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 “자제” VS “계속”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북한이 총격을 가하고 이 실탄이 민간인 거주지역으로 날아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접경지역 주민과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물론, 전문가들도 대북전단 살포는 자제돼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한과의 사상과 이념, 체제문제로 접경지역 주민이 더 이상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서는 안되며, 올 초 남북고위급 합의 핵심내용인 상호비방중상 중단 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탈북자단체 등 대북단체는 대북전단 살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접경지역 주민과의 마찰도 우려되고 있다. 12일 연천과 파주 등 접경지역 주민들은 탈북단체들의 대북전단 풍선과 관련, 지난 10일 연천군 중면사무소 옆 민방공대피소에 북한이 공중으로 사격한 14.5㎜ 고사총 실탄 2발이 떨어져 긴급 대피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연천지역 주민 A씨는 (대북전단 살포에 의해)피해를 보는 것은 주민들뿐이라면서 정부의 자제요청을 듣지않고 공개적으로 대북전단을 뿌리는 사람은 처벌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무장지대 안 파주 대성동 마을에 거주하는 B씨 역시 그렇게 대북전단 살포를 말렸는데 탈북자단체는 들은 척 만척 막무가내로 대북전단을 살포해 피해를 보게 생겼다며 북한도발을 우려했고, 오두산통일주차장 인근에서 영업하는 C씨(46)도 북한이 바뀌는 것도 필요하나 당장 우리들의 생업이 우선이다. 당국이 하지 못하면 상인들이 힘을 합쳐 대북전단살포를 철저히 막겠다고 선언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도 앞서 대북전단 살포 전 풍선날리기 행사를 자제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었다. 북한 전문가들도 올 초 남북고위급 합의 핵심내용이 상호비방 중상 중단 합의였다며 대북전단 풍선 날리기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대북단체는 남북고위급 합의 이후에도 백령도에서 전단을 살포하는 등 약속을 깨트렸고 이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면서 실제 총격전까지 벌어지게 됐다면서 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려 있는 만큼 (북한을 자극하는)전단 살포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북단체들은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와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은 각각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을 향해 14.5㎜ 고사총을 발포했음에도 전단 살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북한의 공갈 협박에 굴하지 않고 전단 살포를 계속하겠다. 전단 살포를 멈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역종합

北 "고위급접촉 물거품 다름없다"… 대북전단 거듭 비난

북한은 12일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거듭 비난하며 2차 남북 고위급접촉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고 경고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정세 파국을 몰아오는 도발의 장본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번 반공화국 도발(대북전단 살포)의 주모자는 다름아닌 남조선 당국"이라며 "괴뢰패당의 처사로 하여 북남관계가 파국에 빠지게 된 것은 물론 예정된 제2차 북남 고위급접촉도 물거품으로 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민족의 운명은 안중에도 없이 불순한 망상에 사로잡혀 대화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분별한 도발에 열을 올리는 자들에게서 북남관계 개선이나 결실 있는 대화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대북전단 살포가 "극악한 심리모략전의 일환"이라며 "쌍방간에 엄중한 군사적 충돌까지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명백한 사실"이라고 지적했으나 대북전단 살포로 남북간 총격전이 벌어진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신문은 "이번의 불미스러운 사태를 지켜보면서 내외 여론은 북남관계 개선은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절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새삼스럽게 깨닫게 됐다"며 "앞으로 북남관계의 전도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 서기국 최혁' 명의의 기고문에서 "삐라 살포 망동으로 하여 북남 사이에는 총탄이 오가는 엄중한 사태까지 발생했다"며 "모처럼 마련된 대화 국면은 여지없이 깨지고 북남관계는 다시금 파국의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北매체 "삐라로 남북관계 파국"…고위급접촉 무산 시사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1일 대북전단 살포로 인해 전날 발생한 남북 간 총격전을 언급하며 남북이 합의한 제2차 고위급접촉이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고 밝혔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란 제목의 개인 필명 글에서 탈북자단체들이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중상모독하는 모략적인 전단 살포를 감행"함으로써 "북남 간에 총탄이 오고 가는 엄중한 사태까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괴뢰패당의 무책임하고 도전적인 처사로 하여 북남관계가 파국의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북남 사이에 예정된 제2차 고위급접촉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고 말해 이달 말부터 내달 초로 예정돼 있는 2차 고위급접촉이 무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와 북남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마땅히 우리의 경종을 심중하게 받아들이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괴뢰패당은 삐라살포 난동을 저지시키려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을뿐 아니라 오히려 묵인두둔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우리는 북남관계를 완전히 뒤집어엎는 이번 삐라살포 난동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매체는 "앞으로 북남관계가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은 남조선 괴뢰들의 태도에 전적으로 달렸다"고 강조해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는 남겼다.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또다른 글에서도 총격전에 대해 "북남관계를 파국의 원점으로 되돌려 세우려는 미국과 괴뢰패당의 외도적이며 계획적인 도발책동의 산물"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북한의 공식매체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남북 총격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北, 최전방 배치 2열식 14.5㎜ 고사총 발사 추정

북한은 10일 최전방 고사포 부대에 배치된 총구가 2열식인 14.5㎜ 고사총으로 우리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실은 풍선을 겨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고사총은 구 소련에서 개발한 14.5㎜ ZPU 중기관총 여러 정을 묶어 만든 대공화기로,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 때도 쓰였다. 총구가 2열식, 4열식 두 종류인 고사총이 배치되어 있다. 기관총구의 개수에 따라 ZPU-2,4로 나뉜다. 한 정이 분당 1천200발을 발사할 수 있고, 유효사거리는 고도 1.4㎞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대공 방어용으로 ZPU 계열 화기를 대량 운용하고 있으며, 일반 보병연대에도 14.5mm 고사총 중대를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군으로만 구성된 고사총 부대도 다수 운용 중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전방에는 총열 2개짜리 ZPU-2가 주로 배치됐고 이번 총격에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군은 과거 휴전선 부근에 일어난 국지적 교전에서 14.5㎜ 고사총을 여러 차례 동원한 적이 있다. 지난 2010년 10월 북한군은 강원도 화천 지역의 우리 측 GP를 향해 두 발의 고사총을 발사했고, 2003년 7월 경기도 연천 GP에서 일어난 총격전에도 이 무기를 동원했다. 북한군은 과거 우리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 당시에도 이 ZPU 계열 고사총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사격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우리 군이 대응사격에 이용한 K-6 중기관총은 1986년에 국내에서 개발했다. 미국제 M-2 중기관총을 참고로 개발한 것으로 신속한 총열교환을 위해 M-2 기관총이 채택한 나사회전식 교환방식이 아닌 '잠금턱' 방식을 적용했다. 5초 만에 총열교환이 가능하다. 1989년부터 전군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구경은 12.7㎜로 분당 450600발을 발사할 수 있다. 중량은 37㎏이다. 연합뉴스

軍, 北 도발원점은 타격못해…北, 야산 뒤에서 쏜듯

군 당국은 북한이 10일 경기도 연천지역으로 14.5㎜ 고사총을 발사한 도발 원점을 정확하게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그간 북한이 남측으로 군사도발을 감행하면 그 도발 원점과 지휘세력, 지원세력을 응징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군은 이날 오후 3시55분께부터 북측지역에서 간헐적으로 발사되는 고사총 총성을 청취했다. 그러나 고사총탄의 궤적은 대포병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아 정확한 도발 원점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1시간 가까이 만에 우리 측 지역에 떨어진 총탄을 확인한 후 오후 5시40분부터 인접 북한군 GP(비무장지대 내 소초)를 향해 K-6 기관총 40여 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발포한 총성을 청취한 후 1시간45분 만에 응사가 시작된 것이다. 도발 원점을 즉각 응사하겠다고 한 다짐이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군의 한 소식통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에서 떨어진 야산 뒤쪽에 고사총을 숨겨 놓고 발사한 것 같다고 전했다. 14.5㎜ 고사총은 저공으로 비행하는 헬기나 항공기를 요격하는 대공무기라서 이동이 쉽고 빠르게 숨길 수 있는 무기로 꼽히고 있다. 군 당국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군의 도발 원점을 찾아내지 못하면 최근접 GP를 향해 응사하도록 우발계획이 수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메뉴얼상에 도발 원점이 확인되지 않으면 총성이나 포성이 청취된 곳에서 최근접 거리에 있는 GP 쪽으로 응사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군 당국은 북한군이 도발한 탄종 수량의 34배 이상으로 응사한다는 지침은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10여 발의 총성을 청취하고 우리 측 지역으로 떨어진 총탄을 확인한 다음 K-6 기관총 40여 발을 응사했다고 한다. 이어 북한군이 우리 GP를 향해 소총 수 발을 발사했을 때도 소총 9발로 응사해 34배로 응징한다는 지침을 실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北, 대북전단에 첫 물리적 대응…뭘 노렸나

북한이 우리 민간단체가 경기도 연천에서 날린 대북전단을 향해 고사총을 발사한 것은 그동안 여러 차례 해온 '타격 위협'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달 "우리 군대는 이미 삐라살포행위를 전쟁 도발행위로 간주하고 도발원점과 지원지휘세력을 즉시에 초토화해버리겠다고 천명했다"며 "결코 경고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북한군 서부전선사령부는 2012년 10월 '공개통고장'을 통해 "삐라살포지점은 그대로 둘 수 없는 도발 원점이며 우리가 그 즉시 청산 해버려야 할 물리적 타격 목표"라고 위협했다. 또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달 9일 서기국 보도를 발표해 "남측이 삐라 살포 난동을 허용하거나 묵인한다면 북남관계는 또다시 수습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도발자가 지게 될 것"이라며 "북남관계가 다시 파국에 처하는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북한은 이처럼 남쪽의 전단 살포에 대해 위협하면서도 실제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잇단 경고에도 남한에서 대북전단을 막기 위한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총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달 13일과 15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전통문을 보내 남측이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해야 대화의 문이 열릴 수 있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표현의 자유 등을 내세워 탈북단체의 전단 살포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총격은 지속적인 중단 요구와 청와대에 전통문까지 보냈음에도 삐라 살포가 이뤄진 것에 대한 대응"이라며 "단호한 행동을 보여줘 그동안의 위협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격은 북한이 남쪽에서 보내는 전단에 대한 민감성도 함께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전단에 담긴 내용이 대부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겨냥한 인신공격성 내용을 담고 있고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수령을 중심으로 하는 유일 지배체제를 갖춘 북한은 최고지도자를 '최고존엄'으로 부르며 체제의 중심으로 숭배하는 상황에서 남측에서 뿌려지는 전단이 북한 사회의 이완을 부추기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별다른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던 북한이 김정은 제1위원장이 37일째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당 창건일인 10일 대북전단을 향해 총격을 가한 것은 이번 조치가 김정은 체제 보호라는 정치적 성격을 담았음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대북전단에 총격을 가한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불편한 몸에서 회복 중인 상황이고 당 창건 기념일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통해 남한 내 대북전단 살포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저지 세력 간의 갈등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도 담긴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원인이 전단 살포에 있는 만큼 군사적 대응을 통해 남북간 위기를 고조시키고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세력의 결집과 적극적인 움직임을 우회적으로 촉구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대북전단 살포, 어떤 민간단체가 하나

10일 남북 간 비무장지대 총격전까지 몰고 온 대북전단 살포는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단체가 이날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주차장에서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4주기를 추모하는 등 내용을 담은 대북전단 20만 장을 살포한 자유북한운동연합이다. 4년 전부터는 군 출신 탈북자로 구성된 북한인민해방전선과 대북매체인 자유북한방송도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 살포에 동참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떠들썩하게 대북전단을 보내는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달리 탈북자 이민복 씨는 비공개로 꾸준히 북한에 삐라를 뿌리고 있다. 그는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 자격으로 주로 기독교계의 후원을 받아 대북전단을 실은 풍선을 북한으로 날려보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씨는 이날 오후 1시50분께 경기도 연천군 중면 소재 야산에서 대북전단 132만장을 풍선 23개에 실어 북한 쪽으로 날려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북한군 출신인 백요셉 씨가 대표로 있는 남북대학생총연합도 비공개로 대북전단 살포를 시작했다. 최근 들어 대북전단 살포에는 한국의 보수단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북단체인 블루유니온은 지난해 10월과 성탄절 실향민 단체들과 함께 경기도 연천, 강원도 철원 일대에서 대북전단 수십만 장을 풍선에 띄워 보냈으며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도 여러 차례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정부는 이처럼 대북전단 살포의 주체가 민간단체들이기 때문에 북한의 반발이 있어도 이들의 전단 살포를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NLL 사격전·휴전선 총격전…2차 고위급접촉 암운

황병서 등 북한 고위급 3인방의 파격적인 방남을 계기로 급진전이 기대됐던 남북관계가 다시 위기에 놓였다.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에 따른 지난 7일 남북 함정 간 사격전에 이어 10일에는 민간단체가 띄운 대북전단을 두고 휴전선 일대에서 남북 간 총격전이 발생하면서 남북관계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북이 합의한 이달 말내달 초 2차 고위급 접촉의 성사가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일단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이 2차 고위급 접촉 합의로 대화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 놓은 상황에서 해묵은 현안인 서해 NLL, 대북전단 살포 등을 먼저 문제삼으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린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황병서 일행의 방남을 통해 남북대화를 주도하는 모양새를 연출해놓고도 본격적 인 대화 전에 판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에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고사총 도발'이 처음에는 우리 군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 대북전단을 노렸다는 점에서 북한이 아직 남북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까지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신 군사적 수단까지 동원한 극단적 방식의 대남 압박을 통해 대화 판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가져가려고 하고 결과가 여의치 않으면 우리측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오히려 더욱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이는 북한 특유의 전술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자신들이 얘기했던 부분에 쐐기를 박는 행동을 통해서 우리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려는 듯 하다"며 "1회성 도발이라면 (대화) 판이 엎어지지는 않을 것 같지만 2차 고위급 접촉이 이뤄져도 의제가 매우 복잡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이후 비록 수위는 조절하고 있지만 다시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실명 비난을 재개하는 등 대남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대화 합의 후 남측 동향에 대한 실망감으로 다시 강경 노선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단 북한이 위협이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효과를 거두면서도 실제로는 남북관계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제한적인 도발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북한이 고위급 접촉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취했음에도 남측에서 524 조치에 대해 달라질 것이 없다는 통일장관의 발언이 나오는 것 등을 보고 박근혜 정부와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회의론이 일 어나 다시 초강경 대응으로 나오게 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북한의 도발성 행태로 우리 국민 사이에서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 노력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질 수 있어 향후 남북대화 동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靑, `北발포' 긴급회의 소집… 朴대통령에 즉시 상황보고

청와대는 10일 북한이 우리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향해 고사총을 발포한 것과 관련, 긴급하게 내부회의를 소집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은 이날 상황 발생 직후 내부회의를 즉각 소집해 북측의 의도와 상황의 심각성 등을 파악하고,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히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박 대통령에게 북한의 발포와 우리 측의 대응사격 및 피해 여부 등을 즉각 보고했으며,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각 수석실에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는 북한의 고사총 발포와 우리 군의 대응사격 이후 추가로 특이동향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는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자체 논평을 내지 않고 주무부처인 국방부로 언론 대응을 일원화했다. 이는 청와대의 입장 표명이 현재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남북관계의 유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남북관계 해법을 둘러싼 박 대통령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 4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이후 일시적으로 대화분위기가 조성됐으나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과 이날 상황으로 인해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앞두고 남북관계가 대결국면으로 급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더우기 박 대통령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14일 출국할 예정이어서 긴장국면이 조성되는 남북관계가 해외 순방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대통령은 출국을 하루 앞둔 13일 통일준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남북관계 현안을 포괄적으로 점검할 예정이어서 북한의 행보를 놓고 박 대통령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北대표단 방남 6일만에 '총격전'…군사긴장감 고조

북한이 10일 탈북자 단체가 날린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총격을 가하고 우리 군도 대응 사격으로 맞받아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총격전은 북한의 실세 3인방의 방남으로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이 한층 고조된 시기에 발생한 것으로 향후 남북관계 해빙 전망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 연평도 포격 이후 4년여 만에 남측으로 北총탄 떨어져 북한이 발사한 14.5㎜ 고사총 수발은 경기도 연천 지역 민간인통제선 일대 우리 군부대 주둔지와 연천군 삼곶리 중면 면사무소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부대에서는 지상으로 떨어진 고사총탄 1발의 사진을 증거로 촬영해 합참으로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쏜 총탄이 우리 측 민간인까지 거주하는 지역에 떨어진 것은 지난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4년여 만이다. 우리 군은 낙탄을 확인하고 북한군 GP(비무장지대내 소초) 일대에 K-6 기관총 40여 발로 대응 사격을 가했다. 1차 대응 사격이 끝나자마자 북측은 우리 군 GP 상공으로 소총 사격을 가했고, 우리 GP에서도 북측 GP 쪽을 향해 소총 9발로 다시 대응 사격을 했다. 북측이 발사한 총탄은 우리 군 GP 상공으로 날아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북한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무력으로 대응하겠다고 한 위협을 실제 감행했다. 북한은 지난 2010년 10월 북한군 서부전선사령부의 '공개통고장'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타격을 위협하면서 원점이 타격 목표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에는 각종 매체를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 원점과 지원세력, 지휘세력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번에 남측을 향해 무력을 행사함으로써 북한군의 군사 도발이 더욱 호전적이고 공세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軍, 대북전단 둘러싼 北도발 예상 우리 군은 대북전단을 둘러싼 북한의 도발을 예상하고 우발대응 계획을 수립해왔다. 북한이 군사분계선 상공으로 날아가는 대북전단을 향해 총격이나 포격을 가해 총탄과 포탄이 우리 측 지역으로 떨어지면 응사하겠다는 계획을 발전시켜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북측이 14.5㎜ 고사총으로 총격을 가해온 만큼 군도 K-6 기관총으로 응사했다고 한다. 만약 북한이 자주포나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했다면 군도 상응한 무기로 응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현재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군사분계선 근처 부대에 화력대기태세를 하달해 놓고 북한군 동향을 정밀 감시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비록 공중의 대북 전단을 향했다고 하지만 남측 상공으로 도발을 감행한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군의 한 전문가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군의 지상, 공중, 해상훈련이 실전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군사분계선 일대 군부대에 우리 군 GP 모형을 만들어 넣고 타격과 진지 점령 훈련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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