔측은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관광 팸플릿 등을 통해 조용히 홍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25년 된 이 고택은 소유주인 게오르기 루드비그 폰 트랩 남작이 나치의 침공을 피해 1938년 탈출한 뒤 이듬해 나치 수중에 들어갔으며, 이후 나치 친위대장 하인리히 히믈러가 1945년까지 거주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7명의 아이들을 가진 홀아비와 수녀 출신 여성이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면서 엮어내는 이야기로, 폰 트랩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지난 1965년 영화화됐다.
(칸<프랑스>=연합뉴스) 제61회 칸 국제영화제와 함께 진행 중인 칸 마켓의 공식 데일리(소식지) 칸 마켓 뉴스가 20일자에서 한국영화의 위기에 대해 보도했다. 칸 마켓 뉴스는 3쪽 분량의 초점란에 '약간의 위기감(A Slight Sense Of Crisis)'이란 제목의 한국영화 특집기사를 싣고 한국 영화산업 현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 신문은 CJ CGV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한국영화의 총 관객수가 2006년보다 5.5% 줄었고 한국영화 점유율도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며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영화 1편당 손실도 커졌고 수출 실적도 저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칸 마켓 뉴스는 "이런 위기감에도 불구하고 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줄지 않았다"며 "올해 '추격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성공에 이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님은 먼 곳에' '타짜2' 등 기대작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신문은 파리에서 영화 '파리의 어떤 한 여자'를 작업 중인 임상수 감독의 인터뷰 기사도 실었다. 임 감독은 이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가 복잡하다 보니 어떤 사람은 22세기에 살고 있고 어떤 사람은 12세기에 살고 있을 정도로 가치관의 차이가 크다"며 "항상 앞만 보기보다는 10-20년 전을 뒤돌아 봐야 할 때도 있고 새로운 전통을 바라봐야 할 때도 있다. 내 영화는 이것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매일 영화제 내 국가별 부스 한곳을 소개하고 있는 이 신문은 이날은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를 선택, "영진위는 한국 영화는 소수의 선택받은 감독들만의 것이 아니라 다재다능한 인재들이 있으며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칸<프랑스>=연합뉴스) 제61회 칸 국제영화제 '시네퐁다시옹' 부문에 초청된 단편 영화 '그리고 간직할게요, 내 마음에(Et Dans Mon Coeur J'Emporterai)'에서 주인공인 벨기에 남성은 브뤼셀 거리에서 한국인 사업가를 만난다. 이 한국인 사업가는 벨기에 남성을 한국식 노래방으로 이끈다. 그곳에는 한국에서 온 남성들이 여자 도우미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흘러나오는 노래는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과 김현식의 '이별의 종착역'이다. 쉽게 국적을 알아채기 힘든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는 벨기에 영화로 등록돼 있다. 그러나 감독의 국적은 또 다르게 프랑스다. 19일 칸 영화제 시네퐁다시옹 테라스에서 윤성아(31) 감독을 만났다. 그는 8세 때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간 재불동포 1.5세로, 지난해 졸업한 벨기에의 영화학교 INSAS와 함께 이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윤 감독에게는 두 번째 작품이다. 이제까지 단 두 편의 단편 영화를 만들었는데 칸 영화제에 당당히 입성한 것. 그는 "대단히 기쁘다"며 "내가 만든 영화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 감독은 벨기에의 한국 노래방이라는 독특한 구상을 한 데 대해 "한국과 프랑스 문화의 차이를 노래 문화에서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잖아요.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보통 남들 앞에서 노래하는 걸 부끄러워해요.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이별의 종착역'을 슬프게 부르는데 다 부르고 난 뒤에는 편안한 기분이 들죠. 또 제가 직접 연기한 노래방 여자는 '여자의 일생'을 부르죠. 저와 이미자 씨는 다른 세대인데, 여자와 인생에 대한 이 노래를 통해 '전달(transmission)'이 이뤄는 겁니다." 노래란 서로 다른 문화와 세대가 서로 소통하는 매개체란 뜻이다. 그는 실제로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주제는 '기억'과 '전달'이라고 설명했다. "남는 것, 간직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모든 것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남기는 거죠. 살아남은 사람들은 전해 받은 것을 간직하는 것이고요. 질 들뢰즈의 글에서 따온 이번 영화 제목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가겠다'는 뜻입니다." 이제 영화를 시작한 새내기이지만 윤 감독은 영화에 대한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영화의 촬영법에 대해 묻자 정적인 화면을 좋아한다고 답하면서 홍상수 감독의 예를 들기도 했다. "영화는 실제 인생과 리듬이 다르죠. 하지만 저는 카메라를 많이 움직이지 않고 관객에게 보이는 시간을 많이 두려고 합니다.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디테일을 오래 보여주는 것을 좋아해요. 프랑스에 한국영화가 꽤 많이 들어왔는데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아주 좋아합니다. 오랫동안 대상을 바라보는 정적인 화면이 좋습니다." 어렸을 때 외국으로 건너가 생활해 왔는데도 한국어를 꽤 유창하게 한다는 말을 건네자 윤 감독은 "많이 잊었지만 5~6년 전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도 공부하면서 조금 늘었다"며 웃었다. 또 한국에서 영화를 찍을 생각은 없는지 묻자 "계획은 없지만 마음은 있다"고 답했다. "어린 아이들은 남들과 다른 것을 싫어하니까 저 역시 성장하면서 한국인으로 사는 것과 프랑스인으로 사는 것에 대한 의문을 많이 가졌어요. 하지만 자라면서는 달라졌죠. 제 첫 영화가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알파벳으로 쓰인 제 이름을 발음해 보라고 시킨 것을 쭉 찍은 작품이에요(웃음). 한국에서 영화를 찍는 거요?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영화를 찍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