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저택, 호텔로 탈바꿈>

(빈 AP=연합뉴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으로 국제적인 유명세를 탄 저택이 호텔로 개조돼 오는 7월 일반에 공개된다. 한 때 폰 트랩가(家)의 소유로 '빌라 트랩(Villa Trapp)'이라 불린 이 저택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외곽에 있으며 지난 65년 영화에 등장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잘츠부르크 관광 관리인 빌프리드 하슬로는 "이 아름다운 공간이 주위 공원과 함께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는데 공식 개관일은 오는 7월 25일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저택은 소유주인 게오르기 루드비그 폰 트랩 남작이 나치의 침공을 피해 1938년 탈출한 뒤 이듬해 나치 수중에 들어갔으며, 이후 나치 친위대장 하인리히 히믈러가 1945년까지 거주했다. 잘츠부르크에는 매년 북미와 아시아, 영국 등으로부터 매년 약 7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는 데 이들중 40%는 단지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 때문에 이 지역을 찾는 것으로 지역 관광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줄리 앤드루스 주연의 '사운드 오브 뮤직'은 7명의 아이들을 가진 홀아비와 수녀 출신 여성이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면서 엮어내는 감동적인 내용으로, 폰 트랩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지난 65년 영화화됐다.

<칸에서 활약할 한국영화>

(칸<프랑스>=연합뉴스) 지난해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칸 국제영화제에 대한 국내 인지도가 부쩍 높아지면서 올해 제61회 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보여줄 성과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한국영화는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하지 못했다. 황금종려상뿐 아니라 심사위원대상, 감독상, 주연상 등 본상 수상이 멀어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비경쟁 부문과 심야상영 등 여러 섹션에서 골고루 상영돼 그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먼저 가장 관심을 받는 작품은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다. 비경쟁 부문에 초대받은 이 작품은 그동안 보기 드물었던 '한국형 웨스턴' 장르를 새로 개척해 국내에서도 하반기 개봉작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김 감독은 '달콤한 인생' '조용한 가족' '반칙왕' '장화, 홍련' 등 작품마다 새 장르에 도전하며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고른 호응을 받아 왔다. 이번 영화는 송강호와 이병헌, 정우성 등 호화 캐스팅을 토대로 1930년대 만주 벌판에서 펼쳐 보이는 무협극으로, 이국적인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또 신진 감독부터 거장까지 영화의 미래를 보여 주는 작품을 소개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는 한국ㆍ일본ㆍ프랑스 합작 영화 '도쿄!'가 초청됐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 배우보다 인기 많은 스타 봉준호 감독이 미셸 공드리, 레오 카락스 등 유명 감독들이 각각 만든 단편 영화를 모은 옴니버스물이다. 봉 감독은 아오이 유, 가가와 데루유키 등 일본 배우들과 함께 한 이 영화에서 히키코모리(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외톨이)와 피자 배달원의 사랑을 그렸다. 또 국내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한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가 심야 상영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나오며 젊은 신인의 단편영화를 소개하는 '시네파운데이션'에서는 올해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박재옥 감독의 '스톱(Stop)'이 올랐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세계영화재단(WCF)의 복원판으로 '칸 클래식' 프로그램에서 선보인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이끄는 WCF는 전 세계 고전 영화를 복원, 2년째 칸에서 소개해 왔으며 올해 '하녀'를 택했다. 또 경쟁 부문에 진출한 아르헨티나의 파블로 트라페로 감독의 '레오네라(Lonera)'는 한국 감독과 배우들이 관여하지는 않았으나 한국의 씨네클릭아시아와 화인컷이 공동 제작사로 참여한 인연이 있다. 이 영화는 임신한 채로 교도소에 수감돼 아들을 낳은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해 데뷔작 '문유랑가보'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진출했던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러키 라이프'로 신인감독 지원 프로젝트인 '씨네파운데이션 아틀리에'에 선정됐다. 이 밖에 비경쟁에서 상영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에도 한국인의 활약이 있다. 유학생 출신 전용덕 씨가 애니메이션 레이아웃을 책임진 것. 이 때문에 이 영화는 중국적인 배경이 지배적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한국적 느낌의 선과 색채가 인상적이다.

'별들의 축제' 제61회 칸 영화제 개막

(칸<프랑스>=연합뉴스) 제61회 칸 국제영화제가 14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남동부의 휴양도시 칸에서 12일간 축제의 막을 올린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개막작 '눈먼 자들의 도시(Blindnessㆍ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를 포함해 22편이 경쟁 부문에 진출, 황금종려상을 놓고 각축을 벌인다. 또 비경쟁 부문과 특별 상영, 심야 상영 등 다양한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함께 마련됐다. ◇무대 뒤에서도 빛나는 한국영화 = 한국의 여러 작품은 경쟁부문에 진출하지 못해 황금종려상을 넘볼 수 없게 됐지만 다수의 섹션에서 고루 상영될 예정이라 다소 아쉬움을 덜었다.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한국형 웨스턴 무비'인 이 영화는 하반기 개봉 예정인 작품 가운데 가장 주목 받고 있으며 이번에 칸에서 처음 공개된다.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는 봉준호 감독이 미셸 공드리, 레오 카락스 감독과 함께 한 한국ㆍ일본ㆍ프랑스 합작 옴니버스 영화 '도쿄!'가 있다. 봉 감독은 이 영화에서 아오이 유 등 일본 배우들과 함께 했다. 또 국내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한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가 심야 상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 소개되며 '시네파운데이션' 단편영화 부문에는 박재옥 감독의 '스톱(Stop)'이 올랐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세계영화재단(WCF)의 복원판으로 '칸 클래식' 프로그램에서 선보인다. ◇두루두루 포진한 미국 영화 = 영화제를 찾은 전 세계 영화팬들은 할리우드 상업영화부터 예술영화까지 미국 영화를 두루두루 즐길 수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 앤젤리나 졸리, 존 말코비치가 주연한 스릴러 '체인질링(Changeling)', 미국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체 게바라를 소재로 만든 4시간짜리 영화 '체(Che)'가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비경쟁 부문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해리슨 포드의 '인디아나 존스4-크리스탈 해골 왕국', 우디 앨런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Vicky Cristina Barcelona)', 마크 오스본의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Kung Fu Panda)'를 선보인다. ◇동남아와 남미 영화의 약진 = 아시아에서는 동남아 지역 영화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중국 자장커 감독의 '24시(24 City)' 외에 싱가포르 에릭 쿠 감독의 '나의 마법(My Magic)'과 필리핀 브릴란테 멘도자 감독의 '세르비스(Serbis)'가 경쟁 부문에서 소개된다. 또 왕자웨이 감독의 '애쉬스 오브 타임 리덕스(Ashes of Time Redux)'가 특별 상영 부문에서 등장한다. 남미에서는 개막작 외에 아르헨티나의 파블로 트라페로 감독의 '레오네라(Lonera)', 브라질 월터 살레스ㆍ다니엘라 토마스의 '리나 데 파세(Linha de Passe)'가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이 가운데 '레오네라'는 한국의 씨네클릭아시아가 공동 제작에 참여했다. 그 밖에 전통적으로 칸 영화제에서 강세를 보여 온 유럽에서는 벨기에 다르덴 형제의 '더 사일런스 오브 로르나(The Silence of Lorna)'와 밀라 요보비치와 데니스 호퍼가 출연한 독일 빔 벤더스 감독의 '팔레르모 슈팅(The Palermo Shooting)', 유고슬라비아 출신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마라도나 바이 쿠스트리차' 등이 경쟁부분에 진출했다. ◇스타와 영화인이 함께 하는 축제 = 일단 공식 경쟁부문의 심사위원단(9인)은 미국의 배우 출신 감독 숀 펜이 이끌며 미국 배우 내털리 포트먼과 멕시코 감독 알폰소 쿠아론, 태국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 함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대만 허우샤오셴 감독이 단편 경쟁부문과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의 심사위원단을 이끌며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장은 독일 파티흐 아킨 감독이,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장은 프랑스 브루노 뒤몽 감독이 각각 맡았다. 초청작 가운데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한 작품이 많아 스타 배우가 감독들과 함께 칸 레드카펫 위에 등장할 전망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스티븐 스필버그, 우디 앨런, 앤젤리나 졸리, 해리슨 포드, 스칼릿 조핸슨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봉준호 감독, 김지운 감독, 나홍진 감독, 정우성, 송강호, 김윤석, 하정우 등이 참여한다.

<中 반장선거 다룬 영화도 상영금지>

(홍콩=연합뉴스) 중국에서 한 초등학교의 반장선거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석연찮은 이유로 상영 금지됐다. 중국의 저명 감독 천웨이쥔(陳爲軍)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내게 한 표를(Please Vote for Me.중국명 請爲我投票)'이 최근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다고 홍콩 빈과일보가 12일 보도했다. 50분 길이의 이 영화는 우한(武漢)시 창칭(常靑) 제1초등학교 3학년1반 학생들의 반장 선거 과정에서 3명의 반장 후보들이 어떻게 표를 얻는지 등을 그렸다. 이 영화는 지난해 미국 실버독스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최우수주제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영화제에서 4개의 상을 수상했으며 아카데미영화상에 후보작으로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천 감독은 7년전 허난(河南)성 에이즈 마을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명성을 얻었다. 이 영화는 작년초 제작 초기엔 언론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으나 제작 완료후엔 보도가 거의 사라졌고 중국 당국의 봉쇄로 상영금지 리스트에 올려졌다. 상영금지 사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궈취안(郭泉) 난징사범대 교수는 "이 영화는 민주주의란 일반 백성이 자신의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쉽게 이해시키고 있다"며 "이 영화의 취지는 `중국인은 선거에 부적합하다'는 중국공산당의 선전논리와 배치된다"고 말했다. 궈 교수는 이어 "중국 당국은 이 영화를 `독초(毒草)'로 간주, 상영금지했지만 해적판이 곳곳에 나돌면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독립영화여 5월 광주로 오라!">

광주극장서 16-22일 '인디피크닉2008' (광주=연합뉴스) 독립영화의 한 판 축제가 5월 광주에서 열린다. 예술영화전용관인 광주극장은 "16-22일 '2007 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작 상영회를 연다"고 12일 밝혔다. 서울독립영화제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독립영화를 재조명하고 장르를 넘어 성과를 되짚어보는 축제와 연대의 장으로 해마다 열리고 있다. 이번 순회상영회는 '서울'이라는 공간을 넘어 5.18 민중항쟁 기념식이 열리는 5월 광주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특히 개막작으로 선정돼 화제를 모았던 전승일 감독의 '오월상생'이 광주에서 상영돼 의미를 더한다. '오월상생'은 5.18민주항쟁의 상처를 80년대 민중가요와 함께 뮤직 비디오로 만든 애니메이션. 5월의 기억과 상처를 성찰한 작품으로 16일 오후 8시20분 상영 이후에 전승일 감독과 대화의 시간도 마련됐다. 이밖에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김진만 감독의 '소이연'을 비롯해 최우수 작품상인 이강길 감독의 '살기 위하여 - 어부로 살고 싶다', 우수 작품상을 받은 장형윤 감독의 '무림일검의 사생활' 등 수상작 10편과 '2007 올해의 독립영화'로 선정된 '은하해방전선'과 '할매꽃' 등 특별상영작 18편 등 모두 28편이 상영된다. 관람료는 1개 섹션 6천원이며 3개 섹션 이상 관람시 5천원이다. (문의 : ☏ 062-224-5858)

강릉시네마떼끄 독립영화 순회상영

(연합뉴스) 강원 강릉과 삼척, 속초 등 동해안 지역 3개 도시에서 '독립영화 유랑극장 2008'이라는 이름의 순회 상영회가 열린다. 12일 강릉시네마떼끄에 따르면 삼척은 14~15일 강원대 삼척캠퍼스 학생회관, 강릉은 24~25일 관동대 학생회관, 속초에서는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속초문화회관에서 독립영화의 지역상영회가 각각 열린다. 이 지역은 영화제 및 관련 행사 뿐만 아니라 영상문화, 특히 비상업적인 대안영화 내지는 독립영화가 활용할 수 있는 문화인프라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곳이다. '독립영화 유랑극장 2008'에서는 서울독립영화제의 작년 대상 수상작인 환경애니메이션 '소이연(所以然)', 장편 '은하해방전선' 등 각 부문 수상작 및 주요 상영작을 비롯해 장.단편 21편이 상영된다. 이번 독립영화 유랑극장은 그동안 강릉에서 만 개최되던 정기 상영회를 올해부터는 삼척과 속초까지 영역을 넓혀 상영을 추진하게 됐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상영지역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릉시네마떼끄 관계자는 밝혔다. 독립영화 관람료는 3천원이며, 모든 프로그램(섹션)을 볼 수 있는 전회 관람권은 1만원이지만 예매할 경우 20%를 할인 받을 수 있다. 강릉강릉시네마떼끄 관계자는 "서울에 편중돼 있는 문화행사를 동해안 지역으로 확대함으로써 지역의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의 새로운 관객층을 개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형래 감독 영화 '디워' 中상륙>

(베이징=연합뉴스) 심형래 감독의 SF블록버스터 '디워'가 13일부터 중국 대륙에 상륙, 한류 열풍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심형래 영구아트 대표는 11일 베이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오는 13일부터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100여개 도시 500개 극장에서 영화 '디워'를 개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 영화시장은 세계 10위권에 접근했고 흥행 수입 증가율은 5년 연속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지난해 중국의 영화 관람자수는 연인원 1억명을 돌파했다. 심형래 감독은 "'디워'는 지난해 '괴물'이 상영된 이후 한국 영화로서는 14개월만에 처음으로 중국에서 개봉하는 것이며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개봉 일자는 이달 말 중국을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일정에 맞춰 개봉하는 것으로 한중 영화산업 교류에 또 따른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구아트는 '디워'가 중국인에게도 친숙한 용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다 아시아의 정서를 담고 있어 중국 관객에게도 충분히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심형래 감독은 이번 방중을 통해 중국 영화산업의 양대 산맥인 중잉(中影)영화그룹과 화샤(華夏)영화공사 관계자들과 '디워2' 제작 및 투자와 관련해 협상할 예정이다. 그는 또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바이(八一)영화제작소를 방문하고 인민해방군 총정치구 지도부와 면담할 계획이며 베이징과 상하이의 연예 프로와 영화전문 채널에도 출연한다.

<새영화> 규모 키운 2편 '나니아 연대기…'

(연합뉴스) 몸집이 훌쩍 커진 것은 아역 배우들만이 아니다. 1편 이후 2년 반 만에 돌아온 '나니아 연대기' 2편은 한껏 높아진 관객의 눈에 들기 위해 일단 규모를 크게 키웠다. 옷장을 통해 미지의 세계 나니아로 들어간 어린 남매 4명이 나니아의 왕위에 오른다는 줄거리의 1편 '나니아 연대기-사자,마녀 그리고 옷장'은 어린이용 영화라는 인상이 강했다. C.S 루이스의 동명 소설을 충실하게 스크린에 옮겼으나 애초에 원작이 어린이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이었으니 영화 역시 아동용 판타지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들어 잇따라 개봉한 판타지 블록버스터들에 익숙해져 웬만큼 새로운 볼거리가 없으면 놀라지 않는 성인 관객에게 '나니아…'의 일부 장면은 소박하다 못해 어설퍼 보이기까지 했다. 2편 '나니아 연대기-캐스피언 왕자'에는 이런 한계를 깨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뚜렷이 보인다. 뉴질랜드와 동유럽을 오가는 해외 로케이션 촬영과 컴퓨터그래픽에 아낌없이 투자했음이 화면에 훤히 드러난다. 클라이맥스의 웅장한 전투신에 이르면 '원작에 그런 장면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야 할 정도로 입이 벌어진다. 그만큼 영화의 '때깔'은 일정 수준을 넘어섰고 어설프다는 느낌은 깨끗이 사라졌다. 잘 자란 아역 배우들도 제몫을 다했고 시리즈물이지만 영화 한편으로서의 완성도도 살렸다. 결국 관객이 판타지 블록버스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요소는 모두 갖춘 셈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에 친근감이라는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만의 정체성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원작에서 스펙터클을 최대한으로 끌어낸 반면,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오가야 하는 페벤시 남매의 고민과 절대적 존재인 아슬란과 남매의 관계, 즉 '나니아' 시리즈만의 철학이 최소한으로만 담겨진 것. 지하철역에서 마법의 세계로 건너가 모험을 시작하는 어린 학생들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연상시키고 등장인물들이 주도권을 뺏고 뺏기며 전투를 벌이는 장면들을 보면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시리즈물의 아성을 넘어선다는 믿음이 가지 않고 오히려 성공한 여러 판타지물의 혼합물로 보인다는 게 문제다. 말하는 동물들의 귀여운 몸짓과 현대물에 적합한 농담 같은 대사들은 판타지물로서의 매력을 반감한다. 왕과 여왕으로 나니아를 통치했던 페벤시 남매 4명은 현실로 돌아온 지 1년 만에 마법의 힘에 의해 다시 나니아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1천 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나니아는 예전에 알던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인간인 텔마린족이 나니아를 점령해 나니아인들을 무자비하게 몰아내 버린 것. 남매를 나니아로 불러낸 건 텔마린족의 왕위 계승자인 캐스피언 왕자다. 그는 삼촌 미라즈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나니아인의 은신처로 몸을 피해 있다가 페벤시 남매와 만난다. 캐스피언 왕자는 자신의 왕위를 되찾아 주면 나니아인들에게 터전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페벤시 남매와 나니아인들은 그를 도와 미라즈의 군대와 전쟁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