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단편으로 초청된 한국계 윤성아 감독

(칸 <프랑스> =연합뉴스) 제61회 칸 국제영화제 '시네퐁다시옹' 부문에 초청된 단편 영화 '그리고 간직할게요, 내 마음에(Et Dans Mon Coeur J'Emporterai)'에서 주인공인 벨기에 남성은 브뤼셀 거리에서 한국인 사업가를 만난다.

이 한국인 사업가는 벨기에 남성을 한국식 노래방으로 이끈다. 그곳에는 한국에서 온 남성들이 여자 도우미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흘러나오는 노래는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과 김현식의 '이별의 종착역'이다.

쉽게 국적을 알아채기 힘든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는 벨기에 영화로 등록돼 있다. 그러나 감독의 국적은 또 다르게 프랑스다.

19일 칸 영화제 시네퐁다시옹 테라스에서 윤성아(31) 감독을 만났다. 그는 8세 때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간 재불동포 1.5세로, 지난해 졸업한 벨기에의 영화학교 INSAS와 함께 이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윤 감독에게는 두 번째 작품이다. 이제까지 단 두 편의 단편 영화를 만들었는데 칸 영화제에 당당히 입성한 것.

그는 "대단히 기쁘다"며 "내가 만든 영화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 감독은 벨기에의 한국 노래방이라는 독특한 구상을 한 데 대해 "한국과 프랑스 문화의 차이를 노래 문화에서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잖아요.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보통 남들 앞에서 노래하는 걸 부끄러워해요.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이별의 종착역'을 슬프게 부르는데 다 부르고 난 뒤에는 편안한 기분이 들죠. 또 제가 직접 연기한 노래방 여자는 '여자의 일생'을 부르죠. 저와 이미자 씨는 다른 세대인데, 여자와 인생에 대한 이 노래를 통해 '전달(transmission)'이 이뤄는 겁니다."

노래란 서로 다른 문화와 세대가 서로 소통하는 매개체란 뜻이다. 그는 실제로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주제는 '기억'과 '전달'이라고 설명했다.

"남는 것, 간직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모든 것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남기는 거죠. 살아남은 사람들은 전해 받은 것을 간직하는 것이고요. 질 들뢰즈의 글에서 따온 이번 영화 제목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가겠다'는 뜻입니다."

이제 영화를 시작한 새내기이지만 윤 감독은 영화에 대한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영화의 촬영법에 대해 묻자 정적인 화면을 좋아한다고 답하면서 홍상수 감독의 예를 들기도 했다.

"영화는 실제 인생과 리듬이 다르죠. 하지만 저는 카메라를 많이 움직이지 않고 관객에게 보이는 시간을 많이 두려고 합니다.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디테일을 오래 보여주는 것을 좋아해요. 프랑스에 한국영화가 꽤 많이 들어왔는데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아주 좋아합니다. 오랫동안 대상을 바라보는 정적인 화면이 좋습니다."

어렸을 때 외국으로 건너가 생활해 왔는데도 한국어를 꽤 유창하게 한다는 말을 건네자 윤 감독은 "많이 잊었지만 5~6년 전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도 공부하면서 조금 늘었다"며 웃었다. 또 한국에서 영화를 찍을 생각은 없는지 묻자 "계획은 없지만 마음은 있다"고 답했다.

"어린 아이들은 남들과 다른 것을 싫어하니까 저 역시 성장하면서 한국인으로 사는 것과 프랑스인으로 사는 것에 대한 의문을 많이 가졌어요. 하지만 자라면서는 달라졌죠. 제 첫 영화가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알파벳으로 쓰인 제 이름을 발음해 보라고 시킨 것을 쭉 찍은 작품이에요(웃음). 한국에서 영화를 찍는 거요?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영화를 찍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