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PHOTO 경기 표지

[Issue] ‘연평도 포격 2주년’ 아물지 않은 상처

일상 되찾은 섬마을 비극 다시는 없기를 인천 연평바다 끝자락에 서면 북이 보인다. 엎어지면 코 닿을 데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만큼 망원경으로는 사람이 오가는 것이 보일 정도로 가깝다. 하지만 마음의 거리는 지구 한바퀴를 돌아 반대편에 닿을 만큼 멀다. 상처가 깊은 탓이다. 가까운 만큼 불안감도 크기 때문이다. 한동안은 일하느라 잊고 지냈지만 이 맘 때가 되면 어쩔 수 없이 그날의 악몽이 떠오르네요 연평에서 꽃게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박춘식씨(43)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포격 이후로는 훈련이 더 강화돼 포 소리를 자장가 삼아서 살아가고 있다며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피폭 당시, 박씨의 집과 창고는 대포를 맞아 불타버렸다. 운이 좋게 앞집에서 늦은 점심을 하고 있던 박씨 가족은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박씨는 피폭 2주기가 됐다고 좁은 연평도가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위로를 주고 있어서 감사하다며 하지만 연평도에 정말 절실히 필요한 것은 더 이상 그 날의 아픔을 떠올리면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평화와 평온함인 것 같다고 했다. 괜한 이야기를 꺼냈나 미안해질 정도로 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차올랐다. 떨리는 목소리는 깊은 아픔을 고스란히 전해줬다. 그래도 얼마 전, 가족끼리 단촐 하게 모여 어머니의 68세 생신 축하파티를 했던 일이라든지 꽃게나 조기를 제철마다 잊지 않고 찾아주는 단골손님들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꺼내어놓으며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됐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피폭사태가 있은 지 어느 덧 2년이 지났다. 연평 지역 주민 안정을 되찾고 평온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포격에 부서졌던 집 32채는 온전히 제 모습을 찾았고 낡고 쓰러져가던 집들도 반듯한 새 집으로 공사가 한창이다. 연평초등학교에는 어린이 10여 명이 비가 살짝 흩날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줄넘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재잘거리면서 수다를 떠는 모습이나 간식을 입에 물고 투닥거리는 것은 여느 초등학교와 다를 바 없다. 한 아이를 불러 춥지 않냐고 물었더니 어깨 한번 으쓱하더니 괜찮다면서 이내 아이들 무리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김광석 연평초 교무부장은 아이들은 일부러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만 하지 않으면 평온하게 잘 지내고 있다면서 아직 완벽하게 상처를 극복하고 불안을 떨쳐낸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상담치료를 받는다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밖에는 집집마다 김장을 담글 준비를 하면서 배추를 다듬고 절이느라 분주하다. 족히 100포기는 돼 보일 정도로 양도 푸짐하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김장김치를 해놓는 게 가장 급선무다. 연평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 김세영 어르신(74여)도 요새 가장 큰 걱정거리를 아픈 허리라고 꼽을 정도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김 어르신은 허리 아프고 다리 아파서 공공근로도 하기 어려운 게 제일 걱정이라며 포소리를 들을 때면 아직도 마음속에 불안감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젠 괜찮다고 초연함을 보였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연평에 제일 필요한 게 뭐냐고 물었더니 이제는 아무 걱정이나 불안함 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대통령이 제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연평도,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불과 3㎞ 떨어진 섬. 갈도, 장재도, 석도, 개머리 등 북측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섬들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북한과 가까운 곳. 연평 피폭 2주기를 하루 앞두고 북의 도발 소식이 연평도에도 전해지면서 긴장과 불안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평화를 원한다. 평화가 필요하다 안보관광지로 급부상 비극 딛고 일어선 평화의 섬 연평도는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섬은 아니다. 그래도 꼭 한번 다녀가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다. 조금 구불거리는 나즈막한 산길을 따라 10여분을 올라가면 등대공원이 나온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바다가 있다. 또 제1연평해전(1999), 제2연평해전(2002), 대청해전(2009)과 천안함 폭침(2010), 연평도 포격(2010)의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공원도 있다. 동판에 새겨진 얼굴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춰본다. 괜스레 머리가 숙여지고 마음이 무겁다. 미안함이 밀려온다. 누가 저 어린 병사들을 사지로 몰았을까. 우리 모두의 굴레다. 연평도 피폭 2주기(11월23일)를 맞아 연평도 선착장에는 사람들이 붐빈다. 인천 해병대 전우회 10여 명, 인천지역 부녀회원 10여 명, 산악동아리 회원 10여 명, 관광객이다. 자신을 해병대 36기라고 소개한 임광조씨(78)는 지난해에도 연평도를 찾았고 올해 또 연평도를 방문했다면서 많이 어렵고 힘들었을 텐데 잘 지내고 있는 주민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대학교 외국인 유학생 견학단 50명도 연평을 찾아 포격현장과 군부대 등을 돌아봤다. 스페인, 일본, 중국 등 유학생으로 구성된 견학단은 이날 인천해양경찰 함정을 이용해 11월21일~22일 일정으로 연평도에서 안보체험을 했다. 스페인 말라가대학 교환학생인 알바로 마르티네즈씨(25경영학과)는 한국이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것을 머리뿐만 아니라 마음으로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됐다며 더 많은 외국인들이 현장에서 평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평도 피폭 당시 부서진 건물로 만든 안보교육장이 11월 23일 준공되고 섬 동쪽 망향전망대, 섬 서쪽 등대공원 등을 잇는 안보관광코스도 개발되고 있다. 연평도는 분명 제주도처럼 아름다운 섬은 아니다. 볼거리도 먹을거리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시골마을처럼 인심이 후하지도 않다. 2년 전 이곳은 분명 전쟁터와 다르지 않았다. 지금은 마을이 복구되고 집이 새로 들어서고 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파도소리보다 포소리가 많이 들리는 곳이다. 연평도를 특별한 섬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평화다. 상처를 딛고 일어선 사람들이다. 그들이 주는 용기와 희망이다. 글 _ 연평도ㆍ김미경 기자 hightop@kyeonggi.com 사진 _ 장용준 기자 jyjun@kyeonggi.com

[Issue] 부천상공회의소 ‘수출유망상품 아시아지역 특별전시회’

부천시는 부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지난 10월 25일부터 27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버쟈야 타임스퀘어 호텔 쇼핑몰에서 부천시 수출유망상품 아시아지역 특별전시회를 개최했다. 3일간 바이어 212명으로부터 164건 540만 달러의 상담실적과 93건 280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쾌거를 이뤘다. 부천시 수출유망상품 특별전시회는 내수침체로 위축된 관내 중소기업들에게 해외시장에서 중소기업의 우수제품을 홍보하고 수출 및 판로개척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부천시와 부천상의가 공동으로 추진한 사업으로, 지난 2004년 처음 시작해 지난 2010년까지 7회에 걸쳐 필리핀에서 개최됐다. 이후 제2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지난해부터 말레이시아로 국가를 변경, 올해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하게 된 것. 이 전시회는 순수 민간단체간의 전시회로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는 수동적인 전시회가 아닌 현지 영향력 있는 대규모 바이어를 상대로 각각 필요한 상품을 보고, 현장에서 상담과 계약을 이끌어내는 수요자와 공급자간 맞춤형 전시회로 개최돼 주목받았다. 특히 기존 방식과 달리 부천시와 부천상의가 부천시 관내 우수 중소기업 16개 수출업체를 선정해 전시회 장소를 제공하고 현지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OKTA) 말레이시아지부가 주관, 말레이시아 한인회와 KOTRA 말레이시아지부, 말레이시아 대사관이 후원한 대규모 전시회로 진행돼 현지 기업 바이어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괄목할만한 수출실적을 이끌어 냈다. 전시회에서는 K-POP 경연대회, 한국 전통문화 공연, 김밥말기 체험 등 다양한 행사와 한류 부천을 테마로 부천시를 현지에서 홍보하는 다채로운 이벤트가 마련돼 연일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이중 부천로봇파크에서 제공한 K-POP댄스 로봇은 매 시간마다 한국의 댄스 음악에 맞춘 춤을 선보여 쇼핑을 나온 일반 현지인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번 전시회 성과 중 가장 큰 실적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부천시 수출유망상품 상설전시관이 생긴 것이다. 중기 해외판로 개척 적극 지원무역 1천만 달러 시대 눈앞 허진학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OKTA) 말레이시아지부 회장은 제1회 전시회부터 참가해 올해 전시회를 주관하면서 부천시의 우수상품에 대한 경쟁력을 인정, 자비를 들여 쿠알라룸푸르 중심지에 150㎡(약 60평) 규모의 부천시 수출유망상품 상설전시관을 만들었다. 부천상의 여성국 사무국장과 배덕기 기업지원과장이 지난해부터 OKTA 말레이시아지부와 끊임없는 관계를 지속함으로써 열정을 가지고 노력한 결과 특별한 지원 없이 현지에 부천시 중소기업을 위한 상설전시관을 마련하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쿠알라룸푸르에는 현재 경기도중소기업지원센터가 있어 경기도 중소기업의 상품 홍보와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지만 단일 지자체로 상설전시관을 갖기는 부천시가 처음이다. 이명복 ㈜글로벌비전코리아 대표이사는 이번에 부천시 상설전시관이 생겨 현지 바이어들이 우리의 상품을 전시관에서 볼 수 있게 돼 앞으로 수출계약이 전시관 홍보 덕분에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전시회를 주관한 허진학 OKTA 말레이시아지부회장은 이번 전시회에서 500만 달러의 상담이 모두 계약으로 이루어질 것 같다면서 부천시와 말레이시아의 무역이 1천만 달러 시대를 열 날이 멀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회는 ㈜글로벌비전코리아 이명복 대표이사, 디아이케이㈜ 강덕수 사장, 로얄금속㈜ 이홍부 부장, 사콕스 유병훈 대표, 서광기업 석현철 대표, ㈜소입 박천순 대표이사, 신림상역 손종철 대표, ㈜애니룩스 고예름 대표이사, ㈜에스이씨오 진방호 회장, ㈜이앤이 박희봉 사장, ㈜이화창 이중완 대표이사, 정삼당코리아 류재익 대표, ㈜)지에스아이 이경희 대표이사, ㈜코비스스포츠 김수창 본부장, ㈜홈케어 서정민 대표이사 등 부천시 16개 수출유망상품 업체가 참가했다. [Interview] 조성만 부천상공회의소 회장 수요자와 공급자간 맞춤형 전시회로 차별화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하고 어려운 경제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조성만 부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개척을 통한 판로를 확보하는 기업인의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 회장은 국내시장의 어려운 여건을 한탄하기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는 글로벌 해외시장을 뚫기 위해 발로 뛰는 경영이 지금 경제상황에서 필요한 시기라도 생각해 이번 전시회를 기업에 맞는 맞춤형 전시회로 기획했다. 다음은 조 회장의 이번 전시회에 대한 일문일답. 2012년 부천시 수출유망상품 특별전시회와 예년 전시회와의 차이점은 뭔가. 기존의 전시회는 막연히 현장에서 바이어를 기다리는 것이라면 이번에는 현지 OKTA 말레이시아지부와 한인회, KOTRA 지부 등과 함께 실질적인 바이어를 섭외해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는 맞춤형 전시회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일반 관람객들은 현장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K-POP경연대회와 한국 전통 공연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며 특히 한류 부천을 알리는 다채로운 이벤트도 마련해 축제의 한마당이자 생동감 있는 전시회로 구성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이뤄진 상담이 수출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들었다. 실적을 평가한다면. 전시회가 거듭되면서 해외시장 개척의 노하우가 생기는 듯하다. 처음에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참여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매출과 실적을 거둘 수 있는 바이어 섭외가 가능해져 향후 1천만 달러 수출 실적이 눈앞에 펼쳐질 것으로 본다. 또 이번 전시회를 통해 허진학 OKTA 말레이시아지부 회장으로부터 부천시 수출우수상품 상설전시관까지 마련하는 성과를 거둬 단발성 전시회가 아닌 1년 내내 항시 홍보할 수 있는 상설전시관까지 확보해 지속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는 교두보가 생겼다는 것이 큰 결실이다. 전시회를 더욱 발전시킬 방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내년에는 OKTA와 KOTRA, 한인회 등 많은 단체와 함께 순수한 민간 기업인들 간의 대규모 전시회로 만들어 부천 관내 더 많은 중소기업이 자율적으로 참가해 많은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기회로 만들겠다. 부천상의는 기업인들이 믿고 안전하게 해외시장을 개척해 거래할 수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더 많은 아시아 지역의 시장을 찾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글 _ 부천김종구 기자 hightop@kyeonggi.com

오토바이 물결 거리마다 활기

지난 10월 25일 베트남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기자는 1950~60년대 중반의 사이공을 무대로 펼쳐진 베트남 학생운동을 다룬 장편소설 하얀 아오자이(응웽반봉作)의 페이지를 넘겼다. 우리나라 80년의 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장면이 그려진다. 비행기에서 내려 마주한 현재의 베트남 역시, 크게 낯설지 않다. 자유와 개발의 물결이 한창이던 한국의 70~80년대와 흡사하다는 중론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일보 후원으로 한-베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열린 조수미 초청 우호 콘서트 현장 안팎에서 들여다 본 베트남 특유의 문화를 소개, 진정한 양국 소통과 교류의 디딤돌이 되길 기대해본다. 거리풍경, 타임머신 타고 40여년 전 한국으로 되돌아간 듯 신화가 된 호치민의 염원, 민족의 독립과 단결 베트남의 공식 국가명은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Socialist Republic of Vietnam). 세계에서 찾기 어려운 사회주의공화국으로 수 백 년의 중국 지배, 100년간의 프랑스 식민지, 5년간 일본의 강점, 20년간 미국과의 전쟁 등 끝없는 외세 침략에서도 스스로를 지켜온 나라다. 이 굴곡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베트남 독립을 이끈 지도자 호치민(1890.5.19~1969.9.3)이다. 권력을 통해 어떠한 부귀영화도 누리지 않았던 지도자의 위대한 숨결은 베트남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호치민의 묘와 바로 앞 바딘광장이다. 내가 죽은 후에 웅장한 장례식으로 인민의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내 시신은 화장해 달라는 호치민의 간절한 유언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신을 방부 처리해 영원한 신화로 모시고 있다. 호치민이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바딘광장 역시 삼엄한 경계 속에 현지인과 외국인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광장 한 가운데에선 베트남의 국기 금성홍기가 휘날린다. 붉은색은 혁명의 피를, 노란별은 민족의 단결을 의미한다. 바딘 광장을 둘러싼 공기관의 건물색이 대부분 노란색인 이유다. 광장 주변으로는 호치민 박물관과 한기둥 사원(국보 제1호)도 있다. 한기둥 사원은 1049년에 정사각형 연못 위에 기둥 하나로 지은 것으로, 아들을 점지해주는 사찰로 유명해 현지인이 기원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다른 얼굴, 소수민족 므엉족 하노이에서 2시간여 달려 도착한 화빈의 므엉족 마을 입구. 버스가 멈추자 기다렸다는 듯이 어린 여자 아이들이 달려와 마이 홈만 외친다. 뒤따라 맨발로 뛰어나온 아이들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함께 말을 보탠다. 급격한 개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므엉족의 경우 1.5%로 민족국가를 이루지 못한 채 산간지역에서 전통적인 생활상을 이어가고 있다. 땅에서 한 층 높이의 기둥 위에 원룸 형태의 나무집을 짓고 사는 이들은 가축을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또 다른 수입원으로 일종의 관광 입장료를 받고 있다. 손님을 유혹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서는 전통술인 바나나발효주나 녹차 등을 주고 집 구경 대가로 한 사람당 1달러를 받는다.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하며 추가 수입을 얻기도 한다. 베트남 도심에서는 대부분 따라 부르던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아직 파고들지 못했다. 방과 후 곧장 집으로 돌아와 경제활동을 치열하게 벌이는 어린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한국노래를 틀어주자 눈을 뗄 줄 모른다. 집을 나서는 관광객을 향해 어린 여자아이들이 울먹이거나 1달러나 천원을 더 달라며 쫓아오는 모습에 마음 한켠이 아려온다. 미군을 향해 기브 미 초콜렛!을 외쳤던 우리나라 과거의 한 페이지가 겹친다. 놓칠 수 없는 명물시클로 베트남에서 놓칠 수 없는, 아니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는 것이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렬과 의자가 앞에 달린 자전거 형태의 교통수단 시클로다. 성인이 되면 가장 갖고 싶은 것이 오토바이일 정도로 대부분의 직장인이 오토바이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한다. 역주행은 기본이요, 신호 없이 그네들끼리 눈치껏 방향 전환하고 아슬아슬하게 자동차 옆을 지나치는 등 도로 위 진풍경은 아연실색할 정도다. 지붕 없는 교통수단인 만큼 우비도 발전했나보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커플 우비부터 다양한 기업 홍보 문구가 들어간 것까지 각양각색이다. 여기에 전통 수상인형극을 공연하는 공연장도 한번 쯤 들려볼만하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전용극장이 매일 베트남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의 인형극을 공연한다. 사람들의 허리 위까지 채운 물 위에서 인형이 움직인다. 무대 막 뒤의 배우들이 대나무와 실로 연결한 인형을 조정하는 것이다. 무대 옆에는 전통 악기로 음악을 연주한다. 공연의 질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베트남 문화를 익히는 차원에선 볼만하다. 글 _ 베트남 하노이ㆍ류설아 기자 rsa119@kyeonggi.com 사진 _ 김시범 기자 sbkim@kyeonggi.com

[특별기획②] 베트남, ‘클래식 한류’ 색다른 감동

지난 10월 27일 저녁 7시 한국과 베트남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베트남 하노이시 문화궁전에서 열린 소프라노 조수미 초청 우호 콘서트에 대한 현지인과 교민 1천여 명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신이 내린 목소리로 꼽히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첫 베트남 무대는 베트남국립오케스트라와의 선율과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루며 클래식 불모지인 베트남을 새로운 음악 세계로 이끌었다. 그 뜨겁고 감동적이었던, 베트남에서 K-클래식 시대를 여는 순간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경기일보 후원 감동의 무대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 열창에 기립박수환호 베트남 주재 한국문화원이 주최하고 경기일보가 후원한 소프라노 조수미 초청 우호 콘서트는 한국 대중음악이 전 세계를 뒤흔드는 가운데 양국의 한국 클래식 교류에 불을 지피는 의미 있는 무대였다. 특히 무대영상, 대중적 연주 프로그램, 출연진의 천연덕스러운 연기 등 현지인의 쉬운 클래식 감상을 돕기 위한 다채로운 시도와 배려가 돋보였다는 평이다. 무대 위 주인공은 역시 소프라노 조수미였다. 공연에 앞서 열린 현지 언론 기자회견장에서도 붉은 원피스를 입고 등장해 연신 미소와 적극적인 답변으로 호응을 얻었던 그녀는 무대 위에서 당당하게 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열린 한국 클래식 공연에 나선 조수미는 길고 화려한 경력만큼 수 십 명의 베트남국립오케스트라 단원과 현지 가수 두 뚜안과의 호흡을 능수능란하게 주도했다. 첫 곡으로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아리아 나는 꿈속에 살고 싶어요를 열창하자 객석에서는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이 같은 관객 호응은 앙코르 무대까지 이어졌다. 가곡 선구자로 교민의 눈시울을 붉게 물들이더니,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의 아리아를 부를 때에는 새침한 여인으로 분해 두 뚜안과 춤을 추고 코를 푼 손수건을 가슴에 넣는 등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당초 솔로 무대로 예정돼 있던 마지막 곡 라데츠키 행진곡을 노래하며 퇴장한 두 뚜안을 다시 불러 싸이의 말춤을 함께 추는 등 한국 문화 사절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웃음소리를 예상하기 어려운 클래식 무대에서 탄성과 환호는 물론 폭소와 박수가 뒤섞인 관객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날 함께한 두 뚜안 역시 베트남 노래 띤 까(tinh ca)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부르며 특유의 목소리와 익살스러운 무대 매너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또 각 음악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상징적 이미지와 출연진을 클로즈업한 실황 촬영 영상이 무대 막에 시종일관 흘러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공연에 앞서 상영한 한국 홍보 영상물을 비롯해 레 카잉 하이 베트남 문화체육부 차관과 하찬호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의 축사 등이 양국 문화 교류의 의미를 명확하게 밝혔다. 대부분의 관객은 기립박수와 열렬한 환호에 진행된 앙코르 무대 후에도 공연장을 떠나지 못한 채 로비의 콘서트 홍보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감상을 나누느라 여념 없는 모습이었다. 연중 클래식 공연 횟수를 한 손으로 꼽을 정도인 베트남에서 펼쳐진 이 진풍경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클래식 대중화의 단계를 대폭 줄인 기적의 순간으로 기록될 듯 싶다. 글 _ 베트남 하노이ㆍ류설아 기자 rsa119@kyeonggi.com 사진 _ 김시범 기자 sbkim@kyeonggi.com

[특별기획③] Interview 박낙종 주베트남 한국문화원장

스탭도 아닌 중년의 한 사나이가 막이 오르기 전까지 우리나라 세종문화회관격인 베트남 하노이시 문화궁전을 내 집처럼 뛰어다니며 공연 준비에 열을 올린다. 그는 바로 교민과 현지인에게 우리 문화의 향기를 실어 나르는 한국 대표 문화 사절, 박낙종 주베 한국문화원장(사진)이다. 박 원장은 30여 년 이상의 문화체육관광부 공직생활에서 체득한 노하우와 주베트남 한국문화원장 부임 전 수행했던 해외문화홍보원과 해외문화콘텐츠과장으로서의 경험을 오롯이 활용하며 베트남에서의 한국 문화 전성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한베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열린 조수미 초청 우호 콘서트 현장에서 박 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박 원장과의 일문일답. 한베 20주년을 기념한 다양한 문화사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주요 사업과 관객 반응은 어떠한가. 지금까지 각종 공연, 콘서트, 축제, 전시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특히 문화예술인과 방송분야에서 인적 및 물적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된 것을 의미 있게 본다. 특히 조수미 초청공연은 교민들에게 커다란 문화적 기쁨과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었다. 지금까지 많은 행사를 통해 현지인들은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미래 문화적 동반자로서의 가치와 믿음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12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의 대미를 장식할 12월의 주요 사업은 무엇인가 . 12월은 한베 수교 20주년을 마무리하는 달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12월 14~15일 한-베 특별문화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공연은 양 국의 역사적 인연과 동행을 주제로 미래지향의 창작물로 한국의 문화체육부장관이 방문해 축하할 예정이다. 클래식에 이어 창작물이라니 기대가 된다. 앞서 K팝 열풍이 거센데, 베트남에서 한국 대중음악의 위치는 어떠한가.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한류가 성숙한 단계에 있는 나라다. 한국 영화, 드라마, K팝은 이미 일상적으로 즐기는 문화콘텐츠가 되고 있다. 특히 K팝 열풍은 대단하다. 가수별로 수 만 명의 팬클럽이 형성되어 있고, 대학마다 크고 작은 K팝 동아리들이 구성돼 있다. 베트남 대학 내 동아리가 있을 정도라니 놀랍다. 한국 드라마와 패션 등 다양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도 높은 편인가. 한국드라마는 베트남 케이블 방송을 포함해 하루 5개 이상 방영되고 있다. 심지어 크고 작은 모임에서 한국 드라마와 배우에 대한 이야기가 대화 주제가 되는 것을 쉽게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한식과 패션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베트남 젊은이들이 점점 한국 아아돌의 외형을 닮아가고 있어 언뜻 보면 양국 젊은이들의 국적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문화적 영향력 때문인지, 베트남의 한국문화원장으로서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운영에 걸림돌은 없나. 한류 덕분에 문화원 운영이나 행사 진행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때문에 문화원 운영에 큰 어려움도 없다. 다만 행사나 프로그램이 우리 문화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이 많았는데 이제는 참여하는 방식을 강화해 쌍방향 교류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주입식 문화 전파가 아닌 서로 소통하고 나누는 문화 교류가 이뤄지도록 방안을 모색하고 진행하는 노력을 보이겠다. 마지막으로 수교 20주년을 맞은 양국이 보다 원활한 문화 교류를 위한 발전 방안은 무엇이라 보는가. 양국은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많은 유사점이 있고 미래 동반자로서 문화적 혜택을 나눌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베트남은 한국에 비해 현대적인 문화산업 또는 대중문화가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의 선진적이고 현대적인 기술을 전수하면서 인력 양성을 지원한다면 상생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안을 고려하고 적극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본다. 글 _ 류설아 기자 rsa119@kyeonggi.com 사진 _ 김시범 기자 sbkim@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