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징글징글한 사랑 '연애, 그 참을…'

참 징글징글 맞다. 사랑이라는 게. 가슴을 후벼파는 사랑 이야기가 나왔다. 제목 자체는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고 영화를 봤다간 그 화끈하고 처절한 사랑에 가슴이 멍해지도록 일격을 당한 느낌이 들 터.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감독 김해곤, 제작 굿플레이어)은 결코 가볍지 않은 연애담이다. 백수나 다름없는 남자와 술집 여자의 사랑. 끝이 빤히 보이는 듯한 이야기는 끝을 알 수 없는 인생담으로 향해간다. 김해곤 감독은 '달콤한 인생'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도 꽤 알려졌지만 무엇보다 '파이란'의 시나리오 작가로 이름을 얻었다. 투박하지만 진실한 사랑을 보여줬던 김해곤은 8년 전 '파이란'보다 먼저 썼던 시나리오를 마침내 영화로 만들면서 더욱 집요하게 사람의 감정을 헤집어놓았다. 그의 과격하고 어떠한 수식어도 걷어낸 채 감정의 끝을 향해가는 연출기법은 보는 이에 따라 극단적으로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비록 두 남녀의 행위가 과장돼 보이더라도 '나랑 똑같네'라고 느낄 수 있는 관객과 '에이, 도대체 이런 사랑이 어딨어'라고 말할 만큼 사랑에 자신 있는 관객에게 말이다. 또한 그 표현 방법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 거친 질감의 화면과 뭉텅뭉텅 썰어놓은 듯 감정의 절단을 표현한 편집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서서히, 그러나 과감히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는 드라마의 힘에 집중한다면 그리 크게 문제될 리 없다. 마찬가지로 김 감독이 시사회 후 가장 걱정한 잦은 욕설도 그런 관점에서 용인된다. 질펀한 욕설은 이 영화의 등급 판정(18세 이상 관람가)에 이견이 없게 만들 정도. 나이가 꽤 먹도록 어머니가 운영하는 갈비집에서 일하고 용돈이나 타 쓰는 영운(김승우 분)은 별 생각 없이 사는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게 낙이다. 그에게는 약혼한 여자 수경도 있지만 결혼은 아직 먼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날 갑자기 "나 아저씨 꼬시러 왔어"라고 말하는 룸비지니스클럽 여종업원, 시쳇말로 술집 여자 연아(장진영)를 만나 그악스러운 연애에 빠져든다. 말머리와 말끝마다 욕설로 시작해, 욕설로 끝나는 이들의 말과 머리 쥐어뜯고 싸우는 것을 밥 먹듯 하는 이들 커플의 질펀한 연애는 과장되긴 했으나 그저 사랑의 한 표현방식일 뿐이다. 영운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연아의 술집 동료들은 마치 내일은 없을 듯 오늘을 즐기며 살아간다. 두 사람은 그냥 연애를 할 뿐이다. 단 연아는 영운을 향해 모든 것을 바칠 듯한 사랑이지만, 영운은 연아가 없으면 못살지만 한편으론 약혼녀 수경에게도 점잖고 애틋한 태도를 보이며 그녀 또한 묶어둔다. 어머니의 협박으로 결혼을 하게 되면서 이들의 연애는 점점 파국을 향해간다. 연아는 결혼해도 '영운은 내 것'이라 생각해 쿨하게 보내주려 하고, 영운 역시 결혼이 연아와의 사이를 변화시킬 만한 일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결혼은 두 사람의 영혼을 지배하는 구속이 된다. 질투와 한스러움으로 점점 더 자신을 망가뜨리는 연아와 더욱 더 현실적이 돼가는 영운의 감정은 극단적이 돼간다. 무엇보다 드라마가 탄탄하지만 여기에 빛과 소금이 되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김승우와 장진영, 두 배우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열연을 펼쳤다. 몇 편의 영화에서 줄곧 장진영 스스로의 이미지를 쌓아온 채 벗어나기 힘들었던 장진영은 본인은 비록 "100% 공감이 가지 않은 캐릭터였다"고 말했지만 누구보다도 그 사랑에 공감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김승우는 어설픈 코미디, 매끈한 멜로를 집어던진 채 감정에 솔직한 연기를 진솔하게 해냈다. 불운하게도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과 시차를 얼마 두지 않고 개봉하는 바람에 그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덜 이뤄질 수 있다는 아쉬움이 들 만큼 이기적인 사랑에 몸을 맡긴 남자로 녹아들었다. 코믹하게 등장했으나 스스로 비중을 키워간 전상무 역의 김상호, '떼'로 등장하지만 저마다의 개성을 살린 오달수, 남성진, 탁재훈 등의 연기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단, 영화 초반 부산스러움은 과잉이다. 9월7일 개봉. /연합뉴스

슬랩스틱의 귀환?…‘마빡이’ 열풍은 복잡한 시대상의 반영인가

27일 방송된 KBS 2TV 개그 콘서트에 새로 등장한 '골목대장 마빡이' 코너가 단 한차례 방송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마빡이'의 웃음 코드는 독특하다. 정종철 박준형 등 개그맨 4명은 무대에 나와 코너가 끝날 때까지 줄곧 이마나 몸을 찰싹찰싹 때린다. 대사는 거의 하지 않고 무작정 이마만 때리는데 시청자들은 박장대소했다. '슬랩스틱 코미디(slapstick comedy)' 전성시대가 다시 찾아온 것일까? ◇말의 유희는 이제 식상해졌나?… 몸으로 웃기니 웃기네 슬랩스틱 코미디란 연기와 동작이 과장되고 소란스런 희극을 말한다. 1910년대 미국 영화 초기에 이런 형태가 주를 이뤘다. 무성 영화 시절 찰리 채플린을 떠올리면 된다. 1970∼1980년대 한국에 '개그맨'이 등장하기 전 웃음 제공자였던 '코미디언'의 코드도 슬랩스틱에 가까웠다. 절묘한 언어적 유희의 스탠딩 개그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슬랩스틱은 “촌스럽고 유치하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최근 각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 다시 슬랩스틱 코드가 서서히 주류로 등장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SBS 웃찾사의 ‘화상고’ ‘언행일치’ 등의 코너가 인기를 끈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에서도 슬랩스틱 코미디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짐 캐리의 영화나 최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도 이 장르로 분류된다. ◇시대 복잡할수록 단순한 웃음이 좋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토크쇼형 개그에서 다시 복고적인 '코미디언풍'이 새로운 웃음 코드로 자리잡은 것일까. 마빡이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배꼽빠지게 웃었다” “유치하고 단순하지만 많이 웃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개그의 질을 떨어뜨리는 유치한 서커스"라고 비난도 있었다. 웃음의 코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르다. 미국 광고회사 JWT가 지난해 8개국 소비자와 코미디언,드라마 작가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은 농담형의 유머를 좋아하는 반면 여성은 이야기가 짜여져 있는 쪽에 더 호응을 보냈다. 고려대 언론학부 마동훈 교수는 “몸으로 웃기는 방식이 사회의 새로운 웃음 코드로 자리잡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개그 프로그램들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최형인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시대상이 복잡할수록 더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며 “배우들의 모자란 듯한 연기를 보면서 결국 우리도 얼마나 바보스러운지 스스로 위로하는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日 여성 3만명‘욘사마’ 보러 제주行

배용준 주연의 고구려 역사 드라마 ‘태왕사신기(太王四神記)’의 촬영장인 제주를 일본의 ‘욘사마’ 여성팬 3만여명이 찾을 전망이다. ‘태왕사신기 찰영장 방문투어’의 독점권을 갖고 있는 JAM투어에 따르면 일본측 파트너여행사인 긴키저팬투어리스트㈜ 등이 이미 5000여명의 여성 관광객으로부터 예약을 받았다.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는 9월5일 일본여성 200여명의 세트장투어를 시작으로 촬영이 끝나는 2월말까지 최대 3만여명의 일본 여성팬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JAM투어 측은 자신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제주시 구좌읍 묘산봉 관광지구 인근에 마련된 ‘태왕사신기 세트장’ 투어 하나로 올해 제주도를 찾는 전체 일본인 관광객수가 작년 대비 50%가량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주도는 배용준을 보러 세트장을 찾는 관광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의자와 그늘막,화장실 등을 따로 지었고,식수대 등의 편의시설과 그 수도 계속 늘여갈 계획이다. 태왕사신기 투어 관계자는 “투어가 드라마 촬영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촬영 중인 ‘욘사마’ 배용준의 모습을 실제로 보기가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음에도 일본 여성들의 예약이 잇따르고 있다”고 놀라워했다. 이 회사는 ‘촬영 방해 우려시 투어 일정 변경’ ‘카메라·캠코더 등 촬영 도구 반입 금지’ 등을 전제로 6개월의 협의 끝에 겨우 여행상품에 대한 독점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태왕사신기 세트장은 하루만 방문하고 나머지 일정은 자유롭게 투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제주지역 관광수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을 소재로 제작중인 ‘태왕사신기’의 제1세트장은 ㈜청암엔터테인먼트가 구좌읍 김녕리 9000여평 부지에 150억원을 투입해 고려의 궁궐,태학,양반거주지 등이 지어지고 있으며 현재 7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또 60억원을 들여 다음달 말까지 제2세트장인 구좌읍 송당리 성불세트장(격구장,호랑이·곰족 등 서민마을)을 완공할 예정이며,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날부터 다음달 2일까지 5일간 이들 세트장 공사현장을 일반에 공개한다.

<비디오 인기순위> 외화 오랜만에 1위 탈환

한국영화가 주도하던 비디오 대여순위 1위 자리를 오랜만에 외화가 차지했다. 비디오점 체인 씨네타운(www.cinetown.co.kr)이 21~27일 비디오 대여순위를 집계한 결과, 미국 공포영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이 출시되자마자 전 주 1위 '아랑'을 밀어내고 정상에 등극했다. 외화가 비디오 대여순위 1위에 오른 것은 1월 '아일랜드' 이후 7개월 만이다. 송윤아 주연의 '아랑'은 한 계단 주춤해 2위에, 전 주 2위였던 '강적'은 두 계단 내려앉아 4위에 랭크됐다. '왕의 남자'는 두 계단이나 뛰어올라 3위에 오르며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했다. '왕의 남자' '맨발의 기봉이'(7위) '태풍'(15위) 등을 제외하고는 순위권 안에 오른 영화 대부분이 여름철에 인기가 높은 공포ㆍ스릴러 장르 영화였다. 1.파이널 데스티네이션(공포ㆍ제임스 웡) 2.아랑(공포ㆍ안상훈) 3.왕의 남자(드라마ㆍ이준익) 4.강적(액션ㆍ조민호) 5.달콤, 살벌한 연인(로맨틱스릴러ㆍ손재곤) 6.럭키 넘버 슬레븐(스릴러ㆍ폴 맥기건) 7.맨발의 기봉이(드라마ㆍ권수경) 8.아파트(공포ㆍ안병기) 9.구타유발자들(코믹스릴러ㆍ원신연) 10.토네이도(액션ㆍ딕 로리) 11.코모도vs킹코브라(제이 앤드루스) 12.쓰나미(액션ㆍ베니 오엘스너) 13.생,날선생(코미디ㆍ김동욱) 14.원초적 본능2(스릴러ㆍ마이클 카튼 존스) 15.태풍(드라마ㆍ곽경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