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논습지… 살 곳 없는 금개구리
계양테크노밸리 등 각종 개발로 개체수 감소세 뚜렷... 전문가 “특정지역 아닌 논습지 전체 보전 방안 필요
지난 7일 오전 인천 서구 연희자연마당 연꽃정원.
넓은 정원을 가득 채운 연잎들 사이로 황금빛을 띤 무언가가 반짝인다. 다가가 보니 개구리다. 더 자세히 보니 등 옆 양쪽으로 2개의 굵고 뚜렷한 금색 줄이 눈에 확 띈다. 이 녀석이 바로 ‘금개구리’였구나.
유난히 따사로운 햇볕에 연잎이 머금은 물방울이 포근하게 느껴져서일까. 이 녀석은 물방울 위에서 한참이나 머물고 있다. 햇빛을 품어 반짝이는 물방울과 그 위에 앉은 금개구리의 황금빛이 더해지니 신비롭기까지 하다. 누구라도 이 모습을 본다면 자연이 주는 조화로움에 매료돼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할 것 같다.
같은 날 오후 7시30분께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테크노밸리(TV) 개발 예정지 계양구 동양동의 한 논. 이곳에선 도시개발로 사라질 논습지에 서식하는 금개구리를 보존하기 위한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의 이주작업이 한창이다. 연꽃정원에 사는 금개구리와는 다른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인천에 유일하게 남은 대규모 논습지인 이곳이 조만간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기라도 하는 듯 금개구리들은 생존을 위해 이주작업을 위한 작은 통에 몸을 싣는다.
30여명의 연구소 연구원들이 어두컴컴한 논습지 사이사이를 누비며 고인 물에 숨어 있는 금개구리를 찾아 작은 통으로 옮긴다. 아직 새끼인 유체부터 태어난 지 3년 이상인 성체까지 수백마리의 금개구리가 통 하나에 모여 어딘가로 옮겨지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듯하다. 지난 6월 시작부터 30회에 걸친 이주작업에서 무려 3천456마리의 금개구리가 이곳을 떠났다.
인천에서 금개구리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 금개구리는 작은 웅덩이나 수로 등 협소한 지역에서도 서식지를 이동하지 않고 살아가며, 행동권역이 좁다. 이 때문에 금개구리는 대부분이 논습지에 서식한다.
하지만 인천의 논습지는 인공 습지 등을 제외하고는 각종 도시개발로 이미 사라졌거나 조만간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는 상태다. 앞으로 도심에서 금개구리의 살 곳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개구리는 곤충을 많이 잡아먹고 상위포식자들에게는 잡아 먹힘으로써 논습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한다. 이 같은 금개구리의 먹이사슬에서 허리 역할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금개구리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취약(VU, Vulnerable)종으로 올랐고, 환경부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했다. 금개구리는 개체 수 자체는 비교적 많은 편이나, ‘개체군’ 수가 적고 감소 추세여서 멸종위기종으로 관리받고 있다. 이는 금개구리가 우리나라에서도 서부쪽 일부 지역, 또 거기에서도 농지의 저지대에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농지는 개발압력이 뚜렷한 곳이어서 매년 엄청난 속도로 면적이 감소하는 탓에 금개구리 역시 뚜렷한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김종범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 소장은 “멸종위기종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이들의 서식지를 위협하는 인간의 개발행위이고, 서식지가 완전히 바뀐다는 것은 이들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특정지역만 보존하는 방식이 아닌 논습지 전체의 보전방안이 필요하다”며 “서식지 총량제와 같은 개념을 만들어 이들을 오래도록 보호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금개구리’는?
논습지서 평생 사는 ‘한국 고유종’... 천적 속수무책… 개체수 감소 위협
금개구리는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자 인천 깃대종(보호종)이다.
인천녹색연합과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 등에 따르면 금개구리는 습지가 있는 계양구 서운동, 강화도 등에 서식하는 논습지 생태계 대표종이다. 금개구리의 영문명은 ‘Korean Golden Frog’다. 영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 고유종이다. 저지대 평야에 있는 습지에 서식하고 산란하며 인천을 비롯해 경기, 충남 등 서부권역을 중심으로 소수 집단이 서식한다.
번식시기는 5월 중순부터 시작해 산란을 시작하고 6월 중순에 절정을 이룬다. 산란은 저지대 평야에 있는 농지주변 웅덩이(습지)에서만 이뤄지며 번식기 때 물이 적은 논에서는 유생을 발견하지 못한다.
특히 금개구리는 작은 웅덩이나 수로 등 협소한 지역에서도 서식지를 이동하지 않고 평생을 살아간다. 한 서식지 내에서도 몇 m 정도의 행동권역 안에서만 이동한다. 또 특별히 천적에 대한 회피술이나 방어술이 없어 포식자에게 잡히기 쉬운 종이기도 하다. 생체적인 활동능력도 참개구리 등에 비해 낮기 때문에 개체 수가 감소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매우 많다.
금개구리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주택과 도로 건설 등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상태다.
김민기자
서식지 야금야금 도시화...“더이상 갈 곳이 없어요!”
멸종 위기 양서류 안식처 하루 아침에 사라져... 청라지구·서창2지구·서운산단 개발로 강제이주
인간을 위한 대체서식지 조성… 사후 관리 부실, 최대한 습지 원형보존… 체계적 보호방안 시급
인천의 금개구리를 지키려면 서식지에 대한 종합적인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천녹색연합과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 등에 따르면 금개구리는 인천 백령도와 수도권 매립지 주변 습지대 주변, 계양테크노밸리(TV) 일대에 서식하고 있다. 특히 계양TV는 인천 내륙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연적으로 남은 금개구리 서식지다.
그동안 인천에선 각종 개발사업으로 금개구리, 맹꽁이 등 인천에 사는 멸종위기 양서류들이 원래의 서식지에서 밀려났다. 2007년 청라지구 개발 때 심곡천 하류로, 2009년 서창2지구 개발 때 장아산 남사면으로, 2014년 계양구 서운일반산업단지 개발 때 심곡천변으로 금개구리를 포함한 양서류들은 강제 이주를 당했다.
이주 명분은 간단했다. 원활한 개발을 위한 대체서식지 조성이다. 하지만 대체서식지에 대한 사후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심곡천 옆 대체서식지는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2015년 제2외곽순환(인천~김포)고속도로와 직선화한 경인고속도로의 연결공사 과정에서 망가진 상태다.
이에 따라 개발을 추진하더라도 관리 주체를 명확히 하는 등의 서식지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는 최근 금개구리를 깃대종으로 지정하고 서식현황 용역에 들어간 상태다.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는 개발 때마다 보호방안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체계적인 보호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습지는 바람길로 수도권 서부권역의 기후변화 대응에 매우 중요한 생태공간”이라면서 “최대한 논습지를 원형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민우기자
김종범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장
“이주후 모니터링 필수… 한 마리라도 더 살려야죠”
“금개구리의 원 서식지를 보존하는 게 최선이죠.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이주를 통해 최대한 살려내야죠.”
김종범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장은 1990년대부터 30년 넘게 양서류를 연구하고 있다. 진화학자인 그는 양서류가 유사종이 많아 진화연구에 굉장히 좋은 도구이기 때문에 양서류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첫 연구가 양서류연구여서 그런지 누구보다 개구리에 대한 애정이 깊다.
김 소장은 “예전에는 농촌에 가면 개구리나 맹꽁이 등이 굉장히 많이 보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어 “자꾸만 사라지는 개구리들을 어떻게 하면 보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생태연구부터 현재의 멸종위기종 보존·이주 사업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는 현재 계양테크노밸리(TV) 개발사업 지구에서 양서류 이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개구리는 특성상 트랩에 들어가질 않아 직접 손으로 잡아 이동시켜야 한다. 이미 잡은 금개구리만 3천마리가 넘고, 이마저도 일부 구역인 것을 감안하면 계양TV에는 엄청난 수의 금개구리가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김 소장은 대체 서식지에 금개구리를 이주시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변 환경에 예민한 금개구리가 터전을 옮기기 위해서는 장소, 먹이원, 동면을 위한 장소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김 소장은 “생태계는 여러 요소가 균형을 잡아나가야 유지될 수 있다”며 “더 연구하고 더 완벽한 환경을 조성해 금개구리뿐 아니라 소중한 생태계를 지키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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