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깃대종, 생태계를 가다 ②] 드넓은 영종갯벌 위 하얀 진주처럼 반짝, ‘흰발농게’

“흰발농게를 아십니까?”

이름만 들으면 ‘발의 색깔이 하얀색인 농게?’라는 느낌뿐이다. 아직 흰발농게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지도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 적다는 것은 곧 관심도 부족하다는 의미다.

흰발농게는 아직 아무에게나 얼굴을 드러내 주지 않는다. 흰발농게의 주 서식처인 인천 중구 영종도의 동쪽 영종2지구 갯벌로 가려면 공사 현장을 뚫고 비포장도로를 30분 넘게 달려야 한다. 갯벌 초입에서도 물이 빠져 뻘이 드러나면 만날 수 있기도 하지만, 이곳에서는 흰발농게의 진면목을 볼 수 없다.

최근 찾은 드넓은 영종 갯벌에는 작은 하얀 점들이 꿈틀댄다. 최대한 가까이 가 자세히 봐야 흰발농게라는 것을 알 만큼 작다. 몸 전체가 100원짜리 동전만 하다. 손가락을 뻗어 잠깐 ‘한놈’, ‘두시기’, ‘석삼’, ‘너구리’, ‘오징어’까지 수를 세다가 포기한다. 수천 마리인지, 수만 마리인지, 이 녀석들의 수를 세는 일은 사실 바보짓에 가깝다. 정신없이 좌우로 마구 몸을 흔드는 이 녀석들의 모습에 죄다 그놈이 그놈 같을 뿐이다.

인천 중구 영종2지구 개발사업 예정지 갯벌에서 짝짓기 철을 맞은 멸종위기종 2급인 흰발농게가 흰색의 큰 집게발을 흔들며 암컷을 유혹하고 있다. 흰발농게 수컷은 자신의 서식처에 15cm 정도의 굴을 판뒤, 입구에 퇴적물을 쌓아놓고 큰 집게발을 흔들며 암컷을 유혹하는 짝짓기 습성을 갖고 있다. 장용준기자
인천 중구 영종2지구 개발사업 예정지 갯벌에서 짝짓기 철을 맞은 멸종위기종 2급인 흰발농게가 흰색의 큰 집게발을 흔들며 암컷을 유혹하고 있다. 흰발농게 수컷은 자신의 서식처에 15cm 정도의 굴을 판뒤, 입구에 퇴적물을 쌓아놓고 큰 집게발을 흔들며 암컷을 유혹하는 짝짓기 습성을 갖고 있다. 장용준기자

수게들이 암게들을 유혹하려 위아래로 흔드는 하얀 집게발은 갯벌 위로 드리운 햇살을 머금어 진주알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연애의 기본이 누가 ‘밀고 당기기(밀당)’라고 했는가. 숨구멍을 들락날락 거리며 힐끔힐끔 수게들을 훔쳐보는 암게들의 모습에서 세상의 모든 연애사를 껴맞춰 보는 것도 재미다.

흰발농게들은 영종2지구 갯벌 393만5천㎡ 중 9만5천여㎡에 이르는 면적에 200만 마리 넘게 서식한다. 주로 갯벌 상부에 살기에 갯벌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눈으로 볼 수 있다.

흰발농게가 일반 게들처럼 굴을 파고 사니 유기물을 무기물로 분해하며 갯벌을 이루는 칠면초(염생식물) 등 1차 생산자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도 당연한 일이다. 이 양분을 먹고 자란 칠면초는 붉게 군락을 이뤄 보기에도 좋지만, 갯벌을 꽉 잡아줘서 침식을 막는다. 갯벌의 생태계 구성원은 서로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천시가 흰발농게를 깃대종으로 지정한 만큼, 흰발농게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 흰발농게가 얼마나 중요한 생물인지, 왜 우리가 지켜야 하는 생물인지 많은 시민이 알아야 한다. 현재는 영종 갯벌 입구에 작은 안내판 하나만 흰발농게를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흰발농게 서식에 대한 조사도 아직 부족하다. 2019년에 해양생물자원관에서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영종 갯벌이 국내 최대 서식지라는 것이 알려졌을 뿐이다.

김태원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아직도 영종 갯벌에 흰발농게 서식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곳도 상당히 많다”며 “서식지가 워낙 독특한 만큼, 꾸준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민·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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