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_ 정치논리 잠재운 경제논리] 지긋지긋한 ‘경기도 역차별’ 한 풀었다

수원-KT가 꿈의 10구단 유치는 수도권 vs 비수도권이라는 정치논리에 맞선 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경기도는 수도권 역차별로 인해 행정수도, 공공기관 이전이 진행되는 등 주요 사업과 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말려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많은터라 이번 10구단 수원 유치도 마지막까지 안심할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경기도와 수원은 물론 도내 31개 시군이 한목소리를 낸 끝에 10구단 유치에 성공했다.대기업인 KT의 적극적인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특히 프로야구 10구단 수원 유치는 경제, 스포츠 흥행성 논리가 수도권 규제의 정치논리를 극복한 좋은 사례를 남겼다. 전북은 유치경쟁 기간 내내 수원마저 10구단을 유치하면 수도권에 5개 팀이 들어서게 된다고 강조하며 균형발전을 위해 전북에 10구단이 유치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엄연한 것은 서울에 3개 팀, 인천에 1개 팀이 있을 뿐 전국에서 가장 많은 1천250만의 인구를 보유한 경기도에는 단 1개의 프로팀도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수도권 야구팀 집중 논리는 한 마디로 수도권 대 비수도권 논리 때문에 각 분야에서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경기도에 대한 억지였다. 그동안 경기도와 수원시에게는 참여정부 이후 10년동안 박탈과 역차별의 역사였다. 경기도에서만 52개의 공공기관이 빠져 나갔다. 수원에서 이전해가는 기관도 10여개에 달하며 이들 기관이 모두 전북으로 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과정에서 전북은 균형발전과 수도권 대 비수도권 논리 만을 앞세워 KBO를 겨냥했고, 이 같은 전북의 주장은 꽤 설득력을 보이는 듯 하면서 10구단 유치과정에서 막판 이상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이에 경기일보는 올초부터 수도권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고 제안했었다. 그래야만 전북과의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전이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주장대로 10구단 유치전에서 수도권이 아닌 경기도를 얘기했다. 기존 구단 가운데 4팀이 수도권이라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경기도는 수도권이 아니라 경기도일 뿐이라는 우리의 주장이 통했기 때문이다. 2천500만 수도권 주민의 권리가 아니라 1천250만 경기도민의 권리를 강조한 것이 마침내 10구단 유치라는 승리를 일궈냈다. 1천250만 도민 모두의 승리다. 전북의 광역 바람에 당당히 맞선 수원시장의 당찬 승부가 일궈낸 승리고, 당리당략을 떠나 맏형다운 든든함으로 뒤를 지켜준 경기도지사의 노련함이 만들어낸 승리다. 더불어 경기도와 수원시는 지난해 연말 재정성이 탄탄한 재계 순위 11위 KT를 10구단 유치 파트너로 만난 것도 큰 행운이다. KT는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KBO에 제출한 가입신청서에 야구발전기금 200억원을 써내는 통큰 베팅으로, 80억원을 적은 전북 부영을 제치는 데 결정적인 한방을 날렸다. KT는 프로농구, 골프, 사격, 프로게임, 하키 등 30년간 스포츠단을 운영한 노하우를 축적, 프로야구단 운영능력을 인정받았다. 글 _ 황선학 기자 2hwangpo@kyeonggi.com

[ISSUE _ 수원-KT 승리 요인은] 발전기금 200억 + 돔구장 ‘끝내기 홈런포’

수원-KT가 꿈의 10구단 유치에 성공한 것은 한마디로 철저한 준비를 통해 각 부문에서 경쟁자였던 전북 부영을 압도한 예견된 승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 2010년부터 보안을 유지하며 10구단 창단을 착실히 준비해온 반면, 지난해 6월부터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전북은 각종 인프라가 미비한 가운데 단순히 지역안배 논리만을 강조하며 감성에 호소, 선발 주자인 수원을 따라잡기에는 애초부터 역부족이었다. 수원은 프로야구의 성공 요인인 시장성과 인구수, 흥행성 등 3박자를 고루 갖추며 일찌감치 전북을 압도했다. 수원시의 인구가 115만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당초 10구단 창단 기준으로 내세웠던 인구 100만명 이상의 도시 요건을 충족시킨 데다 불과 1시간 이내 인접 도시까지 포함하면 570만명이나 되는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사통팔달의 도로망과 전철 등 교통인프라가 잘 갖춰져 홈팬은 물론 원정 팬들의 방문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경기도내에는 총 44개의 초중고대학 야구팀에다 2개 고교팀이 창단준비 중에 있고, 1천600여개의 사회인 야구팀이 활동하는 등 야구인구의 저변에서 단연 전국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더불어 수원시는 지난해 연말 재정이 탄탄한 재계 순위 11위 KT를 10구단 유치 파트너로 만난 것도 큰 행운이다. KT는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KBO에 제출한 가입신청서에 야구발전기금 200억원을 써내는 통큰 베팅으로, 80억원을 적은 전북 부영을 제치는 데 결정적인 한방을 날렸다. KT는 프로농구, 골프, 사격, 프로게임, 하키 등 30년간 스포츠단을 운영한 노하우를 축적, 프로야구단 운영능력을 인정받았다. 한편, 수원시가 단일 도시가 아닌 4개 도시 연대로 나선 전북과 맞서 승리하는 데는 경기도와 도의회를 비롯, 31개 시군 자치단체, 시군의회, 도내 국회의원 등 정치권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 것도 한몫을 했다. 특히 경기도는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저변 확대를 뒷받침할 도내 40만 명 이상 도시들에 독립리그 창단을 지원키로 했고, 김문수 도지사는 1월 10일 프레젠테이션에 직접 참여해 평가위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등 힘을 실어줬다.경기도와 수원시는 국내 야구계 숙원인 5천억원 투자의 돔구장 추진계획을 발표해 평가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글 _ 황선학 기자 2hwangpo@kyeonggi.com

[ISSUE _ 10구단 유치 숨은 주역들] 경기일보ㆍ시민연대 숨가쁜 유치 지원 행보

본보, 5천명 시민서포터즈지지서명 이끌고 시민연대, 창단 촉구 삭발강행 의지 불태워 수원-KT가 전북-부영을 누르고 프로야구 10구단을 유치한 데에는 김문수 경기지사, 염태영 수원시장, 노영관 수원시의회 의장, 남경필ㆍ김진표 국회의원, 도내 31개 시ㆍ장군수, 시ㆍ군의회의장, 초중고ㆍ대학 야구부, 야구동호인 등 1천250만 경기도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1년4개월여동안 10구단 유치를 위해 밤낮없이 전국을 누빈 숨은 주역들이 있다. 이들은 바로 프로야구 10구단 수원유치를 위한 시민연대 회원들이다. 수원지역 350개 단체로 구성된 시민연대의 활동은 수원유치에 결정적이었다. 또 경기일보는 10구단 수원유치에 힘을 보태기 위해 지난해 10월 시민연대와 업무협약을 맺은 뒤 공동으로 12월23일 5천여명이 참가하는 시민서포터즈 창단대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10구단 유치기원 콘서트, 도내 시장ㆍ군수, 시ㆍ군의회의장 등의 10구단 유치 지지서명을 이끌어냈다. 시민연대는 지난 2011년 9월 19일 출범했다. 장유순 총괄간사를 필두로 신홍배, 조대연, 조철상 준비위원, 선동욱 총무국장, 이왕형 재무국장, 김철주 대외협력국장, 문경식 기획ㆍ홍보국장, 박상기 조직국장이 시민연대를 앞에서 이끌고 수많은 회원들이 이들을 뒷받침했다. 시민연대는 출범과 함께 10여일 만인 9월 26일 30만명의 시민들로부터 수원유치 지지서명을 받는 성과를 거뒀으며 곧바로 KBO에 제출, 경기도 수원시민들의 10구단 유치 열기를 각인시켰다. 이어 같은 해 10월 8일 제48회 수원화성문화제 시민퍼레이드에 참가해 유치 홍보에 나섰으며 10월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 경기도민 1천여명과 함께 전국민에게 수원의 야구열기를 알렸다. 이들은 야구 비시즌기간에도 다양한 아이디어로 수원을 알리는데 노력했지만, 10구단 창단승인이 지지부진하자 2012년 6월 잠실구장을 방문, 장유순 총괄간사 등이 창단을 촉구하는 삭발을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7월 10일에는 KBO회관 앞에서 10구단 창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며 10월에 열린 수원화성문화제에 참가, 10구단을 향한 열망과 수원유치의 당위성을 홍보했다. KBO의 창단 결정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인 11월에는 수원유치 시민연대 성과보고대회 및 야구발전기금 모금을 위한 바자회를 경기일보와 공동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23일에는 경기일보와 공동으로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도내 초중고 야구부, 야구동호인 등 5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10구단 시민서포터즈 창단대회를 개최하며 수원의 열기를 전국에 알려 10구단 유치의 최고 숨은 공로자가 됐다. 글 _ 정근호 기자 k101801@kyeonggi.com

[ISSUE _ INTERVIEW] 이석채 KT회장

KT의 정보통신기술(ICT)을 십분 활용해 수원-KT를 열정적으로 후원해 준 1천250만 경기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야구단을 만들겠습니다. 프로야구 10구단 운영 주체인 KT의 이석채 회장은 수원-KT를 택해 준 구본능 KBO 총재 이하 여러 선배 구단주들의 결단에 감사 드린다. 또 오늘이 있기까지 지원과 성원을 아끼지 않은 김문수 경기지사와 염태영 수원시장, 경기도 출신 국회의원을 비롯한 1천250만 도민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사실 처음 유치에 뛰어들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게 될 줄 몰랐다고 소회했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전북-부영이 유치전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결코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선의의 경쟁을 펼쳐준 전북-부영에 진심 어린 감사와 심심한 위로를 함께 전한다고 밝혔다. 특히 야구발전기금으로 제시한 200억원이 화제인 가운데 통큰 베팅에 대해 이 회장은 기존 구단을 인수한다는 가정하에 계산을 했다. 기존 구단을 인수하는데 비용에서 선수 육성에 소요되는 비용을 뺀 가격이라면 적정한 수준이 아닌가 생각했다며 기업을 운영하면서 M&A를 경험한 만큼 철저하게 기업적인 마인드로 생각했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프로야구 발전을 이끈 기존 구단들의 노력에 대해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는 차원에서 200억원이라는 금액을 산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유치 과정에서 1천250만 경기 도민들이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야구가 여러 사람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대단한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KT가 야구단을 잘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알고 있고, 열렬한 성원을 보내준 야구팬들의 기대 또한 잘 알고 있다.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우선 KT 야구가 재미있고 야구장에 가면 흥미있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도록 야구단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며 아마도 어느 구장보다 와이파이(WiFi)는 잘 터질 것이다.(웃음) KT가 가진 정보통신기술(ICT)을 십분 활용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연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_ 박민수 기자 kiryang@kyeonggi.com

[ISSUE _ INTERVIEW] 염태영 수원시장

10구단 유치를 위해 성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KT 야구단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지난 2년 간 프로야구 10구단의 수원 유치를 진두지휘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유치기간 함께해 주신 115만 수원시민과 1천250만 경기도민, 그리고 야구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모든 게 시민 여러분의 성원 덕분이다. 여러분께서 보여주신 절대적인 성원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염 시장은 프로야구 1천만 관중 시대를 열 수 있는 흥행요소를 갖고 있는 곳이 수원이다.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 염 시장은 수원유치의 성공 요인에 대해 수원시민과 경기도민, 야구팬의 성원이 유치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김문수 경기지사가 야구저변 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큰 힘이 됐다라며 또한 시장성과 인구, 그리고 흥행요소 등 3박자를 갖춘 수원이 프로야구 10구단 최적지라는 것을 KBO가 긍정적으로 평가해 줬다고 밝혔다. 염 시장은 덧붙여 지하철시리즈와 라이벌전 등으로 프로야구 1천만 관중시대를 열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결과로 반영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를 계기로 수원시가 스포츠 메카로 부상한 것에 대해 염 시장은 우선 프로스포츠 붐 조성을 위해 야구티켓으로 축구를, 축구티켓으로 야구를, 여름엔 야구를, 겨울엔 배구를, 주중엔 야구를, 주말엔 축구를 등의 주제로 프로스포츠 경기 자유 이용권 발행을 추진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내비쳤다. 이는 프로축구는 물론 축구ㆍ배구 등 프로스포츠 간의 상생발전을 꾀하고, 야구티켓으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등 수원시 유료 관광상품과 연계, 할인혜택을 부여하는 등 프로스포츠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염 시장은 유소년 야구에 장기적인 투자를 위해 가칭 KT수원야구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다라며 야구 수익금의 일부를 적립, 야구 꿈나무들을 위한 장학사업과 사회공헌에 기여토록 추진하겠다. 또한 은행권과 협의해 야구사랑카드를 발급, 사용액의 2% 안팎을 야구문화재단에 기부하는 방법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글 _ 박수철 기자 scp@kyeonggi.com

[ISSUE _ INTERVIEW]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문수 경기지사는 프로야구 10구단 수원-KT 유치와 관련해 야구 발전을 위한 야구인들과 도민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1천250만 경기도민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김 지사는 프로야구 10구단 경기도 수원 유치를 결정해 준 KBO에 감사드린다며 경기도와 수원시의 노력도 컸지만 야구 발전을 위한 야구인과 야구팬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지사는 수원-KT와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부영-전북에도 위로의 말을 건넸다. 김 지사는 이번 유치에서 함께 경쟁했던 전라북도와 부영에도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프로야구가 더욱 발전해 가까운 장래에 전북에도 프로야구 구단이 창단되길 기원드린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10일 KBO에서 진행된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관련 프레젠테이션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던 김 지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수원-KT, 평가위 평가 16대5 압승 원동력이라고 밝혀 이번 프로야구 10구단 수원 유치에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밝혔다. 한편, 도는 지난해 11월 6일 수원시ㆍKT와 프로야구 창단 공동협약을 체결하고, 10구단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도는 수원시와 함께 기존 1만4천석의 수원야구장을 2만5천석 규모로 리모델링한 뒤 25년간 KT에 무상으로 임대하기로 약속했으며, 광고 및 식음료 등의 수익사업권을 100% 보장하기로 했다. 또 3만여㎡ 규모의 훈련장 부지 마련에 협조하고 경기장의 명칭 사용권을 부여하는 등 구단 창단을 위한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으며, 서수원 일대에 프로야구 돔구장 건설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돔구장이 들어설 서수원은 과천~봉담고속도로가 통과하고, 국철 1호선 외에 수인선, 신분당선 등도 건설될 예정이어서 인천 SK와의 통신기업 라이벌전은 물론 서울팀과 지하철시리즈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밖에 도는 도내 인구 40만명 이상 기초지자체에 실업야구단을 창단, 2015년께부터 독립리그를 운영해 도내 야구 붐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글 _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Issue]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

보수 대집결 직선제 첫 과반수 득표 박 위기극복 열망, 국민 마음의 승리 제18대 대통령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60)가 당선돼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준비된 여성대통령과 국민대통합을 내세운 박 당선인은 지난 12월 19일 치러진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누르고 향후 5년간 대한민국 호를 이끌어갈 새로운 선장이 됐다. 개표 결과, 박 당선인은 전국 4천50만7천여 명의 유권자 중 3천72만1천여 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1천577만3천129표(51.65%)를 얻어 1천469만2천632표(48.02%)에 그친 문 후보를 눌렀다. 박 당선인은 당초 초박빙이 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무려 110만여 표 차이로 이긴 것이다. 박 당선인은 17개 시도(세종시 포함)중 13곳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문 후보는 서울과 호남 지역 4곳에서만 1위를 기록했다. 최대 승부처인 경기도에서는 박 당선인이 352만8천915표(50.43%)를 얻어 344만2천84표(49.19%)에 그친 문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눌렀고, 인천에서도 85만2천600표(51.58%)로 문 후보(79만4천213표, 48.04%)를 제쳤다. 박 당선인은 경기지역 중 특히 의정부동두천양주연천포천양평가평파주 등 북부지역에서 강세를 보였고, 인천에서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에서 큰 표차로 앞서는 기염을 토했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박 당선인은 당초 예상과 달리 경기인천지역에서 승리함으로써 청와대 행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박 당선인의 승리 원인은 높은 대중적 지지도와 안정적인 리더십, 두 번째 대권도전을 하면서 철저하게 준비한 정책, 준비된 여성대통령 슬로건, 국민대통합과 정치쇄신 등에 대한 기대 등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써 박 당선인은 한국 정치사의 첫 여성대통령이자, 부녀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글 _ 김재민 기자 jmkim@kyeonggi.com

[Issue] 박근혜, 그는 누구인가?

흉탄에 부모 잃어전방에는 이상 없습니까 박 당선인은 대구시 중구 삼덕동에서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와의 사이에 1남2녀 중 맏딸로 태어났다. 장충초교와 가톨릭계 미션스쿨인 성심여중성심여고를 거쳐 1974년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프랑스 그르노블대학으로 유학을 갔으나 그해 8월15일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어머니 육영수가 재일동포 문세광의 저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 이후 박 전 대통령이 김재규에 의해 시해를 당해 서거한 1979년 10월26일까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행했다. 22세에 어머니를 잃고 27세에 아버지까지 흉탄에 잃은 그는 동생들(근령지만)을 데리고 신당동 사저로 옮겨 생활했다. 박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을 접하자마자 전방에는 이상이 없습니까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다른 애국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청와대를 나오면서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이 쓰던 돈이라며 6억 원을 받아 이번 선거과정 중 야당의 비난을 받았으나, 박 당선인은 TV토론을 통해 당시 아버지도 흉탄에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들과 살 길이 막막한 상황에서 배려하는 차원에서 준다고 했을 때,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받았다며 나중에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막당사로 위기의 당 구해대선주자 부각 박 당선인의 정계입문은 1998년으로,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서 당시 불리한 판세를 뒤집는 이른바 달성 대첩을 이루며 당선된 뒤 18대 총선까지 지역에서 내리 4선을 했고, 올해 19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로 5선에 당선됐다. 그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선출직 부총재 경선에 나서 당선됐으나 이듬해인 2001년 정당 시스템과 정치문화의 변화 등 당 개혁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하고 미래연합을 창당했다. 2002년 5월부터 11월까지 대표를 역임했으며, 그해 5월 방북해 김정일과 회담을 갖기도 했다. 연말 16대 대선을 앞두고 합당 형식으로 다시 한나라당에 합류했다. 2002년 대선에 실패한 한나라당이 2004년 17대 총선을 한 달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등으로 전멸 위기를 맞자 당을 구할 대표 경선에 나섰다. 그는 대표에 당선된 뒤 여의도 중소기업전시장 부지에 천막당사를 마련하는 등 사죄하는 마음으로 총선을 진두지휘해 예상을 깨고 121석의 선전을 거뒀으며, 이를 계기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지방선거 피습대선후보 경선탈락 아름다운 승복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일을 당했다. 선거를 열흘 정도 앞둔 5월20일 신촌 사거리 유세 중 단상에 오르는 찰나 지충호가 휘두른 문구용 칼에 얼굴을 크게 베인 것이다. 11cm에 이르는 상처였지만 아슬아슬하게 안면신경을 피해가고 기적 같은 수술이 이뤄져 살아난 그는 이날로 인생의 2막이 시작됐다고 회고한다.당시 수술에서 깨어난 뒤 유세가 예정됐던 대전을 염두에 두고 대전은요?라며 선거 판세를 물어보는 투혼을 과시했다. 지방선거를 압승으로 이끌고 그해 말 대표에서 물러난 그는 2007년 첫 대선후보 도전에 나섰다. 경선 상대는 서울시장을 역임한 이명박 후보로, 최종 경선결과 박 전 대표가 당원대의원국민선거인단 경선에서는 이겼으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에게 뒤져 대선후보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그는 깨끗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며 이 후보에게 축하인사를 건네는 아름다운 승복의 모습을 보여줘 박수를 받았다. 18대 총선 공천 친박 반발탈당 친박연대 구성 2008년 18대 총선 공천에서 친이계는 친박계를 공천에서 대거 배제, 강한 반발을 샀다. 특히 박 당선인은 당시 공천결과에 대해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말하는 등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서청원홍사덕 등 친박계 인사들은 급기야 한나라당을 탈당해 친박연대를 창당하고 총선출마를 강행하거나 친박 무소속 연대로 대거 출마했다. 친박연대는 지역구 6석과 전국구 8석에서 당선됐으며, 친박 무소속 연대도 총 12명이 당선됐다. 박 전 대표는 이들의 복당을 줄기차게 요구했으며, 강재섭 대표가 물러나고 박희태 전 의원이 대표로 부임하면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 의원들이 모두 복당했다. 이들의 복당으로 한나라당내 친박 의원수는 60여명에 이르게 됐고, 친이계와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이 벌어졌다. 친이친박계 갈등은 이 대통령이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박 전 대표가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세종시 수정안은 친박계의 반대 등으로 인해 결국 폐기됐다. 19대 총선에서 다시 당 구하고 대선후보 선출 지난해 12월9일 홍준표 대표가 디도스 파문으로 인해 사퇴하며 당이 19대 총선 참패가 예상되는 등 위기를 맞자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 두 번째로 당을 위기에서 구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비대위원장을 맡은 후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개명하고 당을 환골탈태시키며 총선에 임해, 예상을 깨고 과반이 넘는 152석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나고 황우여 대표(인천 연수) 체제가 출범하자 7월10일 18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캠프명은 국민행복캠프이며,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후 김문수 경기지사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김태호 의원과 경선을 벌여 전체 유표투표의 84%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표차로 대선후보에 선출됐다. 준비된 여성대통령여의주 물다 이번 대선에서 박 당선인의 대표적인 캐치프레이즈는 준비된 여성대통령으로, 여성대통령의 탄생이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이자 쇄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후보로 등록하면서 19대 의원직(비례대표)을 사퇴했으며, 이번 대선이 마지막 정치여정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박 당선인은 대선 선거과정에서 정권교체를 주장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을 펼쳤다. 특히 문 후보는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와 단일화를 하며 맹추격전을 벌였고,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까지 막판 사퇴하며 정권교체를 주장해 위기를 맞기도 했다. 막판 문 후보 측의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등 잇단 네거티브 공세가 역풍을 맞으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간 지지율이 좁혀지긴 했지만 끝내 문 후보가 박 당선인을 역전시키는데 는 실패했다. 박 당선인의 장점은 원칙과 신뢰의 이미지다. 세종시 문제와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등을 통해 한 번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고 원칙을 중시한다는 이미지를 얻었다. 박 당선인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이루지 못한 100% 국민대통합과 국민행복시대를 만들어 대한민국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는 박근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이번에 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면서 이 같은 약속이 이뤄지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글 _ 김재민김동식 기자 jmkim@kyeonggi.com

[Issue]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요인과 과제

박 당선인의 승리는 선거 막판 보수층의 결집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보수 대 진보의 이념 대결로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 등 진보 진영의 연대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대거 투표장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특히, 20~30대와 50~60대의 세대간 대결 구도 속에서도 그 응집력은 장년층이 더욱 공고했다. 여기에 사회적 고령화 현상, 박근혜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 박 당선자의 고정지지층 등도 주요 변수로 풀이된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지역 표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경기도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17대 대선에서 112만여 명이던 도내 50대는 172만여 명으로 증가했고 60대 이상도 같은 기간 동안 40만 명 이상 늘어났다. 반면 문 후보의 주요 지지층인 20대와 30대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현 정부의 낮은 지지율을 의식, 박 당선자는 이명박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거리를 뒀으며 고정 지지층이 이탈하지 않고 오히려 결집력을 발휘, 시너지 효과를 고양한 점도 승리의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박 당선자의 열세가 예상됐으나 경기도의 경우, 서울보다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면서 유권자들이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정권연장에 성공했지만 이명박 대통령 시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시대로의 환골탈태가 불가피하게 됐다. 더불어 박 당선인은 5년 전인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대통령에게 패해 분루를 삼켰지만, 5년 만에 두 사람의 입장은 완전히 뒤바뀌게 됐다. 이는 지난 5년간 정국을 주도했던 친이(친 이명박)계가 몰락하고 앞으로의 5년은 박 당선인 중심의 친박(친 박근혜)계가 주도하게 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당은 이미 19대 총선으로 친박계가 주도하며 공고한 결집력을 보이고 있고, 국회도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으로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는 154석의 여대야소 상황이어서 박 당선인의 정국 주도권과 장악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며, 정책공약 실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초미의 관심사는 국민대통합과 정치쇄신을 강조했던 박 당선인이 향후 인수위와 정부 부처 인사에서 대탕평 인사를 단행하고, 과감한 정치쇄신을 추진할 것이냐다. 박 당선인은 지역균형발전과 대탕평 인사로 지난 반세기 동안 이루지 못한 국민 대통합을 이루고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임기 초반에는 선대위에서 크게 활약한 옛 친이계 인사와 중도 성향 인사들을 대폭 중용 할 것이란 전망이다. 더불어 정치쇄신과 관련, (가칭)국정쇄신정책회의 설치 등에 속도를 낼 전망이며, 여야 지도자를 포함한 국가지도자 연석회의 구성도 공약으로 밝힌 만큼 야당과의 대화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이번 선거에서 재현된 영호남의 민심이반, 세대간의 갈등, 부의 양극화, 경제민주화 등이 시급한 해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밖에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악화된 남북간 긴장국면의 해소도 과제 중 하나다. 박 당선인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미래연합을 창당할 당시인 지난 2002년 5월 북한을 방문, 김정일과 회담을 가진 바 있다. 국가관안보관이 투철하고 위기관리 리더십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만큼 남북한 문제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글 _ 김재민김동식 기자 jmkim@kyeonggi.com 사진 _ 추상철장용준 기자 scchoo@kyeonggi.com연합뉴스

[Issue] ‘연평도 포격 2주년’ 아물지 않은 상처

일상 되찾은 섬마을 비극 다시는 없기를 인천 연평바다 끝자락에 서면 북이 보인다. 엎어지면 코 닿을 데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만큼 망원경으로는 사람이 오가는 것이 보일 정도로 가깝다. 하지만 마음의 거리는 지구 한바퀴를 돌아 반대편에 닿을 만큼 멀다. 상처가 깊은 탓이다. 가까운 만큼 불안감도 크기 때문이다. 한동안은 일하느라 잊고 지냈지만 이 맘 때가 되면 어쩔 수 없이 그날의 악몽이 떠오르네요 연평에서 꽃게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박춘식씨(43)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포격 이후로는 훈련이 더 강화돼 포 소리를 자장가 삼아서 살아가고 있다며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피폭 당시, 박씨의 집과 창고는 대포를 맞아 불타버렸다. 운이 좋게 앞집에서 늦은 점심을 하고 있던 박씨 가족은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박씨는 피폭 2주기가 됐다고 좁은 연평도가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위로를 주고 있어서 감사하다며 하지만 연평도에 정말 절실히 필요한 것은 더 이상 그 날의 아픔을 떠올리면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평화와 평온함인 것 같다고 했다. 괜한 이야기를 꺼냈나 미안해질 정도로 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차올랐다. 떨리는 목소리는 깊은 아픔을 고스란히 전해줬다. 그래도 얼마 전, 가족끼리 단촐 하게 모여 어머니의 68세 생신 축하파티를 했던 일이라든지 꽃게나 조기를 제철마다 잊지 않고 찾아주는 단골손님들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꺼내어놓으며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됐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피폭사태가 있은 지 어느 덧 2년이 지났다. 연평 지역 주민 안정을 되찾고 평온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포격에 부서졌던 집 32채는 온전히 제 모습을 찾았고 낡고 쓰러져가던 집들도 반듯한 새 집으로 공사가 한창이다. 연평초등학교에는 어린이 10여 명이 비가 살짝 흩날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줄넘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재잘거리면서 수다를 떠는 모습이나 간식을 입에 물고 투닥거리는 것은 여느 초등학교와 다를 바 없다. 한 아이를 불러 춥지 않냐고 물었더니 어깨 한번 으쓱하더니 괜찮다면서 이내 아이들 무리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김광석 연평초 교무부장은 아이들은 일부러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만 하지 않으면 평온하게 잘 지내고 있다면서 아직 완벽하게 상처를 극복하고 불안을 떨쳐낸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상담치료를 받는다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밖에는 집집마다 김장을 담글 준비를 하면서 배추를 다듬고 절이느라 분주하다. 족히 100포기는 돼 보일 정도로 양도 푸짐하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김장김치를 해놓는 게 가장 급선무다. 연평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 김세영 어르신(74여)도 요새 가장 큰 걱정거리를 아픈 허리라고 꼽을 정도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김 어르신은 허리 아프고 다리 아파서 공공근로도 하기 어려운 게 제일 걱정이라며 포소리를 들을 때면 아직도 마음속에 불안감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젠 괜찮다고 초연함을 보였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연평에 제일 필요한 게 뭐냐고 물었더니 이제는 아무 걱정이나 불안함 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대통령이 제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연평도,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불과 3㎞ 떨어진 섬. 갈도, 장재도, 석도, 개머리 등 북측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섬들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북한과 가까운 곳. 연평 피폭 2주기를 하루 앞두고 북의 도발 소식이 연평도에도 전해지면서 긴장과 불안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평화를 원한다. 평화가 필요하다 안보관광지로 급부상 비극 딛고 일어선 평화의 섬 연평도는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섬은 아니다. 그래도 꼭 한번 다녀가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다. 조금 구불거리는 나즈막한 산길을 따라 10여분을 올라가면 등대공원이 나온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바다가 있다. 또 제1연평해전(1999), 제2연평해전(2002), 대청해전(2009)과 천안함 폭침(2010), 연평도 포격(2010)의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공원도 있다. 동판에 새겨진 얼굴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춰본다. 괜스레 머리가 숙여지고 마음이 무겁다. 미안함이 밀려온다. 누가 저 어린 병사들을 사지로 몰았을까. 우리 모두의 굴레다. 연평도 피폭 2주기(11월23일)를 맞아 연평도 선착장에는 사람들이 붐빈다. 인천 해병대 전우회 10여 명, 인천지역 부녀회원 10여 명, 산악동아리 회원 10여 명, 관광객이다. 자신을 해병대 36기라고 소개한 임광조씨(78)는 지난해에도 연평도를 찾았고 올해 또 연평도를 방문했다면서 많이 어렵고 힘들었을 텐데 잘 지내고 있는 주민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대학교 외국인 유학생 견학단 50명도 연평을 찾아 포격현장과 군부대 등을 돌아봤다. 스페인, 일본, 중국 등 유학생으로 구성된 견학단은 이날 인천해양경찰 함정을 이용해 11월21일~22일 일정으로 연평도에서 안보체험을 했다. 스페인 말라가대학 교환학생인 알바로 마르티네즈씨(25경영학과)는 한국이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것을 머리뿐만 아니라 마음으로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됐다며 더 많은 외국인들이 현장에서 평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평도 피폭 당시 부서진 건물로 만든 안보교육장이 11월 23일 준공되고 섬 동쪽 망향전망대, 섬 서쪽 등대공원 등을 잇는 안보관광코스도 개발되고 있다. 연평도는 분명 제주도처럼 아름다운 섬은 아니다. 볼거리도 먹을거리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시골마을처럼 인심이 후하지도 않다. 2년 전 이곳은 분명 전쟁터와 다르지 않았다. 지금은 마을이 복구되고 집이 새로 들어서고 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파도소리보다 포소리가 많이 들리는 곳이다. 연평도를 특별한 섬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평화다. 상처를 딛고 일어선 사람들이다. 그들이 주는 용기와 희망이다. 글 _ 연평도ㆍ김미경 기자 hightop@kyeonggi.com 사진 _ 장용준 기자 jyjun@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