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장동건· 이정재 ‘카리스마’ 격돌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진일보했다. 지난해 ‘태극기 휘날리며’가 보여줬던 가능성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작품이 탄생했다. 지난 1년여 숱한 화제 속에 제작돼 온 ‘태풍’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영화 사상 최고액인 순제작비 150억원이 투입된 ‘태풍’은 남·북한 모두에게 버림받은 탈북자 출신 동남아 해적 씬(장동건 분)이 남한을 향해 가공할만한 테러를 계획하는 이야기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UDT 출신 최정예 해군대위 강세종(이정재 분)이 투입돼, 태국과 러시아, 부산 등지를 오가며 씬과 추격전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살아 남은 씬의 유일한 혈육인 누나(이미연 분)가 남한의 미끼로 등장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태풍’은 외형과 구조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상당히 닮아 있다. 일단 스케일이 크고 스케일에 어울리는 중량감과 볼 거리가 있다. 주인공에겐 절박한 미션이 주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선 주인공이 불사조가 된들 별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 내용적으로는 한국화에 성공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아픈 현실을 무리없이 녹여냈다. 탈북자들의 아픔과 한은 창작해낼 수 없는 소재이며 강대국 틈바구니 속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남북의 처지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것이 블록버스터에 어울리게 응용됐다. 질퍽함과 촌스러움 등은 줄어든 대신 오락성과 감각이 더해졌다. 같은 신파도 이처럼 재료의 선택과 요리법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처럼 밑그림이 제대로 갖춰진 구조 속에서 장동건과 이정재라는 두 스타가 한판 신명나게 놀았다. 각자 여한이 없을 정도로 연기자로서의 욕심을 토해 냈음을 쉽게 읽을 수 있다. 깡마르고 까만 외모에 상처와 문신으로 장식된 얼굴과 몸, 입 등을 벌리면 번득이는 쇠붙이 치아와 긴 고수머리, 강한 이북 사투리. 이젠 내재된 카리스마를 끌어 내는 방법을 알게 된 장동건은 이러한 찬란한 외모에 힘입어 화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숨을 죽이게 했다. 여기에 이미연과의 상봉장면에서 눈에 핏발 세운 그의 울부짖음은 방심하는 사이 눈물을 왈칵 쏟아 내게도 한다. 그동안 남성미 넘치는 강인한 캐릭터에 목말라왔던 이정재는 물 만난 고기처럼 스크린 속을 누볐다. 단정하고 절제된 모습의 이정재는 분출하는 장동건과 팽팽하게 균형을 맞추며 극을 안정시켰다. 애국심과 인간애 등으로 뭉친 해군 대위는 까딱하면 코웃음을 유발할 위험성을 안고 있지만 이정재는 그 수위를 잘 조절했다. 태국과 러시아의 로케이션과 동남아를 누비는 해적의 모습은 생생한 이국적 재미를 더하며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해양 액션 역시 크게 흠잡을데 없이 박진감 넘친다. ‘007 시리즈’의 악당이 아닌 한국인이 세상을 전복시키는 무지막지한 계획을 세우고, 주인공이 타고 있던 배에 어뢰가 터져도 살아나는 등 영화는 ‘태풍’이란 제목을 가질 만한 파워가 있다. 한국영화의 크기와 내실이 커졌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돼 반갑다. 이제 과제는 세계 시장이다. 이런 영화가 국내용으로만 소비된다면 그때는 분명 낭비될 것이다. 국내 시장은 기본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가 힘에 부쳐했던 일을 ‘태풍’이 해내길 기대해본다. 단순 액션의 무협이 아닌, 김기덕 감독의 예술영화가 아닌, 한국 블록버스터의 성공 소식이 듣고 싶다. 오는 14일 개봉. ●섹스와 철학 마흐말바프의 ‘사랑에 관한 독백’ 국내외 블록버스터들의 공세가 12월 극장가를 달구는 가운데 시류와 상관 없는 예술영화 한편이 조용히 개봉한다.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섹스와 철학’이 지난 9일 종로필름포럼(옛 허리우드 극장)에서 관객들을 맞았다. 영화는 마흔살 생일을 맞아 지나온 삶을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려는 한 댄스학교 교사 조언의 이야기다. 그에게 지나온 삶은 네명의 여자들로 요약된다. 사랑을 빼놓고는 삶을 논할 수 없다는 조언의 사랑에 대한 담론이 펼쳐지는 것. 이 과정에서 댄스학교 학생들은 꾸준히 집단 무용을 선사하는데 이 광경이 대단히 이색적이다. 특히 팔을 이용한 전위적인 동작들이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단히 애절하게 느껴진다. 조언은 생일날 약간의 시차를 두고 이들 네 여인을 댄스학교에 초대한 후 한명씩 붙잡고 이들과의 사랑을 반추한다. “모든 사랑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돼”라고 믿는 조언은 네 여자와의 만남을 모두 운명이라고 여긴다. 제3자 시선으로 볼 때는 중년 남자의 젊은 여자 꼬시기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들은 육체적 사랑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는 대신 시적인 대화를 나눈다. 다른 서구 영화들과는 180도 다른 접근법. 이 중년 남자의 욕망은 한 여자와 춤을 추듯 손을 에로틱하게 포개는 단 한 장면만으로 표출될뿐 그 외에는 모두 대화를 통해 소화된다. 다분히 이란적(?)인 것. 결국 댄스학교 학생들의 온몸을 이용한 현대무용이 그의 속마음을 대변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여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는 진정한 사랑의 순간은 단 몇초, 몇분 등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다. “영원히 지속되는 사랑은 없다”며 결국 “평생 사랑을 찾아 헤맸지만 돌아온 건 외로움뿐”이란 우울한 결론이 나온다. 상실감과 허탈감에 빠진 한 중년 남자 하소연은 영화 앞뒤에 등장하는 맹인가수의 구슬픈 노래를 통해 정점을 찍는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단풍길과 눈밭은 스러져가는 중년을 상징한다. 그러나 찰나일지라도 사랑은 행복한 것. 지금은 모든 게 덧없다고 느끼는 주인공이지만 마흔살 생일을 기점으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처음부터 새 출발을 운운했던 그이기에 더욱 그렇다. ●애인 ‘쿨’한 척 만났지만 비틀거리는 男女 “날 갖고 놀아줘” 남자가 여자에게 내뱉는 말이다. 그것도 만난 지 불과 한두시간만에. 남자의 저돌성에 처음에는 기막혀 하던 여자도 이내 남자에게 끌린다. 둘은 만 하루가 채 되지 않는 시간동안 서로에게 맹렬하게 빠져 든다. 한가지 특징은 둘의 만남이 처음부터 시한부였다는 점. 남자는 다음날 외국으로 떠날 예정이고 여자는 7년 사귄 남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영화에선 남녀 주인공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서로가 서로를 일탈의 존재로 여긴다는 뜻이다. 하루동안의 불장난을 즐기자는 암묵적인 동의하에 둘은 섹스를 즐긴다. 어느 한쪽이 화대를 지불하지 않으니 둘은 연애하는 것이요, 둘의 관계는 애인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성인 남녀간의 걷잡을 수 없는 끌림과 이어지는 섹스는 많은 멜로영화에서 묘사했던 이야기다. 대단히 도발적이지만 따지고 보면 충분한 개연성을 갖고 있는만큼 그동안 빈번하게 영화화됐을 터. 그중에는 제레미 아이언스와 줄리엣 비노시 주연의 ‘데미지’같은 명작도 있다. 말초적 흥미를 넘어 가슴을 두드리는 감동까지 전해준 것. 그러나 ‘애인’은 아쉽게도 감동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제작사 기획시대의 유인택 대표가 “한국 영화 평균 제작비가 50억원으로 치솟는 현실에서 이 영화는 순제작비 13억원으로 만들었다. 한국 영화의 모범답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영화의 짜임새는 그런 규모의 경제가 미덕으로 느껴지게 하지 못했다. 주연배우 성현아와 조동혁은 영화의 성적 코드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으나 관객의 감정이입을 이끄는데는 실패했다. 이들의 짧은 사랑은 여행지에서의 그것처럼 무책임하고 즉흥적이란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으나 그들 사이의 대화나 교감 등은 지극히 단선적이다. 특히 여자가 사랑하지 않는 약혼자와의 결혼을 앞둔 상황인만큼 낯선 남자에 대한 끌림이 얼마든지 설득력 있게 다가올 수 있었다. 그러나 본능에서 시작된 사랑을 그리려던 둘의 원데이 스탠드는 채 끓기 전에 상에 내놓은 수프가 돼버렸다. 단순한 재료만으로도 깊은 맛을 낼 수 있는데도 불 조절 실패와 손맛 부족 등으로 제맛이 나지 못했다. 지난 8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2집으로 2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그룹 버즈가 올해가 가기 전 또 한번의 '대박상품'을 내 최고의 한해를 보내게 됐다. 이동통신사 KTF 음악사이트 도시락과 광고모델 계약을 맺은 버즈는 배경음악 '사랑은 가슴이 시킨다'를 디지털 싱글로 발표해 5일 현재 맥스MP3, 쥬크온, 뮤즈, 도시락, 싸이월드 배경음악 등 각종 온라인 음악사이트 1위에 등극하는 동시에 네이트 모바일 차트까지 석권했다. '사랑은 가슴이 시킨다'는 애절한 발라드 넘버로 '거짓말'을 쓴 작곡가 이상준 씨의 작품. 온ㆍ오프라인에서 2집 수록곡 '겁쟁이', '거짓말',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등을 동시에 히트시킨 버즈는 활동을 중단한 상태에서 '사랑은 가슴이 시킨다'로 정상을 차지해 가요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소속사인 A1엔터테인먼트의 박봉성 대표는 "하루 온라인과 모바일 매출 집계가 평균 1억원에 달하며 2위곡과는 다운로드 수가 두 배 가량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이어 "음반 시장에서 음원 시장으로 전환하는 가요계 시장 구조의 과도기에 이곡은 노래가 좋으면 활동하지 않고도 히트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성공 사례를 제시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연합
MBC '왕꽃선녀님', SBS '그린로즈'에서 무거운 역을 맡아 왔던 탤런트 이다해가 어떤 면에서는 엽기스럽기까지 한 발랄한 모습을 선뵌다. SBS 수목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의 후속으로 14일부터 방송될 '마이걸'(극복 홍정은ㆍ홍미란, 연출 전기상)에서 이다해는 '귀여운' 사기꾼 주유린 역을 맡아 그간의 이미지를 탈피한 새로운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5일 SBS 공개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다해는 변신을 앞둔 설렘 때문인지 시종 상기된 표정이었다. "나이대에 맞는 밝은 역을 하고 싶었다"는 이다해는 "처음 시놉시스를 봤을 때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을 정도로 엽기스럽고 발랄한 역"이라며 "애매한 것보다는 확실하게 발랄한 게 좋지 않느냐"며 털털하게 웃어보인다.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만큼 욕심을 냈던 역할이지만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새로운 모습을 이끌어내는 게 쉽지는 않았다. "촬영이 시작된 후 일주일간은 혼란스러웠어요. 능청스럽고 자연스럽게 코믹연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스럽고 걱정됐는데 이제는 자유롭게 자신감을 갖고 연기하고 있어요." 사기꾼이 나오는 여러 영화를 봤지만 결국은 자기 안에서 끌어내는 연기에서 시작해 스스로 캐릭터를 설정해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 시종 무겁고 진지한 모습으로 시청자를 만나왔지만 이다해는 타로점에서 중국어와 필라테스를 배우랬다고 다음날 학원에 등록할 정도로 엉뚱한 면이 있다. 낯을 가리는 이동욱의 옆자리를 찾아가 앉았다가 "먼저 말을 꺼내는 성격이 아니다"라는 말에 "내가 말을 잘하니까 대답만 잘하라"고 응수할 정도로 친근한 성격이기도 하다. 결국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자기 안의 발랄함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는지가 연기 변신의 관건. 길을 잃어 하룻밤을 묵기 위해 마을 잔치에서 춤을 추고 트로트를 부르는 '마이걸'의 이다해가 금방 떠오르지는 않아도 색다른 표정과 몸짓으로 변신을 꾀할 이다해를 기대해본다. /연합
한국에 HOT가 있다면 일본에는 V6. 이들 멤버 6명 가운데 5명이 5일 국내 팬들과 처음 만났다. 일본 아이돌 그룹 V6는 이날 오후 서울 혜화동 SM틴틴홀에서 국내 팬 200명과의 팬미팅 행사를 마련했다. 최근 발매된 이들의 앨범 '뮤직마인드(musicmind)'를 구입한 국내 팬 가운데 행사장에 먼저 도착한 2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날 행사는 V6의 공연실황 감상, 멤버들과의 악수, 질의응답, 선물증정 등으로 진행됐다. V6의 높은 인기를 보여주듯 이날 행사장에는 새벽 4시부터 열성 팬들이 몰려드는가 하면 선착순 200명 안에 들지 못한 100여 명은 강추위를 무릅쓰고 행사장 밖 스크린을 통해 팬미팅을 지켜봤다. 95년 결성, 데뷔 10주년을 맞은 V6는 일본을 대표하는 '장수' 아이돌 그룹으로 2002년 한국 드림콘서트 무대에 올라 이름을 알린 뒤 3장의 앨범을 국내에 발매하며 인기를 끌었다. V6는 6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리는 '한일 우정의 해' 콘서트에 일본 대표 뮤지션으로 참가하며 팬미팅 행사에 불참한 멤버 미야케 겐은 콘서트 당일 입국한다. /연합
5일 시사회를 통해 14일 개봉 예정인 영화 '태풍'(감독 곽경택, 제작 진인사필름)이 첫선을 보였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견줄 만한 제작 스케일과 지구상 유일한 분단 국가인 한반도의 현실을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감성에 실어 2시간여 동안 보는 이를 끌어당겼다. 관객 앞에서 휘몰아칠 '태풍'이 줄 공감대가 지레 짐작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영화는 남과 북에서 모두 버림받아 한반도를 향해 복수의 칼날을 드러내는 해적 씬(장동건)과 씬의 분노에 찬 질주를 막으려는 남한 장교 강세종(이정재)의 팽팽한 대결구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장동건은 북에서 탈출해 남으로 건너오려 했으나 정치적 판단 때문에 다시 북에 되돌려 보내진 후 일가족이 몰살당한 아픔을 가슴 깊이 새긴 채 한반도를 향해 핵무기를 발사하려는 씬을 연기했다. 이를 통해 '친구'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거푸 바꿔놓은 한국 영화 흥행사를 새로이 쓸 채비를 모두 마쳤다. 시사회가 끝나고 난 후 기자회견과 별도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는 "아직도 내 영화를 처음 보는 순간은 집중해서 볼 수 없다. 여전히 내가 나오는 장면에선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는 말로 영화 속과 전혀 다른 떨리는 마음을 표현했다. 장동건은 "우리가 전할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됐다고 믿는다"면서 "이제 선택과 영화에 대한 판단은 보시는 분들에게 맡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세종이 물이라면, 씬은 불처럼 폭발하는 배역이라고 했다. 시사회 전 인터뷰에서 그는 "이 장면에서만큼은 폭발하지 않고 꾹꾹 참는 게 낫다고 생각했으나 감독님의 의견을 좇아 역시 폭발시켰다"고 언급한 장면은 어린 시절 헤어진 누나 최명주(이미연)와 재회한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 씬이 왜 그토록 심한 복수심을 갖게 됐는지, 그러나 씬 역시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점에 대한 공감이 이뤄져야 했습니다. 대본을 받아쥔 순간부터 이 장면이 가장 중요한 장면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원래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연기했는데, 감독님 의견대로 폭발하는 게 씬을 설명하는데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장동건은 치밀어오르는 슬픔을 점점 더 충혈돼오는 눈과 그 눈에 맺힌 한방울 눈물로 표현한 후 버럭 소리를 지른다. 물과 불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정재와의 대결 장면에 대해서는 "끝까지 나를 쫓아온 강세종을 두고 '저 놈도 나랑 똑같은 놈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그런 절정으로 치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긴장감이 묻어 있는 목소리였지만 그는 "그래도 '친구'때보다는 (칼을) 덜 먹어서 그나마 낫지 않느냐"는 말로 분위기를 바꾸었다. 마지막으로 장동건은 "앞으로도 한동안은 '태풍'에 젖어살 것 같다"는 말로 지난 1년간 매달렸던 '태풍'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연합
국내외 블록버스터들의 공세가 12월 극장가를 달구는 가운데 시류와 상관없는 예술영화 한 편이 조용히 개봉한다.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섹스와 철학'이 9일 종로 필름포럼(구 허리우드 극장)에서 개봉한다. 영화는 마흔 살 생일을 맞아 지나온 삶을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려는 한 댄스학교 교사 조언의 이야기다. 그에게 지나온 삶은 네 명의 여자들로 요약된다. 사랑을 빼놓고는 삶을 논할 수 없다는 조언의 사랑에 대한 담론이 펼쳐지는 것. 이 과정에서 댄스학교의 학생들은 꾸준히 집단 무용을 선사하는데 이 광경이 대단히 이색적이다. 특히 팔을 이용한 전위적인 동작들이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단히 애절하게 느껴진다. 조언은 생일날 약간의 시차를 두고 이들 네 여인을 댄스학교에 초대한 후 한 명씩 붙잡고 이들과의 사랑을 반추한다. "모든 사랑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돼"라고 믿는 조언은 네 여자와의 만남을 모두 운명이라 여긴다. 제3자의 시선으로 볼 때는 중년 남자의 젊은 여자 꼬시기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음에도 말이다. 이들은 육체적 사랑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는 대신 시적인 대화를 나눈다. 여타 서구 영화들과는 180도 다른 접근법. 이 중년 남자의 욕망은 한 여자와 춤을 추듯 손을 에로틱하게 포개는 단 한 장면만으로 표출될 뿐 그 외에는 모두 대화를 통해 소화된다. 다분히 '이란'적(?)인 것. 결국 댄스학교 학생들의 온몸을 이용한 현대무용이 그의 속마음을 대변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여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는 진정한 사랑의 순간은 단 몇 초, 몇 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다. "영원히 지속되는 사랑은 없다"며 결국 "평생 사랑을 찾아 헤맸지만 돌아온 것은 외로움뿐"이라는 우울한 결론이 나온다. 상실감과 허탈감에 빠진 한 중년 남자의 하소연은 영화의 앞뒤에 등장하는 맹인 가수의 구슬픈 노래를 통해 정점을 찍는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단풍길과 눈밭은 스러져가는 중년을 상징한다. 그러나 찰나일지라도 사랑은 행복한 것. 지금은 모든 것이 덧없다고 느끼는 주인공이지만 마흔 살 생일을 기점으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처음부터 '새 출발'을 운운했던 그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연합
영국의 팝스타 엘튼 존과 그의 연인인 데이비드 퍼니시가 21일 동성애 커플로 결혼식을 올린다. 동성애 커플에게도 일반 커플과 마찬가지로 세금, 연금 등에서 같은 권리를 부여하는 `시민동반자법'이 발효되는 첫날 화촉을 밝히는 두 사람은 앞서 5일 정식으로 예식등록 절차를 마쳤다. 엘튼 존과 퍼니시는 이 자리에서 음악가와 영화제작자인 자신들의 직업을 비롯해 생년월일, 윈저시와 메이든헤드 등 주소를 `시민동반자 예식' 등록부에 직접 기록했다. 12년간 동성애 커플로 연인관계를 유지해온 이들이 혼례를 치르는 식장은 8개월 전 찰스 왕세자와 그의 '첫사랑'이었던 커밀라가 35년간의 불륜관계를 청산하고 부부로 다시 태어난 런던 서부 윈저시의 길드홀이다. 이에 앞서 엘튼 존은 최근 자신은 양가 부모들만 초청한 가운데 아주 검소한 결혼식을 치르길 원한다고 말했으나 정작 결혼식 피로연은 그의 1천200만파운드 짜리 대저택에서 화려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민동반자법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오는 21일 발효되며, 스코틀랜드에서는 20일, 북부아일랜드에서는 19일 발효된다. 이에 따라 이미 1천200쌍의 결혼식이 등록됐다. 영국정부는 이 법이 발효되는 첫해에 만도 무려 4천500 커플이 결혼식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시민동반자법은 지금까지 법의 잣대로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커플들에게 법적 인정을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입법"이라며 "이 같은 법이 발효되길 기다리며 40여년간이나 살아온 커플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
'한일 우정의 해 기념콘서트' 성황리에 개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한ㆍ일 대중음악계 별들의 잔치였다. 6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05 한일 우정의 해 기념콘서트-프렌즈'는 국내를 비롯해 일본ㆍ싱가포르ㆍ홍콩 등지의 팬 5천여 명이 참석해 아시아권 음악 팬들이 친구가 된 자리였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정치적으로 한ㆍ일 관계에 냉기가 흐르는 가운데 열린 이날 공연에서 한ㆍ일 가수와 팬들은 노래로 하나가 됐다. 배우 차태현과 일본인 탤런트 유민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연에는 보아, 비, 세븐, 휘성, 동방신기, 김종국, 김범수 등 한국 대표와 나카시마 미카, V6, 히라하라 아야카 등 일본 대표 가수들이 합동 무대를 꾸몄다. 이중 한ㆍ일 팬들에게 '공통 분모'가 있는 가수의 관객 호응은 대단했다. 짧은 흰색 팬츠를 입고 등장해 파워풀한 댄스를 선보인 보아는 올해 일본에서 베스트음반으로 첫 여성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가수답게 격렬한 댄스를 추며 매끄러운 라이브를 소화했다. '걸스 온 탑', '모토'에 이어 발라드곡 '메리 크리'를 열창한 그는 '역시 보아'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관객을 집중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보아는 "이 무대에 서기 위해 일본에서 오늘 한국으로 왔다"며 "2005년 한ㆍ일 우정의 해를 마무리하는 무대에 참석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보아에 맞서 '유키노 하나'(눈의 꽃)를 부른 나카시마 미카의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이 곡은 박효신이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주제가로 리메이크해 이미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곡으로 팬들은 하나가 돼 노래를 따라불렀다. 평소 일본에서도 맨발로 라이브를 펼치는 나카시마 미카는 이날도 검정색 벨벳 드레스를 입고 맨발로 무대에 올라 흰 종이꽃이 흩날리는 가운데 감성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남자 대표 가수들의 경쟁도 불꽃 튀었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V6는 이미 오랜 한국 팬을 확보한 그룹답게 우렁찬 객석의 함성을 이끌어냈다. 한국 팬클럽과 일본에서 원정 관람온 팬들은 V6가 무대에서 텀블링을 선보이자 사진을 흔들며 열광했다. V6에 이어 '나쁜 남자'를 부르며 무대 위로 점프한 비는 T자 무대 곳곳을 누비며 관객과 친근함을 표시했다. 단단한 가슴 근육을 드러내고 섹시한 엉덩이 춤을 추며 'I Do' 일본어 버전과 '난', 'It's Raining'을 차례로 선사해 한국 대표 댄스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이날 시선을 집중시킨 대목은 일본에서 활동중인 한국 가수들의 유창한 일본어 실력이 빛을 발했다는 점. '열정', '포에버', '크레이지'로 오프닝 무대를 꾸민 세븐은 능숙한 일본어 실력을 자랑해 객석을 놀라게 했다. 2월 일본 활동을 시작한 그는 "나와 데뷔 연도, 나이가 같다"며 히라하라 아야카를 소개했고 일본어로 대화를 나눴다. 반대로 히라하라 아야카는 한국어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세븐은 일본어를무척 잘한다"면서 "한국 가수 중 신승훈, 엠씨더맥스, 세븐을 좋아하며 불고기, 삼계탕, 번데기가 맛있다"고 말해 객석의 웃음을 유발했다. 보아 역시 V6와의 인터뷰를 통역하며 한국 방문 소감, 좋아하는 뮤지션에 대해 질문했다. V6는 "한국에 자주 왔는데 가수와 스태프 모두 친절하다. 보아와 동방신기를 좋아하고 한국 여성들이 무척 예쁘다. 한국은 최고다"라고 답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엔딩 무대를 꾸민 동방신기도 일본어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밖에도 일본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겨울연가', '대장금', '올인', '천국의 계단' 영상이 소개됐으며 김범수가 '천국의 계단' 주제가 '보고 싶다'를 선사했다. '한ㆍ일 우정의 해 2005' 실행위원회가 주최하고 MBC와 NHK가 제작한 이날 무대는 25일 MBC와 NHK를 통해 녹화 방송된다. /연합뉴스
MOVIE/● 전미선 주연 ‘연애’ 女子에게 연애는 ‘유혹’ 남편은 늘 등 돌린 채 누워 있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한켠에서 여자는 액세서리에 촘촘히 가짜 보석을 박으며 남자와 전화한다. 영화는 무미건조하고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30대 초반의 어진을 통해 ‘연애’의 단맛과 쓴맛을 표현했다. 아들 둘을 둔 유부녀 어진의 일탈은 사랑에 대한 갈구이자 현실 도피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제작사인 싸이더스FNH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연애의 목적’을 잇는 연애시리즈 완결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두 영화가 그러했듯 이 영화도 파격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풀어 가는 방식은 격정적이었던 두 영화와 달리 담담하게, 독백하듯 흘러 간다. 지난 91년 ‘네 멋대로 해라’와 지난 93년 ‘101번째 프로포즈’ 등을 감독한 이후 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사무국장으로 임무에 충실했던 오석근 감독이 모처럼 현장으로 돌아 와 제작한 작품. 오 감독은 영화의 배경지로 부산을 선택해 부산에 대한 애정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영화는 배우 전미선을 우리 앞에 과감하게 소개했다.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의 귀를 후벼 주며 무심히 단서를 제공했던 장면은 긴박했던 영화 속에서 한폭의 풍경화처럼 묘사됐다. 차승재 대표가 이 영화에서 전미선의 숨겨진 면모를 발견한 후 그를 위한 ‘연애’ 제작에 착수했다. 남편 사업이 망해 빚에 쪼들리는 어진은 ‘윤정’이란 이름으로 낯선 남자들의 무료함이나 성적 욕망을 달래 주는 전화방 아르바이트와 액세서리를 완성하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아들에게 그토록 원하는 인라인스케이트도 사주지 못할 정도의 가난이 그를 답답하고 무료한 삶으로 내몬다. 그나마 두 아들이라도 있기에 버티는 것. 돈을 받기 위해 전화방 사무실로 간 자리에서 묘한 분위기의 김 여사(김지숙)를 만난다. 김 여사는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라”며 명함을 건네 준다. 룸살롱에 가지 못하고 노래방에서 아줌마인줄 알면서도 여자를 찾는 남자들을 위한 공급 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망설임 끝에 어진은 결정을 내리고 어색한 화장을 한다. 2차를 나가기로 결정한 날 어진은 외제 자동차 딜러 민수(장현수)를 만난다. 민수는 달랐다. 어진을 부드럽고 따스하게 대했다. 남편이 아닌 남자와 처음 하는 섹스이지만 경계심이 다소 사라진 상태에서 관계했다. 섹스 후 민수는 어진에게 “친구로 지내자”고 제안한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정작 자신의 속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면서. 어진은 그런 민수가 싫지 않다. 처음엔 애써 거부하지만 민수를 차츰 받아들인다. 이처럼 민수에게 잊고 있었던 새로운 감정을 품기 시작했을 때, 아이를 낳지 못하는 집주인 젊은 여자는 “어진의 두 아들중 한 명을 자신이 키우겠다”고 제안한다. 어진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다면서. 현실에 있지 않을 것 같았던 행복은 잠시. 그가 의지한 김 여사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남편과 함께 자살하고 민수는 머뭇거리며 어진에게 가슴이 “쿵”하고 무너져내릴 제안을 한다. 시종 위태롭다. 일탈이며 불안한 회귀다. 어진의 선택에 공감이 가면서도 답답하다. 그래서 지켜 보는 내내 보는 이의 가슴이 답답해진다. 적나라하지 않지만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포착하는데 주력했으나 얼마나 많은 공감대를 유발해낼지는 미지수. 9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인터뷰/‘음란서생’으로 데뷔 김대우 감독 ▲영화 ‘음란서생’의 김대우 감독과 김민정이 지난달 24일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스·캔·들 속편이라뇨? 오히려 반·칙·왕과 닮아있죠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와 ‘반칙왕’, ‘정사’. 모두 흥행과 작품성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을 쓴 김대우 작가가 이번에는 직접 메가폰까지 잡았다. 영화 ‘음란서생’을 통해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은밀한 성(性)에 접근한다는 외양을 봐서는 ‘스캔들’과 닮아 있지만 오히려 ‘반칙왕’이나 ‘정사’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내용과 함께 한석규·이범수·오달수·김민정 등 쟁쟁한 캐스팅을 앞세워 한창 촬영중인 ‘음란서생’은 내년 설 개봉 예정이다. 충무로 기대작을 촬영중인 화제의 신인 김대우 감독을 남양주 종합촬영소에서 만났다. ‘음란서생’은 이곳에 조선시대 저잣거리를 오픈세트로 지어 놓고 발칙한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었다. 우선 시나리오만 쓰다 연출까지 맡은 소감이 궁금했다. “그간 알고 지냈던 감독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과하고 싶고 그동안 잘못했던 점들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연출이 어렵습니다. 작가 때 몰랐던 일들을 하나하나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연출에 대해선 “로빈슨 크루소가 명동 한복판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느낌”이라고 작가다운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혼자서만 살던 크루소가 갑자기 많은 사람들 속에 던져진 느낌을 표현한 것일까. 명문가 자제가 음란소설을 집필한다는 내용의 ‘음란서생’에 대해 항간에선 ‘스캔들’의 속편이 아니냐는 궁금증을 제기하고 있으나 김 감독은 ‘스캔들’과의 연관성을 싹뚝 잘랐다. “속편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극이라고 다 같진 않습니다. 되레 이 작품은 ‘정사’나 ‘반칙왕’ 쪽 행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음란한 생각을 할 때 가장 표정이 밝습니다. 음란하다고 음침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음란함도 충분히 밝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독특한 이야기를 그는 어디서 영감을 얻었을까. 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을까. “옛날 사건에서 가져온 건 아닙니다. 요즘 인터넷에는 음란소설을 올리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글이 올라오면 답글이 바로 줄줄 올라올 정도로 팬층이 두텁습니다. 사람은 똑같습니다. 현대나 조선시대나 음란한 글을 쓰는 사람은 많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한석규가 맡은 ‘윤서’역이 탄생했다. 정사품 사헌부 장령이자 조선 최고 문장가이지만 삶이 무료한 양반이다. 음란물을 쓰고 그로부터 행복을 얻으면 어떨까 생각했고 확신을 가졌다. 분명 그런 인물이 있었을 것이고. 그의 글에 의금부도사 광헌(이범수 분)은 삽화를 넣는다. 또 이 책을 은밀히 배급하는 배급업자 황가(오달수)가 있고 윤서에게 영감을 주는 요염한 여인 정빈(김민정)이 등장한다. 영화는 조선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2천평에 3억원 규모 오픈세트를 지었고 1만2천야드 천을 정교하게 손으로 염색해 200여벌 3.6t의 의상도 제작했다. 그의 전작들에 이어 감독으로 만든 콘셉트 있는 웰메이드 영화가 또 한편 등장할지 기대된다. ■스크린 찾은 전설의 게임 ‘둠’ 지난 93년 미국에서 출시돼 히트한 동명의 인기 컴퓨터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로 미국에선 지난 10월21일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영화는 어디서 튀어 나올지 모르는 적-그것이 괴물이든, 사람이든-을 향해 끊임 없이 총질해야 하는 미국 해병대 특수작전팀의 고난을 그리고 있다. 컴퓨터 앞에서 끊임 없이 총알 쏘는 버튼을 눌러야 했던 사람이 이 영화를 본다면 손가락을 절로 움직일지도 모를 일. 영화는 이처럼 쉴 틈 없이 총알을 난사해야 하는 바쁜 상황과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에 대한 호기심을 한축에 놓아 단순하면서도 자극적인 흥미에 도전했다. ‘미이라2’와 ‘스콜피온 킹’ 등의 근육질 맨 더록이 주인공을 맡아 이번에는 자신의 손발이 아닌 총에 기대 싸운다. 전반적으로 게임의 콘셉트를 그대로 따왔는데 그중에서도 실전 게임을 그대로 본떴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이 10여분 정도 흐른다. 특히 총을 쏘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대신 화면 가득 총만 잡히는 신이 그것. 게이머들에게는 마치 손 대지 않고 코를 푸는듯한 재미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뿐. 더는 없다. 야후닷컴 영화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개봉 당시 비평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평점 ‘C’를 줬고 네티즌 관객은 ‘B’를 매겼다. 2046년 연합항공 우주국이 화성기지에 세운 올더바이 연구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긴급 사태가 발생한다. 지구에서 파견된 해병대 특수대원들은 슈퍼 파워와 지능 등을 갖춘 거대한 정체 불명 괴물들과 맞딱뜨린다. 18세 이상 관람가. {img5,l,000}■‘천년학’ 크랭크 인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 ‘천년학’이 오는 10일 전남 장흥군 회진면 선학동마을 세트장에서 촬영에 들어 간다. ‘천년학’은 장흥 출신 중진 소설가 이청준씨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소리꾼 아버지와 눈 먼 딸, 소녀의 이복 오빠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 작가의 판소리와 관련된 소설 ‘서편제’와 ‘소리의 빛’ 등을 함께 담았던 영화 ‘서편제’의 뒷얘기로 임 감독은 ‘천년학’을 통해 이 작가의 판소리 소설 3편을 모두 영화화하게 된다. 장흥문화원은 이에 따라 ‘천년학’ 촬영에 맞춰 ‘서편제에서 천년학으로’를 주제로 축하공연을 9일 열 예정이다. 축하공연에는 임 감독과 이 작가, 영화 주인공인 배우 오정해와 김영민 등이 참석하며 김덕수 사물놀이와 길굿공연, 안숙선의 판소리, 원장현의 대금, 진유림의 한국무용, 오정해의 판소리 공연 등이 영화 촬영지와 장흥문화예술회관 등지에서 열린다. ‘천년학’은 내년 3월까지 소설과 영화의 주무대인 회진면 선학동 마을과 광양, 진도, 제주 등지에서 촬영될 계획이다. 장흥문화원 관계자는 “선학동마을은 마치 학이 날아 가는듯한 형상을 가진 노송이 우거져 때 묻지 않은 풍광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라며 “‘천년학’으로 문학의 고장인 장흥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미스터리스릴러 ‘6월의 일기’ ‘왕따’ 아들의죽음 恨서린 복수 김윤진 - 신은경 ‘연기력 과시’ 미모에 속지마라! 女킬러 vs 형사 충돌 촘촘히 잘 짜여진 스릴러 영화다. 소재 자체가 주는 현실적인 공포감을 심리적 접근의 잔혹극으로 완성시켰다. 불안과 공포의 공감대는 ‘가능한 일’이란 전제일 때 더 커지게 된다. 대한민국 교육현실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에 이 영화는 무섭다. 그러나 이를 풀어내는 방법은 굉장히 대중적이다. 우선 주연배우 신은경이 자랑했듯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일상의 편안함을 코믹한 상황으로 설정한 한편 사건을 해결해 나갈 때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인다. 연기 관점에서 또 하나 칭찬하고 싶은 건 신은경과 김윤진의 팽팽한 대결구도다. 절친한 친구이면서 살인범과 형사라는 극적 긴장감이 두 배우의 물오른 연기를 통해 한껏 고조됐다. 사실상 출산 후 복귀작이라고 말하는 신은경은 다채로운 색채 연기를 통해 영화를 내내 이끌어간다. 김윤진은 결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는 이들의 가슴을 멍하게 만드는 폭발력 있는 연기로 영화의 방점을 찍는다. 육교에서 한 중학생이 난자당해 살해된다. 이어 같은 반 학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한 것처럼 보인다. 강력계 형사 추자영(신은경)과 김동욱(문정혁)은 두 학생의 위 속에서 발견된 캡슐 안에 적힌 일기 한 구절을 본 후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임을 파악한다. 한달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여진모의 글씨체와 같다는 게 밝혀지면서 여진모의 어머니 서윤희(김윤진)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진모가 미리 써놓은 ‘6월의 일기’대로 살인사건이 또 다시 벌어지고 진짜 살인범이 서윤희란 사실을 결코 숨기지 않는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미국에서 남편과 함께 진모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지만 남편의 사업이 망해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상황이 되면서 현실은 팍팍해진다. 윤희는 고난한 하루하루를 살아 가느라 진모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진모가 당하는 괴롭힘은 상상 이상이다. 아들이 자살하다시피 교통사고를 당한 후 윤희는 뒤늦게 아들이 학교에서 어떤 짓을 당해왔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안타까움과 동정심을 함께 유발한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서윤희의 선택에 결코 돌을 던지지 못하게 한다. 아들이 써놓은 일기장을 완성하려는 서윤희가 자영의 조카 준하를 인질로 잡으며 극은 정점으로 치닫는다. 이 영화에는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왕따’란 현상을 결코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윤희와 진모, 자영과 준하 등을 통해 애정을 빙자한 부모-자식사이의 무관심과 일방적인 요구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도 보여 준다. 장르 특성상 무겁게 가라앉을 스릴러 영화임에도 영화는 객석을 배려했다.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양념과 같은 코믹코드도 적절하게 삽입했다. 솔직히 임경수 감독은 전작 ‘도둑맞곤 못살아’의 동일 감독임을 의심케 한다. 마지막에 보여주는 행복한 시절의 활짝 웃는 윤희의 가족 사진이 내내 아프다. 다음달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 리즈 위더스푼 주연 ‘저스트 라이크 헤븐’ 사랑에 빠진… ‘사람과 영혼’ 2년 전 아내를 떠나 보낸 데이비드(마크 러팔로)는 편한 소파와 근사한 벽난로가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온다. 그런데 이사온 첫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웬 여자가 불쑥불쑥 나타나 “여기는 내 집이니 당장 나가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자는 쓱 나타났다가 쓱 사라진다. 마치 유령처럼. 2년째 술에 절어 살고 있는 데이비드는 처음에 그게 알코올 중독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봤더니 여자는 유령이었다. 잘 나가는 레지던트였다가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엘리자베스(리즈 위더스푼)의 영혼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떠돌고 있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주가를 드높이고 있는 ‘리즈 위더스푼 표’ 로맨틱 드라마가 또 한편 선보인다. ‘금발이 너무해’ 시리즈와 ‘스위트 알라바마’ 등에서의 악센트 있는 연기로 외모의 불리함을 극복한 위더스푼은 이 영화에서도 성공한 의사를 꿈꾸는 똑순이를 맡아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깐깐하면서도 정이 넘치는 모습. 사실 한 집을 놓고 새로 이사온 남자와 여자 귀신이 싸운다는 콘셉트는 차승원 주연의 영화 ‘귀신이 산다’와 너무 흡사해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 그러나 수입사는 이 영화가 프랑스 마크 래비의 소설 ‘만일 그것이 진실이라면(If Only It Were True)’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며 손사래를 친다. 또 다른 영화와도 유사점을 찾을 수 있는데, 데미 무어의 청초한 매력이 돋보였던 ‘사랑과 영혼’이 그것. 데이비드와 엘리자베스가 티격태격 끝에 기막힌 사랑에 빠지는 모습은 선후가 좀 다르긴 하지만 패트릭 스웨이지와 무어의 애틋했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어디 있겠느냐는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하면 두 배우의 연기력이 눈에 들어온다. 말랑말랑한 상황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남녀 주인공의 꽉찬 연기력이 위안이 된다. 최근 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에도 얼굴을 내민 마크 러팔로는 ‘유 캔 카운트 온미’와 ‘인더컷’ 등을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할리우드의 실력파다. 제니퍼 가너와 호흡을 맞춘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와의 궁합도 증명해보였다. 다음달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img5,l,000}■베컴·지단·호나우도…영화까지 접수한다고? 레알 마드리드 구단이 직접 제작에 나선 영화 ‘레알’은 전세계 5개국 팬들의 에피소드를 엮었지만, 실상은 빛나는 스타들의 홍보 영상물이다. 실제 선수들의 환상적인 경기 장면부터 비공개로 이뤄지는 훈련 장면까지 담아낸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