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 괴물 관계자에 진심으로 사죄″

“관객과 영화 ‘괴물’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지난 18일 MBC TV ‘100분 토론’에 나와 영화 ‘괴물’의 스크린 ‘싹쓸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토했던 김기덕 감독이 3일 만에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100분 토론 이후 인터넷에서는 그의 발언이 뜨거운 감자가 됐고,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은 김 감독은 ‘김기덕 사죄문’이라는 이메일을 통해 최근 자신이 했던 모든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우선 ‘한국 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최고점에서 만났다. 이는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는 말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네티즌들의 악성댓글에 대해 ‘이해 수준을 드러낸 열등감’이라고 말한 것 또한 죄송하다”면서 “또한 ‘괴물’ 관련 100분 토론에 출연해 과장된 이중적 언어로 시청자를 조롱한 행위도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괴물’을 아끼시는 관객에게 깊이 사죄하며 ‘괴물’을 제작한 최용배 대표님과 제작진들,특히 봉준호 감독님에겐 정말 영화계 선배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발언을 한 것에 진심으로 용서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또한 “한국에서 더 이상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는 최근 발언에 대해서도 “오만한 행동이었다”며 깊이 사과했다. 한편 그는 ‘괴물’과 관련한 사과에 이어 자신의 영화 세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역시 다소 극단적인 의견을 내놓아 논란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번 관객들의 질타를 계기로 차분히 제 영화와 영화작업을 돌아보니 참으로 한심하고 이기적인 영화를 만들었고,한국 사회의 어둡고 추악한 모습을 과장하여 관객에게 강요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갖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이번 사태를 통해 제 자신이 한국에서 살아가기 힘든 심각한 의식장애인임을 알았다”고 비관적인 생각을 토로했다.

고현정과 송선미가 닮았다?

고현정과 송선미가 닮았다? 고현정과 송선미는 영화 '해변의 여인'(감독 홍상수, 제작 영화사 봄ㆍ전원사)에서 김승우를 놓고 연적이 된다. 영화감독 중래(김승우 분)가 후배 애인 문숙(고현정)과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는 태도가 돌변해 그를 보낸 후 이틀 뒤 같은 바닷가에서 문숙과 닮은 선희(송선미)를 만나 또 하룻밤을 보내면서 벌어지는 일상의 미묘한 변화를 담았다. 중래가 선희에게 흑심을 품는 건 "내가 아는 어떤 여자와 닮았다"는 말로 설명된다. 키 크고, 예쁘고, 단순하게 말한다는 것. 두 여배우가 진짜 닮았을까. 고현정은 우연하게도 영화로 만나기 전부터 송선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고현정은 "예전부터 송선미 씨가 연기하는 것을 볼 때 가끔씩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닮은 이미지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승우 역시 "촬영장에서 고현정 씨와 송선미 씨가 아주 가끔은 일치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두 여배우가 다소 비슷한 분위기를 가졌다는 표현을 했다. 고현정은 객석의 웃음을 자아낸 '키가 너무 크죠? 잘라버리고 싶어요'라는 대사에 대해 "어느 날 촬영장에서 큰 키가 불편할 때가 있다며 지나가는 말로 감독님께 '잘라버릴까요?'라고 했더니 다음날 대사에 넣어오셨다. 이렇게 우리가 촬영장에서 일상적으로 했던 말들이 대사에 들어갈 때가 종종 있어 아침에 나오는 대본이 정말 궁금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고현정은 '해변의 여인' 시사회가 끝나고 나서 가진 인터뷰에서 사적인 생활이나 견해에 대해 조심스럽게 밝히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인터넷에 오르는 악성 댓글이나 비방 섞인 글에 대해 "나에게만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요?"라고 반문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답했더니, 또 그 말을 놓고 뭐라 하시는 분들이 있더라"라며 난감한 표정으로 무거운 미소를 띠기도 했다. 이어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는 다소 뼈 있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마다 보디가드가 따라다니고, 영화 '해변의 여인'의 마지막 대목에서 모래에 빠진 고현정의 차를 밀어주는 두 남자 중 한 명이 그의 경호원이라는 게 알려지자 "굳이 경호원을 써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 "사람들이 그런 것 때문에 '고현정은 특별한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현정은 "경호원 때문에 제가 세상과 벽을 쌓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필요가 있어 그 분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고 바깥에 움직일 때는 실제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한 "다소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게 아니냐는 말씀도 하시는데 여배우들이라면 약간 그런 면이 있지 않느냐"며 "제가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생긴 인터넷 팬카페에 가서 가끔 글도 남기고, 오래된 회원 분들이 사진 올리면 꼼꼼히 체크해서 본다"며 나름대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데뷔작을 통해 베니스 영화제 등 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거나 국내 영화제에서 수상하기 위한 욕심도 깔려 있어 홍상수 감독 영화에 출연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어휴, 저 그렇게 여러 가지 생각 못해요"라고 손사래를 치며 "아직 상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 6~7년 정도 하면 모를까, 첫 작품에서 상이라뇨"라며 전혀 그럴 뜻이 없었음을 강하게 표현했다. 오히려 그는 "홍 감독님이 미스코리아 출신에 상업적 느낌이 나는 나 같은 배우는 안 쓰지 않을까 했는데 첫 만남에서 같이 작업하자고 하셔서 무척 반가웠다"고 말했다. 고현정은 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어찌나 그렇게 후덕해 보이는지"라는 표현을 쓴다거나, 아이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모성애가 없는 엄마가 어디 있나요. 근데 이 질문은…대답하기가…"라고 말하는 등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해변의 여인'으로 영화에 데뷔한 그는 감정까지도 제어하는 듯한 정확한 연기력으로 일상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했다. 고현정은 "'해변의 여인'이 제 영화 데뷔작이 됐다는 게 행복하다"는 한 마디에 소감을 실었다. /연합뉴스

"가장 친구로 삼고 싶은 스타는 잭 블랙"

익살스럽고 편안한 이미지의 대명사인 할리우드 스타 잭 블랙이 '가장 친구로 삼고 싶은 스타'란 주제의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케이트 홈스와의 열애와 사이언톨로지 관련 발언 등으로 지난 2년여 동안 줄곧 구설수에 오른 톰 크루즈는 같은 조사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영국 BBC뉴스는 22일 "크루즈가 '베스트 프렌즈' 조사에서 꼴찌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뉴스는 "'미션 임파서블'의 스타는 잭 니컬슨, 콜린 패럴, 브래드 피트 등 다른 배우들의 뒤를 쫓았다"며 크루즈를 조롱했다. 이 조사는 야후 엔터테인먼트가 영국에서 2천373명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이며 총 11명의 스타가 '베스트 프렌즈' 후보로 올랐다. 잭 블랙에 이어 조니 뎁이 2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윌 스미스와 새뮤얼 잭슨이 3~4위에 올랐다. 또 브래드 피트와 올란도 블룸, 멜 깁슨이 공동 5위에 올랐다. 뉴스는 "이번 조사는 멜 깁슨이 반 유대인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 전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블랙은 조사 대상 4명 중 1명꼴로 지지를 얻었으며, 그에 반해 크루즈는 겨우 3%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크루즈가 아직 '죽은' 것은 아니다. 그는 6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명인'으로 크루즈를 선정했다. /연합뉴스

독재자 차우세스쿠 영화 소재로도 인기

지난 1989년 루마니아 민주화 혁명과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의 종말을 소재로 한 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열린 제12회 사라예보 영화제에서는 이 소재를 다룬 루마니아 감독의 영화가 3편이나 선보여 17년 전 혁명과 독재자 처형에 대한 영화.예술계의 활발한 재조명 작업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로이터 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감독의 '12:08 부쿠레슈티 동쪽'은 루마니아의 한 작은 마을의 TV 방송이 시청자들의 전화 참여를 통해 혁명에 대해 얘기하는 코미디 형식의 영화로, 비경쟁 부문에서 3천명 이상의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포룸보이우 감독은 지난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도 이 영화로 신인 감독에게 주는 황금 카메라상을 수상했었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라두 문테안 감독의 '더 페이퍼 윌 비 블루' (The Paper Will be Blue)는 한 젊은 군인이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드라마틱한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또 카탈린 로베르토 미툴레스쿠 감독이 연출한 '내가 세상의 종말을 기념하는 방법'(The Way I Celebrated the End of the World)은 17세 소녀가 남자친구와 함께 우연히 차우세스쿠의 동상을 파손한 뒤 겪게 되는 사건을 영화화했다. 루마니아 혁명과 독재자 차우세스쿠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루마니아 내에서는 비단 영화 뿐 아니라 연극과 전시회 등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해 부쿠레슈티 극장에서는 작가 데니스 디눌레스쿠가 쓴 '차우세스쿠 생애의 하루'가 연극으로 공연돼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포룸보이우 감독은 "루마니아의 모든 예술가들은 1989년 혁명에 대해 제각기 자신만의 얘깃거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러 범죄단체, 마돈나 모스크바 공연 취소 요구

러시아 범죄단체들이 내달 11일 첫 모스크바 공연을 앞두고 있는 미국 팝가수 마돈나에 대해 공연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마돈나와 그녀의 2명의 자녀들을 납치하겠다고 말했다고 21일 일간 '코메르산트'가 영국 대중지 선(SUN)을 인용해 보도했다. 마돈나측의 공연 기획자인 크리스 램은 최근 러시아 범죄집단의 대표들로부터 모스크바 공연을 취소하라는 몇통의 편지를 받았다면서 이를 거부할 경우 마돈나와 그녀의 아들과 딸을 납치하겠다는 위협을 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돈나는 이에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으며 아예 모스크바 공연을 한 차례 더 해야겠다면서 강단을 과시했다. 반면 남편인 가이 리치는 이번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러시아 당국이 경호를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러시아 범죄집단이 공연 취소를 요구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러시아정교회가 공연 반대를 주장한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정교회측은 마돈나가 무대에서 예수처럼 가시관을 쓰고 십자가에 못 박히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공연 취소와 함께 신자들에게 공연장에 가지 말 것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최고 2만5천루블(930달러)에 달하는 4만장의 공연 티켓이 매진되는 등 러시아인들은 마돈나의 모스크바 첫 공연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돈나의 공연은 5월부터 북미와 유럽을 도는 '컨페션(Confessions)' 이라는 순회콘서트의 일환으로 마돈나는 내달 11일 모스크바 시내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참새언덕'에서 야외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연합뉴스

고현정, "자유롭고 독창적인 영화하고 싶다"

"제 키가 좀 크죠? 잘라버리고 싶어요" "제 얼굴이 크죠? 좀 잘라버리고 싶어요" "거짓말하지 말고, 잤죠? 아, 잔 건 알지. 그럼 날 넘었는지만 솔직하게 말해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본인은 드라마에서도 보여왔던 모습이라고 말했지만 고현정이 자신의 영화 데뷔작인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제작 영화사 봄ㆍ전원사)에서 뜻밖의 모습을 끊임없이 선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대배우인 김승우가 "선천적으로, 기능적으로 뛰어난 배우"라고 평했듯 그의 연기력은 생경함까지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21일 '해변의 여인' 시사회가 끝나고 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와 연이은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행복하다"는 표현과 함께 시종 긴장하고 설레며 행복해하는 심경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무대 인사를 할 때 긴장 탓에 말도 제대로 못 꺼낸 고현정은 무엇이 그렇게 행복함을 주느냐는 질문에 "좋은 감독님, 좋은 배우, 좋은 스태프들과 최선을 다해 작업했죠. 이런 인간 관계까지 좋은데, 심지어 그 결과물이 이렇게 좋게 나와 행복한 마음뿐"이라고 답했다. 고현정이 연기한 문숙은 애인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영화감독 중래를 만나 그와 하룻밤을 보낸다. 그런데 하룻밤을 보낸 이후 중래의 태도는 돌변, 미적지근하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겉으로는 쿨하게 남자를 이해하는 듯한 여자. 그러나 이틀 후 다시 내려와 중래가 그 사이 또 하룻밤을 보낸 여자를 만나 술을 마시고, 남자에게 소리를 지른다. 결코 간단치 않은 역이다. 날짜로 따지면 사나흘. 고작 두 번의 만남인 까닭에 소탈한 옷 딱 두 벌만 입고 등장한다. "영화를 보니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환하게 웃는 그는 문숙에 대해 "강한 여자, 양껏 하는 여자"라고 소개했다. "자기가 나름대로 겪었다고 생각하고, 그 세월만큼 뭔가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술 취해 배시시 웃는 것도 모자라 문 앞에 널브러져 자고, "잠을 안자면 애인이 아니냐"는 애인의 질문에 "어"라고 대답하고, 남자가 바람난 여자와 술을 마시며 "이혼해라"고 충고하는 모습 등은 재벌가 며느리 출신이라는 그의 '과거'와 CF 등으로 비롯된 그의 이미지를 도대체 찾아볼 수 없다. "과거 우울한 기분이 든 어느 날 혼자 있고 싶어 극장을 찾았는데 마침 홍상수 감독님 영화 '강원도의 힘'이 상영중이었고 그 날 이후 홍감독님 영화를 찾아서 봐와서 감독님이 미스코리아 출신에 왠지 상업적인 냄새가 나는 저 같은 배우와 작업하고 싶다고 반갑게 말씀해 주셨을 때 너무 좋았어요." 그러면서 그는 이미지와 너무 다르다는 말에 "제 이미지가 어떻죠?"라고 반문하며 "저도 열 받으면 확 열받고, 싫으면 그저 싫어요"라며 편안한 어투로 말했다. 시나리오도 없이 그저 즉석에서 이뤄졌던 작업이었지만 감독과 작품을 이해하고 나면 저절로 대사가 외워졌다고 했다. "첫 영화인 까닭에 어떤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그저 감독의 주문대로 하려고만 했다"는 고현정은 드라마 '봄날', 영화 '해변의 여인'에 이어 다음달 시작할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 잇달아 출연하는 것에 대해 "굶어서 그런가"라는 표현을 썼다. "10년 만에 컴백했죠. 컴백을 앞두고 '생활처럼 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까 작품을 고를 때 생각을 많이 하더군요. (연기를 떠나있던) 10년 동안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을 텐데 이런 모든 것들이 묻어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고. 예전보다는 훨씬 더 복잡해졌어요." 또한 그는 "일을 안하고 있으면 약간 우울해진다. 그래서 누가 같이 하자고 하면 냉큼 '네'하고 대답하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제작사인 영화사 봄의 오정완 대표는 "TV에서 오래 연기한 배우들이 흔히 갖고 있는 연기의 나쁜 습관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말로 고현정의 천부적인 연기력을 칭찬했다. 홍상수 감독도 세월이 흘러 변한 것도 있겠지만, 고현정 김승우의 호연은 여느 영화와 달리 배우를 드러나게 했다. 영화와 드라마. 이제 양 축을 모두 가진 연기자가 된 그에게 두 장르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드라마는 성기고 수세미 같지만 친정같아요. 드라마는 실제 생활하고는 거리가 있지만 많이 봐와서 친숙하죠. 그런데 영화는 결이 일어나는 듯 해요. 틀과 룰을 갖춘 작품은 드라마를 통해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영화는 형식과 표현방식이 자유롭고, 독창적인 작품을 했으면 합니다. 제가 찾아서 해야죠." 이제 영화 관객과 드라마 시청층의 주류는 90년대 '모래시계'로 대표되는 그의 절정의 연기를 보지 못한 채 컴백한 고현정을 보는 세대다. 2006년의 관객을 만나는 데 두려움은 없을까. "나를 알아주는 것 보다는 차라리 나를 모르는 쪽이 낫지 않나 싶어요. 일부러 제가 그들에게 다가가기 보다는 작품이나 연기 속에서 그 순간 고현정을 느끼는 게 좋을 것 같구요. 예전과 지금 관객의 차이? 별로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지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전국 35만 명이 든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이 최고 흥행작이다. 흥행에 대한 부담도 있을 법 한데. "드라마가 시청률이 중요하고, 영화는 흥행이 중요하다는데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아직 전 관객이 얼마 들었느냐가 중요하진 않아요. 그저 좋은 감독님과 좋은 영화를 찍은 것만으로도 좋죠. 다만 못 본 분들은 나중에 안타까워할 것 같네요. 저도 지내다 보면 극장에서 미처 못보고 DVD나 비디오로 보고 나서 저의 게으름을 탓할 때가 있는데 진짜 좋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하면 속상하지 않을까요?" 조심스럽게 대답하면서도 능수능란한 말솜씨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영화 데뷔작을 재미있게 끝마치고 포만감을 부를 정도의 만족함을 얻은 그가 지금 가장 바라는 게 무엇일지 궁금했다. "컴백해서 드라마하고, 영화 할 때 느끼는 긴장감과 간간이 오는 휴식, 이런 시간이 앞으로 5~6년만 지속됐으면 좋겠어요." 결코 쉽지 않은 작품에서 새삼 연기력을 증명한 고현정은 이제 꽤 시간이 흘러 많은 것이 정리된 듯 차분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연합뉴스

<새영화> 썰물 같은 로맨스 '해변의 여인'

"꼭 같이 자야만 애인이냐?"(창욱) "일단 같이 자야지…. 우린 그냥 친구예요."(문숙) "넌 친구랑 뽀뽀도 하냐?"(창욱) "어유…, 진짜 치사하게…. 뽀뽀 한번 했네…."(문숙) 황사가 낀 서해안 바닷가. 세 남녀가 서 있다. 창욱(김태우)은 문숙(고현정)을 '애인'이라 생각하고 동행했지만 문숙은 그를 '친구'라 부른다. 문숙에게 흑심을 품은 또 한명의 남자 중래(김승우)는 이들의 옥신각신을 대단히 기분 좋게 바라보고 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세 남녀. 머릿속 생각은 전혀 딴판이다. 재미있는 것은 숨기려 해도 스멀스멀 속내가 드러난다는 것. 하늘은 흐렸지만 보이지 않는 햇빛으로 인해 눈살을 시종 찌푸리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생활의 발견'의 예지원처럼 선글라스를 끼지 않는 다음에야 표정을 어찌 숨길 수 있으랴. 이번에도 역시 하룻밤의 로맨스가 관건이다. 홍상수 감독은 '극장전' '생활의 발견' 등에서 '탐구'했던 일회성 로맨스에 또다시 도전했다. 즉흥적이고 우연한 만남이 알코올과 결합하면서 섹스로 연결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는 어김없이 태도가 바뀐다. 둘 중 누군가는 말이다. 전작 '극장전'에서는 의외로 여자가 가차없이 돌아서지만, '해변의 여인들'은 다르다. 문숙과 선희(송선미)는 남자의 돌변에, 배신에 운다. 이렇듯 여자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다 보니 무게 중심 역시 '여인들'에게 쏠린다. 문숙과 선희를 오가며 재미를 보는 이는 중래지만, 영화를 끌어가는 것은 여인들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문숙의 변화가 드라마를 지배한다. 이 영화로 스크린 데뷔를 한 고현정은 그런 문숙을 참 쫀득쫀득하게 연기했다. 회 한 점에 소주 한 잔 걸칠 때의 맛처럼 그의 연기는 화면에 착착 달라붙는다. 자유분방한 연애관을 가졌으면서도 평소 선망의 대상이었던 영화감독 중래와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고 나자 소유욕에 휩싸이고, 그러다 결국은 스스로의 살풀이를 거쳐 정화된 모습으로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문숙의 모습은 시종 사랑스럽다. 그 중 한바탕 '연애질'이 썰물처럼 지나간 후 배어나온 상쾌한 표정은 백미. 고현정의 힘이다. 송선미 역시 꾸미지 않는 모습으로 등장, 담백하고 맑은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백치미를 띤 순진한 유부녀 선희 역시 회 먹을 때 꼭 필요한 고추냉이(와사비)처럼 톡 쏘는 맛이 좋다. 영화감독 중래는 "글이 안 써진다"며 후배 미술감독 창욱에게 서해안 여행을 가자고 조른다. 유부남 창욱은 "애인을 데려가도 되냐"며 싱어송라이터 문숙을 데리고 온다. 신두리 해변의 회와 술은 셋을 무장해제시키고, 눈이 맞은 문숙과 중래는 창욱의 눈을 피해 한 이불을 덮는다. 그러나 다음날 중래는 "머릿속이 클리어해지면 연락하겠다"며 문숙에게 선을 긋고, 이틀 후 다시 내려온 신두리에서 문숙과 비슷한 외양의 선희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다시 수작을 건다. '해변의 여인들'은 모두 기다렸다는 듯 중래에게 넘어온다. 중래는 여인들을 이름이 알려진 영화감독이라는 사회적 지위와 말도 안되는 궤변으로 살살 녹이며 미칠 것 같은 순간적인 감정에 충실한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변명은 한다. 문숙에서 선희로 옮겨오기까지 이틀밖에 걸리지 않은 것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두 사람의 생김새가 닮았다"는 것. 문숙을 보고 싶던 차에 선희를 만나 사랑을 나눴다는 논리다. 그런 중래의 캐릭터는 기존 홍 감독 영화 속 남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비겁하고 치사하며 말이 많고, 순간의 쾌락을 향한 기대에 몸이 후끈 달아올라 인사불성이 된다는 점이다. 김승우는 그런 중래를 무리없이 소화하며 또 한명의 '홍상수 군단' 단원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렇듯 남자의 캐릭터는 변함없지만 영화는 그 점을 빼고는 상당부문 홍 감독의 변화를 읽게 했다. 여성에게 주체성을 부여한 것에 이어, 한동안 상승곡선을 그리던 유머는 다소 덜어내고 그 자리에 캐릭터 나름의 고민을 불어넣었다. 비록 그 고민마저 유머로 받아들일 소지가 있긴 해도 말이다. 여자의 과거 잠자리가 끊임없이 불쾌한 이미지로 떠오른다는 중래의 고민은 치사하지만 현실감이 있고, 의절한 아버지를 "산낙지 같아. (날) 뒤에서 꼭 잡고 쥐어짜는 것 같아"라며 눈물을 삼키는 문숙의 모습은 사랑 외에도 이들에게는 고민거리가 있다고 알려준다. 철 지난 해변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 오지 않는다. 연애를 꿈꾸거나 가슴이 뻥 뚫린 성인들만이 온다. 그래서 뜨거운 여름보다도 어쩌면 더 화끈한 로맨스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들은 극중 버려진 진돗개가 결국은 다른 주인 품에 안기듯 로맨스의 배신 역시 스스로 치유해나갈 줄 안다. 홍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유머가 퇴색한 탓인지 '해변의 여인'은 좀 섭섭한 감이 있다. 남자가 아닌 남녀가 꿈꾸는 로맨스를 만나 반갑긴 하지만 지나치게 느린 발걸음과 그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다소 뜬금없는 눈물들이 시선을 분산시킨다. 전체적으로 예전 같은 화끈함(꼭 베드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과 영화적 재치가 반감됐다는 점도 아쉽다.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안티 페미니스트' 홍상수, 여성과 화해하나

영화를 통해 반(反) 여성주의 관점을 견지해 온 홍상수 감독이 신작 '해변의 여인'(제작 영화사 봄)에서는 정반대의 입장으로 영화를 마무리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동안 홍 감독은 첫 만남에서 예외 없이 남성과 잠자리를 하거나('생활의 발견'), 애인의 후배와 내연관계를 맺고('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혐오하는 남성과의 잠자리에서도 즐거워하는('극장전') 등 영화 속 여주인공들을 여성주의 관점과는 배치되게 묘사했다. 이런 점 때문에 높은 영화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 관객이 그의 영화를 '비호감'으로 낙인 찍으며 기피해왔던 것도 사실. 그러나 톱스타 고현정을 내세운 '해변의 여인'에서는 그 결말이 매우 여성주의적이다. 영화감독 중래(김승우)와 싱어송라이터 문숙(고현정)의 동상이몽 사랑 이야기를 주축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에서 문숙은 중래에게 얽매이지 않는 독립적인 여성으로 그려진다. 중래를 놓고 삼각관계를 이루는 문숙과 선희(송선미)가 모두 중래와의 첫 만남에서 잠자리를 하는 모습은 이전 작품과 별다를 바 없지만 관계설정에서 두 여성의 행동은 여성주의적이다. 문숙은 선희와의 술자리에서 "(남녀 관계에서) 선택은 여자가 해야지"라고 말하거나, 선희와 몰래 잠자리를 한 중래가 애정공세를 펴자 "저는 감독님으로 더 많이 좋아했던 것 같아요"라며 단호하게 이별을 통보하는 모습 등이 그렇다. 선희 또한 중래와의 관계 회복에 연연하지 않고 문숙과 좋은 관계를 이룬다. 영화사 봄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결말을 정해 놓고 영화를 찍은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 "촬영 중에 그런 결말이 좋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팬에게 '덜 불편한 영화'로 다가갈 '해변의 여인'이 어떤 흥행 성적을 낼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김기덕 감독 "내 영화는 모두 쓰레기"

김기덕 감독이 지금까지의 자신의 영화 작업에 대해 스스로 혹평을 하며 한국 영화계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김 감독은 21일 오전 연합뉴스에 보낸 '김기덕의 사죄문'이라는 제목의 e-메일을 통해 '괴물'과 관련, 최근 자신이 했던 말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런데 이 e-메일의 뒷 부분에는 그가 자신의 영화세계에 대해 심하게 자학하는 내용이 붙어 있었다. 이 대목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감정적이어서 김 감독이 나중에라도 후회할지 모른다고 판단해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날 오후 다시 e-메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다 전해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이에 그가 격정을 담아 토해낸 의견을 공개한다. 김 감독은 "이번 관객들의 질타를 계기로 차분히 제 영화와 영화작업을 돌아보니 참으로 한심하고 이기적인 영화를 만들었고, 한국사회의 어둡고 추악한 모습을 과장하여 관객에게 강요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갖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모두 행복하고 밝게 살고 싶어 하는 관객들에게 저예산 영화의 가난함을 핑계로 관람을 강요하고 자위적이고 자학적인 저 개인의 영화를 예술영화라는 탈을 씌워 숭고한 한국의 예술영화들과 영화작가들을 모독한 점도 깊이 사죄합니다. " 그는 "제 영화 '나쁜 남자'가 베를린영화제 본선에 올랐을 때 영화를 보고 나온 교포 분이 '한국 영화라는 게 너무 부끄럽다'고 하던 일이 새삼 생각난다"면서 "언젠가 배우 안성기님에게 제 영화 '사마리아'의 아버지 역을 부탁했는데 '어떻게 아버지가 딸을 죽이느냐'며 거절한 적이 있다. 그때는 섭섭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제가 영화를 구성하는 사고방식에 심각한 의식장애가 있음을 알았다"고 고백했다. "모두 감추고 싶어하는 치부를 과장해 드러내는 저 자신의 영화가 너무 한심하고, 사람들에게 불안한 미래와 사회에 불신을 조장한 것이 너무도 죄스럽고, 맛있게 먹은 음식이지만 똥이 되어 나올 때 그 똥을 피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미처 이해하지 못하고 영화를 만들어 온 지난 시간이 너무 부끄럽고 후회스럽습니다. " 김 감독은 "이번 사태를 통해 가까운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도 제 자신이 한국에서 살아가기 힘든 심각한 의식장애자임을 알았다"면서 "저야말로 한국사회에서 기형적으로 돌출해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임을 알았다"고 스스로를 폄훼했다. 발언의 수위를 점점 높여나간 그는 급기야 자신의 작품들을 모두 '쓰레기'라 칭한 후 신작 '시간' 역시 개봉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악어','야생동물보호구역', '파란대문', '섬', '실제상황', '수취인불명', '나쁜 남자', '해안선',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 '빈집', '활', '시간'…. 어느 관객의 말처럼 모두 쓰레기입니다. 이번 24일 개봉하는 13번째 영화 '시간'은 지금이라도 수입사가 계약을 해지해 준다면 개봉을 멈추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한국 관객의 진심을 깨닫고 조용히 한국 영화계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며 발언을 끝맺음했다. 한편 이에 앞서 김 감독은 '괴물' 관계자에 대한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18일 MBC TV '100분 토론'에 나와 영화 '괴물'의 스크린 '싹쓸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토로한 지 3일 만의 입장 변화다. 이 방송 출연 직후 인터넷에서는 그의 발언이 뜨거운 감자가 됐고, 김 감독은 발언의 진위 여부를 떠나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시간' 시사회 기자회견에서 '한국 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최고점에서 만났다. 이는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는 말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이 말에 대한 네티즌의 악성댓글에 대해 '이해 수준을 드러낸 열등감'이라고 말한 것 또한 죄송하다"면서 "또한 '괴물' 관련 '100분 토론'에 출연해 과장된 이중적 언어로 시청자를 조롱한 행위도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괴물'을 아끼시는 관객에게 깊이 사죄하며 '괴물'을 제작한 최용배 대표님과 제작진들, 특히 봉준호 감독님에겐 정말 영화계 선배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발언을 한 것에 진심으로 용서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또한 "한국에서 더 이상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는 최근 발언에 대해서도 "오만한 행동이었다"며 깊이 사과했다. 그는 7일 열린 '시간'의 시사회 때 "오늘이 내 제삿날 같은 느낌", "더 이상 국내 영화제에 출품하지 않겠다", "'시간'이 어쩌면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내 영화" 라는 등의 발언을 통해 국내 예술영화 감독으로서의 비애를 다소 거칠게 토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반성과 사과의 뜻을 정중하게 밝혔다. "제 말 뜻의 진심이야 어떻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생각이 중요한 한국 사회에서 저 자신은 많은 반성과 어리석음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또한 몇 번의 해외 수상과 개봉 성과를 가지고 마치 한국 관객을 가르치려는 오만한 태도를 가지고 '한국에서 더 이상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라는, 안 해도 될 말을 선언적으로 한 것도 뒤늦게 후회하며 '저예산 영화가 개봉하기에는 현재 시장이 어렵다'는 말을 과격하게 발언한 점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소수나마 제 영화를 봐오셨던 분들께도 크나큰 실망감을 드린 점 죄송합니다. " 김 감독은 이날 쏟아낸 발언 이후 어떤 행보를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분명한 것은 그의 행보를 안타깝게 지켜볼 관객이 존재한다는 사실.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감독의 격정 토로를 영화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새로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시조 탄생 100주년 시조와 가곡의 만남

겨레의 문화 유산인 시조에 음악의 날개를 다는 뜻깊은 무대가 펼쳐진다. 26일 오후 7시30분 여의도 KBS홀에서 열리는 현대시조 100년기념 신작가곡음악회 '겨레의 노래 천년의 노래'. 현대시조100년 세계민족시대회 집행위원회와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공동 주최하는 음악회로 국내 실력파 작곡가에 의해 가락이 입혀진 현대시조 30여편을 선보인다. 노산 이은상의 시조 '다듬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이영조 교수가 가락을 붙여 테너 이영화의 음성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가람 이병기의 시조 '매화'는 한국작곡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한 윤해중씨가 가곡으로 바꿔 소프라노 김수정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이 밖에 조운, 김상옥, 박재삼, 이태극, 이은방, 이근배 등 대표적 현대시조 시인들의 작품이 가곡으로 옮겨져 시조와 가곡이 만나는 풍성한 무대를 이룰 예정이다. 김병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시조는 우리의 모국어와 위대한 한글이 빚어낼 수 있는 민족시의 진수"라면서 "시가 음악을 만나는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나는 것처럼 또 하나의 생명을 얻는 일"이라고 반겼다. 행사를 준비한 현대시조100년 세계민족시대회 집행위원장 이근배 시인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시조가 음악을 통해 더 넓은 국민감동을 얻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음악회에는 소프라노 김수정 김인혜 테너 박현재 이영화 등이 출연하고, 임헌원 한방원 이은영 등이 반주를 맡는다. 2-3만원. ☎02-585-2934. /연합뉴스