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일명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불리는 기술자막팀의 자원봉사자 'JIFF지기'들의 공이 크다. 영화의 거리나 영화 상영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JIFF지기들과 달리 이들의 모습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제가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없어서 안될 중요한 존재다. 이들의 역할은 영화 필름을 상영관으로 운반하는 필름 트래픽과 영사 지원, 자막 지원, 상황 지원 등으로 나뉜다. 이 중 필름 트래픽을 맡은 김동현(25.전북대3년) 씨는 파트너 조재춘(25.전북대4년) 씨와 함께 영화 상영 스케줄에 맞춰서 각 상영관으로 영화 필름을 운반하고 있다. "면접 때 18.9ℓ 짜리 생수통을 들고 장기자랑을 하거나 하고 싶은 말을 하는 테스트를 했어요. 직접 영화 필름을 들어보니 생수통보다 훨씬 무거워서 처음엔 당황했죠." 실제로 승강기가 없는 상영관이 많은 데다 영사실은 계단에서 한참 떨어진 구석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서 체력 소모가 크다고 한다. 이렇듯 하루에도 수차례 상영관을 오르내리는 동현 씨지만 정작 영화는 구경도 못했다. 상영관에 앉아 있는 관객들의 모습도 못 봤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필름을 급하게 나르는데 한 여성이 입구 쪽에 서 있었어요. 죄송한데 잠시 비켜달라고 하고 서둘러 내려왔는데 나중에 파트너 말을 들으니 엄지원 씨였더라고요. 진작 알았으면 얼굴이라도 제대로 쳐다보는 건데.." 매일 수십 개의 생수통을 나르는 기분이라는 동현 씨지만 직접 나른 필름으로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누구보다 보람이 크다. 동현 씨는 "가끔 홈페이지에서 '영화 잘 봤다'는 글을 보면 그날의 피곤이 싹 달아난다"며 또다시 무거운 필름을 나르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자막 지원을 맡은 김현희(25.대학생) 씨는 JIFF가 첫발을 내디딘 지난 2000년부터 한번도 빼놓지 않고 영화제를 찾아 영화를 즐겼던 'JIFF 마니아'로 JIFF지기만 올해로 네번째다. 현희 씨는 입대 전인 2005년에 처음 JIFF지기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6년과 작년에는 상근 예비역의 장점(?)을 활용해 휴가를 내고 JIFF지기로 참여하는 열정을 과시, 이번에도 5.4대의 1의 높은 경쟁률을 뚫었다. "벌써 4년째지만 혹시나 자막 사고가 날까봐 아직도 매 순간 떨리고 긴장된다"는 현희 씨는 처음 영화제 진행을 맡아 긴장한 스태프들에게 조언을 해 줄 정도로 연륜(?)을 자랑하고 있다. 하루 종일 상영관에서 상주하며 하루에 최소 영화 4편씩을 보고 있어서 밤 11시께 하루 일과가 끝나면 눈이 아프기 마련이지만 얼굴에서는 전혀 힘든 기색을 찾아 볼 수 없었다. 해 뜨기 전 출근해 해가 진 뒤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지만 현희 씨는 "영화제가 끝날 때까지 별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진행됐으면 좋겠고 관객들도 편하게 영화를 보고 즐길 수 있길 바란다"며 "내년에도 기회가 되면 또 JIFF지기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프라이스리스(Priceless, 원제: Hors de Prix)', 돈으로 살 수 없는 귀중한 것. 이 경쾌한 프랑스 영화는 사랑이 그렇다고 말한다. 여자들의 속세의 부에 대한 은밀한 욕구를 감각적으로 그린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뒤를 잇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오드리 헵번을 너무 좋아한 부모님이 오드리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오드리 토투는 헵번의 매력이 자신에게서도 뿜어져 나오길 기대한다. 돈을 쫓아 사랑도 움직일 수 있다는 여자와 그녀만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사랑 만들기다. 그런데 이들의 직업(?)이 독특하다. 미모와 젊음을 무기로 한 여자는 호화로운 파티장이나 고급 호텔을 들락거리며 자신을 신데렐라로 만들어줄 돈 많은 남자를 찾아다닌다. 그러다 만난 가난한 남자 또한 우연히 돈 많은 여자를 만나 '선수'가 되는 것. '아멜리아'에서 오드리 토투의 귀여운 매력을 잊지 못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서는 훨씬 더 섹시한 매력의 그녀를 만나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어찌 보면 뻔한 로맨틱 코미디일 수 있지만 돈 많고 화려한 세계를 꿈꾸는 일반인들의 욕망을 솔직하과 경쾌하게 표현해낸 점과 작년 프랑스에서 가장 매력적인 남성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게드 엘마레의 변화무쌍하고 능청스런 표정 연기를 보며 웃으며 즐길 수 있다. 화려한 명품을 휘감으며 최고급 호텔에 머무는 이렌느. 늙은 남자와 함께 머무는 도중 호텔 바에서 근사한 남자를 만난다. 부자로 보이는 멋진 그 남자는 사실은 호텔 웨이터 장. 이렌느에게 한 눈에 반한 그는 잠시 잠깐이지만 거짓말로 이렌느와 환상적인 시간을 보내려 한다. 그러나 장이 웨이터라는 사실은 곧 들통나고 장 때문에 돈 많은 늙은 남자와의 결혼에 실패하게 된 이렌느는 그를 멀리하지만 장은 졸졸 그녀의 뒤를 쫓아온다. 이렌느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지금까지 번 돈 모두를 명품을 사는데 쏟아붓는 장. 어느 날 이렌느는 또 다른 부자 남자를 만나고, 이를 지켜보다 장 역시 돈 많은 늙은 여자의 눈에 든다. 이렌느는 장에게 '선수'로서 '작업의 정석'을 하나씩 가르쳐주며, 순진한 장은 결코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콧대 높은 중년여성을 자신이 이끄는 대로 따라오게 만드는 탁월한(?) 기량을 선보인다. 이렌느는 점점 더 멋진 남자가 돼가는 장을 보며 묘한 생각이 든다. 연애에 관한 프랑스 사람들의 가치관이 잘 드러나 있으며 '럭셔리 로맨틱 코미디'라는 조어에 걸맞게 화려한 부자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것도 눈요기가 된다. 오드리 토투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게드 엘마레는 충분히 순수해 보인다. 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프랑스 애니메이션 영화인 '페르세폴리스'는 그래픽 소설가인 마르잔 사트라피의 자전 성장 소설을 바탕으로 삼았다. 이란 출신으로 10대에 유럽으로 옮겨온 사트라피는 어린 시절 겪은 이란 혁명기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동명의 그래픽 소설을 펴내 인기를 얻었다. 이어 이 소설을 영화화하기로 결정하고 뱅상 파르노 감독과 함께 공동 연출을 맡았다. 한때 페르시아 문명이 찬란하게 꽃피었던 이란의 페르세폴리스. 정의로운 부모와 지혜로운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난 마르잔은 리샤오룽(李小龍)에 심취해 있는 말괄량이 소녀다. 마르잔 집안 어른들은 다소 진보적인 성향으로 독재 왕정이 무너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슬람 혁명이 왕정은 끝내지만 이란 사회는 점점 이슬람 근본주의로 기울어 간다. 마르잔이 영웅시하는 삼촌은 무고하게 감옥에 끌려가 세상을 떠나고 마르잔은 이로 인해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슬픔의 의미를 깨닫는다. 이어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하며 전쟁이 터진다. 세상은 더욱 흉흉해지고 마트의 진열대가 텅텅 비면서 인심은 메말라 간다. 여자는 차도르로 얼굴을 꽁꽁 동여매고 다니지 않으면 음란한 여자로 취급받다. 이런 사회에서 펑크 록과 서양 문물에 심취해 있고 성격마저 당돌한 10대의 마르잔은 곤경에 빠지기 일쑤다. 마침내 부모님은 마르잔을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보낸다. 마르잔은 빈에서 술과 담배, 남자를 먼저 알게 된다. 백인 사회와 자신 사이에 놓인 유리벽에 부딪힌 마르잔은 지독한 향수병과 첫사랑의 실패로 인한 허무감에 빠져 방황한다. 영화는 책으로 한번 읽고서는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이란의 현대사를 주인공 마르잔의 일상을 통해 연차 순으로 보여준다. 시대의 질곡은 곧바로 평범한 소녀의 깊은 상처로 이어지고 관객의 공감을 쉽게 이끌어낸다. 자전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답게 이 영화는 혼란스럽고 음울한 시대 자체보다는 사회의 그늘에 가린 소녀의 고통스럽고 숨가쁜 성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이 과정에서 눈물과 고뇌를 그리는 동시에 유머와 인간적인 정을 잃지 않는다는 점도 이 영화의 큰 장점이다. 그러나 결말에 이르러 섣불리 해피엔딩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삶과 성장은 계속된다는 명백한 주제만 되새길 뿐이다. 사트라피와 파로노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전통적인 수작업을 택했다. 이런 흑백 2D 애니메이션 기법은 복잡한 이란 현대사와 한 소녀의 성장을 모두 담아내는데 가장 적합한 그릇으로 보인다. 영화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처럼 단번에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채와 기교보다는 풍부한 상상력과 품위를 보여 준다. 값비싼 기성복이라기 보다는 우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오트 쿠튀르에 가깝다. 목소리 연기에는 카트린 드뇌브, 다니엘 다리유, 키아라 마스트로얀니 등 여러 세대의 프랑스 인기 여배우들이 참여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연합뉴스) 전세계 독립 영화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1일 오후 7시 전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개막식을 갖고 9일 간의 축제에 돌입한다. '국민배우' 안성기와 최정원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날 개막식은 2천여명의 관객이 참석한 가운데 조직위원장인 송하진 전주시장의 개막 선언과 민병록 집행위원장의 개막 인사로 막을 올린다. 이어 홍보대사인 배우 김성은, 김재욱이 무대에 올라 축하 인사를 전하며 개막작인 일본 만다 구니토시 감독의 '입맞춤(The Kiss)'이 상영된다. 개막식에 앞서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임권택.이명세.봉준호 감독, 배우 전도연.박해일, 일본배우 나카무라 토오루, 방송인 루베이다.자밀라 등 각계 인사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식장에 입장해 국내외 취재진과 영화 팬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게 된다. '자유.독립.소통'을 주제로 하는 이번 영화제는 오는 9일까지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극장가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등 13개 상영관에서 전세계 40개국 195편의 영화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특히 영화제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 2008'에서는 아프리카 차드 출신 마하마트 살레 하룬 감독의 '유산(Expectations)' 등 아프리카 작가들의 작품 3편이, '숏!숏!숏! 2008'에서는 신민재 감독의 '엄마가 없다' 등 단편영화 3편이 각각 상영된다. 또 헝가리 영화의 거장 '벨라 타르 회고전', 뉴저먼 시네마의 거장 '알렉산더 클루게 회고전' 등을 통해 거장들의 작품 세계를 엿보는 기회를 제공하며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의 영화와 베트남 영화들도 감상할 수 있다. 역대 최다인 1천204편의 영화가 출품됐던 이번 영화제는 기존 '인디비전' 섹션의 명칭을 '국제경쟁' 섹션으로 바꿔 경쟁에 대한 의미를 강화했으며 독립영화의 제작을 지원하기 위한 '워크 인 프로그레스(Work in Progress)' 부문도 신설됐다. 이 밖에도 영화제 기간 내내 '전주 매그넘 영화 사진전'이 열려 세계적인 작가주의 사진가 그룹인 '매그넘' 작가들의 영화 관련 사진 84점을 선보인다.
(연합뉴스) 독립 다큐멘터리 '쇼킹 패밀리'가 완성 2년 만에 제작사 빨간눈사람의 설립 10년을 기념해 개봉한다. 이 영화를 만든 경순 감독은 빨간눈사람의 공동 설립자다. 어버이날인 5월8일 개봉하는 '쇼킹 패밀리'는 제목 그대로 '별난' 가족의 이야기다. 경순 감독은 이런 가족의 모습을 담기 위해 멀리 가지 않고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직접 카메라를 들이대고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먼저 40대인 경순 감독이 혼자 키우는 어린 딸 수림의 일상이 나온다. 수림은 방 청소를 전혀 하지 않아 발 디딜 틈이 없는 방에서 지내고 가수 보아에 푹 빠져 보아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20대인 촬영감독 세영은 집에서 독립해 자취하고 있지만 수시로 본가를 드나든다. 영화 사진을 맡고 있는 30대의 경은은 한때 사랑했던 남편과 별거 중이지만 아들을 만나지 못하게 한다는 말에 이혼 서류에 도장 찍기를 망설이고 있다 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는 입양아 출신 빈센트는 가족과 혈연을 가장 중시하는 민족인 한국인들이 해외에 많은 아이들을 입양 보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영화는 별난 가족이 사실은 별나지 않은 평범한 '우리 가족'임을 강조한다. 영화 속에 생생하게 묘사된 생활의 장면들은 웃음이 나지만 뒷맛은 씁쓸한,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집의 모습이다. 세영 어머니는 한때 경제능력이 있었지만 명예퇴직하고 집에서 신문만 읽고 있는 세영 아버지를 향해 "저 양반은 하는 일마다 왜 저러나 몰라, 보기 싫어 죽겠어"라는 말을 들릴락말락 내뱉는다. 경은은 오랜만에 유치원에서 아들을 만나고 되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자신을 데면데면 대하는 것 같지 않더냐고 옆에 있던 세영에게 계속 캐묻는다. 시선은 진지하지만 화법은 유쾌하다. 경순 감독은 유머 감각을 발휘해 우울한 이야기도 밝게 들려준다. 사회적 편견에 대한 풍자와 비판도 곁들였고 신나는 춤과 노래도 계속된다. "미국엔 마이클 무어가, 한국엔 빨간 경순이 있다"는 영화사의 홍보 문구도 '오버'는 아니다. 12세 이상 관람가.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시네마 상상마당에서 만날 수 있다.
(연합뉴스) 멜 깁슨이 오랜만에 배우로서 영화에 출연한다. 2002년 '싸인'과 '위 워 솔저스'에 출연한 이후 2004년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2006년 '아포칼립토'의 감독을 맡았던 멜 깁슨이 스릴러 영화 '에지 오브 다크니스'에 출연한다고 데일리 버라이어티가 29일 보도했다. '에지 오브 다크니스'는 1985년 제작된 BBC 미니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며 여기서 그는 시민운동가 딸이 살해당하자 이를 추적하는 경찰관 역을 맡았다. 이 영화의 감독은 '마스크 오브 조로' '레전드 오브 조로'와 '007 시리즈-카지노 로얄'을 연출했던 마틴 캠벨이 맡는다. 또 각본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디파티드'로 오스카상을 차지한 윌리엄 모나한이 쓴다.
(연합뉴스) 5월14~29일 열리는 제61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에 브라질 출신 페르난도 메레일레스 감독의 '블라인드니스(Blindness)'가 선정됐다.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29일 공식 초청작을 추가 발표, 올해 상영작 목록을 완성했으며 공식 경쟁부문 심사위원단 구성도 마무리했다. 줄리앤 무어, 마크 러팔로, 대니 글로버 등이 출연한 '블라인드니스'는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며 5월 14일 개막식에서 상영된다. 메레일레스 감독은 앞서 '시티 오브 갓' '콘스탄트 가드너' 등을 만들었다. 폐막작으로는 로버트 드 니로, 브루스 윌리스, 로빈 라이트 펜, 존 터투로, 숀 펜이 출연한 배리 레빈슨 감독의 '왓 저스트 해픈드(What Just Happened)'가 선정됐다. 또 드 니로는 5월25일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 시상자로 나선다. 공식 경쟁부문에는 로랑 캉테 감독이 연출하고 프랑수아 베고두가 출연한 '앙트레 레 뮈르(Entre Les murs)'가 추가로 초청됐다. 이 부문에서 소개될 프랑스 영화는 이로써 3편이 됐다. 이와 함께 미국 제임스 그레이 감독이 와킨 피닉스와 귀네스 팰트로를 기용해 찍은 '투 러버스(Two Lovers)'도 공식 경쟁부문에 초대받았다. 15일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문을 열 작품은 스티브 매퀸의 '헝거(Hunger)'다. 숀 펜이 이끌 심사위원단의 새 위원으로는 애니메이션 '페르세폴리스'로 유명한 이란 출신 작가 겸 감독 마르잔 사트라피와 프랑스 여배우 잔 발리바르가 위촉됐다.
(연합뉴스) 거대한 코끼리와 먼지보다 작은 마을 사람들의 우정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원작자 닥터 수스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동화 작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날을 정해 그를 기리기도 한다. 이미 그의 작품 '그린치'(2000)와 '더 캣'(2000)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으니 이번이 세 번째 영화화다. 덩치가 큰 코끼리의 코에 기생하는 먼지 속에 또 다른 세상이 있고 그 안에 생물이 산다는 설정. 크고 작은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대비를 이루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아이스 에이지' '로봇'의 블루스카이 제작진이 만들었으며 캐릭터 디자이너로 한국인 이상준 감독이 참여했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보다는 원작이 담고 있는 주제를 살리는 데 더 공을 들였다. 어린이들이 보기에 충분히 교육적이다. '눌누랄라 정글'에서 가장 큰 몸집의 코끼리 호튼의 코에 의존해 사는 먼지 속 '누군가 마을'은 호튼의 생사와 함께 한다. 호튼이 흔들거리면 누군가 마을은 지진이 일어난다. 호튼은 덩치와 달리 여린 심성을 갖고 있다. 또 그는 큰 귀로 아주 작은 소리까지 감지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어느 날 호튼은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다. 민들레씨보다 더 작은 먼지 속에 사는 누군가 마을 지라 시장의 비명이었던 것. 다급한 도움 요청을 들은 호튼은 마을을 구하기 위해 애를 쓴다. 시장에게는 96명의 딸과 딱 하나뿐인 아들 조조가 있다. 대대로 마을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해온 시장은 자신의 자리를 물려받아야 하는 아들이 혼자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있자 걱정한다. 누군가 마을을 외부로부터 보호하려는 호튼을 보고 정글 친구들은 기막혀한다. 그들에게는 누군가 마을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기 때문. 특히 캥거루 루디와 독수리 블래드는 호튼이 정글의 질서를 혼란시킨다며 호튼을 추방하려 한다. 미국에서는 호튼은 짐 캐리가, 시장은 스티브 카렐이 각각 목소리 연기를 했다. 국내 더빙판에서는 차태현이 호튼을, 유세윤이 시장을 맡았다. 성우인 어머니와 함께 목소리 출연한 차태현은 처음 애니메이션 더빙을 했지만 꽤 능숙한 솜씨를 선보인다. 아마추어 같지만 호튼의 진심을 호소력 있게 전한다.
(연합뉴스) 영화관들이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어린이와 가족 관객을 위한 행사를 연다. 롯데시네마는 '5락(樂) 페스티벌'을 열어 5월 한 달간 전 영화관에서 관객으로부터 가족을 위해 쓴 편지를 모으고 추첨을 통해 가족 영화 관람권과 가족 사진 촬영권, DVD 플레이어, 전자사전 등 경품을 선사한다. 어린이날(5일)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관객 100명에게 선착순으로 미니 팝콘을 주며 어버이날(8일)에는 60세 이상 부모를 모시고 영화관을 찾은 가족 관객에겐 부모를 무료로 입장시켜 준다. 스승의 날(15일)을 기념해서는 5월18일까지 홈페이지(www.lottecinema.co.kr)에 '선생님' '친구' '사랑'의 세 가지 제시어로 쓴 글을 받아 당첨자에게 학급 단체 여행, 단체 영화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며 성년의 날(19일)에 성년이 된 롯데시네마 회원이 전국 지점을 방문하면 선착순으로 장미꽃을 준다. 또 씨너스 이채는 내달 1~5일 어린이 사이에서 인기를 끈 영화 4편을 상영하는 '어린이 영화제'를 연다. 상영작은 '로보트 태권 브이'와 '파워레인저 매직포스 & 트레저포스' '미운 오리 새끼와 랫소의 모험' '포켓몬 레인저와 바다의 왕자 마나피'다. 매일 1회차에 상영되는 '로보트 태권 브이' 관객에게는 팝콘을 무료로 제공한다.
(연합뉴스) 명문 윌헌가에는 저주가 전해지고 있다. 이 가문의 모든 딸은 문자 그대로의 '돼지코'를 가지고 태어나게 되는데 귀족 혈통을 가진 사람의 사랑을 받아야 풀린다고 알려진 저주다. 현대에 이르러 마침내 딸이 태어나는데 바로 페넬로피(크리스티나 리치)다. 윌헌 부부는 사람들이 딸을 괴물로 여길까 두려워 딸이 죽었다고 세상에 알리고 집에서만 키운다. 페넬로피가 성인이 되자 부모는 저주를 풀기 위해 귀족 혈통의 남자들을 불러모아 선을 보이기 시작하지만 남자들은 돼지코를 보는 순간 달아나 버린다. 기자인 레몬(피터 딘클리지)은 진실을 밝히겠다며 가난한 귀족 맥스(제임스 맥어보이)를 고용해 윌헌가로 들여보낸다. 맥스는 패넬로피와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페넬로피가 막상 청혼하자 알 수 없는 이유로 크게 당황하면서 거절한다. 충격을 받은 페넬로피는 머플러로 얼굴을 가린 채 집에서 탈출해 거리로 나선다. 영화는 중반부까지 제법 팀 버튼의 '가위손'과 비슷한 분위기를 낸다. 시대 배경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동화 같은 설정이 기묘한 멜로디의 음악, 어둡지만 풍성한 색채의 세트와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로맨스물보다는 판타지물의 쌉쌀한 향이 짙게 배어난다. 영화는 외모 지상주의, 옐로 저널리즘, 포퓰리즘을 하나하나 가볍게 비틀어 풍자한다. 전개 속도도 빨라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면서 흥미를 유지한다. 이런 부분에서는 미의 기준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호평받았던 애니메이션 '슈렉'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문제는 후반부다. 페넬로피가 세상으로 뛰쳐나온 뒤 영화는 느닷없이 판타지도, 그렇다고 딱히 로맨스도 아닌 한 처녀의 자아 찾기로 흘러간다. 자아를 찾아 나섰을 때까지는 좋았으나 홀로 서기의 흐름이 어설프고 웃음으로 상황을 넘기려는 인상이 강하다. 결정적으로 저주에 얽힌 비밀이 영 '썰렁'하다. 비밀이 주는 교훈을 친절하게 한번 더 읊어 주는 마지막 장면은 허탈감마저 안겨준다. '금발이 너무해'의 스타 리즈 위더스푼이 제작을 맡았으며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마크 팔란스키 감독에게는 이 영화가 첫 장편 연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