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감췄던 비밀 서로에게 깜짝 고백

"손호영이 동성연애자인 줄 알았어요."(박준형) "8-9년 전 데니 형이 좋아하는 여자를 함께 좋아했는데 영화 속에서처럼 우정을 택했죠."(손호영) "김태우의 차를 몰고나갔다가 후진 주차를 하던 중 뒷 범퍼에 스크래치를 냈는데 감쪽같이 속였죠."(데니안) 그룹 god 멤버들이 콘서트 도중 서로에게 단 한번도 꺼내지 않은 깜짝 고백을 해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20일 오후 5시30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god 더 라스트' 공연에서 god는 '고백'이라는 주제로 지금껏 멤버들간에도 비밀로 했던 얘기들을 꺼냈다. 박준형은 손호영을 향한 고백에서 "호영이를 처음 만난 날 밥을 먹던 중 호영이가 나를 보면서 자꾸 웃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성연애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여자를 무척 좋아하더라"고 말해 손호영을 당황시켰다. 이어 손호영은 데니안에게 "데니 형이 좋아하는 여자를 나도 좋아했는데 우정이냐, 사랑이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정말 영화 속에서처럼 우정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 말에 데니안은 "8-9년 전이면 누구지?"라고 고민하다가 "아! 정말?"이라고 말해 실제로 놀라는 눈치였다. 데니안은 "태우의 차를 빌려탔다가 후진 주차를 하던 중 뒷 범퍼에 스크래치를 낸 적이 있는데 몰래 아는 공업사에 가서 칠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자 김태우는 "지금이라도 범퍼를 갈아달라"는 항의성 공격을 하기도. 그러자 데니안은 "돈을 많이 벌면 차를 선물하겠다"고 팬들 앞에서 약속했다. 김태우는 "난 모든 형들에게 말하겠다. 늘 마음이 넓은 척하지만 정말 맘이 넓은 사람은 형들"이라며 "소속사를 옮기는 문제로 고민할 때 바깥으로 돈 적이 있었는데 형들이 '태우야 고민은 숙소에 와서 하라'고 조언해 무척 마음이 찡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편 이들은 19일 공연에서도 '첫키스'라는 주제로 서로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이날 최연소 첫키스는 중학교 3학년 때라는 손호영이 꼽혔다. 손호영은 "집에서 친구가 왔는데 자연스럽게 마주보다가 첫 키스를 했다"며 쑥스러워했다. 박준형은 고 3때 차안, 데니안은 고 1때 여자 친구의 집앞 놀이터 벤치, 김태우는 22살 여행지에서라고 각각 고백, 객석에선 탄성이 터져나왔다. /연합

'프라하의 연인' 덕수궁 돌담 훼손 물의

20일 종영한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극본 김은숙, 연출 신우철)이 드라마 촬영 도중 문화재인 덕수궁의 외벽을 훼손해 물의를 빚고 있다. '프라하의 연인' 제작진은 20일 오전 드라마 촬영을 위해 덕수궁 돌담길로 알려진 덕수궁 외벽에 노란 종이 수백 장을 100m 가량 붙였다. 주인공 김주혁이 전도연에게 프로포즈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였다. 노란 종이에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사랑한다'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문제는 촬영 후 노란 종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종이를 붙일 때 접착제를 사용한 바람에 이를 떼어 내기 위해 끌 등의 도구를 사용해 벽을 긁은 것. 이 때문에 외벽의 일부가 흉하게 손상되고 말았다. 덕수궁측은 "애초에 드라마 제작진이 '포스트잇' 30장 정도를 붙이겠다고 해서 허락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외벽의 돌 조각이 떨어질 정도의 훼손은 없지만 돌과 돌 사이의 줄눈이 일부 떨어져 나갔고 외벽이 부분적으로 긁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덕수궁측은 "오늘 문화재 전문가가 현장 진단을 해 어느 범위까지 보수할지 결정할 예정"이라며 "일부는 뜯어내고 다시 복원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제작사인 올리브나인은 "본의 아니게 현장 스태프가 외벽을 훼손한 점을 인정한다. 잘못했다. 복원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진도 22일 오전 드라마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덕수궁을 방문해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며 "비용과 상관없이 즉각적인 원상복구를 책임지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img1,r,200} 한 제작진은 굳이 문화재에서 드라마 촬영을 강행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다른 길에서 촬영을 해도 상관없는 신이었지만 보다 아름다운 길을 찾다가 덕수궁 돌담길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덕수궁 일원은 사적 제124호로 지정돼 있으며, 덕수궁 안에는 보물 제819호 '중화전 및 중화문' 등이 보존돼 있다. /연합

MOVIE/무영검. 광식이 동생 광태

● 무영검 ‘거친 액션’ 한국무협 다시쓴다! ‘무영검’을 우리 무협 영화 수준에 대한 약간의 하대, 중국 무협 영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 등의 편견 없이 대하자. 영화는 ‘비천무’ 이후 4년동안 칼을 벼린 김영준 감독과 무협 영화를 한국 영화의 한 장르로 키워 보겠다는 꿈을 가진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가 ‘계급장 떼고 한번 붙어 보자’란 간절한 바람 속에 만들어졌다. 배우들은 휙휙 날아 다닌다. 쉴새 없이 칼과 창이 부딪힌다. 숨가쁘게 표창이 던져지고 물과 뭍에서 화려한 액션이 선보인다. 중국의 광활한 대지는 그 자체로 926년 발해의 땅을 묘사하기에 충분하다. 그림은 결코 할리우드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액션의 과장은 무협이란 장르의 특성으로 포용된다. 거란족의 침략에 맞서 끝까지 항쟁했던 발해의 역사와 전설은 극적인 드라마를 부여한다. 영화는 발해의 여자 무사 ‘홍라녀’가 홀로 거란에 들어가 왕자를 구출했다는 전설과 926년 발해의 마지막 태자가 거란에 맞서 항쟁을 이끌었다는 역사적 기록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거란에 의해 발해의 왕자는 모두 암살되고 마지막 남은 왕자 대정현(이서진 분)을 지키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대정현은 왕실의 권력 암투에 따라 유배돼 살아 남는 게 삶의 유일한 목적이 된 채 장물아비로 살아간다. 그를 지켜 발해의 구심점이 되게 하려는 여전사 연소하(윤소이 분)가 찾아 온다. 대정현은 발해의 왕이 되길 거부하며 도망치기 일쑤. 그를 쫓는 척살단 세력은 군화평(신현준 분)과 심복이자 연소하에게 번번이 최고의 자리를 빼앗긴 여자 고수 매영옥(이기용 분)이 이끈다. 군화평은 발해 장군이었으나 대역죄로 인해 가문이 몰살된 후 발해에 대해 무한한 적개심을 갖고 있다. 쫓기는 대정현과 연소하, 쫓는 군화평과 매영옥 등의 대장정이 전개된다. 대정현은 차츰 마지막 왕자 책무를 깨닫고 말없이 그를 지키는 연소하에게도 애틋한 마음이 생긴다. 군화평이 발해 왕자 대수현을 살해하고 빼앗은 검과 연소하가 들고 있는 검은 발해의 왕족에게 전해지는 ‘무영검’. 연소하가 무영검을 갖고 있는 사연이 드러나며 대정현은 드디어 진정한 발해의 왕이 된다. 군화평은 무영검을 오로지 베고 싶은 사람을 베기 위해 들지만, 대정현과 연소하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검을 든다. 이게 선과 악의 차이인 셈이다. 비록 와이어 액션과 컴퓨터 그래픽 등이 동원되긴 했지만 네 배우들은 출중한 무술기량을 자랑한다. 특히 윤소이는 정확하게 맺고 끊는 동작을 선보여 최고의 여전사로서 손색없다. 데뷔작 ‘아라한-장풍대작전’에서도 무술 고수로 등장했던 윤소이의 성장은 눈여겨볼 만하다. 차분하고 순수한 눈망울은 여느 여배우에게서 쉽게 얻을 수 없다. 기대는 또 다른 바람을 낳게 한다. 그 얼굴에 다채로운 표정이 덧칠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름을 알린 후 스크린 첫 도전인 이서진은 스스로 말했듯 가장 변화가 많은 캐릭터를 맡아 시작과 끝의 다른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그럼에도 세 배우의 정적인 대사 톤과 겉도는 발성은 어색하다. 정적인 대사 톤이 옳고, 겉도는 발성이 틀리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좀 더 가다듬을 여지가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한편 이 영화는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미국 뉴라인시네마가 기획단계부터 투자했고 내년 북미를 비롯, 전세계 60여개국 배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시선을 끈다.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 광식이 동생 광태 “연애할때 男子 마음은요…” 사진관과 비디오 가게를 나란히 운영하는 형제 광식(김주혁 분)과 광태(봉태규 분)는 180도 다른 성격과 연애관을 갖고 있다. 광식은 한 여자를 7년간이나 짝사랑하면서도 고백 한번 못해본 소심한 남자인데 반해, 광태는 한 여자와 절대 12번 이상 만나지 않는 바람둥이의 전형이다.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가 여성의 심리에 무게 중심을 둔 것과 달리 ‘광식이 동생 광태’는 남성의 심리를 파고든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영화에는 광식과 광태 이외에도 둘과 또 다른 캐릭터인 일웅(정경호)이 등장한다. 광식과 광태를 섞어 놓은듯한 인물. ‘YMCA 야구단’으로 감독에 데뷔하기 전, ‘사랑하기 좋은 날’과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등 두편의 로맨틱 코미디를 쓴 김현석 감독이 이번에는 직접 감독까지 맡아 또 한편의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였다. 전작들과의 재미있는 차이는 늘 야구를 크고 작은 소재로 도입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야구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 자신의 경험에 빗대 남자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던 듯하다. 실제로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7번 정도 고쳐 썼는데 초반에는 이요원씨 같은 캐릭터 여자를 만났고 후반에는 김아중씨 배역 닮은 여자와 데이트를 했다. 그래서 상반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말했다. 주인공 남자들의 각기 다른 캐릭터인 만큼 상대역인 여성들(이요원 김아중) 캐릭터도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실제 경험들이 바탕이 된 덕인지 영화는 다소 허황된 판타지를 안겨 주는 로맨틱 코미디 정석에서 약간 비켜 서 있다. 사랑에 대한 핑크빛 환상이나 가슴 설레는 연애담을 풀어 내는 대신 서랍 속 일기장을 공개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딱히 특별할 건 없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청춘 남녀가 흔히 경험해 봤음 직한 평범한 연애가 조용히 흘러 가는 시냇물처럼 요란하지 않게 전개된다. 영화는 다르면서도 같은 두형제가 사랑에 데면서 한뼘 성장하는 모습을 애정 어리게 지켜보고 있다. 사랑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고 연애 예찬론을 펴는 대신 말이다. 감독은 평범한 남자들의 속내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웃지 못할 코미디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제3자 입장에선 그들의 소동이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이처럼 가슴 아픈 상황도 없다. 임자를 만나 무장 해제당한 바람둥이의 초라한 모습이나 7년을 묵혔음에도 또 다시 허무하게 사랑을 놓치고 마는 소심남 모습은 잔잔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 와중에 감독이 묘사한 일웅의 캐릭터가 반짝인다. 결국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란 얘기다. 쟁취하면 그것 역시 종국에는 인연이란 이름으로 묶여진다. 이 역시 감독의 경험일까. 한가지 보너스. TV에서 활동중인 신예 김아중이 산뜻한 매력으로 남자 중심 영화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img5,l,000}■천국의 아이들2 - 시험보는날 전교 1등 하야트가 명문 중학교 입학 시험을 보러가는 날 아침 갑자기 아버지가 혼수상태에 빠진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 남동생과 갓난아기 여동생을 맡기고 병원으로 향한다. 하야트는 발을 동동 구르지만 도대체 아기를 맡길 곳이 마땅찮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극장 개봉한다.

MOVIE/용서받지 못한 자. 나의 결혼원정기

● 용서받지 못한 자 軍시절, 그 끝나지 않은 추억의 잔재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지독한 성장통이다. 그들의 모습이 안쓰럽고 여전한 현실이 섬뜩하다. 그렇다고 피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맞부딪쳐야 할 군대문제. 간 사람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가지 않은 남자도, 심지어 애인으로, 누나이자 동생, 어머니 등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느닷없는 이별을 해야 하는 여자들조차도 군대는 피해갈 수 없는 고민을 던져 주는 화두다. 군대 내 폭력성을 다룬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이 극단적인 감정을 끌어올려 간혹 남의 나라 이야기려니 생각할 수 있었다면, 26살 젊은 감독이 들여다 본 군대는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폭넓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미덕이 있다. 비록 그 미덕이 우리의 가슴을 헤집어 놓지만 말이다. 10회 부산영화제 최대 화제작.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작품에 불과했던 이 영화는 평단과 관객의 시선을 순식간에 휘어 잡는 문제작이 됐다. 윤종빈 감독이 고백하듯 풀어 놓는 또래들의 성장통은 마치 한편의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 같다. 제대한 지 1년 지난 태정에게 군복무중인 친구 승영이 찾아 온다. 굳이 만나려 하는 승영의 태도가 못마땅해 여자친구까지 불러 내 자리를 회피하려 하지만 승영은 계속 그날 밤 태정을 쫓아 다닌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일까.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최고참 병장 태정의 내무반 신병으로 중학교 동창 승영이 들어 온다. 27살 명문대생인 승영은 군대의 부조리가 마뜩찮다. 말대꾸하고 고참들의 짓궂은 장난을 그냥 보지 못하니 고문관이 따로 없다. 친구인 태정이 은근히 감싸주지만 역부족. 그런 상황에서 승영은 자신과 거의 비슷한 후임 지훈을 받는다. 지훈을 감싸고 돌지만, 승영 역시 시간이 지나며 지훈이 답답해진다. 애써 승영은 지훈을 보호하긴 하지만 어느덧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고참들의 모습을 닮아간다. 영화는 시종 군대란 전쟁터 같은 세상의 한 단면임을 놓치지 않는다. 무언의 폭력과 부조리한 질서가 있지만 거기에도 사람 사는 정이 있고 각자의 개성이 있으며, 대중이란 이름으로 허용하지 않는 부적응자가 있다. 객석은 폭력을 비난하지만, 때론 그 폭력을 용인하는 심정을 갖게 된다. 그렇다고 그 감정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긴 홍역을 앓고 난듯 그 지독했던 군생활도 세월이 지나면 그저 침이 튈만큼 열정적으로 반추할 수 있는 추억이 되며, 정글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정글의 법칙을 따라아 하는 것을. 윤종빈 감독이란 샛별은 물론 이 영화는 우리에게 눈에 반짝 띄는 신예 배우 하정우와 서장원을 소개했다. 특히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전도연의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등장하는 하정우는 드라마에서 보이는 다소 딱딱한 몸놀림과 달리 마치 자연스러운 일상을 표현할 줄 아는 관록 있는 배우처럼 카메라 앞에 서는 놀라움을 보여줬다. 카메라에 좀 더 익숙해지면 썩 괜찮은 배우로 자랄 것이란 기대감이 생긴다. 두 사람은 각각 김용건과 서인석의 아들이란 꼬리표가 없어도 앞길이 창창할 것 같다. 윤 감독도 지훈으로 출연해 연기까지 겸했다. 18일부터 CGV인디상영관과 동숭아트센터 등 전국 20개 스크린에서만 만날 수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 나의 결혼원정기 농촌총각 ‘색시 찾아 삼만리’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순박한 38살 농촌 총각 한만택(정재영 분)이 자신의 결혼 성공기를 온 국민에게 자랑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가슴이 순간 뜨끔해지고 순수한 사랑에 흐뭇해진다. 제10회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 선택된 영화답게 작품의 수준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다 보면 후회하지 않을만큼 재미와 감동이 따라온다. 무엇보다 정재영과 유준상 등 두 배우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관록과 호흡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종종 새벽에 일어나 몰래 팬티를 빨아야 하는 한만택은 환갑이 넘은 홀어머니에게 여전히 할아버지의 밥상을 차리게 하는 노총각이다. 여자를 적극적으로 만나긴 커녕 사춘기 시절 쓰라린 기억 때문에 여자와 눈도 맞추지 못하는 순진한 남자다. 만택의 친구 박희철(유준상 분)은 시골 예천의 택시기사. 바람둥이라고 자처하지만 좋아했던 여자가 대구로 시집간 후 결혼한 옛 여자나 어쩌다 만나 껄떡거리는 실속없는 노총각이다. 애꿎은 개에게나 화풀이하고 술에 취해 마을회관 마이크에 대고 노래를 부르는 손자를 안쓰럽게 생각한 할아버지의 결단으로 두 남자는 결혼의 희망이 엿보이는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쭉쭉빵빵한 여자를 원 없이 만난 희철은 정신 못차릴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지만, 만택은 거기나 여기나 여자를 대하는 태도는 똑같다. 오히려 고려인이란 통역관 라라(수애)에게 은근히 마음이 간다. 라라에겐 만택의 결혼을 꼭 성사시켜야만 하는 절실한 이유가 있다. 그래서 결혼중개업소 사장이 만택에게 결혼을 빙자해 한국으로 넘어가려는 여자를 소개하라고 해도 양심을 접어둔 채 나서게 된다. 영화는 라라가 만택의 진실한 마음을 느끼면서도 왜 무리수를 두는지 은근히 내비치고 만택과 라라가 점점 더 진심으로 접근하는 과정을 보여 주면서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다. 지난 2002년 1월 소개된 KBS ‘인간극장-노총각, 우즈벡에 가다’를 보고 황병국 감독이 기획한 이 영화는 단순히 결혼하기 힘든 농촌 노총각문제만 짚지 않는다. 화면에 잠깐씩 등장하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한국행은 이주 노동자문제도 건드리고 라라를 통해 탈북자들의 현실도 소개한다. 무거울 수 있는 이 소재들은 배우들의 호연으로 잘 버무러져 있다. 정재영과 유준상은 누가 봐도 예천 사는 노총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박함과 진실함으로 무장한 정재영의 연기는 물론 능글맞으면서도 영화의 정점을 함께 책임지는 유준상의 연기가 돋보인다. 수애는 강약이 잘 배인 다양한 표정으로 관객들을 흡입한다. 함께 웃고 간혹 눈물을 찔끔거리다 극장 문을 나서면 짧은 순간이나마 반성문을 쓰게 만든다. ‘집으로…’와 ‘가족’을 만든 제작사 튜브픽쳐스의 지향점이 잘 드러난다. 김성수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황병국 감독은 첫 데뷔작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자칫 판에 박힌듯 교육적으로만 흘러 갈 수 있는 소재를 현실적인 코믹 코드를 섞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상업영화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참, 영화를 보면 “다 자빠뜨려!”란 말의 느낌이 달라질 것이다. 13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