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깃대종, 생태계를 가다 ②] 영종도 갯벌의 허파 '흰발농게'…개발에 생존 위협

- 최대 서식지 영종2지구 갯벌 인근서 대규모 공사 현장
- 시각·진동에 매우 예민…생존 위해 쫒겨나듯 거처 이동
- 인천시는 구체적 보존 방법 못찾아…"서식지 보호 대책 시급"

인천 중구 영종2지구 개발사업 예정지 갯벌에서 짝짓기 철을 맞은 멸종위기종 2급인 흰발농게가 흰색의 큰 집게발을 흔들며 암컷을 유혹하고 있다. 흰발농게 수컷은 자신의 서식처에 15cm 정도의 굴을 판뒤, 입구에 퇴적물을 쌓아놓고 큰 집게발을 흔들며 암컷을 유혹하는 짝짓기 습성을 갖고 있다. 장용준기자
인천 중구 영종2지구 개발사업 예정지 갯벌에서 짝짓기 철을 맞은 멸종위기종 2급인 흰발농게가 흰색의 큰 집게발을 흔들며 암컷을 유혹하고 있다. 흰발농게 수컷은 자신의 서식처에 15cm 정도의 굴을 판뒤, 입구에 퇴적물을 쌓아놓고 큰 집게발을 흔들며 암컷을 유혹하는 짝짓기 습성을 갖고 있다. 장용준기자

흰발농게의 최대 서식지인 영종 갯벌 생태계가 각종 개발 사업으로 위협받고 있다. 인천시가 최근 흰발농게를 깃대종(보호종)으로 지정하는 등 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인 후속 대책은 미흡하다.

21일 시와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인천 중구 영종도 영종2지구 갯벌 393만5천㎡ 중 9만5천여㎡에 이르는 면적에 흰발농게가 200만 마리 넘게 살고 있다. 전국에서 이곳은 흰발농게의 최대 서식지로 꼽힌다.

몸 전체 크기가 100원짜리 동전만 한 흰발농게는 수컷의 집게발이 몸체만 한 것이 특징이다. 갯벌 상부에 살면서도 갯벌 바닥에 구멍을 내고 살며 갯벌에 숨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해안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지난 2012년 2급 멸종위기종으로, 해양수산부는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각각 지정했다.

지난 2018년 흰발농게가 영종2지구에 대규모로 번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시는 올해 4월 흰발농게를 깃대종으로 지정한 상태다. 흰발농게와 함께 주변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환경단체는 흰발농게가 멸종위기지만 개체 수가 수백만 마리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생물량이 많다는 것은 갯벌 생태계 안에서 우리가 아직 찾지 못한 어떠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근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쉽게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하지만 흰발농게의 서식처가 각종 개발사업에 위협받고 있다. 서식지 바로 옆에 332만㎡ 규모의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항만 재개발 사업이 한창이고, 2030년까지 제2준설토투기장(416만㎡)에 준설토 매립이 이뤄지고 있다.

대형 중장비들이 오가는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 진출입로 공사장 바로 옆 갯벌에 서식하던 흰발농게는 점점 바깥쪽으로 쫓겨나듯 서식지를 옮겨가고 있다. 앞으로 제2준설토투기장 매립이 끝나 또 다른 재개발을 시작하면 지금의 공간마저도 자취를 감출 수 있다. 흰발농게가 사람의 발걸음에도 자취를 감출 만큼, 시각과 진동에 예민한 특성이 있어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흰발농게는 갯벌 위쪽에 얕은 구멍을 뚫고 살기 때문에 매립에 매우 취약하다.

이런데도 시는 아직 깃대종 지정 이외에 흰발농게에 대한 구체적인 보존 방안 등은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시가 깃대종을 지정하며 보호의 필요성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은 환영하면서도, 실질적인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태원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흰발농게는 시각과 땅의 진동을 활용해 의사소통을 하며 살아간다”며 “이는 흰발농게가 외부의 진동과 소음으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겨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또 “서식지 이전 등의 대책은 최후의 수단으로 성공사례가 적은 만큼, 현 서식지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흰발농게 서식지를 보존하는 것은 단순히 한 생물만을 지키는 의미가 아니다. 먼지나 오·폐수 정화 등 자연 속에서 순작용하는 갯벌과 함께 생태계 축을 이루는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흰이빨참갯지렁이 등 수많은 생물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이민우·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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