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4일 ‘태극기…’ 넘는다…사상 최초 관객 1200만 돌파 눈앞

영화 ‘왕의 남자’가 이르면 4일 역대 한국영화 관객 동원 1위라는 왕좌에 등극한다. 이 영화의 홍보·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영화인’측은 “지난 1일까지 1159만6632명의 관객이 들었다”며 “이 추세를 감안하면 4일쯤에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3일 밝혔다. 현재 ‘왕의 남자’는 전국 217개(서울 51개) 스크린에서 상영중이며 하루 5만여명의 관객이 관람하고 있다. 예상대로 될 경우 65일만에 ‘태극기 휘날리며’의 1174만6135명이라는 기록을 갈아치워 한국 영화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되는 셈이다. 한국 영화 역대 최다 관객동원 순위를 살펴보면‘태극기∼’에 이어 ‘실미도’(1108만1000명),‘친구’(818만명),‘웰컴투동막골’(800만명) 순이다. 이중 ‘태극기∼’는 100일, 실미도는 140일만에 각각 기록을 돌파했다. 영화계에서는 개봉 초기부터 무섭게 관객을 동원,1000만명을 돌파한 뒤 급격히 힘이 빠졌던 두 영화와 달리 꾸준히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왕의 남자’의 흥행 추이로 볼 때 ‘왕의 남자’가 관객 1200만명 돌파라는 또 다른 신기원을 무난히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영화 제작사측은 3일 서울극장,대한극장 등에서 이준익 감독을 포함해 감우성·정진영·이준기·강성연 등 주연배우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특별 무대인사를 가질 예정이다. 또 해외 영화제 출품 및 해외 시장을 겨냥,영어 번역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으며 특히 순천대 도올 김용옥 석좌교수가 번역을 자청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을 번역하기도 했던 김 교수는 영문 제목으로 ‘The Royal Jester’를 선택,현재 초고 작업까지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MBC ‘궁’ 내년 겨울에 속편…국내 ‘드라마시즌제’ 효시되나

MBC 수목드라마 ‘궁’(극본 인은아·연출 황인뢰)의 시즌2 제작이 결정됐다. 내년 겨울 방송을 목표로 다음 시즌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연결시키기 위해 처음 기획된 20회에서 최근 4회를 연장했다. 그동안 ‘파리의 연인’과 ‘프라하의 연인’,‘천국의 계단’과 ‘천국의 나무’ 등 전편의 컨셉트를 차용한 후속 드라마 제작은 종종 있어왔지만 이번처럼 연출진과 주요 연기자 모두 후속편에 그대로 투입되는 경우는 처음이다. 첫 시도되는 시즌 제작인 만큼 미국의 ‘CSI 과학수사대’ ‘로스트’ ‘위기의 주부들’처럼 앞으로 드라마 시즌제가 활성화될지도 관심을 모은다. MBC는 ‘궁’ 이외에 시골의사의 진솔한 경험담이 담긴 베스트셀러 에세이를 골간으로 한 시즌제 드라마 ‘시골의사’(가제)를 준비하고 있으며,외주제작사 에이스토리도 ‘종합병원2’ 제작을 검토 중이다. 속편 제작이 관행화된 영화에 이어 TV 드라마도 시즌제 형식을 본격화함에 따라 이같은 제작 형태가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은 형국이다. 영화 ‘가문의 위기’와 ‘투사부일체’ 등이 전편을 뛰어넘는 흥행 기록을 세워 ‘형만한 아우없다’는 속설이 옛말이 된 지 오래. 드라마 속편 역시 전편의 후광을 통해 시청자들을 환기시키며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한 발 더 나아가 폭발력을 가지려면 전편에 또 다른 알파가 보태져야 한다. 전편의 흥행에 기댄 나머지 속편만의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면 오히려 전편에 흠집만 내고 끝날 공산이 크기 때문. MBC 김사현 드라마 국장은 “‘궁’의 시즌2 제작을 안일한 제작 형태로 여기는 측면도 일부 있겠지만 좋은 컨셉트와 소재를 발굴했을 때 이를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이라며 “속편 제작을 반기는 많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볼 때 드라마 시즌제 제작이 적절한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내년쯤 선보일 ‘궁’의 내용에 대해서는 “주인공들이 대학생이 된 이후의 이야기 등 입헌군주제라는 가상현실 아래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웃다 지쳐 울어 본 적 있는가’…‘방과 후 옥상’ 시사회

‘웃다 지쳐 울어본 적이 있는가’ 2일 서울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방과 후 옥상’의 시사회에서 벌어진 현상이다. 보통 기자 시사회장에서는 웬만하게 웃긴 영화 아니고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 시사회장에는 웃음 소리가 시종 끊이지 않았으며 때때로 곳곳에서 박장대소가 터졌다. 주인공 남궁달 역을 맡은 봉태규도 시사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기자시사회는 보통 분위기가 냉소적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많이 긴장한다. 그런데 오늘 정말 많이 웃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숙여 인사했다. 사실 ‘웃다 지쳐 울어본 적 있는가’는 한국 코미디 영화의 역사를 다시 쓰며 흥행가두를 달리고 있는 영화 ‘투사부일체’의 홍보 문구. ‘방과 후 옥상’이 ‘투사부일체’를 능가하며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지는 미지수지만, 시사회장에서 터진 웃음의 횟수와 흥행이 비례한다면 ‘투사부일체’를 누르고도 남을 정도로 영화는 재미있다. 이석훈 감독은 어떤 코미디 영화를 추구했는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재미있으면서도 색다른 부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환상신도 넣었고 컴퓨터 그래픽도 재미있게 사용하려 했다. 깔끔하고 단정한 영화보다는 거칠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관객을 상대로 다양한 장난을 치고 싶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며, 주인공들의 마음을 코믹하게 대변하는 장치로 컴퓨터 그래픽이 적절히 쓰이고 있다. 코디미 연기로 유명한 스타가 별로 출연하지 않는 ‘방과 후 옥상’이 관객을 포복절도하게 만든 핵심은 주·조연 가릴 것 없이 각자의 캐릭터를 십분 소화해 표정,말투,의상,소품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웃기는 것. 주연급 몇 명의 캐릭터도,명확하지 않은 코미디 영화도 많은 것과 비교할 때 커다란 장점이다. 주인공 혼자 동분서주하며 웃길 필요 없이 작은 역할을 맡은 배우까지도 자신만의 억양과 표정,스타일을 가지고 웃겨주는데다 그들 모두가 뜨거운 열정을 지닌 신인이어서 자신이 카메라에 잡히든 잡히지 않든 온몸을 던지니 감독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상황이다. 이 감독은 “나름대로 코믹적 요소를 심어 놓은 ‘지점’이 스크린에 등장하기 20초 전부터 관객들이 과연 웃을까 조마조마했다. 웃으면 감사했고 웃지 않으면 절망했다”며 한 장면 한 장면 공들여 만든 웃음임을 내비쳤다. ‘방과 후 옥상’은 우연히 학교 ‘짱’을 건드린 ‘왕따 출신’ 남궁달이 방과 후 옥상에 끌려갔으나 맞지 않기 위해 도망다니는 하루 동안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다. ‘왕따’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코미디 영화의 본분을 잊지 않으면서도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999년 ‘for the peace of all mankind’, 2001년 ‘순간접착제’로 국내는 물론 전세계 단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이석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 ‘방과 후 옥상’. 실험 정신과 신인들의 열정 바탕으로 한 신선함을 무기로 오는 16일 관객들을 찾아간다.

日 ‘가수 한류열풍’은 허상…“보아·계은숙 말곤 잘 몰라요”…소수 매니아에 그쳐

“한국 가수요? … 계은숙!” 보아를 제외하고 일본 젊은이들이 아는 한국 가수는 얼마나 될까. 지난달 26일 도쿄에서 만난 일본 뮤지션 고키 오노(32)씨는 일본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가수가 보아 외에도 있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내저었다. 이날 도쿄 요미우리홀에서 열린 가수 장은숙(일본에서 10년이상 활동중인 한국출신 성인가수)의 콘서트에 세션으로 참여한 그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후 K(본명 강윤성)를 기억해냈다. K는 ‘H2’ ‘1리터의 눈물’ 등 일본의 인기 드라마 주제곡을 불러 지난 1년 사이 오리콘 차트에 종종 이름을 올렸던 신인가수. 고키씨와 같은 세션팀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게이코(32)씨는 “보아나 계은숙 이외에 다른 한국 가수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많은 대중가수들이 일본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수영 박화요비 클래지콰이 신승훈 세븐 비 등이 이미 한 두장의 싱글 음반을 일본에서 발표했고 이승철도 최근 ‘루이’라는 예명으로 싱글 음반 ‘사요나라’를 내놨다. 이외에 박정현 성시경 장윤정 이지혜 등이 일본에 발을 내딛기 위해 모색 중이다. 일본에 진출하려는 대중가수들이 몇 년 전부터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그 성과는 미미하다. 한국 가수에 대한 일본 가요계의 반응은 소수 팬들의 환호에 그칠 뿐 ‘한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 얼마전 일본에 진출한 가수 A의 매니저는 “한류라고 해서 일본에 가면 모두 성공할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제 가보니 그렇지 않았다”면서 “A를 좋아하는 극소수의 일본 팬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몇 년 동안 일본에서 활동했던 가수 B의 매니저도 “일본에서 한류의 중심은 드라마 연기자이지 가수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선 꽤 인지도 있는 가수일지 몰라도 일본에서는 거의 신인이나 다름없는 만큼 충분한 물적·인적 준비가 선행돼야 함에도 대부분의 가수들이 치밀한 계획없이 진출하는 실정이다. 일본을 겨냥한 음악 스타일을 연구하기 보다 한국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 OST를 통해 진출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럴 경우 이름을 반짝 알릴 수는 있어도 자신의 음악으로 일본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보아는 데뷔 전 일본에 체류하며 언어를 습득하는 등 수년간의 준비 끝에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10년 동안 일본에서 음악활동을 해온 장은숙은 “한류로 상황이 좋아지긴 했지만 많은 후배가수들이 일본 진출을 쉽고 간단하게 여기는 것 같다”면서 “일본의 언어와 문화를 얼마만큼 소화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손님은 왕이다] “독창적 실험정신과 상업영화의 만남”

‘손님은 왕이다’(제작 조우필름)는 독창적인 실험정신과 주류 상업영화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0억원의 저예산 영화에 연기력은 있으나 주연급은 아니었던 배우들,신인감독(오기현)이 뭉쳐 꽤 스타일리시한 영화를 만들었다. 한가로운 이발관에 낯선 손님(명계남)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이발사(성지루)의 약점을 들춰내며 돈을 요구한다. 급기야 이발사의 아내(성현아)까지 넘본다. 더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이발사는 해결사(이선균)를 고용한다. 세련미의 출발은 색채의 미학.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장소이자 나른하면서도 강박적인 이발사의 일상을 대변하는 이발관을 흑과 백의 체스 무늬 바닥으로 표현했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소재의 날카로운 면도칼이 배치된 정돈된 이발관,벽면의 ‘손님은 왕이다’라는 액자까지. 왠지 금방이라도 위협적인 공간으로 돌변할 듯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여기에 탱고음악이 주효했다. 가난한 이들의 기쁨과 눈물을 격정에 녹인 탱고는 일류보다 삼류에 가까운 이발사,협박사,요부,해결사라는 우리사회 비주류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돋보이게 하는데 제격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오마주’에 의한 실험성이다. 오마주란 후배 영화인이 선배 영화인의 재능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감명 깊게 본 대사와 장면을 본 떠 만든 것. 이를테면 성지루가 슈퍼 앞에서 생두부를 먹고 있을 때 슈퍼주인이 우유를 건네고,성지루가 무심코 “그래도 우유는 해태우유가 최곤데”하고 내뱉는 장면은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에서 설경구의 그것과 똑같다. ‘초록물고기’에서 보여준 배우 명계남과 이창동 감독에 대한 오마주,‘아마데우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등 영화적 인용으로 가득차 있다. 영화는 전반부 꽤 밀도있는 스릴러로 궁금증을 자아내다가 어느 순간 눈물겨운 드라마로 변신한다. 그리고 모든 궁금증을 한꺼번에 확 쏟아내며 스스로 밀도를 뚝 떨어 뜨린다. ‘명계남을 위한 영화’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특정 배우에 대한 지나친 헌사라는 느낌도 들지만,실험성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흥행을 위해 스타중심으로 철저히 기획된 영화가 아니라 남들이 안 해보는 것,잘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시도해보자는 도전정신이 빛난다.

PD상 라디오 부문 작품상 수상한 DJ 전영혁“좋은 음악은 우리 프로에 꼭 나옵니다”

“좋은 음악은 언제든지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좋은 음악은 우리 프로에 한 번은 나옵니다. 그게 우리 프로가 존재하는 이유죠.” 오는 4월29일로 20주년을 맞는 KBS 쿨 FM(89.1㎒) ‘전영혁의 음악세계’(오전 2시). 심야 방송인 탓에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많은 가수들이 영향을 받았노라고 고백할 만큼 한국 음악계에 큰 영향을 끼쳐온 이 프로가 1일 18회 한국방송프로듀서상 라디오 음악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디스크자키 전영혁(54)씨를 만나러 지난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5층 녹음실을 찾을 때 마침 1주일에 한 번 LP로만 음악을 틀어주는 ‘슈퍼 아날로그의 부활을 꿈꾸며’ 시간 녹음중이었다. 그의 고집으로 겨우 남아있는 것이라는 두 대의 턴테이블에 번갈아 판을 바꿔 넣고,콘솔을 만지며 멘트까지 하느라 분주해 보이던 전씨는 “우리 팬들이 좀 까다로워서”라며 웃어보였다. 옆에 놓인 10여 장의 LP는 모두 집에서 가져온 것들. 자신의 음반으로만 방송한다는 그는 한 달에 300만원을 음반구입비로 쓴다. 해외 희귀 레코드는 물론 국내 젊은 가수들 CD도 직접 구입한다. “제 프로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어려운 음악만 튼다는 겁니다. 들어본 적이 없으니 하는 얘기죠. ‘…음악세계’의 슬로건은 굳이 안틀어도 유명한 음악 말고 꼭 들려줘야 하는 좋은 음악을 틀자는 것일 뿐입니다.” ‘좋은 음악’이라면 어느 국가,어느 장르의 음악이건 앞장서 선곡해온 것이 ‘…음악세계’가 1989년 ‘25시의 데이트’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이유다. 팻 메시니,쳇 베이커 등 수많은 뮤지션들이 이 프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음악에 조예가 있다는 사람만 추린 애청자 모임이 무려 1000여 명. 열혈 애청자들은 시간대를 조금이라도 앞당겨보려 KBS에 수없이 민원을 넣었지만 여지껏 허사였다고. 전씨는 “내부에 오히려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적더라”고 씁쓸해했다. “라디오 채널마다 하루 종일 진행자만 바뀌지 음악은 똑같아서 라디오를 안듣는다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우리 프로가 새벽 2시밖에 방송될 수밖에 없는지 청취자들이나 저나 의문이죠. 언젠가부터 제 잘못도,청취자 잘못도 아니고 문화 후진국에 태어난 죄일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심야 DJ에 어울리게 잔잔한 말씨의 전씨지만 우리 음악계,라디오의 현실을 말할 때만큼은 날카로웠다. 특히 “당장 청취율과 광고수입을 높여 자신의 성과로 남기려는 욕심에 라디오 전체를 연예인 말잔치 판으로 만든 방송 책임자들은 자신이 얼마나 큰 문화적 죄를 지었는지 알아야 한다”고 갈파했다. 또 그는 “한류,한류 하지만 우리 음악 수준은 후진적이다”면서 “우리에게도 밥 딜런 같은 세계적 뮤지션이 될 재목이 분명히 있지만 알아주는 사람,틀어주는 방송이 없어 칩거하든지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음악세계’는 오는 4월8일 KBS홀에서 20주년 기념 공연을 갖는다. 그에게 ‘새벽의 DJ’란 노래를 헌정한 블랙홀을 비롯한 ‘애청자 출신’ 가수들이 공연할 예정. 특히 일본음악이 금지됐던 시절 ‘월드 뮤직일 뿐’이라며 자신의 음악을 선곡했던 사실을 전해듣고 1997년 초 그를 찾아왔던 일본 뮤지션 유이치 사카모토도 참여한다.

MOVIE/이니셜 D.카사노바.무인 곽원갑

■인터뷰/지진희-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은밀하면서도 통쾌한 웃음 드려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힘들텐데도 지진희(35)는 예의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믿음직한 이미지, 조용하고 진중할 것 같은 느낌. 스스로도 이렇게 설명하듯 지진희는 대중에게 바른 남성상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팬들이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될듯싶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감독 이하 제작 MK픽처스·언더그라운드)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말할만큼 은밀하면서도 통쾌한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문소리가 인터뷰에서 “피식 내뱉는 웃음”이라고 밝혔는데, 지진희는 “몰래 ‘크크크’하는 웃음이 나오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둘 다 일맥상통하는 말. 지진희는 “일상에서 하고 싶은 것을 드러내놓고 하는 것을 보면서 가식을 벗고 묘한 통쾌함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아니다. 혼자 생각할수록 웃음을 주는 영화다. “왜 그런 것 있잖아요. 누가 뒤에서 내 차를 박았는데, 내리면 사실 욕부터 해주고 싶어도 참게 되죠. 체면이 있으니까. 그런데 박석규는 욕해요. 시원하게. 개와 함께 가다 물웅덩이가 나오면 비켜가는데, 석규는 그냥 개 목을 붙잡고 폴짝 뛰어건너요. 하고 싶으나 그렇게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석규의 그런 만화적 모습이 웃음을 주는 거죠” 그가 맡은 만화가이자 대학 강사 박석규 캐릭터가 분명하게 다가온다. 남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며 즐기고 사는 조은숙 교수(문소리 분)의 과거를 알고 있는 유일한 남자다. 잘 생기고 젊은 석규 등장에 조은숙을 따르는 남자들이 긴장하지만 그는 결코 그 싸움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음악을 듣다 보면 쉬어갈 수 있고 포인트를 주는 ‘통통’하는 소리 같은 캐릭터라고 할까요. 영화를 아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이며 가장 감독님과 그리고 저와 가까운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촬영장에 가는 동안 “소풍 가는 기분으로 갔다”고 말했다. 일부러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지만 시나리오가 이미 그의 머릿 속에 들어 있었고, 그는 석규가 돼 매일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보다 한살 어린 감독은 그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줬다.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한번에 읽어 내려간 게 ‘H’와 이 영화였어요. 사실 멜로쪽으로 이미지를 쌓아왔고, 앞으로 조금 더 굳힌 이후 코미디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시기를 조금 앞당길 정도로 마음에 와닿았던 시나리오입니다. 물론 석규가 코믹하다기 보다는 엉뚱한 캐릭터이긴 하지만요” 지진희는 고현정과 공연한 드라마 ‘봄날’ 이후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과 천커신(陳可辛) 감독의 ‘퍼햅스 러브’를 촬영한 후 황석영 원작 ‘오래된 정원’(임상수 감독)을 촬영중이다. 공교롭게 영화에만 줄곧 출연한 것. 영화를 고집한 게 아니라 좋은 작품이 내게 와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 뿐이지 드라마를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오래된 정원’을 촬영하는 와중에 일본에도 다녀왔다. ‘대장금’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후 처음으로 팬 미팅에 나선 것. 지진희 우표가 나와 이에 맞춰 행사를 열었다. 그는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NHK홀에서 팬미팅을 열었는데 3천500명이 왔어요. 욘사마만큼은 아니었지만 솔직히 기분 좋았죠. 뭐” 그의 웃음이 씩씩했다. ● 이니셜 D 길에서 만난 레이싱 숨막히는 승부 세계로 자동차 경주를 소재로 한 영화 ‘이니셜D(Initial D)’가 수입돼 곧 관객들을 찾아간다. 홍콩영화 부활의 신호탄이라고 평가받는 ‘무간도’ 시리즈의 류웨이장(劉偉强)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홍콩의 떠오르는 스타 저우제룬(周杰倫)이 주연으로 참여했다.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 이 만화는 일본에서만 4천600만부가 팔리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후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으로도 만들어져 사랑받았다. 레이싱영화라고 하면 거대한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프로선수들의 경주를 쉽게 떠올리지만 ‘이니셜D’는 청소년들이 일반 도로에서 펼치는 자동차경주를 소재로 했다. 평범한 고교생 다쿠미(저우제룬 분)는 낮에는 주유소 아르바이트, 새벽에는 두부배달을 한다. 두부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도와 구식 도요타 자동차로 굴곡이 심한 아키나산을 넘나드는 일도 벌써 5년째다. 다쿠미는 중학생 때부터 구불구불한 난코스에서 운전했기 때문에 절묘한 속도를 내면서도 최고의 코너링을 보여줄만큼 뛰어난 운전 실력을 지닌 레이싱 천재. 여느 때처럼 배달을 하던 그는 자신을 추월한 차와 레이싱을 펼쳐 손쉽게 이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바로 아마추어 레이싱팀 소속 다케시(위원러 분)였던 것. 이후 다쿠미의 완벽한 레이싱에 승부욕을 느낀 또래 레이서들이 연이어 경주를 신청하지만 모두 패배한다. 처음에는 레이싱을 마다하던 다쿠미는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고 즐거움을 느낀다. 지금까지 그저 감각적으로만 달리던 다쿠미는 첫번째 패배로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되고 더 나은 레이싱을 위해 프로 레이서 고이치와 료스케(천관시 분)와의 위험한 대결을 벌인다. 감각적인 힙합음악에 맞춰 펼쳐지는 경주와 만화의 레이아웃을 연상시키는 화면구성 등은 젊은이들의 코드에 그대로 부합한다. ● 카사노바 여자들은 왜 그를 좋아할까…‘탕아’의 매력에 빠져~봅시다 카사노바. 자유로운 성(性)과 쾌락을 탐닉했던 신화적인 호색한이다. 카사노바가 남긴 자서전 ‘나의 인생 이야기(History of My Life)’에는 “즐겁게 보낸 시간은 낭비가 아니다. 권태로운 시간만이 낭비일 뿐이다”란 말이 있다.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로 시작되는 한 광고삽입곡 가사를 떠올리게 하는 글귀다. 이 CM송이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데는 인생을 즐기고 싶은 현대인의 심리가 투영됐기 때문이다. ‘인생을 즐긴다’는 말과 친숙한 카사노바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개같은 내 인생’과 ‘길버트 그레이프’, ‘초콜릿’ 등 진지한 영화를 만들어온 라세 할스트롬 감독이 신작 ‘카사노바’를 들고 한국 관객들을 찾아간다. 소외된 사람들의 일상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다뤘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에는 카사노바의 억압과 관능, 거짓과 진실, 사랑과 욕정 등 상반된 개념을 희화적으로 풀어냈다. 카사노바의 사랑과 삶을 다룬 영화는 ‘카사노바(Casanova)’(1918), ‘카사노바-카사노바의 사랑(Casanova-The Love of Casanova)’(1954), ‘카사노바(Casanova)’(1976) 등이 있으나 새롭게 선보이는 ‘카사노바’에서 카사노바는 단순한 호색한이 아니다. 그는 풍부한 지성과 날카로운 유머를 지닌 21세기형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사실 17살에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외교관·군인·작가·철학자로 활동했던 유능한 인물이었다. 영화는 지적인 면을 애정행각과 병치시켜 카사노바를 새로운 인물로 구현했다. 영화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건 뭐니뭐니해도 카사노바 역을 맡은 히스 레저. 그는 골든글로브 최우수작품상 등 4개 부문상, 감독조합 감독상, 프로듀서조합최우수상, 작가조합 각색상 등을 휩쓸었고 아카데미상 8개 부문 후보에 지명돼 다관왕을 노리고 있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주인공 에니스 역을 맡았다. 그는 ‘카사노바’에서 여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매력남으로 변신했다. 그저 2시간동안 편안한 마음으로 18세기 유럽을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관람하면 된다. 오는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 무인 곽원갑 영원한 ‘황비홍’ 돌아온 화려한 액션 ‘리롄제(李漣杰)의 마지막 액션 영화’란 홍보문구가 관람 의욕을 자극한다. 더 이상 무술 영화를 찍지 않겠다는 말인가. 제작비 117억원에 제작기간 1년의 세월을 들여 찍은 ‘무인 곽원갑’은 한마디로 리롄제의 안으로는 무술에 임하는 정신과 겉으로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우아하고 아름다운 무술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리롄제는 위런타이(于仁泰) 감독에게 직접 영화화를 제안했다고 한다. 무도 정무문(精武門)을 창시한 곽원갑은 1900년대초 밀려드는 외세에 맞설 힘조차 없이 무기력하게, 그리고 급속하게 붕괴됐던 중국에서 중국의 자존심을 지켜준 인물로 평가받는다. 영화는 서양 열강과 일본이 곽원갑에게 4대1 싸움을 제안했을 때 이를 받아들이고 무대 위에서 죽음을 맞는 것으로 설정된다. 당당한 죽음으로 그는 중국인들에게 영웅이 된다.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 국가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제로 곽원갑은 42살에 어떻게 죽었는지 알려지지 않은 채 삶을 마감한다. 공교롭게도 리롄제 역시 올해 42살이다. 100여년 뒤 중국인은 곽원갑을 그린 영화를 보면서 자존심을 확인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중국 무인의 삶을 다룬 건 아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한 인간의 깨달음의 과정이 단순하고 명확하게 설명돼 있다. 원갑의 아버지는 곽사부로 불리는 톈진(天津)의 유명한 무술인. 그러나 아들에겐 무술을 시키지 않으려 한다. 곽원갑의 아버지는 지역 무술인들의 도전을 받지만 늘 마지막 일격을 아낀다. 이때문에 대련에서 지는 경우가 많다. 어린 원갑은 이런 아버지가 불만이다. 원갑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일깨워주려 하고 그의 곁에는 늘 함께 하는 친구 경손이 있다. 사랑하는 부모와 친구가 있으니 부족할 게 없는 삶이다. 세월이 흘러 원갑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가업을 잇는다. 그는 여러 무인들의 도전을 받아들이며 승승장구한다. 더 이상 거칠 게 없다. 그런 와중에 라이벌인 진사부와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고 승리한다. 진사부는 결투 후 숨진다.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친구 경손은 점점 더 승리 자체에만 집착해 가는 원갑과 절교를 선언하고 진사부의 수제자가 복수심에 불타 원갑이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와 딸을 살해한다. 더욱이 진사부에 대한 오해가 제자들의 거짓말 때문이었다는데 충격받은 원갑은 목숨을 끊으려 한다. 그는 앞을 보지 못하는 착한 여인 월자에게 구조된 후 고즈넉한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며 깨달음을 얻는다. 아버지가 왜 최후의 일격을 가하지 않았는지 알게 된 그는 중국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4대1 결투를 승낙하고 최고 경지에 이른 무술을 펼친다. 그때는 친구 경손이 다시 그의 곁에 와 있었다. 전반적으로 착한 무술영화다. 리롄제의 뛰어난 무술을 쉴 틈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남자들의 시선을 끌 만하고 무술영화인데도 잔인한 장면이 없다. 더욱이 곽원갑이 진정한 무술의 정신을 일깨워가는 과정 역시 교훈적이다. 확실한 오락영화이면서도 메시지가 분명한 영화다. 리롄제는 마지막 액션 영화라는 점의 의미에 대해 기자회견을 통해 “영화에서 무술이 기술적으로만 표현됐다.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 무술의 정신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즉 앞으로 영화에서 무술을 선보일 수 있으나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무술영화는 마지막이란 의미다. 오는 9일 개봉. {img5,l,000}●‘제시카 알바’ 6년전 작품 개봉 미국판 ‘이효리’라고 불리며 국내 남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섹시 스타 제시카 알바. 그의 출연작 ‘파라노이드’(Paranoid:2000년)가 제작된 지 6년이 지나 지각 개봉한다. 한국에서의 인기가 반영된 결과다. ‘파라노이드’는 영화 ‘로메로’ 등으로 알려진 영국의 존 듀이건 감독 작품. 편집증 환자란 영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사이코 드라마다. 제시카 알바의 섹스 어필한 매력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18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