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무명가수가 갈등과 대립 등 요즘의 한국사회를 풍자한 음반을 내 화제다. ‘작은 김구’라 불리는 서희의 3집 앨범 ‘대한민국 싸우지마’.
겉모습이 김구 선생과 닮았다고 해 주변에서 ‘작은 김구’란 애칭을 붙였다는 서씨의 이번 노래는 최근의 정치상황과 노사문제, 빈부의 격차, 바닥으로 떨어진 교육현실 등 사회 각 분야를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여당야당 천년만년 서로 싸우고/ 좌익우익 해방 때부터 아직까지 싸운다// 노사파업 죽자 사자 밤새고 싸우고/ 잡초 약초 민초 골초 뒤엉켜 싸운다// 참교육과 공교육은 나몰라라 싸우고/ 어린청춘 사교육에 시들어 간다// 촛불시위 몸싸움에 하루해가 저물고/ 삼천리반도 금수강산 눈뜨면 싸운다//…’
가사만 보아도 알 수 있을 법한 현재의 사회문제를 담고 있는 노래는 ‘신용불량자 카드돌려막기’, ‘강남땅에 아파트에는 억대부유층’ 등 이기와 불신의 사회상을 꾸짖는다.
후렴구는 ‘대한민국 아름다운 나라 정말 좋은 우리나라/ 오천년의 찬란한 역사 제발 제발 더럽히지마…’로 마무리하며 무명가수의 대국적인 바람을 담았다.
제작기간만 꼬박 1년이 걸렸다는 서씨. 지난 95년 ‘사랑 가르쳐준 사람’과 99년 ‘다시 한번 널’이란 타이틀로 성인 대상 음반을 발표했던 그가 이런 사회풍자적 노래를 부르게 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레크레이션 강사이기도 한 그는 8년동안 정부기관에서 주최한 행사의 진행을 맡았었다. 때문에 부패한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을 터. 또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란 음반에도 참여하며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적 노래에 점차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러던 중 그간 친분을 쌓은 ‘독도는 우리땅’의 박인호씨와 의기투합해 곡을 만들었다. 박씨가 작사·작곡을 했으며 가사를 완성하기까지 미국에 있는 박씨와 전화통화로 끊임없이 수정·보완 했다.
“공식적인 음반발매이기 때문에 원곡의 가사를 부드럽게 순화한 편이죠.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에 국민들만 가슴 아파하는 것 같아 씁쓸함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노래로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합니다.”
지하철 환승역을 돌아다니며 즉석 공연을 펼치고 있는 작은 김구 서희. 다른 가수들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어도 행복해 보이는 건 노래만큼이나 우리나라 전체가 그의 무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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