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경기

"조재현·차인표, 제대로 망가졌다! #1. 안개 자욱한 사각의 링. ‘성난 황소’의 주제가가 흐르고 스트레이트를 날리는 조재현. 하지만 상대의 펀치를 맞자 무참하게 나가 떨어진다. #2. 조폭 두목의 신임을 받아 손가락에 붙은 산낙지를 빨아먹는 ‘의식’을 치루는 수철. 창 밖의 카메라는 서서 신음하는 남자와 엉덩이 부근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물고있는 수철의 실루엣을 비춘다. 사실 20일 개봉한 영화 ‘목포는 항구다’(제작 기획시대)는 그렇게 ‘비싸’ 보이지 않는 영화다. 기존 영화의 패러디는 그렇게 폼나지는 않으며 화장실 유머나 조폭코미디에서 빠질 수 없는 ‘형님 유머’ 등이 웃음의 주요 포인트다. 순둥이 경찰 수철은 폭력조직에 들어가 넘버투의 자리에 쉽게 오르고 여검사 자경은 푼수짓으로 일관하다 본의 아니게 웨이트리스 행세를 하며 조폭 두목의 애정공세를 받는다. 조폭 두목의 이름은 다름아닌 ‘성기’. ‘동상’들에게는 무섭기만 한 ‘형님’이지만 멜로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순정파다. 스토리에서의 매끄럽지 못함과 조연들의 ‘오버’ 연기, 여기에 한 두번 쯤은 이미 다른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 등 몇몇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갖는 미덕은 그런대로 관객들을 웃기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매끄럽지는 못하지만 웃음을 담은 화면을 만들어낸 감독의 연출력이 한몫 하고 있는 듯. 마치 서로 배역이 바뀐 듯 각각 조폭 두목과 형사로 연기 변신한 차인표와 조재현의 호흡도 잘 맞는 편이며 ‘느와르’의 옷을 입은 화장실 유머도 잘 어울려 보인다. 강렬한 눈빛에 꽤나 폼도 나는 강력반 형사 수철(조재현). 하지만 알고 보면 상당히 엉성하다. 뛰어난 추리력을 지녔지만 범인 앞에만 가면 작아질 뿐이고 여기 저기서 쥐어 터지기만 한다. 매사가 이런 식이니 마약 수사를 위해 조폭 조직에 잠입을 자청한 그에게 주위에서 걱정의 시선이 쏟아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가 맡은 임무는 목포의 오거리파 백성기의 조직에 잠입해 마약 거래 증거를 빼오는 것. 수백명의 ‘아그들’을 거느리고 있는 이 ‘형님’의 눈에 수철의 존재가 쉽게 들어올 리는 없다. 그러던 어느날 수철에게도 기회가 온다. 성기가 추진 중인 ‘보물선 탐사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권투 시합에 출전하는 것. 적어도 ‘폼’은 그럴듯 하니 수철은 쉽게 조직의 대표선수로 뽑힌다. 결국 수철은 우여곡절끝에 성기의 ‘총애’를 받게 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중간 보스들은 ‘낙하산’ 수철을 곱게 보지 않는데다 친 동생처럼 자신에게 정을 쏟는 성기에게 점점 매력을 느끼게 되는 데…. 감독은 단편 ‘온실’로 주목받았던 신인 김지훈 감독으로 목포를 배경으로 데뷔작을 찍었지만 경상북도 대구 출신이다. 15세 관람가. 아들 죽인 아이를 곁에두고… 당신이 올리비에라면? 올리비에(올리비에 구르메)는 목수다. 소년원에서 출소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훈련소에서 목공기술을 가르치는 게 그의 일. 5년 전 아들을 잃어버린 상처로 아내와는 헤어졌으며 얼굴에는 더 이상 웃음이 남아있지 않다. 혼자서 저녁을 때우려던 어느 날, 그에게 전 부인이 찾아온다. “나 재혼해, 임신했거든…” 올리비에는 집을 떠나는 부인을 뒤쫓아가 따지듯 묻는다. “왜 하필 오늘이냐?” 사실 그날은 아들을 살해한 녀석이 그에게 찾아온 날이다.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는 ‘아들(원제 Le Fils)’에서 극단적인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바로 자신의 아이를 죽인 다른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관객이 올리비에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아내를 보낸 후 올리비에는 못 맡겠다던 ‘새로온 아이’를 맡겠다고 말해 버린다. 아이의 이름은 프란시스. 나이는 열여섯 살쯤, 키는 170㎝가 조금 안된다. 만약 당신이 올리비에라면? 더 이상의 절망도 그렇다고 별다른 삶의 희망도 없다. 아이를 없애버리고 죽은 아들의 원수를 갚아도 잃을 것은 없는 것. 왜 이 아이를 받아들였는지는 스스로도 잘 모른다. 올리비에가 차츰 알게 되는 프란시스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아버지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어머니의 새 남자 친구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면제를 먹어야 푹 잘 수 있을 만큼 수면장애도 있으며 자신이 한 ‘짓’에 대해 후회도 하고있다. 한편 프란시스는 올리비에가 자신이 죽인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쌓여가면서 올리비에에게 신뢰를 보내더니 이제는 후견인이 돼 달라는 얘기까지 하게 된다. 화면은 주인공 프란시스의 시선을 보여줄 뿐이며, 대상과 관객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지만 관객은 어느새 올리비에의 고민을 함께 하게 된다. 단순한 이야기에 소박한 스타일이지만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은 다큐멘터리적 화면이 주는 진실성 때문이다. 감독이 강요하지 않아도 관객은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행동이 도덕적인 것인가, 혹은 그렇다면 올리비에는 무슨 행동을 할까, 관객들은 끊임없이 질문과 고민을 반복하게 된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 마음도 말도 단절된 현대인의 ‘고독’ 담아내 “나만의 여유…. 산토리 타임!” 한물 간 할리우드 스타 밥 해리스(빌 머레이)가 도쿄(東京)를 찾은 것은 표면적으로 위스키 광고 출연 때문이다. 200만 달러 받고 광고도 찍고 아내와 아이로부터 벗어날 겸…. 하지만 뭔가 답답한 느낌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소통. 촬영장에서는 감독의 지시를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고 누군가가 보냈다며 호텔 방을 찾은 낯선 일본 여자는 ‘스타킹을 찢어달라’는 식으로 당황스럽게 한다. 제일 인기있다는 토크쇼에 출연해도 진행자는 원치 않는 행동을 강요하며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만들 뿐이다. 이질적이고 낯선 문화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밥. 사실 이 외로움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은 아니다. 자신보다는 자식들이 우선이고 그보다는 새로 살 카펫 색깔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듯한 부인. 결혼 25년차인 그는 ‘중년의 위기’에 빠져있다. 20일 개봉한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원제 Lost in Translation)는 언뜻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들리는 한글 제목과는 달리 원제 그대로 의사소통의 단절을 담고 있다. 같은 언어를 쓰더라도 좀처럼 남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공유하고 있는 경험. 고독과 단절의 밑바닥까지 보여주던 감독은 고맙게도 그 틈에서 소통의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들의 바다에 섬처럼 단절돼 있던 밥. 그가 소통을 시도하는 여자는 이제 막 결혼한 젊은 여자 샬롯(스칼렛 요한슨)이다.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왔지만 정작 자신은 무슨 일을 할 지 결정을 못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생소한 문화에 대한 부적응, 그리고 남편의 무관심으로 외롭기는 그녀도 마찬가지. 공허함이 가득찬 어느 밤 두 사람은 호텔 바에서 마주치고 이방인들이 가득 찬 일본 땅에서 조심스럽게 교감을 시작한다. 골든 글러브, 베니스, 시애틀, 토론토 등 가는 영화제마다 찬사를 받았으며 아카데미에서도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등 4개 부문에서 후보로 올라있는 등 영화가 해외에서 평론가들의 열광적인 흥분을 이끌어 낸 것은 신예 소피아 코폴라의 연출력과 빌 머레이의 열연에 있는 듯하다. 소피아 코폴라는 두번째 연출작에서 냉소로 관객들의 마음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줬으며 ‘킹핀’이나 ‘미녀 삼총사’ 등 코미디영화에 주로 출연하던 빌 머레이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들의 가슴에 남을 만한 고독한 표정을 연기해 낸다.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딸이며 ‘대부3’에 앤디 가르시아의 상대역으로 출연했던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서른 두살의 여감독. ‘사랑도…’에서는 시나리오까지 맡았다. 약혼녀 사칭에 임신 3개월? 누가 이 여자좀 말려줘요~ 어느 때부터 신세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에는 욕설과 배설물이 필수 재료인 것처럼 여겨져 왔다. 청초한 여주인공이 이슬만 머금을 것 같은 입으로 쌍소리를 거침없이 내뱉는가 하면 토사물을 쏟아놓고 코딱지를 삼키기도 한다. 이러한 ‘엽기적’ 세태에 얼굴을 찌푸리던 관객들은 20일 개봉한 ‘그녀를 믿지마세요’를 한결 편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이야기는 탁월한 연기력으로 교도관과 가석방 심사위원들의 눈을 속인 사기범 영주(김하늘)가 교도소를 나서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유일한 피붙이인 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행 열차를 탔다가 애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러 가던 시골약사 희철(강동원)과 마주앉는다. 희철은 애인에게 선물하려던 반지를 영주 좌석 아래 떨어뜨린 뒤 주우려다 오해를 받아 흠씬 두들겨 맞는다. 영주는 희철이 반지를 소매치기 당하자 가석방 상태에서 도둑 누명을 쓸까 두려워 범인을 뒤쫓는다. 결국 반지는 되찾지만 가방을 놓아둔 채 기차를 놓치고 만다. 수소문 끝에 희철의 동네를 찾아온 영주. 희철의 가족은 그녀를 희철의 약혼자로 오해하고 한번 시작된 거짓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엄청난 해프닝을 빚어낸다.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환경과 성격의 남녀 주인공을 하나의 상황 속으로 몰아넣어 과장된 재미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는 2천년대 로맨틱 코미디인 ‘동갑내기 과외하기’나 ‘가문의 영광’과 닮았다. 그러나 ‘엽기 코드’를 덜어내고 푸근한 시골의 인심과 따뜻한 가족애를 내세웠다. 억지스러우면서도 무난한 구성과 어설픈 듯하면서도 과장된 캐릭터는 장점이자 단점. ‘푼수데기’ 코믹 배우로 변신한 김하늘과 ‘꽃미남’ 강동원이 순진한 시골 약사로 등장해 수난을 당하는 장면을 보는 것도 즐겁다. 12세 이상 관람가.

이제는 말할수.. 역사조명 계속

MBC 현대사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내년에도 현대사 조명행보를 계속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1999년부터 5년간에 걸쳐 모두 73편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송한데 이어 내년에는 3·1절 특집으로 ‘독립투쟁의 대부 홍암 나 철’편(연출 박정근)을 시작으로 13편 가량 선보인다. 내년 2월29일 전파를 타는 이 3·1절 특집은 지금까지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독립투쟁 공간에서의 대종교의 활동상과 홍암 나 철의 존재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어 ‘만주의 친일파’편을 정길화 PD가 준비중이고, 새로 공개된 비밀문서와 소련 점령군의 최초 증언을 취재하는 ‘분단의 기원, 모스크바 3상회의’편을 김환균 PD가 다듬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밖에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1970년대 월남파병문제를 비롯해 ▲12·12와 미국 ▲강남개발 신화 ▲긴급조치 시대 ▲6·25 ▲김일성 사망 10주년 등에 대한 기획물도 내년중 소개할 예정이다. 정길화 PD는 “이 프로그램을 대표적인 현대사 다큐멘터리로 자리매김하는 한편, 지금까지 폭로성 소재가 거의 다뤄진 만큼 앞으로는 ‘영상실록 한국현대사’의 누락된 부분을 채워 나가는 심정으로 제작에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 제작에는 정길화 PD를 비롯해 이채훈, 박정근, 김환균, 김영호, 유현, 장형원 PD 등이 참여한다.

C네마

北 병사들 눈물겨운 ‘남한 탈출기’ ■동해물과 백두산이 ‘두사부일체’와 ‘가문의 영광’으로 1천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정준호와 ‘조연 전문배우’ 공형진이 ‘투 톱’으로 나섰다. 올해 마지막 날에 개봉하는 ‘동해물과 백두산이’(제작 주머니필름·영화사 샘)는 이들을 짝패로 내세운 전형적인 버디 코미디. 멜로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깔끔한 연출솜씨를 선보인 안진우가 메가폰을 잡았다. 이야기는 조선인민군 해군 13전대 매봉산 기지에서 시작된다. 혁명정신이 투철한 엘리트 함장 최백두(정준호)는 제대를 몇 달 앞둔 고참 병사 림동해(공형진)에게 낚싯대를 맡긴 채 갑판장(전진기)과 함께 바다 위 고무보트에서 술판을 벌인다. 반합 뚜껑에 따라 마신 백두산 들쭉술에 취해 둘이 잠들자 림동해도 수통째로 들이켜고 함께 잠이 든다. 그러나 어느덧 밤이 되어 화창하던 하늘은 장대비를 퍼붓고 잔잔하던 바다도 거센 파도를 때린다. 고무보트가 뒤집어져 조류에 떼밀려온 최백두와 림동해는 어느 바닷가에서 정신을 차리는데 그곳은 대한민국의 해수욕장. 이때부터 북으로 돌아가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펼쳐진다. 한편 범인을 붙잡아 호송하려던 안형사(박철)와 박형사(박상욱)는 가출한 딸 한나라(류현경)를 찾아오라는 경찰서장의 전화를 받고 해수욕장을 헤맨다. 친구들과 놀러온 한나라는 아버지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다가 파출소로 인계되고, 자수하러 이곳을 찾은 최백두와 림동해를 형사로 착각한 소장은 한나라를 이들에게 넘긴다. 자수 작전이 실패하자 최백두와 림동해는 2단계 귀환작전인 뗏목 만들기를 시도하다가 산림감시원에게 발각되고, 제트스키를 타고 북으로 내처 달리다가 “시간 다됐다”는 주인의 모터보트에 이끌려 돌아온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단 하나. 해변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해 금강산 관광권이 상품으로 걸린 1등을 차지하는 것이다. 얼토당토않은 설정에 말도 안되는 상황이 이어지지만 영화는 그런대로 재미나게 흘러간다. 안형사 콤비가 최백두 일행과 엇갈리면서 빚어내는 소동도 배꼽을 쥐게만들고 공형진의 뺀들거리는 몸짓과 박철의 느물대는 표정도 웃음보를 터뜨리게 한다. 이재룡, 김원희 등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인기 탤런트들의 카메오 출연도 무릎을 치게 한다. 하지만 화장실 유머를 끼워넣은 것이라든지 불량 여고생들의 욕설투의 대사를 얹어놓은 것은 아무리 유행이라고 해도 보고 듣기에 부담스럽다. 다분히 요즘 충무로의 흥행 공식을 의식한 듯한 후반부의 눈물 장면도 상투적으로 느껴진다. 15세 이상 관람가. ■벅스 바니·대피 덕 ‘지구를 지켜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맞춰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혼합된 액션 어드벤처물 ‘루니툰 백 인 액션(Looney Toon-Back in action)’이 개봉됐다. 빠르게 몰아치는 유머에 다소 황당한 줄거리이나 벅스 바니, 대피 덕, 트위티, 스쿠비 두 등 다양한 만화 주인공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편. 영화 곳곳에서 불쑥 나타나는 ‘싸이코’, ‘매트릭스’, ‘스타워즈’, ‘미라’ 등의 패러디 장면도 반갑다. 만화 주인공들이 뭉크의 회화 ‘절규’나 쇠라의 ‘글랑자드 섬의 일요일 오후’, 달리의 ‘기억의 영속’ 등을 휘젓고 다니는 장면도 볼만하다. 다만 관객에게 이들 캐릭터나 장면이 어느 정도 익숙하느냐가 관건일 듯. 벅스바니나 트위티 정도만 친근할 뿐 다른 캐릭터는 낯이 설고 패러디되는 미국의 TV 시리즈나 초기 애니메이션도 이해가 안될 만큼 어색할 뿐이라면 영화는 그저 산만한 코미디로 다가올 수도 있다. ‘미라’의 브렌든 프레이저와 ‘007’ 시리즈의 티모시 달튼, ‘신부의 아버지’의 코미디 배우 스티브 마틴이 출연하며 ‘그렘린’의 조 단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목 ‘루니 툰’은 30년 벅스 바니를 처음 소개한 단편 애니메이션의 이름. 부제 ‘백 인 액션’은 ‘白人액션’이 아니라 ‘Back in Action’이다. ‘벅스 바니’ 영화에 ‘바니’가 빠진다면 어떨까? 오리 캐릭터 ‘대피 덕’은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 워너브라더스의 인기 캐릭터 바니에 비하면 영원한 조역일 뿐. 투덜대던 그는 영화사의 코미디 담당자 케이트(지나 엘프만)에게 해고당한다. 갑자기 갈 데가 없어진 대피. 그는 함께 해고당한 경비원 디제이(브렌든 프레이저)의 집에 눌러앉기로 한다. 드레이크의 아버지는 유명한 스파이 영화의 데미안. 어느날 데미안이 납치되면서 그가 영화 속 뿐 아니라 실제로도 스파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이제 디제이와 대피, 그리고 대피를 달래기 위해 찾아온 케이트와 바니가 ‘지구정복’을 꿈꾸는 악당에 맞서는 모험이 펼쳐진다. 전체 관람가. ■“빨간 모자 고양이와 상상의 나라로 떠나요”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모처럼 극장나들이에 나서려는 가족 관객에게 마침 맞는 영화가 찾아온다. 오는 31일 개봉 예정인 ‘더 캣’은 1957년 출간된 스테디셀러 동화 ‘더 캣 인 더해트(The Cat in the Hat)’를 스크린에 옮긴 영화. 지난달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2주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말썽꾸러기 콘래드(스펜서 브레슬린)와 깔끔하고 고상한 새침데기 샐리(다코다 패닝)는 한 배에서 난 오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성격이 딴판이어서 늘 아옹다옹 다툰다. 이날도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며 홀로 남매를 키우는 엄마가 회사의 호출을 받고 급히 나가려는데 콘래드는 쟁반 위에 몸을 실은 채 2층 계단에서 미끄럼을 타고내려와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샐리는 이런 오빠를 엄마에게 고자질한다. 이날 저녁 회사 간부와 의뢰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벌이려던 엄마는 집안을 어지르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뒤 집을 나선다. 따분함을 참지 못해 몸을 뒤트는 오누이에게 빨간 모자를 쓴 고양이가 나타난다. 직립보행에 말까지 하는 고양이를 보고 오누이는 놀라 도망치지만 이내 그가 펼치는 놀라운 마술에 빠져든다. 고양이의 모자 속에서는 온갖 물건이 튀어나오고 어항 속 금붕어까지 말을 한다. 여기에 쌍둥이 형제까지 가세해 집안을 온통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는다. 고양이가 가고 난 뒤에서야 정신을 차린 오누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울상을 짓는데 또다시 고양이가 나타나 첨단 기계로 집안을 깨끗이 원상복구시킨다. 드림웍스와 유니버설은 9천만 달러를 들여 동화 속 세계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그림책을 보는 듯한 파스텔 톤의 예쁜 화면은 실사영화인지 애니메이션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보 웰치 감독은 ‘맨 인 블랙’, ‘배트맨2’, ‘가위손’, ‘비틀쥬스’ 등의 미술감독 출신답게 시각적 표현에 발군의 솜씨를 보였다. 다코다 패닝, 스펜스 브레슬린, 켈리 프레스턴, 알렉 볼드윈 등이 맨 얼굴로 등장하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캐릭터들과 소품. ‘오스틴 파워’ 시리즈의 마이크 마이어스가 고양이로 둔갑해 열연을 펼쳤고 금붕어, 씽원·씽투 형제, 보트 모양의 자동차, 여러 개의 손을 가진 청소기계, 감성진단기, 주크박스, 망원경 등이 관객을 즐겁게 한다. 전체관람가. ■ 새 비디오 -황 산 벌 ‘황산벌’ 전투를 사투리로 꼬아 그린 역사 코미디. 계백 역에 박중훈, 김유신 역에 정진영이 출연한다. 서기 660년, 신라 무열왕은 딸과 사위를 죽게 한 백제 의자왕에게 원수를 갚기위해 당나라의 힘을 빌리고 소정방의 당군은 한반도로 넘어와 기벌포로 향한다. 여기에 김유신의 신라군도 남한강을 따라 남하해 탄현을 지나자 의자왕은 충신계백을 불러 신라에 맞서라고 명령하고 계백은 처자식까지 죽이고 싸움터로 나선다. 1월 출시. 15세 관람가. -천 년 호 ‘닥터봉’, ‘자귀모’를 연출한 이광훈 감독의 신작. 통일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비극적 사랑과 이들의 운명을 뒤흔드는 천년호수의 저주를 그린 무협 판타지 멜로. 고대국가가 등장할 무렵인 기원전 57년. 박혁거세가 이끄는 신라는 신목(神木)을 섬기는 아우타족을 전멸시키고 이들의 피는 커다란 호수를 이룬다. 그로부터 천년 후, 변방의 적들을 물리치며 왕의 신임을 받은 신라의 장수 비하랑은 어느날 독사에 물려 신음하는 자신을 구해준 처녀 자운비와 사랑에 빠진다. 비하랑이 전장으로 떠난 사이 정체불명의 자객이 목숨과 정조를 위협하자 자운비는 천년 호수에 몸을 던지고 호수 속에 머물던 아우타의 원혼은 자운비의 몸을 빌려 요귀로 환생한다. 1월 출시. 15세 관람가. -노 보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와의 사랑 그린 독일 영화. 평론가 출신의 장 피에르 리모쟁 감독은 독특한 상황 설정과 섬세한 심리묘사로 섹스라는 화두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함은 몇 분 전에 일어난 일도 까맣게 잊어버리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 틈틈이 수첩에 기록하며 기억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지만 쉽지는 않다. 직장 상사 사빈은 그를 욕정의 해결 상대로 이용하고 바람이 난 아내와 친구도 그가 기억을 되찾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어느날 그런 그에게 구원의 여인이 나타난다. 바로 같은 회사에 임시직으로 채용된 이렌. 이렌은 그래함의 기억을 돕기 위해 애쓰지만 직장 상사는 그녀의 존재를 거북스럽게 생각해 직장에서 쫓아낸다. 29일 DVD와 동시에 출시. 18세 이상 관람가. -젠틀맨 리그 숀 코너리 주연의 SF액션어드벤처물. ‘젠틀맨리그’라는 이름으로 뭉친 7명의 모험 이야기이다. 배경은 영국이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가운데 20세기를 맞이하는 축제 준비가 한창인 1899년. 세계 정상 회담을 앞두고 악당 팬텀은 세계를 지배할 계략을 꾸미고 영국 정보국의 첩보원 ‘M’(리처드 록스버그)은 이를 막으려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7명의 히어로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모험가 앨런(숀 코네리), 뱀파이어 미나(페타 윌슨), 스파이 톰(쉐인 웨스트), 불사신 도리안(스튜어트 타운젠트), 투명인간 로드니(토니 큐란), 모험가 캡틴 네모(나세루딘 샤), 지킬박사(제이슨 플레밍) 등이 그들. 가까스로 악당의 공격을 막아낸 일행. 하지만 이들 앞에는 또 다른 음모가 기다리고 있는데…. 다음달 9일 DVD와 함께 출시.

"대장금" 세트장 43채 화재로 전소

MBC 창사특집드라마 대장금(극본 김영현·연출 이병훈)의 충주 야외오픈세트가 전소됐다.   3일 오전 7시께 충북 충주시 살미면 재오개리에 위치한 대장금 야외촬영 세트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한옥 2채와 초가집 41채를 태우고 1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화재 당시 세트장에는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지난 2일 오후 이시종 시장이 "재오개리 생활폐기물 소각장 건설 계획을 주민반발에 따라 철회하겠다"고 밝힌 뒤 소각장 유치를 추진했던 재오개리 주민들의 반발이 일었던 점을 감안, 방화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는 한편 정확한 피해액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화재는 초가집이 밀집돼 있는 촬영장 부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길이 치솟으며 삽시간에 세트장 전체로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충주호에 인접한 이 세트장은 지난 2000년 충주시와 MBC가 5억원씩을 투자해 터를 조성한 뒤 한옥 2채와 초가집 50채, 나루터 1곳을 지어 이듬해 개장했으며, 올 1월 MBC에서 충주시로 관리권이 이전됐다. 개장 이후 이곳에서는 MBC가 홍국영 상도 어사 박문수 다모 등의 드라마를 촬영했으며 최근에는 대장금을 수시로 촬영해 왔고,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떠올랐다.   이곳은 한상궁과 최상궁의 경합 과정에서 최상궁의 음모로 한상궁이 납치되는 장면, 장금이가 숙수 덕구(임현식 분)와 함께 중국 금계를 구하기 위해 찾아갔던 저잣거리 등을 찍었던 장소. MBC가 방송한 사극 가운데 일반인들의 삶의 모습을 다루는 대부분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한편 화재 소식을 접한 대장금의 제작진은 당황스러워하며 "충주 세트는 고정적인 촬영 세트가 아니기 때문에 촬영에는 큰 지장이 없을 듯하다. 정확한 피해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에 대해 현재 충주MBC측이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 조사가 끝나는 대로 피해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

‘대한민국 싸우지마’ 세태풍자 음반 화제

어느 한 무명가수가 갈등과 대립 등 요즘의 한국사회를 풍자한 음반을 내 화제다. ‘작은 김구’라 불리는 서희의 3집 앨범 ‘대한민국 싸우지마’. 겉모습이 김구 선생과 닮았다고 해 주변에서 ‘작은 김구’란 애칭을 붙였다는 서씨의 이번 노래는 최근의 정치상황과 노사문제, 빈부의 격차, 바닥으로 떨어진 교육현실 등 사회 각 분야를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여당야당 천년만년 서로 싸우고/ 좌익우익 해방 때부터 아직까지 싸운다// 노사파업 죽자 사자 밤새고 싸우고/ 잡초 약초 민초 골초 뒤엉켜 싸운다// 참교육과 공교육은 나몰라라 싸우고/ 어린청춘 사교육에 시들어 간다// 촛불시위 몸싸움에 하루해가 저물고/ 삼천리반도 금수강산 눈뜨면 싸운다//…’ 가사만 보아도 알 수 있을 법한 현재의 사회문제를 담고 있는 노래는 ‘신용불량자 카드돌려막기’, ‘강남땅에 아파트에는 억대부유층’ 등 이기와 불신의 사회상을 꾸짖는다. 후렴구는 ‘대한민국 아름다운 나라 정말 좋은 우리나라/ 오천년의 찬란한 역사 제발 제발 더럽히지마…’로 마무리하며 무명가수의 대국적인 바람을 담았다. 제작기간만 꼬박 1년이 걸렸다는 서씨. 지난 95년 ‘사랑 가르쳐준 사람’과 99년 ‘다시 한번 널’이란 타이틀로 성인 대상 음반을 발표했던 그가 이런 사회풍자적 노래를 부르게 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레크레이션 강사이기도 한 그는 8년동안 정부기관에서 주최한 행사의 진행을 맡았었다. 때문에 부패한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을 터. 또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란 음반에도 참여하며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적 노래에 점차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러던 중 그간 친분을 쌓은 ‘독도는 우리땅’의 박인호씨와 의기투합해 곡을 만들었다. 박씨가 작사·작곡을 했으며 가사를 완성하기까지 미국에 있는 박씨와 전화통화로 끊임없이 수정·보완 했다. “공식적인 음반발매이기 때문에 원곡의 가사를 부드럽게 순화한 편이죠.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에 국민들만 가슴 아파하는 것 같아 씁쓸함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노래로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합니다.” 지하철 환승역을 돌아다니며 즉석 공연을 펼치고 있는 작은 김구 서희. 다른 가수들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어도 행복해 보이는 건 노래만큼이나 우리나라 전체가 그의 무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인기가수 크리스마스 캐럴음반 잇따라 출시

이승철, 조성모, 이수영, 성시경, 윤도현 밴드 등 국내 정상급 가수들이 부른 크리스마스 캐럴 음반이 잇따라 출시된다. 인기 가수들이 대거 참여한 컴필레이션 앨범 ‘어메이징 크리스마스’와 ‘블루 크리스마스’, 윤도현밴드가 록버전으로 부른 캐럴 음반 등이 그것. 우선 이승철, 이수영, 조성모, 장나라, 김현철 등이 참여한 앨범 ‘어메이징 크리스마스’가 눈에 띈다. 앨범의 타이틀곡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는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가수 이승철이 불렀다. 스윙과 재즈풍으로 편곡된 이 곡은 오케스트라의 웅장함과 이승철의 호소력 강한 보컬이 조화를 이뤄 겨울 느낌을 물씬 풍긴다. 경건한 분위기를 살린 이수영의 ‘The Christmas Song’, 이기찬의 ‘The First Noel’, 장나라가 부른 캐럴의 대명사 ‘Jingle Bells’, 조성모의 ‘Last Christmas’, 김현철의 ‘Silent Night’, 포지션의 ‘O Holy Night’ 등 인기 가수들이 개성이 담긴 캐럴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앨범은 신세대 탤런트 조윤희를 표지모델과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또 다른 캐럴 앨범은 ‘블루 크리스마스’로 R&B, 재즈,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를 담은 옴니버스 캐럴 음반이다. 동명 타이틀곡 ‘Blue Christmas’는 셀린 디옹의 원곡을 JK김동욱이 소울 풍의 묵직한 보컬로 불러 더욱 장중한 분위기로 변모시켰다. R&B 가수 박정현이 부른 ‘The First Noel’은 60인조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보컬의 섬세함이 조화를 이룬다. 이외에도 성시경의 발라드 ‘고백하는 날’, 이지훈의 ‘Jingle Bell Rock’, 김조한의 ‘Happy New Year Come’, 쿨의 ‘White Christmas’, 이효리와 이수영이 함께 부른 ‘울면 안돼’, 리즈의 ‘The Christmas Song’ 등 12곡을 담았다. 가전 제품 CF로 낯이 익은 아역모델 심혜원이 출연하는 뮤직비디오도 제작됐다. 윤도현밴드가 록버전으로 부른 캐럴도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오는 12월 9일 발매되는 앨범에는 ‘White Christmas’, ‘북치는 소년’, ‘Last Christmas’, ‘루돌프사슴코’, ‘창밖을 보라’ 등 익숙한 크리스마스 캐럴을 강한 록 사운드로 편곡해 수록된다. 일렉트로닉 사운드, 샤우팅 창법, 스래쉬 메탈 같은 느낌을 살리고 스크래치 등 디지털 효과를 덧입혀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 곡들은 제6집 앨범과 수록곡 ‘사랑할거야’의 뮤직비디오와 함께 2장의 CD에 실려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시된다. 1만장 한정판으로 12월 31일까지만 판매되며 수익금의 일부는 실직자와 노숙자 등을 돕는 공익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