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 일생일대의 대탈주극,영화‘쏜다’

지난 11일 막을 내린 MBC 드라마 ‘하얀거탑’의 두 주인공 중에서 윤리적 원칙을 고수한 최도영(이선균)보다 야망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장준혁(김명민)이 더 부각됐고 시청자에게서도 더 큰 사랑을 받았다. 배우의 연기와 연출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지만 이런 반응은 한편으로 씁쓸함을 남긴다. 우리 사회가 정의로움, 양심, 윤리라는 가치보다는 개인의 출세와 성공을 더 추앙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14일 개봉할 영화 ‘쏜다’(감독 박정우·제작 시오필름)에서도 비슷한 시각이 발견된다. 이번엔 좀더 노골적이다. 법과 질서를 지키고 부정부패에 맞서 양심을 지키는 삶의 방식을 개인의 행복에 반하는 것으로 그리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적당히 부정을 저지르는 편이 잘 사는 것이라는 논리를 담고 있다. 내용은 윤리 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평생 바르게만 살아온 남자 박만수(감우성)가 갑자기 직장에서도 잘리고 아내에게도 이혼을 요구당하자 홧김에 노상방뇨를 했다가 경찰에 잡히고, 거기서 전과 15범 양철곤(김수로)을 만나 일생일대의 대탈주극을 벌인다는 것. 영화가 의도한 것은 소시민이 벌이는 일탈을 통해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려는 것이었을 듯. ‘델마와 루이스’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런 영화가 되려면 주인공의 일탈 이유가 충분한 설득력을 가져야 하고 이후의 모든 행동들이 억압된 자아를 분출시키는 동시에 불합리한 사회 제도 및 관습을 정확하게 꼬집어야 한다. 그러나 박만수의 이유와 행동은 아귀가 안맞는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아내가 “당신과 사는 게 재미없다”고 한 것, 동료들이 “한 번도 (회식비를) 쏘지 않았다”고 다그치는 것, 아버지의 반대에 밀려 카레이서라는 꿈을 포기한 것 등 현재의 삶이 답답한 이유는 다분히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그러나 그는 이것이 그동안 법과 질서를 잘 지킨 탓이고 아버지가 자신을 그렇게 키운 탓이라고 주장하며 대책없는 난동을 부리고, 설득력 없는 결말을 맞는다. 카레이싱 등 액션신과 김수로의 코믹 애드리브 등은 볼거리지만 영화 전체와 어우러지지는 못하는 편. 15세가.

"한류 발전 위해선 한국어 교육 절실"

한국의 국회의원들과 한일 양국의 한류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류의 지속적인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13일 오후 도쿄 데이코쿠호텔에서 국회 문화정책포럼, 주일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한국관광공사 주최로 열린 도쿄 한류 포럼에는 국회 문화정책포럼 소석 의원들과 일본 내 한류 관련 종사자와 전문가 등 200여 명이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일본의 국제문화포럼의 프로그램 책임자인 오구리 아키라(小栗 章) 씨는 "한국어 교육 없이는 한류 발전이 지속될 수 없다"면서 "문화를 진심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교육이 절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2005년 국제문화포럼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어 강좌를 개설한 일본의 대학 수는 1995년 185개교에서 2000년에 327개교, 그리고 2003년에는 410개교로 늘어나 1995년부터 2003년 8년간 2.2배 증가했으며, 전체 대학교에서 한국어 개설학교의 비율을 보면 1995년 25.3%에서 2003년 47.7%로 두 배 가까이 늘어 이제는 거의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어 수업을 채택한 고등학교는 1999년 131개교로 전체의 2.4%에 머물렀으나 2005년에는 286개교로 5.29%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전체 고등학생의 이수자 비율로 보면 1999년 0.09%(3천972명)에서 2005년 0.25%(8천891명)로 늘어난 데 불과해 체계적인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 한국어 교실의 경우 2000년 7개소가 늘어난 것을 시작으로 2001년부터 13개소, 2002년 14개소, 2003년 10개소, 2004년 13개소, 2005년 17개소, 그리고 2006년 7개소로 한류 붐이 시작한 2001년부터 두 자릿수로 꾸준히 신설되다가 한류가 침체된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둔화됐다. 일반 한국어 교실의 학습자는 30~49세가 전체의 60%를 차지해 한류 팬들의 주된 연령층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그 다음으로 50세 이상이 27.5%를 차지했으며, 20대는 10.8%, 20세 미만은 1.7%에 머물고 있어 장기적인 한류 발전을 위해서는 젊은 층의 적극적인 유치가 아쉬운 대목이다. KBS JAPAN의 왕현철 대표는 "한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인 방송을 활용해야 한다"며 "특히 전국 방송이 가능한 NHK와의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 의미에서 NHK BS1으로 주1회 방송되고 있는 'VJ특공대'는 첫 다큐멘터리 수출로 큰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KBS 콘텐츠를 방송하는 종합채널 KBS JAPAN의 현재 가입가구는 약 153만. 일본 전체 가구 수의 10%가량인 500만 가구를 확보한다면 안정적인 한류 콘텐츠의 공급과 소비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현재 지상파TV를 통한 한류 드라마는 NHK가 '다모'(3월 말), '봄의 왈츠'(4월 이후), 니혼TV가 '풀하우스'(1~4월), TBS가 '겨울연가'(1월), '여름향기'(2월), '천국의 계단'(3월)이 방송됐거나 예정돼 있다. 각 방송국의 BS 위성채널로는 '러브레터' '마음대로 해라' '주몽' '북경 내 사랑' '궁' '프라하의 연인' '팝콘' 등을 내보낼 예정이다. CS 위성 및 케이블 채널로는 '위성극장' '홈드라마 채널' '아시아 드라마틱TV' 'LALA TV' 등이 1일 5편 정도의 한국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으며, 지역 방송의 경우에도 한국 드라마는 주요 프로그램으로 편성돼 현재 전파를 타고 있다. 특히 배용준 주연의 드라마 '겨울연가'는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18개 지역 네트워크에서 전파를 타고 있어 식지 않은 인기를 입증했다. 세번째 발표자로 나선 일본 3대 연예제작회사인 아뮤즈 엔터테인먼트의 김용범 기획개발부장은 "비즈니스로서의 한류가 급속하게 붕괴되고 있어 방송국은 물론 연예 관계자 사이에 한류라는 브랜드 자체를 회피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 원인으로는 ▲콘텐츠의 권리 가격이 상승해 사업적 매력이 사라진 점 ▲한국 측의 상도덕 결여 ▲사회적으로도 한국 문화의 희소성과 가치가 상실돼 미디어의 무관심이 확대된 점 등을 들었다. 김 부장은 "앞으로 특정 아티스트의 팬보다 폭넓은 저변의 확대가 필요하며, 특히 젊은층의 지지를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와 이벤트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긴키니혼투어리스트의 도쿄이벤트 컨벤션지점장 마쓰오카 마사하루(松岡 正晴) 씨는 팬미팅 참여, 영화 및 드라마 촬영지 방문, 시사회, 영화제, 콘서트 참관 등 한류 여행상품의 현황을 개관하면서 참가자 90% 이상이 여성으로 연령층은 30~60대가 주류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비용은 보통 7만 엔(한화 약 57만 원)에서 18만 엔(약 147만 원) 정도로 통상 가격보다 2~3배 이상 높지만, 여기에는 이벤트 비용과 스타 개런티가 포함돼 있다는 것. 마쓰오카 씨는 한류는 일시적인 붐이 아닌 일본 엔터테인먼트의 한 장르로 정착됐으며, 한류를 소재로 한 여행상품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해결하거나 꼭 점검해야 할 과제로 ▲연예인의 개런티 급등 ▲연예인 및 이벤트 회사의 계약내용 이행 여부 ▲투어 내용과 기획 시기 ▲일본 내 한류 이벤트와 한류 본고장인 한국의 이벤트 차별화 등을 꼽았다. /연합뉴스

“장준혁의 고단한 삶,뇌리를 떠나지 않아”MBC‘하얀거탑’후폭풍

11일 오후 10시50분.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일제히 ‘간성혼수’가 1위로 올랐다. 간질환으로 초래된 의식불명상태를 뜻하는 의학용어가 난데없이 인터넷을 점령한 까닭은 바로 MBC 주말드라마 ‘하얀거탑’ 때문. 이뿐만 아니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김명민을 비롯해 장준혁, 상고이유서 등 드라마와 관련된 단어들이 전체 검색어 10위 중 절반을 휩쓸었다. 야망을 향해 질주하던 한 천재의사의 삶을 조명한 이 작품은 장준혁 과장이 담도암으로 사망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 후폭풍이 거세다. 인터넷에는 근래 최고의 드라마라는 상찬이 넘쳐나고 스페셜 방송을 해달라는 청원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하얀거탑 갤러리’에는 두 달의 방송기간 동안 7만8000여건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같은 의학드라마이면서 비슷한 날짜에 시작했던 SBS ‘외과의사 봉달희’의 3만7000건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다. 드라마 홈페이지 역시 2만7000여건의 의견이 게시됐으며 대부분 ‘명품 드라마’였다는 글들이다. 시청자 김형일씨는 “의사인 제 남편, 편하게 돈 잘버는 과도 아니고 그렇다고 잘사는 친가나 처가도 없다”면서 “10년된 중고차에 1억도 안되는 전세집에 살면서도 아이들 건강하고 부모님들 무탈한게 제일이라며 위안하던 남편이 장준혁이 죽는 장면에선 거의 통곡수준으로 울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마지막회에서 전개된 몇몇 장면들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텅빈 수술실에서 장준혁이 과거를 회상하며 허공에 손을 휘젓는 장면이나 간성혼수가 찾아와 신문을 거꾸로 들고 읽는 모습은 가슴 찌릿한 전율을 안겼다. 죽음을 예감한 주인공이 유서로 남긴 상고이유서 역시 한국 드라마의 문법을 철저하게 거스른 보기드문 설정. 어설픈 화해나 두루뭉술한 해피엔드를 택하기보다 캐릭터의 성격을 극한까지 밀어붙임으로써 오히려 짙은 여운을 남겼다. 장 과장이 자신의 몸을 의학발전을 위해 해부용으로 기증하는 대목도 빼놓을 수 없는 장면. 시청자 강민선씨는 “천재의사였지만 한없이 연약한 인간이었던 주인공의 고단한 생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며 “하얀거탑은 한동안 잊기 힘든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촬영을 마친 배우들도 후유증을 겪기는 마찬가지. 김명민은 “지난 5개월여간 장준혁과 하나되기 위해 몸부림쳐 왔다”면서 “어떤 인물을 내 안에 넣기 위한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럽다면 그 인물을 벗어내는 과정은 내장이 타들어가고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하얀거탑’은 국내 전문직 드라마의 지향점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주·조연들의 빼어난 연기력은 ‘연애놀음’에 싫증난 시청자들에게 드라마적 재미가 뭔지 제대로 보여줬다. 뛰어난 카메라 워크, 의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치밀한 디테일, 빛의 마술을 보여준 조명 등으로 절묘한 화음을 이뤘다. 연출자 안판석 PD는 “장 과장이 남긴 두 통의 편지(상고이유서와 시신기증서)는 어떻게 보면 인간에 대한 정의를 함축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라면서 “작품 평가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 차분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에선 숨을 곳이 없어요” 7년만에 연극 복귀하는 배우 최민식

“연극은 라이브잖아요, 쌩라이브. 영화나 드라마처럼 연기를 거를 수 있는 매커니즘이 없어요. 배우의 소리와 몸짓, 심지어 땀구멍까지 관객에게 다 보여주죠. 어디 도망갈 곳이 없어요. 그래서 연극무대에 서면 배우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강렬하게 느끼게 돼요.” ‘필로우 맨’으로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최민식(45)이 본격적인 연습을 앞두고 12일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영화든 연극이든 내 마음을 잡아끄는 작품을 찾고 있었다”면서 “처음 대본을 받고 새로운 형식의 희곡을 만났다는 전율을 느꼈다”고 말했다. “좀 불편해요, 작품이. 그렇지만 이 작품이 새롭다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작가의 상상력이 정말 대단해요. 기존 연극이 갖고 있는 관습에서 과감히 벗어나 있어요. 관객들에게 자극이 될 거예요.” 최민식은 이번 작품에서 불우한 천재 소설가 카투리안 역을 연기한다. 세계 연극계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아일랜드 출신 젊은 극작가 마틴 맥도너의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다. 대사는 2쪽이 넘어가는 경우가 수두룩하며 메시지는 현실참여적이고 공격적이다. 최민식은 영화 ‘올드 보이’에서 보여준 음울하면서도 강렬한 캐릭터를 다시 선보인다. “이상하게도 이런 역에 끌려요. 카투리안은 주관적이고 자의식으로 가득찬 인물이죠. 그의 다중성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어요. 새롭고 충격적인 작품을 만났다는 기대감, 이 복잡한 인물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반반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필로우 맨’은 박근형씨의 연출로 이번에 국내 초연된다. ‘한국 연극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박씨와 최민식은 동갑내기. 최민식은 “‘청춘예찬’ ‘경숙이, 경숙 아버지’ 등을 보고 박근형씨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이 아리까리한 작품을 이 팀들과 함께 하면 작품 하나 나오겠구나 여겼다”고 말했다. 조재현이 출연하는 연극 ‘경숙이, 경숙 아버지’가 연일 매진행렬을 하고 있는 가운데 최민식의 복귀 소식이 알려지면서 연극계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고두심과 조민기도 ‘친정엄마’와 ‘갈매기’를 통해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최민식은 “잘 알려진 배우들이 나온다고 해서 연극계의 어려움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계속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5월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