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영검
‘거친 액션’ 한국무협 다시쓴다!
‘무영검’을 우리 무협 영화 수준에 대한 약간의 하대, 중국 무협 영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 등의 편견 없이 대하자.
영화는 ‘비천무’ 이후 4년동안 칼을 벼린 김영준 감독과 무협 영화를 한국 영화의 한 장르로 키워 보겠다는 꿈을 가진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가 ‘계급장 떼고 한번 붙어 보자’란 간절한 바람 속에 만들어졌다.
배우들은 휙휙 날아 다닌다. 쉴새 없이 칼과 창이 부딪힌다. 숨가쁘게 표창이 던져지고 물과 뭍에서 화려한 액션이 선보인다. 중국의 광활한 대지는 그 자체로 926년 발해의 땅을 묘사하기에 충분하다. 그림은 결코 할리우드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액션의 과장은 무협이란 장르의 특성으로 포용된다. 거란족의 침략에 맞서 끝까지 항쟁했던 발해의 역사와 전설은 극적인 드라마를 부여한다.
영화는 발해의 여자 무사 ‘홍라녀’가 홀로 거란에 들어가 왕자를 구출했다는 전설과 926년 발해의 마지막 태자가 거란에 맞서 항쟁을 이끌었다는 역사적 기록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거란에 의해 발해의 왕자는 모두 암살되고 마지막 남은 왕자 대정현(이서진 분)을 지키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대정현은 왕실의 권력 암투에 따라 유배돼 살아 남는 게 삶의 유일한 목적이 된 채 장물아비로 살아간다. 그를 지켜 발해의 구심점이 되게 하려는 여전사 연소하(윤소이 분)가 찾아 온다.
대정현은 발해의 왕이 되길 거부하며 도망치기 일쑤. 그를 쫓는 척살단 세력은 군화평(신현준 분)과 심복이자 연소하에게 번번이 최고의 자리를 빼앗긴 여자 고수 매영옥(이기용 분)이 이끈다. 군화평은 발해 장군이었으나 대역죄로 인해 가문이 몰살된 후 발해에 대해 무한한 적개심을 갖고 있다. 쫓기는 대정현과 연소하, 쫓는 군화평과 매영옥 등의 대장정이 전개된다.
대정현은 차츰 마지막 왕자 책무를 깨닫고 말없이 그를 지키는 연소하에게도 애틋한 마음이 생긴다.
군화평이 발해 왕자 대수현을 살해하고 빼앗은 검과 연소하가 들고 있는 검은 발해의 왕족에게 전해지는 ‘무영검’. 연소하가 무영검을 갖고 있는 사연이 드러나며 대정현은 드디어 진정한 발해의 왕이 된다. 군화평은 무영검을 오로지 베고 싶은 사람을 베기 위해 들지만, 대정현과 연소하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검을 든다.
이게 선과 악의 차이인 셈이다. 비록 와이어 액션과 컴퓨터 그래픽 등이 동원되긴 했지만 네 배우들은 출중한 무술기량을 자랑한다.
특히 윤소이는 정확하게 맺고 끊는 동작을 선보여 최고의 여전사로서 손색없다.
데뷔작 ‘아라한-장풍대작전’에서도 무술 고수로 등장했던 윤소이의 성장은 눈여겨볼 만하다.
차분하고 순수한 눈망울은 여느 여배우에게서 쉽게 얻을 수 없다. 기대는 또 다른 바람을 낳게 한다. 그 얼굴에 다채로운 표정이 덧칠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름을 알린 후 스크린 첫 도전인 이서진은 스스로 말했듯 가장 변화가 많은 캐릭터를 맡아 시작과 끝의 다른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그럼에도 세 배우의 정적인 대사 톤과 겉도는 발성은 어색하다. 정적인 대사 톤이 옳고, 겉도는 발성이 틀리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좀 더 가다듬을 여지가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한편 이 영화는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미국 뉴라인시네마가 기획단계부터 투자했고 내년 북미를 비롯, 전세계 60여개국 배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시선을 끈다.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 광식이 동생 광태
“연애할때 男子 마음은요…”
사진관과 비디오 가게를 나란히 운영하는 형제 광식(김주혁 분)과 광태(봉태규 분)는 180도 다른 성격과 연애관을 갖고 있다.
광식은 한 여자를 7년간이나 짝사랑하면서도 고백 한번 못해본 소심한 남자인데 반해, 광태는 한 여자와 절대 12번 이상 만나지 않는 바람둥이의 전형이다.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가 여성의 심리에 무게 중심을 둔 것과 달리 ‘광식이 동생 광태’는 남성의 심리를 파고든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영화에는 광식과 광태 이외에도 둘과 또 다른 캐릭터인 일웅(정경호)이 등장한다. 광식과 광태를 섞어 놓은듯한 인물. ‘YMCA 야구단’으로 감독에 데뷔하기 전, ‘사랑하기 좋은 날’과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등 두편의 로맨틱 코미디를 쓴 김현석 감독이 이번에는 직접 감독까지 맡아 또 한편의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였다.
전작들과의 재미있는 차이는 늘 야구를 크고 작은 소재로 도입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야구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 자신의 경험에 빗대 남자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던 듯하다.
실제로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7번 정도 고쳐 썼는데 초반에는 이요원씨 같은 캐릭터 여자를 만났고 후반에는 김아중씨 배역 닮은 여자와 데이트를 했다. 그래서 상반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말했다.
주인공 남자들의 각기 다른 캐릭터인 만큼 상대역인 여성들(이요원 김아중) 캐릭터도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실제 경험들이 바탕이 된 덕인지 영화는 다소 허황된 판타지를 안겨 주는 로맨틱 코미디 정석에서 약간 비켜 서 있다. 사랑에 대한 핑크빛 환상이나 가슴 설레는 연애담을 풀어 내는 대신 서랍 속 일기장을 공개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딱히 특별할 건 없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청춘 남녀가 흔히 경험해 봤음 직한 평범한 연애가 조용히 흘러 가는 시냇물처럼 요란하지 않게 전개된다.
영화는 다르면서도 같은 두형제가 사랑에 데면서 한뼘 성장하는 모습을 애정 어리게 지켜보고 있다. 사랑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고 연애 예찬론을 펴는 대신 말이다.
감독은 평범한 남자들의 속내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웃지 못할 코미디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제3자 입장에선 그들의 소동이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이처럼 가슴 아픈 상황도 없다. 임자를 만나 무장 해제당한 바람둥이의 초라한 모습이나 7년을 묵혔음에도 또 다시 허무하게 사랑을 놓치고 마는 소심남 모습은 잔잔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 와중에 감독이 묘사한 일웅의 캐릭터가 반짝인다. 결국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란 얘기다. 쟁취하면 그것 역시 종국에는 인연이란 이름으로 묶여진다. 이 역시 감독의 경험일까.
한가지 보너스. TV에서 활동중인 신예 김아중이 산뜻한 매력으로 남자 중심 영화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img5,l,000}■천국의 아이들2 - 시험보는날
전교 1등 하야트가 명문 중학교 입학 시험을 보러가는 날 아침 갑자기
아버지가 혼수상태에 빠진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 남동생과 갓난아기
여동생을 맡기고 병원으로 향한다. 하야트는 발을 동동 구르지만 도대체 아기를
맡길 곳이 마땅찮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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