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는 설을 맞아 30% 넘는 시청률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해신’의 모든 것을 공개하는 ‘해신 스페셜’을 마련한다. 10일 오후 8시 10분부터 90분 동안 방송되는 ‘해신 스페셜’은 신영일·강수정 아나운서, 탤런트 이광기가 진행을 맡고 ‘연예가중계’, ‘스펀지’, ‘VJ특공대’ 등 KBS의 예능프로그램이 나서 ‘해신’의 다양한 볼거리를 전해줄 예정이다. 먼저 ‘연예가중계’는 드라마 속 애절한 삼각관계인 장보고-정화-염장의 러브스토리를 파헤쳐보고 연기자들의 실제 성격과 비교해보는 시간도 갖는다. 또 ‘스펀지’는 ‘해신, 이런 장면 꼭 있다’로 ‘해신’의 법칙을 알아보고 ‘해신연구소’를 통해 연기자들의 숨겨진 모습을 보여준다. ‘VJ특공대’는 완도와 수원을 오가며 강행군을 하고 있는 ‘해신’ 촬영팀을 따라다니며 ‘해신’ 촬영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연기자 가족들의 메시지도 전할 계획. 또 연기자들이 뽑은 ‘해신’ 명장면과 시청자들이 뽑은 명장면도 공개된다.
아이돌 스타 그룹 동방신기가 설을 맞아 경기도광주의 성분도 복지관 장애우들에게 겨울 점퍼 200벌을 선물했다. 동방신기는 따뜻한 마음을 담아 겨울 점퍼 200벌(약 2천500만원 상당)을 전달한 뒤 이달 중순에는 복지관을 직접 방문해 장애우들과 특별한 시간도 보낼 예정이다. 동방신기는 지난 12월 발매한 캐럴 앨범 ‘The Christmas gift from 동방신기’에 이해인 수녀의 시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은’을 내레이션으로 수록한 뒤 이해인 수녀의 소개로 성분도 복지관을 알게 됐다. 동방신기는 “장애우들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면서 선물과 함께 방문 계획을 세운 것이다. 동방신기는 지난 4일 발매한 영상 화보집 ‘동방신기, The 1st Photo Book Travel Sketches in Los Angeles’가 발매 당일 초도 3만장이 매진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총 20부작으로 기획된 MBC TV 수목드라마 ‘슬픈연가’(극본 이성은·연출 유철용)가 반환점을 돌면서 시청률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절반에 해당하는 10부가 방송된 지난 3일 19.4%(TNS미니어코리아 조사)로 첫 방송 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20% 고지를 바라보게 된 것. ‘슬픈연가’는 사실 방송 이전부터 권상우 김희선 등 톱스타의 출연, 송승헌의 도중하차와 연정훈의 투입, 호주에서의 홍보용 뮤직비디오 촬영과 뉴욕에서의 해외촬영 등으로 숱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첫회 18.1%를 기록한 이후 시청률이 점차 하락해 최저 13.8%까지 떨어졌다. 시청자들은 느린 스토리 전개로 등장인물 간의 갈등이 고조되기까지 너무 오랜시간이 걸린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그때마다 이 드라마의 열성 팬들은 “성인연기자를 본격적으로 투입하면 나아질것”, “뉴욕 촬영 방송 장면이 나가면 달라질 것”, “주인공 세 명의 만남이 이루어지면 시청률이 오를 것”이라며 인내심을 발휘해온 셈이다. 마침내 9회와 10회 방송에서 앞을 못보던 혜인(김희선)이 눈을 뜨고, 세 주인공이 마주치면서 갈등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시청률 곡선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극 전개가 빨라지는데다 권상우 김희선 연정훈의 연기력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일단은 초반의 아쉬움을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11회 방송분부터 ‘슬픈연가’의 시청률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거리다. 16일부터는 ‘유리화’ 후속으로 조재현 차인표 송윤아 등이 출연하는 SBS 수목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가 방송된다. 여기에 30%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KBS 2TV ‘해신’도 건재하다. 설 연휴기간 동안 특집방송 편성으로 방송을 쉬는 ‘슬픈연가’가 새로운 구도의 3파전 속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주목된다.
■말아톤 “스무살 자폐증 청년의 마라톤 도전기” ● 자폐증을 앓는 스무살 청년이 42.195㎞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제목 ‘말아톤’은 다섯살 지능의 주인공 초원(조승우 분)이 일기장에 마라톤을 ‘말아톤’이라고 적은데서 따온 것. 영화는 “자폐는 병이 아니다. 장애다”고 못박은 후 정상인도 도전하기 힘든 마라톤을 영화의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주인공이 장애를 인정하고 마라톤이라는 스포츠에 도전하는 과정이 첫번째 감상 포인트다. 또 한가지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이미 한국 영화계의 한 축을 이끌어갈 걸출한 재목으로 성장한 조승우의 연기. 손가락 열개를 제각각 움직이며 초점 없는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 거리는 천진난만한 표정의 조승우는 부담스럽기 보다는 편안해 보인다. ■그때 그사람 10·26 사태 소재 ‘블랙코미디’ ● 10·26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 박정희 전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가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다큐멘터리 세 장면을 삭제하는 조건으로 상영을 허용했다. ‘눈물’, ‘바람난 가족’ 같은 전작에서 이 시대 청춘들과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며 주류의 허위에 시니컬한 비웃음을 던지던 임상수 감독은 같은 어조로 민감하고 중요한 역사임에는 분명하지만 비웃음을 살만한 가능성이 농후한 ‘그때 그날’에 눈길을 돌린다. 영화의 전반적인 톤은 정공으로 무언가를 공격하기보다는 그 시대를 뭉뚱그려 비꼬는 듯한 블랙코미디의 느낌이다. ■B형 남자친구 A형 여자… B형 남자의 ‘사랑만들기’ ● TV 드라마 ‘파리의 연인’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동건의 스크린 데뷔작. 최근 대중문화의 새로운 코드가 된 혈액형이 영화의 중심 소재다. 운명적 사랑을 믿는 A형 여자 하미(한지혜) 앞에 어느날 이기적이고 바람기 많은 성격의 B형 남자 영빈(이동건)이 나타나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서로의 매력을 깨달아간다는 것이 영화의 기둥 줄거리다.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와 이미 TV 드라마 ‘낭랑 18세’에서 함께 연기했던 이동건과 한지혜의 연기 호흡이 감상 포인트. ■공공의 적2 ‘진짜 나쁜놈’ 때려잡기! ●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이 연출한 야심작. 지난 2002년 만들어진 1편의 주인공이 경찰 ‘강동서 강력반’의 형사 강철중이었던데 이어 2편의 주인공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검사 강철중(설경구)이다. 역시 책상 앞에 앉아 서류나 뒤적거리는 것보다는 현장에 나가 직접 부딪치는 것이 체질. 범인 검거를 위해서는 총질도 마다 않는데다 수사 추진에 위아래를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성격인 까닭에 검찰 내부에서도 ‘문제적 검사’다. 설경구-정준호의 호연과 김신일 등 조연배우들의 안정감, 그리고 착착 달라붙는 대사는 영화의 장점이다. ■애니씽 엘스 일흔 노장의 삶에 대한 따뜻한 충고 ● ‘피아니스트를 쏴라’, ‘마이티 아프로디테’, ‘스몰타임 노 크룩스’의 우디 앨런이 2003년에 만든 신작. 올해로 일흔이 되는 노장의 독설과 유머, 그리고 그 속에 녹아있는 삶에 대한 따뜻한 충고까지 감독 특유의 매력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유머에는 사람을 꿰뚫는 힘이 있다”라는 초반 대사는 영화 스스로에 가장 적합한 평가. 영화는 삶은 ‘무의미한 것 같은데 왜들 바둥거리며 살까?’라는 주인공 제리의 고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변의 우스꽝스러운 인물들을 통한 코미디와 대사의 신랄함이 영화가 주는 주된 재미다. ■클로저 ‘첫눈’에 반하는 치명적인 ‘사랑’ ● 동명의 히트 연극을 원작으로 한 영화. ‘첫눈에 반하는 치명적인 사랑’을 모티브로 남녀 네 명의 섬세한 심리를 적나라하게 그렸다. 지극히 진지하고 절박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충동적일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의 얽히고 설킨 감정선은 상당히 흥미로운 편.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나탈리 포트먼, 클라이브 오웬 등 네 배우는 눈빛 하나로 관객을 아찔하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시선이나 시간에서 형식의 굴레를 벗어 던진 것이 영화의 특징. 카메라는 네 명의 주인공에게 고루 시선을 분산하면서 그 순서를 노골적이지 않게 비틀었다. ‘졸업’ ‘워킹걸’의 감독 마이크 니콜스가 메가폰을 잡았으며 나탈리 포트먼과 클라이브 오웬은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 남녀 조연상을 수상했다. ■레모니스티켓의 위험한 대결 마법보다 신기한 환상속으로… ● 현실인 듯 환상인 듯, 팀 버튼의 ‘빅 피쉬’와 ‘비틀쥬스’를 섞어놓은 것 같은 이미지의 영화. 기괴하면서 음울하고 동시에 묘하게 매력적이다. 코미디 배우 짐 캐리가 일인 다역으로 영화 속에 등장한다. 의문의 화재로 졸지에 집과 부모를 잃은 삼남매.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지만 성인이 될때까지는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한다. 아이들이 첫번째로 만나는 친척이 바로 올라프 백작(짐 캐리 분)인데 그는 노골적으로 유산을 탐하며 아이들을 해치려고 한다. 거머리떼의 공격과 벼랑 위의 집이 차례차례 무너지는 광경, 열차와 충돌할뻔한 아슬아슬한 상황 등 스펙타클한 화면이 주요한 볼거리. ■하울의 움직이는 성 어른들을 위한 행복 환타지 ● 이미 개봉한 영화들도 장기 상영의 훈풍을 타고 설극장가를 노린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다양한 연령대의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국내개봉 일본 영화 최고 흥행 성적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표 수공예 애니메이션’인 만큼 세밀하게 공들인 흔적과 그만의 상상력으로 꽉 차있다.
■마더 데레사 세상을 품에 안은 ‘참사랑’ 종교갈등과 내전으로 시끄럽던 1946년 인도의 캘커타. 기차역을 걸어가던 데레사 수녀는 길바닥에 버려진 것처럼 누워있는 한 남자에게 다가간다. 남자와 얼굴을 맞댄 수녀는 바싹 마른 입술을 움직여 힘들게 내뱉은 남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목이 말라요.” 그 목소리를 들은 수녀는 자신이 있어야할 곳은 수녀원이 아닌 길거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머니’라는 호칭처럼 세상을 품에 안은 성인(聖人) 데레사 수녀의 삶을 한 폭 스크린 속에 되살려낸 영화 ‘마더 데레사’가 21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데레사 수녀가 수녀원에서 길거리로 나오게 되는 그 ‘결정적 순간’의 대사처럼 목마르게 시작한다. 캘커타 빈민촌에 가득한 버려진 아이들과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먹지 못한 사람들은 세상이 외면해 온 목마름이다. 부르심 속의 부르심’을 듣고 길거리로 나온 데레사 수녀는 수녀복 대신 흰색에 푸른 줄이 쳐진 사리를 두르고 낡은 샌들 하나만 신은 채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아픈 사람들을 간호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수녀를 내쫓던 인도 사람들도 점차 수녀의 사랑에 마음을 열고 수녀는 ‘사랑의 선교회’를 설립해 빈민가에 아이들의 보호시설과 의료시설을 만든다. 수녀의 따뜻한 손길은 전세계로 뻗어나간다. 그러나 그 과정이 평화롭지만은 않다. ‘사랑의 선교회’에 검은 돈이 유입됐다는 의혹과 아이들을 팔아넘긴다는 기사가 보도되고 데레사 수녀는 곤경에 빠지고 법정에 서야할 위기에 놓인다. ‘하느님은 세상에서 가장 작고 소박한 것을 좋아하신다’는 데레사 수녀의 말처럼 이 영화 역시 작고 소박하지만 그것이 전해주는 감동만큼은 그 어느 영화보다도 작지 않다. 영화는 30대 중반부터 임종에 이르기까지 데레사 수녀의 인생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종교를 뛰어넘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선물한다. 데레사 수녀에게 전염돼 평생을 같이 사랑을 퍼나르는 다른 수녀들과 신부들의 삶도 아름답다. 파브리지오 코스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지난해 제작한 이 영화에서 데레사 수녀역은 ‘영원한 줄리엣’ 올리비아 핫세가 맡았다. 긴 머리를 휘날리던 15살 줄리엣은 구부정한 등과 깊게 패인 주름이 더 아름다운 데레사 수녀로 거듭났다. 이제 50줄을 넘긴 올리비아 핫세의 가지런히 모은 두손에서는 데레사 수녀를 닮아가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전체관람가. ■‘마더 데레사’ 수녀 관련서 줄이어 영화 ‘마더 데레사’ 개봉을 앞두고 ‘빈민의 어머니’로 불리는 마더 데레사(1910∼97) 수녀의 관련서가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마더 데레사 자서전’(황금가지)과 ‘소박한 기적-마더 데레사의 삶과 믿음’(위즈덤하우스·T.T. 문다켈 지음)이 그것. ‘마더 데레사 자서전’은 데레사 수녀가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데레사 수녀의 대화, 인터뷰, 편지 등 기록을 정리해 자서전 형태로 편집한 것이다. 겸손한 데레사 수녀는 인터뷰 등으로 자신의 삶보다 ‘사랑의 선교회’ 자매들과 함께한 활동을 더 드러냈기 때문에 책 역시 ‘사랑의 선교회’에 초점을 맞춰 데레사 수녀의 생애를 조망한다. 책을 자서전 형태로 정리한 호세 루이스 곤살레스 발라도는 스페인에서 태어나 작가 겸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30년 전부터 이 자서전 집필을 구상해왔다. 1969년부터는 데레사 수녀의 선교 활동에 협력하면서 깊은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송병선 옮김. ‘소박한 기적…’은 데레사 수녀의 전기다. 인도에서 사회봉사 활동을 하다가 데레사 수녀를 만난 저자는 오랜 기간 그와 가까이 지내면서 그의 헌신적인 사랑과 인간에 대한 존엄성, 그리고 싶은 신앙에 매료돼 책을 집필했다. 황애경 옮김. ■큐브 제로 정육면체 ‘살인 미로’내가 왜 갇혔을까? 정육면체의 방에서 눈을 뜬 여자. 딸과 산길을 걸었다는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이후 정신은 혼미해 있다. 입고 있던 옷은 어디론가 사라진 채 유니폼을 입은 채 손에는 바코드가 찍혀있다. 기운을 내서 옆방으로 건너간 여자, 하지만 그곳 역시 또 다른 정육면체의 방이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살인 미로, 벋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이디어 하나로 인정을 받은 저예산 영화 ‘큐브’가 ‘큐브 제로’(Cube Zero)라는 제목의 속편으로 21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시리즈의 세번째 영화로, ‘2’자를 붙이고 개봉된 또다른 속편이 나온 지 2년만이다. ‘제로’라는 부제에서도 짐작이 되듯, 영화는 1편 이전의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시리즈의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장소는 정육면체로 구성된 미로이며, 등장인물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곳에 갖힌 사람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것은 이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건물 내 조정실로 보이는 곳에서 모니터를 통해 이들을 지켜보는 사람은 윈(자카리 베네트)이다. 사실 그도 자신이 어떻게 이곳으로 왔는지 잘 모른다. 미로 속의 사람들을 감시하며 누군가로부터 내려오는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그의 임무. 큐브속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저 처형당할 사형수들 쯤으로 짐작하고 있다. 그러던 중 큐브 속에 갖힌 새로운 인물이 눈을 뜬다. 그녀는 야당의 정치지도자인 레인스(스테파니 무어)다. 레인스가 스스로의 동의 없이 이 곳에 갖혀있음을 알게 된 윈. 마침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던 동료 한 명이 큐브 속에서 무참히 살해되자 윈은 레인스를 구출하기 위해 직접 큐브로 뛰어든다. 전편들이 베일에 싸여있는 거대한 음모론적 분위기에서 미로를 벗어나는 과정의 두뇌 회전을 주된 재미로 보여줬다면 속편은 한층 액션이 늘어난 반면 머리 ‘굴리는’ 재미는 줄어든 느낌이다. 하지만, 시리즈의 특징인 스릴러의 긴장감은 속편에도 드러나는 편이다. ‘큐브2’의 시나리오 작가이며 프로듀서였던 어니 바바라쉬(Ernie Barbarash)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18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7분.
■깃 몹시 지쳐 있는 한 남자가 있다. 지난 몇년 간 한 가지 일에만 매달려 정신 없는 시간을 보냈던 그에게 아마 시간이나 추억 따위가갖는 의미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머릿 속은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이기엔 꽉 차있고 육신과 영혼 모두는 그로기 상태. 그에게는 쉼이 필요하다. 지난해 ‘거미숲’을 선보였던 송일곤 감독이 휴식 같은 영화 한 편을 들고 관객들을 만난다. 14일 개봉하는 ‘깃’은 스스로 ‘느닷없다’는 표현을 쓸 만큼 전작들과는 달라 보인다. 영화는 극적 굴곡이나 화려한 테크닉이 없는 잔잔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멜로물이다. 지난 몇년 간 ‘거미숲’에 매달렸던 감독 자신처럼 영화 속 주인공 현성(장현성)은 이제 막 영화 한편을 완성한 뒤 새 시나리오를 쓰던 중이었다. 일에 ‘진도’가 나가지 않자 그가 갑자기 찾기로 한 곳은 10년 전 사랑하던 여자와 함께 여행했던 우도. 두 사람은 그날 이후 정확히 10년 뒤 당시 묵었던 모텔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러고보니 내일이 딱 10년이 되는 그날이다. 느닷없이 찾아간 우도와 그날의 모텔. 기대 속에서 그곳을 찾은 현성을 소연(이소연)이 반겨준다. 소연은 숙모가 집을 나간 뒤 말을 잃어버린 삼촌과 함께 모텔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미뤄놓은 소연의 꿈은 탱고 댄서가 되는 것. 발랄한 소연의 친절 속에 현성은 10년 전의 그녀가 오기를 기다린다. 다음날, 모텔에는 현성의 이름으로 피아노 한 대가 배달되고 여자는 오지 않는다. ‘꽃섬’이나 ‘거미숲’을 보고 복잡한 상징이나 대단한 의미를 기대하고 극장에온 관객들은 김이 빠질지도 모르지만 ‘깃’은 다른 의미에서 송일곤 감독의 수작이라고 할만 하다. 영화는 멜로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인 설렘을 담고 있다. 자극적이거나 소란스럽지 않으면서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는 것은 영화가 휴식 혹은 쉼이라는 단어 자체와 닮아 있는 점. 우도에는 도시에는 없는 맑은 바람과 돌멩이가, 바다가 있으며 그래서 달콤한 휴식도 있다. 그 속에서 현성이 찾게 되는 것은 추억의 포근함과 새로운 만남에 대한 떨림이다. 설렘을 이끌어내는데 한몫 단단히 한 것은 ‘덜’ 알려진 배우들의 호연이다. 감독의 카메라는 장현성의 자연스러움과 이소연의 풋풋함을 꾸미지 않은 채 담아내고 있다. 상영시간 73분. 12세 관람가. ■몽정기 2 ‘성숙한 남성이 수면중에 성적(性的) 흥분을 하는 꿈을 꾸고 사정(射精)하는 것’이라는 네이버 백과사전의 정의에서처럼 사실 몽정이란 단어는 남자들만의 것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14일 첫선을 보이는 영화 ‘몽정기2’에서는 선전 문구와 달리 사춘기 여자아이들의 성적 판타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성적인 흥분이 남성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것은 당연한 얘기. 남자 중학생들 못지않게 여고생들의 성적 호기심도 왕성하다는 사실은 1편이 ‘히트’를 친 뒤 2편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됐겠지만 영화 속 여고생들은 성적 판타지의 주체가 아닌 대상에 머무르고 있다. 몽정이 남성들의 단어인 것처럼 이 영화의 주된 타깃도 아마 또래, 혹은 성인남자들인 듯하다. 여자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없으니 판타지라는 것도 이들을 위한다기 보다는 남자들 쪽으로 쏠려 있다. 그렇다면 남성들의 판타지는 충족이 됐을까? 에피소드는 전편의 복제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한 채 야한 화면도, 자극적인 대사도 없이 줄거리는 그저 밋밋하게 흘러간다. 과장된 캐릭터나 흔한 결말, 과장된 성 판타지 같은 단점이 더 쉽게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섹스 코미디이긴 하지만 오히려 웃음이 터져나오는 지점은 이지훈이 연기하는 교생 선생과 관련된 배설물 코미디에서다. 배경은 1편 이후 3년이 지난 1991년. 주인공들이 고등학교 2학년 생이니 전편의 남자 중학생들과 같은 또래다. 등장 인물은 아직 초경도 못해본 ‘숙맥’ 성은(강은비). 터프한 성격의 수연(전혜빈)과 내숭 덩어리 미숙(박슬기)은 성은의 단짝 친구며 마찬가지로 호기심이 넘치는 여고생들이다. 이들 앞에 나타난 성(性)적 판타지의 대상이며 운명의 상대는 체육 교생 선생님 봉구(이지훈). 같은 반 친구며 성적으로 유난히 성숙한 세미(신주아)는 ‘봉구씨’를 사이에 두고 경쟁을 벌이는 여고생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가수 뺨칠 정도의 노래 실력에 잘생긴 외모, 학생들을 설레게 하는 느끼한 말투까지. 이 ‘킹카’ 교생 봉구에게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성적으로 흥분을 할 때마다 엉덩이에서 ‘가스’를 뿜어댄다는 것. 의외로 성숙한 여자아이들 앞에서 봉구는 계속 ‘실례’를 저지르고 여고생들의 노골적인 공세는 계속된다. 그러던 어느날, 세미에게 점점 밀리고 있다고 판단한 성은은 결국 봉구의 집에 쳐들어가기로 결심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1분. ■샤크 누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했던가. 소박해야할 작은 물고기는 일확천금을 꿈꾸고 사람 한명쯤 뚝딱해야 할 상어가 채식주의자에다가 고요해야 할 바닷속은 뉴욕 한복판과 다름없다. 7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샤크’는 ‘슈렉’의 드림웍스 군단이 만들었다는 것 만으로도 기대가 큰 작품이다. 바닷속 고래 세차장에서 일하며 하늘에서 돈다발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작은물고기 오스카(윌 스미스). 오스카는 우연히 상어 한마리와 마주치고 그 순간 어이없게도 하늘(?)에서 닻이 떨어져 상어가 즉사한다. 졸지에 상어를 맨손으로 때려잡은 ‘영웅’이 된 오스카는 모든 물고기들의 주목을 받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 그러던 중 상어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출한 채식주의자 상어 레니(잭 블랙)를 만난 오스카는 자신이 죽인 것으로 돼 있는 상어가 상어조직의 대부 돈 리노(로버트 드 니로)의 큰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두려움에 떠는 오스카는 집에 가기 싫은 레니와 ‘윈-윈 전략’으로 거짓말을 꾸민다. 애니메이션 기법은 경쟁작인 ‘인크레더블’과 ‘폴라 익스프레스’에 비견될 만하다. 바닷속을 부드럽게 헤엄치는 물고기와 반짝거리는 지느러미, 물고기가 지을 수있는 최선의 표정, 뭔가를 한꺼풀 벗겨낸 것처럼 깨끗하고 선명한 화면 등 눈을 즐겁게 해주는 볼거리는 충분하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패러디’. ‘총알탄 사나이’가 개척하고 ‘슈렉’이 한단계 끌어올린 패러디의 끝을 달리며 온갖 패러디를 종합선물세트로 보여준다. 끔찍한 교통체증과 지저분한 뒷골목, 눈부신 펜트하우스 등 초밥장사가 안된다는 것만 빼고 인간사회와 똑같은 바닷속 도시. GUP, 피쉬킹, 코랄콜라 등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브랜드와 ‘대부’와 ‘타이타닉’, ‘죠스’ 등을 패러디한 장면도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까지 그대로 빼다 박은 인물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오스카는 생김새부터 손짓, 발짓까지 모두 실제 윌 스미스 그대로이고 로버트 드 니로가 맡은 돈 리노는 얼굴 오른쪽의 점까지 똑같다. 르네 젤위거 특유의 표정과 안젤리나 졸리의 도발적인 입술도 마찬가지.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영화는 점점 삼천포로 빠진다. ‘진짜 윌스미스와 똑같다’정도 말고는 별다른 웃음거리를 주지 못한다. 배우들도 물고기로 변했다뿐이지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지 않고 평소의 이미지에 업혀갈 뿐이다. 누가 영화 속에서 윌 스미스가 ‘윌 스미스’역을 하기 바라겠는가. ‘스쿨 오브 락’의 잭 블랙이 맡은 상어 레니가 가장 신선한 캐릭터. 겉모습은 상어지만 속은 새우인 레니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처럼귀엽다. 목소리 연기도 잭 블랙이 가장 돋보인다.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홍콩 영화 ‘도색’이 다음달 독일에서 열리는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됐다. ‘도색’은 3명의 트랜스젠더가 만들어가는 사랑을 다룬 영화로 하리수는 홍콩의 청슈와이와 일본의 게이코 마쯔자카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유원경몽’등을 만든 연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션스 트웰브 원래 올스타전은 팬서비스다. 결과가 뭐 그리 중요한가. 코트(혹은 그라운드)에 스타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중은 행복해지기 마련. 올스타전의 성패는 몇 대 몇으로 이기고 지느냐가 아니라 경기 도중 스타들이 얼마나 많은 팬서비스를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니 룰을 좀 어기면 어떤가. 또 중간에 개인기를 보여주느라 옆길로 살짝 빠진다 해도 누가 뭐라하겠는가. 영화 ‘오션스 트웰브’는 딱 그러한 관객들의 너그러움을 믿고 만들어진 영화다. 문제는 너무 믿었다는 것.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캐서린 제타 존스, 줄리아 로버츠, 뱅상카셀, 앤디 가르시아…. ‘일레븐’에서 ‘트웰브’가 된데는 전편의 ‘방관자’ 줄리아 로버츠가 이번에는 ‘일당’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CG(컴퓨터 그래픽)도 스펙터클도 없지만 영화는 배우들의 면면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섹시하고 세련된 미소를 뽐내며 차례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순간 낭만주의의 함정에 빠지게 마련이다. 잘 만들어진 CF를 보는 것 같은 기분. 그러나 그러기엔 지나치게 길다. 찰나의 감성에 소구해야 하는 CF를 2시간 5분 동안이나 펼쳐 놓았으니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밖에. 아무리 올스타쇼라지만 영화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우를 범하면서 초반의 매력을 끝까지 가져가지 못한다.¶전편 ‘오션스 일레븐’에 비해 외양은 화려해졌으나 속은 부실해져, 몸집을 키우느니만 못하게 된 격이다. 3년 전 라스베이거스의 거물 테리 베네딕트(앤디 가르시아 분)의 금고를 턴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과 그의 일당들은 1억6천만달러를 나눠 갖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런데 그만 일이 꼬여 이들이 1억6천만달러에 이자까지 더해서 베네딕트에게 갚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3년 만에 재회한 일당은 또다시 한탕을 계획하는데 이번에는 출발부터 녹록하지 않다. 유로폴의 수사관 이사벨(캐서린 제타 존스)과 자신이 최고의 도둑임을 자처하는 ‘밤 여우’(뱅상 카셀)의 추적과 방해 공작이 만만치 않은 것. 사상 최대(관계자들이 생각하기에) 올스타쇼의 향연에 너무 취한 까닭인지, 오션과 일당들은 상영 1시간이 지난 시점에야 작전을 개시한다. 치밀하게 작전 계획을 세우고 불가능할 것 같은 계획을 아슬아슬하게 성공시켜 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전편이 추구했던 재미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선언. 대신에 곳곳에 이 영화만이 할 수 있는 패러디를 삽입해 재미를 주려했다. 극중 테스 역의 줄리아 로버츠가 ‘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를 흉내내는 기막힌 상황을 보여주고, ‘엔트랩먼트’에서 캐서린 제타 존스가 보여준 ‘레이저 경보기 피하는 묘기’를 뱅상 카셀이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소화한 장면은 압권. 카메오 출연한 브루스 윌리스를 앞에 두고 “‘식스 센스’의 결말을 처음부터 알았다”는 등의 흰소리를 늘어놓는 것도 상쾌하다. 하지만 이렇듯 곁가지로 쳐 놓은 것이 많다보니 영화는 정작 핵심 사건으로의 몰입에는 실패했다. 전반적으로 찰기가 떨어져 낱알이 점점이 흩어져나가 끝에 가서는 도무지 무슨 맛인지 와닿지 않는다. 7일 개봉, 12세 관람가./연합 ■쿵푸허슬 역시 주성치의 매력은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화면 곳곳에서 녹여내느라 그는 이번에도 무척 바빴다. 거대한 자금력까지 동원할 수 있으니 그는 분명 복 받은 ‘개그맨’이다. 전작 ‘소림축구’에 이어 ‘쿵푸허슬’ 역시 철저하게 ‘주성치표 블록버스터’로 탄생했다. 1940년 상하이는 일명 도끼파가 득세한다. 도끼를 잔혹하게 휘두르는 이들 조폭들이 설치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소심한 건달 싱(주성치 분)은 먹고 살기위해 도끼파에 가입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만 싱으로 인해 빈민촌인 ‘돼지촌’이 도끼파에 의해 쑥대밭이 되고 만다. 주성치 전매특허의 과장된 코믹 액션은 여전히 유효하다. 부부싸움 도중 아내의 펀치에 창문에서 추락한 남편이 땅에 쥐포처럼 붙어 피를 흥건이 흘리는 모습이나, 만화 같은 추격전 등은 황당무계한 재미를 준다. 키치적인 웃음도 빼놓을 수 없다. ‘매트릭스’는 와이어를 철저하게 감추지만 ‘쿵푸허슬’은 와이어 쓴 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또 독사에 입을 물렸지만 죽지는 않고 입술만 큼지막하게 부어오른다거나, 아이 얼굴에 근육질 어른의 몸을 합성해 버젓이 내놓는 것도 주성치답다. 게다가 ‘사자후(獅子吼)’를 표현한 대목에서는 두손 두발 다 들게한다. ‘사자후’를 무기화한 그의 발상이 기막히다. 와중에 몇몇 아이디어는 자본과 결합해 멋진 CG로 탄생했다. 특히 음악이 곧 칼날이 돼 공격하는 장면은 압권. 거문고 비슷한 악기를 켜니 그 음들이 하나하나 주먹과 칼과 무사로 변해 공격하는 장면은 순간 넋을 빼게한다. 언제나 서민의 편에 서 있는 주성치는 이번에도 돼지촌의 보잘 것 없는 면면들 속에 고수들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때마침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이 숨어 사는 영웅들을 그렸는데, ‘쿵푸허슬’에서는 도끼파의 공격을 받자 돼지촌에 숨어 살던 무도인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성치가 악당에 맞서는 익숙한 수순. 그런데 뭔가 달라졌다. 상당히 잔인해졌다. 목이 뎅강뎅강 잘려나가고 피가 사방으로 튄다. 여전히 허허실실 전법이지만 표현이 많이 거칠어졌다. 이 점에서 영화는 전작 ‘소림축구’와 같은 듯 하면서도 사뭇 다른 길을 걷는다. ‘절대 고수’들의 세상을 그리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표현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일까. 물론 ‘소림축구’에서도 그는 축구공으로 사람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파괴력을 선보였지만, 이번에는 한발자국 더 나가 처절한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다. 뒷맛이 개운하지만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13일 개봉, 15세 관람가. ■철수♥영희 초등학생들의 깜찍한 사랑얘기를 담은 ‘철수♥영희’가 7일 개봉한다. ‘꼴찌에서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의 황규덕 감독이 13년만에 메가폰을 잡아 연출한 이 영화의 제작비는 웬만한 영화의 마케팅비도 안되는 3억여원. 여주인공 영희역을 맡은 아역 여배우를 제외하고는 실제 촬영지인 대덕초등학교의 학생들이 출연했으며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됐다. 투박한 화면과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가 눈에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는 거대예산 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포근함이라는 매력을 담고 있다. 영화 속 아이들은 다른 영화의 아역에 비해 그다지 영악하거나 똘똘하지 않아 보인다. 통통한 체격의 남자아이 철수는 못말리는 장난꾸러기지만 어눌한 녀석이며 영희도 조숙하긴 하지만 어른 흉내를 내는 맹랑함은 없다. 영화는 이 평범한 아이들의 사랑이야기를 성장에 대한 강요 없이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다. 소문난 장난꾸러기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지극히 평범한 초등학교 4학년 생인 철수(박태영). 교실 칠판 앞에 앉아 실내화를 입에 물고 벌을 받던 어느 날 새로운 장난꺼리가 생겨난다. 바로 전학생 영희가 새 짝꿍이 된 것. 영희는 철수의 장기인 유치한 장난의 타깃이 되고 그러던 새 철수의 가슴에는 영희에 대해 묘한 마음이 생겨난다. 조숙하고 똑똑한 영희는 꽃집을 하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영희가 품고 있는 남모를 아픔은 사고로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다. 동네 레코드가게의 아르바이트생 오빠와 함께 부모님과의 추억이 담긴 노래를 듣는 게 영희의 취미. 그러던 중 어느새 겨울이 다가오고 철수와 영희의 반은 학예회 준비로 바빠진다. 능숙한 연기를 보여준다고는 볼 수 없지만 아역배우들의 매력은 영화를 재미있게 이끌어가는 주된 힘으로 작용한다. 특히 철수역을 맡은 박태영의 순박함은 영화보는 내내 관객들을 미소짓게 만든다. 상영시간 83분, 전체관람가.
을유년 새해가 밝았다. 2005년이 더욱 알차고 희망찬 시간이 되도록 누구나 가슴 속에 소망을 품어본다. 연예계에는 유난히 닭띠 스타들이 많다. 벌써 관록을 갖춘 배우, 가수들이 있는가 하면 한창 앞을 보고 달리는 81년생 스타들이 있다. 이들의 새해 소망을 들어보았다. ◇69년생 ▲하희라=무엇보다 소중한 건 가족의 건강이다. 아이들 아빠(최수종)가 촬영중인 드라마 ‘해신’이 늘 위험해 걱정이다. 무사히 드라마가 끝나길 기도할 뿐이다. 그래고 올해엔 큰 아이 민서가 유치원에 가 나 역시 설렌다. 친구들과 잘 지냈으면 한다. 나도 좋은 작품으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길 희망한다. ◇81년생 ▲조인성=‘봄날’이 당장 8일부터 방영되니 좋은 평가를 받기 바랄 뿐이다. 작년에는 ‘발리에서 생긴 일’로 많은 분들이 연기자로 날 인정해줘 기분 좋은 한 해였다. 올해는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장)동건 형처럼 연기력으로 굳건히 자리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유진=지난 한 해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다. 가수와 연기자 둘 다 어느정도 성과를 이룬 것 같아서 흐뭇하다. 내년에도 지금처럼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내년 초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가 끝나면 일단 휴식을 취한 후 솔로 3집 준비와 연기자 활동을 계속하겠다. ▲성유리=지난 해 MBC TV ‘황태자의 첫사랑’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내년에는 지금까지 연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개성있는 역을 맡고 싶다. 연초에는 연기 활동 계획이 없고 여름께 활동을 시작할 생각이다. 노력하는 연기자가 되겠다. ▲박정아(쥬얼리)=내년이 닭띠해고 내가 닭띠니까 내년에 모든 일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드라마 끝나고 2개월 정도 쉬었는데 드라마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는 2월에 발표하는 새 음반이 잘 되어서 가수로서 더욱 활발히 활동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브라이언(플라이 투더 스카이)=올 한해는 안 좋은 사건 사고가 많았다. 새해에는 사건 사고 없이 평화로운 한해가 되고 모두들 웃을 수 있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노래 실력도 더 늘었으면 좋겠고 여자친구도 생겼으면 좋겠다. ▲봉태규=지금 출연 중인 MBC 주말드라마 ‘한강수타령’이 시청자들의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영화에 출연하게 될 것 같은데, 영화에서도 많은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클리어링 (The Clearing) 남편이 묻는다. “날 사랑해?” 아내가 대답한다. “네.” 남편이 다시 말을 잇는다. “내겐 그거면 충분해.”(영화의 엔딩장면) 내년 1월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클리어링’(The Clearing)은 심리 스릴러 영화다. 네덜란드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기업가 납치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로버트 레드포드, 윌렘 데포, 헬렌 미렌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했고 ‘러브액츄어리’ ‘물랭루주’ 등에서 감각적인 음악을 선보였던 크레이그 암스트롱이 음악을 맡았다. 남편이 묻는다. “날 사랑해?” 아내가 대답한다. “네.” 남편이 다시 말을 잇는다. “내겐 그거면 충분해.”(영화의 엔딩장면)¶내년 1월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클리어링’(The Clearing)은 심리 스릴러 영화다.¶네덜란드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기업가 납치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로버트 레드포드, 윌렘 데포, 헬렌 미렌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했고 ‘러브액츄어리’ ‘물랭루주’ 등에서 감각적인 음악을 선보였던 크레이그 암스트롱이 음악을 맡았다.¶영화 ‘인사이더’ ‘히트’ 등을 제작한 피터 얀 브루게의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는 성공한 기업인 웨인 헤인즈(로버트 레드포드)가 출근길에 납치되면서 시작된다. 그의 아내 일레인(헬렌 미렌)은 웨인에게 저녁에 손님을 초대했다며 일찍 귀가할 것을 부탁한다. 손님이 오고 식사가 끝났지만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는 실종신고를 내고 FBI가 사건에 가담하면서 극이 전개된다. 남편 웨인을 납치한 사람은 실직자 아널드 맥(윌렘 데포)이다. 그는 예전 웨인의 회사에서 일하다가 해고됐다. 아널드는 웨인에게 “나는 심부름꾼이다. 당신을 납치한 사람은 따로 있다. 나는 숲 속 산장까지 당신을 데려다 주는 임무를 맡았다”며 거짓말을 한다. 영화는 숲속 산장으로 끌려가는 웨인과 납치범 아널드와의 하루 동안의 이야기와 웨인의 행방을 찾으려고 FBI와 함께 분주하게 움직이는 일레인과 자녀들의 몇 주동안의 에피소드를 병치하면서 전개된다. 웨인을 찾는 과정에서 숨겨진 그의 사생활이 드러난다. 웨인은 여전히 정부(情婦)를 만나고 있었다. 웨인의 회사에 근무했던 그의 정부는 일레인의 종용으로 회사를 떠났지만 그 이후로도 웨인과의 만남을 지속하고 있었던 것. 절망하는 일레인. 웨인은 그의 두 자녀에게 “아빠는 엄마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다. 일레인은 FBI요원에게 웨인과 정부와의 관계를 숨겨달라고 부탁한다. 한편 산장으로 가는 웨인과 아널드는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아널드는 장인 집에 얹혀 살며 아내를 출근시키는 실업자의 고통을, 웨인은 젊은 날 성공을 위해 일에만 매달려 가족과 함께 할 수 없었던 과거를 얘기한다. 웨인은 아내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깨닫는다. 산장으로 가는 길에서 아내에 대한 사랑을 더 확실하게 느끼는 웨인과 납치보다더 충격적인 남편의 사생활에 절망하는 일레인. 영화는 마지막 부분에서 이들의 소통을 이야기한다. 웨인은 아널드에게 아내에게 쓴 편지를 부쳐줄 것을 부탁하고 일레인은 남편이 아널드에게 죽임을 당한 뒤 그 편지를 받는다. 편지의 내용은 “내 사랑은 변함없어”다. 영화 제목 ‘The Clearing’은 우리 말로 ‘확실히 하기’ 정도가 될 것이다. 남편의 사랑을 의심했던 아내에게 남편의 편지는 미소며 기쁨이다. 영화 ‘클리어링’은 스릴러 영화지만 드라마에 더 충실하다. 영화에서는 가족과 사랑, 삶의 고통 등 우리네 인생이 그대로 녹아 난다. 쫓기 쫓기는 스릴러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적격이 아니다. 그러나 극장을 향하면서 박진감보다 감동과 여운을 기대하다면 스릴과 감동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클리어링’에는 여성들에게 판타지를 자아내는 미남배우 로버트 레드포드는 없다. 그러나 삶의 역경을 이기고 자수성가한 기업인을 눈과 표정으로 그대를 담아 내는 주름살 많은 노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있을 뿐이다. 영화에 대해 굳이 흠을 잡자면 다소 지루할 수 있다는 점이다. ■투 터프 가이즈 다소 모자란 인물들이 한탕을 노리고 범죄를 모의한 탓에 그 과정이 엉망진창이 되고마는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상업영화의 소재로 사랑받아왔다. 31일 개봉하는 스페인 영화 ‘투 터프 가이즈’ 역시 그런 영화다. 메이드인 할리우드가 아닌 까닭에 영화는 매우 독특한 분위기다. 돈 냄새도 안나고 세련되지도 않았다. 게다가 주인공 남자들이 워낙 볼품 없어 관객들 역시 처음부터 그들을 신뢰할 수 없다. 하지만 영화는 예상된 수순을 밟지 않는 덕분에 끝까지 시선을 붙드는데 성공한다. 속도감 있게 몰아붙이는 연출이 웬만한 허점은 넘겨버리게 한다. 직업이 킬러라지만 성공률이 거의 제로인 40대 아저씨 파코와 체면이나 눈치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대책없는 말라깽이 청년 알렉스. 두 사람은 백만장자 장인의 유산을 차지할 속셈으로 아내를 납치해 달라는 한 남자의 의뢰를 받고 사건에 뛰어든다. 그런데 엉뚱하게 젊은 창녀 타티아나가 처음부터 끼어들어 얼결에 이들은 삼인조가 된다. 물론 이들의 범죄 전개 과정은 초장부터 망가진다. 설상가상으로 납치극은 의뢰인의 사기로 밝혀지고, 일당은 여인을 곱게 풀어준다. 문제는 그 여인이 마피아의 두목이라는 사실. 전세는 역전돼 이 마피아 두목의 추격전이 펼쳐지고, 비밀을 간직한 타티아나를 쫓는 또다른 세력이 가세한다. 영화는 얼굴에 끔찍한 화상을 입히고 손목을 싹둑 자르는 잔혹성도 갖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날렵한 블랙코미디의 즐거움을 준다. 이 영화의 수입사가 영화를 코엔형제의 ‘파고’와 비교하는 것은 그 때문. 타티아나 역을 맡은 엘레나 아나야는 ‘반헬싱’에서 섹시한 드라큘라 신부로 출연했던 인물. 이 영화에서도 소녀 같으면서도 섹시한 묘한 매력을 풍긴다. 예상대로 전개되지 않는 범죄 상황극의 기본적인 요건을 비교적 만족시키는 영화다. ■신석기블루스 한날 한시에 태어난 두 남자가 있다. 둘은 이름도 같고 심지어 직업도 같다. 이쯤되면 사주팔자가 똑같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웬걸. 둘은 생김새가 다르고 성격과 건강, 인간성이 다르다. 자연히 누리고 있는 인생도 판이하게 다르다. 할리우드판 ‘인생극장’을 그린 ‘나비효과’가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가운데, 그 바통을 이어 30일부터는 극장에서 ‘신석기’ 버전의 ‘인생극장’이 펼쳐진다. 뭐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잘생긴 신석기(이종혁 분)는 기업 M&A 전문 변호사다. 매력적이지만 이기적이고 안하무인이다. 반면 뭐하나 가진 것 없는데다 못생기기까지한 신석기(이성재 분)는 서민들의 송사를 해결하는 변호사. 볼품 없지만 정 많고 따뜻하다. 이 두 사람이 불가사의한 엘리베이터 사고로 서로의 몸을 바꿔치기 당한다. 그나마도 한 사람은 의식불명이 되고 한 사람만 간신히 깨어나는데, 깨어난 이는 잘생긴 신석기. 그러나 불행히도 그의 몸은 180도 달라져 있다. 졸지에 생김새가 달라진 것도 억울한데, 그 생김새 때문에 어디를 가도 박대를 당해 도무지 옛 권력과 부를 되찾을 길이 없다. 게다가 꼼짝없이 적응해야 하는 못생긴 신석기의 인생은 바퀴벌레가 드글드글한 서민 아파트에, 수임료 한푼 제대로 못받는 지지리도 가난한 변호사. 이성재는 자신의 열번째 작품에서 연기의 폭을 대폭 넓히며 배우로서의 욕심을 한껏 부렸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천식까지 있는,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약골인데다가 추남 중에서도 추남으로 변신한 그는 스스로 그러한 변신이 무척 즐거운듯 스크린에서 아주 편안한 모습이었다. 구부정한 자세에 팔자걸음, 뻐드렁니에 파마 머리는 생각보다도 훨씬 임팩트가 강했다. 그의 그러한 모습은 어처구니가 없지만, 거부감 없이 캐릭터로의 몰입을 안내한다. 9편의 작품을 거치면서 키워진 내공이 꽃을 피우는 기회를 만난 것. 우스꽝스러운 분장 탓에 자칫 가볍게만 치달을 수 있었던 영화가 그나마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주연배우 스스로가 ‘알 깨기’의 희열을 만끽한 때문이다. 덕분에 영화에서는 어느 정도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또 이종혁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를 괴롭히는 선도부장으로 출연했던 그는 ‘잘나가는 신석기’를 맡아 관객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신석기 블루스’는 매순간 다음을 예상할 수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비교적 재치있는 소재이고,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호흡이 일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더 이상 새로움은 없는 것. 탱고까지는 아니어도 탭댄스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텐데, 영화는 마치 기본 스텝만 밟는 약식 왈츠 같다. 너무 안전한 길만 택했다. 결론은 물론 개과천선. 신석기가 순진하고 착한 회사 안내 데스크 여직원(김현주 분)을 통해 사랑에 눈을 뜨고 참된 인생에 눈을 뜨는 과정은 예정된 수순을 밟으며 무난히 흘러간다. 그렇기 때문에 딱히 지적할 것도 없지만 이성재의 성공적인 변신 이상으로 감흥을 일으키는 것도 없다. 외모에 대한 편견을 꼬집고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외치는 이 영화는 무해하다. 그런 무해함이 반드시 맛과 직결되지는 않지만 존재 가치를 상실한 영화들이 종종 등장하는 극장가에서는 그것 역시 미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알렉산더 … ALEXANDER 다이내믹·장대함의 결정체 ‘고대 전투신’ 놓치면 후회 ‘Fortune favors the bold(운명의 여신은 용감한 자의 편이다)’. 영화 ‘알렉산더’를 상징하는 대사다. 영화는 자신 앞에 놓인 미지의 길을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헤쳐나갔던 영웅 알렉산더를 추앙했다. 뉴욕대학 시절 그리스신화를 전공한 올리버 스톤 감독은 수십년간 머릿 속에 그려왔던 알렉산더의 이미지를 스크린으로 옮기는데 마침내 성공했다. 제작기간 3년간 2억4천만달러(약 2천539억원)을 쓰면서 7개국을 돌며 촬영했다. 덕분에 영화는 ‘트로이’ 이후 그 이상의 어떤 고대 전투신이 등장할까 궁금해하던 관객들에게 또한번 새로운 전투신을 선사하는데 성공했다. 마치 비행기가 착륙할 때 발 아래의 인간세상이 개미의 그것처럼 보이듯, 영화는 창공을 당당하게 나는 독수리의 시선으로 발아래 거대하게 펼쳐진 전투를 마치파도가 오가면서 해변에 남기는 흔적처럼 독특한 이미지로 표현했다. 초반에 등장하는 ‘가우가멜라 전투’가 그것인데, 이 장면은 결코 할리우드의 자본력만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었다. 블록버스터와 스톤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제대로 접점을 찾은 장면이다. 인간의 시선으로 돌아가면 지상에서는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격렬한 육박전이 숨돌릴 틈 없이 펼쳐지고 있지만, 창공을 나는 독수리의 시선에서는 거대한 군대의 움직임이 한낱 바람에 그 형태가 좌우되는 사막의 모래알갱이인 것. 영화는 이러한 대비되는 시선의 교차편집을 통해 숨막히는 재미를 안겨준다. 문제는 그러한 그의 의지와 상업영화의 재미가 이 정도에서 결별을 한다는 것이다. ‘JKF’ ‘7월 4일생’ ‘플래툰’ 등 뚜렷한 정치적·사회적 색채가 짙은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스톤과 블록버스터의 결합은 영 매끄럽지 못하다. 스톤은 할리우드블록버스터들의 ‘얄팍한’(스스로의 생각이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상술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의미있고 진지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지만, 결과는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오락영화도 아닌 어정쩡한 3시간 짜리 영상으로 탄생하고 말았다. 물론 공을 들인 전투신과 고색창연하게 복원한 기원전의 세상이 볼거리를 준다. 그러나 알렉산더의 인생을 가감없이 보여주겠다는 스톤의 야심은 기름기가 싹 빠진 닭가슴살처럼 퍽퍽하다. 또한 시종 설교적이다. 결정적으로 미스 캐스팅에서 빚어진 불협화음이 관객의 마음을 끌지 못한다. ‘트로이’가 브래드 피트를 캐스팅한 것만으로 당당해보였던 것과 대조되는데, 실제 알렉산더의 몸집이 콜린 파렐처럼 작았다할지라도 파렐의 캐스팅은 일반인들의 생각을 배반한다. ‘알렉산더’라는 이름이 주는 이미지는 어찌됐든 거대하고 당당한 장수의 이미지. 적어도 상업 영화에서는 그런 바람에 부합해야하는데 파렐은 그러기에는 너무나 왜소하다. 또한 안젤리나 졸리가 그의 어머니 올림피아로 등장하는 것도 코웃음을 자아낸다. 알렉산더의 부인이 되도 시원찮을판에 어머니로 등장하니, 일부러 구사하는 ‘마케도니아식 영어 억양’과 겹쳐 스크린에 스며들지 못한다. 세계 제패의 대망을 안고 8년간 350만㎞를 거침없이 나아간 알렉산더.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양성애자의 모습과 아버지의 사랑에 굶주렸던 나약한 모습이 놓여있다. 이렇듯 ‘복잡한’ 인생을 겨우 서른세해 동안에 그린 그이기에 스톤으로서는 여러가지가 욕심이 났을 것이다. 31일 개봉, 15세 관람가. ■내셔널 트레져 … NATIONAL TREASURE 니콜라스 케이지의 내한으로 한껏 분위기가 고조된 ‘내셔널 트레져’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어드벤처 블록버스터다. ‘진주만’ ‘콘에어’ ‘더록’ ‘아마겟돈’ 등을 만든 블록버스터의 대부 제리 부룩 하이머가 제작자라는 것만으로도 그 성격을 대충 짐작할 수 있는 이 영화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탐험의 선봉에 서면서 오락 어드벤처 영화로서의 구색을 성실히 갖춘 듯 하다. 내용 역시 남녀노소에게 너무나 익숙한 보물찾기. 덕분에 이 영화는 미국개봉에서 3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는 위용을 과시했다. 미국 건국 초기 대통령들이 숨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을 3대째 찾고 있는 게이츠 가문의 후손 벤저민(니콜라스 케이지 분)은 그의 아버지조차 포기한 보물찾기에 여전히 혈안이 돼 있다. 결정적인 단서라고 생각했던 샬롯이라는 이름의 배를 극적으로 찾았지만 거기서부터 모험은 다시 시작된다. 추적 끝에 미 독립선언문과 1달러 짜리 지폐에서 또다시 단서를 발견한다. 하지만 샬롯에서 의견 충돌을 빚은 후 적으로 돌아선 옛동지 이안(숀빈 분)과 독립선언문을 훔치면서 따라붙은 FBI의 추격이 숨쉴 틈을 주지 않는다. 영화는 많은 부분 최근 서점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다빈치 코드’를 생각나게 한다. 프리 메이슨이나 템플 기사단 등 ‘다빈치 코드’로 인해 익숙해진 기독교적 단어들이 등장하고, 수수께끼가 곳곳에 놓여 있는 모양새가 그러하다. 물론 ‘다빈치 코드’에 비해서는 해석이나 추리를 요하는 깊이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얇다. 하지만 12세 관람가답게 이 정도 선에서의 타협이 가장 무난했던 선택이었으리라. 그러다보니 영화는 마치 1985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구니스’의 2004년판 같다.지극히 미국적인 장소를 무대로 감칠맛 나는 부비트랩과 수수께끼를 늘어놓고 속도감 있게 관객을 몰아붙인다. 그러나 그 수준은 ‘구니스’가 그러했듯 아이들이 넋을 쏙 빼놓고 즐길 수 있을만한 정도다. 해답은 너무 쉽고, 주인공의 다음 행보는 만천하에 공개된 듯 예상가능하다.영화의 설정은 흥미롭지만 뛰어나지는 않다. 그러나 이것을 풀어가는 방식에서는 할리우드의 거대한 자본력이 선명하게 아우라를 발휘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존재방식이려니 생각하면 위안이 될까. ‘트로이’에서 빼어난 독일 미인의 고전적인 자태를 뽐냈던 다이앤 크루거가 문화재 박사로 출연, 타이트한 청바지 패션을 선보인다. 31일 개봉. ■룩앳미 … LOOK AT ME 참보잘것 없다. 스무살 아가씨 롤리타(마릴루베리). 오늘도 체중 조절에는 실패했고 불만 투성이인 얼굴에는 ‘엿먹어라’는 식의 표정만이 가득하다. 주위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유명한 작가인 아버지 에티엔(장 피에르 바크리)의 덕을 보고자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 뿐이고 이 아버지도 심술과 오만이 가득한 자기 중심적인 인간이다. 그런 그녀에게 즐거움이 있다면 바로 성악 연습을 하는 것. 나름대로 공연 준비에 열심이던 롤리타에게 어느날 관심을 주는 남자가 나타난다. 24일 개봉한 ‘룩앳미’(원제 Comme Une Image)는 한국 팬들에게는 ‘타인의 취향’으로 알려진 프랑스 감독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고른 호평을 받은 끝에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프랑스 개봉시에는 200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타인의 취향’에 함께 출연했던 감독과 남자배우 장 피에르 바크리가 다시 호흡을 맞췄으며 두 사람은 시나리오를 공동으로 집필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일도 있고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도 생긴 롤리타. 성악 선생님인 실비아(아네스 자우이)가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니 이젠 호감을 느낄만한 사람도 생긴 처지다. 이젠 그녀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지만 현실이란게 그렇듯, 상황이 썩 잘 풀리지만은 않는다. 전 남자친구에게는 ‘못된 꼴’을 당하고 실비아 선생님도 알고보니 에티엔의 도움으로 남편 피에르(로랑 그레빌)가 성공을 거두기를 은근히 바라는 처지. 새로운 남자 친구 세바스티앙(케인 부이자)도 롤리타에게는 썩 매력적이지 못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감독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인물들 사이의 관계에 있다. 영화 속 관계는 권력을 가진 남자인 롤리타의 아버지 에티엔을 중심으로 얽혀있다. 에티엔의 젊은 부인 카린(비르지니 드사르노)은 남편에게 무시를 당하며 살고있고 롤리타의 성악 선생님인 실비아와 그녀의 남편이며 젊은 소설가 피에르는 에티엔을 통해 주류 문단에서 성공을 꿈꾸고 있다. 새 남자친구 세바스티앙도 에티엔의덕에 막 일자리를 얻은 처지. 이들은 한결같이 에티엔에게 조롱을 받으면서도 이를 잘 참아내는 입장이다. 권력가인 그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이들 중 일부는 후반부에 ‘싫다’며 인상을 쓰게 된다. 감독과 영화의 장점은 관객들이 자신을 대입시켜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캐릭터들이 섬세하고 정교하다는 것. 인물들 사이의 관계는 현실에서 뽑힌 듯 날카롭게 옮겨졌지만 인물 자체가 스스로에 대한 변명과 그럴듯한 이유를 담고 있는 까닭에 냉소적이라기 보다는 따뜻하게 느껴진다. 상영시간 110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