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소피아영화제서 집중조명

김기덕 감독이 불가리아 소피아국제영화제에서 집중조명을 받는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은 김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과 ‘빈집(2004)’ 등 두 작품이 9일(이하 현지시간) 개막되는 소피아국제영화제의 ‘감독 집중조명(Directors in Sportlight)’ 부문에서 상영된다고 10일 밝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2003년 제56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청년비평가상 1등상과 국제시네마클럽연맹 돈키호테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노승에게 맡겨진 한 동자승의 일생을 변화하는 4계절의 풍광 속에 녹여내 2003년 청룡영화상 작품상 작품이기도 하다. ‘빈집’은 김 감독에게 2004년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안긴 작품으로 빈집을 전전하는 한 남자가 우연히 들어간 집에서 남편의 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자를 만나 기묘한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 감독은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유럽 영화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한국감독이다.지난해 4∼5월에 김 감독의 특별전이 체코와 이탈리아에서 열린바 있다. 소피아국제영화제는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불가리아 영화제로 오는 19일 폐막된다. 개막작으로는 2005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더차일드(감독 다르덴 형제)’가 상영된다.

원로배우 최지희씨도 스크린쿼터 시위에 동참…촛불집회도 함께

원로영화배우 최지희(66)씨가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사수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선다. ‘문화침략 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이하 영화인대책위)는 최지희씨가 10일 오후 6∼8시까지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한다고 9일 밝혔다. 35번째 영화인 릴레이 시위주자인 최지희씨는 57년 영화 ‘아름다운 악녀’로 데뷔해, 60년대 개성 강한 역할로 인기를 얻었던 배우이다. 대표작은 ‘김약국집 딸들’, ‘돌아오지 않는 해병’ 등이다. 영화인들의 릴레이 시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재개를 위해 지난 1월 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밝히면서 촉발됐으며 지난달 4일, 영화인대책위 공동위원장인 영화배우 안성기가 1인 시위의 첫 주자로 나섰다. 이후 배우 장동건 최민식 전도연 등과 박찬욱 김지운 감독 및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었다. 영화인대책위는 “자유무역협정을 빌미로 문화침략을 노골화하고 있는 미국 정부를 규탄하고 스크린쿼터를 사수하기 위해 영화인 릴레이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앞으로 1인 시위가 열리는 광화문 동일장소에서 촛불집회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촛불시위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열릴 예정이다.

안구기증 홍보대사 변신 윤택,“김형인 1호 기증자로 만들었지요”

“제 휴대전화에 입력된 1200여명 모두 안구기증에 동참하게 만들 겁니다. 1호 안구기증자는 저의 콤비인 김형인이지요.” 짙은 콧수염에 폭탄머리,한 박자 느린 얼띤 행동과 더듬거리는 말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인기 개그맨 윤택(30·영동교회)씨가 안구기증운동 알리미로 나섰다. 지난 8일 안구기증운동협회 홍보대사로 위촉된 그는 첫 공식활동으로 자신의 안구 기증서를 국립 장기관리센터에 등록했다. 윤씨가 안구기증운동 홍보대사로 나서게 된 데는 아버지 임종각 장로의 힘이 컸다. 장로성가단 단원인 임 장로에게 안구기증운동협회 사무국장이자 성가단장인 노석조 장로가 아들의 활동을 제안한 것이다. “아버지는 자신의 안구기증서를 등록한 후 저에게 홍보대사를 제안하셨어요.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어릴 적부터 교회에서 봉사했기 때문에 흔쾌히 응했습니다.” 홍보대사로 위촉되자마자 윤씨는 머릿속으로 여러가지 계획을 세웠다. 우선 안구기증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식 개선에 앞장설 계획이다. “시력이 나쁘거나 라식수술을 받았으면 안구기증을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잘못된 상식입니다. 장애 정도에 따라 각막 홍체 등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저도 라섹수술을 했는데 문제가 없대요.” 안구기증에 대한 활발한 정보 교류를 위해 안구기증운동협회 홈페이지도 사비를 들여 새롭게 꾸밀 예정이다. 또 자신이 소속된 연예인농구팀과 협회 후원을 위한 자선경기도 가질 계획이다. 윤씨는 “사순절 기간에 ‘사랑과 섬김’의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이라며 “안구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장기도 기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주영화제,힘있는 단편영화 19편 선정 공개

2006전주국제영화제(JIFF 이하 전주영화제) 섹션 중 ‘한국단편의 선택: 비평가주간’에서 상영될 작품이 확정됐다. 전주영화제 사무국은 9일 올해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상영될 19편의 한국단편영화들을 공개했다. 이 작품들은 ‘불안의 원리‘, ‘환상의 결말’, ‘정치/퍼포먼스’, ‘여성되기’, ‘초이스’ 등 총 5개의 섹션을 통해 상영된다. ‘한국단편의 선택: 비평가주간’은 한국단편영화들을 비평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섹션이다. 2002년 제3회 영화제부터 시작, 올해로 5회째를 맡는다. 작품선정은 전주영화제 비평가위원회 소속의 맹수진 문학선 이상용 이선화 등 4인의 비평가들이 맡았다. 비평가위원회는 “올해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제작 편수와 상영 시간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며 “ 이는 디지털 제작방식이 단편 영화 제작의 보편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심사총평을 밝혔다. 이와함꼐 비평가위원회는 단편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경향에 대해 “내면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투영하고 외부 세계에 대한 발언의 폭을 더해보고자 하는 작품들을 통해 우리 시대의 소망과 불안, 욕구와 공포의 표정들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 올해의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전주영화제 사무국 측은 “출품작 수가 400편이 넘었고, 그 중 완성도 높은 작품이 많아 비평가들이 작품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올해 7회를 맞는 전주영화제는 오는 4월27일부터 5월5일까지 전북 전주에서 열리며 총 35개국에서 출품된 190여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다음은 ‘한국단편의 선택: 비평가주간’ 상영작 19편> ◇ 불안의 원리(93분) - 고백 (도내리, 35분 )- 소설가의 피임 (한재웅, 20분) - 쾌락원칙을 넘어서 (소상민, 19분) - 우연한 열정으로 노래부르다보면 (권지영, 19분) ◇환상의 결말(103분) - 온실 (김아론, 30분) - 처용의 다도 (정용주, 33분) - 아버지 어금니 꽉 깨무세요 (최원석, 22분) - 마스크 속, 은밀한 자부심 (노덕, 18분) ◇정치/퍼포먼스(76분) - 골리앗의 구조 (김경만, 27분) -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태준식, 24분) - 정당정치의 역습 (김곡 / 김선, 25분) ◇ 여성되기(94분) - 창문너머 별 (원, 47분) - 이슬 후(後) (엄상미, 15분) - 난년이 (전선영, 32분) ◇초이스 (120분) - 머리 위에 숯불 (조형찬, 48분) - 참 잘했어요 (정다미, 20분) - 누구나 그렇다는 (윤강로, 6분) - 서울발라드 (이학수, 25분) - 가희와 BH (신동석, 21분)

송지효,‘궁’ 도중하차…새 영화 ‘요가학원’ 출연

MBC TV 수목 미니시리즈 ‘궁’에 출연 중인 탤런트 송지효가 드라마에서 도중하차하고 새 영화에 출연한다. 9일 송지효의 소속사측에 따르면 송지효는 차기작으로 윤재연 감독의 영화 ‘요가학원(제작 엔젤언더그라운드)’에 출연한다. 송지효는 데뷔작인 영화 ‘여고괴담3-여우계단’을 연출한 윤 감독과의 인연으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이에 따라 송지효는 24회로 연장된 ‘궁’에 끝까지 출연하지 못하고, 당초 예정됐던 20회까지만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송지효의 소속사 측은 “윤 감독의 새영화 출연 스케줄로 인해 부득이하게 ‘궁’에서 하차하게 됐다”고 밝혔다. 소속사 관계자는 “‘궁’의 시즌 2 제작과 연장방송 결정 등의 인기로 인해 드라마 출연에 대한 고민이 컸지만, 자신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을 연출했던 윤재연 감독과의 신뢰관계로 영화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궁’에서 송지효는 황세자 신(주지훈 분)을 두고 채경(윤은혜 분)과 갈등을 빗는 민효린 역을 연기했다. 송지효는 “지난 7개월간 출연한 ‘궁’에서의 도중하차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교차한다”며 “차기작 영화를 통해 새로운 매력을 다시 선보이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정려원 ″1인2역 연기 기대해 주세요″…새 월화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출연

MBC의 새 월화 미니시리즈 ‘넌 어느 별에서 왔니’(극본 정유경·연출 표민수)가 13일 첫 방송된다. 그동안 KBS를 통해 ‘바보같은 사랑’ ‘풀하우스’ 등 인기 드라마를 연출해온 표민수 PD가 MBC로 첫 나들이를 하는 작품이다. 강원도 오지 첩첩 산골에 살던 한 소녀가 서울 강남의 엄청난 부잣집 따님으로 밝혀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려원이 여주인공 김복실 역을 맡았고 1년여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김래원이 최승희 역으로 정려원과 호흡을 맞춘다. 첫 단편영화가 세계 영화제에 입상하며 촉망받는 기대주로 떠오른 영화감독 최승희. 그러나 교통사고로 연인 혜수를 잃고 실의에 빠져 산다. 그러던 중 강원도로 여행을 떠난 승희는 그곳에서 혜수와 너무 닮은 김복실을 만나게 되고 이내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는 줄거리. 승희의 아픔을 이해하는 고교 선배 한정훈이 복실을 좋아하게 되면서 삼각관계도 펼쳐친다. 한정훈 역은 MBC 주말극 ‘결혼합시다’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신인 박시후가 연기한다. 또 음악 프로듀서 윤미현 역을 맡은 탤런트 강정화가 두 사람의 사랑을 가로막을 예정. 극중 김래원을 가운데 두고 정려원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희진 역에 이어 이번 드라마에서도 밝고 건강한 캐릭터를 선보이는 정려원은 극중 복실과 혜수의 1인2역을 연기한다. 그는 시골처녀 연기를 위해 그동안 길렀던 긴 머리도 짧게 잘랐다. ‘…김삼순’의 후광에 힘입어 곧바로 ‘가을 소나기’의 주인공을 꿰찼으나 한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았던 만큼 이번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다를 수밖에. 정려원은 “마음을 비우고나니 연기하기가 한결 편안하다”면서 “처음 시놉시스를 받고 선뜻 결정을 못했는데 표민수 PD가 연출한다는 말을 듣고 출연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표 PD는 “정려원이 양말을 신지 않은 채 사무실을 찾아와 처음 만났는데 순간적으로 복실 역이 떠올랐다”면서 “밝고 명랑하면서도 뭔가 슬픔이 깃든 평소 모습이 복실의 캐릭터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MOVIE/데이지.브이 포 벤데타

● 데이지 첫사랑이기때문에…이루어질 수 없는걸까 이쁜 전지현과 잘 생긴 정우성, 그리고 연기를 잘하는 이성재 등 톱스타급 배우가 출연하는 멜로 영화라면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여기에 감독이 ‘무간도’ 시리즈로 유명한 류웨이장(劉偉强)이라면 더 들뜬 시선으로 지켜볼만하다. 촬영이 모두 끝난 후 오랜 기간 숙성의 시기를 거쳤던 ‘데이지’(제작 아이필름)가 네덜란드의 아름다운 풍광들을 담아 선보였다.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네덜란드에서 올로케이션한 작품. 전지현이 무명의 화가로 설정된 까닭인지 그림같은 풍경들이 펼쳐진다.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된 데이지꽃은 그 순박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끝없이 피어있다. 류웨이장 감독은 때론 암스테르담 거리 전체가 드러날만큼 멀게, 때론 화면 가득할 정도의 클로즈업으로 촬영을 번갈아 하는 영상미로 자꾸만 흔들리려 하는 이야기를 채우려 했다. 혜영(전지현 분)은 거리의 화가. 낯선 나라에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가는 외로운 여자다. 데이지를 그리러 간 그가 외나무 다리를 건너다 개울물에 빠지고, 얼마 후 다리가 놓인다. 그리고 매일 오후 4시15분 데이지꽃이 배달된다. 혜영은 데이지꽃을 보낸 이가 누군지도 모른 채 자신의 마음을 속절없이 내놓고 만다. 꽃을 보낸 이는 킬러 박의(정우성 분). 그는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러던 혜영 앞에 데이지 화분을 든 정우(이성재 분)가 나타난다. 혜영은 정우가 바로 그임을 의심치 않고 마음을 기꺼이 허락한다. 국제경찰로 마약 조직을 쫓고 있던 정우 역시 혜영에게 사랑을 느낀다. 어느날 거리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혜영은 목에 깊은 상처를 입고 정우는 큰 부상을 당해 한국으로 보내진다. 그날 이후 혜영은 말을 잃는다. 그 모습이 안타까웠던 박의는 여자를 가까이 하면 안되는 킬러란 신분을 뒤로 하고 혜영에게 다가선다. 헌신적인 박의의 사랑이 화면 가득 펼쳐진 후 정우가 다시 등장한다. 이들 3명의 엇갈린 사랑은 전혀 엉뚱한 사건으로 방향이 틀어진다. 세 남녀의 운명 같은 사랑. 멜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어떻게 버무리느냐가 관건이었을 터. 감독과 제작진은 내용보다는 영상으로 승부를 건듯하다. 이쁜 전지현과 잘 생긴 정우성, 그리고 덤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것으로도 충분히 극장을 찾을만하다고 내세운다. 하긴 한국영화 관객들이 유독 가혹하게 요구하는 멜로영화 수준을 맞추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니 이 같은 선택 역시 시도해 볼만 했을듯 싶다. 영화는 세 남녀의 관점에서 교차 편집하며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려고 했다. 같은 상황이 달리 표현됨으로써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아닌, 삶은 곧 운명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영화는 다시 한번 전지현이란 배우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비록 정우성과 이성재가 있지만 ‘데이지’는 전지현의 영화란 인식이 강하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이후 또 다시 긴 휴식기를 갖고 난 후 선택한 영화였기에 기대감이 높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데이지’는 아직도 CF스타란 선입견을 깨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불안한 발성을 보였던 전지현은 영화 중반 말을 잃는 것으로 설정되며 아예 목소리를 전달하지 못한다. 그가 영화 속에서 우는 장면을 그를 모델로 한 회사에서 미리 봤던 것일까. 전지현이 울기만 하는 한 CF가 연상되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애처러운 사랑 이야기를 담은 뮤직비디오 한편을 2시간동안 감상한다고 해도 분명 영화만의 미덕을 뽑아내 가슴 시린 멜로영화로 기억할 관객들이 있길 기대한다. 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img5,r,000}● 브이 포 벤데타 ‘매트릭스’ 워쇼스키 형제의 또다른 가상현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말할 때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 영화계에 문화·철학적 충격을 몰고 온 ‘매트릭스’ 시리즈의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 각본을 맡았기 때문이다. ‘매트릭스’란 실재와 허구를 교묘히 엮어내는 가상현실세계를 만들어냈던 워쇼스키 형제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영국이란 현실적인 공간에서의 가상세계를 만들어냈다. 이 작품은 미국이 벌인 제3차 세계대전 후 당과 정부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된 영국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사람들은 전쟁과 약탈, 이름 모를 바이러스, 종교간 분쟁 등으로 공포에 떨면서 서틀러 의장의 철권정치를 용인한다. 통금체제를 감시하는 정권의 하수인 핑거맨들로부터 농락당할뻔한 이비(나탈리 포트만 분)앞에 가이 포크스 마스크를 쓴 남자가 나타나 구해준다. 그는 V(휴고 위빙 분)란 이니셜로 소개할 뿐. 이비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동생을 잃고 이에 항의해 시위대에 적극 가담한 부모를 잃은 정권의 희생양. V는 세상을 구하려는 히어로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복수를 꾀하는 안티 히어로적 인물이다. ‘브이 포 벤데타’ 역시 ‘매트릭스’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과 자유에의 의지를 다루고 있다. 검은색이 바탕이 된 블루톤 영상은 우울한 미래를 연상시킨다. 수많은 SF영화가 암울한 미래에서 영웅들의 활약으로 허무맹랑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반면, 이 영화는 대중의 자각이 해피엔딩을 이끌어 낸다. ‘매트릭스’만큼의 놀라움과 충격 등은 던져지지 않는다. 대신 선과 악, 자유와 이에 따른 책임, 인간의 존엄성 등에 대해 단 한순간이나마 성찰하게 한다. ‘매트릭스’에서 네오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스미스 요원을 기억하는가. 이 영화에서 V역의 휴고 위빙의 배우로서 도전이 흡족함을 준다. 그는 목소리와 신체 연기만으로 얼굴 표정이 없이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옹’의 어린 연인이었던 나탈리 포트만의 성숙한 면모를 만날 수 있는 게 반갑다. 오는 17일 전 세계 동시 개봉. 상영시간 13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