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스크린도 가을단장

■슈퍼스타 감사용, 꽃 피는 봄이오면, 우리 형 가을 한국영화계는 ‘서정’으로 물든다. 지난달 개봉한 ‘가족’을 필두로, ‘슈퍼스타 감사용’, 추석직전 개봉한 ‘꽃 피는 봄이 오면’, 오는 17일 개봉하는 ‘우리형’ 등 추심(秋心)을 물들이는 작품이 이어진다. 이들 영화는 약속이나 한 듯 잔잔한 감동을 모토로 삼았다. 간혹 자극적인 장면도 있으나 작품 주제는 뜨끈뜨끈한 가족애다. 가을 관객들을 감동으로 안내하겠다는 것이다. ‘슈퍼스타 감사용’과 ‘꽃피는 봄이 오면’은 비루한 사나이의 꿈과 희망을 그리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가진 것 없고 실력도 없다. 하지만 꿈은 있다. 아니, 꿈이라는 거창한 표현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이들의 하루하루가 바로 우리의 일상이고, 그 자체가 소중하다. “오늘도 또 졌습니다”라는 스포츠캐스터의 말을 등 뒤에 달고 다니는 야구 투수와 오디션이라고 응시만 하면 매번 낙방하는 트럼펫 연주자. 참 볼품없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의 인생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는 주인공을 맡고 있고, 누구나 ‘꽃피는 봄’에 대한 기대를 가슴 한 구석에 묻고 사는 것이다. 거기서 잔잔한 감동은 솟아난다. 그뿐이랴. 이들 영화 역시 엄마라는 아킬레스 건을 놓치지 않았다. ‘슈퍼스타 감사용’의 엄마 김수미의 자상하고 성실한 모습은 가슴을 뻐근하게 만들고, ‘꽃피는 봄이 오면’의 엄마 윤여정은 자애로움으로 짠하게 다가온다. 이들 영화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모두가 ‘못난 자식’이라는 것이다. 하나같이 엄마(혹은 아빠)한테는 죄인이다. ‘가족’의 수애는 소매치기에 살인미수로 감옥을 다녀온 후에도 뭐 잘났다고 아버지에게 사사건건 대든다. ‘슈퍼스타 감사용’의 이범수는 곱게 다니라는 직장을 때려치더니, 꼴찌 야구팀의 투수가 된다. ‘꽃피는 봄이 오면’의 최민식은 돈 안되는 음악을 하겠다며 청춘을 보내고, 약혼녀마저 잡지 못하는 처지. ‘우리형’의 원빈은 허구헌날 싸움질에 엄마가 교무실 문턱이 닳도록 불려다니게 만든다. 그 때문에 참으로 지난하고 지지리궁상이다. 여세를 몰아 과잉의 혐의도 짙다. 관객의 감성을 철저하게 자극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니 어느 대목에서건 눈물 한 방울 안 흘릴 수 있겠는가. 실제로 그런 면에서는 가장 얌전한(?) ‘슈퍼스타 감사용’을 보고 네 번이나 울었다고 영화 홈페이지에 고백한 관객도 있다. 그러나 사실 뭐 어떤가. 옷깃을 여미는 가을. 저 밑에 숨겨뒀던 감성의 숨구멍을 한껏 열고 대대적인 환기를 시켜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즐거움이 없다고 해도 배꼽 잡는 코미디에만 기댈 일은 아니다. 다소 지루하거나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해도 이들 영화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껴보자. 카타르시스만한 쾌감도 없다. ■웨일라이더 세상을 딛는 소녀의 미소 14살 휴즈양 감동연기 ‘세계 주목’ 오래간만에 뉴질랜드산 영화가 한국 관객과 만난다. 5일 개봉하는 ‘웨일 라이더’(Whale Rider)는 자본과 스태프, 배우 모두 뉴질랜드 출신인 뉴질랜드 영화다.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이나 ‘라스트 사무라이’ 같은 영화의 촬영지로 더 익숙하지만 꾸준히 자국 내에서 세계적인 화제작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9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제인 캠피언 감독의 ‘피아노’를 비롯해 피터 잭슨 감독의 ‘천상의 피조물들’(Heavenly Creatures), 리 타마호리 감독의 몬트리올 영화제 4개부문 수상작 ‘전사의 후예’(Once a Warriors) 등은 모두 뉴질랜드 국적을 가지고 있다. ‘웨일…’는 선댄스 영화제를 비롯해 로테르담, 샌프란시스코 등 세계 곳곳의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인기를 모았던 영화. 특히 여주인공인 14살 소녀 케이샤 캐슬 휴즈의 연기는 가는 곳마다 호평을 받은 끝에 마침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최연소로 이름을 올려놓기도 했다. 고래를 탄 사람을 뜻하는 제목 ‘웨일 라이더’는 뉴질랜드의 원주민인 마오리인들의 실제 전설이며 영화 속 파이키아가 속한 부족의 믿음에서 따왔다. 뉴질랜드 땅에 최초로 온 이들의 선조는 고래의 등을 타고 바다를 건너왔으며 그도 소녀와 같은 파이키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은 마을 지도자가 되고 싶어하는 마오리인 소녀 파이키아(케이샤 캐슬 휴즈). 그가 살고 있는 해변 마을에는 장남만이 부족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관습이 있다. 다른 아이 이상으로 영특함을 보이지만 그는 지도자를 뽑는 훈련에서 제외된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파이키아는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그다지 축복받지 못한 존재였다. 파이의 어머니는 출산 도중 파이의 쌍둥이 오빠와 함께 숨을 거뒀고 아버지 프로랑기는 그 충격으로 고향을 떠났다. 이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에 의해 자라지만 파이키아는 할아버지에게 아무래도 기대하던 손자보다는 못한 손녀일 뿐이다. 할아버지는 마을의 장남들을 모아 지도자를 뽑으려 하지만 하나같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한다. 할아버지 몰래 훈련을 받으려는 파이키아. 하지만 할아버지는 오히려 불경스러운 일이라며 꾸짖고, 파이키아는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려고 애쓴다. 영화의 미덕은 애정을 갖고 인물들을 비추는 낮은 시선의 카메라에 있다. 처음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던 관객은 이 덕에 전통을 위해 고집을 부리는 할아버지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소녀 파이키아, 그리고 세상을 떠도는 젊은 아버지와 나태한 채로 세상을 즐기는 삼촌까지 가족 모두의 삶 속 깊숙한 곳에 방문할수 있게 됐다. 인물에 대한 공감이 후반부 눈물로 이어진다면 파이키아 역의 소녀 케이샤 캐슬휴즈의 연기 덕이다. 상영시간 101분. 전체 관람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가슴저린 사랑 기억 최루성 멜로…올해 日 흥행 1위 기록 왜 그동안 그렇게도 까맣게 잊고 있었을까. “잊혀진다는 게 너무 두렵다”는 말과 함께 죽음을 맞이한 그녀를…. 아키가 죽던 날 몰아쳤던 태풍 29호, 함께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 서로 주고받던 카세트 편지, 첫 키스를 나누던 강당과 같이 수업을 듣던 교실…. 아쉽게도, 서른 줄에 접어든 사쿠(오사와 다카오)에게 이런 기억들은 일상에서는 좀처럼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는 그런 일들이다. 숨막힐 듯 바쁘게 돌아가는 대도시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일들은 그를 1986년, 먼 과거의 추억에 잠겨있을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가 고향 시코쿠로 가는 비행기를 탄 날도 야근에 지쳐 회사에서 아침을 맞이하던 어느 날이다. 결혼을 얼마 앞두지 않은 그는 약혼녀 리쓰코(시바사키 고)와 이삿짐을 나르기로 한 약속도 잊고 있었다. 뒤늦게 리쓰코의 집에 도착하지만 리쓰코는 한동안 쉬었다 오겠다는 편지만 남겨둔 채 사라진 후. 우연히 리쓰코의 행선지가 자신의 고향 시코쿠라는 것을 알게 되는 사쿠. 하지만 리쓰코를 찾으러 간 그곳에서 그는 가슴 깊숙이 잠들어 있던 아키를 발견한다. 올해 일본내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8일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인다. 감독은 ‘고(GO)’를 만들었던 유키사다 이사오.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의 사쿠(모리야마 미라이). 동급생 아키(나가사와 마사미)가 그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교장 선생님의 장례식장에서다. 학생 대표로 고별사를 낭독하는 아키는 질질 짜고있는 다른 여학생들과는 달리 담담한 모습이다. 공부도 잘하고 육상 선수인 데다 얼굴까지 예쁜 아키. 아키에게 사쿠의 첫 인상은 언제 생각해도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한다. 육상 연습 중 우연히 올려다본 교실의 유리창, 입을 쩍 벌리고 야키소바(볶음국수)와 빵을 먹는 사쿠의 모습을 보고 아키는 미소를 짓는다. 어느날 하교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 아키가 당돌하게 사쿠의 스쿠터에 올라타면서 둘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는 데는 휴대용 카세트녹음기 워크맨과 라디오가 매개체가 된다. 음성편지를 주고받기도 하고 심야 방송에 엽서를 보내기도 하면서 아키와 사쿠는 소중한 첫사랑을 가꿔간다. 장밋빛 사랑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것은 단 둘이 여행을 떠난 무인도에서다. 아키가 갑자기 쓰러진 것. 병원으로 옮겨진 아키, 백혈병 선고를 받고 투병생활을 시작하는 그에게 아키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병세는 악화되고 아키도 점차 희망을 잃게 되던 어느날, 사쿠는 아키가 늘 ‘세상의 중심’이라고 부르던 호주의 울루루에 그를 데려가기로 마음먹는다. 몰래 병원을 빠져나온 두 사람. 하지만 때마침 불어닥친 태풍으로 둘은 결국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아키는 공항에서 쓰러진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줄거리지만 가을 극장가 ‘최루성 멜로 영화’의 팬들에게 넉넉한 여백과 잘 정돈된 화면, 서정적인 배경 음악이라는 이 영화의 미덕은 반가울 따름이다. 상영시간 138분. 12세 이상 관람가.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 ‘내겐 너무…’는 포르노 스타에게 빠진 고교생이 정신·육체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섹스 코미디이자 사랑을 지키기 위해 감당하는 희생과 모험을 담아낸 로맨틱 러브스토리다. 8일 개봉.

한가위 안방 극장

‘영화선물’ 푸짐 KBS1-지상파 방송사들은 푸짐한 추석 상차림처럼 다양한 특집 영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추석특집 ‘중국 거장 걸작선’을 마련했다. 먼저 장이머우 감독, 장쯔이 주연의 ‘집으로 가는 길’이 27일 밤 12시 30분 방송된다. 가난하지만 천부적인 바이올린 연주 실력을 지닌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천 카이거 감독의 ‘투게더’가 28일 방송되며, 29일에는 99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책상서랍속의 동화’가 방영된다. 이와 함께 28일과 29일 오후 3시20분에는 특집만화 ‘엘 시드’와 ‘슈퍼 차일드’가 편성됐다. 25일 오후 10시50분에는 ‘걸어서 하늘까지’, ‘게임의 법칙’의 장현수 감독의 2001년 작 ‘라이방’이, 26일에는 ‘아메리칸 뷰티’로 스타덤에 오른 미나 수바리가 출연하는 영화 ‘머스킷 티어’가 방송된다. KBS2-26일 방송되는 ‘내츄럴시티’를 시작으로 ‘영어완전정복’, ‘스캔들’, ‘화성으로 간 사나이’, ‘싱글즈’ 등의 한국영화를 집중 편성했다. 그 외 ‘차이나 스트라이크 포스’, ‘무간도2’ 등의 홍콩영화와 추석이면 어김없이 안방극장을 찾아오는 성룡의 ‘상하이눈’이 방송되며, 25일 오후 10시에는 할리우드 대작 ‘스파이더맨’이 편성됐다. 26일 오전 10시 40분부터는 가족특집영화 ‘2001 용가리’가 방송된다. MBC-추석 연휴동안 총 12편의 영화를 편성했다. 25일부터 매일 저녁 시간대에 추석특선 대작으로 차태현, 손예진 주연의 ‘첫사랑 사수궐기대회’, 이정재, 이범수 주연의 코미디영화 ‘오! 브라더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갱스 오브 뉴욕’, 톰 크루즈의 액션 스릴러 ‘미션 임파서블2’,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이 연이어 방송된다. 또 25일 오후 11시30분에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연출하고 정우성이 주연을 맡은 ‘똥개’가 방영된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아사다 지로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철도원’이 27일 밤 방송되며, ‘아나콘다’, ‘빅 대디’, ‘패스트 & 퓨리어스’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편성됐다. 27일과 28일 낮시간에는 18세기 독립 혁명 당시의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 멜깁슨 주연의 ‘패트리어트’,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한 ‘와호장룡’이 방송된다. SBS-다양한 할리우드 대작들과 오락영화들을 준비했다. 24일 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이어 방송되며, 25일 밤 12시55분 ‘빈 집’으로 2004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섬’이 소개된다. 25일에는 신은경 주연의 ‘조폭마누라2’와 8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할리우드 대작 ‘인디펜던스 데이’가 방송된다. 26일 밤에는 경찰 소재 영화 두 편이 편성됐다. 오후 11시 5분부터는 송강호, 김상경 주연의 ‘살인의 추억’이 방송되며, 이어서 아담 샌들러의 경찰 코미디 ‘깝스’가 방영된다. 27일에는 장나라의 ‘오! 해피데이’, 차승원의 ‘선생 김봉두’, 청룽의 ‘메달리온’이 방송되며, 추석 당일에는 ‘쥬라기 공원’, ‘반지의 제왕2-두개의 탑’이 방송된다. 연휴 마지막날인 29일에는 오후 2시 방송되는 성룡의 ‘턱시도’를 비롯해 ‘터미네이터3’, ‘와일드 카드’가 방송된다. ◇새로나온 책 ■ 이지현 글 ‘이구름과 꼬꼿의 318일 고물버스 세계여행’ 소년, 세계를 만나다 한국인 엄마와 프랑스인 아빠, 여덟 살 소년 이구름(본명 마크 볼프)과 여동생 릴라, 애완견 꼬꼿이 버스로 서울과 파리를 오가는 318일 간의 여행을 다녀왔다. ‘이구름과 꼬꼿의 318일 고물버스 세계여행’(문공사刊)은 사진작가인 아빠와 전직 패션모델인 엄마를 둔 이구름이 아빠가 개조한 버스를 타고 세상속으로 뛰어들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겪었던 일들을 엮은 세계견문록이다. 이들 가족은 지난 2001년 8월부터 2002년 7월까지 서울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파리에서 다시 서울로 되돌아오기까지 4만여 킬로미터를 버스를 타고 여행했다. 책은 여덟 살 소년 이구름이 여행에서 만나고 느끼고 마주한 새로운 세상과 사람, 풍경에 대한 감상문으로, 이구름네 가족이 여행길에서 접한 이국적인 풍경과 사람들, 아찔했던 순간들, 가족간에 나눴던 사랑이 녹아있다. 사막에서 벌거벗고 뛰노는 이구름과 동생 릴라, 러시아의 설경 등 세상 곳곳의 모습을 담은 아빠 장루이 볼프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 이지현 글. 장 루이 볼프 사진. ■ 김훈 여행산문집 ‘자전거 여행 2’ 자전거로 누빈 ‘아름다운 경기도’ 소설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56)의 여행산문집 ‘자전거 여행 2’(생각의나무刊)가 나왔다. 저자가 2000년 출간한 ‘자전거 여행’은 전국의 산천을 자전거로 누비며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기록한 여행산문집. 수록된 글의 일부는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자전거 여행 2’는 사진가 이강빈(46)과 함께 경기도 일원의 유서깊은 곳을 여행하며 작가 특유의 아름다운 문체로 사람과 자연의 안쪽 풍경을 비춘다. 저자는 비무장지대(DMZ)를 시작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서해안 갯벌, 남한산성과 화성 등 역사적 유적지 등을 두루 살폈다. 그는 일몰하는 조강(祖江)의 물가에서 분단조국의 현실을 돌아보는가 하면, 드넓은 김포평야의 농수로를 바라보며 인간에게 간절히 필요한 것들이 아름다운 이유를 깨닫는다. 이번 책은 이강빈의 사진작품으로 시각적 효과를 높였고, 해당 여행지의 위치를 알아볼 수 있는 권역별 지도를 수록해 여행안내서 역할도 하도록 했다. 저자는 ‘자전거 여행 2’에 이어 전라도, 제주도, 울릉도편과 바다 건너 일본 교토(京都)의 여행기를 준비하고 있다.

한가위 볼만한 영화

‘푸짐한 상차림’ 골라보는 재미 이번 추석은 5일이나 되는 긴 연휴. 올해 추석은 유난히 극장가에 ‘상차림’이 푸짐하다. 스포츠 소재의 휴먼 코미디(슈퍼스타 감사용)에서 귀신이 나오는 퓨전 코미디(귀신이 산다), 청룽(成龍) 주연의 어드벤처물(80일간의 세계 일주), 잔잔한 감동을 주는 드라마(꽃피는 봄이 오면), 중국 무협 영화 ‘연인’ 등까지 다양한 영화들이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슈퍼스타 감사용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 프로야구 원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투수 감사용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이범수가 영화의 주인공으로 영화가 주는 재미는 실존 인물의 드라마틱한 삶에서 오지만 당시의 시대상이나 MBC 청룡,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의 모습 등은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류승수, 장항선, 김수미, 이혁재 등 탄탄한 조연진도 영화의 장점. 직장야구단에서 이름을 날리던 감사용은 회사에서 프로야구가 출범한다는 소식에 삼미 슈퍼스타즈의 오디션에 응시한다. 당당히 입단하게 된 그의 합격 사유는 팀에 왼손 투수가 없다는 것. 물론 청운의 꿈을 안고 입단했지만 현실의 그는 등판 기회조차 잡기 힘든 후보선수다. 가끔 찾아오는 기회라는 것이 패전처리 등판. 그런 그에게 모처럼 선발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박철순의 20연승 도전 경기. 마운드에 오른 감사용은 예상 밖으로 선전한다.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115분. ■꽃피는 봄이오면 가슴 따뜻한 희망 이야기 ‘올드보이’, ‘파이란’의 최민식이 출연하는 신작. 강원도 탄광촌 중학교에 임시 음악교사로 부임한 트럼펫 연주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신인 류장하 감독의 데뷔작. 영화의 장점은 슬픔도, 미움도, 사랑도 그리고 다시 찾아온 희망도 과장하지 않은 채 담담하게 그려낸다는 것. 전반적으로 주인공 현우의 캐릭터가 입체적이며 최민식의 호연도 영화에 힘을 실어준다. 30대 중반 노총각 현우는 교향악단에 들어가지 못한, 주류에서 밀려난 트럼펫 연주자다. 또다시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옛 여자친구에게서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말을 들은 어느날 그는 강원도 산골의 한 중학교의 관악부 선생님으로 몸을 숨긴다. 이 학교에서 그에게 내려진 임무는 전국 대회 우승. 하지만 녹슨 악기와 오래된 트로피로 가득 찬 이곳 관악부의 사정도 현우와 다를 것은 없다. 현우는 이곳 사람들과 새로 만나고 아이들과 함께 연습을 해가며 희망을 조금씩 찾아간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48분. ■귀신이 산다 배꼽잡을 준비하셨죠?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등 3편 연속 ‘대박’을 터뜨린 김상진 감독의 신작. 집 장만이 소원인 노총각이 하필이면 귀신이 사는 집에 살게 된다는 설정이 신선하고 귀신과 싸우고, 뛰고, 울부짖는 차승원의 오버연기도 밉지 않다. 자신의 집을 가지고 싶다는 일념하에 살아온 남자 필기(차승원). 천신만고 끝에 그림 같은 내 집을 장만하지만 새로 이사 간 집에는 뭔가 예상치 못한 게 있다. 바로 여자 귀신(장서희)이라는 반갑지 않은 동거인이 있다는 사실. 닭들이 날아다니고 손이 발이 되는 등 봉변을 당하던 필기는 어느날 벼락을 맞은 다음부터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전세가 역전된 것은 이때부터. 필기는 귀신을 닦달하기 시작하고 그녀가 집에 머물러야 하는 안타까운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필기는 이 귀신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23분. ■80일간의 세계일주 명절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청룽이 이번에는 동명원작을 바탕으로 한 ‘80일간의 세계일주’로 돌아왔다. 원작에서 바뀐 것은 주인공 영국신사의 프랑스 하인이 중국인이라는 것. 때문에 여행 역시 중국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의 미덕은 뭐니뭐니해도 청룽 특유의 ‘아크로바틱’한 액션.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이나 아놀드 슈왈츠네거나 훙캄보(洪金寶), 윌슨 형제 등의 카메오 출연은 보너스다. 전체관람가. 상영시간120분. ■연인 10일 개봉해 인기를 달리는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의 무협멜로 영화. 지난 7월 중국에서 개봉해 역대 중국 흥행 수입 2위에 오른 ‘중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다. 당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반란 조직을 제압할 임무를 띤 관리 레오(유덕화), 진(금성무)과 비도문 두목의 딸(장쯔이) 사이의 사랑을 다룬다. 대부분의 장이모우 영화가 그랬듯이 ‘연인’은 색감 대비를 통해 표현되는 미장센에서 감독의 탁월한 감각을 드러낸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19분. ■가족 탤런트 수애의 스크린 데뷔작. 아버지 역의 주현과 수애의 눈물연기가 감동적이다. 지난 3일 개봉해 극장가에서 만만치 않은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3년 만에 감옥에서 출소한 전과 4범의 딸이 집으로 돌아와 서로의 오해로 꼬일대로 꼬였던 아버지와의 불화와 갈등관계를 씻고 결국 아버지를 이해하며 화해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95분. ■캣 우먼 평범한 여성이 살해된 후 ‘캣 우먼’으로 부활해 선과 악을 넘나들며 활약을 펼친다는 내용을 담은 액션 블록버스터. ‘캣 우먼’은 만화 ‘배트맨’의 캐릭터 중 한 명인 ‘더 캣’(The Cat)으로 처음 등장했다. 영화 속 설정은 주인공 여자가 살해당한 후 고양이로부터 새 생명을 얻고 슈퍼 히로인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 흑인 섹시 스타 할 베리가 주인공을 맡았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4분. ■빌리지 ‘식스 센스’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써클’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 배경은 1897년 미국의 한 평범한 마을. 공포영화의 틀을 띤 채 집단적 공포가 가져다주는 평화의 허구성을 얘기하고 있다.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19세기풍 가옥 세트나 울창한 숲이 인상적이며 윌리엄 허트와 시고니 위버, 호아킨 피닉스, 에이드리언 브로디 등의 캐스팅도 무게가 느껴진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6분.▲맨 온 파이어=멕시코인 갱들에게 납치된 소녀 ‘피타’를 구출하려는 킬러 ‘크리시’의 이야기. 피타는 크리시의 눈 앞에서 납치돼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녀를 경호하던 크리시는 관계된 모든 범인들을 자기 손으로 죽이겠다고 나선다.¶‘아이 엠 샘’에서 지능 낮은 아버지 숀 팬을 ‘보살폈던’ 다코다 패닝과 명배우 덴젤 워싱턴의 연기와 탄탄한 드라마가 주된 볼거리.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47분.

한가위 볼만한 비디오

‘열심히 일하셨나요? 그렇다면 당신을 5일 간의 재미있는 비디오 여행으로 안내합니다.’ 5일 간의 황금 추석연휴를 맞아 볼 만한 비디오 30편을 골랐다. ‘비디오 고르는 것조차 귀찮다’는 사람들은 이 타임 테이블을 그대로 따라가도 좋을 듯. 입맛대로 즐기는 … ‘5일간 비디오 여행’ ■25일(토)-트로이 ‘몸짱’들의 버라이어티 쇼 혹시라도 5일간 야심차게 다이어트를 계획한 분이라면, 연휴 첫날 ‘세계적인’몸짱들의 연기를 감상하며 자극을 받아보는 것이 어떨까. 불혹을 넘긴 사실이 믿기지 않는 브래드 피트의 허벅지 근육이 인상적인 ‘트로이’는 근육질 남성들이 대거 출연해 여심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대단한 자극제가 될 터.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두 시간짜리 전지현의 ‘버라이어티 쇼’다. 뭐니뭐니 해도 전지현은 예뻤다. 내용은 차치하고, 이 늘씬한 미녀를 구석구석 살펴보라.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 권상우가 이소룡을 숭배하는 ‘말죽거리 잔혹사’와 ‘병역비리 혐의’로 시끄러워 좀 민망하지만 송승헌의 ‘그놈은 멋있었다’도 ‘몸짱’의 향연이다. ■26일(일)-옹박 끝내주는 액션이 ‘한가득’ 전날 눈으로 자극을 받았다면 이제는 몸풀기. 직접 풀지 못하더라도 화면에서 펼쳐지는 짜릿한 액션으로 대리 만족을 느껴보자. 그 나름의 쾌감이 있지 않은가. 우마 서먼의 칼 솜씨와 권법이 끝내주는 ‘킬빌2’. 1편에 비해 액션이 떨어지고 드라마가 강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키치적인 즐거움이 있다. 류승범의 장풍이 도심을 흔드는 ‘아라한, 장풍대작전’도 새로운 볼거리. 재치있는 발상이 귀엽다. 태국에서 날아온 무예타이의 후예의 활약상이 입을 쩍 벌리게 하는 ‘옹박’도 있다. 이 영화는 가히 다큐멘터리 수준이다. 영화의 90%가 액션이다. 그것도 CG 하나없는 리얼 액션. ‘태극기 휘날리며’를 아직 안 본 사람? 좀 쑥스러우니까 얼른 몰래 가서 빌려다보시길. 한국형 전쟁 액션이 수준급이다. ■27일(월)-인어공주 마음을 녹여주는 로맨스 ◈휴식 같은 멜로 영화들도 빼놓지 말자. 몸을 노근노근하게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강한 멜로영화들과 함께 연휴의 한가운데를 즐기는 것도 괜찮다. 이나영이 ‘예쁘지 않은 척’한 ‘아는 여자’는 다소 독특한 느낌이다. 그녀가 한남자를 10년 넘게 짝사랑하는 사연이 심심한 샤브샤브처럼 전개된다. 전도연의 1인2역이 빼어난 ‘인어공주’는 놓치지 말자.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의 연기가 백미다. ‘파리의 연인’ 김정은이 동분서주한 ‘내 남자의 로맨스’와 잭 니컬슨, 다이앤 키튼의 연기가 부러움을 자아내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도 있다. ■28일(화)-효자동 이발사 올 추석엔 가족끼리 ‘무비의 감동을’ 추석날 차례상을 물리고 모처럼 온 가족이 오붓한 시간을 즐겨보자. 극장 나가기도 귀찮은데 비디오 영화만큼 경제적인 ‘놀이’가 어디 있나. ‘아홉살 인생’은 숨은 진주다. 애들이 나오는 영화라고 절대 무시하지 마라. ‘갱상도 사투리’와 함께 세상의 고민을 온 어깨에 짊어진 듯한 동심의 세계가 맛깔스럽게 펼쳐진다. 미국에서 상영된 한국영화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김기덕 감독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요즘, 김 감독의 영화 중 온 가족이 같이 볼만한 영화는 이 작품 뿐일 듯. 송강호의 소시민적 회한이 서린 ‘효자동 이발사’와 ‘홀아비’ 밴 애플렉의 부성애를 그린 ‘저지걸’도 가족이 함께 보기에 좋다. ■29일(수)-그녀를 믿지 마세요 ‘웃으면 복이 온대요’ 씨익~ 연휴 마지막 날이라고 너무 괴로워하지 말고 실컷 웃어나보자. 웃어야 복이 온다지 않은가.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강동원과 새침한 김하늘이 찰떡궁합을 이룬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베스트 추천작. 이 영화, 만만치 않게 웃긴다. 좀 칙칙해 보이긴 하지만 ‘나두야 간다’도 의외의 재미를 줄 수 있다. 정준호, 손창민의 시치미 뚝 뗀 연기가 볼만 하다. 박중훈, 차태현이 야심차게 샷을 날렸으나 오비를 하고 만 ‘투가이즈’. 그래도 고전적인 슬랩스틱 코미디가 기본은 한다. 좀 오래 되기는 했지만 차인표, 조재현 주연의 ‘목포는 항구다’도 숨은 재미를 선사한다.

MOVIE/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에어리언vs프레데터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스크린 가득~회화를 물들인 소녀 머리에 파란색 두건을 한 채 비스듬히 뒤를 돌아보는 소녀. 옷차림으로 보면 부잣집 딸이라기보다 하인쪽에 가까운 듯. 입술은 번득거리며 홍조를 띠고 있고 유난히 커서 뭔가에 놀란 것처럼 보이는 눈은 무언가에 대한 갈망과 슬픔을 함께 비치고 있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얀 베르메르 반 델흐트가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화가의 일생만큼이나 베일에 싸여 있다. 일생동안 30여편의 작품만을 남긴 베르메르의 삶은 출생이나 가족관계 정도를 제외하고는 알려진 것이 거의없다. ‘북구의 모나리자’라는 칭송을 받고 있지만 그림 속의 소녀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추측만 있을 뿐이다. 3일 개봉한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원제 Girl with Pearl Earring)는 배경이 알려지지 않은 이 유명한 그림에서 시작된다. 한 장의 그림에서 확대돼 나오는 시대상이나 로맨스, 질투 등의 이야기 구조가 매력적인 것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원작 소설(국내에는 ‘진주 귀걸이 소녀’로 출판)의 덕이 커보인다. 하지만 파랑과 녹색, 빨강과 노란색으로 대비되는 색감이나 밝음과 어둠의 조화는 장면장면 명화(名畵)를 감상하는 듯 관객의 눈을 매혹하며, 그 시대를 살다 나온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실감있게 묘사됐다. 텔레비전 드라마 연출자 출신 피터 웨버 감독이 연출했으며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스칼렛 요한슨과 ‘러브 액츄얼리’로 친숙한 콜린 퍼스가 소녀와 화가로 각각 출연한다. 가난한 집안의 소녀 그리트는 화가 베르메르 집에 하녀로 들어간다. 이것저것 낯설지만 터번으로 머리를 감싼 단정한 모습으로 묵묵히 집안일을 하는 그리트. 신경질적인 아내와 돈밖에 모르는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사는 베르메르의 집안사정도 그렇게 좋지는 않다. 생계를 꾸려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부자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것. 작업실에서 베르메르의 작품을 보고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받는 그리트. 베르메르에게도 그녀는 영감을 주는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물감으로 색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며 서로에게 끌리는 두 사람.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시선과 신분의 차이때문에 이들은 서로에게 안타까운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다. 상영시간 95분. 15세 이상관람가. ■에어리언 vs 프레데터 외계괴물 ‘맞장’ 흥미진진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이런 궁금증은 ‘청룽(成龍)과 리샤우룽(李小龍) 중 누가 더 쎌까?’ 또는 ‘람보와 코만도 중 싸움을 잘하는 쪽은 누구?’ 같은 사춘기 이전 수준의 의문처럼 유치한 것일 수도 있다. 영화에서나 그렇지 사실 청룽과 리샤우룽이 굳이 만나 혈투를 벌일 이유도 없고, 국적이 같은 람보와 코만도가 총알을 튀기며 싸울 명분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일이 눈 앞의 화면에 펼쳐진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두 사람이 만날 개연성이 없으면 어떠랴. 펼쳐지는 대결이 신날 뿐. 그리고 슬슬 궁금해진다. 누가 이길까? 3일 개봉한 영화 ‘에이리언 VS. 프레데터’(Alien Vs. Predator)는 다소 황당한 듯하지만 두 외계인 사이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둘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아이디어는 갓 성인이 된 프레데터들이 지구를 방문해 전사로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에일리언 사냥을 벌인다는 것. 지구는 프레데터의 서바이벌 게임장이고 인간은 프레데터가 에일리언의 번식을 위해 이용하는 숙주다. 2004년 10월. 한 기업의 광물탐사 위성이 남극 빙하에서 이상 고온을 감지한다. 이 기업의 이름은 웨이랜드. 회장인 찰스 웨이랜드(랜스 헨릭슨)는 이 곳에 다양한 문명의 양식들이 섞인 피라미드 유적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환경운동가이자 모험가인 렉스(새넌 래이든)와 고고학자 세바스찬(라울 보바), 화학자 밀러(이완 브렘너)등을 모아 남극으로 간다. 남극에 도착한 일행. 발굴을 하려 하지만 누군가가 이미 피라미드로 가는 길을 열어놨다. 하지만 이상해하는 것도 잠시, 얼마 안 있어 이들에게 에일리언의 무차별공격이 시작되고 에일리언들은 인간을 숙주삼아 기하급수로 번식한다. 생존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쫓기던 일행은 우연히 들어간 재단에서 놀랄 만한 사실을 발견한다. 100년을 주기로 외계의 프레데터들이 에일리언 사냥을 계속 해왔다는 것. 이제 막 성인이 되는 프레데터들은 용맹성을 시험하러 지구에 왔고 인간들은 이들의 사냥감이 될 에일리언들의 번식을 위해 숙주로 던져졌다. 뒤이어 피라미드에 도착하는 프레데터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들은 에일리언과 프레데터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두 우주 종족 사이의 싸움을 내세우고 있지만 영화는 이들의 공격을 피해야 하는 한 무리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재난 영화의 틀을 갖고 있다. “단독행동을 금한다”, “영웅심을 버려라” 등 일행이 정한 행동원칙은 재난영화의 캐릭터들에게는 금기로 등장하는 단골 메뉴. 하지만 인물의 개성이 부족한 만큼 이야기의 재미가 반감된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보다 영화에서 돋보이는 지점은 두 외계인의 싸움이 본격화하는 후반부에 있다. 가급적 CG를 빼고 실제 모형으로 촬영한 격투 장면은 외계 괴물 사이의 싸움이라는 스펙타클을 보려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기대는 채워주고도 남을 만하다. 감독은 ‘모탈컴뱃’, ‘레지던트 이블’의 폴 W.S.앤더슨. 상영시간 90분. 15세 이상 관람가. ■피의 학살사건, 칸 진출작 ‘카란디루’ 10일 개봉하는 ‘카란디루’는 2002년까지 브라질에서 실제로 있었던 카란디루 감옥의 이야기를 다룬다. 1992년에 실제로 일어났던 폭동 사건. 진압과정에서 111명의 죄수가 학살됐고 이후 당시 진압을 지휘했던 경찰간부는 징역 632년을 선고받았다. 상영시간 145분. 15세 이상 관람가.

“‘소나기’ 뮤지컬로 재탄생”

“성원이의 연기를 찬찬히 보고 있으면 발동작 손동작 하나하나에서 극중 ‘소년’의 이미지가 묻어나요”(홍경인) “연기하는 걸 처음 봤을 때 ‘내가 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형은 무대 위에 서면 비주얼 그 자체가 ‘소년’이죠”(최성원) 배우 홍경인과 뮤지컬 배우 최성원이 창작 뮤지컬 ‘황순원의 소나기’에 ‘소년’역으로 나란히 캐스팅됐다. 홍경인은 오래 전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의 영화를 통해 연기 잘하는 배우로 자리를 굳혔고 최성원은 뮤지컬 ‘풋루스’를 시작으로 ‘넌센스 잼보리’ ‘사랑은 비를 타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에서 굵직한 역을 소화하며 최근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소나기 아트 커뮤니케이션’(대표 김학묵)이 다음달 1일부터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막을 올리는 ‘황순원의 소나기’로 팬들을 만난다. 홍경인에게는 지난 2002년 영화 ‘남자 태어나다’ 이후 2년 만에 출연하는 복귀작. 최성원에게는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를 끝내자마자 다시 오르는 숨가쁜 무대다. “오래 쉬다보니 불안해져서 영화든 드라마든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황순원의 소나기’ 출연을 제의받았습니다. 사실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하고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습니다”(홍경인) 홍경인은 “이 작품은 사람 냄새가 나서 좋다”는 말로 출연 계기를 밝혔다. 그는 “당시 ‘소나기’의 주인공 소년 역은 아역배우들에게는 큰 역이었고 정말하고 싶었던 작품”이라면서 “이번 작품은 마음먹고 하면 잘할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어 욕심을 냈다”고 말했다. “연기하면서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은 처음입니다. 홍보 관련 일 빼고는 한 번도연습에 빠진 적이 없어요” 매일 10시간 넘게 연습실에서 땀을 흘린다는 말도 잊지않았다.¶홍경인이 지난 2002년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취를 감춘 이유는 뭘까?”당시 ‘남자 태어나다’를 찍으면서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개봉 당일 막을 내린 극장도 있고 길어야 1주일 걸고 내린 극장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 광경을 보고 회의를 느꼈죠”그는 스타급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외면 당하는 영화계의현실이 싫었다고 털어놓았다.¶그는 또 “개인적으로 시대극을 좋아하고 시대극이 나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이 작품에 대한 애정도 보였다.¶한편 최성원에게 ‘황순원의 소나기’는 3년을 기다린 작품이다. “3년 전에 황순원 선생님의 소설 ‘소나기’가 뮤지컬로 무대에 올려질 거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때부터 소나기의 소년 역을 꿈꿨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여자 앞에서 말 못하는 소년이 자신과 너무 닮았다고 느꼈다”며 “극중 소년이 내 친구같았다”고도 말했다.최성원은 20대 후반이지만 아직도 해맑은 미소를 가진 연기자. 그의 이런 외모가 이번 소년 역에 캐스팅되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그에게는 바로 그 앳된 외모가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맡은 동생 역은 가출한 뒤 10년간 떠돌다 귀향하는 청년 역인데 그 역을 처음 연기할 때 앳된 얼굴 때문에 거친 느낌이 나지 않아많이 고생했습니다” 앳된 이미지를 벗고 ‘카리스마’를 가져보려고 혼자 술도 먹어보고 욕도 해보고 신경질도 내보면서 한동안 살았다는 최성원. 그는 “‘황순원의 소나기’는 가장 한국적인 작품”이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 대사, 노래 등으로 꾸며졌다”고 말했다.¶공연시간 화~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4시/7시30분. 일·공휴일 오후 3시/7시. 관람료 4만~8만원. ☎558-7874./연합

김건모 9집 들고 팬 곁으로…

방송활동을 접고 라이브 무대에만 서겠다고 지난 연말 선언했던 가수 김건모가 1년 6개월만에 9집 앨범을 들고 팬들 곁으로 찾아온다. “유학 온 느낌이에요. 여의도를 떠나서 새로운 것을 찾아보겠다고 시작한 유학같은 것 말이죠. 이젠 공연에 모든 걸 걸기로 했으니까요” 오는 9월 1일 앨범발매를 앞둔 그를 서울 양재동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전에는 그냥 ‘핑계’면 ‘핑계’, ‘제비’면 ‘제비’ 그것만 불렀잖아요. 이번에는 전체적인 흐름으로 들어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얘기도 가사에 많이 녹여 냈거든요”이어 “요즘 젊은 가수들은 R&B가 너무 많잖아요. 저는 팝을 고수했죠. 사운드는 다양하면서 흥겹고 빠른 노래를 많이 담았어요. 가사도 쉽고 직접 공연에서 부르기 좋은 노래들 말이죠”라는 설명이 잇따른다. 실제로 이번 앨범에는 그의 음악적 상표와도 같은 애잔한 발라드가 두 곡밖에 실려 있지 않다. 나머지는 보사노바, 재즈, 댄스 등 흥겨운 곡들로 채워졌다. 타이틀곡 ‘잔소리’는 삶이 묻어나는 발라드인 7집 히트곡 ‘미안해요’의 연장선상에 있는 노래. 그는 “오래 사귀던 여자와 헤어진 남자가 당시에는 때론 지겨웠던 잔소리까지도 그리워하면서 아파하는 그런 노래”라고 설명한다. 그의 음악 파트너이자 작곡가인 최준영과 임기훈이 만든 이 곡은 “정신없이 살다보니까 내가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내 삶의 공기처럼 당연히 내곁엔 니가 있을줄 알았어/지겹던 너의 잔소리가 오늘밤 너무 그리워”란 절절한 가사가 김건모 특유의 심금을 울리는 음색과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마지막까지 ‘잔소리’와 타이틀을 놓고 경합을 벌인 발라드 ‘흐르는 강물처럼’은 김건모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가려진 세월속으로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흐르는 저 강물위에 나의 거짓없는 사랑을 띄워 버리고 떠나리’란 가사의 이 곡을 설명하는 그의 눈이 일순간 젖어보인다.¶그는 “가사가 정말 끝내주지 않아요? 그게 인생인 것 같아요. 나중에 다 가져가나요? 버리고 가는 거죠”라면서 “참 50-60이나 돼서 할 생각을 벌써 하다니…. 그러니까 애늙은이란 소리를 듣나봐요”라며 너스레를 떤다.¶첫 곡 ‘여자들이란’은 10년전 레게 열풍을 몰고 왔던 출세곡 ‘핑계’를 연상케하는 리듬감이 느껴지는 노래. 빠른 리듬에 풍자적인 내용을 담았다.¶완벽한 남자를 바라는 여성들 사이에서 소외감과 배신감을 느끼는 평범한 남자들의 ‘꽁한’ 이야기를 코믹하게 표현했다.¶4번째 수록곡 ‘경매’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날씨는 무지하게 화창한데 주말엔전화 한통 오지 않고/무심한 카드연체 문자만이/모두들 웰빙 열풍 몸짱인데 나홀로배만 나와 배짱이네”란 내용으로 ‘공짜라도 나 좀 사가라’며 자신을 경매에 내놓은노총각 아저씨’의 처량한 신세를 그리고 있다.¶자작곡으로 차안에서 즐겁게 들을 만한 곡 ‘타임’도 마찬가지. 그 중에서도 가장 흥겨운 곡은 뮤직비디오로 제작된 ‘Mr.빅맨’이다.¶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사노바와 재즈의 흉내를 조금씩 낸” 노래인 ‘사랑이 날 슬프게 할 때’와 ‘가족’도 앨범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곡이다.¶앨범에 수록된 11곡을 듣고 있노라면 그의 목소리가 더욱 깊어졌다는 것을 알수 있다.¶“일부러 그렇게 만드는 건 아닌데 해가 갈수록 목소리가 굵어지고 허스키해지네요. 저 스스로는 더 좋은 것 같아요. 저음에서는 굵어지는데 고음에서는 ‘빽빽’하는 찢어지는 소리가 났었거든요. 굵어진 데에는 아마 술 담배도 영향이 조금은 있겠죠. 후후” 새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아파트’, ‘빗속의 여인’ 등 리메이크 곡을 실었던 김건모는 이번에는 그룹 사랑과 평화의 ‘장미’와 홍민의 ‘석별’을 재해석했다.¶특히 ‘장미’는 ‘토크박스’라는 악기를 입에 물고 불러 ‘장미’란 발음이 ‘즈앙미’로 들리게하는 등 에코 사운드가 독특하다.¶그가 활동의 전부를 걸었다는 라이브 공연은 기획사 라이브플러스(02-522-9933)와 함께 9월 10~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첫 스타트를 끊는다. 이후 대전, 부산, 부천, 대구 등 전국 15개 도시를 돌며 연말까지 30회의 공연을 열 계획이다. 제목은 공연을 매년 이어가겠다는 의미를 담아 ‘라이브리그’라고 붙였다. 음반 발매와 동시에 신곡 위주의 공연을 하겠다는 건 모험일 수도 있다. 아는 노래가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서 흥겨움의 정도가 달라지는 게 콘서트란 걸 감안할때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곡 위주 공연을 하겠다는 그에게서 음악적 자신감과 낙천적 성격의 여유로움이 흠뻑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