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무협판 '무림여대생'

(연합뉴스) 무림 4대 장로 중 하나인 갑상(최재성)의 외동딸 소휘(신민아)는 어릴 때부터 무공을 키우며 자라났다. 대학에 입학한 소휘는 학교의 아이스하키 선수인 준모(유건)에게 반해 차력 동아리를 그만두고 아이스하키부에서 잡일을 하겠다고 나선다. 갑상은 소휘를 걱정해 다른 무림 고수의 아들이자 소휘의 어린 시절 무술 동기인 일영(온주완)을 불러들인다. 일영은 소휘를 따라다니며 다시 무술을 익히자고 조르지만 소휘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준모의 마음을 잡는 데 집중한다. 어느 날 갑상이 무림 최고의 적 흑범에게 당해 혼수상태에 빠진다. 곽재용 감독의 신작 '무림여대생'의 만듦새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완성된 지 2년 만에 개봉하는 것임에도 곽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는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어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다. '매트릭스',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맡았던 홍콩 출신 무술감독 디온 람과 국내 최고의 CG업체 중 하나인 DTI의 참여로 액션 장면도 구색을 갖추고 있다. 특히 하얀 꽃이 흩날리는 무밭에서의 액션 장면은 장대하지는 않지만 낭만적인 분위기를 잘 살렸다. 찍은 지 좀 된 영화이긴 하지만 신민아는 발랄하고 통통 튀는 스무 살 역할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임을 보여준다. 또 이제까지 활동에 비해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온주완도 어리숙한 듯하지만 속 깊은 이미지를 잘 살렸다. 그러나 영화의 구성이 약간 혼란스럽다는 점이 아쉽다. '무림여대생'은 고전적인 무협물과 현대적인 학원물 사이를 오가다가 결국엔 지고지순한 로맨스로 향한다. 현실 세계는 코미디와 섞여 너무 가볍게 뜨고 무림의 세계는 진한 멜로와 섞이면서 무겁게 가라앉는다. 예전에 어디에서 본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단점이다.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던 발랄하고 통통 튀는 여대생이 순정파 남학생의 손에 이끌려 거부하던 삶을 선택하게 되는 이야기에는 곽 감독의 흥행작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과 차태현이 함께 들어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사회에서의 비장한 정통 무협물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류승완 감독의 무협물 '아라한 장풍 대작전'을 닮았다.

<웹하드 업체들 적발…영화 불법다운로드 근절될까>

" (연합뉴스) 검찰이 17일 영화 파일 불법 다운로드의 온상으로 지목받던 웹하드 업체 대표 5명을 무더기로 구속, 영화의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적발된 웹하드들은 회원수가 1천700만명에 이르는 피디박스(클럽박스 통합)등 국내 다운로더(다운로드 이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기 사이트다. 그동안 불법 다운로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전긍긍해온 온 영화계는 "이번 검찰 수사를 영화의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환영하는 모습이다. 이번 수사는 영화 관련 128개 단체와 민간 회사가 연합한 '불법복제방지를 위한 영화인협의회'가 지난 3월 웹하드 업체들을 검찰에 고발한데 따른 것이었다. 영화계는 불법 다운로드가 부가시장의 침체와 최근 영화시장의 불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지목해왔다. 불법다운로드가 DVD나 비디오 등 부가판권 시장을 고사시켜 결과적으로 영화 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켰고 이는 제작 편수 감소로 이어지며 피해가 고스란히 영화팬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에 따르면 2007년의 경우 불법 복제로 인한 영화산업의 피해액이 3천390억원에 이르러 비디오/DVD 매출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됐다. 더 문제는 같은해 영화진흥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네티즌의 47%는 불법 다운로드의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영화제작가협회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는 그동안 영화의 불법 거래를 방조해 온 웹하드 업체들의 행위에 철퇴를 가한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영화 저작권 보호와 합법적인 저작권 이용의 활성화를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국내진흥팀의 김홍천 대리는 "검찰 수사와 사법 처리 후에도 영화의 저작권이 지속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기술 개발, 홍보 및 교육 활동 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진위 차원에서 저작권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 저작권자가 불법 다운로더들의 신상 정보를 볼 수 있게 하거나 디빅 파일 플레이어 등 관련 전자기기 제조사들이 복제에 대한 비용 중 일부를 지불하도록 하는 '사적복제 보상금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아울러 불법 복제 영화의 유통을 막을 기술개발과 건전한 온라인 영화 시장 사업모델 구축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팬들은 일부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해 "사법권의 지나친 간섭이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공짜로 영화를 보는 습관을 없앨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회사원 류모(34)씨는 "불법으로 영화를 내려받아 관람하는 것은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영화 산업을 침체시켜 질 높은 작품을 못 보게 하는 악영향을 끼친다"며 "저작권은 명백한 창작자의 권리이며 이를 침해하는 것은 절도나 마찬가지이므로 이번 기회에 네티즌들이 스스로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않기로 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회사원 강모(30)씨는 "검찰이 인터넷상의 정보 교환에 지나친 간섭을 하고 있다"며 "저작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법 적용으로 온라인 문화 콘텐츠 사업 전반이 위축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단편영화축제 '미쟝센 단편영화제' 26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단편 장르영화의 축제 '미쟝센단편영화제'가 26일부터 1주일간 용산 CGV에서 열린다. 2002년 처음 개최된 이후 올해로 7회 째를 맞는 이 영화제는 주목할 만한 단편영화와 새로운 영화를 원하는 영화팬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작년 상영작 중 '프랑스 중위의 여자'(백승빈), '수다쟁이들'(고태정) 등 8편이 세계적인 권위의 미국 뉴욕아시안필름페스티벌(NYAFF)에 초청돼 국내 단편 영화의 해외 진출 통로로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개막작 '딸들'(The Girlsㆍ세바스찬 고드윈)과 경쟁부문 작품 61편을 포함해 모두 98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딸들'은 아버지와 두 딸들이 벌이는 '게임'을 바탕으로 하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다룬다. 단편영화가 주는 짧고 굵은 임팩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영화제측의 설명이다. 경쟁부문에서는 61개 작품이 '비정성시(사회)',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멜로)', '희극지왕(코미디)', '절대악몽(공포ㆍ판타지)', '4만번의 구타(액션ㆍ스릴러)' 등 장르별로 경쟁한다. 장르별 최우수작품에 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며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최고의 작품에는 대상과 함께 500만원의 상금이 추가로 주어진다. 올해 경쟁부문 상영작 중에는 배우 유지태가 연출한 '나도 모르게'가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섹션에서 선보이며 방은진(블리치), 정우성(클로즈 투 유) 등의 기성배우들이 출연한 작품도 포함돼 있다. 비경쟁 부문인 해외초청 부문에는 '북미에서 날아온 특급우편' 섹션에서 북미 단편 15편이 상영되며 '판타스포아의 열기' 섹션에서는 브라질 판타스틱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영화 8편이 선보인다. 프로그래머 스펙트럼 부문에서는 일상에서 겪는 황당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7편이 '일상의 황당한 저주'섹션에서, 개를 주제로한 영화 7편이 '개판이다' 섹션에서 각각 상영된다. 상영작들은 CGV 홈페이지(www.cgv.co.kr)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4천원(개막식 5천원ㆍ심야상영 8천원)이다. 상영시간은 영화제 홈페이지(www.msff.or.kr)참고. 문의 ☎02-927-5696.

<새영화> 인간 횡포 비판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

하라 게이치 감독 일본 애니메이션 (서울=연합뉴스)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던 시절은 오래 전에 지났다. 수십 년 전부터 애니메이션 특유의 감수성에 더해 실사영화 못지 않은 표현력과 철학, 사회적 시각을 두루 갖춘 애니메이션 영화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일본의 전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애니메이션은 동화적인 설정에도 탄탄한 연출력과 촌철살인의 대사, 속 깊은 시각을 지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 관객의 시선까지 잡아끌 만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일본 전설이나 민화에 등장하는 물의 요괴 갓파(河童)다. 초등학생 소년 고이치는 귀가중 개울가에서 이상한 화석을 발견하고 집으로 들고온다. 화석을 물에 담그자 갓파가 깨어난다. 이 갓파는 에도시대에 인간의 횡포로 아버지를 잃고 돌 속에 갇혀 현대로 넘어왔다. 고이치 가족은 '쿠'라는 소리를 내며 우는 갓파에게 쿠라는 이름을 붙이고 돌보기 시작한다. 쿠는 건강을 회복하자마자 자신이 살던 자연을 그리워하며 돌아가고 싶어한다. 고이치는 쿠를 위해 다른 갓파를 찾아 여행길에 오르지만 갓파를 발견하지 못한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고이치와 쿠는 집요한 기자들의 추적을 받게 된다. '갓파 쿠와 여름방학을'은 전설 속 신비로운 존재와 어린이의 교감을 다루는 줄거리에서 '이웃집 토토로'를 연상시킨다. 어린이들의 순수함과 평범한 가족의 생활상에 대한 세심한 묘사, 어린이와 요괴의 우정을 다룬 귀여운 에피소드들은 관객을 절로 웃음짓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의 무게감은 그보다 훨씬 크다. 인간의 마구잡이식 환경 파괴와 옐로 저널리즘, 집단 따돌림까지 현대사회의 문제를 하나씩 돌아보며 관객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이르면 인간의 횡포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다소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애니메이션이 줄 수 있는 아기자기한 감동과 교훈적인 메시지가 적절히 균형을 이룬 편이다. 또 하나 걸림돌은 상영시간이다. 묵직한 내용에 더해 138분의 상영시간이 어린 관객에게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듯하다. 하라 게이치 감독은 고구레 마사오의 동화 '갓파 대소동'과 '갓파 깜짝여행'을 읽은 뒤 오랜기간 영화화를 준비한 끝에 이 작품을 내놨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제4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였으며 올해 제5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 26일 개봉. 전체 관람가.

<새영화> 신비주의에 빠진 샤말란 '해프닝'

(연합뉴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 '해프닝'은 전작들과 비교하면 '식스 센스'나 '빌리지'처럼 반전이 인상적이던 영화보다는 신비주의 성향이 강했던 '싸인'과 비슷하다. 기본 설정은 사람들이 갑자기 자살하기 시작한다는 것. 하지만 이런 현상의 원인은 끝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그런 만큼 충격적인 반전이 숨어 있지는 않다. 반전을 기대한 관객들은 실망할 수 있겠지만 영화에는 두려움을 차근차근 쌓다가 어느 순간 관객들을 소름끼치도록 섬뜩하게 만드는 샤말란 감독의 장기가 잘 담겨 있다. 어느 평온한 아침. 뉴욕의 센트럴파크에서 한 여대생이 머리핀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한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뭔가에 홀린 듯 스스로 목숨을 끊기 시작한다. 교통경찰은 갑자기 허리춤에 찬 권총을 꺼내 자신의 머리에 겨누고 고층건물의 공사 현장에서는 인부들이 떼를 지어 뛰어내린다.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지고 시민들은 도시를 떠나기 위해 피난길에 오른다. 고등학교 과학교사 엘리엇(마크 월버그)도 부인 알마, 동료 교사인 줄리안, 줄리안의 어린 딸 제스와 함께 서둘러 도시를 빠져나가는 기차를 타지만 기차는 철로 시스템 붕괴로 그리 멀리가지 못한 채 한 시골마을에 멈춰선다. 원인을 알 수 없어 피할 방법 역시 몰라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 마을 곳곳에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는 가운데 일행은 필사적으로 피난처를 찾아 나선다. 감독은 비과학적인 현상에 맞서는 주인공으로 과학교사를 선택했다. 엘리엇은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 장소의 법칙을 찾아나서며 스토리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점점 퍼져나가는 이 이상한 현상의 매개체는 바람. 바람은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면 어디에나 있는 만큼 등장인물이나 관객들이나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원치 않으면서도 자살을 하게 되는 상황 역시 누군가 나를 헤치려 하는 다른 공포영화의 설정보다 한층 더 섬뜩하다. 관객들이 느끼는 공포감이 극대화되는 것은 이 덕분이다. 13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새영화> 첩보 코미디 '겟 스마트'

(연합뉴스) 비밀 정보기관 컨트롤의 정보분석관 맥스웰 스마트(스티브 카렐)는 늘 현장에서 뛰기를 꿈꾼다. 어느 날 컨트롤 본부가 범죄 조직 카오스로부터 공격을 받고 요원들의 신분이 탄로날 위기에 처하자 국장(앨런 아킨)은 스마트를 현장 요원으로 보낸다. 그의 파트너는 에이전트 99(앤 해서웨이)로, 현장에서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과거에 한번 얼굴이 공개된 적이 있어 성형수술로 외모를 싹 바꾼 베테랑 요원이다. 둘은 카오스의 음모를 캐기 위해 길을 떠난다. 1960년대 TV 시리즈를 21세기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영화 '겟 스마트'의 장르는 첩보 코미디다. 영화는 줄거리나 규모 면에서는 첩보 액션물이지만 방점은 '첩보' 보다는 '코미디'에 찍혀있다. 코미디를 이끌어나가는 힘은 촘촘하게 짜인 구성이나 영민한 유머 감각이 아니라 몸 개그와 말 장난, 그리고 한바탕 소동이다. 그런만큼 줄거리의 허술함이나 전개 과정의 비논리성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 그보다는 얼마나 관객을 웃길 수 있을 지에 영화의 성패가 달려 있는 듯하다. 많은 미국식 슬랩스틱 코미디가 그랬듯이 과장되고 반복되는 유머를 받아들일 자세가 되지 않은 관객이라면 상영시간 내내 어이없어 하다가 극장을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도통 정리되지 않는 난장판과 나사가 풀린 듯한 실없는 유머를 마음을 열고 받아들인다면 시종일관 기분 좋게 웃으면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코미디에 굳이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할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스럽기도 하지만 헬기와 열차를 이용한 추격신이나 건물 폭파신 등은 웬만한 블록버스터급 첩보 스릴러 못지않은 볼거리를 선사한다. 여러 단점을 가장 확실하게 덮어버리는 것은 제 몫을 다한 두 주연배우 스티브 카렐과 앤 해서웨이의 예상외 조합이다. 코미디 연기로는 정평이 난 카렐은 나이를 잊고 최대 장기인 '자학 개그'를 제대로 보여준다. 일단 눈에 띄는 미모 때문에 어설픈 몸 개그는 통하지 않는 해서웨이는 적절한 정도의 '공주병 개그'로 카렐에게 장단을 맞춰 준다. 피터 시걸 감독은 '겟 스마트' 전에 '총알 탄 사나이3', '첫키스만 50번째' 등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