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5월 인천 중구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인근 갯벌. 검은머리갈매기 무리가 공중을 비행하며 칠면초 군락을 유심히 찾는다. 알을 낳기 위해서다. 당시만 해도 검은머리갈매기는 해마다 4~5월 번식을 할 때면 일본에서 날아와 이곳에서 알을 낳고 부화했다. 이 갯벌은 1994년 간척 이후 적당한 소금물을 품은 염습지다. 물새들의 낙원이었던 이곳에 2001년 인천공항이 들어서면서 견디기 힘든 굉음이 들려온다. 인천국제공항에는 1일 300여대의 비행기가 이착륙한다. 검은머리갈매기는 비행기의 굉음을 자신의 알을 훔치려는 적의 소리로 인식, 꽥꽥 소리를 지르고 공중으로 날아 경계한다. 알을 품는 시간보다 하늘에서 적을 경계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알은 괜찮을까?하는 걱정에 이내 다시 내려와 알을 품지만, 결국 알은 부화하지 못하고 차갑게 식은 상태다. 여기에 탕! 탕! 하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인천공항에서 총알이 쏟아지면서 옆에 있던 친구들이 하나둘 맞아 땅에 떨어진다. 비행기와 새가 부딪쳐 사고나는 것을 막으려 관계자들이 쏜 총알이다. 결국 검은머리갈매기는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만 했다. 떠돌이 새의 운명이다. 영종에서 쫓겨 나온 검은머리갈매기는 인천 앞바다를 건너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자리를 잡았다. 갯벌을 매립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검은머리갈매기가 살기 좋은 염습지가 만들어진다. 이에 송도 개발 초기 이들은 23공구에 서식했다. 그러나 얼마 후 개발이 이뤄지면서 이들은 56공구로, 또 9공구11공구로 떠밀려갔다. 검은머리갈매기가 애써 정착한 송도 9공구에도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019년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이 개장하면서 이들은 새끼들과 콘크리트 바닥을 걸어다닌다. 내년 크루즈터미널에 관광객이 몰리고, 제2순환경인고속도로 안산-인천 구간 건설이 본격화하면 또 다시 터전을 찾아야 한다. 검은머리갈매기는 또 새로운 서식지를 고민해야 한다. 12일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검은머리갈매기는 현재 세계적으로 1만4천여마리가 남아있다. 그 중 80%는 중국, 20%는 한국에 있다. 특히 국내에 있는 검은머리갈매기의 95%는 인천에 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번식기가 되면 머리에 있는 작은 점이 점차 커지면서 얼굴을 뒤덮는 특징을 갖고 있다. 번식기 막바지인 8월이 지나면 머리는 다시 흰색으로 변한다. 이 같은 독특한 특징을 가진 검은머리갈매기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다. 주로 살아있는 작은 게와 갯지렁이를 먹으며 갯벌과 칠면초 등 바다에서 자라는 염생식물이 조화를 이루는 곳에 서식한다. 검은머리갈매기가 인천에서 사라지면 더 이상 국내에선 볼 수 없는데도 시민들에겐 여전히 낯선 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지난해 인천시의 깃대종(보호종) 지정 후보였지만, 결국 깃대종에 들어가지 못했다. 현재는 송도 습지보호지역에 작은 안내판 하나만 이들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황보연 국립공원연구원 조류연구센터장은 검은머리갈매기는 계통분류학적으로 유사종이 없어서 해외에 있는 학자들도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검은머리갈매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번식지가 절실하다며 연구조사로 이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인천에서 검은머리갈매기가 번식하며 개체 수를 늘려나갈 수 있도록 대체서식지의 마련이 시급하다. 12일 국립생태원 등에 따르면 검은머리갈매기는 칠면초 등 염생식물이 있는 대규모 습지에 둥지를 틀고 서식한다. 지난 2009년 권영수 국립공원관리공단 연구원의 서해안 송도매립지에서 번식하는 검은머리갈매기의 현황과 번식생태 연구에서는 검은머리갈매기가 최소 10m에서 1㎞ 간격으로 둥지를 만들고, 1개 둥지당 3개의 알을 낳는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송도국제도시에서 올해 2천마리의 새끼를 낳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9년 1천140마리, 2020년 1천320마리가 태어났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영종에서 2001년께 이주한 뒤 20년 동안 송도에서 개발이 이뤄질 때마다 서식지를 옮기고 있다. 특정 공구가 개발하면 아직 개발이 덜 이뤄진 다른 공구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곧 송도 1011공구의 개발이 끝이 나면, 이제 검은머리갈매기가 알을 낳을 수 있는 땅이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 이 때문에 검은머리갈매기의 안전한 번식을 위한 대체서식지 마련이 시급하다. 이미 중국은 검은머리갈매기의 집단 번식지를 조성해 이들을 보전하고 있다. 갯벌 매립지의 잡초들을 뽑아내고 소규모의 수로와 수문을 만들어서 매립지와 밀물의 해수면 높이를 조절한다. 인위적으로 바닷물을 들이고 내보냄으로써 검은머리갈매기 번식에 필요한 염생식물을 키우고, 염습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최근 조류 대체서식지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송도 11-2공구에 17만7천497㎡ 규모의 습지를 조성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저어새 등을 중심으로 만조 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에 불과하다. 번식지를 잃은 검은머리갈매기를 위한 대체서식지는 이 사업에서 빠져있다. 권인기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조류팀장은 현재 만들어지는 대체 습지는 검은머리갈매기의 번식지가 아니라고 했다. 이어 송도 도시개발과 함께 검은머리갈매기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단기적 계획, 그리고 설계 단계부터 번식지를 만드는 장기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김보람기자
검은머리갈매기는 국내 서해안과 중국 동북부 해안에서 번식하는 소형의 갈매기과 조류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취약종(VU, Vulnerable)으로 올라 있으며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해양성 조류인 검은머리갈매기는 특성상 먹이가 풍부한 갯벌이 있는 인천 해안가 매립지에서 서식한다. 국내에서는 인천과 새만금매립지에서 번식하며, 그 중에서도 송도국제도시가 국내 검은머리갈매기의 최대 번식지다. 국립생태원이 지난해 국내 검은머리갈매기의 개체군 동태를 조사한 결과, 검은머리갈매기의 국내 개체수 약 1천400마리 중에서 송도에서 1천320마리(94.2%), 새만금매립지에서 70마리를 발견했다. 주로 살아있는 작은 게와 갯지렁이를 먹으며 갯벌과 칠면초 등 바다에서 자라는 염생식물이 조화를 이루는 곳에 서식한다. 이 때문에 이들을 서해안 갯벌의 건강성 지표로 인식한다. 또 이들을 보호하면 생물종의 다양성도 추구할 수 있다. 번식시기는 4월부터 8월 사이이며, 이 때 이름 그대로 암수 모두 머리 깃털이 검은색으로 변하는 게 특징이다. 칠면초퉁퉁마디해홍나물 등 길이가 짧은 염생식물이 넓게 분포한 곳에 알을 숨겨 번식한다. 특히 검은머리갈매기는 특별한 방어술이 없는 탓에 번식 방해 요인이 생기면 단체로 날아올라 공중에서 경계를 한다. 개발 공사 등이 이뤄질수록 공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알을 부화시키거나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시간은 줄어들고, 결국 개체수가 감소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갯벌을 걸어다니며 죽은 물고기의 내장 등을 먹는 다른 갈매기류와 달리 검은머리갈매기는 살아있는 작은 게나 소형어류를 먹는다. 이 같은 까다로운 식성 때문에 멸종 가능성이 높은 종으로 꼽힌다. 검은머리갈매기는 비행을 하다가 물 속에 먹이가 보이면 수직으로 떨어져 낚아채는 독특한 먹이 활동을 보인다. 김보람기자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대표 검은머리갈매기가 번식할 수 있는 곳은 송도 밖에 없습니다. 깃대종으로 지정해 책임있게 보호해야죠.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대표는 20년 이상 한국의 물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대학에서 물새 연구를 전공한 그는 20여년 전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이었지만, 철원시에서 용역한 두루미 생태 연구를 주도적으로 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물새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후 이 대표는 검은머리갈매기, 저어새, 두루미 등 국내 물새에 대한 연구와 보호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 대표는 검은머리갈매기는 인천에 있는 다른 희귀조와 다르게 송도에만 번식지를 두고 있어서 멸종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저어새는 번식지가 다양해서 개체수가 증가하는 반면, 검은머리갈매기는 그렇지 않아 더욱 위기종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998년 송도에서 검은머리갈매기가 처음 번식했을 당시 그 과정을 지켜본 주인공이다. 이후 인천환경연합 등과 토론회를 열어 검은머리갈매기의 보존 방안을 고민하고, 번식 기간엔 공사를 중지하도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요청하기했다. 이 대표가 소속한 한국물새네트워크는 검은머리갈매기의 개체 수를 파악하고, 모니터링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는 검은머리갈매기는 유일하게 송도에서만 수십년간 번식을 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보호 방안을 만드는 건 인간과 자연이 상생한다는 부분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검은머리갈매기의 보호를 통해 많은 시민이 생태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인천경제청이 조성 중인 저어새 중심의 대체서식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이 대표는 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의 서식 환경은 전혀 다르다며 검은머리갈매기 번식에는 100㏊ 규모의 습지가 필요하고 별도의 번식지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송도, 영종에 있는 준설토투기장을 이후 이들의 번식지로 조성하는 등의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김보람기자
인천시가 멸종위기를 겪는 인천 깃대종 보호보전 정책 개발의 첫 단추인 서식실태 파악을 본격화한다. 시는 우선 금개구리 등 보호가 필요한 양서파충류 서식실태 조사를 최근 끝냈으며, 이를 토대로 세부 정책개발과 보전방안 수립 등에 나설 방침이다. 18일 시에 따르면 인천 깃대종인 금개구리를 포함한 맹꽁이, 도롱뇽, 수원청개구리 등 양서류 4종과 표범장지뱀 등 파충류 1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서식실태를 파악했다. 서식실태 대상은 이들의 서식이 가능한 인천지역 내 201개 구역이다. 서식실태 파악 결과 인천지역 내 45개 구역에서 금개구리 등 양서파충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금개구리는 계양남동서구 및 강화교동석모도 등 16개 구역, 도롱뇽은 계양남동부평서연수구와 강화도 등 17개 구역, 맹꽁이는 부평서연수중구와 강화교동도 등 12개 구역, 수원청개구리는 강화도 등 2개 구역, 표범장지뱀은 강화도 1개 구역에서 출현했다. 시기별로는 지난 4월에는 맹꽁이 등 양서류 11종만 나왔지만, 5~6월에는 금개구리를 비롯한 양서류와 파충류 4종도 발견했다. 이어 7~8월에는 도룡뇽과 두꺼비 성체 등도 육안으로 발견이 가능했다. 양서파충류는 서식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종이다. 이 중 인천 깃대종인 금개구리는 작은 웅덩이나 수로 등 협소한 지역에서 서식지를 이동하지 않고 살기 때문에 서식지 보호는 개체 수 보호와 곧바로 이어진다. 다른 양서파충류 역시 대부분 논습지에 사는 탓에 각종 개발로 인한 교란, 서식지 파괴 및 육지화로 인해 서식지가 급감해 현재 멸종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시는 이번 조사를 토대로 GIS(지리정보시스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시는 이를 통해 이들 종의 서식지를 수치지도화하고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을 적용, 행정에 활용한다. 시는 또 내년 1월까지 중점적으로 보전하고 관리해야 할 대상을 확정하고, 야생동물 보호구역 지정이나 대체서식지(생태공원) 조성 적정 지역을 찾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서구 오류청라동, 계양구 귤현목상동, 미추홀구 용현동, 연수구 송도동, 중구 운서중산동, 강화군의 경작지나 생태공원 등 12개 구역을 중점관리 대상 예정지로 정하고, 세부적인 검토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시는 서식 위해요소 제거, 보호시설물 설치, 지역단체시민 참여방안 등도 함께 제시할 계획이다. 시는 또 점박이물범, 대청부채, 흰발농게 등 다른 인천 깃대종들의 보호보전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깃대종 서식지 조사 및 보전대책 수립용역을 추진해 내년 12월까지 전체적인 서식지 조사와 보전대책 수립을 마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양서파충류 서식환경 모니터링은 현재 중간 단계로, 중간보고회 등에서 논의를 거쳐 세부 보전대책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관련 용역 등을 활발히 진행해 인천 깃대종뿐 아니라 주변 생물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민수기자
인천 깃대종 서식실태 파악에 인천지역 주민과 환경단체가 나서는 등 깃대종 보호를 위해 지역사회가 힘을 모으고 있다. 18일 인천녹색연합에 따르면 황해물범시민사업단과 백령도 주민으로 구성한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지난 2019년부터 백령도 점박이물범의 주 서식처인 하늬바다 물범인공쉼터를 모니터링 해왔다. 모니터링 결과 점박이물범은 서식지 부족으로 지난 2018년 11월 하늬바다에 국내 최초로 물범인공쉼터가 만들어진 후 현재까지 총 19번 이곳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올해 9회, 지난해 2회, 2019년 8회 등이다. 다만, 제1서식지(작은 바위)와 제2서식지(큰 바위)로 이뤄진 물범인공쉼터의 제1서식지에서는 2019년에만 6회 점박이물범을 관찰했고, 올해와 지난해에는 이용하는 점박이물범을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인천녹색연합은 점박이물범이 물범인공쉼터 인근의 주변바위를 지난해부터 이용하는 모습을 추가로 확인했다. 점박이물범은 간조차가 크지 않을 때나 하늬바다를 이용하거나 방문하는 사람들이 적었을 때 물범인공쉼터와 주변 바위를 이용했다. 또 풍랑으로 물범바위에서 휴식을 갖기 어려웠을 경우, 백상아리가 백령도 연안에 출몰했을 때 피신처로 이용한 경우, 상처를 입어 휴식 장소가 필요했을 경우에도 이곳에 나타났다. 이번 모니터링은 물범인공쉼터 조성 이후 현재까지 매해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점박이물범이 이용하는 등 안착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박정운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은 모니터링은 서식하는 변화상을 관찰할 수 있어 앞으로의 정책이나 보전 방향을 정하는데 필요한 작업이다고 했다. 이어 해양수산부는 물범인공쉼터 보수나 서식지 관리 사업을 할 때, 물범인공쉼터와 인근 주변바위의 점박이물범 이용 특징과 하늬해변 이용객의 다양화 추세 현상을 반영해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민수기자
- 인천시, 깃대종 교육홍보 사업 및 서식지 조사보존 용역 추진 - 인천교통공사와 인천1호선 동막역에 저어새 이름 추가 논의 - 인천시, 깃대종 보호보전홍보 구심점할 전담 조직기구 시급 인천시가 인천 깃대종의 보호보전을위한 걸음마를 뗏지만 갈 길이 멀다. 13일 시에 따르면 내년부터 점박이물범, 흰발농게, 대청부채, 저어새, 금개구리 등 인천의 깃대종을 보호보전홍보하기 위한 깃대종 교육 및 홍보 프로그램 개발운영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시는 최근 지원사업과 관련해 제9회 지방보조금관리위원회를 열어 사업추진을 위한 조건부 승인까지 받은 상태다. 이후 내년 3월에는 지원사업의 보조사업자 선정 공모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시가 계획 중인 지원사업에는 깃대종을 통해 환경 보호보전 및 중요성을 체험하는 자연친화적 프로그램 운영, 깃대종 관련 시민 참여 콘텐츠 개발 및 생태교육 프로그램 운영, 깃대종 홍보 등 종합적 콘텐츠 개발 등의 세부사업이 있다. 시는 이들 세부사업을 통해 시민이 직간접적으로 깃대종을 보호보전하고 알리는 네트워크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시는 체계적인 깃대종 보호보전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깃대종 서식지 조사 및 보전대책 수립용역도 추진하기로 했다. 시는 이미 지난 5일 보전대책 수립용역을 추진하기 위한 제3회 용역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시가 내년부터 용역을 추진하면 관련 성과물은 내년 말께 나올 예정이다. 또 시는 깃대종 중 1종인 저어새와 관련해 남동유수지 저어새섬, 동막 저어새역, 저어새 생태학습관, 저어새 인공섬 등의 역명을 인천도시철도(지하철) 1호선 동막역에 추가하는 방안 등을 인천교통공사와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의 깃대종들이 현재 처한 위기 상황 등을 시가 정책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점박이물범과 저어새 등 일부 깃대종에 대해서는 시의 보호보전 정책이 계속 돌아가고 있지만, 대청부채 등은 현황 조사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인천의 모든 구성원이 깃대종 보호보전홍보에 나설 수 있도록 구심점 역할을 할 조직기구 등도 마련해야 한다. 당장 시에서도 보호보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깃대종 종별 서식지 특성 등에 따라 생활환경과, 환경기후정책과, 도서지원과 등으로 나뉘어 있다. 더욱이 개발 원칙과 깃대종 보호보전 원칙이 충돌하며 갈등을 일으킬 경우에도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시 관계자는 내년에 보전대책 수립용역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깃대종 보호보전 정책을 담당하는 모든 부서를 참여시킬 계획이라며 용역의 성과물을 토대로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어 효과적인 깃대종 보호보전홍보 정책을 위해서는 첫단추를 잘 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 운영 등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김민이민수기자 인천 깃대종 점박이물범 회유 경로 실시간 파악 해수부, 1마리 붙잡아 인공위성 위치추적장치 부착후 방류 해양수산부가 인천 백령도에 사는 점박이물범에 대한 생태 연구를 강화한다. 점박이물범은 인천의 깃대종이다. 13일 해수부에 따르면 해양보호생물인 점박이물범의 회유 경로와 시기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 최근 인천 옹진군 백령도 연안에서 점박이물범 1마리에 인공위성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방류했다. 국내에서 점박이물범 생포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수부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를 통해 지난 2006년부터 점박이물범 서식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 해수부는 사전허가 등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8월 백령도 물범바위에서 생후 2년가량의 어린 물범 1마리를 생포한 뒤 위치추적장치를 등에 붙이고 즉시 방류한 상태다. 위치추적장치 부착 연구는 대상종을 죽이지 않고 회유 경로시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 생태연구에서 널리 이용하는 방법이다. 다만, 점박이물범 등 경계심이 많은 야생동물을 생포하기 까다롭다는 제약을 안고 있다. 이에 해수부는 해마다 정기적으로 백령도에서 점박이물범을 관찰하며 경계심을 낮춘 이후 경계심이 느슨해진 틈을 타 신속하게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했다. 해수부가 점박이물범을 방류한 이후 약 1개월이 지난 현재까지의 위치를 추적한 결과, 점박이물범은 백령도 연안의 남과 북을 왕래하며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는 앞으로 위치추적을 통해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의 번식을 위한 점박이물범의 북상회유 등도 확인할 계획이다. 이재영 해양생태과장은 위치추적장치는 250여일까지 정상 작동해 물범이 겨울을 나기 위해 랴오둥만으로 이동한 뒤 봄에 다시 백령도로 남하하는 경로를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관련 연구를 확대해 점박이물범 보전을 위한 특성 파악에 힘쓰겠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계양테크노밸리 등 각종 개발로 개체수 감소세 뚜렷... 전문가 특정지역 아닌 논습지 전체 보전 방안 필요 지난 7일 오전 인천 서구 연희자연마당 연꽃정원. 넓은 정원을 가득 채운 연잎들 사이로 황금빛을 띤 무언가가 반짝인다. 다가가 보니 개구리다. 더 자세히 보니 등 옆 양쪽으로 2개의 굵고 뚜렷한 금색 줄이 눈에 확 띈다. 이 녀석이 바로 금개구리였구나. 유난히 따사로운 햇볕에 연잎이 머금은 물방울이 포근하게 느껴져서일까. 이 녀석은 물방울 위에서 한참이나 머물고 있다. 햇빛을 품어 반짝이는 물방울과 그 위에 앉은 금개구리의 황금빛이 더해지니 신비롭기까지 하다. 누구라도 이 모습을 본다면 자연이 주는 조화로움에 매료돼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할 것 같다. 같은 날 오후 7시30분께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테크노밸리(TV) 개발 예정지 계양구 동양동의 한 논. 이곳에선 도시개발로 사라질 논습지에 서식하는 금개구리를 보존하기 위한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의 이주작업이 한창이다. 연꽃정원에 사는 금개구리와는 다른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인천에 유일하게 남은 대규모 논습지인 이곳이 조만간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기라도 하는 듯 금개구리들은 생존을 위해 이주작업을 위한 작은 통에 몸을 싣는다. 30여명의 연구소 연구원들이 어두컴컴한 논습지 사이사이를 누비며 고인 물에 숨어 있는 금개구리를 찾아 작은 통으로 옮긴다. 아직 새끼인 유체부터 태어난 지 3년 이상인 성체까지 수백마리의 금개구리가 통 하나에 모여 어딘가로 옮겨지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듯하다. 지난 6월 시작부터 30회에 걸친 이주작업에서 무려 3천456마리의 금개구리가 이곳을 떠났다. 인천에서 금개구리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 금개구리는 작은 웅덩이나 수로 등 협소한 지역에서도 서식지를 이동하지 않고 살아가며, 행동권역이 좁다. 이 때문에 금개구리는 대부분이 논습지에 서식한다. 하지만 인천의 논습지는 인공 습지 등을 제외하고는 각종 도시개발로 이미 사라졌거나 조만간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는 상태다. 앞으로 도심에서 금개구리의 살 곳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개구리는 곤충을 많이 잡아먹고 상위포식자들에게는 잡아 먹힘으로써 논습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한다. 이 같은 금개구리의 먹이사슬에서 허리 역할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금개구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취약(VU, Vulnerable)종으로 올랐고, 환경부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했다. 금개구리는 개체 수 자체는 비교적 많은 편이나, 개체군 수가 적고 감소 추세여서 멸종위기종으로 관리받고 있다. 이는 금개구리가 우리나라에서도 서부쪽 일부 지역, 또 거기에서도 농지의 저지대에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농지는 개발압력이 뚜렷한 곳이어서 매년 엄청난 속도로 면적이 감소하는 탓에 금개구리 역시 뚜렷한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김종범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 소장은 멸종위기종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이들의 서식지를 위협하는 인간의 개발행위이고, 서식지가 완전히 바뀐다는 것은 이들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특정지역만 보존하는 방식이 아닌 논습지 전체의 보전방안이 필요하다며 서식지 총량제와 같은 개념을 만들어 이들을 오래도록 보호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금개구리는? 논습지서 평생 사는 한국 고유종... 천적 속수무책 개체수 감소 위협 금개구리는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자 인천 깃대종(보호종)이다. 인천녹색연합과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 등에 따르면 금개구리는 습지가 있는 계양구 서운동, 강화도 등에 서식하는 논습지 생태계 대표종이다. 금개구리의 영문명은 Korean Golden Frog다. 영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 고유종이다. 저지대 평야에 있는 습지에 서식하고 산란하며 인천을 비롯해 경기, 충남 등 서부권역을 중심으로 소수 집단이 서식한다. 번식시기는 5월 중순부터 시작해 산란을 시작하고 6월 중순에 절정을 이룬다. 산란은 저지대 평야에 있는 농지주변 웅덩이(습지)에서만 이뤄지며 번식기 때 물이 적은 논에서는 유생을 발견하지 못한다. 특히 금개구리는 작은 웅덩이나 수로 등 협소한 지역에서도 서식지를 이동하지 않고 평생을 살아간다. 한 서식지 내에서도 몇 m 정도의 행동권역 안에서만 이동한다. 또 특별히 천적에 대한 회피술이나 방어술이 없어 포식자에게 잡히기 쉬운 종이기도 하다. 생체적인 활동능력도 참개구리 등에 비해 낮기 때문에 개체 수가 감소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매우 많다. 금개구리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주택과 도로 건설 등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상태다. 김민기자 서식지 야금야금 도시화...더이상 갈 곳이 없어요! 멸종 위기 양서류 안식처 하루 아침에 사라져... 청라지구서창2지구서운산단 개발로 강제이주 인간을 위한 대체서식지 조성 사후 관리 부실, 최대한 습지 원형보존 체계적 보호방안 시급 인천의 금개구리를 지키려면 서식지에 대한 종합적인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천녹색연합과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 등에 따르면 금개구리는 인천 백령도와 수도권 매립지 주변 습지대 주변, 계양테크노밸리(TV) 일대에 서식하고 있다. 특히 계양TV는 인천 내륙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연적으로 남은 금개구리 서식지다. 그동안 인천에선 각종 개발사업으로 금개구리, 맹꽁이 등 인천에 사는 멸종위기 양서류들이 원래의 서식지에서 밀려났다. 2007년 청라지구 개발 때 심곡천 하류로, 2009년 서창2지구 개발 때 장아산 남사면으로, 2014년 계양구 서운일반산업단지 개발 때 심곡천변으로 금개구리를 포함한 양서류들은 강제 이주를 당했다. 이주 명분은 간단했다. 원활한 개발을 위한 대체서식지 조성이다. 하지만 대체서식지에 대한 사후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심곡천 옆 대체서식지는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2015년 제2외곽순환(인천~김포)고속도로와 직선화한 경인고속도로의 연결공사 과정에서 망가진 상태다. 이에 따라 개발을 추진하더라도 관리 주체를 명확히 하는 등의 서식지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는 최근 금개구리를 깃대종으로 지정하고 서식현황 용역에 들어간 상태다.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는 개발 때마다 보호방안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체계적인 보호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습지는 바람길로 수도권 서부권역의 기후변화 대응에 매우 중요한 생태공간이라면서 최대한 논습지를 원형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민우기자 김종범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장 이주후 모니터링 필수 한 마리라도 더 살려야죠 금개구리의 원 서식지를 보존하는 게 최선이죠.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이주를 통해 최대한 살려내야죠. 김종범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장은 1990년대부터 30년 넘게 양서류를 연구하고 있다. 진화학자인 그는 양서류가 유사종이 많아 진화연구에 굉장히 좋은 도구이기 때문에 양서류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첫 연구가 양서류연구여서 그런지 누구보다 개구리에 대한 애정이 깊다. 김 소장은 예전에는 농촌에 가면 개구리나 맹꽁이 등이 굉장히 많이 보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어 자꾸만 사라지는 개구리들을 어떻게 하면 보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생태연구부터 현재의 멸종위기종 보존이주 사업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는 현재 계양테크노밸리(TV) 개발사업 지구에서 양서류 이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개구리는 특성상 트랩에 들어가질 않아 직접 손으로 잡아 이동시켜야 한다. 이미 잡은 금개구리만 3천마리가 넘고, 이마저도 일부 구역인 것을 감안하면 계양TV에는 엄청난 수의 금개구리가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김 소장은 대체 서식지에 금개구리를 이주시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변 환경에 예민한 금개구리가 터전을 옮기기 위해서는 장소, 먹이원, 동면을 위한 장소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김 소장은 생태계는 여러 요소가 균형을 잡아나가야 유지될 수 있다며 더 연구하고 더 완벽한 환경을 조성해 금개구리뿐 아니라 소중한 생태계를 지키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인천에만 78% 최대 서식지 자리매김 지난 2009년 4월22일 인천 남동구 남동유수지. 이날은 저어새가 인천에 처음으로 둥지를 튼 날이다. 이후 줄줄이 저어새가 찾아오더니 18마리까지 늘어났고 둥지도 1개 더 늘었다. 6마리의 저어새 새끼도 태어났다. 엄마 저어새는 자식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송도 습지를 오가며 먹이를 나르느라 분주한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오래가지 않았다. 저어새가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저어새를 봤다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였다. 1988년 남동산업단지의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한 남동유수지는 장기간 퇴적물이 쌓여 악취가 진동했다. 아직도 지독한 악취는 코를 자극한다. 저어새가 발견됐을 때 여기서 저어새가 살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송도국제도시 57공구의 매립이 이어진데다 고층 아파트까지 들어서 새끼를 키우는 환경은 더 척박해지고, 아파트와 공장 사이의 좁은 습지만이 남았다. 이런 곳에서도 저어새들은 살기 위해 적응한다. 경이로운 광경이지만 걱정이 앞선다. 이놈들을 여기서 계속 볼 순 있을지, 새끼들이 이런 곳에서 태어나 자랄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저어새들은 지금 우리에게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며, 이제 이 작은 공간에서라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숙제를 던지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이 저어새들은 불과 3년 뒤인 2012년 세계 자연보전연맹(IUCN) 멸종 위기종(EN) 적색목록(Red List)에 올랐다. 그리고 11년만인 2021년 9월23일 다시 찾은 남동유수지. 얼핏 봐도 수백마리의 저어새가 유수지 주변에 머물고 있다. 유수지 한편에는 생태학습관까지 문을 연 상태다. 주말마다 가족 단위의 시민이 저어새를 보기 위해 삼삼오오 이곳을 찾는다. 이곳은 더이상 악취에 사람과 생물들의 접근조차 어렵던 곳이 아닌, 녹지와 동식물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보고로 탈바꿈했다. 현재 이곳에는 무려 346마리의 저어새가 있었고 둥지는 124개까지 늘어났다. 인천의 깃대종인 저어새는 남동유수지뿐만 아니라 미추홀구 학익(갯골)유수지와 중구 영종도 수하암에서도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갯골 유수지에서는 지난달 24일 저어새 30마리가 처음으로 서식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 영종도 수하암에서도 올해 38마리의 저어새 새끼가 태어났다. 수하암은 해마다 300~400마리의 저어새들이 찾지만, 주변 준설토 투기장 조성 공사 때문에 2018년에는 종적을 감췄던 곳이다. 이처럼 인천은 저어새의 최대 서식지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번식한 저어새 3천96마리 중 2천436마리(78.6%)의 서식지가 인천이다. 이는 저어새 서식지에 대한 꾸준한 환경개선 사업의 결과다. 남동유수지엔 환경단체 등이 환경정화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고, 영종도 수하암에서도 둥지만들기 운동과 차량통행 금지 등 환경보호 사업이 이뤄지면서 환경이 변하고 있다. 또 수십년 동안 심각한 악취를 풍겨 민원이 끊이질 않던 학익유수지는 인천시의 환경개선사업으로 친수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여전히 남동유수지 준설이 지지부진하고 영종도 준설토투기장 매립이 그대로 이뤄지고 있어 저어새 서식을 방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가 저어새를 깃대종으로 지정한 만큼,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정구 인천시 환경특별시 추진단장은 유수지는 갯벌 매립의 흔적으로 이미 일정부분 훼손이 이뤄진데다 현재 이곳에 아파트 등이 들어서 저어새가 서식하기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원래 이곳은 매립 전 새들이 둥지를 틀던 곳인만큼 아직 남아있는 이 작은 공간과 주변 갯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생태적인 관점에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멸종위기 내몰린 새들의 외침 서식지를 지켜 주세요 남동유수지영종 수하암 등 새들의 터전 주변 매립 통한 개발 추진 경고등 보전안 급선무 갯벌 보호탐조 공간 확보체계적인 모니터링 인공섬 확충 다양한 생물 공존 생태계 구축 개체 수 늘리고 휴식 공간 확보 노력도 필요 인천은 저어새의 최대 번식지다. 1일 인천시와 한국물새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번식한 1천548쌍의 저어새 중 1천218쌍(78.7%)이 인천에서 번식했다. 이러한 저어새는 전 세계적으로 습지가 사라지면서 멸종위기를 겪고 있다. 여기에 매우 작은 규모의 개체군과 제한적인 분포권, 낮은 유전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제205-1호,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로서 다양한 법적 보호를 받는 상태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러한 저어새가 남동유수지 인공섬이나 영종도 수하암 등 인간의 간섭을 받기 쉽고 밀물과 썰물의 영향으로 바위섬 침식이 이뤄지는 곳을 번식지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저어새가 안정적으로 머물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이마저도 저어새는 이곳 주변 개발행위로 인해 부득이하게 육지와 가까운 곳에서 취하는 휴식을 방해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저어새의 안전한 서식을 위한 보전 대책이 시급하다. 현재 저어새들이 서식하는 남동유수지와 영종도 수하암 등 주변은 매립을 통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개발하더라도 주요 서식지를 보존하면서 개발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 방편 중 하나는 갯벌의 보전과 저어새를 탐조할 수 있는 공간 확보다. 갯벌생태교육관, 탐조대, 전망대, 주변을 활용한 저어새 인공 서식지 등의 시설을 갖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탐조 활동을 통해 갯벌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시민공감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특히 서식지 주변 개발에 의한 인구 집중은 오염과 환경훼손, 수산자원의 고갈, 해안침식 및 해안지형의 변화, 습지손실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속적인 생태연구와 모니터링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인공섬을 확충해 저어새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이 함께 공존해 생태계를 이룰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소속 이기섭 박사는 저어새 번식지가 대부분 인천에 있지만, 번식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밀물 때 둥지가 물에 잠겨 번식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번식지 확충을 통해 저어새 개체 수를 보호하는 노력과 함께 이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까지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정구 인천시 환경특별시 추진단장개발에 도시화 급속 팽창... 자연과 공존 해법 찾아야 이제는 개발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장정구 인천시 환경특별시 추진단장은 아직 인천녹색연합에서 활동할 당시인 2009년 4월22일에 걸려온 전화 한 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인천 남동유수지의 인공섬에 앉은 저어새가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그곳으로 단번에 달려가 남동유수지에 처음으로 둥지를 튼 저어새를 확인했다. 장 단장은 이상하고도 놀라운 광경에 방송국에 전화해 바로 다음날 뉴스를 통해 전국적으로 이 소식이 알려지게 했다며 송도 11공구 등 매립이 이뤄지던 시기에 이 소식은 도심 가까운 곳에서 사는 생명체 보호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앞서 2008년부터 장 단장은 이곳 남동유수지를 주시하고 있었다. 당시 남동유수지에 있던 새들이 일종의 식중독인 보톨리눔독소증으로 집단 폐사하면서부터다. 장 단장은 이미 죽은 새들을 한 곳에 모으고, 온몸에 마비가 와 움직이지 못한 10마리의 새들을 함께 보호활동을 하던 회원들과 나눠 직접 우유 등을 먹이며 돌봤다. 당시 그는 원래 갯벌이었던 이곳에 살던 생물들이 인간의 개발논리에 삶의 터전을 잃고 있어 남동유수지의 생태적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 단장은 2008년과 2009년 남동유수지에서 일어난 일들로 당시 인천녹색연합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이곳을 찾아 섬 생태를 기록에 남기기 시작했다며 그 활동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매년 저어새 모니터링 시민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활동들은 저어새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기 위한 좋은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다. 저어새가 둥지를 트려면 둥지를 만들 수 있는 공간과 재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곳은 돌멩이뿐이다. 이에 회원들이 직접 재료로 쓸 수 있는 나뭇가지를 수변에 가져다 놓는 등 나서면서 이곳에 머무는 저어새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장 단장은 이번 인천 깃대종 지정으로 많은 시민이 생태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러한 순작용들이 더 많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장 단장은 인천은 팽창할 수밖에 없는 도시고, 이를 부정만 하면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이제는 개발과 보존이라는 선택지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인천을 대표하는 조류 깃대종 저어새 한국전쟁환경오염 개체수 급감 2000년대 이후 속속 둥지 저어새는 인천시 해안지역 전반에 걸쳐 서식하는 인천을 상징하는 새다. 1일 인천시와 한국물새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4월 저어새를 인천지역 조류를 대표하는 보호종인 깃대종으로 선정했다. 저어새는 몸길이 70~90㎝의 황새목 저어새과에 속하는 종이다. 긴 목과 다리, 휘어지거나 넓적한 주걱 모양의 긴 부리가 특징이다. 저어새는 주로 수심이 낮은 습지에서 긴 부리를 반쯤 벌리고 옆으로 휘저어 부리 촉각으로 어류, 양서류, 곤충류, 새우류, 갑각류 등을 잡아먹는다. 이 저어새는 해안이나 갯벌, 하구, 농경지, 유수지 등 다양한 습지에서 서식하며 국내에선 인천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국내 번식 개체군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전국 5개 번식지에서 약 100쌍의 저어새가 번식했고, 인천에선 2006년 이후 영종도 수하암, 남동유수지 내 인공섬 등 육지와 가까운 연안 위주로 소규모 번식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규모가 큰 저어새 번식지 대부분은 인천에 있다. 옹진군 구지도에서 294쌍, 강화군 비도 210쌍, 남동유수지 165쌍, 옹진군 서만도 120쌍 등 1천200쌍이 넘는 저어새가 인천에서 번식했다. 저어새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번식한 후, 겨울에는 남쪽의 일본타이완중국 하이난 등지에서 머문다. 이처럼 활동 범위가 넓어 국제적인 보호종으로 지정받은 상태다. 저어새 개체군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자료는 없다. 다만, 1950년도 이전 동아시아 일대에서 흔한 조류로 알려졌었고, 1900년대 초반에는 1만개체 이상이 생존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어새는 한국전쟁과 알 채취, 개발, 환경오염 등의 원인으로 1988년에는 288개체까지 급감했다. 이후 저어새 보전을 위해 해마다 겨울철 대만과 일본, 홍콩, 중국 등 각국이 월동지를 중심지로 동시 모니터링을 한 결과 1994년 351개체를 확인한 이후 점차 그 수가 증가, 지난해 4천864개체까지 늘어났다. 저어새는 사람이 생활하고 있는 남동유수지 등에서 번식이 이뤄지고 있어 개발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종의 보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종이다. 특히 인천에서 주로 번식하기 때문에 인천은 저어새의 출생지라는 점에서 보호해야 할 가치가 높다. 김민기자
인천 옹진군 대청도 미아동 해변의 한 절벽에 핀다는 영롱한 보라색 꽃 한 송이. 그 꽃의 정체가 궁금했다. 1년 중 8월, 그것도 오후 3시에만 잠시 볼 수 있다는 신비의 꽃이기 때문이다. 서해 5도 중 하나인 인천 옹진군 대청도를 찾아갔다. 꽃이 핀다는 미아동 해변의 한 절벽은 선착장에서 차로 약 10여 분을 달리면 만날 수 있다. 섬 정반대 편이다. 오후 3시가 막 지나자 절벽에 있던 꽃들이 미세하게 움직이며 조금씩 꽃봉오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30여 분이 지나자 꽃봉오리가 우수수 터지며 보라색 꽃잎이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인근에 있던 꽃들도 경쟁하듯 꽃봉오리를 터트렸다. 신비의 꽃이 선보이는 장관에 저절로 탄성이 흘러 나왔다. 바로 인천의 깃대종인 대청부채다. 대청부채의 화려한 자태를 보기란 쉽지 않다. 지난 8월27일 오후 2시경 대청도의 대청부채를 어렵게 찾았지만, 꽃잎을 오므린 채 자태를 숨기고 있었다. 꽃을 피운 대청부채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녀 봐도 헛수고였다. 이대로 대청부채의 진면목을 볼 순 없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든 오후 3시께 약속이라도 한 듯 대청부채는 꽃잎이 부채처럼 옆으로 천천히 펴지면서 그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분홍빛이 도는 보라색의 꽃잎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오묘함을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화려하면서도 오묘한 대청부채의 모습은 오래가지 않았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일제히 꽃봉오리를 굳게 닫아버리며 자신을 숨겨 버렸다. 오후 3시에 피어 저녁에 지는 탓에 인천 뭍에서 새벽 배를 타고 4시간이 넘게 걸려 대청도에 들어와도 하룻밤을 지낼 각오를 하지 않으면 결코 볼 수 없는 꽃이다. 대청부채는 군락을 이루지 않는 게 특징이다. 해변 절벽 끝이나 주변 수풀 속 어딘가에 그 모습을 숨기고 제 모습을 뽐내듯 흩어져 있어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어렵게 만난만큼 감동은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대청부채는 지난 1983년 대청도에서 처음으로 발견되면서 이름이 주어졌다. 인근 백령도에도 일부 개체가 있지만, 대부분 대청도에 자생한다. 대청부채는 학술적으로 가치가 크고 개체 수가 적어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한 법정 보호종이다. 그러나 이런 대청부채가 기후변화에 따라 생육지 환경이 변화하면서 개체군이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자생지에서 방목한 가축 등이 먹이로 삼아 위험에 처한 상태다. 특히 아름다운 모습을 집에서 보려고 꽃을 가져가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점도 이들 서식을 방해하고 있다. 섬 여행 활성화로 관광객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대청부채의 훼손 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근 군부대나 주민, 행정기관 등에서 보호에 나서야 하나, 아직 존재 가치를 모르는 등 관심이 많이 부족하다. 김옥자 대청도 지질해설사는 대청부채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대청도를 대표하는 생물이라며 너무나 아름다워 한번 보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어렵지만 요즘 개체 수가 줄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이어 이 때문에 아름다운 대청부채를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도 위치를 알려주기조차 겁이 난다며 아직 일부 주민에 의해서만 보호되는 실정이고 정부 차원의 보호 대책이 없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이 적기다. 앞으로 대청부채를 인천에서 계속해서 볼 수 있으려면 인천시민과 행정기관까지 모두가 나서야 한다. ■ 대청부채, 너흰 누구니멸종위기 처한 인천의 대표 식물 대청부채는 인천지역에 자생하는 인천을 대표하는 식물종이다. 인천시는 최근 이러한 대청부채의 지속적인 개체 수 감소에 따라 보전 대책을 강구하자는 의미에서 올해 이 대청부채를 인천 깃대종으로 지정했다. 17일 시에 따르면 대청부채는 전체 개체 수가 650여 개에 불과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Red List 위기(EN)등급으로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대청부채는 인천 옹진군 대청도의 미아동 해변, 지두리해변, 모래울해변, 해넘이전망대와 백령도의 두무진포구 등에 분포한다. 대청부채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꽃은 인천 대청도에서 198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간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청부채는 해마다 7~8월께 꽃이 핀다. 오후 3시에 개화해 오후 9시가 넘으면 꽃이 지는 특징이 있다. 꽃을 오래 감상할 순 없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자태로 유명하다. 키는 약 70㎝ 정도에 꽃잎은 분홍빛이 도는 보라색을 띤다. 잎이 부채처럼 옆으로 퍼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뿌리 발육이 좋지 않아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곳에서 산다. 특히 사람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절벽 바위틈이나 수풀 등에서 군락을 이루지 않은 채 서식한다. 그만큼 직접 서식지를 찾아 관찰하기 어려운 식물이기도 하다. 대청부채는 기후변화 등으로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생지 내 개체의 지속적인 현황을 파악해야 하는 종이다. 만약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경우에는 서식지 보존을 위해 대청도 등에 서식지를 추가 조성하거나 개체 수 증식 사업이 필요하다. 증식 사업은 자생지 복원 시 중요 기초자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관광객 등 일반인들의 무분별한 채집을 막도록 대청부채 서식지 안내판을 설치하고 자생지 보호구역을 지정해 관리 체계를 우선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청도, 백령도뿐 아니라 일반인의 접근이 쉬운 지역에 깃대종을 홍보해 보호의 필요성을 알리는 등 실질적인 보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시는 최근 사라질 위기에 처한 대청부채를 인천 깃대종(보호종)으로 지정, 개체 수 보호에 나선 상태다. 시가 대청부채 보호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만큼 앞으로 이들의 서식지와 개체 수 등에 대한 심층 연구와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시 관계자는 최근 지정한 깃대종 5종에 대청부채를 포함해 시민에게 알리고 있다며 이제는 대청부채에 대한 세부 연구 등을 통해 실질적인 보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 대청부채의 유래와 개화시간의 비밀 대청부채는 인천에서 211㎞ 떨어진 인천 옹진군 대청도와 229㎞ 거리의 백령도 등 특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이다. 본래 중국에서만 자라는 식물로 여겼지만, 어느새 인천을 대표하는 식물로 자리 잡고 있다. 대청부채는 우리나라의 대표 식물분류학자인 고(故) 이창복 박사가 1983년 인천 옹진군 대청도에서 처음으로 발견했다. 당시 생김새가 범부채와 같다고 해 발견장소인 대청의 이름을 따 대청부채란 이름이 탄생했다. 본래 중국산 식물이나, 1920년 만주 접경인 평안북도 벽동군에서 채집한 기록이 남아있다. 아직 대청부채가 어떻게 대청도로 왔는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자료는 없다. 다만 벽동이란 곳은 여진족이 점령했던 곳이어서 중국으로부터 넘어왔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또 원나라 마지막 임금인 순제가 유배를 올 때 가지고 왔으리라 추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대청부채엔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바로 오후 3시에 꽃을 피운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청부채는 생물 시계로도 불린다. 대청부채가 이 시간에 꽃을 피우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숨겨져 있다. 중국의 식물학자들은 최근 린네 학회 생물학 저널을 통해 대청부채가 유전적으로 가까운 범부채와 교잡종이 발생하는 걸 막고자 개화 시간을 조절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대청부채와 범부채는 염색체 수가 같아 인공적으로 교배하면 교잡종이 생길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범부채가 오전에 꽃을 피우고, 대청부채는 오후에 꽃을 피워 이를 막는다. 또 오후 4시~오후 7시 이들 꽃이 모두 꽃을 피운 시간에는 식물들이 꽃가루 공급량을 조절해 벌들을 맞이하는 시간을 달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꿀벌들은 범부채를 오전 7시~오전 11시에, 대청부채를 오후 4시~오후 7시에 집중적으로 방문해 교잡을 막는다. 인천 깃대종 대청부채꽃 인터뷰 김옥자 지질 해설사 ■ 김옥자 대청도 지질해설사, 대청도의 아름다움 대청부채로 알려 대청부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아예 대청도로 터전을 옮겼답니다. 김옥자 대청도 지질해설사는 2017년부터 4년 넘게 대청도 1기 지질해설사로서 지역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김 해설사는 대청도를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여긴다. 대청도는 물때가 되면 풀등이 압도적인 비경을 뽐내고, 그 주변으로 대청도를 대표하는 대청부채와 아름다운 해변, 또 그 사이 우뚝 솟은 암석이 신비로운 곳이기 때문이다. 김 해설사는 이곳에서 태어나 육지로 나갔다가 20여 년 전 건강이 안 좋아져 다시 섬으로 돌아왔다며 그때 눈에 들어온 대청도의 자연경관에 다시 한번 매료돼 아예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대청부채는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일등공신이다. 어디 한 곳에 몰려 있지 않고 암석이나 수풀 중간중간에 띄엄띄엄 자라고 있는 대청부채의 매력에 단번에 사로잡혔다. 김 해설사는 7~8월경 오후 3시만 되면 약속이나 한 듯 대청부채는 꽃봉오리를 피우고 밤이 되면 스스로 꽃봉오리를 닫는다며 그 순간 대청부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꽃이 말을 거는 것 같은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인지 대청부채는 더욱 마음이 가고 오래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고 했다. 대청부채를 더욱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대청면사무소 옆 화단에 대청부채를 직접 심기도 했다. 이제는 꽃들이 자리를 잡아 50여 개체의 대청부채가 이곳에서 자라고 있다. 김 해설사는 대청부채에 너무 많은 애착이 가서 면사무소에 요청해 화단을 만들고 가꾸고 있다며 이를 통해 대청부채를 가까이서 보는 동시에 자연 속에서 훼손되는 대청부채를 보호하자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우리 대청도의 소중한 자연을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활동을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이민우ㆍ김민ㆍ이민수 기자
흰발농게는 꽤 오래전부터 영종 갯벌의 주인이었습니다. 홍소산 영종환경연합 대표는 인천 영종갯벌과 인연이 깊다. 그는 2006년께 영종도 바다에 버려진 어구들을 치우려고 처음 이곳을 찾았다. 갯벌 정화활동을 하던 당시 흰발농게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았다. 홍 대표는 작은 게가 흰 발을 들고 왔다갔다하기에 인근 주민에게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흰바리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아주 오래전부터 (영종 갯벌에)있던 놈들이라고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어 워낙 많이 보여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10여 년 전쯤 흰발농게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는 얘기를 듣고 이곳에 과연 몇 마리가 살고 있을까 궁금했다고 했다. 홍 대표는 직접 나무로 가로 1m, 세로 1m의 울타리를 만들어 그 안의 흰발농게 수를 세어보기도 했다. 홍 대표는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니 엄청난 개체 수의 흰발농게가 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인천시에 개체 수를 물었더니, 담당직원이 확인해보자고 해 공동으로 일대를 대대적으로 조사했다고 했다. 당시 조사 결과 흰발농게의 개체 수는 200만 마리가 훌쩍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 대표는 이런 소중한 생태적 자원이 영종갯벌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했고, 서식지를 보호하면서 관광자원화하면 인천을 대표하는 상징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홍 대표의 생각과 흰발농게가 처한 현실은 달랐다. 다들 흰발농게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공공기관은 물론 지역사회도 흰발농게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영종2지구에는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 서식지인데도 지붕슬레이트 등 석면 쓰레기가 그대로 버려져 있고, 주변에는 준설토투기장까지 들어선 상태다. 또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개발 공사도 한창이어서 흰발농게들의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다. 홍 대표는 그나마 시가 흰발농게를 깃대종으로 지정해 다행이라면서도 후속 대책과 홍보 등은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시가 이제 막 흰발농게 보호를 시작한 만큼 함부로 이곳이 훼손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많은 사람이 흰발농게의 존재를 인식하고 보호의 필요성을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했다. 이민수기자
흰발농게의 엄청난 개체 수는 바로 갯벌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김태원 인하대학교 해양과학과 교수는 대학원에 다니던 1999년부터 흰발농게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번식과 의사소통, 기초생태 등의 연구로 시작했다. 지금은 인간활동에 의해 흰발농게가 어떤 생태적 영향을 받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김 교수는 흰발농게는 워낙 주변 진동 등에 민감해 사람들이 레저 체험 등으로 갯벌을 밟을 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어 층간소음으로 사람들이 고통받듯이, 주변 환경이 흰발농게의 번식 등 개체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흰발농게는 갯벌 중에서도 조간대 상부에 서식해 인간활동에 의해 공격받기가 매우 쉽다고 설명했다. 상부는 육상에서 오염물질을 흘리거나 개발 공사 시 본래의 상태를 유지하기 매우 취약한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흰발농게는 조간대 상부 중에서도 모래와 실트(모래와 진흙 중간 단계)가 섞인 특정지역에만 서식해 조금만 환경이 변해도 금방 사라져 버린다. 김 교수는 흰발농게는 갯벌에 굴을 파 살면서 (갯벌에) 산소를 불어 넣어준다며 만약 흰발농게가 사라지면 이 역할이 이뤄지지 않아 갯벌에 현기성 박테리아가 늘어나 갯벌이 썩을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흰발농게 서식지에는 퇴적층이 쓸려나가지 않도록 해 침식을 막는 칠면초 등 염생식물이 섞여 사는데 이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이유만으로도 흰발농게를 보호해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개체 수가 많더라도 흰발농게의 생존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흰발농게는 유생을 바다에 뿌리는 데 착생할 확률이 3% 정도인데다 성체까지 가는 것은 1%의 확률도 안 된다며 이는 한번 서식지가 훼손되면 개체 수가 급감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각종 개발사업에서 입지 선택을 신중히 하고,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흰발농게를 아십니까? 이름만 들으면 발의 색깔이 하얀색인 농게?라는 느낌뿐이다. 아직 흰발농게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지도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 적다는 것은 곧 관심도 부족하다는 의미다. 흰발농게는 아직 아무에게나 얼굴을 드러내 주지 않는다. 흰발농게의 주 서식처인 인천 중구 영종도의 동쪽 영종2지구 갯벌로 가려면 공사 현장을 뚫고 비포장도로를 30분 넘게 달려야 한다. 갯벌 초입에서도 물이 빠져 뻘이 드러나면 만날 수 있기도 하지만, 이곳에서는 흰발농게의 진면목을 볼 수 없다. 최근 찾은 드넓은 영종 갯벌에는 작은 하얀 점들이 꿈틀댄다. 최대한 가까이 가 자세히 봐야 흰발농게라는 것을 알 만큼 작다. 몸 전체가 100원짜리 동전만 하다. 손가락을 뻗어 잠깐 한놈, 두시기, 석삼, 너구리, 오징어까지 수를 세다가 포기한다. 수천 마리인지, 수만 마리인지, 이 녀석들의 수를 세는 일은 사실 바보짓에 가깝다. 정신없이 좌우로 마구 몸을 흔드는 이 녀석들의 모습에 죄다 그놈이 그놈 같을 뿐이다. 수게들이 암게들을 유혹하려 위아래로 흔드는 하얀 집게발은 갯벌 위로 드리운 햇살을 머금어 진주알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연애의 기본이 누가 밀고 당기기(밀당)라고 했는가. 숨구멍을 들락날락 거리며 힐끔힐끔 수게들을 훔쳐보는 암게들의 모습에서 세상의 모든 연애사를 껴맞춰 보는 것도 재미다. 흰발농게들은 영종2지구 갯벌 393만5천㎡ 중 9만5천여㎡에 이르는 면적에 200만 마리 넘게 서식한다. 주로 갯벌 상부에 살기에 갯벌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눈으로 볼 수 있다. 흰발농게가 일반 게들처럼 굴을 파고 사니 유기물을 무기물로 분해하며 갯벌을 이루는 칠면초(염생식물) 등 1차 생산자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도 당연한 일이다. 이 양분을 먹고 자란 칠면초는 붉게 군락을 이뤄 보기에도 좋지만, 갯벌을 꽉 잡아줘서 침식을 막는다. 갯벌의 생태계 구성원은 서로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천시가 흰발농게를 깃대종으로 지정한 만큼, 흰발농게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 흰발농게가 얼마나 중요한 생물인지, 왜 우리가 지켜야 하는 생물인지 많은 시민이 알아야 한다. 현재는 영종 갯벌 입구에 작은 안내판 하나만 흰발농게를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흰발농게 서식에 대한 조사도 아직 부족하다. 2019년에 해양생물자원관에서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영종 갯벌이 국내 최대 서식지라는 것이 알려졌을 뿐이다. 김태원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아직도 영종 갯벌에 흰발농게 서식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곳도 상당히 많다며 서식지가 워낙 독특한 만큼, 꾸준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민이민수기자
흰발농게의 최대 서식지인 영종 갯벌 생태계가 각종 개발 사업으로 위협받고 있다. 인천시가 최근 흰발농게를 깃대종(보호종)으로 지정하는 등 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인 후속 대책은 미흡하다. 21일 시와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인천 중구 영종도 영종2지구 갯벌 393만5천㎡ 중 9만5천여㎡에 이르는 면적에 흰발농게가 200만 마리 넘게 살고 있다. 전국에서 이곳은 흰발농게의 최대 서식지로 꼽힌다. 몸 전체 크기가 100원짜리 동전만 한 흰발농게는 수컷의 집게발이 몸체만 한 것이 특징이다. 갯벌 상부에 살면서도 갯벌 바닥에 구멍을 내고 살며 갯벌에 숨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해안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지난 2012년 2급 멸종위기종으로, 해양수산부는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각각 지정했다. 지난 2018년 흰발농게가 영종2지구에 대규모로 번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시는 올해 4월 흰발농게를 깃대종으로 지정한 상태다. 흰발농게와 함께 주변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환경단체는 흰발농게가 멸종위기지만 개체 수가 수백만 마리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생물량이 많다는 것은 갯벌 생태계 안에서 우리가 아직 찾지 못한 어떠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근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쉽게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하지만 흰발농게의 서식처가 각종 개발사업에 위협받고 있다. 서식지 바로 옆에 332만㎡ 규모의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항만 재개발 사업이 한창이고, 2030년까지 제2준설토투기장(416만㎡)에 준설토 매립이 이뤄지고 있다. 대형 중장비들이 오가는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진출입로 공사장 바로 옆 갯벌에 서식하던 흰발농게는 점점 바깥쪽으로 쫓겨나듯 서식지를 옮겨가고 있다. 앞으로 제2준설토투기장 매립이 끝나 또 다른 재개발을 시작하면 지금의 공간마저도 자취를 감출 수 있다. 흰발농게가 사람의 발걸음에도 자취를 감출 만큼, 시각과 진동에 예민한 특성이 있어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흰발농게는 갯벌 위쪽에 얕은 구멍을 뚫고 살기 때문에 매립에 매우 취약하다. 이런데도 시는 아직 깃대종 지정 이외에 흰발농게에 대한 구체적인 보존 방안 등은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시가 깃대종을 지정하며 보호의 필요성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은 환영하면서도, 실질적인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태원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흰발농게는 시각과 땅의 진동을 활용해 의사소통을 하며 살아간다며 이는 흰발농게가 외부의 진동과 소음으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겨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또 서식지 이전 등의 대책은 최후의 수단으로 성공사례가 적은 만큼, 현 서식지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흰발농게 서식지를 보존하는 것은 단순히 한 생물만을 지키는 의미가 아니다. 먼지나 오폐수 정화 등 자연 속에서 순작용하는 갯벌과 함께 생태계 축을 이루는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흰이빨참갯지렁이 등 수많은 생물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이민우이민수기자
점박이물범, 저어새, 흰발농게, 금개구리, 대청부채. 인천을 대표하는 깃대종(보호종)이다. 이들은 바다, 해안, 갯벌, 논습지 등 다양한 자연환경을 가진 인천만의 생태계를 상징한다. 인천은 그동안 인천항을 중심으로 많은 산업단지가 생기면서 회색도시로 불리며 성장해왔다. 이제는 송도영종청라국제도시 등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더 큰 미래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눈부신 성장 이면에는 그늘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 해안가를 덮친 해양쓰레기, 거친 흙과 모래에 파묻힌 갯벌, 아파트와 빌딩에 떠밀린 논습지. 전국 갯벌의 31%를 차지하던 인천 연안갯벌은 대규모 간척매립사업으로 3분의1이상이 사라졌다. 이것이 바로 인천 생태계의 현주소다. 지역 안팎에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생태계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번번이 개발논리에 묻혀 사그라진다. 경기일보는 인천의 자연생태계에서 생존해 나가는 깃대종을 직접 탐방해보고 깃대종 등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등을 들어본다. 이를 통해 앞으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도시 인천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본다. ① 백령도 지킴이 점박이물범 서해최북단 백령도를 지키고 있는 점박이물범. 천연기념물 331호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으로 현재 백령도 주변에 300여마리가 살고 있다. 점박이물범은 3월부터 이곳 바위 위에 올라가 휴식을 취한다. 11월이면 분만과 교배를 위해 중국으로 이동한다. 이때문에 점박이물범은 생태와 지리, 행동 등으로 서해안의 환경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종이다. 그러나 점박이물범은 번식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다, 최근 번식지인 중국 앞바다가 각종 개발로 파괴가 이뤄져 개체수 감소로 인한 멸종위기를 겪고 있다. 중국 어선의 판매 목적 불법 포획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나서 중국과 점박이물범 보호에 나서야 한다. 물이 빠진 사리 때를 맞춰 인천 옹진군 백령도 하늬해변 앞바다에서 최근 이들을 만났다. 용기포항에서 어선으로 10여분 달렸을까. 고요한 바다에 자욱이 내려앉은 해무 사이로 살짝 솟은 바위 위에 몸을 뉘어 편히 쉬고 있는 30여마리의 점박이물범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배가 점점 더 다가갈수록 몸을 뒤뚱거리며 까만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취재진을 바라본다. 11일 해양수산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점박이물범은 국내에서 백령도 인근 해역이 최대 서식지다. 하늬바다 앞 물범바위, 연봉 물범바위, 두무진 앞 물범바위 3곳을 주서식지로 이용한다. 하지만 점박이물범의 서식지인 물범 바위가 사람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백령도는 지리적으로 북방한계선(NLL)과 어업한계선에 걸쳐 있어 어장이 좁아 어민의 조업구역과 물범들의 먹이활동 구역이 겹친다. 이는 물범의 먹이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중국 어선들이 불법 조업활동으로 어자원을 싹쓸이해가면서 노래미까나리 등 물범들의 먹이도 지속해서 줄고 있다. 일부 점박이물범들은 그물에 담긴 물고기를 먹으려 그물을 찢거나 통발을 부수기도 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한다. 특히 중국어선이 잘라서 버리고 간 폐그물이나 폐어망, 해양쓰레기도 물범들에겐 위험요소다. 폐그물은 바위에 걸려 있다가 바닷물이 들어오면 바다에 잠기면서 물범이 들락날락하면서 노는데, 이 때 목에 걸려 목숨을 잃기도 한다. 또한, 사람의 지나친 관심도 점박이물범에겐 큰 위협이다. 물범 바위가 있는 하늬해변이 올해 5월 국가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받으면서 앞으로 관광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관광선 등이 생기면 자칫 점박이물범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서식지를 떠날 우려가 있다. 점박이물범은 볕이 좋은 날 바위 위에서 볕을 쫴야 체온이 오르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털갈이를 할 수 있다. 털갈이를 겨울 전에 끝내야만 방수와 보온 기능을 유지해 중국으로 갈 수 있고 차가운 얼음바다 위에서 새끼를 낳을 수 있어 개체수를 유지할 수 있다. 박정운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은 물범보호를 위한 주민 인식 증진과 관련 지원 등 방향을 지금까지 세웠다면, 앞으로는 점박이물범과 지역주민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물범과 직접적으로 마주치는 어민들과 해양생태가 서로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민우이민수기자
백령도 학생들이 8월25일을 점박이물범의 날로 지정했을 때 너무 뿌듯했습니다. 박정운 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은 백령 주민은 점박이물범이 얼마나 백령도에서 가치가 있는지 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주민의 노력과 협력에 하늬해변이 국가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받았다고 했다. 박 단장은 2004년부터 백령도에서 점박이물범 등 백령도의 생태계를 관찰하고 있다. 특히 박 단장은 2017년 중고등학생이 참여한 물범동아리를 만들어 스스로 점박이물범을 관찰하며 의미와 가치를 직접 느껴보도록 했다. 박 단장은 물범동아리 자체가 점박이물범에 대한 주민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했다. 학생들은 같은해 8월25일을 점박이물범의 날로 지정해 선포하기에 이른다. 이날은 1년 전 제주에서 구조한 점박이물범 복돌이를 백령도 하늬바다에 방류하던 날이기도 하다. 그는 주민들은 학생들이 1년 내내 점박이물범을 연구하고, 해결책 등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 물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주민 사이에서 학생들도 이렇게 관심을 갖는데, 우리도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이후 어른들 모임도 생기면서 활성화가 이뤄졌다고 했다. 박 단장은 동아리 학생들이 해양 관련 정책은 물론 자신의 진로까지 연계해 고민하는 등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학생과 주민이 함께 물범쉼터를 만드는 과정을 논의하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 점박이물범을 보호하고 싶다고 했다. 이민우기자
한때 천덕꾸러기 신세였지만, 이제는 사람과 공존하고 있습니다. 백령도 용기포항에서 40년 넘게 어업활동을 하는 김진수 선장(64)은 물범지킴이로 불린다. 점박이물범에게 10년 넘게 먹이를 주고 물범 바위 주변을 청소하고 있다. 김 선장은 어려서부터 점박이물범과 함께 자랐다. 김 선장이 해삼과 전복을 따면 점박이물범들이 다가와 장난을 걸만큼 친하다. 그는 물 속에 들어가 있으면 물범들이 툭 쳐서 돌아보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고 있기도 하다며 이제는 친구를 만나는 것 같이 익숙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김 선장은 폐어망 등 해양쓰레기로 인해 점박이물범들이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환경을 바꿔보려 나선 것이다. 백령도를 대표하는 점박이물범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활동을 시작한지 벌써 10년째다. 일부 어민은 점박이물범이 통발 속 소라나 노래미 등을 빼먹거나, 통발을 망가뜨린다며 곱지만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김 선장은 점박이물범 보호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어민들이 늘고 있다며 오히려 점박이물범이 폐그물 등에 걸려 죽지 않도록 조업하다가도 쓰레기를 치우는 어민도 있다고 했다. 김 선장은 앞으로도 물범 보호에 앞장 설 생각이다. 또 인천시나 정부 차원의 점박이물범 보호대책 마련도 요구할 계획이다. 김 선장은 점박이물범을 보호하지 않으면 다른 서식지로 떠날 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오래동안 점박이물범을 백령도에서 볼 수 있도록 모두가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깃대종은 지난 1993년에 나온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의 생물다양성 국가 연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특정 지역의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깃대종은 보호할 필요성을 인정받은 생물종으로 볼 수 있다. 깃대종에서 깃대라는 단어는 해당 지역의 생태계 회복을 위한 개척자적 이미지를 담는다. 인천시는 지난 4월22일 제51회 지구의 날을 맞아 생태가치자원의 발굴과 지속가능한 환경도시로서 인천을 상징하는 5종의 깃대종을 발표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점박이물범(포유류), 흰발농게(무척추동물), 저어새(조류), 대청부채(식물), 금개구리(양서류)다. 인천시는 이들 깃대종을 선정하기 위해 2년간 전문용역, 자문단 운영, 시민설문조사, 선정자문위원회 및 환경정책위원회 심의 등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친 상태다.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은 이들 깃대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시민에게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경기 성남시와 대전시 등은 이미 시민 공론화 과정을 통해 깃대종을 선정한 이후 이를 시민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지역의 여러 생물종을 다함께 보호하고 있다. 김민기자
인천을 대표하는 깃대종인 점박이물범의 보호에 정부와 인천시, 환경단체, 그리고 주민들까지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인천시와 황해물범시민사업단 등에 따르면 점박이물범은 30년 이상의 긴 수명, 넓은 분포범위와 뛰어난 이동 능력 등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점박이물범은 생태교란과 환경 변화에 강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점박이물범은 임신기간이 10개월이 넘는데다 새끼를 해마다 1마리씩만 낳기 때문에 새끼가 성장해 또다시 번식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는 개체수 감소가 곧 멸종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 이유다. 또 점박이물범은 번식지인 중국 보하이(渤海)만의 얼음 위에서 출산을 하는 특징이 있는데, 현재 번식지 일대가 급속한 산업개발과 갯벌매립으로 서식지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중국 어선이 수족관 등으로 판매하려는 목적으로 점박이물범을 불법 포획하는 일도 잦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중국 등과 공동으로 점박이물범 보호에 나서는 것이 시급하다. 지난 2000년대 초반 한중 공동으로 점박이물범 보호를 위한 국제심포지엄이 열리기도 했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움직임은 많이 부족하다. 이런 가운데 백령도 지역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점박이물범 보호에 나서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황해물범시민사업단의 도움을 받아 지난 2013년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을 구성했다. 이어 2017년에는 백령중고 학생들이 점박이물범 생태학교 동아리를 만들어 점박이물범 모니터링과 해양 쓰레기 수거 등의 활동을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시도 올해 깃대종 보호를 위한 주민참여 예산을 편성하는 등 깃대종 지정 이후 후속조치에 들어가고 있다. 시는 내년에 점박이물범에 대한 서식지 실태 조사와 보호방안 마련, 인식개선 사업 등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용역에 들어갈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점박이물범 보호를 위한 중국, 북한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포럼 등을 열 예정이라며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환경부와 해수부 등과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민우이민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