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코믹 있다?”…이지훈, ‘헬로! 애기씨’로 안방복귀

“제 몸속엔 코믹의 피가 흐르나 봐요. 촬영장만 가면 몸속에서 분출되는게 있어 가만히 있지를 못하겠더라고요. 감독님이 오버하지 말라고 자제시킬 정도예요.” 13일 오후 서울 논현동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난 가수 겸 탤런트 이지훈(29)은 인터뷰 내내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는 19일 오후 10시 KBS2 TV에서 첫방송되는 ‘헬로!애기씨’를 통해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MBC ‘황금어장’, 뮤지컬 ‘알타보이즈’ 등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지만 드라마에 출연하기는 2005년 ‘원더풀 라이프’ 이후 2년만이다. “저는 코믹연기가 좋아요. 웃음주는 것이 좋고 이런 프로그램을 즐겨 보죠. 이번 작품도 그래서 선택했어요. 최대한 어깨에 힘빼고 편안한 스타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겁니다.” ‘꽃피는 봄이오면’ 후속작인 ‘…애기씨’는 무너져 가는 종갓집 ‘화안당’의 여주인과 머슴 출신 재벌 3세와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그는 뻔뻔한 재벌3세 황동규 역을 맡았다. “대본받기전에는 재벌이라니까 안하무인에 좀 건방진 성격의 배역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옷입는 것도 촌스럽고 단순한데다 무식하기까지 해요. 반면 심지가 굳고 가끔은 주위 사람들을 감동시킬 줄 아는 매력도 가지고 있지요.” 상대역으로는 ‘마이걸’로 인기를 모은 이다해가 낙점됐고 연미주 하석진 등이 출연한다. 이다해와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그는 “촬영현장에서도 그렇고 서로 다른 곳에 있어도 수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연기에 대해 토론한다”면서 “다해는 본인이 촬영한 장면이 맘에 안들면 한밤중에 감독에게 전화해 다시 찍자고 할 정도로 열정적”이라고 소개했다. 1996년 고교생 가수로 데뷔한 이지훈은 올해로 연예계 생활 11년차다. 본업인 가수는 물론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해온 그는 “노래도 연기도 모두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요즘도 촬영이 끝나면 스튜디오로 직행해 6집 준비를 하죠. 나중에 정말 힘이 딸려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어느 분야도 놓치지 않을 거예요. 다음달 일본에서 첫 해외 콘서트를 엽니다. 많이 응원해 주실거죠?”

[뉴스테이크아웃]무한도전 , 열혈 시청자 배려도 무한

앵커)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이 본 방송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부분들을 모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해 화젭니다. 열혈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라고 하는데요. 김훈찬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는 6명의 진행자들이 펼치는 무모한 도전. 엠비씨의 인기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최근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무한도전 제작진과 아이엠비씨는 최근 시간관계상 편집된 부분만을 따로 모아 제작한 동영상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이 동영상에는 본 방송에서 편집 돼 궁금증을 자아냈던 장면들이 담겨있어 무한도전을 즐겨보는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단순히 미방송 부분만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본 방송과 똑같은 형식으로 완성도가 높아 제작진의 숨은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시도에 대해 제작진은 시청자에 대한 배려라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정병진 부장/imbc"인기의 유무를 떠나 시청자에 대한 일종의 서비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은 TV프로그램이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 대신 ‘좋아하는 것만 보는’ 마니아들을 겨냥하는 프로그램으로 바뀌는 것에 따른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즉,프로그램이 제작부터 뜨내기 시청자들이 아닌 마니아나 폐인으로 불리는 열광적인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캐릭터 등에 대해 더 상세히 알고 싶어하는 그들의 욕구를 충촉시키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제 매스미디어의 '매스'가 불특정 대중이 아닌 특정 대중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사극 최고의 히트메이커는 최수종"

'주몽'은 끝났지만 브라운관에는 사극 열풍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최고의 '사극 히트메이커'는 누구일까. 탤런트 최수종이 TV드라마 사극 부문의 최고 흥행배우로 조사됐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1992년부터 지난 11일까지 방송된 사극을 대상으로 시청률 상위 20위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최수종이 가장 많이 주연을 맡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수종은 현재 방영중인 KBS1 '대조영'을 비롯해 KBS1 '태조 왕건', KBS2 '해신', KBS2 '태양인 이제마' 등 4편에 이름을 올려 1위를 차지했다. 유동근과 이덕화는 각각 KBS2 '장녹수', KBS1 '용의 눈물', SBS '연개소문'과 KBS2 '한명회', SBS '여인천하', KBS1 '대조영' 등 3개 드라마를 순위권에 올렸다. 두 사람은 90년대부터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까지 10여 년의 세월을 아우르는 출연작으로 사극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음을 입증했다. 송일국은 최근 종영된 MBC 특별기획드라마 '주몽'과 함께 '해신' 등 2편을 통해 새로운 사극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 외 전광렬, 김영철, 안재모, 서인석, 채시라 등이 2편에 출연했다. '해신'과 KBS2 '왕과 비' 등 2편에 출연한 채시라는 여배우로서는 유일하게 순위권에 들었다. 한편 조사 기간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사극은 1999년 방송된 MBC '허준'(평균시청률 48.9%)이었다. 이어 MBC '대장금'(46.3%)과 '주몽'(40.4%)이 2~3위를 차지했으며 '태조 왕건'과 '여인천하'(34.5%)가 뒤를 이었다. /연합뉴스

배용준, 일본판 '호텔리어' 우정출연

배용준이 다음달 19일부터 방송되는 아사히TV의 드라마 '호텔리어'에 우정출연한다. 15일자 산케이스포츠는 14일 방송국 측이 배용준 출연 사실을 발표한 소식을 전하며 "일본판 '호텔리어'의 제작에 대해 배용준이 '내게는 개인적으로 뜻깊은 이 드라마가 일본판으로는 어떤게 달라질지 무척 기대가 된다. 매력적인 배역진으로 새롭게 태어날 '호텔리어'를 기대해 달라'고 소감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원작 '호텔리어'에서 송윤아가 맡았던 호텔 프런트담당 어시스턴트 매니저 역을 맡은 일본의 아이돌 스타 우에토 아야(上戶彩ㆍ21)는 지난 2004년 7월 오스카(大塚)제약의 '오로나민C' TV광고 때 이미 배용준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약 2년여 만의 재회를 앞둔 우에토는 기대감을 표시하며 "무슨 선물을 준비할까 고민 중"이라는 심경을 밝혔다고. 또한 "광고 촬영 때 발음을 서로 고쳐주는 등 현장에서 여러 가지 의사를 주고받았는데, 이번에도 '배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고 산케이스포츠는 전했다. 우에토는 주제가도 맡을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는 5월30일 음반이 발표될 예정이다. 2001년 MBC TV로 방영된 '호텔리어'는 배용준ㆍ송윤아 등이 출연해 일본에서도 화제를 모았던 작품. 한국에서 방송될 당시 평균 29.4%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욘사마' 배용준의 파워에 힘입어 2003년 일본 MXTV와 2004년 니혼TV에서 두 차례 방송되기도 했다.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가 일본에서 리메이크되기는 했지만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가 일본에서 리메이크된 것은 '호텔리어'가 처음이다. /연합뉴스

"김수현 드라마 제작사 변경" 5억원 소송

김수현씨가 집필하는 TV드라마 제작사가 녹화 단계에서 갑자기 바뀌면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 간에 `드라마 제작권'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이 벌어졌다. 15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방송 프로그램 제작ㆍ판매업체 H사는 유명 방송작가 김수현씨의 저작물 중개업무를 하면서 자사와 드라마 제작 계약을 맺은 M사 및 이 회사의 모회사인 엔터테인먼트업체 S사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H사는 소장에서 "M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S사를 제작사로 선정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H사는 "지난해 12월 김씨가 집필하는 24부작 TV드라마와 관련해 공동사업을 약정하고 M사와 계약한 뒤 연기자 캐스팅, 촬영일정 공지 등 드라마 제작을 순조롭게 진행했는데 M사측이 지난달 갑자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H사는 "M사는 원고가 드라마 제작을 위한 자금 유치를 소홀히 하고 있고 방송편성 확인서는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며 "하지만 자금 유치는 피고의 의무이며 편성 확인서가 무효가 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H사는 또 "피고 S사는 최근 M사 주식 76%를 인수해 합병 직전 단계까지 진행시켰고 원고와 M사의 드라마 계약 체결 및 제작 과정을 소상히 알면서도 적극 개입해 원고의 드라마 제작권을 빼앗아 갔다. 피고들의 계약 위반 및 원고의 채권에 대한 침해에는 부적절한 담합이 있었다고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내 남자의 여자'라는 제목의 김씨 드라마는 최근 제작사가 바뀐 채 녹화가 진행 중이며 다음달부터 SBS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거침없는 연기 변신…그들이 뜬다

시트콤의 부활을 알린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성공요인은 무엇보다 개성있는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낸 연기자들의 공이 크다. 연기자들의 이미지 변신이 뭐 그리 새로울 것은 없지만, 이 작품에선 특히 연기경력 40∼50년을 넘은 원로배우 이순재와 나문희의 파격 변신이 작품의 완성도와 함께 엔터테인먼트적인 가치를 높여주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는 드라마든 영화든 스타들의 출연이 꼭 흥행을 담보할 수 없다는 최근의 경향에 비춰보면 고무적인 일이다. 재밌는 것은 최근 스타 연기자들도 기존 이미지의 전복을 통해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려 한다는 점이다. 그 주인공들을 만나보자. 우선 한때 '대발이 아버지'와 허준의 스승 유의태로 기억되고 있는 근엄함의 표상 이순재와 한국적 어머니상을 대변하는 나문희의 변신이 주목된다. 두 사람은 이미 칠순과 환갑을 훌쩍 넘겼다. 그런 두 사람이 스스로 기존 이미지의 벽을 허물었다. 이순재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연출을 맡고 있는 김병욱 PD에게 "시트콤에 꼭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며 "일단 한 번 봐 달라"고 자신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순재는 '야동(야한 동영상) 순재'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극중 나잇값도 못하는 어르신으로 제대로 망가진 모습을 보여준다. '야동 순재'는 그가 야동을 훔쳐보다 가족들에게 발각된 장면이 방영된 후 붙여진 별명이다. 이 장면은 시청자들의 큰 웃음을 자극했을 뿐만 아니라 방송이 끝난 뒤에도 동영상이 떠도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심지어 한 네티즌은 "야동보다 야동 순재 동영상이 더 인기인 것 같다"며 수많은 스크랩 행렬에 대한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의 변신은 지난주 종방한 KBS2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도 이어졌다. 이 작품에서 그는 돈 많은 권력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벌여온 사기계의 전설로 등장했다. 기존 연기에서 보여준 권위적 이미지와 시트콤에서 보여주고 있는 코믹함을 탈피한 또 다른 모습인 셈. 연기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문희 또한 전공인 가슴 저미는 연기와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코믹연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팬층을 넓혀가고 있다. 영화 '열혈남아'에서는 한국의 어머니 상을 연기해 관객의 눈물을 빼더니, '거침없이 하이킥'에선 가족들의 등쌀에 떼밀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눈치만 보는 소심한 어머니로 분해 안방극장에 가공할 만한 웃음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또 다른 사기꾼으로 등장했던 김갑수의 모습도 재밌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 사기꾼의 이미지와는 다른 일지매나 홍길동과 같이 정의를 부르짖는, 약간은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사기꾼으로 등장했다.이런 그의 모습은 그가 출연한 여느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그의 카리스마를 느끼게 만든다. 항상 정의로운 모습만을 보여주던 이정길의 악역 캐릭터 연기도 볼만 했다. MBC '하얀거탑'에서 외과과장으로 출연했던 그는 제자 장준혁(김명민 분)에게 항상 열등감을 가지고 있고, 그런 장준혁을 제거하기 위한 음모의 인물로 등장해 극의 재미를 불어넣었다. 최근 그에게 붙여진 '굴욕 정길'이란 별명도 제자에게 위기의식을 느껴 파벌을 만들고 음모를 꾀하는 과정에서 보인 굴욕적인 모습 때문이다. 수목드라마 두 편에서도 이미지 변신이 화제가 되고 있는 연기자들이 보인다. KBS2 '달자의 봄'의 이혜영·공형진 커플과 SBS '외과의사 봉달희'의 이범수다. 세 명 모두 기존 이미지를 탈피, 드라마 인기에 일조했다. 평소 발랄하고 상큼한 이미지를 트레이드 마크로 내걸었던 이혜영은 화려한 모습 뒤에 남모를 아픔을 숨기고 있는 극중 위선주를 연기하면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타고난 바람둥이지만 위선주를 만나면서 진지한 남자로 변신한 신세도 역의 공형진 또한 마찬가지. 수다스럽고 코믹한 캐릭터에 적역이었던 그는 세상의 때가 묻은 적당히 닳은 모습에 인간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작업남으로 변신했다. 그 덕에 종전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인 코믹한 이미지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이범수의 진지한 모습 역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차갑지만 속내는 누구보다 따뜻한 전문의 안중근 역을 맡은 이범수는 극중 후배의사들에게 버럭 호통치는 모습 때문에 '버럭범수'라는 별명을 얻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새 드라마에서도 연기자들의 변신은 계속된다. 전통을 지키려는 종갓집 애기씨의 좌충우돌 분투기를 그린 KBS '헬로 애기씨'에서 이다해는 '마이걸'에 이어 엽기 발랄 이미지로 또 한 번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극중 종갓집 증손녀로 태어난 이다해는 이지훈(황동규)과 하석진(황찬민)의 애를 태우며, 그들이 여태껏 겪어보지 않았던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한다. '주몽' 후속의 '히트'에서 펼칠 고현정의 변신도 기대된다. 이미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와 영화 '해변의 여인'에서 기존의 청순한 이미지를 벗어던진 그는 이 작품에서 한국 최초의 여성 강력반장을 연기한다. "정두홍 무술감독에게 액션을 제대로 배웠다"는 그가 그려낼 터프한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한가인은 SBS '마녀유희'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착하고 발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냉철하고 까탈스러운 커리어우먼을 연기한다. 이밖에 스크린에서는 '뷰티풀 선데이'의 박용우, '이장과 군수'의 차승원의 변신이 기대된다.

한 남자의 두 영화…‘타인의 삶’과 ‘블랙북’

세계 영화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헐리우드에 비해 유럽 영화와 배우는 낯설다. 익숙하진 않아도 농익은 연기력의 배우, 상업영화임에도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의 영화를 보는 재미는 특별하다. 유럽영화 속속 한국 나들이 3월말 유럽영화 5편이 한국 관객을 만나기 위해 대기 중이다. 22일 ‘타인의 삶’(독일) ‘향수’(영국 독일 프랑스), 29일 ‘블랙북’(덴마크 영국 독일) ‘블루 프린트’(독일)’ ‘올 어바웃 안나’(덴마크)가 개봉한다. 독일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가 다수다. 독일 배우 세바스티안 코치가 ‘타인의 삶’과 ‘블랙북’에 주연으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 ‘타인의 삶’이 2006 LA영화비평가협회상과 2007 미국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코치도 세계적 배우로 발돋움했다. 세바스티안 코치의 영화 두 편 ‘눈길’ 코치는 이름만 들어선 생소하지만 낯익은 배우다. 깔끔하고 지성적인 외모는 배역 크기와 상관 없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예를 들어 ‘글루미 선데이’에서 레스토랑 주인인 남자주인공 자보를 총으로 위협하며 상처를 입히던 나치 장교로 출연했다. 여주인공 일로나에게 청혼했다 거절당한 한스가 나치 대령이 돼 레스토랑을 찾아와 거만하게 비프롤을 요구할 때 함께 온 그의 상관이다. 자보에게서 유태인 냄새가 난다며 경계하더니, 끝내 식당 앞에서 ‘유태인 돼지가 나를 죽이려 한다’고 외치며 자보를 공격한 인물. 그 밖에도 ‘슈타우펜베르크’ ‘스피어와 히틀러’ 등에서 주연을 맡았다. 한 주 간격을 두고 연이어 한국 관객을 찾는 그의 영화 두 편을 살펴보자. 내 삶이 되어버린 ‘타인의 삶’ ‘타인의 삶’은 2006 독일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하고 유럽영화상, 바바리아 영화상, 런던영화상, 로카르노영화제, 벤쿠버영화제 등을 섭렵한 작품이다. 앞서 말했듯 미국에서도 통했다.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라는 긴 이름의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영화.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먼저 선과 악에 대한 편견을 허무는 ‘반전’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전쟁보다 더 지능적이고 무섭다는 독일 통일 전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했다.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인과 그들을 감시하는 비밀경찰이 주인공이다. 예술인과 비밀경찰, 틀에 박힌 그들의 롤대로 이야기가 흘러갔다면 영화는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는 어느 쪽이 선이고 어느 쪽이 악인지, 어느 쪽이 더 냉전시대에 문화와 정신을 지키기 위해 희생했는지 등의 문제에 새롭게 접근한다. 주인공들의 섬세한 연기 잘 쓰여진 각본과 더불어 세 주연 배우의 연기가 압권이다. 비밀경찰 비즐러(올리쉬 뮤흐 분)는 극작가 드라이만(세바스티안 코치 분)과 그의 애인이자 연극배우인 크리스타(마티나 게덱 분)가 살고 있는 집을 도청한다. 그들의 삶을 도청하다 그들의 예술혼에 반해, 그들을 삶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는 비밀경찰의 모습을 그린 뮤흐의 섬세한 연기는 감동을 선사한다. ‘내 삶이 되어버린 타인의 삶’ 그 자체를 눈앞에 보여준다. 냉전 상황 속에서 예술인의 순수 창작 욕구, 지성인의 시대적 양심, 살아남고자 하는 생존 욕구가 뒤엉킨 고뇌를 형상화한 코치와 게덱의 호연도 극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원초적 본능’ 폴 버호벤 감독의 최신작 ‘블랙북’은 첩보기관의 일일 보고서다. 1944년에서 독일의 2차 세계대전 패전까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블랙북은 변호사 스말의 수첩을 말한다. 적군과 아군 사이에 놓인 스파이와 이중 스파이들의 행적과 비리가 낱낱이 기록돼 있다. 더불어 영화의 커다란 반전을 숨기고 있다. ‘블랙북’은 ‘원초적 본능’을 만든 폴 버호벤 감독의 최신작이다.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만큼 여주인공 캐리스 밴 허슨도 강도 높은 노출을 감행하긴 했으나 느낌은 전혀 다르다. 허슨의 나신은 매혹적이지만 전쟁 드라마의 한복판에 선 여주인공의 노출이다 보니 원초적이기 보다 가련하게 다가온다. 캐리스 밴 허슨 매력에 ‘눈과 귀’ 빼앗겨 유태인인 레이첼(캐리스 밴 허슨 분)과 그의 가족은 네덜란드 탈출을 시도하다 몰살당한다. 홀로 살아남은 레이첼, 여분의 삶이라 여기며 덧없는 나날을 보내던 중 스파이 임무를 맡게 된다. 그의 공작 대상은 온건파 독일 대위 문츠(세바스티안 코치 분). 복수심에 불타 시작한 일이건만 적군 문츠를 사랑하게 된 레이첼과 적의 스파이인 줄 알면서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문츠. 사랑이 비극을 부른다. 전쟁을 이용해 제몫을 챙기려는 사람들과 전쟁 그 자체는 한가롭게 두 사람의 사랑을 방관하지 않는다. 사실 허슨의 대활약 덕에 코치는 돋보이지 않는다.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피어난 한송이 붉은 꽃 같은 레이첼의 눈부신 매력과 맑은 음성의 노래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영화는 끝이 나있다. 그녀에게 눈과 귀를 빼앗겨 영화가 준비해 놓은 반전을 눈치채지 못한다. 무너지는 선과 악의 경계…영화는 끝나지 않는다 ‘블랙북’에서도 선과 악의 경계는 무너진다. 독일군과 레지스탕스 그리고 스파이와 이중 스파이. 그들 중 누가 선이고 악인지, 아니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상황과 선택을 뒤섞어 놓았다. 그들은 모두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전쟁 속에서 나름의 치열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인간의 선택은 각자의 위치와 조건에 맞춰 살아가는 방식, 살아남는 방식일 뿐인 걸까 아니면 어떤 순간에도 정의와 양심은 유의미한 것일까. 전쟁과 냉전이라는 극한 상황을 넘어, 오늘의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두 영화를 보고나니 그 잔영이 내내 머리를 감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맛보기 힘든 유럽영화의 매력이다. 사진=유레카 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